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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인이셔서요”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지난주 한국 언론에 한 여성이 휴가 나온 군인을 감동시킨 사연이 소개됐다. 휴가를 나온 병사가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모르는 여성이 이 군인의 밥값을 먼저 지불했다는 내용이었다. 식당 주인의 말을 들은 병사가 곧바로 쫓아나가 감사 인사를 했더니 그 여성은 웃으면서 “군인이셔서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병사는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행을 받으니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다. 제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단다. “남은 기간 군인다움을 유지하고 전역 이후엔 예비군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다짐도 했다.    
 
필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필자가 속한 ‘6·25참전유공자회’는 매년 6월이 되면 LA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미 육군 40사단과 함께 6·25기념식을 한다. 한 번은 우리 일행이 부대로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 근처 커피점에 들렸다. 제복을 입은 우리 일행이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옆자리에 있던 여성이 우리를 보더니 “어떤 분들이냐”고 물었다. 그 여성은 자녀 두 명과 함께 온 엄마였다.  우리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했더니 그 여성은 “Thank  you for your service(당신의 군 복무를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우리가 마실 커피를 사 들고 다시 왔다.  그러면서 본인의 시아버지도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며 자기는 시아버지를 뵌 적은 없지만 그의 훌륭한 군 복무를 기억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미 육군 40사단은 6·25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됐던 부대다. 그리고 경기도 ‘가평전투’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워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휴전 후에는 부대 장병들이 기금을 모아 가평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그 후에도 계속 지원을 했다. 40사단은 지금도 가평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보내는 등 ‘한국사랑’이 특별한 부대다.  
 


오래전 필자가 현역복무 당시 미국 군사학교에 1년간 유학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주말 동료 한 명과 함께 군복을 착용한 채 카메라를 메고 뉴저지에서 뉴욕 시내로 관광을 나갔다. 그러다 밤 9시쯤 출발하는 막차를 타려고 줄 끝에 서서 기다렸지만 바로 우리 앞에서 정원이 다 차버렸다. 직원은 환불을 해 주며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고 했다. 황당하기 그지없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다가오더니 “ 당신들 군인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렇다고 했더니 “곧 버스 한 대가 나오니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두 명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해 가는 셈이 되었다. 그때 군복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6·25전쟁 후 대한민국이 일련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군인이 국가에 대한 ‘충성’, 즉 위국헌신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953년 휴전 이후에도 북한의 많은 도발로 우리 군의 희생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 때 12명이 전사했고 2002년 연평해전 때는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그리고 46명이 전사한 2010년 천안함 폭침,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다친 연평도 포격 도발, 장교와 부사관 2명이 다리를 잃은 2015년 DMZ 목함 지뢰 도발 등이 이어졌다. 이들의 희생 없이 우리의 일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생각할 때 군복 입은 청년들의 모습이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군인은 우리 가족, 친구, 이웃이고 이들의 희생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다는 것은 진실이다. 국민의 작은 감사 표시로도 군인들의 사기는 충천한다. 국가가 군인을 기억하고 그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국민이 있는 한 안보에 이상은 없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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