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원 한인사회는 세대교체 중
1903년 1월 13일 100여 명의 한인들이 하와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딛으며 시작된 미주한인 이민 역사가 올해로 120년을 맞았다. 1960년 뉴욕한인회의 창립을 기점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한 뉴욕 한인사회는 70년대 중반 이민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청과, 수산, 세탁, 델리, 식당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 도전한 이민 1세대들의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정착 과정에서 한인 이민사회를 믿음으로 뭉치게 했던 종교 단체, 비즈니스 권익을 옹호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직능단체, 한인사회를 대표하기 위해 기능하고 있는 한인회 등 이민 1세대가 대표하던 뉴욕 일원 한인사회는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2000년대 이후 세대교체를 겪고 있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존 한인 단체들 내에서도 1.5세 또는 2세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한인 2세들이 주도하는 한인단체들도 많이 설립되는 등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정계, 정부기관에서도 요직에 자리 잡기 시작한 차세대 한인들이 많아지면서 오랜 과제로 여겨졌던 정치력 신장도 이뤄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뉴욕시 스몰비즈니스서비스국 국장에 임명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케빈 김, 뉴욕시 최초의 한인 시의원으로 뽑힌 린다 이·줄리 원 의원, 올해부터 뉴욕주 최초의 한인 여성 주하원의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그레이스 이, 6선에 성공해 올해로 10년 차 베테랑 정치인이 된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뉴저지주 최초의 한인 여성 주하원의원으로 작년부터 활동 중인 엘렌 박 의원,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연방하원 3선 고지에 오른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 등 뉴욕·뉴저지 일원 주요 선출직에 한인 1.5·2세들이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2019년부터 현재까지 뉴욕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한인 1.5세 찰스 윤 회장도 한인회장 취임 후 한인 커뮤니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2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면서 세대교체에 일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그동안 한인사회를 키워 온 1세대 한인들을 포함하면서도, 한인커뮤니티를 주류사회와 연결해 좀 더 키워나갈 수 있는 2세대 한인들의 역할이 매우 절실하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갑작스러운 '세대교체'라는 표현보다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단합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한인 문화가 글로벌해지면서 한국 드라마나 음식, 문화를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려 노력하는 대학생 나이 3세대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호 스태튼아일랜드한인회장(뉴욕한인네일협회 회장)은 한인사회 세대교체가 절실한데, 그간 1세대와 2·3세대간 사이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었던 터라 부드럽게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1세대 한인들은 세대교체를 원하면서도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2세대 한인들은 주류사회로 진입은 가능하지만 1세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이제는 각 한인 단체에서도 주류사회에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으면서도, 한인사회를 잘 이해하는 이들이 봉사하길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인들의 세대교체는 통계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연방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뉴욕주에 거주하는 한인 2세 인구는 3만5324명으로, 전체 뉴욕주 한인인구(11만6359명)의 30.4%를 차지했다. 10년 전이었던 2011년 조사 당시 뉴욕주 한인 2세 인구가 3만4526명으로, 전체 인구(13만8706명)의 24.9%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인 2세 비율이 5%포인트 이상 늘어난 셈이다. 뉴저지주 한인 2세 인구는 2만8645명으로, 전체 뉴저지주 한인 인구(9만8647명)의 29.0%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뉴저지주 한인 2세 인구가 총 9만5613명 중 2만4924명으로 26.1%를 차지하던 것보다 역시 늘어났다. 해외에서 태어나 일부 기간을 지내다가 미성년자일 때 미국으로 부모와 함께 이민 온 한인 1.5세까지 합칠 경우, 젊은 한인들의 비율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해외 출생 한인의 60.7%가 2000년 이전에 미국으로 이민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인 1.5세, 2세가 전체 한인 커뮤니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어구사 능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한인이지만 영어만 사용하는 한인들의 비율은 28.2%로 집계됐다. 10년 전(21.1%) 대비 영어사용 비율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세대교체가 되면서 언어능력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졌기 때문에, 주류사회로 진입하기도 더욱 쉬워졌다. 한인 2세 정치인 등이 갈수록 많이 배출될 수 있게 된 비결로 분석된다. >>신년기획 8·12·13면 심종민·김은별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세대교체 뉴욕일원 뉴욕 한인사회 직능단체 한인사회 뉴욕주하원의원 뉴저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