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 핵개발은 북한이 기뻐할 일
<기획> '북핵, 그 결정적 순간' (3)
특별기고 -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 의원
미국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일본 평화헌법 9조를 무시하는 그 같은 조치는 워싱턴에서 환영을 받았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도 무력 불개입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판이다. 1947년 미군정 시절 허술하게 만들어지긴 했으나, 이 헌법은 일본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대신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히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확장된 억제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 의문을 풀어줄 답변은 없었다. 미국은 한국에 전술적 핵무기를 재배치할 생각이 없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이 핵 발사권을 공유하는 듀얼 키(dual key)와 관련한 논의의 여지도 없다. 그게 한국 스스로의 운명과 미래에 직결된 사안인데도 말이다. 국방부의 최종이자 최선의 방침은 미국이 핵 능력을 가진 플랫폼을 슬그머니 한국에 배치하고 클린턴 시절에 했던 것처럼 해당 군사장비에 대해 ‘묻지도 답하지도 말라’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주권을 찾고자 하는 한국 정부에게 이는 매력적이지 않는 대답이 분명하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은 이달 초에 대규모 열병식에서 보여진 것처럼 핵 보복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들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발사할 수 있는 탄두의 숫자, 그리고 초보적인 목표관제 능력 탓에 질적으로는 아직 의문이 남는다. 양적으로는 김일성 광장을 가로지르던 12개의 화성-17형 미사일들은 미국의 방어망을 뚫기에 충분했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안보 전력에 큰 구멍을 내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유례없는 취약함에 노출된 것이다.
북한은 이것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향후 핵이 등장하는 어떤 위기에서도 미국은 이제 전선에 위치하게 됐다. 전투는 더이상 외국 영토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것은 확장된 ‘억제력의 우산’을 접도록 위협한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미국 정부에게 핵 위협 상황에서 뉴욕과 파리를 맞바꿀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많은 이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믿었다.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에서 나온 질문은 동경과 서울을 맞바꿀 수 있냐는 것이었다. 대답은 항상 ‘예스’였다.
이제 LA, 뉴욕 그리고 다른 미국 도시들을 두고 묻는다면 미국인들은, 또 미국 정치인들도 ‘노(NO)’라고 답할 것이다.
미국은 필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균형적인 보복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단단히 틀어쥐려 할 것이다. 그게 미국에겐 최선이 방법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 비대칭적인 억제력에 대한 기대는 윤석열 정부를 독자 무장론으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의 여론, 인기와 위치가 그를 자극할 것이다.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그가 독자 핵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70년 간 한국을 옭아맸던 철칙, 즉 종속적 입장에서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목표를 공유했을 때도 별로 안 좋았지만, 갈라진 상태에선 더 참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 팽창하고 있는 내셔널리즘을 자극할 것이다.
북한에겐 일본의 독자 행동을 늦추면서 한미 동맹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기나 단절시키는 게 이득이다. 이 모두가 북한으로선 ‘감옥에서 풀려나는’ 카드인 셈이다.
비핵화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북한은 실절적인 핵무장 국가이며, 앞으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군축 상황이 남아 있다. 반면 서울, 워싱턴, 도쿄를 한 데 묶어줬던 연대의 필요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연대해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글린 포드는...
영국 노동당 국제위원회 위원을 지낸 포드 전 의원은 1984년 유럽 의회 의원에 선출됐다. 의회에서는 외무 및 국제통상위원으로 일했고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컨설팅 회사 ‘폴린트’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 계몽을 위한 ‘트렉2아시아’를 이끌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했으며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정리=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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