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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삶과 놀이

 정오께 집 대문을 나서니/ 여섯, 일곱쯤 되는 어린이들이/활기차게 뛰놀고 있다// (…)총명하게 생긴 놈들이/ 아기자기하게 잘도 놀고 있다/ 그들의 영리한 눈에 축복이 있길 빈다  
 
  -천상병 시인의 ‘어린애들’ 부분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모여들면 금방 놀이가 확산하였다. 장난감 하나 없이도 잘 놀았다. 나무막대만 있어도 자치기를 하고 구슬 한 개로도 몇 시간씩 지루한 줄 모르고 놀았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학습의 부담에 치이고 놀 시간을 잃어 갔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달려가던 골목도 사라져 가고 있다. 또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것보다 전자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움에서인지 ‘놀이의 날’이라는 게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비영리법인 시민단체인 ‘놀이하는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전래 놀이를 전수하기도 하고 다양한 놀 거리를 발굴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이벤트로서의 놀이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추구한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놀이는 작은 쉼표가 되고 서로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리라는 취지에서다.
 
현대인들은 노는 일조차도 ‘날’을 정해 각성하고 환기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모양이다. 노는 일에서도 경쟁적 긴장감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에 놀이의 순수한 재미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놀이는 인간이 재미를 얻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 놀이에 관해서도 많은 이론이 있는 모양이다. 잉여 생활 에너지 이론, 휴식이론, 반복이론, 연습이론 등등. 그러나 놀이의 핵심은 ‘재미’이다. 놀이의 참여자는 놀이 규칙에 따라 수행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진다. 한국의 노래, 영화, 드라마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놀이, 정서와 느낌이 세계 어디서도 동질성의 공유를 획득한다는 건 놀랍다.  
 
오징어 게임은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의 상황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인하고 충격적인 죽음의 게임을 하게 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빚에 쫓기는 자들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되어 거액의 상금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데 게임에서 탈락하면 즉시 죽임을 당해야 하는 생존게임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놀이는 어린 시절 골목에서 놀던 추억 속의 놀이다. ‘구슬치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같은 놀이는 누구나 놀아본 적이 있는 잘 아는 놀이여서 드라마의 잔인함과는 무관하게 보는 이들에게 유년의 골목을 소환해 준다.  
 
게임을 기획·설계한 드라마 속 돈 많은 노인의 “모든 게 시시해지고 재미있는 게 없어 그저 재미를 느껴보기 위해” 오징어 게임을 만들었다는 말은 묘하게도 파장이 길다. 어릴 적에 골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놀이의 재미를 느껴보려고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들을 모아 죽음을 담보한 게임을 하게 한다는 발상, 극적 상상력이긴 하지만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가는 현대의 자화상이 깊은 공감을 얻는 모양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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