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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혜 시인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 출간

“귀한 민족시, 겨레 시를 모아서 시조집에 수록해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초혜(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시산맥·사진)’를 출간했다.     첫 시집 ‘창밖엔 치자꽃이’에 이어 11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시간의 바람결’에 이은 세 번째 출간이다.     올해 84세로 팔순이 훌쩍 넘은 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2~13년 동안의 삶이 담겨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어언 반백 년의 삶과 신앙생활을 시조 문학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에는 1부 봄, 2부 여름, 3부 가을, 4부 겨울 등 총 4부에 81편의 시조 작품이 수록됐다.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45년, 적지 않은 텍스트에서 시인이 통과한 신고의 시간이 보인다”며 “단독 시조집을 내지 않은 만큼 다작은 아니지만 이초혜 시인 시조의 진폭은 크다”고 평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시절 시조부에서 이태극 교수로부터 시조를 배운 이 작가는 방언, 시조, 향가, 민요, 전설 등을 수집하며 시조를 연구했다. 졸업 후 동아일보 기자를 역임하고 197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6년 ‘문학세계’로 시등단을 한 후 ‘창밖엔 치자꽃이’, ‘시간의 바람결’ 등 시집을 출간했다. ‘해외동포창작문학상’, ‘미주PEN문학상’, ‘한미문학상’, ‘영매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방외국어대학(D.L.L.) 한국어 교수, 남가주한국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며 미주지역에서 2세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알리기에도 평생 힘썼다.  이은영 기자그리움 시인 그리움 뿌리 시인 시조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2024-04-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양파 한 뿌리의 선행

‘옛날 못된 할머니가 살았는데, 죽고 나서 보니 착한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기에, 악마들은 할머니를 불바다 속에 던져 버렸다. 그래도 이 할머니의 수호천사는 뭔가 구제할 거리가 없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단 하나의 선행을 기억해 내고는 하느님께 고했다. 할머니가 텃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뽑아 거지 여인에게 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 양파를 가지고 가서 할머니가 양파를 붙잡고 나오게 하라. 만약 불바다에서 나오면 천국으로 가지만, 양파가 끊어진다면 불바다에 남게 되리라.”     수호천사가 내민 양파를 붙잡고 할머니가 조심조심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다른 죄수들이 할머니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건 내 양파야. 너희들 것이 아니라구!” 할머니는 죄인들을 발로 걷어 찼다. 그녀가 이 말을 하기 무섭게 양파는 뚝 끊어져 버리고 할머니는 불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트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물욕과 색욕의 상징인 아버지와 삼형제 그리고 서자인 막내 아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욕망과 구원의 장엄한 대하드라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선과 악,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문학사에 빛나는 거대한 서사시다.   하느님은 ‘양파가 끊어지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양파 한 뿌리는 천국행 보증수표가 아니다. 신의 은총은 수용하는 자의 결단에 따라 달라진다. 천사는 불바다로 떨어진 할머니를 두고 ‘눈물을 흘리면서’ 떠난다. 수호천사가 지옥으로 간 할머니를 구해주려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여기에는 자업자득,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인간의 법칙은 작용하지 않는다. 연민은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하늘나라에는 연민이라는 아름다운 법칙이 존재한다. 연민(Compassion)은 고통을 함께 하다는 뜻이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태복음 7장 21절 예배당에서만 주의 이름을 부르며 거룩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거룩함을 실천하라는 뜻이다. 단테의 지옥에는 여러 가지 죄목들을 저지른 자들이 가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지옥은 ‘선행을 한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가게 된다.   ‘단 한 번의 선행’도 하지 않은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양파 한 뿌리’로 천국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양파 한 뿌리는 구원과 희망을 단서가 된다.   베드로 전서에는 ‘오직 너희를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온갖 종류의 행실에서 거룩할지니’라고 적고 있다. 믿는 자는 거룩한 척 하지 말고 생활에서 실천하라는 뜻이다. 실천하지 않는 믿음은 허상이다.   ‘양파 한 뿌리’는 구원에 이르는 참모습이다. 작지만 소중한 믿음이 천국길에 오른다. 할머니는 양파 한 뿌리로 은총을 샀다고 생각했다. 신은 딜을 하지 않는다. 단지 은총을 부여할 뿐이다.     할머니의 가장 큰 죄는, ‘나’와 ‘너희들’ 간에 선을 긋고 자신만이 선택 받았다는 교만과 단절이다. ‘선택 받은 인간’이라는 믿음이 교만이 되지 않도록 영혼이 백합처럼 순수한 부활절 맞으시길!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양파 뿌리 천국행 보증수표 자업자득 인과응보 막내 아들

2024-03-26

[열린광장] 잡초같은 생각

손바닥만 한 우리 집 앞뒤 정원의 풀을 뽑고 비료를 뿌린 후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가지, 호박, 파 등의 씨와 모종을 심었다. 심어 놓은 모종이 잘 자라 수확하면 우리가 먹기도 하고, 딸네,  교회 사람들과도 나누겠다는 생각에 혼자 흐뭇해하며 키우고 있다.  물을 주다 보니 아주 파랗고 작은 싹들이 여러 곳에서 땅을 헤집고 올라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땅에 떨어진 상추와 토마토 씨가 싹을 내며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갑다고 생각해 다른 채소와 같이 물을 주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물을 주려고 살펴보는데, 엊그제 싹이 올라와 뾰족하게 잎을 키우던 파란 싹들이 벌써 다른 채소 모종들과 같은 크기로 너무 충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잎과 가지 모양이 채소와는 다른 것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잡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잡초들이 채소 옆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한 달 여 전에 두 시간 동안 잡초를 뽑고 흙을 고르고 비료를 함께 섞어가며 땅을 고르고 나서 채소 모종을 심었는데, 심지도 않은 잡초가 채소와 같이 자라는 것을 보니 좀 짜증이 났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는 내게 잡초와 채소, 그리고 유실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채소와 유실수 옆에 잡초가 자라는 것은 그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잡초 뿌리가 채소와 유실수 뿌리 근처의 땅을 헤집고 크면서 공기 공급이 원활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시기까지는 잡초의 역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에 예수님의 씨 뿌림과 가라지와 추수 때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잡초 같은 생각이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늘 잡초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이를 모른 채 일상을 지내는 것이 내 삶의 단면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각자가 마음에 갖고 있는 생각은 알기 어렵다. 다만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알곡처럼 되고 싶고, 잘 자라서 열매를 맺고 싶어 한다.     예수님은 ‘밭은 세상이요, 씨를 뿌리는 이는 인자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마귀요, 추수 때는 세상 끝날이요, 추수 꾼은 천사요, 천사-추수 꾼은 가라지를 거두어 풀무 불에 던질 것이요, 그때 의인들은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요’라고 비유하셨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마13:43)   변성수 / 교도소사역 목사열린광장 생각 채소 모종들 잡초 뿌리 유실수 뿌리

2023-11-30

건강을 지켜주는 3가지 습관 [ASK미국 파동의학/자연치유학-한청수 파동병원 원장]

▶문= 실제 나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생체 나이는 노력하면 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운동을 하고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나?     ▶답= 생체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이다.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30분씩 걷기, 명상, 요가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텔로미어 길이를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7시간 이상의 숙면이다. 하루에 7~8시간의 충분한 숙면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및 노화 예방에 중요하다. 부족한 경우 낮잠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셋째, 텔로미어를 짧게 만드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과도한 탄산음료, 가공육, 알코올 소비는 텔로미어를 단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대신 단백질, 비타민, 오메가-3를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이러한 음식은 혈당을 관리하고 세포 재생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또한, 생체 나이를 되돌리려면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이 세 가지에 덧붙여 황기 뿌리 물을 마실 것을 권한다. 황기 뿌리는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도록 도움을 준다. 황기 뿌리에 들어있는 포르모노네틴, 칼리코신, 트리테르페노이도 성분이 항산화 효능과 항염증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면역기능을 향상시켜준다. 그뿐만 아니라, 혈압 강하, 이뇨 작용, 강장 작용 등을 해서 황기 뿌리를 차로 달여 마시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황기는 4년 근에 유효성분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황기는 인체에 부족한 기를 보충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새살을 돋게 하는 기능이 있다. 상처가 난  곳에 새 살이 생기도록 도움을 준다. 기상하고 매일 한 잔씩 먹으면 좋다. 황기 뿌리 물 만드는 방법은 주전자에 물 1L와 잘 말린 황기 뿌리 한 주먹 정도를 넣은 후 중불에서 20분 정도 끓여주면 된다.     생체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핵심은 운동, 충분한 숙면, 올바른 식사에 있다. 이와 함께 전문 한방병원을 찾아 꾸준하게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의:(213) 386-2345 / www.wbqacu.com 한청수 파동병원 원장미국 자연치유학 한청수 파동병원 황기 뿌리 텔로미어 길이

2023-09-20

흩어졌던 민들레들, 뿌리찾고 활짝

샌디에이고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계 입양인들을 위한 문화체험 행사가 지난달 27일 발보아 파크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발보아 파크 내 한국의 집 (HOK) 소속 청소년 외교관들(YA)이 직접 기획한 이 행사는 한국계 입양인들을 초청해 한국에 대해 알리고 문화체험의 자리를 제공해 뿌리의식을 고양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40명의 한국계 입양인들은 YA 학생들이 운영한 부스에서 연날리기, 배씨 댕기, 태극기, 복 주머니 매듭 팔찌, 김밥 등 우리 민족의 민속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또 YA 학생들이 연주한 애국가와 홀로 아리랑, K팝 댄스 공연을 관람했고 한국 무용가인 캐롤 정씨의 부채춤 공연을 감상한 후 K팝 댄스와 부채춤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며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든 하루를 보냈다.   황정주 HOK 회장은 "YA 청소년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까지 직접 마련한 이 행사는 입양인들이 민들레 꽃씨처럼 어린 시절 멀리 흩어져 새로운 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단델리온(민들레) 데이'라고 명명됐다"며 "최근에는 한국계 입양인들이 자신의 모국에 대해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 행사를 통해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의식을 고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YA의 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리 군은 이날 행사를 시작하며 "입양인 가족과 함께 한국 문화를 배우고 공유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에 많은 입양인 가족들이 참석해 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하고 "또 지난 10개월간 이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기울였던 YA 봉사자들과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인 입양인 협회 샌디에이고 지부 조디 올슨 차기 회장은 "처음 단델리온 데이 행사에 대해 전해들었을 때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이 행사를 위해 꾸준히 지부 모임에 참석해 회원들과 친목을 쌓아가는 등 정성껏 준비해 준 YA 회장단들과 HOK 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향후 서로 많은 교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협회의 보드 멤버인 마이클 반 부흐트 씨는 "그동안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회원들에게 뜻깊은 행사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한국의 문화 유산을 보여주고 공유해주니 더욱 인상적"이라며 "두 문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서로 배우는 것이 많다.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민들레 뿌리 입양인 가족들 한국계 입양인들 문화체험 행사

2023-09-05

[아름다운 우리말] 한류의 뿌리, 한국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류의 뿌리는 한국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대답은 그렇다였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알아야 한류 속에 담겨있는 한국인의 사고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지, 왜 한국 노래에 세계가 열광하는지에 대해 그 뿌리를 한국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국어 속에는 어떤 문화요소들이 담겨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국어의 문화적 특징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어는 형용사가 발달한 언어입니다. 이 말은 한국어가 변화에 민감하다는 말이에요. 한국인은 변화, 사람 사이의 관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대높임법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의성어나 의태어도 변화와 관계가 있습니다.      유아에게 가르치는 말놀이는 그야말로 우리말의 유전자입니다.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부라부라, 곤두곤두는 말을 배우는 시작이고, 걷기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또한 운동을 통해서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과 걷기와 건강이 유아어에 담겨있습니다. 도리도리는 머리 운동입니다. 곤지곤지, 짝짜꿍은 손 운동이고, 부라부라, 곤두곤두는 발 운동입니다. 모두 말하기, 걷기와 연계되는 놀라운 놀이입니다. 이런 말놀이가 있는 언어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나무로 잣나무를 듭니다. 잣나무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혹시 잣나무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영어로는 Korean pine입니다. 한국 소나무라는 말인데요. 잣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도 잣나무는 조선소나무라고 합니다. 잣은 높이가 60m 정도까지 자라는데, 우리를 맑게 해주는 피톤치드도 엄청나게 뿜어냅니다. 잣나무 숲으로 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잣은 우리의 기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노래는 역시 아리랑이죠. 아리랑은 다양한 어원적 해석이 있습니다. 어원이 복잡할 때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리랑은 아리다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쓰리랑이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쓰리랑은 쓰리다와 관계가 있죠. 그리고 아리다는 앓다 즉 아프다와 관계가 있습니다. 쓰리다는 슬프다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리랑고개는 아픔의 고개, 쓰리랑고개는 슬픔의 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아리랑 노래에서는 아리랑고개를 넘지 않게 해달라고 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아리랑 고개는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하는 고개이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빨리 건너가게 해달라고 노래합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아픔이나 슬픔이 없을 수는 없어요. 잘 지나가게 하고, 잘 이겨내는 게 중요한 겁니다. 모두 아픔의 고개, 슬픔의 고개를 잘 넘기시기 바랍니다. 슬픔에 머무르지 마세요. 아리랑고개에서 주저앉지 마세요.     인사말 중에서는 반갑다만 소개해 볼까요? 반갑다의 반은 빛이라는 의미입니다. 반짝이나 반디, 번개에서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갑다는 빛이 난다는 의미, 밝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얼굴이 빛이 났다면, 밝아졌다면 반갑다는 말은 참입니다. 그런데 말은 반갑다고 하면서 얼굴이 굳어있다면 그 반갑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저는 반갑다는 말을 하는 우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바랍니다. 반갑다고 말하며 웃어보세요. 진심으로.   한류의 뿌리는 한국어입니다. 그리고 한국어는 그대로 우리입니다. 한국어가 한국인을 이어주는 문화의 피이고 유전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저는 한국어가 한민족 공동체의 연결고리가 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한류 뿌리 한국어 아리랑 고개 어로도 잣나무

2023-09-04

[문장으로 읽는 책]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미나리를 다듬으며 거머리를 대담하게 떼어버리던 어머니의 야무졌던 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예쁜 항아리에 물을 받아 담가두셨지. 그게 다시 잎이 올라와 겨울의 방 안을 연두색으로 생기 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끊어서 먹기도 했다. 알뜰했던 어머니, 아니 그 시절 엄마들은 다 그러셨지. 뿌리의 생명력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마음이 읽힌다.   호원숙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박완서 작가 10주기를 맞아 그의 딸 호원숙 작가가 쓴 ‘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다. 음식 만드는 일에 정성스러웠던 박완서의 부엌은 문학의 산실이었다. 딸은 미나리를 다듬던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 생명력을 닮은 박완서 소설 ‘창밖은 봄’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자고 깨면 춥고, 자고 깨면 여전히 춥건만 설마 내일은 풀리겠지, 설마 겨울 다음엔 봄 안 올까, 하는 끈질긴 낙천성만이 그들의 것이었다.”   딸은 오늘도 어머니를 쫓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다. 경건한 의례처럼 쌀을 씻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부엌의 물을 내리면서 전원을 켜듯이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리 곤고한 날에도, 몸이 찌뿌드드한 날에도, 눈이 게슴츠레 떠지지 않을 때도, 부엌 싱크대 앞에만 서면 살아났다. 쌀을 꺼내어 물에 씻으면 그 감촉과 빛깔이 질리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어도 지루하지 않은, 그것이 무슨 힘인지는 나도 모른다. 밥심으로 산다고들 하지만 나는 쌀 씻는 힘으로 사는 것도 같다.” 매일 반복되는 뻔한 일, 쌀 씻는 일,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얘기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완전 사랑 엄마 박완서 박완서 소설 미나리 뿌리

2023-05-24

"뿌리 의식의 출발은 효"

“차세대 청소년에게 뿌리 의식을 심어주는 출발점은 바로 효 정신을 일깨우는 겁니다.”   올해로 10회째 ‘효 글짓기, 그림 공모전’을 개최하는 효사랑선교회(대표 김영찬 목사) 측은 오는 31일 응모작 접수 마감을 앞두고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참가 대상은 전국의 K~12학년 학생 선착순 100명이다. 올해 공모전 주제는 글과 그림 모두 ‘나의 아빠(엄마)를 하나님께 소개한다면(How Would you introduce your father or mother to God)’이다.   김 대표는 “공모전의 목적은 청소년이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고 바른 가치관을 갖고 성장하는 걸 돕는 것”이라며 “부모 대신 조부모를 소개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글짓기 한글 작품 심사는 강성예 시인이, 영어 작품 심사는 민유경 작가가 각각 맡는다. 민 작가는 “전에도 심사를 했는데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그림 심사를 맡은 주아라 뉴아트 아카데미 원장은 “그림 주제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상 대상은 대상 2명(각 부문 1명, 상금 500달러), 최우수상 4명(각 부문 2명, 300달러), 우수상 6명(각 부문 3명, 200달러), 헤이븐상(11학년 3명) 등이다. 효사랑선교회 부대표인 남승우 목사는 “헤이븐상 수상자에겐 대학 진학 무료 컨설팅 이 제공된다”고 밝혔다.   참가자 전원에겐 한인 정치인이 수여하는 상장을 준다.   대회 참가비는 20달러다. 수신인을 Hyosarangus로 적은 수표를 부에나파크의 효사랑선교회(7342 Orangethorpe Ave, #B113)로 우송하면 된다.   시상식은 내달 22일 오후 2시 부에나파크의 하나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타주 학생 입상자의 상장과 상금은 우편으로 보내준다.   자세한 내용은 효사랑선교회 웹사이트(hyosarangusa.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QR코드를 이용하면 온라인 참가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 문의는 전화(714-670-8004)로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뿌리 의식 뿌리 의식 효사랑선교회 웹사이트 참가자 전원

2023-03-14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코스타리카로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서였다. 코스타리카에서 쓰는 인삿말 중에 “프라 비다(pura vida)!”, 즐거운 삶!이라는 말이 있다. “코모에스타”는 안녕하세요라는 일반적인 말이지만, 프라 비다는 삶을 즐기자라는 의미로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프라 비다!”라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며 좋아한다. 도무지 바쁜 것이 없어 게으른 것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여유로운 것이라는 것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인데 그 중 1/4이 국립공원으로 조성되고 나머지의 반이 산악밀림지대이고 그 나머지 땅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햇빛이 좋고 비가 적당히 내려서인지 울창한 밀림에 6500여종의 식물과 950여종의 조류 외에도 여러 종류의 동물들, 셀 수 없는 곤충들, 수백종의 난에서 피는 꽃들은 열대의 화려한 색감과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조류학자, 식물학자, 사진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함께 사파리를 떠나기도 하고 온천욕을 즐기기도 하고, 일정이 끝나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코스타리카의 수도는 산호제이고 중간에 형성된 산맥을 통해 리몽이란 도시를 통해 대서양으로, 하꼬라는 도시를 통해 태평양으로 갈수 있지만 일행은 밀림 사파리를 마친 후 강을 타고 내려와 강의 끝에서 태평양을 만났다. 마침 수면으로 지는 태양으로 인한 윤슬이 바다를 향한 강 끝자락에 펼쳐졌다. 은빛 비늘처럼 반사되는 강 끝에서 방향을 틀어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밀림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배의 엔진 소리가 꺼지고 숨소리조차 잠재운 고요 속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들은 분주함과 소란함에서 떠나 잊고 살았던 나를 대면하는 시간을 마주하였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그곳에 자유가 있었고 그리움이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충만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펄럭이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은 신선한 바람과 낮은 하늘로 다가왔다. 숨마저 멈춰버린 맹그로브 숲에선 만져지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하늘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얼마 후 별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하늘가로 보랏빛 노을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풍경 속에서 힘든 그대 이름을 부르고 있다. 어서 일어나라고. (시인, 화가)       *맹그로브 숲의 고요     물이 찰랑임을 멈출 때, 숨도 멈추고 말아 / 물은 물을 잠재우고, 나는 나에게 저무는 고요 / 다리 긴 도요새는 정물처럼 숲 가운데 숨었다 / 맹그로브 뿌리에 물고기가 산란하고 / 산소를 뿜어내는 뿌리와 친해지는 시간 / 강 기슭은 하얀 날개를 덮어 하늘이 되었다 / 빌딩의 숲이 답답하다던 너의 푸념 / 정글의 숲으로 이어지는 아! 자유 / 강은 적막으로 오는 소리 없는 징후       별들의 눈물을 보았다 / 수면을 닿을 듯 날아 노을로 가는 / 밤볕이 들고, 별빛이 흘러 / 새들의 잠자리가 되는 맹그로브 숲 / 가슴에 와 닿지 않으면 쉼은 숨으로 쉴 수 없기에 / 바다를 만나는 강의 끝에서 부르는 너의 이름 / 물이 찰랑거릴 때 숨은 다시 멈추고 / 소리 없이 찿아드는 적멸의 소리 / 알지 못하는 것들의 희미함에 옆에 있어도 / 그리운 맹그로브 숲의 고요     노을이 한꺼번에 지면 안되는 거야 / 밤이 한꺼번에 찿아오면 안되는 거야 / 가난한 사람들의 우산처럼 / 자유의 한계와 너라는 통증을 견디고 있는 중 / 나는 닫혀 있고 너는 열려 있다면 / 나는 열려 있고 너는 닫혀 있다면 / 나즈막한 사람들의 착한 숨소리 / 반 나절은 네게 기대고, 반 나절은 내게로 기우는, / 그리하여 쉬지 않고 그리워할 수 있으니     신호철신호철 풍경 맹그로브 뿌리 조류학자 식물학자 엔진 소리

2023-01-30

[시로 읽는 삶] 좋은 궁수가 되려면

화살이 과녁을 맞추려면/ 이리저리 돌아갈 순 없다. 하지만 좋은 궁수는/ 거리와 바람을 수락한다./ 그러니 네가 과녁일 때 나는 조금 위를 겨눈다.   -울라브하우게 시인의 ‘조금 위를 겨눈다’ 전문   울라브하우게의 시를 새해 첫 시로 읽는다. 과녁을 향한 궁수의 활 조준은 얼마나 민감할 것인가.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될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그러나 좋은 궁수는 거리와 바람을 수락한다. 과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복병으로 등장하는 변수들을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거리와 바람을 염두에 두는 일은 인생의 목표지향점을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수이겠다.   새해에는 나도 활을 잡아보고 싶다. 과녁을 향해 전심을 다 하여 활을 당겨보고 싶다. 희망이라는 과녁을 향해 활을 당겨본 지가 언제였나 싶다. 거리와 바람을 기꺼이 수락할 줄 아는 궁수가 되어 어떤 목표이든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과녁을 향해 활을 잡고 조준하던 시간이 내게도 아예 없지는 않았겠으나 명중에 이르지 못한 것을 바람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서풍 때문에, 예고 없이 불어온 북풍 때문에,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활은 빗나가고 늘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는 모습이었다.   좋은 궁수는 거리와 바람을 수락한다는 시의 한 구절이 매사 이유가 많은 나에게는 통증처럼 스민다. 바람을 수락한다는 것은 바람의 변수와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기도 하나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지 기꺼이 받아들이고도 중단 없이 나아가려는 의지일 것이다.     한 해의 시작에는 여러 다짐이 있겠다. 그 다짐들에 앞서 다시 한발을 날려보려고 새롭게 활을 잡는 궁수의 결기가 필요하겠다. 일 년에 한 번쯤은 일상의 권태를 몰아내는 일부터 삶의 전반을 아울러 되짚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새해라는 시간은 말끔하게 정리를 끝낸 책상에 앉아 다시 뭔가를 써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네가 과녁일 때 나는 조금 위를 겨눈다”는 마지막 행은 나아갈 길의 목표를 조금 상향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점점 왜소해지는 존재감, 협소해지는 관계성, 탄력을 잃은 삶의 동력으로 너무 낮은 곳에서 엉거주춤했다. 발밑 세계에서 뭉쳐지다 녹는 눈사람처럼 사고력도, 신앙심도, 희망도 모두 그랬다. 그 좁은 안에서의 티격태격이 누추하게 여겨진다. 그 좁은 안에서의 설전이 무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옹졸한 생각에 갇히고 야박한 인심에 묻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던 날들에 대한 반성을 끌어내는 시를 만난 새해 아침. 눈을 들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의 폭을 넓혀 깊고 다양하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있을 때 좋은 궁수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이 시를 해석하고 싶다.   삶이 막막하고 점점 초라해진다고 생각될 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건 뭘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구절의 시구로도 스멀스멀 힘이 솟기도 한다. 점점 작아지더라도 생각과 마음의 폭만은 작아지지 말자는 각오가 생기기도 한다.     울라브 하우게는 1908년 노르웨이 울 빅에서 태어나 1994년까지 그곳에서 과수원 농부로 평생 고향 마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문학은 장소성에 뿌리를 두면서도 시공을 넘나드는 큰 스케일로 인간 실존을 투시하는 직관을 특징으로 한다. 젊어 한때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으나 고통 중에도 품위를 읽지 않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정갈한 시를 써서 슬픔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궁수 새해 아침 과수원 농부로 장소성에 뿌리

2023-01-03

[삶의 뜨락에서] 나르시시즘(Narcissism)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2부에서는 나르시시즘을 다룬다. 인간의 본성에는 누구나 나르시시트(narcissist,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적인 면이 있다. 인간의 최대의 과제는 이 자기애를 극복하고 감수성을 내 안이 아닌 밖으로 타인을 향해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관심에 목마르다. 관심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려다 보면 우리는 실망과 좌절에 빠지게 된다. 왜냐면 남들은 모두 자기 문제만으로도 너무 바빠 큰 관심을 써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리는 바로 ‘자아’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스스로 자신을 위로해주고 ‘내면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자아는 나의 취향과 의견, 가치관, 세계관으로 구성된다. 이제는 더는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남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 없이 자존감을 키워나가면 된다. 인간이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은 2살에서 5살 사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와 분리되면서 즉각 만족(pleasure principle)을 얻을 수 없는 세상과 마주친다.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의존해야 함을 스스로 터득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온 세상이고 우주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배우며 자아를 형성하고 자존감을 키워간다.     독립된 인간이 되어가는 이 과정을 부모가 도와주고 격려해 준다면 건강한 자아상이 뿌리를 내린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이런 초기 발달과정에서 일관되고 현실성 있는 자아를 제대로 구성할 수 없는 단절을 경험한다. 부모 자신이 심한 자기도취자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사람을 옭아매는 부모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이 아이들은 돌아갈 자아도 자존감의 토대도 없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려면 전적으로 타인이 주는 관심에 의존해야 한다. 작가는 자기도취의 몰두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눈금이 새겨진 잣대로 표시한다. 가장 낮은 곳에는 심한 자기도취자로, 가장 높은 곳은 건강한 자기도취자로 성숙하여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일단 한번 그 깊이에 도달하고 나면 내적인 회복력을 주는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악순환을 거듭해 파멸에 이르고 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자기도취자이다. 건강한 자기도취자는 더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처를 입거나 모욕을 당해도 빨리 회복한다. 이들은 내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관심을 외부로 돌린다. 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일로 돌려서 예술가, 창작자, 발명가가 된다. 이들은 외부를 향한 강렬한 관심이 있기에 성공이 따르고 관심과 인정도 받는다. 건강한 자기도취자의 관심이 향하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연히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 공감은 위에 언급한 잣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인간은 타인을 속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타고났다. 유아기에 아이는 어머니와 완전 하나로 이해한다. 아이는 커가면서 이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까지 확장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공감 능력도 양질의 관심을 통해 습득된다. 인간지능이 계속 눈부신 발전을 하는 이유 또한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다. 기술과 인터넷은 자신에게만 몰두시키고 사회성을 결여시켜 사회성이라는 근육을 위축시킨다. 마음을 열고 사람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공감 능력이 개발되면 창의력 역시 향상된다. 공감 능력은 필요 때문에 개발된다. 노력하면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인간의 본성이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나르시시즘 narcissism 공감 능력 자아상이 뿌리 초기 발달과정

2022-08-26

[건강 칼럼] "잇몸 관리가 건강비결"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은 분들이 먹는 약들이 늘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화의 현상입니다. 언젠가 한국의 모 대학 병원 대학교수와 대화를 하던 중에 그 교수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50세 후반의 당뇨병 남자 환자가 약으로 당뇨를 치료하며 살고 있는데 이 상태로 이 환자가 몇 세까지 살까요? 80? 85?”라고 묻더니 자문자답했습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과학적 의학적 근거로 이 환자는 이미 당뇨병만 제대로 컨트롤된다면 100세 이상을 살 수 있습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간의 과학, 의학 기술이 정말로 평균 수명을 연장했다는 데에는 한 치의 의문도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현재 한국에 100세 이상의 수는 수만 명에 이르고 있고 그 수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치아와 무슨 상관일까요? 오래 사는 만큼 오래 먹어야 하기에 치아의 건강 또한 100세 이상을 바라보는 인간 수명 시대에 아주 중요한 관건입니다. 많은 약을 복용하면 구강건조증이 생깁니다.   쉽게 말해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는 양이 줄어들고 잇몸 사이에 흐르던 액체들이 줄어들면서 입안이 건조해져 치아의 부식 또는 썩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입안이 건조한데 여기에 더해 담배를 피우는 환자들의 경우는 장작에 불을 지피는 결과처럼 그 썩는 속도를 배가시킵니다.   문제는 치아의 부식이 우리가 보는 치아의 법랑질이라고 하는 부위에 생기는 것이 아닌 잇몸 바로 밑에 있는 상아질이라고 하는 뿌리 부위에 생기다 보니 이 부위가 썩기 시작하면 해답이 없게 됩니다.     이 부위는 실제로 두부처럼 아주 부드럽고 약한 부위이기에 짧은 시간에 빨리 썩기에 발견하였을 때는 특별히 치료할 수 있는 경우들이 드뭅니다. 구강건조증에는 특별히 약이 없는 관계로 인공 침을 수시로 사용하거나 물을 수시로 입안에 물고 있다가 삼키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치아 뿌리 우식증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 중의 하나는 잇몸질환으로 인하여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거나 과도한 양치질의 영향으로 잇몸이 쓸려나가 치아 뿌리가 노출된 경우 적절하고 충분하게 치아를 닦지 못할 경우 쉽게 뿌리에 충치가 생기는 원인이 됩니다. 이런 경우 치아 주변 특히 뿌리 주변을 양치질할 때 철저히 닦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도한 힘을 주어서 양치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살살하더라도 완전하게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칫솔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보조치야 세정 용품으로 치간 칫솔, 치실 등을 꼭 추가로 사용하시길 권장 드립니다. 칫솔 자체만으로는 치아 표면의 60% 정도밖에 청소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와 있는 상태이니 보조 기구들을 꼭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위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일단 나이가 들수록 관리에 중점을 두어 치과에 3~4개월에 한 번씩 찾아가 스케일링을 포함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발견 시에는 즉시 치료를 하시는 것이 치아를 살리거나 더 오래 쓸 수 있는 비결입니다.   ▶문의: (213)383-5151 김필성 원장 / 윌셔 임플란트 치과건강 칼럼 건강비결 잇몸 치아 뿌리 뿌리 부위 치아 표면

2022-07-19

[시조가 있는 아침] 지당에 비 뿌리고 -조헌 (1544~1592)

지당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제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석양에 무심한 갈매기만   오락가락 하노매   -청구영언   선비 정신의 표상   연못에 비가 뿌리고 버드나무는 안개에 가려져 있다. 뱃사공은 어디로 가고 빈 배만 매여 있는가? 해 질 무렵 아무 생각 없는 갈매기만 오락가락하는데···.     참으로 서경적인 작품이다. 일상의 발길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아야 보이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중봉 조헌은 보은현감으로 근무할 때 대간의 모함을 받아 파직되자 옥천 밤티로 들어가 학문에 몰두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591년 일본 사신 겐소가 명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달라고 조정에 청하자 도끼를 지고 대궐에 나아가 사신의 목을 치든지 자신을 죽여달라고 지부상소(持斧上疏)하고 영·호남의 왜적 방비책을 올렸으나 묵살되었다.   이듬해 4월 동래성이 함락되자 5월에 격문을 띄워 의병을 모아 차령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청주성을 수복하였다. 영규의 승병과 합세해 금산에서 고바야카 다카카게가 이끄는 왜적과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몰살되니 칠백의총의 주인공이다. 이 덕택에 곡창 호남이 지켜지면서 7년 전란을 견딜 수 있었으니 이름 없는 그들의 공이다. 평화 시에는 벼슬을 하고, 물러나면 학문을 닦고, 전란에는 칼을 들고 일어서는 선비 정신의 표상이었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뿌리 조헌 중봉 조헌 선비 정신 왜적 방비책

2022-03-09

[기고] 3·1 독립정신의 뿌리

 천안에서 학생들에게 독립정신을 가르치고 있던 여교사 임영신은 어느 날 행상 차림의 독립운동 연락원으로부터 전문을 전달 받는다. 이승만 박사의 지령문을 필사한 메시지였다. 전단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윌슨 대통령이 세계평화를 위한 14개 조문을 선언, 그중에 하나가 민족자결권인데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한민족의 분명한 의사표시가 국제적으로 속히 알려져야만 한다. 윌슨 대통령이 반드시 우리를 도울 것이다.” 이때 용기를 얻은 임영신은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그녀는 다음 해인 1919년 3·1운동 때 전주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다. (승당 임영신 ‘나의 40년 투쟁사’에서)     인촌 김성수는 “3·1 운동은 이승만이 기획하고 연출했다”는 증언을 했다. 3·1운동이 선언한 자유독립국 청사진은 3·1운동으로부터 2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이 한성감옥에서 써낸 옥중저서 ‘독립정신’에 대한민국 건국 설계도로 구체화되어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출판되자마자 총독부가 판금시켰지만 안 읽으면 낙오자가 될 정도여서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필독서가 됐다.     3·1 운동은 독립선언서에 명기된 것처럼 자유와 평화의 기독교 정신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이승만의 국가 건국운동의 출발점이 됐고 세계 최초의 비폭력 3·1투쟁 정신을 탄생시킨 역사적 사건이 됐다.     모든 투쟁에는 리더가 핵심이다. 3·1독립운동은 이승만이 기획하고 불을 지른 항일 투쟁이다. 이승만의 스승이요 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윌슨(프린스턴 대학교 총장 역임)의 자결론이 나온 직후부터 이승만은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한국의 동지들에게 구국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워싱턴에서 재미동포들과 구국운동을 하고 있던 이승만이 보내온 밀서의 내용은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론 원칙이 정식으로 제출될 이번 강화회의를 이용해 한민족의 노예생활을 호소하고 자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미국 동지들이 구국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니 국내에서도 이에 호응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이승만의 재촉이었다.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기당 현상윤 세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행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조직이 살아있는 종교인들을 움직여아 한다는 이승만의 밀서를 이행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천도교 손병희 선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의 팔다리 역할을 하는 보성학교 교장 최린을 동원했다. 우리도 나서야 된다고 생각들은 하면서도 망서리고 있던 그들 가슴에 이승만의 밀서는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종교조직을 활용한다는 이승만의 의도는 적중했다.   죽음을 각오한 삼천만 동포들이 일시에 활화산 분출처럼 전국 방방곳곳에서 들고 일어났다. 생명을 아낌없이 던지며 일어난 3·1 운동, 그 자랑스러운 역사가 103주년을 맞는다. 우리 한인사회도 좌파, 우파, 진보, 보수 따지지 말고 하나로 뭉쳐 자유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 무대에 우뚝 세워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구호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3·1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해야 한다. 단결, 희생, 자유의 정신을 새롭게 꽃 피울 때다. 최학량 / 이승만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기고 독립정신 뿌리 국가 건국운동 독립운동 연락원 윌슨 대통령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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