초호화 캐스팅에 앤더슨의 비주얼을 입히다
베니시오 델 토로, 에이드리언 브로디, 틸다 스윈턴, 레아 세두, 프랜시스 맥도먼드, 티모시 샬라메, 빌 머리, 오웬 윌슨 등의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을 한데 한 작품 안에 모은 감독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2)과 ‘개들의 섬(Isle of Dog, 2018)’을 연출한 이 시대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웨스 앤더슨이다. 별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여 설정되는 인위적인 만남, 팔레트를 옮겨 놓은 듯한 화려한 색상과 세부적인 미장센, 그만의 특유한 코미디 연출 방식으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칸영화제가 주목하는 감독 앤더슨의 최신작이다. 매 작품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스크린에 그려내는 앤더슨의 필모그래프에 최정점을 찍는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감독의 완벽주의적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세기 초 프랑스, 가상의 도시 블라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가 블라제에 상주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잡지사의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갑작스럽게 최종본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은 마지막 호에 실을 4번째 특종에 대한 편집회의를 시작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천재 예술가, 학생운동을 주도하는 청년, 그리고 어린아이의 납치 사건을 근래 특종기사로 다루어 왔다. 이 3가지의 기사에 이어 과연 어떤 이야기가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장식할까. ‘프렌치 디스패치’가 미 주간지 ‘뉴요커’를 모델로 했음은 자명하다. ‘뉴요커’에서 실제로 취재했던 기사와 인물들이 일부 소개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우선 시각적으로 화려하다. ‘눈으로 보는 영화’다. 한 장면 안에도 세트와 배경 등 이곳저곳을 관찰할 것들이 많다. 앤더슨 감독의 미장센의 장기가 그대로 진가를 발휘한다. 그리고 또한 풍성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다.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앤더슨식의 유머가 초호화 주연급 배우들의 선정적이고도 코믹한 연기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피날레에 이른다. 이전 작품에서부터 앤더슨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을 완벽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로버트 예멘의 촬영,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밀레나 카노레로 의상까지 앤더슨의 모든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들이 그대로 총동원되어 현란하고 감각적인 볼거리들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할리우드 ‘단역 배우’ 스티브 박의 출연하는 장면도 놓치지 말기를. 2021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에 올랐지만,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년의 아카데미상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한 다수 부문에서 후보작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 영화평론가초호화 캐스팅 앤더슨 감독 감독 앤더슨 프렌치 디스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