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무료 가족사진] “늦둥이 남매 결혼해 손주까지…행복해요”
이민 1세대에게 가족은 예사롭지 않다. 참 오묘하다.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홀로 또는 배우자끼리 새 삶을 시작한다. 이민 직후 이 낯선 땅에서 살아갈 날이 설레고 두렵다. 한국의 ‘00 집안’ ‘0대손’이라도 미국에서는 우리 집안 ‘시조’가 된다. 1976년 이민 온 김궁오(82)·김춘자(75) 부부는 미국 김씨네 시조가 됐다. 미국 정착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 낳고 기른 남매는 장성해 가정을 꾸렸다. 온종일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난다는 손주도 둘이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는 손주들과 함께 김씨 집안 미국 역사를 써내려간다. 손녀를 가운데 두고 꼬옥 안은 김씨 노부부는 ‘우리 부부 잘 살았다’는 진중한 표정을 내보인다. 김궁오 할아버지는 “30년 전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이런 가족사진을 찍은 게 마지막”이었다며 “올해 1월 손자가 태어났다. 그동안 가정을 꾸린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 할아버지에게 가족사진은 의미가 남다르다. 36살 때 늦둥이로 첫아들을 낳았다. 친구들은 일찌감치 손주를 봤지만, 김씨 부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 세상에서 손녀와 손자를 보게 된 이상 기쁜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 김씨 할아버지는 “오래전 찍은 가족사진은 4명이었다. 지금은 며느리와 사위, 손자·손녀까지 8명, 삼대 가족이 됐다. 촬영장에 다 모여보니 실감도 나고 기분이 아주 좋다”며 웃었다. 김씨 할아버지는 반평생 함께해준 아내 김춘자 할머니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힘든 이민생활 15년 만에 어렵게 일궜던 주유소는 LA 폭동 때 반파됐다. 김씨 할아버지는 “그때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며 “다시 재기할 힘은 온전히 가족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김씨 할아버지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년 건강도 중요하지만 자녀와 손주들과 살갑게 지낼 수 있어서다. 부모님을 병풍처럼 둘러싼 자녀 부부들의 표정이 김씨 할아버지 마음을 대변한다. 중앙일보 가족사진 촬영행사는 남가주 사진작가협회(회장 김상동)가 촬영과 보정을 맡고, 캘코보험(대표 진철희)이 후원했다. 창간기념 [창간기념 무료 가족사진] 남편이 지금 이순간 기억하길… [창간기념 무료 가족사진] “중앙일보서 5년마다 추억 남겨요”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중앙일보 가족사진 노부부 가족 김씨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