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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파토’?, ‘파투’?

무언가 일이 잘못되는 경우 ‘파토’가 났다는 말을 많이 쓴다. “약속이 파토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토를 놓았다” “결혼이 파토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토를 냈다” 등처럼 쓰인다.   이렇게 사용되는 ‘파토’는 표준어일까? 자주 쓰는 말이라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는 ‘파투’다. ‘파투’는 한자어로 깨뜨릴 파(破)와 싸움 투(鬪)로 이뤄져 있다. 직역하면 싸움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즉 싸움판이 깨져서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정확하게는 화투 놀이에서 무언가 잘못돼 판이 무효가 되는 것, 또는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화투의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경우에 일어난다. 이러면 무효가 되므로 화투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점차 일이 잘못돼 흐지부지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따라서 앞의 예문은 “약속이 파투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투를 놓았다” “결혼이 파투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투를 냈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는 “실생활 언어 습관을 보면 ‘파투 나다’보다 ‘파토 나다’의 빈도가 훨씬 높다고 생각되는데 ‘파토 나다’가 표준어가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올라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언중에게 쓰임이 많은 표현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파토’는 ‘파투’의 잘못이므로 ‘파투’로 표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파토 화투 놀이 판이 무효 실생활 언어

2024-05-14

[등불 아래서] 세상이 그려놓은 선

학교를 다녀와서 다시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던 시절, 방과 후 골목길은 여름 한날의 더위도 식혀주던 놀이터였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오징어를 하자, 아니 사방 치기를 하자고 엄지를 추켜세우며, 여기 붙으라고 소리치는 합창 소리가 쟁쟁했습니다.   조금 밥그릇 수를 더 쌓았다고 고학년들은 무기를 챙겨서 나옵니다. 구슬과 딱지로 무장하고는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나름 살벌한(?) 각오를 다지며 골목길에 등장합니다. 삼각형을 그리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주머니에서 구슬들을 꺼내 놓습니다. 딴에는 오케이 목장의 결투보다 진지합니다. 엄지 구슬로 선후를 정하면 비장한 삼각형이 시작됩니다. 쪼아 찍기, 깔 패기, 날라 찍기. 이름도 화려한 초식들이 등장하고 탄식과 한숨 그리고 웃음소리가 골목을 점령해 갑니다.   오늘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눈에 힘을 주며 구슬을 노려보지만, 상대방은 염소가 날름날름 종이를 집어먹듯이 구슬을 따갑니다. 그때마다 소년의 눈빛은 점점 내려앉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그때 갑자기 큰 환호와 탄식소리가 터졌습니다. 잘나가던 상대의 엄지 구슬이 삼각형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이제껏 먹은 모든 구슬을 토해내야 하니 그 억울함과 통쾌함에 골목이 떠들썩해집니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인생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려놓은 삼각형 밖으로 밀려나면 구슬은 죽습니다. 땅에 그린 선이 무슨 힘이라도 있는지, 사방 치기도 오재미도 그렇습니다. 선을 밟아도 죽고, 선 밖으로 나가도 죽습니다.   세상이 그려놓은 선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뒤처지는 것이고, 좌절이며 인생의 실패라고 부릅니다. 여전히 땅 위에 있지만, 구슬은 더는 놀이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지만, 내일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죽어버린 구슬들은 그렇게 내일을 잃었습니다. 그때 엄지 구슬이 삼각형 안으로 선을 넘어들어왔습니다. 엄지 구슬은 죽었고 다른 구슬들은 모두 살아났습니다.   우리들의 소원이 그랬나 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 아이들의 삼각형에도, 오징어 놀이에도, 술래잡기도 다방구에도 살펴보면 회생이 있습니다. 결국,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집을 떠난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향해 돌아서듯 다시 사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만드신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일도, 착한 일도 나를 지으신 이가 없다면 어찌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모두 받았지만 자기가 한 듯이 자기 것처럼 살아가니 이것이 바로 자신을 높이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선 밖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죽기 위해 선 안으로 들어온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나는 그래도 더 예쁜 구슬이어서 살았다고 스스로 속지 않도록, 하나님 자신이 선을 넘어와 죽으셨습니다. 남보다 나은 깨달음도, 앞서는 능력을 가진 나도 아닌 하나님 자신이셨습니다. 이것이 우리를 살리는 믿음입니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ㆍ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엄지 구슬로 구슬과 딱지로 오징어 놀이

2024-04-01

판소리와 현대무용이 만났다

한국 판소리와 현대 전자음악을 조화시킨 창작무용 '놀이(NORRI)'가 LA에서 공연된다.   공연예술비영리단체 LA퍼포먼스 프랙티스(LAPP)는 올해 10회째인 2023 라이브 아트 익스체인지(LAX) 페스티벌에서 안무가 정다은씨의 신작 '놀이' 공연을 초연 작품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놀이는 이화여대 무용학과와 UCLA 석사를 졸업하고 UC리버사이드 무용학과 강사로 활동한 정다은 안무가가 제작을 맡았다. 정 안무가는 한국 전통음악인 판소리와 현대 전자음악을 배경으로 한복 등을 입은 무용수를 공연작품에 담았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 음악과 조화롭게 접목해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다은 안무가에 따르면 놀이는 판소리 아티스트 심현정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작곡가 다니엘 코랄이 협업했다. 두 사람은 장르와 문화를 초월해 발레 현대무용 등을 전공한 무용수들이 협업한 음악에 맞춰 한국 무용의 멋과 흥을 재해석한다고 설명했다.   LA댄스크로니클은 "놀이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며 완전히 몰입시킨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특히 놀이 공연팀은 LA 초연 이후 내셔널 댄스 프로젝트 그랜트 지원으로 유타 플로리다 등 미전역 예술기관과 대학에서 초청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놀이는 LA총영사관이 주관하는 '한국의 달' 프로그램 작품으로도 선정됐다.   정다은 안무가는 "놀이는 한인 모두가 우리의 옛 춤판 같은 소통의 장에서 다양한 인종 문화를 지닌 여러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며 "놀이 공연에 참여하는 무용수들도 한국의 춤 문화 언어를 배우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놀이 공연은 11월 2~3일 오후 8시 LA댄스 프로젝트(2245 E Washington Blvd)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입장권은 공식 웹사이트(performancepractice.la/festival)에서 판매한다.   ▶문의: daeundance@gmail.com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창작무용 게시판 창작무용 놀이 한국 판소리 한국 전통음악인

2023-10-11

SD한인연합감리교회 '미앤맘' 재개

샌디에이고 한인연합감리교회(KUMC)가 영유아들을 위한 '미앤맘' 프로그램을 재개한다.   2011년 처음 시작해 팬데믹 전까지 성황리에 진행됐던 '미앤맘'은 영유아와 엄마들을 위한 주중예배로서 예배, 소그룹 모임, 다양한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영성, 지능, 감성, 육체적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송경연 디렉터는 "음악, 미술, 체조, 그리고 교감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미앤맘'은 어린이들의 건강한 자아형성과 관계형성을 도울 뿐 아니라 혼자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들에게도 안전하고 유익한 공간을 제공해 왔다"고 소개하고 "0세에서 4세 영유아와 엄마들은 본 교회의 출석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발전과 개선을 거듭하며 성장해 온 유익한 프로그램을 다시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시작하고자 하니 해당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시간: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12시   ▶장소: SD한인연합감리교회(6701 Convoy Ct, San Diego) 교육관 아동부 예배실   ▶등록: 교회 홈페이지(www.kumcsd.org) 혹은 현장 등록     ▶문의: 송경연 디렉터 (858) 776-0454 / skychicago@hotmail.com 서정원 기자프로그램 영유아 엄마 놀이 무료 참가 출석 유무

2023-09-26

[우리말 바루기] ‘파토’?, ‘파투’?

무언가 일이 잘못되는 경우 ‘파토’가 났다는 말을 많이 쓴다. “약속이 파토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토를 놓았다” “결혼이 파토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토를 냈다” 등처럼 쓰인다.   이렇게 사용되는 ‘파토’는 표준어일까? 자주 쓰는 말이라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는 ‘파투’다. ‘파투’는 한자어로 깨뜨릴 파(破)와 싸움 투(鬪)로 이뤄져 있다. 직역하면 싸움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즉 싸움판이 깨져서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정확하게는 화투 놀이에서 무언가 잘못돼 판이 무효가 되는 것, 또는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화투의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경우에 일어난다. 이러면 무효가 되므로 화투를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점차 일이 잘못돼 흐지부지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따라서 앞의 예문은 “약속이 파투 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투를 놓았다” “결혼이 파투가 났다” “여자친구가 파투를 냈다” 등으로 고쳐야 한다.   국립국어원은 “언중에게 쓰임이 많은 표현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파토’는 ‘파투’의 잘못이므로 ‘파투’로 표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파토 화투 놀이 판이 무효

2023-06-19

[이 아침에] 마사지 놀이

내 또래 (60대)의 독자들이라면 대부분 어려서 조부모의 등을 긁어드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깎아 만든 효자손도 있지만 어찌 손주 녀석의 따스한 손과 비교할 수 있으랴. 여름보다는 겨울, 낮보다는 밤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아무개야, 등 좀 긁어다오” 하며 윗옷을 걷어 올리곤 했다.     겨울이 되면 날씨가 건조해져 수분이 부족하고 노화 현상으로 피하지방이 줄어든 노인의 피부가 가려웠을 것이다. 등 긁기에는 깎은 지 며칠 지나 적당한 길이로 자란 손톱이 좋다. 길면 자칫 피부에 상처가 나고, 짧으면 등을 긁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손주가 여럿이라도 가려운 곳을 골라 잘 긁는 놈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놈도 있다. 등을 잘 긁고 나면 할머니는 장롱에 숨겨 두었던 사탕이나 과자를 슬쩍 집어 주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새 내 나이도 내게 등을 들이밀던 조부모의 나이가 되었다. 요즘은 영양도 좋고 보습제가 든 로션도 흔해 등이 가려운 일은 자주 생기지 않는다. 내게는 함께 사는 손주도 없고, 효자손도 없지만, 등이 가려워 어려움 겪는 일은 없다.     컴퓨터를 많이 쓰고 온종일 앉아 있다 보니 4~5kg 정도 된다는 머리를 받치고 있는 목이 뻐근하다. 언제부턴지 누군가 목과 등을 두드려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깨가 아파 가끔 내가 두드려 준다. 안마는 사람 손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이게 꽤 힘이 드는 일이다. 마사지건을 하나 장만하기로 하고 아마존에 주문해 샀다.  사용해보니 좋기는 한데 손에 들고 목이나 등을 마사지하기는 좀 불편하다. 돌려보내고 새로 장만한 것이 긴 손잡이가 달린 핸디안마기다. 이건 들고 사용하기가 수월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하지 않았나. 사람은 필요하고 절실하면 뭔가를 생각해 내기 마련이다. 아내와 나는 마시지 놀이라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아침에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아내를 업어 놓고 마치 불도저가 땅을 고르듯이 이 핸디안마기로 목과 어깨에서 등, 허리까지 오르내리며 마사지를 해 준다. 그다음은 내 차례. 아내가 같은 방법으로 내 목과 등을 마사지해 준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마사지 체어 하나 사면 될 것을 가지고 무슨 궁상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마사지만이 목적이라면 맞는 말이다. 마사지 체어는 혼자 하는 놀이고, 핸디안마기는 둘이 하는 놀이다. 놀이는 역시 둘이 해야 재미있지 않나.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평생을 살며 늘 함께 손잡고 같은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만 세월이 흐르며 잡았던 손도 놓고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듣는 음악도 다르고, 읽는 책도 다르고, 만나는 사람도 다르다. 취향이 다르니 함께 노는 일도 별로 없다. 주변에 부부가 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보아도 부부가 함께 골프를 치기보다는 각자 자기 친구들과 치는 경우가 더 많다.     부부라도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대화도 되고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나이 든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이 아닌가. 마사지 놀이를 시작하며 서로의 몸 상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사지를 받으면 기분이 업된다. 힘든 이야기도 이런 때 슬쩍 꺼내면 평소보다 수월히 넘어가지 않겠나. (마사지체어 사줄 형편이 안 되는 범부의 그럴듯한 핑계라고 보아도 좋다.)  고동운 /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마사지 놀이 마사지 놀이 마사지 체어 최대 관심사

2023-01-11

[수필] “목소리 고운 아이들도 많던데”

어렸을 때 집 뒤뜰에는 유난히 꽈리나무가 많았다. 꽈리를 먹으면 목소리가 맑아진다고 엄마는 해마다 정성 들여 가꾼 꽈리 열매를 우리에게 먹였다. 엄마의 이런 수고 때문인지 언니들은 고운 목소리를 갖게 되었지만, 유달리 엄마가 신경 쓴 나는 자랄 때 가을바람만 선뜻 불어도 감기가 들곤 했다. 통과의례처럼 기관지염을 거쳐 기침이 멎고 나면 내 목소리는 거의 한 옥타브쯤 낮아져 있었다.   엄마의 꽈리 값을 우리는 꽤 비싸게 치렀다. 그건 저녁마다 가족 합창 대회를 열어야 하는 일이었다. 한국 가곡 백곡 집에 나와 있는 노래를 부르거나 찬송가를 두 파트로 나눠 부르기도 했다. 가끔은 언니의 피아노 반주를 효과음 삼아 어설픈 오페라 놀이를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노래는 못해도 기억력은 좋아서 스토리를 꿰고 있던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간중간 작품 해설을 했다. 훗날 오페라를 공부하면서 이때의 내 역할이 ‘레치타티보’ (아리아와 아리아 사이에 낮은 목소리로 내용을 설명하듯 부르는 오페라에서 가장 인기 없는 파트)라는 오페라의 정식 성부(聲部)임을 알게 되었다.   내 목소리에 관해서 처음으로 자각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였다. 졸업생 답사를 내가 썼고 졸업식에서 낭독도 당연히 내가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국어 선생님 담임 반의 반장에게 낭독이 돌아갔다. 심한 사투리가 섞이기는 했어도 고운 목소리로 내가 쓴 답사를 자구 하나 틀리지 않고 감동적으로 낭독했다. 그때는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가 낭독되면 졸업식장은 온통 울음바다가 됐는데 답사가 슬퍼서인지 뺏긴 낭독이 분해서인지 흐느끼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도 덩달아 울었던 기억이 있다.   목소리에 관해서는 내 시어머님과의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님을 처음 뵌 건 아들이 첫 돌이 됐을 때였다. 공부를 마치고 영주권이 나오자 시부모님을 미국으로 초청했는데 두 분 함께 하는 여행은 비자 받기가 어려워서 어머님 혼자 미국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때 육십 대 후반이었던 어머님은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꼿꼿한 걸음걸이로 세인트루이스 공항 출구로 걸어 나오셨다. 집으로 오는 동안 차 뒷좌석에 묶인(?) 손자를 안쓰러워하는 것을 제외하곤 어머님은 여느 할머니와 다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남편은 육 남매의 셋째로 위의 두 아주버님 내외가 그동안 자주 미국으로 여행을 왔다. 그때 함께 온 동서들을 통해 어머니에 관해 들어 알고 있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며느리 기죽이기에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일가견이 있으신 듯했다. 큰 동서는 대학 입시에 낙방하고 재수하다가 우연히 나간 소개팅에서 큰동서의 외모에 끌린 큰 아주버님과 만난 지 여섯 달 만에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첫인사를 드리는데 어머니는 크게 혀를 차셨다.   “공부 마이 한 아아들도 많드구마는!”   동서는 이 한마디에  첫 날부터 시댁에서 기를 못 폈다고 한다.   둘째 아주버님은 수석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그 오너 집안의 사윗감으로 낙점되었다. 따님과 첫 만남을 가졌는데 아주버님은 신붓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피부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일로 시댁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보스댁의 청혼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시댁의 문지방을 넘자마자 차가운  어머니의 음성이 들렸다.     “인물 좋은 아아들도 천지에 널렸드마는!”     어머니는 둘째 며느리도 단번에 기선을 제압하셨다. 그래서였을까. 둘째 동서는 고졸인 한 살 위의 큰 동서에게 평생 깍듯이 대했다.   시누이와 같은 과 동기였던 손아래 동서는 친구 집에 자주 갔다가 우리 시동생과 가까워졌다. 명문 여대 단과대학 퀸으로도 뽑혔던 동서는 부모님이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 밑에서 자랐는데 이 때문에 시댁의 반대가 심했다. 넷째 며느리에게도 어머니는 일침을 놓았다.     “집안 좋은 아아들도 쌨드마는!”     두 시간을 달려 저녁 늦게 롤라(Rolla)시의 집에 도착했다. 아이를 안아서 방에다 재우고 거실에 좌정하신 어머니께 큰절을 올렸다. 어머니의 노토리우스한 평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나름의 자신도 있었다. 공부도 남들만큼 했고 그리 빠지지 않는 피부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게다가 장인, 장모님 모두 건재하신데 아무 문제 될 일이 없다며 남편은 나를 밀어주었다.       “느그 며느리들은 말키(모두) 내 앞에 엎드려 고마워해야 한다.” 어머니의 제일성이었다. 느그 시부 박봉으로 육 남매를 대학까지 공부시킨 건 오로지 어머니의 공이라고 하셨다. 온 나라가 어려운 시절이기는 했어도 공직에서 은퇴하신 시부님의 박봉 스토리는 설득력에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학부 때의 당신 공로를 거듭 치하하시는 것은 아들의 최종 학력에 일등 도우미인 셋째 며느리에게 전혀 고마울 것 없다는 의사 표시였다.   피곤해서 살짝 졸음이 쏟아지려는 찰나, 어머니의 음성이 천둥 치듯 들려 왔다.     “목소리 고븐 아아들도 많드구마는!”   어머니의 기막힌 한 수에 남편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박수를 칠 뻔했다고 훗날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 두 달 계시다가 귀국했고, 그다음 다음 해에 서울에서 돌아가셨다. 학교 문전에도 못 가 보셨지만 타고 난 총기와 파평 윤문 출신이라는 자부심으로 고학력 며느리도 재벌가의 따님도 모두 휘어잡고 평생 사신 분, 함께 한 시간은 단 두 달이었지만 내게 강한 임팩트를 남기셨다.     몇 년 전에 갑상샘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그 후유증 때문인지 매끄럽지는 않아도 발성에는 문제가 없던 목소리가 아주 가늘어졌다. 갑상샘 수술 후 음성을 완전히 잃게 된 사례도 있다고 하니 그나마 감사하며 살고 있다. 박 유니스 / 수필가수필 목소리 훗날 오페라 졸업생 답사 오페라 놀이

2022-10-20

[EKAY] 30일, 고려사에서 신나는 놀이 명상 캠프 개최

EKAY(Education for Korean American Youth)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Together Mental Health Clinic의 고사라 원장은 오는 30일(토) 고려사에서 ‘제3회 신나는 꼬마 명상 여름 캠프’를 개최한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이번 명상 캠프는 즐거운 명상 놀이, 한국 전통문화 체험 등을 통해 정서 안정을 도모하고, 행복감을 증진하며,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 및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   아이들은 신체 감각을 통한 오감 명상을 시작으로 전통 다례 시간에는 찻자리 예절 및 명상을 배우게 된다. 또한 전통 사물놀이 시간에는 장구, 소고, 꽹과리, 북 등을 치면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지며, 그 외 달고나 체험 시간, 싱잉볼 체험을 할 수 있는 소리 명상 시간, 앞치마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아트 앤 크래프트 시간 등으로 풍성하게 꾸며졌다.     이번 캠프는 7~12세 어린이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자녀당 50달러다. 간식 및 점심이 제공되고 캠프 후에는 꼬마 명상 수료증을 수여한다.     한편, 고사라 원장은 브라운 대학교에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을 공부하며 명상을 했고 현재 MBSR teacher training level 1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정신과 전문 간호사이며, 정신건강 클리닉 Together Mental Health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명상 교육, 힐링캠프, 전통문화 교육을 계속하고자 이영미 다례 선생을 회장으로, 고 원장이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아 비영리단체 EKAY를 설립했다.    ▶문의: (714)926-3553 EKAY 고려사 놀이 명상 놀이 명상 교육 꼬마 명상

2022-07-25

"세뱃돈 받고 민속 놀이도" 리버사이드 한국학교

 한국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여 남가주 리버사이드 한국학교는 지난 1월29일과 5일 양일간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뜻깊은 행사를 열었다.     각 학년별 온라인으로 열린 이날 행사를 통해 설날의 풍습과 문화를 알려주고 민속 놀이를 체험하며 부모님께 직접 세배를 드리며 세뱃돈을 받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설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치반은 설날의 풍습 중 게임의 종류들을 알아보고 만두 음식에 담긴 의미와 세배하는 법을 배웠다.     1~4학년들에게는 양력과 음력의 차이와 동영상을 보면서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며 조상에게 감사하고 친척들이 함께 모여 어른들께 세배하며 떡국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등 전통놀이를 한다는 것을 교육했다. 그리고 한복을 입고 부모님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하며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5일에는 대면으로 학생들이 카페테리아에 모여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PTA임원진으로부터 구디백을 선물로 받았다.   한보화 교장은 "미국에서 자칫 잊고 지내기 쉬운 한국의 큰명절인 설날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웃어른께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로 해 봄으로써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체험했다"면서 "학생들 모두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고 그 모습  속에서 미국에서의 작은 한국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황인국 기자리버사이드 한국학교 리버사이드 한국학교 민속 놀이 남가주 리버사이드

2022-02-09

[시로 읽는 삶] 삶과 놀이

 정오께 집 대문을 나서니/ 여섯, 일곱쯤 되는 어린이들이/활기차게 뛰놀고 있다// (…)총명하게 생긴 놈들이/ 아기자기하게 잘도 놀고 있다/ 그들의 영리한 눈에 축복이 있길 빈다      -천상병 시인의 ‘어린애들’ 부분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모여들면 금방 놀이가 확산하였다. 장난감 하나 없이도 잘 놀았다. 나무막대만 있어도 자치기를 하고 구슬 한 개로도 몇 시간씩 지루한 줄 모르고 놀았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학습의 부담에 치이고 놀 시간을 잃어 갔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달려가던 골목도 사라져 가고 있다. 또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것보다 전자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움에서인지 ‘놀이의 날’이라는 게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비영리법인 시민단체인 ‘놀이하는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전래 놀이를 전수하기도 하고 다양한 놀 거리를 발굴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이벤트로서의 놀이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추구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놀이는 작은 쉼표가 되고 서로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리라는 취지에서다.   현대인들은 노는 일조차도 ‘날’을 정해 각성하고 환기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모양이다. 노는 일에서도 경쟁적 긴장감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에 놀이의 순수한 재미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놀이는 인간이 재미를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 놀이에 관해서도 많은 이론이 있는 모양이다. 잉여 생활 에너지 이론, 휴식이론, 반복이론, 연습이론 등등. 그러나 놀이의 핵심은 ‘재미’이다. 놀이의 참여자는 놀이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진다. 한국의 노래, 영화, 드라마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놀이, 정서와 느낌이 세계 어디서도 동질성의 공유를 획득한다는 건 놀랍다.     오징어 게임은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의 상황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인하고 충격적인 죽음의 게임을 하게 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빚에 쫓기는 자들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되어 거액의 상금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데 게임에서 탈락하면 즉시 죽임을 당해야 하는 생존게임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놀이는 어린 시절 골목에서 놀던 추억 속의 놀이다. ‘구슬치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같은 놀이는 누구나 놀아본 적이 있는 잘 아는 놀이여서 드라마의 잔인함과는 무관하게 보는 이들에게 유년의 골목을 소환해 준다.     게임을 기획·설계한 드라마 속 돈 많은 노인의 “모든 게 시시해지고 재미있는 게 없어 그저 재미를 느껴보기 위해” 오징어 게임을 만들었다는 말은 묘하게도 파장이 길다. 어릴 적에 골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놀이의 재미를 느껴보려고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들을 모아 죽음을 담보한 게임을 하게 한다는 발상, 극적 상상력이긴 하지만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가는 현대의 자화상이 깊은 공감을 얻는 모양이다. 조성자 / 시인

2021-10-12

또 공항 관제사 사고…영부인도 '아찔'

미 전역의 공항에서 관제사들의 졸음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셸 오바마 대통령 부인(사진)을 태운 백악관 전용기가 역시 관제사의 실수로 제때에 착륙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NN방송은 19일 뉴욕에서 일정을 소화한 미셸 오바마 여사와 질 바이든 부통령 부인을 태운 백악관 소속 보잉 737 항공기가 워싱턴DC 인근 앤드류 공군기지에 착륙하려다 C-17 군 수송기와 근접하는 바람에 착륙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사고는 18일 오바마 여사가 탄 항공기가 관제사의 유도로 착륙을 시도했으나 이미 활주로에 자리잡고 있던 군 수송기와 너무 근접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착륙을 취소시키고 공중에서 선회하도록 한 것. 사고 당시 두 항공기간의 거리는 3.08마일로 연방항공청이 권고하는 5마일 이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두 항공기가 근접해 있을 경우 상대 항공기가 만들어내는 '난기류'로 인해 다른 항공기는 통제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연방항공청(FAA)은 "관제사의 실수로 활주로에 있던 군 수송기를 제때에 빼내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보잉 항공기가 안전하게 활주로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착륙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여사를 태운 보잉기는 활주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몇차례 공중선회를 한 후에야 착륙할 수 있었다. 공항 관제사들의 잇단 사고로 관계당국이 올들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근무중 깜빡 잠이 들어 관제탑의 유도없이 착륙하는 사례가 7차례 발생하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인근 오벌린 관제센터에서는 한 직원이 근무 중 DVD플레이어로 영화를 보다가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관제사는 지난 17일 관제센터에서 새뮤얼 잭슨 주연의 범죄스릴러 '클리너(Cleaner)'를 감상하던 도중 무심코 마이크를 켰고 주변 상공을 비행하던 공군 파일럿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영화음악을 듣고 신고해 발각됐다. 오벌린 관제센터는 항공기의 고도를 제어하는 레이더 기지여서 이날 근무태만으로 자칫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FAA는 이 관제사와 함께 관제센터 관리자 1명에 대해서도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 정직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FAA가 근무태만으로 정직 조치한 관제사와 관리자는 지난달말 이후 약 1개월만에 8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마이애미 공항에서 관제사가 새벽근무을 하던 중 잠이 들어 정직처분을 받았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로널드레이건 공항의 관제사가 심야에 조는 바람에 항공기 2대가 관제탑의 유도없이 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랜디 배빗 FAA 청장은 최근 관제담당 책임자를 전격 경질하는 한편 관제사들의 휴식 시간을 1시간 늘리기로 하는 등 관제시스템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신복례 기자

20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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