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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도발, 트럼프는 발끈…미래는 없었다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토론은 미국정치의 진영 대결을 재차 확인한 자리였다.     해리스는 미래를, 트럼프는 과거를 향했다는 미디어들의 이분법이 나왔지만,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해리스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돋보였던 건 해리스의 토론 기술이다. 4년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토론에서 무참히 허우적거렸던 그가 아니었다. 몰라보게 향상된 그의 기술과 표정 연기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환호할 만했다.   대선 토론에선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누가 더 많이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싫지만 해리스도 불안해 보인다는 이에겐 ‘해리스가 돼도 나라가 망하진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대의 경우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첫 임기 때보다는 낫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면 성공이다. 이 측면에서 해리스가 착실히 득점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공격당할 만한 취약점들이 적잖았다. 민주당 내에서 지나치게 좌편향돼 있다는 점, 이를 의식해 뒤늦게 우측 깜빡이를 요란하게 켜대며 급차선변경을 해왔다는 점, 외교안보 정책에 성과와 식견이 부족하다는 점까지.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가장 뼈아픈 질문은 사회자가 던진 “4년 전보다 미국인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나”였다. 누구도 ‘나아졌다’고 할 수 없는 게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해리스는 동문서답으로 회피기동을 하며 난데없이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워 트럼프를 도발했다. 이게 누구의 득점인지, 실점인지는 보는 사람의 진영에 따라 갈릴 것이다.   사실 중도적 유권자에겐 둘 다 인기 없는 후보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국정 존재감이 낮았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도 못했다. 인지 능력을 의심받은 바이든 덕에 대안부재로 선택된 후보 아니었나. 트럼프에 대한 진보층의 혐오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넘어선 외연 확장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심하게 말해, 둘이 다 못마땅하다는 유권자들에겐 맛이 간 음식과 불량식품을 놓고 골라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럼, 유권자들이 백악관을 맡길 리더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자질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두 후보 사이에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 것은 절제심, 안정감, 일관성 아니었나 싶다.   트럼프가 못마땅한 듯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발끈해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질문의 요점을 흐리기 위한 해리스의 도발 전술에 걸려들었을 때였다. 그 결과 트럼프는 자신의 강점이자 해리스의 약점인 불법 이민, 범죄, 전쟁 이슈에서 충분한 득점을 하지 못했다. 절제심과 안정감 면에서 오히려 감점 포인트였다.   그의 거칠고 과장된 표현 역시 중도층의 환심보다 혐오감을 살 법했다. 밀입국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하질 않나, 해리스가 되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망할 것이라고 하질 않나.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엔 적절치 않은 내용이었다. 집토끼를 열광시킨다고 산토끼를 불러오진 못한다.   사회자의 편파 진행도 해리스를 거들었다. 팩트 체크를 한다며 트럼프에게만 수차례 반박했다. 해리스도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말을 했지만 가만 놔뒀다. 상대방의 허위 발언에 대한 검증과 반박은 각 후보의 몫인데도, 사회자가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 1대3의 토론이었다는 게 트럼프측 불만이다.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강펀치를 날린 건 마지막 마무리 발언 때였다. 이런저런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부통령 재직 때엔 뭐했냐는 힐난은 해리스를 무장해제시키고도 남는 말이었다. 발언 순서가 끝난 해리스는 방어할 틈이 없었고, 강펀치를 너무 늦게 날린 트럼프는 후속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방전의 와중에 미래에 대한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경제, 안보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갈지, 소득 양극화로 피폐해진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어떻게 끌어올릴지,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희망을 어떻게 불어 넣어줄지. 불법 이민, 범죄, 인플레 등 미국인들이 겪는 고통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린 채 해법은 아무도 내놓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를 희화화하는 수준에서 다뤄진 탓에, 정작 중요한 북핵 문제에 대해선 토론 하지도 못했다.   11일 CNN은 해리스가, 폭스5뉴스는 트럼프가 6대 4 정도로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당파성이 강한 미디어들이므로 곧이들을 필요는 없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직후, 불타는 폭동 현장에서 대체로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게 CNN이었다.     토론을 주최한 ABC뉴스도 친민주당 매체로 유명하다. 미국의 언론 감시단체인 미디어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에 대한 ABC의 보도는 100%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한 보도는 93%가 부정적이었다. 미국 언론들의 대선 보도를 걸러들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남윤호 발행인해리스 트럼프 북핵 문제 카말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2024-09-11

[기고] 청룡의 해에 드리운 먹구름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13일 “트럼프는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면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북한과 실효성 없는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으로 하는 한미의 오랜 대북정책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간파라도 한 듯, 아니면 핵보유국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듯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의 마지막 날인 30일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보유국으로 ‘남조선 영토 평정’을 운운한 것은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끔찍한 도발이다. 지금까지 평화통일 운운은 핵 개발을 위한 위장 쇼였고, 속내는 그것으로 적화통일에 몰두해 온 것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한국 정부에서 지난 30여년간 공들인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백지화된 듯하다. 노태우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 김대중 정권에서는 대북 화해 협력 정책 (햇볕정책), 금강산 관광(1998), 최초의 남북정상회담(2000), 6·15 공동선언, 경의선 복구, 개성공단 설립 등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 번영정책, 첫 북핵 6자회담(2003), 2차 남북정상회담(2007)을 개최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3차 남북정상회담(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입장(2018) 등 남북화해정책을 펼쳤지만, 북한은 이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남북연락 사무소를 폭파했다(2020). 결국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남한의 진보정권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2003년에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첫 6자회담(남북한과 미·중·러·일)이 열렸다. 그 후 4년간 6차례 회담을 거쳐 2007년 10월 3일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냈으나, 2009년 초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다시 복구하면서 6자 회담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김정은은 지난 몇 년간 대남 공격용 전술핵 개발을 공개 지시하고, 핵 선제공격을 헌법화했다. 지금까지 북은 입으론 ‘우리 민족끼리’를 말하면서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왔음을 알 수 있다.   진보 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퍼주기에 몰두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결국 김정은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싸잡아 “우리를 붕괴시키겠다는 흉악한 야망”이라고 역공했다. 그 힘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추가 핵 개발은 막겠다고 하니 북핵 문제에 대한 무슨 해괴한 접근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핵과 ICBM을 완성했는데 말이다.   '청룡의 해'는 희망과 새로운 시작, 변화와 혁신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북한은 '청룡의 해'를 적화통일의 해로 여기는 것인지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윤석열 정부는 북의 실체를 냉철히 파악하고 대북·통일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먹구름 청룡 북핵 문제 한반도 비핵화 대북정책 기조

2024-01-09

[발언대] 꿈인가, 환상인가, 아니면 망상인가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 행위의 전면 중지에 합의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라는 희망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꿈과 비전은 우리에게 분명 희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꿈과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오직  환상일 뿐이요, 더 나아가 망상일 뿐이다.   누구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버릴 꿈이 있고 붙들어야 할 꿈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래서는 현명한 지혜와 예리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투옥했던 당시 조선 집권 세력과 같은 판단력으로는 희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평화의 꿈, 통일의 꿈…. 말만 들어도 마음에 평화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에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의 9.19 남북 군사합의가 군사적 긴장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9.19 군사합의로 모두가 평화의 꿈을 갖게 된다면  모두가 환영할 만 일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도발 행위 등 합의 위반 사례를 볼 때 상호 간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는 합의 이행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평화의 꿈은 애석하게도 환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9·19 합의 당시 비행금지 구역 설정 문제 등 북한의 얄팍한 속임수도 문제였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했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여러 차례의 도발 행위로 약속을 어겼고 희망의 꿈은 망상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다. 이행되지 않는 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아직도 한국의 9·19 군사합의를 두고 ‘희망의 꿈’이니 ‘환상’이니 갑론을박을 하는 모양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방을 알 만큼 알았건만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이제 정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현명한 정치인들이라면 여·야를 초월하여  정상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보자.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백인호 / ROTC 1기 예비역 소위발언대 환상 망상 북핵 문제 남북 군사합의 합의 이행

2023-10-02

[노트북을 열며] 김정은과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며 떠오른 사진 한 장. 2016년 3월 9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이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김정은 위원장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동그란 공 모양 물체. 북한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작고 가벼운 내폭형 핵 기폭장치다. ‘오펜하이머’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의 물리학자들이 오각형과 육각형의 고폭렌즈를 끼워 구(球) 모양으로 조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자랑한 내폭장치의 선배 격이다.   ‘오펜하이머’의 과학자들이 고폭렌즈 32개를 조립해 만든 핵폭탄의 이름은 ‘팻맨(fat man)’.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초토화했다. 2016년 북한이 공개한 내폭장치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약 72개의 고폭렌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펜하이머’를 누구보다도 달뜬 마음으로 보지 않았을까.   ‘오펜하이머’는 적어도 한반도 38선 이남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에겐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일 수 없다. 미국의 핵으로 1945년의 광복은 앞당겨졌지만,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게 2023년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이 무섭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   2016년 이후, 분명히 늘어난 건 북한의 핵물질과 핵능력밖엔 없지 않을까. 한국은 일관된 대북 정책 없이 정권에 따라 진자 운동과 정쟁만을 되풀이해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심각하지만, 정작 북핵 위협과 북한 인권 문제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사이 김정은은 열 살로 추정되는 딸 주애의 손을 잡고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나타나고, 사실상 미사일을 ‘군사정찰 위성’이라며 정상국가 코스프레중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폭 실험에 성공한 뒤,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다음 구절을 되뇌며 자책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 21세기의 파괴자를 꿈꾸며 독재 정권의 수명 연장을 꿈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오펜하이머가 했다는 다음 말을 전한다. “(핵폭탄을) 갖게되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고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635쪽). 북핵 문제는 이미 요단강과 삼도천을 건넌 듯한 절망의 영역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평양의 프로메테우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할 터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김정은 오펜하이머 북핵 문제 로버트 오펜하이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08-23

워싱턴 방문한 안철수 의원

  워싱턴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한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3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대응을 위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존 볼턴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북한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전략적 이유는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핵의 근본적 해결책은 통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의 관리하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것도 좋은 북핵 대응 수단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먼저 요구해야 할 의제일 것이라고 했다"라고도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면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협정 논의가 가을 중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고 안 의원은 밝혔다.   안 의원은 "대북 강경파로 잘 알려진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저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줬다"며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때 다시 만나자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9박11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안 의원은 지난 9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지난 10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동북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 및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과의 만남으로 워싱턴 일정을 시작한 안 의원은, 11일 조현동 주미대사와 존 볼턴 전 보좌관을 만났고 버지니아 한인타운인 애난데일을 방문, 한인커뮤니티센터 등을 시찰하기도 했다.     의사, 프로그래머,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 당 후보였다가, 막판 국민의 힘과 전격 단일화를 이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월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에서 탈락한 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안철수 워싱턴 북핵 문제 워싱턴 일정 방문 한인커뮤니티센터

2023-08-2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애틀랜타 강연회 성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현 한국 정부의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보였다.   이날 애틀랜타 주민 100여명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우리는 독자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고 미국 등 다른 나라 생각부터 한다"며 자국을 중심에 두고 주체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서두를 떼며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한미일 삼각동맹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성급한 예단일지 모르지만,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는 북핵 문제 때문에 동맹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미국에잘해도 미국이 우리 일을 먼저 해주지 않으며,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려고 할 뿐"이라며 각국의 동상이몽 속에서 다각적인 국제 정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삼각동맹체제보다 중국, 러시아,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국제 정치란 조폭의 세계와 같다"며 힘의 논리로 크게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역설,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가 현재 기울고 있고 중국의 힘이 세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인물로, 박정희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7개 정부에서 국제 외교 관련해 여러 공직을 거친 바 있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정세현 북핵 문제 통일부 장관 강연회 성료

2023-08-18

“북핵 포기해야 번영 온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가 주최한 ‘한미 평화통일포럼’이 3일 워싱턴 DC소재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기조연설에 나선 석동현(사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 단합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제재와 불이익을 가해 ‘도발로 이익을 얻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억제’하고 ‘단념’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석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보여줄 경우 진전의 단계별로 상응하는 정치, 안보, 경제 조치들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석 사무처장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따라 보건, 의료, 식수, 삼림,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자원교환 프로그램을 아무 조건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북한 경제와 민생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한 발전, 송배전 인프라 구축,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시설 현대화, 의료 및 금융 부문에서의 전방위적 협력방안도 준비 중이다.   이에 더해 석 사무처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적이라고 북한의 일방적인 희생과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북간의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유연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호혜적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담대한 구상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포럼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세션에서는 ‘격동의 한반도 정세와 한미 안보협력’이라는 주제로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위원회 미한정책 책임자의 사회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외교안보센터장, 조윤영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정치국제학과 교수,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가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차두현 외교안보센터장은 “70년 한미동맹은 미국의 가장 성공적 동맹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면서 “한미관계가 진화해 앞으로 70년 동안은 세계의 번영과 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차 센터장은 “북한의 핵위협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안보불안 요인이 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통일과 비핵화의 노골적 장애변수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한국에 비해 전략적으로 우월하다는 근본적 의식 차이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당분간 현재의 핵 전략을 지속하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윤영 교수는 “군사적 충돌은  어느날 갑자기 생길 수 있다”면서 “상호의존주의적 세계관계는 팬데믹 사태로 무너졌다”면서 “군사적 충돌은 어느날 갑자기 생길 수 있으며, 그럴경우 세계 각국과 협력해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동맹과 북한 핵을 한반도 문제라기보다는 세계적 전략경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다”면서 “대만 충돌문제 등 미래의 국제안보 상황에서 가장 변수를 미칠 큰 변수가 한국의 선택이라는 인식하에 한국의 전략적 위치선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2부 순서는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소장,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석좌,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나섰다.   토론 참석자들은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높이 평가하며 “70년 한미동맹이 성공적이었으며, 앞으로의 한미관계가 굳건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미동맹의 지난 70년이 폐허가 된 한국의 발전에 집중됐다면, 다가오는 70년의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로 세계평화, 경제 기술발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평통관계자, 대사관 및 미의회, 싱크탱크 관계자 및 본보 김영천 발행인을 비롯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북한 북핵 외교안보센터장 조윤영 한미 평화통일포럼 민주평통 사무처장

2023-05-04

윤 대통령이 먼저 북과 대화 나서야

보수정권 관계개선 노력 기대 우크라전 탓 미국은 여유없어 상황 보며 한국이 대화 제안을 북, 핵 필요없다고 자각할 때 정상적 외교관계 체결 가능 북 인권 개선 정책 병행해야 북핵 대사로 널리 알려진 로버트 갈루치 박사는 조지타운대 에드먼드 월시 외교대학 학장을 지냈고, 국무부와 UN 등에서 20년 동안 공직자로 활약했다. 1992~94년 국무부 정치 군사담당 차관을 맡았으며, 이후 북핵 대사와 제네바 합의의 미국측 협상 총 책임자로 일했다. 최근 50여 년 동안 북미, 남북, 북핵 관련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연구한 전문가다. 미주중앙일보는 갈루치 박사와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담대한 구상’을 선언했던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독자 전술핵을 언급했다.     “흥미롭게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서 아직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윤석열 정부가 북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매우 보수적인 배경과 지지층을 갖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조건에도 윤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조 아래 북한과 만나면 좋겠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를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인데, 미국이 북한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조만간 이 상황이 개선된다면 윤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의 제안 내용을 북한이 돌아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막힌 미·중 관계가 현재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미·중 관계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최근 들어 전례가 없다. 예전에 북한에 대한 압박용으로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방문하고 협상도 많이 했지만 조만간 그렇게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 연락하며 북·중 관계를 주시해야 한다.”     -북과 대화 및 외교 채널 가동 전망은.   “미국이 한국·일본과 협의를 거쳐 먼저 북한에 뭔가를 제안하는 것이 첫발이라고 본다. 예전에 협상 상대였던 북한 관리들은 항상 ‘미국이 강대국인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맞지 않나’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맞다. 미국은 한국과는 협의, 중국에는 고지를 통해 북한과 고위 대표급 회담을 제안하고 북에 정상적인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미국이 취할 기본적인 조치들에 관해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북한에 정치, 경제, 안보 측면에서 보통의 외교 관계를 맺자고 제안해야 한다.”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의 적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설득력이 있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보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협정을 위한 협정이 아닌, 더 큰 틀의 정치적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기 현황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통해 핵무기 발사가 가능한 수준일 수도 있다. 미국을 향해 발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결코 미국의 군사력과 화력에 맞설 수 있는 수준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누구라도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한 핵 공격을 한다면 그 정권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전술핵 자체 무장, 핵계획 그룹(NPG), 듀얼 키 등 북핵과 관련된 여러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확장 억제력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는 듯하다.   “일단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미국의 여러 도시를 불안하게 했다. 한국을 포함, 동북아 동맹국들도 비슷한 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제공한다고 확신했던 억지력에 대한 믿음이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전 유럽의 경우에도 유사한 설명과 설득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동맹국들을 위한 미국의 확장 억제력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미국의 핵 능력은 변함없이 동맹들을 지킬 것이다. 한국의 전술핵 무장은 결코 미국의 수준에 필적하지 못하며,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대체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은 결코 한국의 지위를 향상하지 못한다. 나아가 그런 억제력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남과 북이 발사 차량을 출동시킬 경우에 사고 또는 허가받지 않은 발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 역시 한국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북한과 수많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이 핵무기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30년 경험에 근거해보자면 그들은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고 외부 국가들과 평상적인 외교관계를 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지속적으로 공조를 해왔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다른 국가의 정권을 물리적으로 교체하기도 했다는 점은 그들에겐 큰 위기로 인식됐다. 그래서 안보를 위해 핵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과 다시 일할지 모르지만, 북한이 경제·정치·외교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는 일반국가로 남고자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미국은 주요 북핵 시설에 대해 국지적·전술적 공격을 한때 고려했었다. 아직도 가능한 선택지인가.     “공격하려면 먼저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처리 주요 시설의 위치와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시설이 지하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실제로 폭파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일부는 미국이 알고 있다. 그래서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직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럼 미국이 원한다면 공격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봐야 하나. 후폭풍은.   “그렇다. 미국의 국방력은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을 공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먼저 이런 상황이 되려면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 기술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핵탄두의 손상 없이 미국의 도시까지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면 미국의 공습이 가까워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능력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북의 능력과 미국의 조건은 풀어야 할 난제다. 하지만 이길은 우리 모두 가고 싶지 않은 길임이 분명하다.”   -30년 동안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라고 했다. 왜 그런가.   “미국은 오직 북한이 핵무기를 손에 쥐는 것을 막고, 쥐고 있다면 포기하도록 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런 기조 때문에 미국의 외교정책은 5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성공한 적이 없다.”     -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포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쉬움을 표한 적이 있다. 왜인가.   “북한과의 평상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국제사회 기준에 준하는 인권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제네바 합의는 군사 안보와 에너지에 집중했으며 북한은 물론 참가자 모두가 이후 북미의 정상적인 외교관계 체결을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인권 정책의 개선 없이는 외교관계는 불가능했으며 지금도 불가능하다.”  관련기사 윤 대통령이 먼저 북과 대화 나서야 북한, 이미 불 끄고 커튼 내린 상태 한반도 현재 상황, 개솔린 꽉 찬 지하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북미, 하노이 결렬로 비핵화 걷어찼다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3-08

북한, 이미 불 끄고 커튼 내린 상태

북 대화 끊어 예측 곤란 상태 ‘움직임 있을 것’ 소문만 돌아 시간 갖고 지켜봐야 할 상황 북핵, 현실로 간주 대응 필요 핵ICBM 발사, 핵실험보다 위험 미국도 좌시 않고 행동 나설 것   미주중앙일보는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연구소 초빙교수의 인터뷰를 6일(2면)에 이어 게재합니다.     -한반도에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다면 언제로 기억하는가. 역시 제네바 합의 때인가.   “물론이다. 시작할 시기뿐 아니라 합의 기간 내내 평화로웠다. 물론 이런저런 사건들은 있었지만 당시 제네바 합의는 모든 일을 만나서 해결하는 일종의 ‘우산’ 역할을 했다. 이 우산(제네바 합의)은 오히려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줬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2001년 이후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북한은 KEDO 시기에도 핵무기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제네바 합의 기간에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김일성은 외교적으로 미국과의 평상적인 관계를 원했고 이런 관계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을 보존하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은 스스로 약소하고 왜소한 국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약하게만 보이고 싶지 않았다. 2004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전문가를 북한에 초대한 것은 위협이 아니라 대화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우리는 강해지고 있는데 그래도 대화를 하지 않을 거냐’는 대미 메시지였다. 하지만 대화는 열리지 않았다. 상황은 하노이 이후에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 형태의 대화와 접촉에 북한은 더이상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라는 강한 동맹이 생긴 상황이다.”   -보수 진영은 대북 강경 방침을 주장한다.   “(트럼프 정부의)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자신의 책에서 재임 당시 하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서 언급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북한은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하면 다른 나라들은 그냥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이제 그렇지 않다.”   -워싱턴이 영변이나 다른 시설에 군사공격을 고려한 적은 없었나.   “1994년 6월에 상황이 악화되면서 워싱턴이 영변 공격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대화에 나섰다는 점을 미국은 이해하지 못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일이 더욱 악화됐을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시기도 위기였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은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워싱턴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고위 공직자 중엔 아무 생각이 없거나 상식만으로 판단하는 이가 적잖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미디어의 주장에 휘둘리는 이들도 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장관도 ‘북핵이 있는 한 평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정말로 평화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북핵은 현실로 봐야 한다. 무력 행사나 공격의 명분에는 선이 있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태평양 한가운데로 쏘아 올린다면 미국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 이런 상황은 7번째 핵실험보다 더 엄중한 상황이 될 것이다. 워싱턴은 중국의 풍선을 두고도 이렇게 난리법석 아닌가. 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외교 현장을 통틀어 50년 동안 북과 남의 관리들을 만나고 대화했다. 양측 모두 대결을 종식하는 통일에 대한 기대나 열정이 있어 보였나.   “양측 모두 그런 느낌은 주지 않았다. 그들 마음 속 깊이 그런 열망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단기간 내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았다. 북한은 알다시피 통일의 개념을 바꿨다. 이전에는 영토가 하나로 통합되는 통일이었다면 80년대 이후에는 남쪽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남쪽은 북을 늘 ‘북한’이라고만 불렀다. 요즘 그런 표현이 더 많이 나온다. 아마도 악화된 관계 탓이 아닌가 싶다.”   -아직 북의 지인들 또는 관료나 학자들과 연락하고 정보도 주고 받나.   “북한은 이미 불을 끄고 커튼을 내린 상태다. 어떤 미국인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대화하거나 만나려는 의지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노동신문은 외국 소식을 대폭 줄였으며, 정부 기관도 외교적으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무슨 생각과 입장인지 모르면 예측이 어렵고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만약에 내부 상황이 달라져 대표단을 내보내거나 문을 열면 그때 뭔가 좀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곧 뭔가 북에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   “소문은 그렇다. 북이 핵실험 끝에 서너달 후 대표단을 내보내 외교채널을 가동할 것이라고. 그런 소문은 작년에도 있었다. 기다려 봐야 한다.”   -미국에선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팀이 모두 은퇴해 인력 측면에서도 난관이 있을 수 있겠다.   “사실 그렇다. 북한에선 당시 합의 테이블에 있었던 인물들이 모두 승진해서 고위층이 됐다. 그때 경험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선 오히려 모두 은퇴하거나 현장을 대부분 떠났다. 물론 새로운 신진들이 잘 배워가면 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내 임기 내 한반도에 어떤 문제도 발생하면 안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2001년 이후 그런 대통령이 없다. 그래서 문제다.”   -제네바 합의와 같은 합의는 이제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1974년의 50년 전이면 1924년이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보라.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수 십년 전 만든 협정을 바꾸지 못하고 지키고 있다. 왜 아직까지 그때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지내야 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관련기사 한반도 현재 상황, 개솔린 꽉 찬 지하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북미, 하노이 결렬로 비핵화 걷어찼다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3-06

한반도 현재 상황, 개솔린 꽉 찬 지하실

한국 전술핵 추진하면 외교적 제재 있을 것…안정 해치고 경제 악영향 북한 도발·한국 핵 무장론, 한반도 긴장감 고조돼 양측 모두 조심할 상황 바이든·북한 현재 관계, 만족스러운 회담 어려워…현실적으론 기차 떠났다     ‘개솔린이 잔뜩 차 있어 양측 모두 조심해야 하는 상황.’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연구소 초빙교수가 표현한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그처럼 불안하다. 북한의 도발과 한국의 핵무장론이 서로 맞물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손꼽히는 ‘북한통’인 그는 1971년부터 89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으로 활동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선임 정책보좌관으로 북미 교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을 지내며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대북 특별대사의 선임자문관으로 북미 협상 현장에 있었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두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돈 오버도퍼와 공저했다. 그가 미주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북핵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술핵 발언이 나왔다. 주변국들의 긴장감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높다고 보지는 않지만 매우 잔인한 시기다. 집 지하실에 개솔린 탱크가 있다고 보자. 그냥 잊어버리고 살 수도 있지만 누군가 성냥불 하나를 거기에 빠트린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분명히 개솔린이 지하에 꽉 차 있다. 양측 모두 조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전술핵을 추진하면 어떻게 되나.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큰 일이다. 외교적으로 제재가 있을 것이며 민간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가장 크게는 한국이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관료들도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가지면 된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맞는듯 보이지만 결국 핵의 결과물은 고통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 새 정부는 비핵화와 북핵 관리 측면에서 어떤 변수인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가지로 물꼬를 트는 계기였다. 북한 대표부가 워싱턴에 오는 계기가 됐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서 회담을 했다.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만남은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다음 정부에서 교류가 이어지지 못했다. 직후에 있었던 뉴욕 필하모닉 공연도 좋은 계기였지만 이전의 모든 약속은 결국 폐기됐다. 이후 김정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이 와병 중이고 지도체제 교체를 추진했던 시기였으므로 평화적인 외부 환경을 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은 분명 한국과 미국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굳이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갈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조치들을 평가한다면.   “북과 대화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재까지 대답은 없는 상태라고 알고 있다. 두 가지 상황일 수 있다. 먼저 북한에 전하는 제안 내용이 그들에게는 관심 밖이거나, 내용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일성이 90년대 가졌던 계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겠다는 방침을 굳혔을 수도 있다. 미국이 북의 요구에 충족하는 제안을 한다 해도 만족스러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 현실이다. 기차는 떠났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 것으로 보나.     “내가 국무부에서 일하던 2001년에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위 관료들은 검토 자료들을 보기도 전에 정책 방향을 정했다. 말도 안되는 일을 한 거다. 바이든 정부는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2년이 지났으니 효과가 없다면 다시 재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북한 열병식에 대한 인상은.   “이번 행사는 매우 극화한 것이 특징이며 영상으로도 매우 놀랍게 묘사했다. 이런 화려한 행사에 쏟은 열정을 전쟁에 쏟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이런 에너지를 민간 경제에 쏟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김정은 딸의 등장이 특이했다. 김정은 딸은 에어쇼와 불꽃놀이에서 김정은과 함께 나란히 했고 그 외에는 모두 뒷자리에 있었다. 매우 정교하게 준비된 내용이라고 보여진다.”     -딸을 앞에 내보인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차기 지도자 반열인가.   “한국 정부도 그런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차기 지도자급이라고 한다면 왜 그렇게 일찍 공개 석상에 내보이겠나.”   -이제 북한 입장에서는 외교 회담 준비보다는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는 시기가 된 것인가.   “맞다. 열병식에서 보지 않았나. 엄청난 무기들을 언제 쏴댈지 궁금하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김정은이 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뒤 다시 핵연료를 채우는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외교 테이블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이다. 2017년에도 그랬다. 당시도 모든 미사일을 쏘고 외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를 북핵의 분기점이라고들 한다. 50년 북미관계를 지켜본 실무자로서 공감하나.   “싱가포르 회담은  매우 좋은 시작이었다. 영변 시설을 동결하겠다는 김정은의 제안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기 때문에 너무 빠르게 거절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시도와 역제안을 해봤어야 했다. 트럼프가 그렇게 빨리 철수한 것은 전체적으로 좋은 협상 기술이 아니었다.” 〈계속〉 관련기사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북미, 하노이 결렬로 비핵화 걷어찼다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3-05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평양 입장에선 놀랄 일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독자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게 그동안 대형 미사일과 소형 핵무기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온 북한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비쳐졌다. 북한에 대한 억지 효과는 일본 방위정책의 의도적인 방향전환과도 맞물린다.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GDP 1% 이하 국방비’라는 ‘유리 천정’을 깨트리고 향후 5~10년 사이 국방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북한은 사실상 한일 양국의 공조 압박에 묶이는 셈이 된다.       미국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일본 평화헌법 9조를 무시하는 그 같은 조치는 워싱턴에서 환영을 받았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도 무력 불개입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판이다. 1947년 미군정 시절 허술하게 만들어지긴 했으나, 이 헌법은 일본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대신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히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확장된 억제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 의문을 풀어줄 답변은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전술적 핵무기를 재배치할 생각이 없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이 핵 발사권을 공유하는 듀얼 키(dual key)와 관련한 논의의 여지도 없다. 그게 한국 스스로의 운명과 미래에 직결된 사안인데도 말이다. 국방부의 최종이자 최선의 방침은 미국이 핵 능력을 가진 플랫폼을 슬그머니 한국에 배치하고 클린턴 시절에 했던 것처럼 해당 군사장비에 대해 ‘묻지도 답하지도 말라’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주권을 찾고자 하는 한국 정부에게 이는 매력적이지 않는 대답이 분명하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은 이달 초에 대규모 열병식에서 보여진 것처럼 핵 보복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들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발사할 수 있는 탄두의 숫자, 그리고 초보적인 목표관제 능력 탓에 질적으로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양적으로는 김일성 광장을 가로지르던 12개의 화성-17형 미사일들은 미국의 방어망을 뚫기에 충분했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안보 전력에 큰 구멍을 내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유례없는 취약함에 노출된 것이다.   북한은 이것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향후 핵이 등장하는 어떤 위기에서도 미국은 이제 전선에 위치하게 됐다. 전투는 더이상 외국 영토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것은 확장된 ‘억제력의 우산’을 접도록 위협한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미국 정부에게 핵 위협 상황에서 뉴욕과 파리를 맞바꿀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많은 이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믿었다.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에서 나온 질문은 동경과 서울을 맞바꿀 수 있냐는 것이었다. 대답은 항상 ‘예스’였다.     이제 LA, 뉴욕 그리고 다른 미국 도시들을 두고 묻는다면 미국인들은, 또 미국 정치인들도 ‘노(NO)’라고 답할 것이다.   미국은 필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균형적인 보복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단단히 틀어쥐려 할 것이다. 그게 미국에겐 최선이 방법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 비대칭적인 억제력에 대한 기대는 윤석열 정부를 독자 무장론으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의 여론, 인기와 위치가 그를 자극할 것이다.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그가 독자 핵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70년 간 한국을 옭아맸던 철칙, 즉 종속적 입장에서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목표를 공유했을 때도 별로 안 좋았지만, 갈라진 상태에선 더 참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 팽창하고 있는 내셔널리즘을 자극할 것이다.     북한에겐 일본의 독자 행동을 늦추면서 한미 동맹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기나 단절시키는 게 이득이다. 이 모두가 북한으로선 ‘감옥에서 풀려나는’ 카드인 셈이다.     비핵화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북한은 실절적인 핵무장 국가이며, 앞으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군축 상황이 남아 있다. 반면 서울, 워싱턴, 도쿄를 한 데 묶어줬던 연대의 필요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연대해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글린 포드는...   영국 노동당 국제위원회 위원을 지낸 포드 전 의원은 1984년 유럽 의회 의원에 선출됐다. 의회에서는 외무 및 국제통상위원으로 일했고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컨설팅 회사 ‘폴린트’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 계몽을 위한 ‘트렉2아시아’를 이끌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했으며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북미, 하노이 결렬로 비핵화 걷어찼다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정리=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3-02

북미, 하노이 결렬로 비핵화 걷어찼다

2004년 북측 초대로 평양 방문, 영변 핵심시설까지 다 보여줘 북에 핵은 미 공격 억제수단, 관계개선·기술 증강 투트랙   KEDO·제네바 합의 무산은 북핵 억제 최고기회 놓친 것 트럼프와 하노이 정상회담서 김정은 굴욕느껴 핵개발 지속   미주중앙일보는 세계적인 핵 무기 권위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인터뷰의 하편을 27일자 2면의 상편에 이어 게재합니다. 상편에선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고, 이번엔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2004년 어떤 계기로 북한을 방문했나. 당시 김계관 부상과 만났고, 돌아와 연방의회에서 증언도 했다.   “공무가 아닌 민간인 초대 방문이었다. 북한은 7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초대해 영변의 핵심시설까지 보여줬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2004년 북한 첫 방문 마지막 일정이 끝난 날인 금요일 저녁 보자고 하더니 영변 핵시설에 대한 내 결론을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지금 말하는 내용이 정확히 미국에 돌아가서 전달할 내용’이라고 말한 뒤 설명했고, 실제 그대로 미국에 돌아와 의회에 공개했다. 이듬해 북한에 갔더니 있는 그대로 의회에 증언했다며 나를 존중한다고 말하더라. 이후에 북쪽 기술자들과의 신뢰 관계가 생겼다. 그들이 원하는 것만 묘사하거나, 과장 또는 축소하지 않고 본 것들을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방문에는 스탠퍼드대 존 루이스 교수가 동행했다. 그는 북한을 여덟 번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중국에서 핵과 관련된 동일한 일을 했기 때문에 정보는 더욱 정확했다고 본다. 당시 2002년 북의 농축 우라늄 개발이 알려지고 NPT(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KEDO가 붕괴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김계관 부상 등 북한의 고위 관리자들과 과학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핵무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북한 사람들은 매우 훈련을 잘 받은 사람들이다. 일반적이고 공식적인 대답은 ‘아직 존재하는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말한다. 더 이야기를 깊게 하다 보면 그들은 핵무기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력이 있다고 보고, 그를 위해 핵을 개발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70년 전 한국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그렇다. 동시에 리비아와 이라크를 보더라도 미국은 충분히 북한에 그런 적대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세계 정세와 한반도 정세로 볼 때 그들이 개발한 핵이 향후 있을 수도 있는 충돌이나 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북한을 지켜봐 온 과학자의 입장에서 그게 논리적이라고 보는가.   “전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전쟁을 겪었고 실제 아직도 ‘전쟁 중’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는 ‘말이 된다’고 본다. 반면 북한 관리들과 외교관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건 그들의 공식적인 외교 방침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거다. 북한의 논리를 더 이해하려면 김일성이 1990년 전후에 미국과의 화해 정책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하고 외교관계를 맺으려고 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은 최근 30년 동안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접근과 동시에 군사기술적으로는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소위 이중 전략(dual strategy)을 구사했다. 외교와 핵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인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도 보이지 않게 핵기술을 증강해온 것이다. 그래서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북핵과 관련해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시점이 여럿 있었지만, 국내외 정치적 요소에 치중해 기술적인 정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활동 시기에도 북한이 계속 핵개발을 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북은 KEDO 기간 중에 영변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해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우라늄 쪽으로는 연구 개발을 지속했다. 미사일 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개발을 계속 진행했다. 제네바 합의가 깨진 직후 북한의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은 매우 활발해졌다.”   -그럼 제네바 합의를 깬 미국의 결정은 결국 옳은 판단이었나.   “그렇지 않다. 로버트 갈루치 등 제네바 합의의 주역들은 KEDO를 통해 북핵 개발을 억제하고 북과 더 많은 교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KEDO가 없어지지 않고 유지됐다면 북한의 에너지 상황은 크게 개선됐을 것이며, 북한이 농축 우라늄에 눈길을 줄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KEDO와 제네바 합의가 무산 된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 미국의 뼈아픈 실수다.”   -그런 실수에는 잘못된 정보가 문제였나, 아니면 올바른 정보를 갖고서도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인가.   “농축 우라늄 등에 대한 정보는 모두 제대로 된 것이었다. 클린턴에서 부시로 정권이 인계되면서도 북한 정보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이 정권의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은 근본적으로 북한과의 거래나 협상을 용인하지 않았다. 북한은 존재하지 않아야 할 국가로 낙인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시 정권에서 존 볼튼 당시 부장관은 자신의 책에서도 북의 우라늄 농축이 제네바 합의를 깨트리는 ‘망치’ 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는 미국의 원자력 연구소 로스 알라모스(뉴맥시코) 책임자로 일했고 2004년부터 북한을 비공식 방문해 북한 관계자들과 토론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책임있는 결정과 선택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지난 1월 출간한 저서 ‘힌지 포인트(Hinge Points)’를 통해 북핵에 대한 결정적 순간들에 대해 언급했다. 가장 결정적 고비가 언제였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하노이 회담은 양측 모두가 망친 결정적 기회였다. 나는 북한에 동정심을 갖거나, 미국이 항상 옳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과 2019년 정상회담 이후 좀더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도록 양측이 머리를 맞대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로 회담에 임했으며, 갑자기 등장한 존 볼튼 안보보좌관은 회담 전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협약에도 응하지 말도록 조언을 해왔다.”   -그렇다면 당시 트럼프의 대응은 옳았나.   “전혀 아니다. 물론 협약을 한다고 그 다음달에 비핵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 발을 딛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김정은은 굴욕적인 기분으로 북으로 돌아갔으며 이후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은 지속됐다. 전세계가 2주 전에 본 평양의 열병식이 바로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결과다. 하노이는 북핵 역사의 가장 큰 결정적 순간이었지만 결실없이 막을 내린 것이다. 이후 김정은은 모든 외교채널을 닫고 무기 개발에만 열중했다. 그가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지 더이상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지켰다고 평가한다.   “동의할 수 없다. 부시, 오바마, 트럼프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실수를 거듭했다. 기술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위해성을 분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을 했다. 부시 정권을 예로 들어 보자. 당시 제네바 합의를 파기할 경우 우라늄 폭탄은 10년이 아닌 6개월 후에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파기 결정은 후폭풍에 대한 분석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정치적 동기를 갖고 내려졌다. 트럼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변시설을 닫는 것으로 핵 프로그램을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이었다.”   -2004년 이후 7년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그들의 경제 수준 변화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지만 이전의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7년 동안 경제 수준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나라이고 많은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쓰고 있었던 점은 안타깝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고 평화를 담보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류를 부를 수 있다. 북한의 우려와 방향을 잘 이해해야 하고 남북한이 협력해야만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 비핵화는 평화로 가는 길에 중요한 조건이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핵은 그 힘이 크기 때문에 좋은 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가 될 경우에는 최악의 것이 될 수 있다. 예전부터 주장해왔듯이 그들이 가진 핵무기를  민간 차원에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국제 핵무기 전문가로서 최근 25년 동안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등 핵 보유국을 다수 방문했다. 2004~2010년 북한을 매년 방문해 영변 핵 시설 등을 둘러봤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금속공학 박사. 30년 간 미 로스 알라모스 원자력 연구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2-27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은 미주 한인들에게 태평양 건너의 외신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거세지고 있는 독자 핵 개발론은 미주 한인들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던져줍니다. 한반도의 안전보장은 미주 한인의 위상과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주중앙일보는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사안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곧 한반도 정세가 중대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북핵, 그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핵 무기 권위자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박사의 인터뷰부터 시작합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정책담당자, 전문가의 인터뷰와 기고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남북은 물론이고 북미 간 대치 상황의 궤적과 방향성, 그리고 가능한 선택지들을 짚어봅니다.      ━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핵 확산 방지 제도화한 미국 노력 붕괴시키면 한국, 북한 수준 나라 돼 남북 모두 핵 무장 땐 도발 오가는 과정에서 통제 어려워 너무 위험   “노, 노, 노.”  핵 무기 권위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한국의 독자 핵개발론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이 개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개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과 북한의 압박을 잘 이해하지만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한국의 핵 개발은 결국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전술핵’을 언급했다. 한국에 기술적 능력이 있나.   “물론이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핵무기를 할 수 있다. 정부의 자신감에도 그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간에 개발이 어려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핵 연료가 필요하다.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기업과 맺은 계약에는 핵 연료 개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연료를 무기화하기 위해 디자인하고, 만들고, 테스트해야 하는데 한국 지자체에서 이런 실험을 하도록 허락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핵을 탑재할 미사일의 제조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정리하면 ‘한국이 전술핵을 만들 수 있나’고 묻는다면 답은 ‘예스’다. 하지만 실제 내용과 과정을 보면 매우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은 이미 30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핵무기를 제조해 총 6번의 실험을 마쳤다. 또한 수 백번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마쳤다.  한국이 독자 핵무기 개발과 실험에 나선다면 북한에 필적한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지나간 30년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북한이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다면 이에 맞는 대응책도 필요해진다. 따라서 한국이 개발에 나선다면 엄청난 시간의 노력과 자원이 투입되며 상당한 액수의 국방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에 대한 억제력을 한국 스스로 지니려면 결국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입해야 가능하다.”   -제조 능력과 별개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니면 단순히 정치적인 제스쳐로 봐야 하나.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제스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왔다. 핵확산방지조약(NPT)은 미국 입장에서 조약의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국제적인 제도(regime)로 간주된다. 그런데 갑자기 동맹국인 한국이 핵개발에 나선다면, 이는 NPT의 탈퇴 수준을 넘어 미국의 모든 노력을 붕괴시키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은 매우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현재 원자력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촉망받는 국가가 된 한국이 그냥 북한 수준의 나라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슬쩍 모른척 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이후 원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전술 핵무기 개발은 민간차원의 핵에너지 개발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전과 부산에 있는 매우 훌륭한 시설들을 봤다. 미국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규모였다. 품질 좋은 압력 탱크를 만들어 미국 경수로에 수출하고 있다. 전력도 25~30% 원자력을 통해 쓰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런 민간 에너지 시설을 핵무기와 교환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선 미국의 핵 우산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핵 우산은 미국이 수 십년 동안 치밀하고 인내력 있는 관리를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남과 북이 모두 핵무기를 갖고 최근 드론 사태처럼 여러 도발이 오가는 과정에 남북의 지도자가 핵무기 발사 권한을 갖고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는 국제사회와 한국인들에게 너무도 위험한 시나리오다.”     -얼마 전 북한이 대형 열병식에서 무기들을 과시했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2004년 이후 6년 동안 매년 북한을 방문하면서 무기와 미사일 기술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예상된 내용이라고 본다. 기술이 향상되고 대형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정확히 무엇인가.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에 필요한 제반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2006년 첫 실험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기반이 됐고 이후 5번은 대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2017년 10월에는 매우 큰 폭발이 있었고 아마도 수소폭탄으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하면 핵무기 개발 능력을 분명히 갖고 있으며 미사일 탑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추정하건데 핵무기 자체를 최소화해 스커드나 노동미사일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과 일본의 모든 지역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도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향해서는 높은 탄도로 발사각을 유지해 실제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는 건 매우 어려운데 아직은 이 기술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실험과 열병식을 할 때마다 이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공식 발표를 들어보면 워싱턴이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군당국은 이미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간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능력을 만약 이미 북한이 갖고 있다면 미국 정부가 ‘가장 큰 위협’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전세계에서 미국을 향해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작은 나라 북한이 전부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조장하는 위협에 매우 민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단거리 미사일로 한국에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미국에 큰 위협이다.” 〈계속〉 관련기사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노, 노, 노"…韓 핵무장론에, 핵무기 권위자 헤커는 고개 저었다 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북핵 그 결정적 순간

2023-02-26

"북핵 해법 어려워도 통일은 곧 올 것"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주 인도네시아 미국대사가 워싱턴 한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8일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미리 준비된 참석자들의 질의에 김 대사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2기 행정부의 미북관계 기조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성 김 대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은 매우 위험하므로 북한에 대응해 한반도 영토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 자체 제재와 UN의 국제적인 제제에 맞춰 책임감을 갖고 세계 경찰처럼 일하도록 정부를 상기 시킬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가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는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WMD를 통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으며 북한의 발사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미국이 이에 대응 하지 않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미사일 문제를 사실상 허용하는 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은 5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야기했는데 평화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성 김 대사는 “매우 동의한다. 우리(미국)는 두 국가의 협동과 대화를 지지하며 한국인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기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가능성이 바이든 정부 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히 'No'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에 중대한 발전이 없는 이상 평화협정이 언제 맺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성 김 대사는 “북한 지도부는 계속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이것이 전략적인 전술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계속 핵무기 추구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잦은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지도부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통일은 이뤄질 것이며 다만 시기가 문제"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북핵 해법 북핵 문제 북핵 해법 인도네시아 대사

2023-02-08

평통 3분기 정기회의 및 통일 강연회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협의회(회장 김형률) '정기회의 및 평화통일 강연회'가  8일 오후 6시 둘루스 1818클럽에서 개최됐다.    김형률 회장은 개회사에서 "통일은 우리의 염원이 하나하나 쌓여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라며 협의회의 중단없는 노력을 다짐했다.    이날 열린 3분기 정기회의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을 주제로 '통일의 5대 핵심과제'와 '통일에 대한 인식'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정기회의 의견수렴 질문지'를 작성해 제출했다. 지난 1~3분기 재정보고도 진행됐다.    하인혁웨스트캐롤라이나 대학 경제학 교수는 '통일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하 교수는 통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역대 정부별 통일정책, 통일의 경제적 효과, 발전방향에 대한 제언 순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그 기억을 간직한 80대 이상의 인구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약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다른 생각을 지닌 세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당위성의 변화, 통일의 경제적 요인 등에 대한 현 상황을 설명하며 "차이점을 인식하고, 오픈 마인드로 피드백을 수용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다수의 국민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지아 기자정기회의 강연회 북핵 문제 평화통일 강연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2022-10-11

시카고 한인 주말 행사 모음

#. 일리노이 공화당 후보들, 한인사회 지지 당부   오는 11월 8일 선거에서 일리노이 주지사직에 출마한 대런 베일리 주 상원 의원을 비롯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캐시 살비 후보 등 공화당 소속 일리노이 선출직 후보들은 지난 1일 오전 9시 나일스 소재 론트리매너에서 공화당 나일스타운십위원회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 참석해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베일리(오른쪽) 주지사 후보와 살비 연방 상원 후보는 한인사회에 적극적인 투표 참여와 지지를 당부했다.     #.시카고 평통, 3분기 정기회의 개최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회장 이성배)는 지난 1일 오후 4시 윌링 소재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이라는 주제로 2022년 3분기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장로성가단 2022 정기 연주회   시카고 장로성가단(단장 서정송)과 미주한인장로선교회(회장 임문상)은 지난 2일 오후 6시 윌링 소재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서 제 4차 모국 방문 순회 공연(10월 13~24일) 후원을 위한 2022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황보라 지휘, 박경화 반주로 진행된 이날 정기연주회에는 총 3부로 나눠 열렸으며 시카고 권사합창단과 예울림여성합창단이 우정 출연했다.       #. 서로돕기센터, 제43회 보건전시회 주최   시카고 한인서로돕기센터(원장 김회연)는 지난 1일 오전 9시 시카고 플라스키길에 위치한 센터에서 ‘제43회 무료보건 및 무료법률상담 보건전시회’를 실시했다. 사진은 자원봉사자 김세은 간호사가 한 신청자에게 코로나∙독감 예방접종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습.   박우성 위원시카고 한인 북핵 문제 시카고 한인서로돕기센터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

2022-10-03

[중앙 칼럼]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대책 급하다

세상이 어지럽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 동아시아 정세에도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대만과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지목된 지 오래다.   엔데믹이 된 듯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새 변이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재확산하고 있다.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 코로나19 중 무엇 하나 단기간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다시 늘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역사적으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 그 화살이 이민자에게 돌아간 적이 많았다. 게다가 아시안 증오범죄를 저지른 이 중엔 홈리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등 사회적 약자가 많았다. 경기 침체가 걱정되는 이유다.   과거엔 아시안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데믹으로 제방이 터진 형국이다. 불만 붙으면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휘발성을 갖췄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또는 군사 분야 대치가 강화될수록 아시아계의 불안감은 다시 증폭될 것이다. 북핵 문제로 미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일이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이 코로나 팬데믹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증오를 표출한 이들은 피해자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개의치 않았다.   캘스테이트 LA 산하 팻 브라운 인스티튜트는 최근 캘리포니아커뮤니티재단과 함께 지난해 말, LA카운티 아시안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 꼴인 66%가 증오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고 답했다. 한인의 63%도 두려움을 드러냈다.   팬데믹 기간 중 인종이나 민족을 이유로 언어 또는 신체적 학대를 당하거나 재산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도 25%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팬데믹 기간 아시안 증오범죄가 매우 심각하거나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인의 70%도 이에 동의했다.   팬데믹 기간 실제 인종차별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한인은 24%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는 아시아계가 증오범죄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고 위축됐는지 보여줬다.   가주와 연방 정부가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다. 지난해 아시안 증오 및 차별 퇴치를 위해 1억5600만 달러의 예산을 마련한 가주 당국은 지난 3월 1400만여 달러의 지원금을 80개 아시안 단체에 나눠줬다. 하지만 기금 지원이 아시안 증오를 없애는 근본적 대책일 순 없다.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정체성 등에 따른 증오범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근절도 어렵다. 최선의 해결책은 아시안 증오란 정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증폭되고 범죄로 이어졌는지 살피고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증오란 감정은 갑작스레 생기기도 하지만 평소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적당한 계기가 생길 때 고개 드는 사례가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직후 일본의 SNS엔 “범인이 재일 한국인 아니냐”란 글들이 올라왔다. 일본에 사는 많은 한국인은 범인의 신원이 공개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을 것이다.   아시안 증오범죄 증가로 많은 아시아계, 특히 노약자는 일상생활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를 ‘미국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후세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싸우려면 타인종 커뮤니티와 연대해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누구든 차별을 받고 증오범죄의 타깃이 돼선 안 된다는 당연한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선 내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한 차별과 증오도 단호히 비판하고 함께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젠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 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상이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말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중앙 칼럼 증오범죄 아시안 북핵 문제 아시안 증오범죄 기간 아시안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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