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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 -베니스,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여행기 (3)

‘물은 자연의 원동력이다(Water is the driving force of nature).’ -레오나르도 다 빈치
 
크로아티아는 경치가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사진이나 그림엽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 관광객이 모여든다. 한국인들도 많이 와 코로나 전에는 특별 전세기까지 운항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서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여러 번 만났다. 자그레브의 낙서 벽에는 ‘삼척 박 씨, 며느리 파이팅’이라는 글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투어 그룹은 대부분 은퇴자인데 한국 단체들은 젊게 보이는 부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크로아티아 오타피아 노점상에서 트럼풀이라는 비싸지 않은 약재를 샀는데 상인은 “싸다. 비싸다” 하는 것이 한국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 웃었다.  
 
이번에 방문한 발칸 세 나라를 아름답게 한 것은 높은 산과 내해 깊숙이 들어 온 바닷물이다. 대부분의 관광은 베니스에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 버스를 타고 해안을 도는 일정이다. 나는 눈을 즐겁게 하는 여행보다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자연에 매료되었다. 그중에서도 몬테네그로(Montenegro-검은 산)의 경관은 잊을 수 없다. 수천 피트 높은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바닷물은 깊은 만까지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안에는 홍합 양식장이 많았다. 이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큰 대접을 받고 고양이 박물관이 있다. 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 공원 벤치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도 많다. 유럽이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어 갔을 때 아름다운 이 도시는 피해가 작았다. 고양이들이 병균을 옮기는 쥐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스프릿, 드보로닛 항에는 넓은 보도가 있고,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신다.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한때 티토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낙천적으로 보였다. 이 나라 사람들은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하다. 아이들이 아주 예쁘고 젊은 여자들은 날씬하다. 그러나 애를 몇 낳고 나이가 들면 몸집이 커져 귀여운 느낌은 없다. 남자 평균 신장은 180cm가 된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자달(Zadar)이라는 항구에서 ‘바다의 풍금 소리(Sea Organ)’를 들었다. 아이디어가 매우 시적이다. 바닷물이 닿는 보도에 금, 은, 동으로 만든 가느다란 파이프를 심었다. 파도와 접촉하는 순간 오르간 소리가 생기고 이 소리는 작은 구멍(Holes)을 통해 전달된다. 멀리서는 은은하게 들리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제법 큰 풍금 소리가 된다. 크로아티아의 컬카(Krka ) 국립공원은 작으나 이색적이다. 산 중턱 곳곳에서 물이 쏟아져 온 계곡이 수백 개의 폭포가 된다. 1.2마일밖에 안 되는 나무 트레일이 있는데 걸을 만 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에서 두 번째 꼽히는 ‘푸른 나라(Green Country)’에 속한다. 인구 200만의 소국이지만 사람도 자연만큼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세 나라는 관광이 주 산업이고 호텔이 현대식이면서도 비싼 것 같지 않고 물가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좋았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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