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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알프스의 푸른 눈동자, 슬로베니아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슬로베니아(SLOVENIA)는 '사랑'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나라 이름 자체에 'LOVE'가 들어가서인지 사랑스럽고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슬로베니아의 면적은 한반도 11분의 1 정도다. 작지만 '쥴리앙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슬로베니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이지만,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이 흘러 만든 호수를 하나 품고 있다. 사랑과도 관련이 깊은 이 호수의 이름은 블레드다. 알프스가 믿음직스럽게 굽어보는 블레드 호수 한복판에 블레드 섬이 그림같이 떠 있다. 그런데 이 블레드 섬까지는 전통 나룻배인 플레타나만이 오갈 수 있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이 블레드 호수가 붐비는 것을 원치 않아 단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사공이 젓는 플레타나는 여행자들을 블레드 섬으로 옮겨놓는다.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관문은 99개의 돌계단. 계단을 오르면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 나오는데 9~10세기경 슬라브 신화 속 지바 여신의 신전이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종교 전쟁으로 신전이 파괴되고 몇 차례의 부침을 겪다가 17세기에 이르러 지금의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이 완성됐다. 1000년도 더 된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은 '꿈의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한데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의 계단을 다 올라야 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비록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더라도 성당 내부에 있는 종을 울려볼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사랑하면 종이 울리고, 그렇지 않으면 종이 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선뜻 나서기가 꺼려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항상 듣기 좋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험에 의하면 너무 세지 않게 종을 치면 종소리가 울린다.   또한 블레드의 상징인 블레드 성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 호숫가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한 모습이 마치 동화책에서 오려내 붙여놓은 듯하다. 성 한편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 중인 작은 박물관이 있고 그 외에도 15세기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 방식을 재현하는 인쇄소, 갤러리, 카페, 와인 저장고, 대장간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유러피언들은 이곳을 '알프스의 푸른 눈동자'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아름다움에 매혹된 유럽 귀족들은 1000년 전부터 휴양과 힐링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옛 티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카스트로를 자랑스럽게 초대하기도 했다. 티토의 별장은 지금 '호텔 빌라 블레드'가 됐다.     슬로베니아에는 이토록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슬로베니아 알프스 눈동자 슬로베니아 성모마리아 승천 호수 한복판

2024-05-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선율과 낭만 가득한 동유럽

이 글의 목적지는 중세의 향기와 깊은 예술적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동유럽이다.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등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동화 속 마을로, 때로는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동유럽만의 매력이다.     먼저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낭만적인 건물과 정원이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어디선가 마리아와 폰트랍 가족이 불쑥 나와 청아한 음색으로 도레미 송을 부를 것만 같다.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를 위해 1607년에 지은 이 성은 장미와 향기로운 꽃나무들뿐 아니라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 등 곳곳에 세심한 장식들도 압권이다. 또한 비엔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하이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브람스, 말러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모두 거쳐간 도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 슈테판 대성당은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고, 시내 중심지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다. 좁다란 계단을 오르면 그가 쓰던 피아노와 편지,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까지 준비돼 있다.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은 죽어서도 한데 묻혔다. 교외에 중앙묘지가 있는데 입구에서 대로를 따라가다 왼쪽으로 가면 32A 블록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음악가 묘지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을 간직한 백탑의 도시 프라하와 동유럽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 역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프라하는 블타바 강을 경계로 두 지역으로 나뉜다. 강 서쪽으로는 그 자체가 예술품인 프라하 성이 중심이고, 강 동쪽에는 틴 성당이 있는 구시가지 광장이 중심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카를교다. 다리 난간에는 30개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머리 뒤로 다섯 개의 별을 후광으로 두르고 있는 신부의 석상 앞에 유독 인파가 몰린다. 낮에도 충분히 근사한 두 도시는 야경이 백만 불짜리다. 부다페스트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황금빛 야경이 황홀하다. 어둠이 내리면 세치니 다리에 수천 개의 불이 켜지며 화려한 황금빛이 다뉴브강을 수놓게 된다. 또 프라하성 주변으로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은 죽기 전에 볼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블레드 호수는 슬로베니아의 에메랄드다. 알프스 만년설이 흘러내려 생긴 에메랄드빛 빙하호 한복판에는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이자 성모가 승천했다는 블레드 섬이 있다. 호수 안에 떠있는 이 섬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재임 때부터 23척의 플레타나라는 전통 나룻배만이 오갈 수 있다. 15세기에 지은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섬을 지키고 있다. 꼭대기에는 소원의 종이 있고,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동유럽 선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프라하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2023-06-22

[삶의 뜨락에서] 책 9권

꽃가루 알레르기로 집안에 갇혀 있던 어느 날, 겨우내 쌓인 먼지로 더럽혀진 차 트렁크를 열고 책이 든 종이백을 꺼냈다. 내 손이 거칠어서였겠지. 백이 찢어지고 9권을 들고 들어 왔다. 며칠 전 문학교실 사람들의 오찬 모임이 있었다. 끝날 무렵, 한 문우가 영어책이 담긴 종이백을 주었다. 지난 몇 년간 만나지 못한 한 여자 문우가 나한테 전해달라고 했단다. 책을 전달하면서 그는 내가 영어책을 좋아할 것으로 그녀가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는 처음 ‘달라고 하지도 않은 책을 왜 주었을까’하고 생각했다. 분명 읽어 보라고 기증했을 것이다. 요즘은 머리가 복잡해 겨우 신문이나 보고 있는데 이 많은 책을 어떻게 보란 말인가. 고맙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 생각을 달리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아프다는 말을 들었고, 단순하고 착한 사람이고, 따라서 소중한 책을 나에게 주고 싶어 했을 것이 아닌가. 그다음 날 다른 문우로부터 한국어책 한 상자를 그녀로부터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그녀는 지금 한 생애를 정리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책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한 것으로 봐 읽은 것 같지 않고 대부분이 간행된 지 10년 내외의 인기 소설들이었다. 나는 추리소설, 생소한 주제의 책은 서재에 꽂아두고 우선 3권을 읽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고국을 떠나 세계를 지붕 삼아 타국에 살면서 시와 에세이를 써 온 Alastair Reid 전집이다. 그는 서문에서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것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며 ‘땅과 삶’(Land&Life Relations)를 조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또 문학의 진정한 의미는 글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가끔 내가 쓰는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인사를 받는다.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는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여행하면서 가끔 기억에 남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지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여행 중 플로리다에 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오래된 성당만 보면 들어가서 기도를 드리는 온화한 부인을 만났다. 어느 날 “누구를 위해 기도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당신을 위해(For You)”라고 대답했다. 의외였다. 그냥 같이 여행하는 일행일 뿐인데. 나는 농담으로 “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하고 말했다. 성당에서 나오는데 “Did  you pray for me?” 하고 물었다. 엉겁결에 “Yes” 하고 말했다. 곧 후회했다. 사실 나는 교회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이 없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서울의 친구를 위해 기도했을 뿐, 같은 그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버스에 앉자마자 “저 진실한 크리스천이 남은 생애를 하나님을 믿고 아름답게 살게 해 주소서” 하고 기도했다.   나도 서서히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마무리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그중 하나가 동시대를 사는 지구인과 더 많은 접촉을 갖는 것이다. 영겁의 시간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인연은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피부 색깔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우리는 같은 세기를 살다가 사라질 것이다. 늦기 전에 낯선 나라를 찾아 그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타국을 다닌 후 언젠가 내가 태어나 30년을 보낸 고향을 찾아 흙 다시 만져 보고, 부모님 산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드린 후 냇물에 발을 담가 볼 것이다.   유년 시절의 그 집, 그 뒷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이들이 있는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몸이 나를 버릴 때가 온다고 느낄 때, 내가 소중히 간직해 온 책을 나누어 줄 것이다. 한국말 시집은 시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영어 소설은 손자들이나 친구들에게 전해 줄 것이다.   내가 한 생애를 정리하는 문우로부터 책 9권을 받은 것처럼. 그녀는 울면서 책을 버리지 않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여자 문우가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꽃가루 알레르기

2023-05-01

[삶의 뜨락에서] 뭐든지 물어보세요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5·끝)

코로나바이러스 바로 직전 두바이-아부다비를 여행했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전통적인 두바이 가정으로 데리고 갔다. 고유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은 미국인들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했다. 그녀는 많은 미국인이 아랍인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뭐든지 질문하라고 해서 아무거나 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족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고, 테러리즘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종교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 고유 의상이다. 워낙 볕이 따가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고 대답했다. “UAE는 현재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느냐” “옛날이야기다. 당신은 과거를 말하고 있다. 요즘은 절대다수가 한 남편, 한 아내를 가지고 있다. 여기선 데이트하기가 어려워 일단 결혼부터 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율이 높다.”   이번 여행 중 두 번 현지 가정, 농장에 초대받았다. 크로아티아에서 400년 된 가족농장에서 재배한 채소, 직접 기른 돼지, 닭고기를 먹었고, 손수 빚은 와인을 마셨다. 주인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아들, 딸이 춤을 추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현지 유명 식당에 초대되었다. 그들은 전통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나이든 댄서가 관광객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었다.     내가 이용하는 미국 여행사는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인과의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 쿠바는 잠깐 미국 여행자를 받아들였다. 여행 목적은 교육 및 문화교류, 그렇지 않으면 입국비자를 받을 수 없다. 하바나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만나고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다. 루마니아, 베트남에서는 잘 사는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들은 아메리칸이 찾은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미의 에콰도르, 페루에서는 현지 와이너리, 흙담집을 찾아 고유 음식을 같이 했다.     나는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여행을 ‘심각하게’ 하는 편이다. 출발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질문을 준비한다. 여행 중 나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미국인은 책을 읽고 오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즐기고 와인을 마신다. 젊은 배낭족들은 캐슬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험한 트레일을 완주하며 싼 호텔에 머무른다. 골목 뮤지엄을 찾고, 현지인과도 쉽게 어울린다. 발칸 반도에는 인구 수백만의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 세기 동안 종교분쟁을 겪었고 크고 작은 전쟁에 휩쓸렸다.     여행을 떠나가 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돌아왔다고 반가워할 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최복림 / 시인오피니언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고유 의상

2023-04-12

[삶의 뜨락에서] 헤어진 사연들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4)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리브, 인구 380만 명 중 1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이다. 언덕 위에 구도시, 밑에 신도시가 있는데 정부기관, 오래된 교회는 올드타운에 있다. 의사당 앞에서는 배달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발효되는 새 법이 자전거 배달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한 블록 거리에 아주 재미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이 나라 현대 미술 박물관보다 방문객이 많은 자그리브의 명소다. 좁은 2층 박물관은 여행자들로 붐비었는데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뮤지엄을 설립한 사람은 올린카라는 여자와 드라론이라는 남자, 이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이면서 애인 사이였는데 오래 동거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워하지 않고 지금도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이혼 및 결별 사연을 모아 전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2010년 이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터졌다. 입장료는 비수기에 일 인당 5.5유로, 여행 성수기에는 이보다 비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가 소문이 나면서 각국에서 글이 답지하고 박물관 측은 수시로 사연을 바꾸어 전시하고 있다. 여기 실린 글 몇 개를 소개한다. “죽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랑은 결국 죽는다.” “여린 마음으로 헤어져라. Leave with a tender heart.” “고통스러운 순간일수록 감미롭게 대하라. Take the bitter with Sweet.” “모든 사랑은 외국 여행 중 생긴다. All love affairs happen in foreign cities.”   독일 남자가 아내와 이별하게 된 사연, “아내는 매일 거울 앞의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거울 앞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요. 아내는 그 후 애 둘을 나에게 맡기고 파티에 가곤 했습니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부부의 결별 사연, “우리는 4년간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 그는 두 개울이 바다로 합친 향상이 그려진 나무 지팡이를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전 아내가 준 것이었는데 지금 아내는 재수 없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프랑스 남자가 보내온 이야기, “여자 친구와 9년간 사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싫증이 났는지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나는 작은 섬으로 가 아무도 찾지 못하게 동굴 속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부부 3분의 1은 살다가 헤어진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복한 부부 관계나 연인 사이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슬로베니아 수도, 유비아나의 메인 스퀘어에 이 나라의 국보적 시인, 프래스랜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는 이 나라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배를 받고 있을 시대에도 모국어로 주옥같은 시를 썼다. 30대 변호사-시인인 그는 15살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동상에서 멀지 않은 빌딩에 소녀의 초상화가 있다. 그의 사랑은 로맨스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녀는 좋은 집안의 딸이고, 그는 서민 출신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끝나게 되어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결별 사연

2023-04-05

[삶의 뜨락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3)

‘물은 자연의 원동력이다(Water is the driving force of nature).’ -레오나르도 다 빈치   크로아티아는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사진이나 그림엽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 관광객이 모여든다. 한국인들도 많이 와 코로나 전에는 특별 전세기까지 운항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서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여러 번 만났다. 자그레브의 낙서 벽에는 ‘삼척 박 씨, 며느리 파이팅’이라는 글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투어 그룹은 대부분 은퇴자인데 한국 단체들은 젊게 보이는 부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크로아티아 오타피아 노점상에서 트럼풀이라는 비싸지 않은 약재를 샀는데 상인은 “싸다. 비싸다” 하는 것이 한국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 웃었다.     이번에 방문한 발칸 세 나라를 아름답게 한 것은 높은 산과 내해 깊숙이 들어 온 바닷물이다. 대부분의 관광은 베니스에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 버스를 타고 해안을 도는 일정이다. 나는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보다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자연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몬테네그로(Montenegro-검은 산)의 경관은 잊을 수 없다. 수천 피트 높은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바닷물은 깊은 만까지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안에는 홍합 양식장이 많았다. 이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큰 대접을 받고 고양이 박물관이 있다.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공원 벤치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도 많다. 유럽이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갔을 때 아름다운 이 도시는 피해가 작았다. 고양이들이 병균을 옮기는 쥐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스프릿, 드보로닛 항에는 넓은 보도가 있고,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신다.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한때 티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낙천적으로 보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다. 아이들이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들은 날씬하다. 그러나 애를 몇 낳고 나이가 들면 몸집이 커져 귀여운 느낌은 없다. 남자 평균 신장은 180cm가 된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자달(Zadar)이라는 항구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Sea Organ)’를 들었다. 아이디어가 매우 시적이다. 바닷물이 닿는 보도에 금, 은, 동으로 만든 가느다란 파이프를 심었다. 파도와 접촉하는 순간 오르간 소리가 생기고 이 소리는 작은 구멍(Holes)을 통해 전달된다. 멀리서는 은은하게 들리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제법 큰 풍금 소리가 된다. 크로아티아의 컬카(Krka ) 국립공원은 작으나 이색적이다. 산 중턱 곳곳에서 물이 쏟아져 온 계곡이 수백 개의 폭포가 된다. 1.2마일밖에 안 되는 나무 트레일이 있는데 걸을 만 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에서 두 번째 꼽히는 ‘푸른 나라(Green Country)’에 속한다. 인구 200만의 소국이지만 사람도 자연만큼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세 나라는 관광이 주 산업이고 호텔이 현대식이면서도 비싼 것 같지 않고 물가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았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베니스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여행기 풍금 소리

2023-03-29

[삶의 뜨락에서]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2)

베니스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만났다. 운하 주변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뉴욕, 파리, 런던, 홍콩에서 볼 수 있는 북적대는 대도시 사람의 물결이었다. 군중 틈에 경찰이 2개 조로 따라 다니고 있었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찰자의 눈으로 노점상과 고객들, 쏟아져 나오는 군중을 살펴보았다.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에서 온 듯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처음 들린 곳은 피자 가게. 아랍계로 보이는 청년이 기웃거리는 사람을 끌어들였다. 거리의 노점상은 대부분 외국인이 주인이었다. 1층 상가의 선물 가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가게는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고급 옷가게, 화장품, 보석 가게는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인인 것 같았다. 물건값도 모르고, 짐이 무거워서도 사지 않았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빵 몇 개 산 것이 전부였다. 베니스에서 진짜 베니스 상인은 만나지 못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400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16세기의 베니스는 막강한 도시국가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인근 발칸반도 여러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북쪽에 있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거나 육로도 쉽게 당도할 수 있다.     지중해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베니스에는 유대인 상인들이 많았다. 안토니오는 예쁜 여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는 평소에 거래하던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샬롯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샬롯은 무이자로 빌려주되,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살점 한 파운드를 떼어가는데 서명하라고 요구했고, 돈이 급한 안토니오는 이에 동의했다. 무역상 안토니오는 항구에 묶인 화물이 풀리지 않아 상환할 수 없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안토니오의 변호인은 “우리가 서명한 것은 오직 살점만 잘라가도록 허락한 것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떼어 가라.”   유대인들은 이 희곡이 유대인들을 탐욕적으로 묘사한 반유대주의 작품이라고 들고 나왔다. 셰익스피어는 이에 “이것은 코믹한 희곡이다. 반유대 감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4~5년 전 발칸반도의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를 돌아본 이후 이번에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를 여행했다. 불가리아에서 투어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 “나치 명령으로 유대인을 잡아 버스에 태워 가던 중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 독가스로 죽였습니다.” 세르비아의 노비 사드에서 들었다. “몹시 추운 겨울, 유대인들을 강으로 데리고 가 발가벗기고 물에 뛰어들도록 했어요. 안 들어가면 쏴 죽였고, 들어간 사람은 얼어 죽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잔인한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리브에서 주차장을 보았다. 원래 시나고그였는데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불을 질러 쓰러졌다고 한다. 스프릿, 두드리닉에는 유대인 집단촌이 있었고 지금도 1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반유대 작품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당시 유럽에 팽배했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베니스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진짜 베니스

2023-03-22

남편과 거리 두기? 왕따 예방 나선 멜라니아 트럼프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3일 미시간주 블룸필드힐스의 한 중학교를 깜짝 방문했다. 왕따 예방(anti-bullying)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는 급식실에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나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찾아서 같이 점심을 먹으라고 장려한다"면서 "친절과 연민을 선택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최근 남편 없이 독자적인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중학교 방문은 왕따 예방의 달과 '포용 주간'을 맞아 '아무도 혼자 밥 먹지 않기(No One Eats Alone)'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관련 기관들은 방문 예고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던 셈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흥분한 학생들에게 "우리는 사람 얼굴에 폰을 들이대지 않아요"라며 진정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에게도 다가가 악수를 하고, 학생들과 수십장의 셀피를 찍었다. 수업을 참관해 '고립된'과 '함께'로 단어를 분류하는 작업을 도우며 학생들에게 "누군가를 따라하려 하지 말라"거나 "마약, 담배는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모범이 되어 아이들이 물려받을 세계의 훌륭한 목자가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듣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왕따 예방과 어린이들을 위해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사이버 불링'의 대명사인 남편 트럼프가 걸림돌이었다. 남편과는 엇박자인 이 같은 행보를 펼치는 일 자체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멜라니아는 그걸 알면서도 독립적 행보에 나섰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트럼프 여사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그는 (트럼프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어린이들에게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이번 일도 그 일환"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경희 기자

2017-10-24

멜라니아, 14일 백악관 입성…트럼프 '한밤 트윗' 잠잠해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뉴욕 트럼프타워 생활을 정리하고 오는 14일 막내아들 배런(11)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다. CNN방송은 8일 멜라니아 여사와 배런이 예정대로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백악관으로 옮기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며 백악관 참모들도 숙소 단장을 포함해 멜라니아 여사를 맞을 준비를 끝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배런이 학교를 마칠 때까지 뉴욕에 남겠다며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편, 폴리티코는 "멜라니아의 백악관 합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한밤중에 쏟아내는 '폭풍 트윗'을 잠재우고, 그가 구설에 오르는 걸 막을 사람은 멜라니아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첫 해외 순방 당시 9일 동안 트윗을 올리지 않았는데, 멜라니아가 매일 남편 곁을 지켰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부인 전문가 캐서린 젤리슨 오하이오대 역사학과 교수는 "멜라니아가 정치적 위기에 처한 대통령에게 '심리적 안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크리스토퍼 루디 뉴스맥스 대표는 "트럼프가 일할 때 아내 의견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서도 트럼프가 악평을 받은 것과 달리 멜라니아는 세계 외교 데뷔 합격점을 받았다. 대체로 말없이 트럼프 옆을 지켰지만 뛰어난 패션감각에 스타파워를 보였으며 자칫 냉랭할 수 있는 트럼프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분위기를 녹이는 데도 기여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텔아비브 벤 구리온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는 모습은 동영상으로 찍혀 전세계인의 관심이 되기도 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7-06-08

"멜라니아, 뉴욕 빨리 떠나라"

"학기 중 전학 가는 아이들 부지기수" 막내아들 맨해튼 학교 고집에 분노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뉴욕 추방을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에 4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아들 배런 트럼프의 학교를 이유로 멜라니아가 백악관 입성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통령과 영부인의 두 집 살림으로 인한 경호 비용이 두 배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명자들은 국민 혈세로 경호를 받고 있는 멜라니아가 하루빨리 뉴욕을 떠나 백악관에 들어가거나 경호 비용을 사비로 지불할 것을 청원 운동 웹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촉구하고 있다. 31일까지 43만1125명이 서명해 목표 서명자 수 50만까지 6만8875명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멜라니아가 트럼프타워에 머물며 발생하는 경호 비용은 하루 평균 12만7000~14만6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자들은 이 웹사이트에서 서명 후 이유를 적는 코너를 통해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 주민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버몬트.텍사스.와이오밍 등 전국 각지의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미시간주 마운트플레젠트에 사는 드루 샌즈는 "역대 영부인 중 자녀를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은 이들은 없었다. 이 나라에 아빠가 근무지를 옮겨서 학기 중에 전학 가는 아이들이 한둘인 줄 아나. 세금을 내는 미국인으로서 백악관 밖에서 사는 영부인의 경호 비용을 내야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고 비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당선 전부터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았던 코미디언 로시 오도넬은 지난달 29일 멜라니아가 트럼프를 위로하는 내용으로 올린 트윗에 "트럼프와 이혼하고 아들, 부모님과 함께 빨리 도망가라"고 받아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도넬은 최근 배런이 자폐아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한 바 있다. 한편 이 청원은 더그 카루아나라는 시민이 최초 서명으로 시작했고 인원을 채우면 버니 샌더스(민주.버몬트)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렌(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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