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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뭐든지 물어보세요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5·끝)

코로나바이러스 바로 직전 두바이-아부다비를 여행했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전통적인 두바이 가정으로 데리고 갔다. 고유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은 미국인들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했다. 그녀는 많은 미국인이 아랍인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뭐든지 질문하라고 해서 아무거나 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족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고, 테러리즘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종교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 고유 의상이다. 워낙 볕이 따가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고 대답했다. “UAE는 현재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느냐” “옛날이야기다. 당신은 과거를 말하고 있다. 요즘은 절대다수가 한 남편, 한 아내를 가지고 있다. 여기선 데이트하기가 어려워 일단 결혼부터 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율이 높다.”
 
이번 여행 중 두 번 현지 가정, 농장에 초대받았다. 크로아티아에서 400년 된 가족농장에서 재배한 채소, 직접 기른 돼지, 닭고기를 먹었고, 손수 빚은 와인을 마셨다. 주인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아들, 딸이 춤을 추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현지 유명 식당에 초대되었다. 그들은 전통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나이든 댄서가 관광객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었다.  
 
내가 이용하는 미국 여행사는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인과의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 쿠바는 잠깐 미국 여행자를 받아들였다. 여행 목적은 교육 및 문화교류, 그렇지 않으면 입국비자를 받을 수 없다. 하바나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만나고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다. 루마니아, 베트남에서는 잘 사는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들은 아메리칸이 찾은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미의 에콰도르, 페루에서는 현지 와이너리, 흙담집을 찾아 고유 음식을 같이 했다.  
 


나는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여행을 ‘심각하게’ 하는 편이다. 출발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질문을 준비한다. 여행 중 나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미국인은 책을 읽고 오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즐기고 와인을 마신다. 젊은 배낭족들은 캐슬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험한 트레일을 완주하며 싼 호텔에 머무른다. 골목 뮤지엄을 찾고, 현지인과도 쉽게 어울린다. 발칸 반도에는 인구 수백만의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 세기 동안 종교분쟁을 겪었고 크고 작은 전쟁에 휩쓸렸다.  
 
여행을 떠나가 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돌아왔다고 반가워할 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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