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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르시시즘(Narcissism)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2부에서는 나르시시즘을 다룬다. 인간의 본성에는 누구나 나르시시트(narcissist,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적인 면이 있다. 인간의 최대의 과제는 이 자기애를 극복하고 감수성을 내 안이 아닌 밖으로 타인을 향해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관심에 목마르다. 관심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려다 보면 우리는 실망과 좌절에 빠지게 된다. 왜냐면 남들은 모두 자기 문제만으로도 너무 바빠 큰 관심을 써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리는 바로 ‘자아’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스스로 자신을 위로해주고 ‘내면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자아는 나의 취향과 의견, 가치관, 세계관으로 구성된다. 이제는 더는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남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 없이 자존감을 키워나가면 된다. 인간이 의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아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은 2살에서 5살 사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와 분리되면서 즉각 만족(pleasure principle)을 얻을 수 없는 세상과 마주친다.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의존해야 함을 스스로 터득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온 세상이고 우주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배우며 자아를 형성하고 자존감을 키워간다.  
 
독립된 인간이 되어가는 이 과정을 부모가 도와주고 격려해 준다면 건강한 자아상이 뿌리를 내린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이런 초기 발달과정에서 일관되고 현실성 있는 자아를 제대로 구성할 수 없는 단절을 경험한다. 부모 자신이 심한 자기도취자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사람을 옭아매는 부모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이 아이들은 돌아갈 자아도 자존감의 토대도 없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고 가치 있다고 느끼려면 전적으로 타인이 주는 관심에 의존해야 한다. 작가는 자기도취의 몰두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눈금이 새겨진 잣대로 표시한다. 가장 낮은 곳에는 심한 자기도취자로, 가장 높은 곳은 건강한 자기도취자로 성숙하여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심한 자기도취자는 일단 한번 그 깊이에 도달하고 나면 내적인 회복력을 주는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악순환을 거듭해 파멸에 이르고 만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자기도취자이다. 건강한 자기도취자는 더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자아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처를 입거나 모욕을 당해도 빨리 회복한다. 이들은 내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관심을 외부로 돌린다. 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일로 돌려서 예술가, 창작자, 발명가가 된다. 이들은 외부를 향한 강렬한 관심이 있기에 성공이 따르고 관심과 인정도 받는다. 건강한 자기도취자의 관심이 향하는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연히 공감 능력이 발달한다. 공감은 위에 언급한 잣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인간은 타인을 속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타고났다. 유아기에 아이는 어머니와 완전 하나로 이해한다. 아이는 커가면서 이 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까지 확장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공감 능력도 양질의 관심을 통해 습득된다. 인간지능이 계속 눈부신 발전을 하는 이유 또한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다. 기술과 인터넷은 자신에게만 몰두시키고 사회성을 결여시켜 사회성이라는 근육을 위축시킨다. 마음을 열고 사람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공감 능력이 개발되면 창의력 역시 향상된다. 공감 능력은 필요 때문에 개발된다. 노력하면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인간의 본성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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