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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한강 노벨문학상

2016년에 영국의 맨부커 상을 받았었을 때,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생육을 먹는’ 꿈을 꾼 후 주인공 영혜는 고기를 안 먹는다. 채식주의자가 된다. 형부는 예술작품을 만들고자, 영혜의 몸뚱이에 꽃을 그린다. 영혜는 자기 몸에 그려진 꽃을 보고서 자신을 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형부도 자기 몸에 꽃을 그린다. 영혜는 형부를 꽃이라고 여긴다. 처제와 형부는 알몸으로 서로 껴안는다. 이런 행위를, 영혜는 꽃과 꽃의 결합이라고 보았다. 형부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한 행위로 보았다.     영혜 언니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영혜의 아파트에 온다. 남편의 예술작품을 본다. 작품 속에서, 남편하고 영혜하고의 섹스를 본다. 이것은 불륜(不倫)이다. 남편을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영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병원에서, 영혜는 자기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다. 양손은 뿌리다. 몸뚱이는 나무줄기다. 두 다리는 가지들이다. 나무는 물만 먹는다. 나무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녀는 나무이기에 음식을 안 먹는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영혜는 처음에는 고기를 안 먹는다. 채식하다가 꽃이 된다. 그리고 나무가 된다. 이처럼 채식에서 나무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해놓은 소설 ‘채식주의자’를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올해에(2024), 전연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강이 노벨상을 탔다. 하도 기뻐서 얼른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내용은 1980년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이었다. ‘정대’라는 소년이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정대의 시신은 다른 시신들과 함께 놓여있다. 정대의 유령은 자기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함께 군인 트럭에 실리는 것을 본다. 트럭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자기는 밑에서 두 번째로 깔려있다. 자기 위에 다른 시신이 놓여있다. 정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만, 사람들은 정대의 말을 듣지 못한다. 그는 답답해한다. 다른 유령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줄도 모른다. 당황해한다. 트럭은 숲속 어느 빈 곳에 멈춘다. 군인 상사가 시신을 끌어내리라고 명령한다. 휘발유를 뿌리라고 한다. 군인들은 시신에 불을 지른다. 시신은 다 타버린다. 정대는 소리 지른다. 육체가 없어졌으니, 나는 더는 정대가 아니구나. 어떻게 내 누이를 찾을 수가 있단 말인가. 육체가 있어야 우리는 서로 알아볼 수가 있는데, 이제 육체가 없어졌으니, 누이가 나를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절망한다.   위의 소설을 읽어보고서, 한강의 사고방식이 아주 특이하고 독특함을 알았다.     한강이, 아니, 한국이 노벨상을 탄 것이 하도 자랑스러워, 어느 모임에서, 옆 사람에게,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탔어요!”하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 사람이 “한강이 누군데요? 하고 반문한다. 말문이 확 막혀버린다. 더 놀란 일은, 스웨덴 한림원까지 가서 한강의 노벨상을 취소해달라고 시위까지 했다는 한국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한강을 좋아하니까, 모든 한국인이 다 한강을 좋아하리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오스카의 최우수 작품상을 탔을 때는, 모든 한국인이 자부심을 갖고서 즐겼었다. 그런데 이번 노벨상에는 왜 모든 한국인이 한마음으로 즐기지를 못하고 있을까?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삶의 뜨락에서 노벨문학상 한강 한강 노벨문학상 자기 시신 군인 트럭

2024-12-19

집 마당 가꾸던 퇴역 군인, 갱단이 쏜 빗나간 총탄 맞고 사망

롱비치에서 자기 집 마당 정원 가꾸기 작업을 하던 퇴역 군인이 갱단이 쏜 빗나간 총탄에 맞아 숨졌다. 롱비치 경찰서에 따르면 51세의 마리오 모랄레스-모레노는 지난 4일 오후 6시 45분쯤 이스트 61번가 600블록에서 어디선가 날아온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다른 남성은 하체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웃들은 모레노가 총에 맞았을 때 자기 집 마당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모레노가 총격의 표적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총격 사건이 갱단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롱비치 경찰은 지난 10일 갱단 관련 총격 사건 관련된 남성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롱비치, 벨플라워, 인디오 시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용의자 체포 과정에서 총기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4명은 10일 총기 혐의와 함께 살인 및 음모 혐의로 각각 1건, 살인 미수 혐의로 4건씩 기소되었다. 롱비치 법원은 이들을 보석금 없이 구금시키고, 4월25일에 인정심리를 열기로 결정했다. "갱단 관련 폭력은 우리 도시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으며, 이 냉혹한 범죄 행위는 모레노 씨 가족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았습니다."라고 LBPD의 월리 헤비시 서장은 말했습니다. 모레노의 친구이자 이웃인 크리스티 와이펠스는 가족을 대신해 모레노를 "항상 다른 사람을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노스 롱비치 지역의 터줏대감"이라고 소개하며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를 개설했다. 모레노의 아내와 아들, 딸이 유가족이다. 10일 현재 15,000달러 이상이 모금되었다. 제보: 전화 562-570-7244 익명 제보: 전화 800-222-TIPS 또는 웹사이트 www.LACrimeStoppers.org   박준한 기자 [[email protected]]퇴역 군인 퇴역 군인 롱비치 경찰서 롱비치 벨플라워

2024-04-11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현역 군인 이스라엘대사관 앞 분신

워싱턴DC에 위치한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25일 현역 군인 한 명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호소하며 분신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군 훈련복을 입은 상태로 이날 오후 1시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분신했으며 현장에 있던 경호 및 소방 당국자들이 불을 끈 뒤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남성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본부 소속 현역 미 공군 애런 부슈널(25)로 확인됐다.     그는 현장에서 이스라엘에 맞서온 팔레스타인 지지를 호소하며 분신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 트위치를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에서는 이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스라엘 대사관 쪽으로 걸어가며 "나는 더는 제노사이드(집단말살)의 공범이 되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나는 극단적 시위를 하려 한다"며 대사관 정문 앞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몸에 불을 붙인 뒤 쓰러질 때까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다고 NYT는 전했다. 해당 영상은 트위치 측에서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이 남성을 제외하고 다친 사람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스라엘대사관 측에서도 직원 측 부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로컬 경찰 등은 영상을 확보한 뒤 사건 정황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12월 애틀랜타 주재 이스라엘영사관 앞에서도 한 시위자가 분신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이스라엘대사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대사관 인근 팔레스타인 지지 현역 군인

2024-02-26

[기고] “군인이셔서요”

지난주 한국 언론에 한 여성이 휴가 나온 군인을 감동시킨 사연이 소개됐다. 휴가를 나온 병사가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모르는 여성이 이 군인의 밥값을 먼저 지불했다는 내용이었다. 식당 주인의 말을 들은 병사가 곧바로 쫓아나가 감사 인사를 했더니 그 여성은 웃으면서 “군인이셔서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병사는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행을 받으니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다. 제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단다. “남은 기간 군인다움을 유지하고 전역 이후엔 예비군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다짐도 했다.       필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필자가 속한 ‘6·25참전유공자회’는 매년 6월이 되면 LA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미 육군 40사단과 함께 6·25기념식을 한다. 한 번은 우리 일행이 부대로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 근처 커피점에 들렸다. 제복을 입은 우리 일행이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옆자리에 있던 여성이 우리를 보더니 “어떤 분들이냐”고 물었다. 그 여성은 자녀 두 명과 함께 온 엄마였다.  우리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했더니 그 여성은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군 복무를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우리가 마실 커피를 사 들고 다시 왔다.  그러면서 본인의 시아버지도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며 자기는 시아버지를 뵌 적은 없지만 그의 훌륭한 군 복무를 기억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미 육군 40사단은 6·25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됐던 부대다. 그리고 경기도 ‘가평전투’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워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휴전 후에는 부대 장병들이 기금을 모아 가평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그 후에도 계속 지원을 했다. 40사단은 지금도 가평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보내는 등 ‘한국사랑’이 특별한 부대다.     오래전 필자가 현역복무 당시 미국 군사학교에 1년간 유학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주말 동료 한 명과 함께 군복을 착용한 채 카메라를 메고 뉴저지에서 뉴욕 시내로 관광을 나갔다. 그러다 밤 9시쯤 출발하는 막차를 타려고 줄 끝에 서서 기다렸지만 바로 우리 앞에서 정원이 다 차버렸다. 직원은 환불을 해 주며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고 했다. 황당하기 그지없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다가오더니 “ 당신들 군인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렇다고 했더니 “곧 버스 한 대가 나오니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두 명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해 가는 셈이 되었다. 그때 군복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6·25전쟁 후 대한민국이 일련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군인이 국가에 대한 ‘충성’, 즉 위국헌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3년 휴전 이후에도 북한의 많은 도발로 우리 군의 희생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 때 12명이 전사했고 2002년 연평해전 때는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그리고 46명이 전사한 2010년 천안함 폭침,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다친 연평도 포격 도발, 장교와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은 2015년 DMZ 목함 지뢰 도발 등이 이어졌다. 이들의 희생 없이 우리의 일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생각할 때 군복 입은 청년들의 모습이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군인은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이고 이들의 희생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것은 진실이다. 국민의 작은 감사 표시로도 군인들의 사기는 충천한다. 국가가 군인을 기억하고 그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국민이 있는 한 안보에 이상은 없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군인 기간 군인답 한국전쟁 참전용사 대다수 군인

2024-01-23

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해야 강국이 된다

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해야 강국이 된다   / 나는 해병대에서 5년을 보냈다.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국가전략기동부대다.  해병대는 다른 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지만, 소수정예를 의미하는 ‘작지만 강한 해병대’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병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해병대는 붉은 명찰과 팔각모로 상징된다. 붉은 명찰은 피와 정열, 용기, 신의, 약동하는 젊음을 의미하며, 글자색인 황색은 땀과 인내를 의미한다.     소위로 임관되어 처음 배속 받은 곳은 포항 제 1상륙사단 11연대였다. 병과가 포병이었기 때문에 가끔 야외로 포사격훈련을 나갔다. 일선부대 근무를 하면서 나는 선배들로부터 6.25전쟁 때 해병대가 피땀 흘려 쌓아올린 ‘상승해병’신화를 들었다. 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도솔산 전투다. 한국전쟁 중 도솔산 전투는 원래 미 해병대가 맡았던 전투였다. 도솔산은 강원 양구의 중동부전선에 위치한1148고지로 태백산맥 중 가장 험준한 곳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도솔산 점령 임무가 갑작스럽게 한국 해병대로 바뀌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미 해병대가 도저히 이 전투를 수행할 수 없다며 발을 뺐기 때문이었다. 미 해병대가 도솔산 전투를 포기한 이유는 도솔산이 워낙 험준할 뿐만 아니라 그곳을 방어하던 북한군이 좁고 가파른 암석지대에 지뢰를 묻고 수류탄과 중화기를 배치해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요새화함으로써 이를 공략해야 했던 미 해병대는 처음부터 엄청난 인명손실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 해병대가 그런 인명 손실을 내고도 도솔산 전투를 도저히 승리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도솔산 점령 임무는 미 해병대에서 한국 해병대로 바뀌었다.   한국 해병대는 미 해병대와 교대해 도솔산을 점령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누구 할 것 없이 어안이 벙벙했다. 세계 최강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 해병대가 포기한 도솔산 점령을 화력과 장비가 미군에 비해 월등히 부족한 한국 해병대가 어떻게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 한국 해병대는 결의를 다지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김대식 연대장은 “미 해병대가 못한 일을 기필코 해냄으로써 한국 해병의 기개를 보여주자!”며 움츠려있던 부하 장병들을 다독였다. 1951년 6월 4일 해병대는 공격작전을 개시했다. 해병대는 험준하기로 이름난 도솔산의 가파른 능선 자락을 기어오르며 피와 땀으로 얼룩진 혈전을 치렀다. 인명 손실이 많은 주간공격이 막히자, 야음을 이용한 기습작전을 감행했다. 특공대원들은 대검 한 자루와 수류탄 두 발을 들고 낮은 포복으로 전진해 목표를 하나씩 공략해 나갔다. 이때 소대장들이 앞장서 지휘했다.     그렇게 견고하기만 하던 북한군의 방어진지도 해병들의 목숨을 건 투혼에 하나둘씩 무너졌다.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대대장·중대장·소대장들도 총상을 입고 여기저기서 쓰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후송을 거부한 채, 이를 악물고 부대를 지휘했다. 해병대는 도솔산에서 모두 그렇게 싸웠다. 해병대의 도솔산 전투의 승리에 군 수뇌부는 물론이고, 이승만 대통령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과 신현준 해병대사령관이 맨 먼저 달려와 승전 축하와 함께 부대표창을 했다. 도솔산 점령 소식을 들은 이승만 대통령은 ‘영웅’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부대 표창을 하고 ‘무적해병’이란 친필 휘호를 내린다. 또 이 대통령은 그날 생일을 맞은 공정식 대대장에게 깜짝 이벤트도 마련했다. 헬기로 생일 케이크를 공수해 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태극기와 성조기로 장식된 케이크를 공정식 대대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군대의 존재목적은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군대는 여름철 난로와 같다. 당장 쓸모가 없다고 해서 내팽개쳐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미국인들의 제대군인(Veteran)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예우는 남다르다.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두 배도 더 비싼 비행기 좌석을 양보받기도 하며, 군인들에게는 항공사의 우대고객인 1등석 승객조차 밀리는 것이 미국에서 군인들의 위상이다. 수년 전 미국의 한 6·25전쟁 참전용사 장례식에 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몰려 화제가 되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서 90세에 별세한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 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그런데 건강상 문제로 유족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묘지 측은 장례식 하루 전날 SNS에 특별한 안내문을 올렸다. “젊은 시절 한국을 위해 싸운 미국 군인의 상주 역할을 가족을 대신해 지역주민이 해주길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놀랍게도 장례식날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시민과 함께 여러 전쟁에 참여했던 제대군인들이 제복을 입고 참석했으며 일부는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달려왔다. 장례식에선 군악대의 연주와 오토바이를 선두로 한 추모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퍼킨스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우대하는 정서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공공장소를 찾거나 비행기에 탑승하면 방송으로 알리고 주변 사람들은 기립박수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또 대통령과 장군을 비롯해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들에게 먼저 경례를 하며 존경의 뜻을 표한다. 2009년 10월29일 새벽 4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중 전사한 18명의 유해가 비행기에 실려 공군기지로 돌아올 때 새벽 시간임에도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미국이 세계 1위 군사 강국을 장기간 유지하는 비결은 세계 최고 국방비 등 첨단 군사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를 내린 보훈문화가 미국을 장기간 유일 초강대국으로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군 초급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학군사관후보생과 사관학교의 중도퇴교자가 늘고 선발경쟁률은 갈수록 내림세다. 이유는 박봉과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이란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더는 ‘애국 페이’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군의 초급장교는 국가안보의 중추다. 국방의 중추가 흔들리는 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수많은 군인들과 군 복무에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바친 모든 이들이 미국의 군인들처럼 존경과 감사를 마땅히 누릴 수 있는 날이 대한민국에도 오기를 바란다. 그들의 꽃같은 청춘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국민의 의무라는 이유로 오롯이 감당한 군인들은 국가와 국민의 감사와 존중을 누림이 마땅하다. 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할 줄 모르는 나라가 강국이 될 수는 없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김지민 기자군인 존중 한국 해병대 신현준 해병대사령관 도솔산 전투

2023-05-25

"타인 돕는 아시안 군인의 표본"

아태계 문화유산의 달 5월을 맞아 국방부가 공군 예비군으로 근무 중인 한인 부사관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11살 때 미국에 이민 와 공군 현역으로 근무하고 다시 군목과 리크루터로 예비군에 합류한 스티브 곽(사진) 부사관.     현재 AMW(Air Mobility Wing) 349부대 소속인 곽 부사관은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 중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1990년 수송업무를 맡아 공군에 입대했다.     그는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 근무하며 한국의 조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며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제대 후 보훈청에서 수년 동안 동료 전역 군인들을 돕다가 워싱턴 주립대학에 입학했다. 마치지 못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군대 근무 중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던 장병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나서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많은 군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병 치유 테크니션으로 알 두다이드 공군기지에 군목으로 파견돼 영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서 보람찼죠.”     곽 부사관은 현재 349부대에 병력을 선발하는 리크루터로 일하고 있다. 트레비스 공군기지 인근의 올라노, 나파, 마린, 소노마 카운티에서 풀타임 리크루팅을 담당하고 있다.   공군 측은 곽 부사관이야말로 훌륭한 아시안 아메리칸의 표본이라고 칭찬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아시안 군인 아시안 군인 아시안 아메리칸 전역 군인들

2023-05-04

[이 아침에] 꿈 꾸어 보는 평화로운 세상

나바호 원주민의 땅 애리조나에는 모뉴멘트 밸리 등 일곱 곳의 경이롭고 기념비적인 곳이 있다. ‘캐년 드 세이’는 그 한가운데 있는 곳이다. 그랜드캐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환상적인  협곡은 800피트 높이의 사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강줄기의 흔적을 따라 두 개로 나누어진다. 거의 5000여년 전부터 거주했던 아케익족 등 5개의 부족이 차례로 거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캐년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잘 만들어진 협곡위 길을 따라 연결된 전망대에서  협곡을 보는 것이다. 길은 사우스림과 노스림으로 나뉘어 있다. 사우스림에 있는 여섯개의 전망대 중 스파이더락(Spider Rock) 전망대에서 가까이 보이는 2개의 사암 기둥은 협곡 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원주민들이 정령이 살고 있다고 믿는 첨탑의 높이는 무려 800피트다.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가까이서 보는 방법은 원주민 안내인의 지프나 트럭을 타고 캐년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다. 절벽 중간에 지어진 집터, 바위에 새겨진 그림 등 여러 가지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현재는 협곡에 두 가정만 살고 있다고 했다.   노스림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만나게 된다. 무에르또 협곡을 따라가는 노스림의 끝자락에  ‘학살 동굴 전망대’가 있다. 1805년 스페인 군대가 동굴로 피한 나바호 원주민 100명 이상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곳이다. 근처에 있는 ‘두 명이 떨어진 곳 (two fall off)’은 용감한 나바호 여인이 스페인 군인을 안고 투신한 곳이라고 한다.   18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미국은 스페인 군인을 몰아냈다. 하지만 애리조나에서 은광과 구리 광산이 개발되자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한 학살이 다시 자행되었다. 미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나바호족은 1863년, 9000여명이 뉴멕시코의 사막 지역으로 쫓겨가야 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을 인정해 1868년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도착한 사람은 겨우 4000여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 행군을 ‘더 롱 워크(The  Long Walk)’ 라고 부른다. 낯선 사막과 길에서 죽어가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살육과 추방은 미 대대륙 전역에서 자행됐다.     그들은 풀 한포기,돌 하나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들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슬픔을 노래로 표현했다. 페루의 민요 ‘철새는 날아가고’도 그런 아픔이 짙게 묻어있는 노래다. ‘새가 되어 멀리 바다로 날아가겠어요, 머물다 떠나는 백조처럼. 땅에 매여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로 이야기하지요.’ 가족을, 이웃을 잃은 아픔을 그들은 가장 슬픈 선율로 표현했다.      지금도 국가, 민족, 종교 간의 갈등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살육이 자행되고 있다는 데 슬픔이 있다.  탐욕으로 인한 전쟁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은 더는 없어야겠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이 아침에 나바호 원주민 원주민 안내인 스페인 군인

2023-01-30

국방부 신임 대변인 7년 만에 현역 군인

국방부의 입인 대변인 자리를 7년 만에 현역 군인이 맡게 됐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4일 공군 공보실장인 패트릭 라이더 준장을 새 대변인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라이더 신임 대변인은 지난 5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존 커비 전 대변인의 뒤를 잇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현역 군인을 국방부 대변인으로 선택한 것은 군인이 비정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국방부의 마지막 현역 군인 대변인은 2013년 척 헤이글 당시 장관이 임명했던 커비였다. 당시 커비 조정관은 해군 준장이었고, 이듬해 소장으로 진급한 뒤 2015년 언론인 출신인 피터 쿡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신임 대변인인 라이더 준장은 2017~2019년 합참 대변인을 지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이 중부사령관을 역임했던 2013~2016년 사령부 대변인을 지내면서 오스틴 장관과 연을 이어왔다.   오스틴 장관은 "라이더는 언론에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그의 풍부한 경험을 강조했다.   라이더는 이달 말부터 대변인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오스틴 장관은 밝혔다.국방부 대변인 국방부 대변인 국방부 신임 현역 군인

2022-08-05

절대 열세 우크라, 시가전서 반전 모색 가능성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러시아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역에서의 시가전으로 반전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24일 BBC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전날 새벽 5시께부터 우크라이나 북쪽과 동쪽, 남쪽 3면으로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는 미사일 등 압도적 화력을 동원해 침공 개시 약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 북부까지 진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밀 타격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군 기지, 방공망 등도 무력화했다.   BBC는 이처럼 수도 함락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시가전을 통해 반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최근의 이라크 모술 전투에서 보듯 잘 훈련된 군 병력과 시민 등을 방어에 투입하면 전투를 어렵게 하고 상대방에게 치명적 피해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이라크에서 있은 모술전투는 이슬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 수천 명이 미군의 첨단 화력 지원을 받는 약 10만 명의 이라크 정규군을 상대로 몇 달 동안 버틴 것으로 시가전의 어려움을 보여준 대표사례로 꼽힌다.   군사전문가 등은 러시아군이 초기 병력 전개 과정에서 시가전을 피하고자 마을이나 도시를 우회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들로는 진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습과 포병 화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까닭에 시가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까닭에 우크라이나군이 영국이 지원한 차세대 경량 대전차미사일(NLAW) 등을 활용해 시가전에서 적절히 대처한다면 꽤 오랜 시간 러시아군 공격에 저항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시가전이 벌어지는 도시들을 에워싸고 저항군을 겨냥해 장거리포 공격을 가한 뒤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시민 사회 지도자를 살해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전날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비교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침공 감행 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병력이 1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정규군 수인 12만5600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양국의 공군력 격차는 이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국경에 105대의 전투기를 배치했지만, 러시아는 3배가량 많은 300대를 뒀다.   이밖에 러시아는 S-400 미사일 같은 첨단 방공 시스템을 비롯해 이스칸데르 순항·탄도미사일 등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았지만,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무기가 대부분이라고 BBC는 전했다.사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군인 우크라이나 정부군 키예프 외곽

2022-02-25

"군인들의 삶과 헌신 기억"

  귀넷 카운티는 지난 11일 오전 로렌스빌에 있는 귀넷정의행정센터에서 2021 베테랑스 데이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귀넷 카운티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과 귀넷 행정위원회 커미셔너들, 로날드 L. 존슨 장군 등이 참석했다. 미동남부베트남전쟁참전유공자회(회장 조영준)도 협회 설립 후 처음 참석했다.   커크랜드 카덴 제1지구 커미셔너, 재스퍼 왓킨스 제3지구 커미셔너, 말린 포스크 제4지구 커미셔너는 베테랑의 삶과 헌신을 기억하자고 밝혔다. 포스크 커미셔너는 "한인 참전용사들이 베테랑스 데이 기념 행사에 처음 참석해준 데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참전용사들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전을 위해 힘썼고 우리는 그들의 희생에 예를 표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마움을 전하자"고 말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날드 L. 존슨 장군(Major General)은 "이 위대한 국가(미국)를 건설하는 데 모든 군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베테랑스 데이는 모든 군인을 기억하는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는 결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고, 우리는 이 자유의 땅에서 계속해서 횃불을 들고 참전 용사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영준 회장은 행사를 마친 후 "협회 창립 후 귀넷 카운티 행사에 처음 참석한 뜻깊은 날"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참석해 함께 마음을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배은나 기자군인 헌신 헌신 기억 제4지구 커미셔너 제1지구 커미셔너

2021-11-11

어려운 후배 보듬던 그 선배가…충격의 동문들

서울대서 피아노 전공 복음성가 연주자 활동 아들 때문 고민 많았지만 밝게 살으려고 항상 노력 남가주 서울대 음대 동문회에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어려움에 처한 후배를 도운 선배의 감동 스토리다. 한 여성 동문이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됐다. 갑작스러워 살 길이 막막했다. 살림살이도 전 같지 않아졌다. 그때, 한 선배가 음식을 한아름 들고 찾아왔다. 선배는 “나도 혼자 애들 키워봐서 알아.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먹어야지”라며 음식들을 텅 빈 냉장고에 채워넣었다. 선배의 따듯한 마음에 후배는 얼어붙었던 가슴 속 상처가 눈 녹 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후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랬던 선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일 발생한 가디나 모친 살해 사건의 피해자 김소현(56ㆍ사진)씨가 그 선배다. 가슴 따뜻했던 김씨의 변고 소식에 서울대 동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은 함께 모여 서로 위로했다. 숨진 김씨의 1년 선배인 음대 동문회장 서영란씨는 “믿을 수가 없다. 사건 전날 음대 야유회에도 소현이가 참석해 함께 웃고 즐겼는데, 세상에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야유회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다음에 또 만나자’ 웃으며 인사했는데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숨진 김씨는 동문들 사이에서 ‘인심 좋은 주방장’으로도 통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손수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는 걸 즐겼다. 사건 하루 전 있었던 야유회 바비큐 파티에서도 사과를 갈아넣은 쌈장과 잡곡밥을 준비해 와 동문들의 입을 즐겁게했다. 음대 동문 유재각씨는 “사람이 많아 힘들 텐데도 흔쾌히 혼자 음식을 준비했다”며 “동문회 운영이 어려웠을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전했다. 숨진 김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만큼 밝은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음대 동문회장 서씨는 “소현이는 늘 호탕하게 웃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웃곤 했다”면서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밝게 살고자 노력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피아노 연주자로도 실력을 인정받은 삶이었다. 서울대 기악과 76학번으로 피아노를 전공했던 김씨는 시카고와 위스콘신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는 ‘레제투알(Les Etoiles)’이란 피아노 트리오 그룹을 결성해 연주가의 삶을 살았다. 성당에서는 복음성가 연주자로 활동하며 찬양 사역에 열심이었다. 5월에는 경기여고 합창단 한국 공연을 위해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함께 연주 활동을 했던 지인은 “피아노를 칠 때면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다고 자주 얘기했었다”면서 “아들 때문에 겪었던 마음의 상처도 늘 음악으로 스스로 치유하던, 진정한 음악가였다”고 회상했다. ‘베풀 줄 알고 요리 솜씨 좋았던 사람’, ‘명랑하고 음악에 열정을 다했던 사람’. 비극적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2015-04-22

'참전 후유증'이 살인극 불렀다

지난 주말 가디나에서 발생한 모친 살해사건본지 2015년 4월21일 A-3면>을 수사중인 가디나 경찰국은 용의자 니콜라스 김(30)이 마약을 복용한 뒤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어머니 김소현(56)씨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프렌더캐스트 서전트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체포 당시 용의자는 약에 취해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면서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망치로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일 저녁 찾아간 가디나 아파트의 현관문은 부서져 나무판자로 덧대져 있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숨진 김씨의 장남인 니콜라스는 이라크 참전 용사출신으로 심각한 전쟁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숨진 김씨가 출석하던 성당 교우들은 20일 밤 가디나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김씨가 최근 수년간 아들 니콜라스의 정신병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최근 김씨 가정의 속사정을 전했다. 교우들에 따르면 니콜라스는 2000년대 후반 3년간 이라크로 파병갔다 돌아온 뒤 LA커뮤니티칼리지(LACC)에 다니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2011년부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증세가 갈수록 악화됐다. 한 지인은 "어느날부터 니콜라스가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칼을 여러 개씩 갖고 다녔다"면서 "누가 음식을 주면 '음식에 독을 탔다'면서 먹지도 않았고, 주변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하며 폭력적으로 변해갔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니콜라스는 마약에도 손을 댔다. 정신병도 악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숨진 김씨는 지난해까지 니콜라스와 사건현장인 가디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나 니콜라스의 구타가 시작됐고, 급기야 마약 운전으로 지난해 9월과 3월 2차례 체포되면서 더이상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성당 교우들은 "김씨가 힘들어해서 성당 식구들이 니콜라스를 돌보기로 했고, 6개월전부터 니콜라스는 성당에서 살았다"고 전했다. 한 교우는 "숨진 김씨는 아들이 무섭다고 피해다니기까지 했다"면서 "아마 니콜라스는 엄마가 자기를 피하는데 불만을 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최근까지 개인 레슨으로 생계를 꾸렸으며 성당에서는 반주자로도 활동해왔다. 한국에 있는 변호사 남편과 헤어진 뒤 20여 년간 홀로 두 아들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당 교우들은 김씨의 시신이 유가족인 막내 아들에게 인계되는 대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계기사 3면] 오세진 기자

2015-04-21

참혹한 이라크 전장의 기억…늘 공포에 떨었다

참전 용사들은 전쟁터에서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고통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 뒤 얻은 정신 질환 때문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가디나 존속 살인 사건의 용의자 니콜라스 김(30·한국명 현오)도 이라크전 참전후 정신 질환을 앓다가 극도로 악화돼 어머니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USA 투데이는 참전 용사 3명 중 1명꼴(31%)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보도한 바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PTSD를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을 경험한 후, 반복적으로 공포감을 느끼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자들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대부분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다. 심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하다. 니콜라스의 지인들에 따르면 니콜라스는 전투 병사 중에서도 최전방으로 나서는 수색 병과 소속이었다. 또 극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뢰 제거 대원으로도 활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의 경우는 PTSD가 악화돼 피해망상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니콜라스의 치료를 맡았던 롱비치 소재의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니콜라스의 상습적인 마약 복용이 PTSD를 피해망상정신분열증으로 악화시켰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말, 차에 탑승했을 때 창문을 옷으로 가리고 몸을 숨기는 행위 등이 정신분열증의 전형적인 증세"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스의 치료 과정을 도왔었다는 한 지인은 "니콜라스는 전쟁터에서 야밤에 습격을 받았다고 했다. 동료가 죽어나갔고, 자신도 다쳤다고 했는데 아마 그 기억이 큰 고통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참전 용사들이 니콜라스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투 현장에 파견됐던 박훈(27)씨는 "특히 다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은 별일 아닌 상황에도 심하게 놀라고 무서워 했다. 폭격을 당했던 병사들은 하늘에서 까마귀가 날아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전문의 조만철 박사는 "전쟁터에서 경험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처음에는 불안증이나 우울증으로 작용하다가 PTSD 증세를 보인다. 심할 경우 피해망상정신분열증이나 착란증 증세로 이어진다"며 "전쟁 영웅으로 알아주지도 않고, 참전 용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담한 분위기가 이들을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역한 참전 용사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니콜라스도 지난해 상태가 악화되자 재향군인 병원에 입원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입원이 가능하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의 성당 교우는 "정부가 방치한 것과 같다. 보다 적극적으로 유공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나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

2015-04-21

한인 아들이 어머니 찔러 살해…가디나서 30대 체포

지난달 다이아몬드바에서 40대 한인 여성이 70대 시어머니를 토막살인한 혐의로 체포본지 3월28일자 A-1면>된지 한 달도 안돼 또 한인 존속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아들이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가디나경찰국은 지난 주말인 19일 오전 8시30분쯤 160가와 사우스 하버드 불러바드 인근 한 아파트에서 니콜라스 김(30·한국명 현오)을 어머니 김소현(56)씨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여성으로부터 "아들이 아파트에 침입했다"는 911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2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 아파트에서 급히 빠져나가던 니콜라스를 일단 붙잡아두고 아파트 내부 수색에 나섰다. 가디나경찰국의 스티브 프렌더개스트 서전트는 "아파트 안에서 니콜라스의 어머니 김씨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니콜라스를 살인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어머니 김씨가 변을 당하기 전 911로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스는 보석금 100만 달러가 책정돼 가디나경찰국내 유치장에 일단 수감됐다. 니콜라스의 인정신문은 오늘(21일) 오전 토런스 법원에서 열린다. 가디나 모친 살해사건은 올들어 LA인근에서 발생한 두번째 존속살해다. 지난달 25일 터스틴시에서 이은영(42)씨가 시어머니 이영자(77)씨 살해 혐의로 붙잡혔다. 이씨는 시어머니를 찾아가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낸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오세진 기자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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