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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현재 상황, 개솔린 꽉 찬 지하실

[기획] ‘북핵, 그 결정적 순간’ <4> 로버트 칼린 인터뷰<상>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초빙교수가 북미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디지털팀 윤결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초빙교수가 북미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디지털팀 윤결

한국 전술핵 추진하면 외교적 제재 있을 것…안정 해치고 경제 악영향
북한 도발·한국 핵 무장론, 한반도 긴장감 고조돼 양측 모두 조심할 상황
바이든·북한 현재 관계, 만족스러운 회담 어려워…현실적으론 기차 떠났다  

 
‘개솔린이 잔뜩 차 있어 양측 모두 조심해야 하는 상황.’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연구소 초빙교수가 표현한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그처럼 불안하다. 북한의 도발과 한국의 핵무장론이 서로 맞물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손꼽히는 ‘북한통’인 그는 1971년부터 89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으로 활동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선임 정책보좌관으로 북미 교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을 지내며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대북 특별대사의 선임자문관으로 북미 협상 현장에 있었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두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돈 오버도퍼와 공저했다. 그가 미주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북핵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술핵 발언이 나왔다. 주변국들의 긴장감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높다고 보지는 않지만 매우 잔인한 시기다. 집 지하실에 개솔린 탱크가 있다고 보자. 그냥 잊어버리고 살 수도 있지만 누군가 성냥불 하나를 거기에 빠트린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분명히 개솔린이 지하에 꽉 차 있다. 양측 모두 조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전술핵을 추진하면 어떻게 되나.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큰 일이다. 외교적으로 제재가 있을 것이며 민간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다. 가장 크게는 한국이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관료들도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가지면 된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맞는듯 보이지만 결국 핵의 결과물은 고통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 새 정부는 비핵화와 북핵 관리 측면에서 어떤 변수인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가지로 물꼬를 트는 계기였다. 북한 대표부가 워싱턴에 오는 계기가 됐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서 회담을 했다. 2007년 8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만남은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다음 정부에서 교류가 이어지지 못했다. 직후에 있었던 뉴욕 필하모닉 공연도 좋은 계기였지만 이전의 모든 약속은 결국 폐기됐다. 이후 김정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이 와병 중이고 지도체제 교체를 추진했던 시기였으므로 평화적인 외부 환경을 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은 분명 한국과 미국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굳이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갈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조치들을 평가한다면.
 
“북과 대화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재까지 대답은 없는 상태라고 알고 있다. 두 가지 상황일 수 있다. 먼저 북한에 전하는 제안 내용이 그들에게는 관심 밖이거나, 내용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일성이 90년대 가졌던 계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겠다는 방침을 굳혔을 수도 있다. 미국이 북의 요구에 충족하는 제안을 한다 해도 만족스러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 현실이다. 기차는 떠났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 것으로 보나.  
 
“내가 국무부에서 일하던 2001년에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위 관료들은 검토 자료들을 보기도 전에 정책 방향을 정했다. 말도 안되는 일을 한 거다. 바이든 정부는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2년이 지났으니 효과가 없다면 다시 재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북한 열병식에 대한 인상은.
 
“이번 행사는 매우 극화한 것이 특징이며 영상으로도 매우 놀랍게 묘사했다. 이런 화려한 행사에 쏟은 열정을 전쟁에 쏟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이런 에너지를 민간 경제에 쏟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김정은 딸의 등장이 특이했다. 김정은 딸은 에어쇼와 불꽃놀이에서 김정은과 함께 나란히 했고 그 외에는 모두 뒷자리에 있었다. 매우 정교하게 준비된 내용이라고 보여진다.”  
 
-딸을 앞에 내보인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차기 지도자 반열인가.
 
“한국 정부도 그런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차기 지도자급이라고 한다면 왜 그렇게 일찍 공개 석상에 내보이겠나.”
 
-이제 북한 입장에서는 외교 회담 준비보다는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는 시기가 된 것인가.
 
“맞다. 열병식에서 보지 않았나. 엄청난 무기들을 언제 쏴댈지 궁금하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김정은이 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뒤 다시 핵연료를 채우는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외교 테이블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이다. 2017년에도 그랬다. 당시도 모든 미사일을 쏘고 외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를 북핵의 분기점이라고들 한다. 50년 북미관계를 지켜본 실무자로서 공감하나.
 
“싱가포르 회담은  매우 좋은 시작이었다. 영변 시설을 동결하겠다는 김정은의 제안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기 때문에 너무 빠르게 거절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시도와 역제안을 해봤어야 했다. 트럼프가 그렇게 빨리 철수한 것은 전체적으로 좋은 협상 기술이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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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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