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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대책 급하다

임상환 OC취재담당·부국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국장

세상이 어지럽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 동아시아 정세에도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대만과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지목된 지 오래다.
 
엔데믹이 된 듯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새 변이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재확산하고 있다.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 코로나19 중 무엇 하나 단기간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다시 늘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역사적으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 그 화살이 이민자에게 돌아간 적이 많았다. 게다가 아시안 증오범죄를 저지른 이 중엔 홈리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등 사회적 약자가 많았다. 경기 침체가 걱정되는 이유다.
 
과거엔 아시안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데믹으로 제방이 터진 형국이다. 불만 붙으면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휘발성을 갖췄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또는 군사 분야 대치가 강화될수록 아시아계의 불안감은 다시 증폭될 것이다. 북핵 문제로 미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일이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이 코로나 팬데믹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증오를 표출한 이들은 피해자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개의치 않았다.
 
캘스테이트 LA 산하 팻 브라운 인스티튜트는 최근 캘리포니아커뮤니티재단과 함께 지난해 말, LA카운티 아시안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 꼴인 66%가 증오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고 답했다. 한인의 63%도 두려움을 드러냈다.
 
팬데믹 기간 중 인종이나 민족을 이유로 언어 또는 신체적 학대를 당하거나 재산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도 25%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팬데믹 기간 아시안 증오범죄가 매우 심각하거나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인의 70%도 이에 동의했다.
 
팬데믹 기간 실제 인종차별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한인은 24%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는 아시아계가 증오범죄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고 위축됐는지 보여줬다.
 
가주와 연방 정부가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다. 지난해 아시안 증오 및 차별 퇴치를 위해 1억5600만 달러의 예산을 마련한 가주 당국은 지난 3월 1400만여 달러의 지원금을 80개 아시안 단체에 나눠줬다. 하지만 기금 지원이 아시안 증오를 없애는 근본적 대책일 순 없다.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정체성 등에 따른 증오범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근절도 어렵다. 최선의 해결책은 아시안 증오란 정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증폭되고 범죄로 이어졌는지 살피고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증오란 감정은 갑작스레 생기기도 하지만 평소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적당한 계기가 생길 때 고개 드는 사례가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직후 일본의 SNS엔 “범인이 재일 한국인 아니냐”란 글들이 올라왔다. 일본에 사는 많은 한국인은 범인의 신원이 공개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을 것이다.
 
아시안 증오범죄 증가로 많은 아시아계, 특히 노약자는 일상생활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를 ‘미국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후세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싸우려면 타인종 커뮤니티와 연대해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누구든 차별을 받고 증오범죄의 타깃이 돼선 안 된다는 당연한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선 내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한 차별과 증오도 단호히 비판하고 함께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젠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 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상이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말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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