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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블루와 그린 색깔의 역사

북미 생활을 하면서 가끔 영어로 실수하는 것이 있다. 신호등 불이 파랄 때 “It‘s blue (파란색이야)!”라고 외치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한국에서 초록불 대신 파란불이라고 불러온 습관 탓이다. 우리는 형용사 ’푸르다‘를 청색과 녹색, 그리고 그사이에 위치한 색상을 모두 포함한 색으로 여기지만 서양 언어권에서는 그 두 색깔은 전혀 다른 색이다.   서양사에서 ’블루‘라는 색깔의 근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기본 색상 중 가장 최근에 생성된 색이다. 초록색과 달리 ’블루‘는 자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하늘과 바다를 파랗다고 하지만 365일 중 정말로 파란 하늘은 몇 번 볼 수 없고, 바다도 엄밀히 말하면 파란색으로 보이는 때가 많지 않다.   고대 그리스인은 바다를 호메로스 ’오디세이‘의 유명한 구절에 따라 ’어두운 와인색 (the wine-dark sea)‘이라 규정했다. 오현명이 부른 ’명태‘에서 말하는 검푸른 바다가 보랏빛을 띤다고 생각하면 그 개념이 멀지 않다.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대접 모양의 와인잔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타고 있는 돛배가 잔 안쪽에 둥실둥실 떠 있는 모양이다. 와인이 가득 담긴 이 잔을 입에 대고 죽 들이켜 마셔보자. 그러면 포도 줄기가 솟아나는 돛배 주위로 돌고래가 검푸른 와인색 바닷물에서 헤엄치는 신비한 이미지를 보게 된다. 디오니소스를 몰라본 해적이 모두 돌고래로 변해 물속으로 뛰어들어간 신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술 역사상 ’블루‘라는 색상은 고대 이집트를 제외하면 중세기에 이르러서야 보편화했다. 그 이후에도 물감 재료가 무게당 금보다 비싸서 왕족이나 성모 마리아가 입는 옷의 색깔로 지정되어 신성함과 권력을 상징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인 ’블루‘는 이토록 희귀한 역사를 자랑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블루 색깔 미술 역사상 와인색 바닷물 기본 색상

2023-08-2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집으로 가는 길

동네 길목마다 삼삼오오 모여 동그라미 그리며 버스를 기다린다. 키가 훌쩍 자란 고등학생, 여드름 송송 돋은 중학생, 잠시도 가만히 서있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버섯처럼 모여있다. 아빠 손 잡고 형과 누나 전송하러 나온 꼬마들은 눈을 비비며 신바람이 났다. 유모차에 아기 싣고 온 식구가 총출동한 가족까지 등장한다. 아기 안고 기다리는 엄마 얼굴은 아침 햇살 받아 홍조를 뛴다. 샛노란 개나리꽃 색깔의 버스 문이 열리자, 형 따라 버스에 오르려던 세살배기 아이는 아빠가 손을 잡아 끌어내리자 앙 울음을 터트린다.     아! 해방이다. 부모에게는 길고 긴, 아이들에게 짧은 여름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이들은 친구 다시 만나 즐겁고 부모는 긴 여름 동안 애들과 씨름하며 부대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어 대환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란 말은 구전설화로 암행어사 박문수가 가난한 오누이를 도와 나란히 혼례를 치르게 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박문수가 가난한 오누이 집에서 저녁을 얻어 먹었는데 가세가 기울어 내일이면 정혼한 처녀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간다고 슬퍼했다. 이야기를 들은 박문수는 지략으로 도령을 장가 들게 도와주고, 처녀와 하례를 치르기로 한 신랑은 누이와 짝 지어 남매 둘을 혼인시킨다.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는 이야기다.   우리 동네가 ‘Back To School’로 분주해서 연락했더니 딸이 사는 뉴저지는 다음 주부터 학교가 시작한다고 했다. 곧이어 새 옷 샤핑하며 모델처럼 비비꼬며 폼 재는 손녀 사진이 텍스트로 날아온다. 할머니 체면에 못 본 척 할 수 없어 금일봉을 전달한다. 딸 사위 아들 며느리에 손주가 넷이니 일년 동안 할러데이와 기념일, 생일 등 기억할 날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쌈짓돈마저 마를 지경이다. 달력에 빼곡히 적어놓는데 어쩌다 놓치면 할미 노릇 못하는 어미로 추락한다.     딸은 레이쳘레이쇼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방송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는데 둘째를 낳은 뒤 아이 키우는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한 점 후회 없이, 정성을 다해 얼마나 열심히 키우는지 엄마 노릇 대충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 아이 셋은 할머니가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 키웠다. 상록회 어른들 모임에서 성경공부하고 찬양연습이 끝나면 부리나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부엌 식탁에 알록달록 좋아하는 간식과 과일 담아놓고 아이들의 노란 버스를 기다렸다. 개나리꽃 버스에서 내린 애들은 빛의 속도로 달려와 할머니 품에 안긴다. 할머니는 해바라기처럼 큰 미소로 아이들을 맞는다. 학교로 가는 길은 희망을 안고 달리는 꿈 길이다. 집으로 오는 길은 사랑이 넘치는, 꿀이 담긴 귀향이다. 옛날 옛적에 보따리 가방을 매고 꼬불꼬불 좁은 시골 길 따라 학교에 갔다. 동무들과 재밌게 놀면서도 집으로 가는 시간을 기다렸다. 비가 오면 어머니는 비닐 우산 쓰고 측백나무가 보초를 선 학교 앞에서 날 업고 집으로 갔다.     꼬부랑길 따라 달려 갈 때면 빈 양은 도시락 안에서 젓가락이 달그락거렸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머니 젖무덤처럼 편안하고 행복했다. 수양버들나무에 묶인 그네와 짚으로 엮은 사립문이 보이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달려가 하얀 소복 입은 어머니 품에 안기면 보름달처럼 환하게 안도의 숨을 쉰다. 딸의 염색체가 나를 건너뛰고 할머니를 닮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자식은 사랑과 정성으로 자란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개나리꽃 버스 할머니 체면 개나리꽃 색깔

2023-08-22

'내게 맞는 색' 찾아드려요…퍼스널 컬러 진단가 송지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 컬러를 찾아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어요."   15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력의 '머스트 메이크업.헤어' 송지애(사진)씨는 지난 2021년부터 '퍼스널 컬러 진단 사업'을 시작했다.   퍼스널 컬러에 대해 송씨는 "이미지 컨설팅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자신의 고유 색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면 나를 더 돋보이려고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가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피부톤에 맞는 것을 골라야 깔끔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퍼스널 컬러 진단은 크게 웜톤과 쿨톤, 계절별로 나뉜다"며 "피부 색깔, 밝기(명도)와 눈동자와 피부 사이 대비감을 주로 본다. 쉽게 피부 톤이 노란색을 띄면 웜톤(yellow base), 푸른빛이 돌면 쿨톤(blue base)으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진단은 민낯인 상태에서 진행되며 총 150장의 천을 얼굴에 대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준다. 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진단 이후에는 퍼스널 컬러에 맞는 화장품부터 헤어 컬러까지 설명해주고 메이크업도 해준다.   퍼스널 컬러 사업 자격증은 국가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으로 컬러 컨설턴트(color consultant)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송씨는 "자격증은 수료증 같은 민간자격증으로 3~4개월 이내에 취득할 수 있다"며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오랜 실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퍼스널 컬러'라는 전문 분야는 1920년대에 독일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던 요하네스 이텐이 학생의 머리카락, 눈동자 색 등 신체 고유의 특징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색상 팔레트가 나오면서 외모와 이미지의 개성을 중시했던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송씨는 "1~2년 전부터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퍼스널 컬러가 최근 유행한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며 "미국에서는 역사가 오래됐고 고객층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전했다.   ▶문의: (714)396-9990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퍼스널 유망주 퍼스널 컬러 피부 색깔 민간 자격증

2023-06-12

[시로 읽는 삶] 색깔의 유혹

아무래도 나는 빨강이 되어가는 중이다// 빨강을 만난 건 겨울이었으나 겨울이 아니었더라도, 그 흰 눈 위에 떨어진 핏방울 혹은 얼음 속의 불// 우리는 잠시 스쳤을 뿐인데// 묻었나봐/ 꼭 여며두었던 소매 끝이거나 긴 목도리의 한쪽/ 열꽃이 번지고// 나는 사흘에 한 번 빨강을 앓고 하루에 한 번 그를 앓으며// 빨강이 되어간다/ 빨강은 얼어붙은 불이거나 불타는 얼음(…)   -유병록 시인의 ‘빨강’ 부분     코로나가 시작되고 우울감이 가중되던 때 빨간색으로 차를 바꿨다. 토스터도 커피포트도. 세상이 다 칙칙해 보이고  마음도 바닥으로만 길을 내서 빨강이면 좀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주위에서는 웬 빨강, 하면서 빨강색 차는 도난의 위험도 크다고 하고 너무 튀는 것 아니냐며 다소 의아해했다.   빨간색 차가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공헌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빨강의 역할로  좀은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 것 같다. 코로나라는 터널을 어둡지만은 않게 지내왔다고 생각된다. 얼어붙은 불이거나 불타는 얼음으로 표현되는 빨강의 내부에는 생명력이 잠재해 있음은 확실하다.   ‘색채의 향연’ (장석주 지음)은 색에 관한 통찰이 매력적인 책이다. 색에 관한 작가의 관찰이 남다르다. 지은이는 “사람이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은 1000개 정도다. 놀라지 마시라, 디지털 기술로 빛의 삼원색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색깔은 1600개! 이토록 많은 색깔은 저마다 만물과 조응하면서 마음 깊은 곳 금(琴)을 울린다. 색깔은 오감과 비벼지면서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고 기술했다.   그 많은 색깔 중에서도 빨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빨강은 생명의 원점이다.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절대 가치에 속한다. 그래서 빨강은 고귀하다. 빨강은 이성을 압도하는 본성의 색깔이다, 열정과 희열은 검정도 아니요 노랑도 아닌 빨강을 타고 온다. 빨강은 사랑과 열정의 신호색이다”   적색은 가시광선 중에서 가장 긴 파장을 가지고 있다. 갓난아이에게 가장 먼저 인지되는 색이라고 한다. 인류가 찾아낸 대표적인 빨강의 원천은 진드기류의 빨간색을 띤 벌레였다. 그중에서도 질 좋은 빨강을 제공하는 ‘코치닐’은 최상이다. ‘코치닐’은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로 붉은색을 띠는 암컷만을 말린 후 붉은 색소로 사용된다.     에너지와 생명의 상징인 빨강,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 격렬, 폭력, 무자비, 혈투, 전쟁, 파괴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빨강의 문화사’를 쓴 스파이크 버클로(회화복원 전문가)는 신화, 종교, 과학, 언어학, 고고학, 인류학, 미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빨강의 변화무쌍한 일대기를 추적한다. 그에 의하면 오늘날 붉은 깃발은 흔히 공산주의, 좌파, 혁명, 노동자를 상징한다. 이는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러시아 볼셰비키와 중국 공산당 등이 붉은색을 상징으로 삼은 탓이다.   하지만 사실 빨강은 각 나라의 국기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색이다. 전 세계 80%의 국기에 빨간색이 포함되어 있다. 빨강은 혁명의 색 이전에 왕의 위엄과 헌신, 정치적인 인내심을 나타내는 색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빨강은 왕실과 귀족들이 선호하는 색이었다.     흰색에서 검정에 이르기까지 잦아들고, 내치고, 부딪치면서 탄생했을 색깔들, 밝고 부드러운 색과 차고 서늘한 색들이 대치하지 않고 스며들어 가며 봄은 색깔을 탄생시킨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색깔 사실 빨강 사회주의 혁명 디지털 기술

2023-03-14

올해 단풍 짙다

    올해 워싱턴 지역 단풍 색깔이 예년에 비해 선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존 세일러 버지니아텍 교수는 "지난달 비교적 많은 강수량으로 지표면에 수분 함량이 많은 반면, 이번달 강수량은 많지 않고 일조량이 풍부해 단풍색이 짙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나무는 9월경에 지표면 수분이 적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단풍 색깔이 예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지표면 수분이 많으면 예년에 비해 약간 더 빨리 낙엽을 떨구게 된다.   버지니아산림청(VDF)는 9월 하순 혹은 10월 초순 쉐난도우 고지대 지역을 시작으로 점차 단풍을 서쪽과 남쪽으로 옮겨와 북버지니아 지역 단풍 절정시기가 10월 중하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랜드 자연자원국도 수도권메릴랜드 지역 단풍을 비슷한 시기로 예측했다.   절정 지속기간은 10일 정도다. 이미 10월초 쉐난도우 고지대 지역을 시작으로  10월 중순 해리스버그, 워런튼 등 블루릿지 서사면 구릉지대인 피드몬트 지형대, 그리고 10월 하순에는 워싱턴 지역 저지대 피드몬트 지형대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체사픽만에 접한 저지대 평야 지대는 11월초 절정이 예상된다. 올여름 무더위 때문에 단풍 절정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9월 중순이후 비교적 강우량이 많지 않아 나뭇잎 변색과 낙엽화 현상이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단풍은 낮지속 시간과 온도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나무가 가을철 광합성에 더욱 민감해져 낮시간이 짧아지는 낙엽을 떨구게 된다. 10월중순 경 워싱턴D.C. 낮지속시간은 10시간30분대로 들어서게 된다. 서부 고산지역 단풍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이유는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쉐난도우 고산 지역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해발고도가 낮아지는 지형 특성상 서쪽부터 순차적으로 단풍이 온다고 전했다. 메릴랜드는 쿰버랜드 동쪽의 로키 갭 주립공원부터 서쪽 해안가지대까지 순차적으로 단풍이 찾아온다.   당국에서는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앤 아룬델 카운티 절정시기가 가장 늦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풍 감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워싱턴 지역 가을철에 자주 발생하는 돌풍 현상이다. 기상당국은 10월 하순과 11월 초순 여러차례 강풍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단풍 중하순 지역 단풍 단풍 절정시 단풍 색깔

2022-09-22

애스핀 단풍 구경은 언제, 그리고 어디가 가장 좋을까?

 가을만 되면 콜로라도의 산야를 황금빛으로 바꾸어주는 애스핀 나무는 성장이 빠르고 아름답기 때문에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다. 동그란 잎이 햇볕에 반짝이며 팔랑거리는 모습은 예쁘기도 하지만, 산에서 강한 바람으로부터 나무둥치와 가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디자인된 잎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콜로라도의 애스핀 단풍 구경은 언제, 그리고 어디가 가장 좋을까? 일단 애스핀이 금빛으로 바뀌는 연평균 시기는 스팀보트 스프링스 지역의 경우 9월 15일부터 9월 25일, 애스핀, 텔룰라이드, 스노우매스 지역은 9월 22일부터 10월 3일, 덴버 메트로와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은 9월 25일부터 10월 7일, 푸에블로 지역은 10월 1일부터 10월 10일 경으로 예상된다. 남부 콜로라도는 피크타임이 북부보다 5일에서 10일 정도 늦다. 특히 북쪽을 향하고 있는 언덕의 경우, 햇볕을 받은 애스핀 색깔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며,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언덕의 경우, 가장 늦게 황금빛으로 탈바꿈한다. 특별한 날씨의 이변이 없는 한, 나무들은 9월 중순부터 서서히 옷 색깔을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콜로라도 프런트 레인지 지역에서 애스핀 단풍을 보기 좋은 지역은 다음과 같다.   ▶콜로라도 67 : 디바이드(Divide)와 크리플 크릭(Cripple Creek) 사이 ▶데커스 : 콜로라도 67번 국도를 타고 우드랜드 파크에서 세달리아까지 ▶보리어스 패스(Boreas Pass)  : 코모와 브래큰리지 사이, 마치 애스핀 단풍 터널을 지나는 듯 하늘을 막아선 애스핀의 노란 물결들이 숨막히게 아름답다. ▶에스테스 파크와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 : 트레일 리지 로드(US 34) ▶Gold Camp Road(골드 캠프 로드) : 브로드무어에서 크리플 크릭까지 ▶골든과 골든 게이트 캐년 주립공원 : 콜로라도 46을 타고 공원을 통과한 후 피크 투 피크 하이웨이(Peak-to-Peak Highway/ 콜로라도 72번 도로)까지 ▶과넬라 패스 : 조지타운(I-70)과 그랜트(US 285) 사이 ▶코노샤 패스 : 덴버 외곽 US 285 남서쪽에서 사우스 파크까지 ▶모리슨과 에버그린 : 모리슨 서쪽에서 콜로라도 74를 타고 에버그린까지 ▶피크 투 피크 하이웨이 : 블랙호크와 에스테스 파크 사이의 콜로라도 119, 72, 그리고 7번도로 ▶램파트 레인지 로드 : 세달리아와 우드랜드 파크 사이 ▶ 테네시 패스 : 레드빌에서 베일까지US 24번 도로 ▶콜로라도 남서부 지역의  Pagosa Springs와 Cortez사이의 US 160 도로 ▶북서부 지역의 Granby와 Walden 사이에 있는 Willow Creek Pass 위의 Colorado 125번 도로 ▶중서부 콜로라도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부터 Victor의 Gold Camp Road ▶프런트 레인지의 I-70부터 St. Mary’s Glacier까지 Fall River Road    이하린 기자애스핀 단풍 애스핀 단풍 애스핀 색깔 애스핀 나무

2022-09-09

[지식재산권] 상품 색깔과 모양 상표 등록 가능한가?

2021년 연방 제2항소법원의 판례(Sulzer Mixpac AG v. A&N Trading Co.)와 관련된 제품 ‘믹싱팁’은 임플란트 제조시 카트리지에 연결하여 몰딩 재료를 석는 데 사용하는 간단한 기구이다. 슐저 (Sulzer)는 스위스 다국적 기업으로 전세계 치과용 믹싱팁의 90% 이상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슐저는 수년 전부터 믹싱팁과 관련된 상표 25개를 미국 특허청에 등록했다. 노랑색, 녹색, 청색, 분홍색, 보라, 갈색(Candy-color, 사탕색깔로 통칭) 및 상품의 일부 모양을 조합하여 25개의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였다.     A&N는 우리 로펌에서 대리한 한국 고객이다. 부산에 위치한 한국 중소기업 세일글로벌의 자회사로 세일글로벌이 제조한 믹싱팁 판매를 위해 세운 판매법인이다. 미국 치과 의료용 기구 박람회에서 세일글로벌 믹싱팀 제품을 전시하였고, 미국내 믹싱팁 수입 및 판매업자들의 명함을 받았다. 이후 슐저는 A&N과 세일글로벌을 상대로 뉴욕 멘헤튼에 위치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상표침해 소송를 제기하였다.     A&N 뿐만 아니라 슐저는 사탕색깔을 사용하여 믹싱팁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거의 모든 회사들을 상대로 미국 여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소송대응을 포기하고 판매를 중지하거나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슐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세일글로벌 안임준 대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용감하게 소송 대응을 하였다. A&N은 사탕색깔로 명칭된 믹싱팁의 색깔은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 기능적인 사용이며 오래전부터 각 색깔은 믹싱팁의 직경과 매칭되어 사용되어져 왔다고 주장하였다. 믹싱팁을 사용하는 치과의사, 간호사들이 만들고자 하는 임플란트 치아 종류에 따라서 적절한 재료와 믹싱팁을 선택해야 하는데, 믹싱팁의 직경을 알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색깔을 보고 믹싱팁을 선택한다는 증거와 주장을 제기 하였다.     그러므로 색깔은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 기능적 사용이므로 상표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A&N에서 판매 예정이었던 세일글로벌 믹싱팁은 슐저의 믹싱팁과 동일한 색깔을 사용하고 있지만,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상표가 유효할지라도 비침해라고 주장하였다.     슐저는 대형로펌을 고용하여 막대한 자금을 사용했다. 불필요한 증거조사 요구를 하는 등 매출이 없는 A&N이 과대하게 소송 비용이 발생하게 해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전략으로 소송을 진행하였다. A&N는 소송비용 절감을 위해서 배심원 재판을 포기하고 판사단독 재판을 선택하였다. 1심 판사는 사탕색깔과 모양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인정되며 상표적 사용으로 믹싱팁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있다고 판결했다. 거대기업인 슐저의 손을 들어 주었고 매출 하나 없는 A&N에게 2백만 달러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정반대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법원은 A&N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슐저의 사탕색깔은 믹싱팁 직경과 상응하여 기능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슐저의 모든 관련상표가 무효라고 판결하였다. 슐저는 대법원에 항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사건 심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항소법원의 결정이 최종 결정이 되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작지만 정의를 위해서 용감하게 싸운 세일글로벌 때문에 직경 크기와 관련한 사탕색깔의 믹싱팁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기업이 문자, 디자인, 로고 상표뿐만 아니라 상품과 제품의 색깔, 모양 또는 색깔과 모양의 조합을 상표로 등록해서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새로운 제품을 전시회에서 전시하기 전부터 특허나 상표와 관련해서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것을 권한다.     ▶문의:(703)738-3438,         skim@nkllaw.com 김재연 / 변호사지식재산권 색깔 상품 세일글로벌 믹싱팁 상표적 사용 color 사탕색깔

2022-08-28

[전익환 골프 교실] 잔디의 습기·방향이 속도 좌우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기위해선 중요한 요소가많다. 특히 그린에서 잘하는 사람과 그린을 잘못 읽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된다. 어떤 플레이어는 마치 타고난 재주라도 있듯이 그린의 곡선과 조건 하에서 볼이 어떻게 꺾일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미세한 변수를 찾아내기도 한다. 몇 가지 기본만 이해하면 볼이 꺾이는 정도와 속도를 판단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첫째, 볼이 얼마나 꺾일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볼의 빠르기를 측정하는것이 필수적이다. 젖은 그린에서는 마르고 단단한 그린보다 볼이 천천히 구른다.     둘째, 어느방향으로 잔디가 자라고 있는지를 파악해야한다. 버뮤다 잔디의 그린에서는 특히 그렇다. 잔디가 홀의 반대방향으로 자라고 있으면, 홀방향으로 잔디가 자랄 때보다 볼이 느리게 구른다.     잔디방향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잔디 색깔을 보는 것이다. 잔디가 홀 반대방향으로 자라고 있으면 잔디색깔이 어둡게 보이는 반면, 홀 방향으로 자라면 윤기가 있어보인다.     또 다른 방법은 홀 컵의 가장자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잔디가 홀 방향으로 자라면 홀 컵의 반대편 가장자리 잔디가 가까운 쪽의 가장자리 잔디보다 더 짧고 색도 진하다. 잔디를 깎을 때 뿌리에서 가깝게 깎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기억할 것은 오후로 갈수록 잔디가 더 자라기 때문에 잔디의 방향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버뮤다 잔디일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남가주 골프장은 대부분 버뮤다 그린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잔디가 누우므로 그 방향으로 볼이 꺾인다. 또한 볼은 물이 있는 쪽으로 꺾이는 경향이 있고, 산 쪽으로는 잘 꺾이지 않는다, 또한 바람의 세기와 그린이 얼마나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한다.     그린을 정확하게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중요도를 따지면 먼저 홀 쪽에서 퍼팅 라인을 구상하고 그 다음으로 퍼팅 라인의 낮은 면(볼이 꺾여 구르는 방향)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홀의 반대편에서 라인을 살펴보는 순서로 경기하면 충분하다. 이 마지막 방법은 방향이 반대라서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 프로도 많다. 최종적으로 볼 뒤에서 한번 더 살펴본 후 퍼팅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 생각한 퍼팅 라인이 거의 정확하다.   〈PGA Professional·샌드캐년CC 디렉터〉 (818)731-2378전익환 골프 교실 잔디 습기 가장자리 잔디 버뮤다 잔디 잔디 색깔

2022-04-27

[이 아침에] 골프장서 경험한 황당한 ‘차별’

몇 달 전 일이다. 모처럼 오렌지카운티 어느 골프장에 예약을 했다. 당일 예약시간 30분 전 클럽하우스에 들러 계산을 했다. 첫 홀 티그라운드에 네 명이 모두 모였다. 현장에 있던 직원이 우리 일행을 확인했다.     티샷을 위해 몸을 풀고 있을 때, 난데없이 백인 골퍼들이 나타나더니 티그라운드에 올라갔다. 특별한 설명도 없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우리보다 먼저 그들을 내보냈다. 명백한 규칙 위반이자 차별이었다.     인종차별이니 텃세니 하는 말은 들어왔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황당했다. 골프를 치면서도 종일토록 그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인들이 이 골프장을 많이 찾는데 노상 이런 식으로 대접을 받아왔는가 싶어 화가 치밀었다.     무언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다졌다. 저절로 좋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싸우면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야 한다. 나 자신은 물론 이 땅에 살아갈 후손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누가 지켜주겠는가. 골프장으로부터 사과는 물론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골프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가서 매니저를 찾았다. 외출 중이라 했다. 집에 돌아와 골프장 사장에게 편지를 썼다. 구글 번역을 참고하고 지인의 협조를 받아 편지를 완성하여 보냈다.     한 달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완전히 무시하기로 했나? 그렇다면… 일단 매스컴에 호소하자. OC레지스터와 한국 신문을 통해 여론을 일으켜보자고 작정했다. 그 와중에 답장이 왔다. 장기 출장 중이어서 답이 늦어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중한 답신이었다. 몇 주 후, 골프장에 다시 가 보니 직원들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이 있다. 미국 내 인종차별은 물론 모든 불합리한 차별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 달 오피니언 지면을 통해 필자는 재외동포문학상에 수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올해부터 수필을 넣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울지 않으면 아픈 아이의 심정을 누구도 알 수가 없다.         ‘Stop Asian Hate.’ 최근 미국 도처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피부 색깔을 겨냥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단다. 걱정스럽다. 밖에 나다니기가 겁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민자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차별을 받으며 살아간다. 차별을 느끼면서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항의하고 싸워야하는 줄 알지만 서툰 영어 때문에, 혹은 더 큰 화를 입을까 두려워 입술을 깨물고 참는다. 그런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래서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피켓을 흔들고 소리치는 뉴스를 보면 누군가 싸워준 덕택에 내가 편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고 부끄럽다. 힘을 모아 대처하면서도 한편으론 각자가 현장에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부터, 내가 먼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별을 근절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골프 경험 오피니언 지면 한국 신문 피부 색깔

2022-03-29

가주 의회 빈자리 늘어난다…하원만 벌써 5명 사임

코로나19 팬데믹, 임기 제한 적용, 10년 만에 진행된 선거구 재조정에 따른 변화로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공석이 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사임이 많아 오는 6월 가주에서 치러질 선거를 통해 민주당 주도의 의회 색깔이 바뀔지 여부가 시선을 끌고 있다.   실제로 사우스 LA지역을 관할하는 민주당 출신의 세입세무위원회 위원장인 오텀 버크 하원의원도 1일 자로 사임했다.     버크 의원 외에도 사임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데이비드 차우 하원의원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검사장이 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교통위원회 위원장인 짐 프레이저 의원은 오는 2024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운수업에 종사하기 위해 떠났다. 세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로레나 곤잘레스 의원은 미국 노동연맹 대표로 임명됐고, 에드 차우 하원의원은 개빈 뉴섬 주지사가 판사로 임명했다.   이 밖에도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관할 구역이 바뀌면서 올해와 2024년 실시되는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주 하원 의원은 2년마다, 상원의원은 4년마다 선출한다.     가주 의회 기록에 따르면 2021-22년 회기동안 의석을 떠난 의원은 모두 7명이다. 하원 공석만 5개에 달한다.       의회 관계자들은 “2024년 임기 만료를 앞둔 의원들까지 떠나면 의회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주는 민주당이 80석 중 55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궐선거를 통해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당선될 경우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표(54표)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게 된다. 장연화 기자하원만 의회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회 관계자들 의회 색깔

2022-02-02

[수필] 비, 비 때문이야

“입금 카드를 꺼내려는데   ATM 옆 움푹한 구석에   한 남자가 서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허술한 차림이   은행 손님 같지는 않고   노숙자인가 싶었다”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시로 내리는 비다. 몇 달간 자주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가 나고 홍수가 나고 사람이 죽기도 했다. 8년간이나 지속된 남가주의 가뭄이 해소된다며 흡족해 하던 게 언제냐 싶게 여기저기 폭우 피해가 넘쳐나고 있다.     빗살이 좀 뜸해졌다. 아무래도 지금 은행에 가 세입자들한테 받은 체크를 입금해야 할 것 같다. 은행입금이야 언제 한들 무슨 상관이랴만 매달 내야하는 융자금 때문에 월 초순에는 통장에 돈이 좀 넉넉히 들어있어야 한다.     한번 결정하면 늘어 빼지 못해 바로 은행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갑에서 입금카드를 꺼냈다. ATM 입금은 은행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 좋다. 하긴 요즘 누가 은행까지 가기니 하나. 셀폰에 깔린 앱으로 처리해 버린다. 그러나 나는 은행 입금은 앱을 쓰지 않는다. 내 비밀번호가 해킹을 당한 적이 있어서다.     다시 빗줄기가 굵어진다. 우산을 펼까하다가 금방이면 된다는 생각에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파란불이 반짝반짝하는 ATM 앞으로 재빠르게 뛰어갔다. 막 입금 카드를 꺼내려는 순간 ATM 옆 움푹한 구석에 한 남자가 서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허술한 차림이 은행 손님 같지는 않고 노숙자인가 싶었다.     나는 연신 그 남자가 마음에 걸려 수표를 꺼낼지 말지 망설였다. 그러나 이 동네에 40년 가까이 살면서 험한 일을 당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또 우리 동네는 안전한 곳이고 더구나 대낮이었다. 나는 4장의 수표를 꺼내 뒷면에 사인을 한 뒤 입금카드를 꽂고 비밀 번호를 꼭꼭 눌렀다. 그러면 스크린에서는 돈을 찾을지 입금할지 밸런스를 확인할지 등등 몇 가지 질문을 하곤 했다. 나는 입금 외에 필요한 것이 없어 한 번도 그 질문 내용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ATM이 ‘페이먼트를 할래? 돈을 쓸래?’ 하고 물었다.   “뭐야, 정신 나갔나? 입금이야 입금.”   나는 신경질적으로 카드를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 ATM은 또 같은 질문을 했다. 비는 수돗물처럼 쏟아지고 또 홍수가 날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내 뺨을 두어 번 톡톡 때렸다.     ‘비가 오니 기계도 머리가 도나 봐’ 나는 카드를 빼서 번호와 계약기간을 확인한 뒤 카드를 기계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꽂았다. ATM은 앵무새처럼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몇 번 더 시도를 했지만 대답은 똑 같았다. 이런 융통성 없는 미련퉁이. 나는 기계를 주먹으로 꽝 때렸다. 내 주먹이 부서질 듯 화끈거렸다.     할 수 없이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창구 앞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창구는 두 곳만 열고 있었다.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왜 두 곳만? 닫힌 창구를 보며 자꾸만 심술이  차올랐다. 다 열어도 창구는 셋뿐이다. 문득 옛날에는 창구가 다섯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이 은행에 고객이 된 지도 벌써 35년째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고도 넘는 세월, 그동안 은행은 나한테 뭘 해줬나. 내가 집을 살 때 융자를 해 준 것도 아니고 저축한 돈도 쥐꼬리보다 못한 이자, 아니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았다. 마냥 섭섭한 마음이 뭉게구름처럼 차올랐다.     1년 전, 고객들에게 대단한 불편을 주며 개축을 하더니 오히려 창구 둘을 줄인 것이다. 그 긴 시간과 많은 투자에 비해 손님의 대한 서비스는 축소돼 버렸다. 창구를 줄였으면 직원들이 일이라도 빨리 해야지, 달팽이처럼 움직이는 창구 직원들이 못마땅했다. 한참 기다린 끝에 결국 나는 두 번째 차례가 되었다.       그때였다. 어머, 내 가방? 내 백팩과 차 키, 모두 차 안에 있다. 차문도 잠그지 않은 채. 나는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처럼 은행 문을 차고 나왔다. 짙은 안개 속에 비는 우박처럼 쏟아지고 천둥이 우르르 꽝꽝 내 머리 위에다 번갯불을 지져댔다. 그때 ATM 옆에 서 있던 그 남자가 내 차를 지나 옆 골목으로 빠지고 있었다.     ‘어머, 내 가방? 도둑 맞았구나.’ 나는 왼쪽 골목으로 빠지고 있는 그 남자를 죽어라 쫓아가 불러 세웠다. 그 남자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손엔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아, 미안합니다. 혹시 저 남자가 내 지갑만 챙겼을 수도 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그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한 채 내 차로 돌아와 얼른 차 문을 열었다. 입을 헤벌린 채 나를 쳐다보는 백팩과 그 밑에 깔린 지갑과 차 키. 내가 돌았나? 왜 이러지.     가방을 메고 다시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창구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서 있었다.  결국 내 차례가 되었다. 창구 직원이 뭘 도와 드릴까요 하고 상냥하게 물었다.     “밖에 ATM 작동 안 해요.” 고장난 기계가 텔러의 탓인 듯 나는 그녀 앞으로 카드를 툭 던지며 볼멘소리로 내뱉었다. 내 카드와 넉 장의 수표를 받아든 텔러. 외계인을 보듯 나를 쳐다보고 웃으며 무엇을 하시려고요? 하고 물었다.     “입금.” 나는 여전히 퉁퉁 부르튼 말투로 반말조로 대답을 했다.     “이건 크레딧 카드예요 손님, 크레딧 카드라 입금이 안 된 거예요. 입금은 데빗카드라야 해요.”   “네? 오 마이 갓!” 입금을 마치고 은행 문을 나오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수백 번 넘게 써온 데빗카드 색깔마저 극과 극인 파란 색의 크레딧 카드, 빨간색의 데빗 카드.     비는 억세게 내리고 있었다. 저만치 그 허술한 차림의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옆으로 스쳐가는 나를 보며 그가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내게도 봄날이 있었지.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야.     네, 나도 알아요. 이건 비, 비 때문이에요.   임지나 / 수필가수필 은행 입금 입금 카드 데빗카드 색깔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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