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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2월의 노부부

머물고 싶던 시간들은
 
쏜살처럼 지나가고
 
힘들던 날들은
 
느린 강물 같이 흘러
 


가슴에 흔적만 남긴 한 해
 
 
 
새해는 늘 설렘으로 오지만
 
보내면 한 점 사라지는 작은 배
 
괜히 12월이 되면
 
미움도 그리움이 되어
 
잎 떠난 가지에 짧은 햇살처럼
 
마음만 조급해지고
 
 
함께 살 날도
 
또 한 해가 줄어드는 섣달
 
 
사랑과 미움 기쁨과 실망도
 
김장을 하듯 정을 담아
 
땅 속 김칫독에 묻어두면
 
우리들 사랑의 열매
 
아들 딸 손자 손녀들
 
대문 앞 초인종 누르는
 
새해 아침 그 땐
 
새콤 달콤 양념 배어
 
깊은 맛 익어있지 않을까.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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