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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항소법원 “권도형, 한국으로 송환해야”

권도형(33·사진)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커졌다.   1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에 대해 한국으로의 약식 인도를 허용한 반면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며 "이 결정에 (검찰과 변호인이)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명시했다.   항소법원은 또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직권으로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심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에 비해 순서상 먼저 도착한 것으로 봤다"며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1심 판결은 그 이유가 명확하고 충분하며 2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권씨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한국 송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씨가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검거된 후 그의 신병 인도를 결정에 대한 권한 주체가 법원인지, 법무부 장관인지를 놓고 판단이 계속 번복됐다.   법률에 따라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사법부와, 대미 관계를 의식한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충돌한 탓이다.   양측의 다툼 속에 1년 넘게 결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지난 3월에는 항소법원의 결정으로 권씨의 한국행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지만,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한국행을 무효화했다.   하지만 최근 몬테네그로 정부의 부분 개각을 통해 밀로비치 장관이 교체돼 상황이 변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으며 지난해 3월 현지 공항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 11개월간의 도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과 미국은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두고 줄다리기 중이었으며, 함께 검거됐던 한씨는 지난 2월 한국으로 송환됐다. 권씨는 그간 한국행을 주장해왔다.   가상화폐 전문지 코인데스크는 "이날 결정으로 한·미 중 최종 인도국이 어디가 될지에 대한 수개월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몬테네그로 항소법원 몬테네그로 항소법원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한국 송환

2024-08-01

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미국 아닌 한국 송환 결정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7일 금융투자전문지 배런스·몬테네그로 국영TV RTCG·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법원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를 파산시킨 혐의로 수배중인 권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수용, 미국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빨랐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4월 3일)보다 사흘 빨랐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권씨의 인도국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 됐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한국 송환을 결정한 근거를 공개하진 않았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따르므로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권씨 측은 한국행을 강력하게 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권씨가 실제로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종 승인 권한은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하면 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보, 신병 인도 절차를 협의하게 된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미국 몬테네그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 몬테네그로 법원 한국 송환

2024-03-07

[삶의 뜨락에서] 뭐든지 물어보세요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5·끝)

코로나바이러스 바로 직전 두바이-아부다비를 여행했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전통적인 두바이 가정으로 데리고 갔다. 고유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은 미국인들에게 “뭐든지 물어보세요” 했다. 그녀는 많은 미국인이 아랍인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뭐든지 질문하라고 해서 아무거나 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왕족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 않고, 테러리즘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종교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지 않다. 고유 의상이다. 워낙 볕이 따가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고 대답했다. “UAE는 현재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느냐” “옛날이야기다. 당신은 과거를 말하고 있다. 요즘은 절대다수가 한 남편, 한 아내를 가지고 있다. 여기선 데이트하기가 어려워 일단 결혼부터 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율이 높다.”   이번 여행 중 두 번 현지 가정, 농장에 초대받았다. 크로아티아에서 400년 된 가족농장에서 재배한 채소, 직접 기른 돼지, 닭고기를 먹었고, 손수 빚은 와인을 마셨다. 주인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아들, 딸이 춤을 추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현지 유명 식당에 초대되었다. 그들은 전통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나이든 댄서가 관광객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추었다.     내가 이용하는 미국 여행사는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인과의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 쿠바는 잠깐 미국 여행자를 받아들였다. 여행 목적은 교육 및 문화교류, 그렇지 않으면 입국비자를 받을 수 없다. 하바나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만나고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다. 루마니아, 베트남에서는 잘 사는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들은 아메리칸이 찾은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미의 에콰도르, 페루에서는 현지 와이너리, 흙담집을 찾아 고유 음식을 같이 했다.     나는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여행을 ‘심각하게’ 하는 편이다. 출발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질문을 준비한다. 여행 중 나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미국인은 책을 읽고 오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즐기고 와인을 마신다. 젊은 배낭족들은 캐슬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험한 트레일을 완주하며 싼 호텔에 머무른다. 골목 뮤지엄을 찾고, 현지인과도 쉽게 어울린다. 발칸 반도에는 인구 수백만의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수 세기 동안 종교분쟁을 겪었고 크고 작은 전쟁에 휩쓸렸다.     여행을 떠나가 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돌아왔다고 반가워할 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최복림 / 시인오피니언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고유 의상

2023-04-12

[삶의 뜨락에서] 헤어진 사연들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4)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리브, 인구 380만 명 중 1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이다. 언덕 위에 구도시, 밑에 신도시가 있는데 정부기관, 오래된 교회는 올드타운에 있다. 의사당 앞에서는 배달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발효되는 새 법이 자전거 배달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왼쪽으로 한 블록 거리에 아주 재미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이 나라 현대 미술 박물관보다 방문객이 많은 자그리브의 명소다. 좁은 2층 박물관은 여행자들로 붐비었는데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뮤지엄을 설립한 사람은 올린카라는 여자와 드라론이라는 남자, 이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이면서 애인 사이였는데 오래 동거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워하지 않고 지금도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이혼 및 결별 사연을 모아 전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2010년 이 박물관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터졌다. 입장료는 비수기에 일 인당 5.5유로, 여행 성수기에는 이보다 비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많았다가 소문이 나면서 각국에서 글이 답지하고 박물관 측은 수시로 사연을 바꾸어 전시하고 있다. 여기 실린 글 몇 개를 소개한다. “죽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랑은 결국 죽는다.” “여린 마음으로 헤어져라. Leave with a tender heart.” “고통스러운 순간일수록 감미롭게 대하라. Take the bitter with Sweet.” “모든 사랑은 외국 여행 중 생긴다. All love affairs happen in foreign cities.”   독일 남자가 아내와 이별하게 된 사연, “아내는 매일 거울 앞의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거울 앞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요. 아내는 그 후 애 둘을 나에게 맡기고 파티에 가곤 했습니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었습니다.” 캐나다 부부의 결별 사연, “우리는 4년간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 그는 두 개울이 바다로 합친 향상이 그려진 나무 지팡이를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전 아내가 준 것이었는데 지금 아내는 재수 없다며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프랑스 남자가 보내온 이야기, “여자 친구와 9년간 사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싫증이 났는지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나는 작은 섬으로 가 아무도 찾지 못하게 동굴 속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부부 3분의 1은 살다가 헤어진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행복한 부부 관계나 연인 사이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슬로베니아 수도, 유비아나의 메인 스퀘어에 이 나라의 국보적 시인, 프래스랜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는 이 나라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지배를 받고 있을 시대에도 모국어로 주옥같은 시를 썼다. 30대 변호사-시인인 그는 15살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동상에서 멀지 않은 빌딩에 소녀의 초상화가 있다. 그의 사랑은 로맨스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녀는 좋은 집안의 딸이고, 그는 서민 출신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끝나게 되어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베니스 크로아티아 결별 사연

2023-04-05

[삶의 뜨락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3)

‘물은 자연의 원동력이다(Water is the driving force of nature).’ -레오나르도 다 빈치   크로아티아는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사진이나 그림엽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 관광객이 모여든다. 한국인들도 많이 와 코로나 전에는 특별 전세기까지 운항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서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여러 번 만났다. 자그레브의 낙서 벽에는 ‘삼척 박 씨, 며느리 파이팅’이라는 글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투어 그룹은 대부분 은퇴자인데 한국 단체들은 젊게 보이는 부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크로아티아 오타피아 노점상에서 트럼풀이라는 비싸지 않은 약재를 샀는데 상인은 “싸다. 비싸다” 하는 것이 한국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 웃었다.     이번에 방문한 발칸 세 나라를 아름답게 한 것은 높은 산과 내해 깊숙이 들어 온 바닷물이다. 대부분의 관광은 베니스에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 버스를 타고 해안을 도는 일정이다. 나는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보다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자연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몬테네그로(Montenegro-검은 산)의 경관은 잊을 수 없다. 수천 피트 높은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바닷물은 깊은 만까지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안에는 홍합 양식장이 많았다. 이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큰 대접을 받고 고양이 박물관이 있다.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공원 벤치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도 많다. 유럽이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갔을 때 아름다운 이 도시는 피해가 작았다. 고양이들이 병균을 옮기는 쥐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스프릿, 드보로닛 항에는 넓은 보도가 있고,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신다.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한때 티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낙천적으로 보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다. 아이들이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들은 날씬하다. 그러나 애를 몇 낳고 나이가 들면 몸집이 커져 귀여운 느낌은 없다. 남자 평균 신장은 180cm가 된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자달(Zadar)이라는 항구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Sea Organ)’를 들었다. 아이디어가 매우 시적이다. 바닷물이 닿는 보도에 금, 은, 동으로 만든 가느다란 파이프를 심었다. 파도와 접촉하는 순간 오르간 소리가 생기고 이 소리는 작은 구멍(Holes)을 통해 전달된다. 멀리서는 은은하게 들리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제법 큰 풍금 소리가 된다. 크로아티아의 컬카(Krka ) 국립공원은 작으나 이색적이다. 산 중턱 곳곳에서 물이 쏟아져 온 계곡이 수백 개의 폭포가 된다. 1.2마일밖에 안 되는 나무 트레일이 있는데 걸을 만 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에서 두 번째 꼽히는 ‘푸른 나라(Green Country)’에 속한다. 인구 200만의 소국이지만 사람도 자연만큼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세 나라는 관광이 주 산업이고 호텔이 현대식이면서도 비싼 것 같지 않고 물가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았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베니스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여행기 풍금 소리

2023-03-29

[삶의 뜨락에서]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2)

베니스에서 베니스의 상인을 만났다. 운하 주변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다. 뉴욕, 파리, 런던, 홍콩에서 볼 수 있는 북적대는 대도시 사람의 물결이었다. 군중 틈에 경찰이 2개 조로 따라 다니고 있었다. 소매치기가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찰자의 눈으로 노점상과 고객들, 쏟아져 나오는 군중을 살펴보았다.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에서 온 듯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처음 들린 곳은 피자 가게. 아랍계로 보이는 청년이 기웃거리는 사람을 끌어들였다. 거리의 노점상은 대부분 외국인이 주인이었다. 1층 상가의 선물 가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가게는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고급 옷가게, 화장품, 보석 가게는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주인인 것 같았다. 물건값도 모르고, 짐이 무거워서도 사지 않았다. 호텔 근처 식당에서 저녁 먹고, 빵 몇 개 산 것이 전부였다. 베니스에서 진짜 베니스 상인은 만나지 못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400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16세기의 베니스는 막강한 도시국가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인근 발칸반도 여러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북쪽에 있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거나 육로도 쉽게 당도할 수 있다.     지중해의 대표적 무역항이었던 베니스에는 유대인 상인들이 많았다. 안토니오는 예쁜 여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는 평소에 거래하던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샬롯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샬롯은 무이자로 빌려주되,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살점 한 파운드를 떼어가는데 서명하라고 요구했고, 돈이 급한 안토니오는 이에 동의했다. 무역상 안토니오는 항구에 묶인 화물이 풀리지 않아 상환할 수 없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안토니오의 변호인은 “우리가 서명한 것은 오직 살점만 잘라가도록 허락한 것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떼어 가라.”   유대인들은 이 희곡이 유대인들을 탐욕적으로 묘사한 반유대주의 작품이라고 들고 나왔다. 셰익스피어는 이에 “이것은 코믹한 희곡이다. 반유대 감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4~5년 전 발칸반도의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를 돌아본 이후 이번에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를 여행했다. 불가리아에서 투어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 “나치 명령으로 유대인을 잡아 버스에 태워 가던 중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 독가스로 죽였습니다.” 세르비아의 노비 사드에서 들었다. “몹시 추운 겨울, 유대인들을 강으로 데리고 가 발가벗기고 물에 뛰어들도록 했어요. 안 들어가면 쏴 죽였고, 들어간 사람은 얼어 죽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런 잔인한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리브에서 주차장을 보았다. 원래 시나고그였는데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불을 질러 쓰러졌다고 한다. 스프릿, 두드리닉에는 유대인 집단촌이 있었고 지금도 100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반유대 작품으로 단정할 수 없으나 당시 유럽에 팽배했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베니스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진짜 베니스

2023-03-22

[삶의 뜨락에서] ‘물의 도시’ 에 물이 부족하다 -베네치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1)

3월 13일 새벽 3시 반. 베네치아의 아마디우스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이곳 마르코 폴로 공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택시 정류장에는 영어를 하는 30여 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세 대가 와서 그들을 싣고 가고 이어 어둠 속에서 또 한 대가 나타나 “초이” 하고 불렀다. 내가 탄 택시는 도로를 달리는 보통 택시가 아닌 Water Taxi, 날도 밝기 전 빠른 속도로 공항을 향해 달렸다. 지중해의 상류인 Adriatic Sea의 찬 새벽 바다에는 갈매기도 보이지 않았다. 워터 택시와 승객을 싣고 정거장마다 서는 워터 버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 유명 박물관은 거의 물가에자리 잡고 있어 워터 택시나 곤돌라가 육상 교통수단보다 편리하고 요금이 싸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베네치아의 물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지중해, 여기서 나온 큰 물줄기인 운하들, 그리고 좁은 골목 같은 채널(Channel)이 있는데 곤돌라는 주로 채널을 누비고 다닌다. 한 시간 대여에 80~100유로, 요즘 달러 시세가 강세여서 80~100달러에 이탈리아 가곡을 들으며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관광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3월 초였지만 가족 단위로 곤돌라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베네치아에 온 김에 한 번 타 보자. 언제 또 오겠나.   크레딧 카드를 안 받고, 오직 유로로만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유로가 없다고 했더니 은행 ATM에 가서 환전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타고 봤다. 노를 젓는 사람은 베네치아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수로 곳곳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마르코 폴로가 살던 집이 어딘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세계 각국 언론에서 베네치아가 가뭄으로 물이 말라 곤돌라 운행이 중단됐다고 떠들썩한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베네치아는 지난 3개월간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썰물일 때 일부 채널의 수위가 낮아 곤돌라가 다니지 못한 곳이 있었는데 언론이 좀 과장해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 유럽의 가장 번성한 교역항이었던 베네치아는 늪지대에 운하를 파서 워터 버스와 곤돌라를 다니는 수로를 만들었다. 운하를 따라 118개의 골목 물길이 있고 400여 개의 돌다리가 있다. 사람에 밀려 걸어가니 좁은 골목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이 젊은 여행자들이었다. 베네치아를 찾는 연 관광객은 2000만이 넘는다고 한다. 곤돌라로 물길을 따라가면서 건물 1층은 밀물에 침수가 잦아 사람이 살기 어렵고 2층 이상만 주거가 가능한 것을 알았다. 번화가의 1층은 상가이지만 높은 층은 보수가 되지 않은 수 백 년 낡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구도시 느낌이었다. 내가 하룻밤 잔 호텔은 운하 옆에 있는 오래된 건물, 방이 좁고 바닥은 나무로 돼 있었다. 룸키는 무거운 구리 열쇠, 정문도 자동문이 아닌 자물쇠로 여닫는 문이었다.     베네치아의 역사 보존은 현대인들을 중세기로 안내해 유네스코 World Heritage Site로 지정되었다. 런던의 더타임스가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의 하나”라고 격찬하고, 뉴욕타임스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부른 베네치아, 이 독특한 도시를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도시 베네치아 워터 택시 곤돌라 운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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