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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핵 무기 권위자 헤커 박사에게 듣는다
<기획> ‘북핵, 그 결정적 순간’ (1)
한국 독자 핵 개발은 엄청난 국방비 들이고 북한 핵 무장 정당화

세계적인 핵 권위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핵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팀 윤결

세계적인 핵 권위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핵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팀 윤결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은 미주 한인들에게 태평양 건너의 외신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거세지고 있는 독자 핵 개발론은 미주 한인들에게도 적잖은 파장을 던져줍니다. 한반도의 안전보장은 미주 한인의 위상과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주중앙일보는 객관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사안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곧 한반도 정세가 중대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북핵, 그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핵 무기 권위자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박사의 인터뷰부터 시작합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정책담당자, 전문가의 인터뷰와 기고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남북은 물론이고 북미 간 대치 상황의 궤적과 방향성, 그리고 가능한 선택지들을 짚어봅니다. 

 

한국 전술핵? 왜 불행을 택하려 하나

핵 확산 방지 제도화한  미국 노력 붕괴시키면  한국, 북한 수준 나라 돼
남북 모두 핵 무장 땐  도발 오가는 과정에서  통제 어려워 너무 위험
 
“노, 노, 노.”  핵 무기 권위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한국의 독자 핵개발론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이 개발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개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론과 북한의 압박을 잘 이해하지만 모두가 불행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한국의 핵 개발은 결국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전술핵’을 언급했다. 한국에 기술적 능력이 있나.
 
“물론이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핵무기를 할 수 있다. 정부의 자신감에도 그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간에 개발이 어려운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핵 연료가 필요하다.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기업과 맺은 계약에는 핵 연료 개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연료를 무기화하기 위해 디자인하고, 만들고, 테스트해야 하는데 한국 지자체에서 이런 실험을 하도록 허락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핵을 탑재할 미사일의 제조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정리하면 ‘한국이 전술핵을 만들 수 있나’고 묻는다면 답은 ‘예스’다. 하지만 실제 내용과 과정을 보면 매우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은 이미 30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핵무기를 제조해 총 6번의 실험을 마쳤다. 또한 수 백번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마쳤다. 
한국이 독자 핵무기 개발과 실험에 나선다면 북한에 필적한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지나간 30년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북한이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다면 이에 맞는 대응책도 필요해진다. 따라서 한국이 개발에 나선다면 엄청난 시간의 노력과 자원이 투입되며 상당한 액수의 국방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에 대한 억제력을 한국 스스로 지니려면 결국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입해야 가능하다.”
 
-제조 능력과 별개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니면 단순히 정치적인 제스쳐로 봐야 하나.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제스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왔다. 핵확산방지조약(NPT)은 미국 입장에서 조약의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국제적인 제도(regime)로 간주된다. 그런데 갑자기 동맹국인 한국이 핵개발에 나선다면, 이는 NPT의 탈퇴 수준을 넘어 미국의 모든 노력을 붕괴시키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은 매우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현재 원자력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촉망받는 국가가 된 한국이 그냥 북한 수준의 나라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슬쩍 모른척 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이후 원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전술 핵무기 개발은 민간차원의 핵에너지 개발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전과 부산에 있는 매우 훌륭한 시설들을 봤다. 미국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규모였다. 품질 좋은 압력 탱크를 만들어 미국 경수로에 수출하고 있다. 전력도 25~30% 원자력을 통해 쓰고 있다. 어떤 이유로 이런 민간 에너지 시설을 핵무기와 교환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선 미국의 핵 우산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핵 우산은 미국이 수 십년 동안 치밀하고 인내력 있는 관리를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남과 북이 모두 핵무기를 갖고 최근 드론 사태처럼 여러 도발이 오가는 과정에 남북의 지도자가 핵무기 발사 권한을 갖고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는 국제사회와 한국인들에게 너무도 위험한 시나리오다.”  
 
-얼마 전 북한이 대형 열병식에서 무기들을 과시했다. 어떤 인상을 받았나.
 
“2004년 이후 6년 동안 매년 북한을 방문하면서 무기와 미사일 기술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예상된 내용이라고 본다. 기술이 향상되고 대형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정확히 무엇인가.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에 필요한 제반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2006년 첫 실험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기반이 됐고 이후 5번은 대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2017년 10월에는 매우 큰 폭발이 있었고 아마도 수소폭탄으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하면 핵무기 개발 능력을 분명히 갖고 있으며 미사일 탑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추정하건데 핵무기 자체를 최소화해 스커드나 노동미사일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과 일본의 모든 지역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도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향해서는 높은 탄도로 발사각을 유지해 실제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는 건 매우 어려운데 아직은 이 기술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실험과 열병식을 할 때마다 이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공식 발표를 들어보면 워싱턴이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군당국은 이미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간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능력을 만약 이미 북한이 갖고 있다면 미국 정부가 ‘가장 큰 위협’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전세계에서 미국을 향해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작은 나라 북한이 전부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조장하는 위협에 매우 민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단거리 미사일로 한국에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미국에 큰 위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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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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