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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2)

베니스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만났다. 운하 주변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뉴욕, 파리, 런던, 홍콩에서 볼 수 있는 북적대는 대도시 사람의 물결이었다. 군중 틈에 경찰이 2개 조로 따라 다니고 있었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찰자의 눈으로 노점상과 고객들, 쏟아져 나오는 군중을 살펴보았다.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에서 온 듯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처음 들린 곳은 피자 가게. 아랍계로 보이는 청년이 기웃거리는 사람을 끌어들였다. 거리의 노점상은 대부분 외국인이 주인이었다. 1층 상가의 선물 가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가게는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고급 옷가게, 화장품, 보석 가게는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인인 것 같았다. 물건값도 모르고, 짐이 무거워서도 사지 않았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빵 몇 개 산 것이 전부였다. 베니스에서 진짜 베니스 상인은 만나지 못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400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16세기의 베니스는 막강한 도시국가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인근 발칸반도 여러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북쪽에 있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거나 육로도 쉽게 당도할 수 있다.  
 
지중해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베니스에는 유대인 상인들이 많았다. 안토니오는 예쁜 여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는 평소에 거래하던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샬롯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샬롯은 무이자로 빌려주되,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살점 한 파운드를 떼어가는데 서명하라고 요구했고, 돈이 급한 안토니오는 이에 동의했다. 무역상 안토니오는 항구에 묶인 화물이 풀리지 않아 상환할 수 없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안토니오의 변호인은 “우리가 서명한 것은 오직 살점만 잘라가도록 허락한 것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떼어 가라.”   유대인들은 이 희곡이 유대인들을 탐욕적으로 묘사한 반유대주의 작품이라고 들고 나왔다. 셰익스피어는 이에 “이것은 코믹한 희곡이다. 반유대 감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4~5년 전 발칸반도의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를 돌아본 이후 이번에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를 여행했다. 불가리아에서 투어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 “나치 명령으로 유대인을 잡아 버스에 태워 가던 중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 독가스로 죽였습니다.” 세르비아의 노비 사드에서 들었다. “몹시 추운 겨울, 유대인들을 강으로 데리고 가 발가벗기고 물에 뛰어들도록 했어요. 안 들어가면 쏴 죽였고, 들어간 사람은 얼어 죽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잔인한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리브에서 주차장을 보았다. 원래 시나고그였는데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불을 질러 쓰러졌다고 한다. 스프릿, 두드리닉에는 유대인 집단촌이 있었고 지금도 1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반유대 작품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당시 유럽에 팽배했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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