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룡의 해에 드리운 먹구름
그런데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으로 하는 한미의 오랜 대북정책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간파라도 한 듯, 아니면 핵보유국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듯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의 마지막 날인 30일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보유국으로 ‘남조선 영토 평정’을 운운한 것은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끔찍한 도발이다. 지금까지 평화통일 운운은 핵 개발을 위한 위장 쇼였고, 속내는 그것으로 적화통일에 몰두해 온 것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한국 정부에서 지난 30여년간 공들인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백지화된 듯하다. 노태우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 김대중 정권에서는 대북 화해 협력 정책 (햇볕정책), 금강산 관광(1998), 최초의 남북정상회담(2000), 6·15 공동선언, 경의선 복구, 개성공단 설립 등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 번영정책, 첫 북핵 6자회담(2003), 2차 남북정상회담(2007)을 개최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3차 남북정상회담(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입장(2018) 등 남북화해정책을 펼쳤지만, 북한은 이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남북연락 사무소를 폭파했다(2020). 결국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남한의 진보정권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2003년에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첫 6자회담(남북한과 미·중·러·일)이 열렸다. 그 후 4년간 6차례 회담을 거쳐 2007년 10월 3일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냈으나, 2009년 초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다시 복구하면서 6자 회담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김정은은 지난 몇 년간 대남 공격용 전술핵 개발을 공개 지시하고, 핵 선제공격을 헌법화했다. 지금까지 북은 입으론 ‘우리 민족끼리’를 말하면서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왔음을 알 수 있다.
진보 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퍼주기에 몰두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결국 김정은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싸잡아 “우리를 붕괴시키겠다는 흉악한 야망”이라고 역공했다. 그 힘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추가 핵 개발은 막겠다고 하니 북핵 문제에 대한 무슨 해괴한 접근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핵과 ICBM을 완성했는데 말이다.
'청룡의 해'는 희망과 새로운 시작, 변화와 혁신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북한은 '청룡의 해'를 적화통일의 해로 여기는 것인지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윤석열 정부는 북의 실체를 냉철히 파악하고 대북·통일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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