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오픈 업] 배아는 인간인가?

며칠 전 공영방송인 NPR이 ‘냉동 배아(frozen embryo)’를 땅에 떨어뜨려 망가트린 피고에 대한 앨라배마주 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법원은 1872년 제정된 주 법에 따라 ‘배아’를 ‘사람’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배아를 파괴했으면  살인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도 이견이 많은 ‘배아 vs 인간’ 엔티티가 법적인 제제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덧붙여진 판결이다. 낙태의 권리, 즉 ‘프로 초이스’와 태아 보호 의무, ‘프로 라이프’가 대권 주자들의 표심 모으기 핵심 아이템 중의 하나로 도마에 올려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커다란 불씨가 될 전망이다.   앨라배마 주법은 생명의 시작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 딜레마를 해결해야 하는 곳에서는 윤리관, 종교관까지 충돌하며 쉽게 결론이 날 수 없게 된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일률적인 해석을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의사가 많은 집안조차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는 50대 50 정도로 낙착되는 것이 바로 이 이슈다.     먼저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면, 약 4년 전 어느 환자가 냉동 배아를 저장하는 ‘모빌 인퍼머리 메디컬 센터(Mobile Infirmary Medical Center)’ 회사에서 배아 여러 개를 꺼내 갔다. 그가 어떻게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곳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만 배아가 들어 있는 시험관을 떨어트렸다. 당연히 시험관이 파손되면서 배아들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배아들이 ‘못 쓰게 되었다’라는 것은 미래의 생명체들이 죽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배아’를 그냥 몇 개의 세포라고 본다면, 못 쓰게 되었다고 크게 열을 낼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배아’들이 생명이고, 미래의 인간으로 본다면 미래의 아이들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도대체, 배아(胚芽)란 무엇인가? 임신중절 수술 때 흔하게 거론되는 태아(胎兒)와는 무엇이 다른가? 배아의 ‘아’는 싹이라는 뜻으로, 어원은 나무 목(木)자이다. 태아의 ‘아’는 아이라는 뜻으로 어원은 물 수(水)이다. 사람의 경우,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접합한 후, 세포분열을 시작한 단계로써 임신 8주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8주 이후에는 태아(胎兒)라고 부른다.   세상은 공평하지 못해 한쪽에서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임 치료 방법으로 시험관아기를 낳고 있다. 불임 부부가 고아들의 부모가 되어주면 좋으련만, 진정한 나의 핏줄을 갖고 싶어서 시험관아기를 택한다는 테스티모니얼을 읽은 적이 있다.   시험관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최초로  태어났다. 한국은 그보다 7년 후인 1985년에 성공적으로 시험관아기를 출산했다. 시험관아기 만드는 과정을 IVF(In Vitro Fertilization)이라고 부르는데,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인 비트로(in vitro)는 인 비보(in vivo)의 상대적인 단어로, 몸 밖이라는 뜻이다. 즉 몸 밖의 수정을 말한다.   간단히 그 과정을 설명해 보면 몸 밖, 즉 자궁의 환경이 만들어진 시험관에서 임신 준비가 된 난소와 정자를 합성시켜 배아를 만든다. 실패를 예상해서,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든다. 그중 건강한 몇 개를 자궁에 정착시킨다. 이 때문에 체외수정의 경우 쌍둥이가 많다. 이 과정에서 쓰이지 않은 배아들은 얼려서 보관하게 된다.   이런 배아를 냉동 보관하는 회사들이 있다. 첫 번째 시험관아기 출생에 성공한 후,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임신을 원하는 부부에게 배아를 기증하는 경우도 있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여인의 몸을 빌려서 같은 혈통의 형제가 태어나는 경우이다. 또 이들은 사실 모두 같은 때에 만들어졌으니 쌍둥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정보는 거의 모두 가려져 있고, 본인들은 알 길이 없다. 무슨 이유로든지, 우연히 DNA 테스트를 해서 알게 된다면 모를까 말이다.   혈통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 혈통을 강조하는 사회에 던져보는 정답이 없는 고민스러운 질문이다. 류 모니카. M.D.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배아 냉동 배아 시험관아기 출생 임신중절 수술

2024-02-25

[오픈 업] 의료 방해와 의료사고 예방

친구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얼마 전 갓 중년에 들어선 남동생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슬픔은 그녀의 분노에 가려져 있었다. 동생의 죽음은 의료체계의 모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전화기 너머에서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생각은 질주했고, 말은 빨랐다. 이야기는 초점을 잃고 이리저리 튀었다. 한 시간 가까이 위로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던 나는 전화를 끊을 때쯤 몹시 지쳐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그녀에게 내린 ‘접근금지’ 명령을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사연은 이랬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비혼주의자인 남동생의 법적 보호자는 그녀였다. 만약의 경우, 동생이 판단 능력을 잃게 되면, 동생에게 필요한 테스트, 치료, 나아가 필요한 법적 절차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이 친구의 의무가 된 것이었다.     이렇듯 법적 보호자를 명시하는 시스템은 병원과 법이 요구 또는 추천하는 사항이다. 상담이 필요할 때, 지정된 보호자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초대된다. 만약 상담 때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이 있다면 참가했던 가족, 또는 보호자로 지정된 가족(어떤 경우는 친지가 보호자로 지정되기도 한다)에게서 내용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재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약속 없이, 불쑥 아무 때나 의료진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는 보통 가족 중 한 사람이 주된 역할을 하고, 두 번째, 세 번째 보호자를 등록할 것을 권한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도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에 명시해 놓으면 된다. 보호자와 ‘사전의료의향서’는 평소 환자가 원한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윤리적, 문화적인 길잡이다.     물론 보호자가 있어도 환자가 평소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이 이행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떻든, 친구가 원했던 치료 방법과 병원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견은 분쟁으로 번진 모양이다. 그 후 친구의 질문이나 행동은 의료 방해로 간주하였고, 병원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 그녀의 방문을 막았다. 일차적으로 누나의 방해 없이, 의료진이 동생에게 필요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녀가 입원실을 출입할 때는 시큐리티 가드가 동행했다. 동생이 숨진 시간에 그녀는 병원에 있었지만, 병실 방문 시간이 아니어서 병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안타깝다. 그러나 모든 것은 법대로 이행되었을 뿐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친구가 꼭 그렇게 화를 내고 싸웠어야 했을까? 또 병원은 ‘접근금지’ 명령 없이 그녀를 받아 줄 수는 없었을까?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은 증상을 듣고, 진찰함으로써 치료의 첫 방향을 잡는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환자가 회복하지 못하거나 사망하는 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지난달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이 보도한 자료가 이런 실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019년 29개 학술의료기관에 입원했던 2428명의 성인 환자 가운데 550명(23%)에 진단 오류가 있었고, 17.8%는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다.      아직 사전의료의향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 것을 권한다. 그리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가족과 의논해서 방문 스케줄을 만드는 것이 좋다. 병원 방문 시에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키자. 감정이 북받쳐 울어야 한다면, 조용히 울자. 히스테리를 부려서 본인이 환자로 돌변해서야 되겠는가? 객관적으로 행동하자.     환자와 가족도 의료사고 예방에 한몫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의료사고 의료 의료사고 예방 법적 보호자 친지가 보호자

2024-02-11

[오픈 업] 불면증과 Z 약물

92세에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는 생전 심한 천식과 기관지염 때문에 밤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잠이 들면 그 무서운 기침 발작 없이 하룻밤을 편하게 지내셨다. 그러나 더욱 증상이 악화하자 주치의는 5mg의  졸피뎀(Zolpidem·상품명 Ambien)을 처방해줬다.     천사처럼 편안하게 잠이 든 어머니를 보며 ,우리 형제들은 의사 선생님과 Z 약물에 큰 감사를 했다. 그러나 며칠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5mg의  용량으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주치의는 중독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우리는 약의 용량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10mg을 복용해야 간신히 잠이 들었고 기침 발작도 줄어들었다. 주치의는 가능하면 약의 용량을 줄이자고 권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5mg으로 줄이지 못한 채 세상을 뜨셨다.   이런 가슴 아픈 기억이 있기에  필자는 Z약물(Z-drugs)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런데 최근 오하이오 주에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수면제로 많이 쓰이는 Z 약물의 팬데믹 이전과 이후 판매량을 비교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연구에 의하면, 18세 이상 성인 조사 대상자 가운데 최근 한 달간 한 번이라도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응답이 18.4%로 집계됐다. Z 약물은 과거 항불안제 가운데 Benzodiazepine(아티반, 제넥스 등) 계통의 항불안제를 썼다가 5명 중 1명이 중독 문제로 고생하자 나온 것들이다.     Z 약물은 ‘중독성이 없는 수면제’라는 광고와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약물에도 중독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호흡수 감소,어지러움,인지 능력 감소, 몽유병(sleep walking) 등 이상 수면, 낙상으로 인한 골절 등과 함께 금단 현상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기간 사용 시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는 2020년 3월 24일부터 12월31일까지 약 50만 명의 환자가 방문했다고 한다.(오하이오 주는 2020년 3월24일부터 락다운(Lock-Down)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 중 약 1.5 %가 Z 약물을 처방받았다. Z 약물에는 Zolpidem(  Ambien), Zalepion ( Sonata),Zopiclone ( Imovane), Eszopiclone ( Lunesta) 등 4가지가 있다. 환자의 1.5%가 이 중 한 가지를 처방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팬데믹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처방약 가운데는 Ambien이 87%로 가장 많았고 Lunesta 10%, Sonata 2 %, Imovane 0.7%  등의 순서였다.   처방을 받은 사람 가운데는 시니어 여성, 백인, 부유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그들이 가진 질병은 알코올 중독, 조울증(양극성 질환), 코카인 또는 다른 항진제 남용, 불안 장애, 항불안제 중독(벤조 약물의 중독자), 우울증, 아편계 물질 남용, 공황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 등이었다.   팬데믹 기간에는 시니어 남성, 부유층,  4번 이상 주치의 방문 기록이 있는 사람들의  Z약물 처방이 많았다. 이들은 불안 장애, 우울증, 마약 중독 등이 많았다.   ‘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 열람’ 5권에  의하면,  불면증이란 잠의 양이나 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인데, 다음 중 한 가지가 일주일에 3번 이상, 적어도 3개월간 계속된 경우를 말한다. 즉, 잠들기가 어렵다(initial insomnia), 잠들었다가 자주 깬다(intermittent insomnia),  새벽에 너무 일찍 깬다 (terminal insomnia) 등이다.   연구 학자들은 불면증 치료 방법으로 약물보다는 행동 치료를 권하는데 수면 장애는 65세 이상 시니어들에 많기 때문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불면증 약물 장애 항불안제 기침 발작도 과거 항불안제

2024-01-30

[오픈 업] 세모에 지키면 좋은 에티켓

올 한 해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동문, 직장 동료, 단체 회원, 그리고 친척들을 만나 한 해의 회포를 푼다. 설레기도 하지만 종종 귀찮을 수도 있는 만남이다. 그러나 연락을 통해 손을 뻗고, 만나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신문 지면에는 거의 매일 동문회, 단체들의 연말 모임 사진들이 게재된다. 다양한 모임 가운데는 초등학교 동문 모임도 있어 눈길을 끈다. 모임의 형태도 오찬, 만찬, 디너-댄스파티 등 여러 가지다.     연말 모임에는 음주와 여흥 순서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스스럼없는 사이라도 구분 없이 행동하게 되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나친 음주는 삼가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의 술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음주량과 빈도 면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뿐인가. 술잔을 주고받는 에티켓, 폭탄주 등 독특한 문화도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이 실렸던 기억이 난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려운 환경을 마주하다 보니 술을 마시게 되는, 또 술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물론 한국인만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의하면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다. 알코올 중독자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음주로 인한 사고, 간경화, 췌장염, 심장병, 전염병 등이다.     가장 술꾼이 많은 국가는 헝가리로 국민의 21%가량이 알코올 중독자라고 한다. 한국도 만만치가 않아 알코올 중독자 수가 국민의 13.9% ( 남성 21%, 여성 6.8%)나 된다. 이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에 술꾼이 많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 추수가 끝나고 농번기가 될 때까지 농부들의 일거리가 없어, 술을 빚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요즘은 어떤가? 한국의 많은 직장인에게 퇴근 후 음주는 업무의 연장이거나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되고 있다.     모임은 즐거워야 하는데 술에 취해서 분위기를 망치거나 불미스러운 일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술은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잃게 된다. 그 결과가 술주정(酒酊)으로 나타난다. 주사(酒邪), 주벽(酒癖), 후주(?酒)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모두 술주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제가 필요한 이유다.     또 한인 연말 행사의 여흥 순서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춤이다. 흥이 나서 음악에 맞춰 율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춤인데, 사실 ‘춤’과 ‘무용’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보니 춤이나 무용은 역사적으로, 국가적으로, 민족적으로, 종교적으로 기원과 종류가 다양하다.     한국인의 춤은 태평무처럼 남녀가 한 쌍을 이루어 함께 추는 경우도 있긴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율동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혼자란, 상대방과 신체 접촉을 하면서 추는 춤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로 마주 보거나, 여러 명이 둘러서서 추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강강술래가 그 예이다.     모임에서 사교댄스를 추어야 할 때, 아무리 부부 또는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신체를 밀착하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추는 것이 더 멋있다. 사교댄스를 출 때는 배우자나 연인 관계가 아닌 파트너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가 반세기 동안 몸담고 있던 메디컬 그룹의 연말 파티는 댄스 순서가 오랜 시간 이어지는데 배우자나 연인이 아닌 사람을 파트너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것은 건강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세모가 되었다. 많은 연말 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모두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기를 기원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에티켓 세모 알코올 중독자 에티켓 폭탄주 연말 모임

2023-12-20

[오픈 업] 높아진 노인 자살률

최근 LA타임스에 미국 시니어의 자살률이 1941년 이후 가장 높다며 이를 우려하는 기사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인구 숫자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우울증이나 불안증, 술이나 마약 남용으로 감정 조절이 힘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시니어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1900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300만 명(인구의 4%)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4300만 명(인구의 13%)으로 급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7200만 명,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84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51~70세를 중년(middle age), 71~90세는 ‘젊은 노인( Young Old)’, 90세 이상은 ‘특별 노인(exceptionally old)’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연령대는 바로 85세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니어들이 ‘그냥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심지어 심장,폐,위 등 인체 장기의 노화 속도나 과정도 다르다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1980년 LA, 볼티모어, 세인트루이스 등 5개 지역에서 시니어 정신 건강 조사를 위한 ECA(Epidemiological Catchment Area)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의 13%에서 각종 정신 질환이 발견됐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는 제외) 65세 이상 시니어의 약 10%가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있으니 둘을 합치면 약 20%의 시니어가 이런저런 종류의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었다.     알츠하이머란 두뇌에서 계속 진행되는 병변으로 인해 기억 상실, 인식능력 저하, 비정상적 행동 등의 증세를 보이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이 병은 60세가 넘으면  5년이 지날 때마다 유병률이 두 배로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즉, 60~64세에는 1%, 65~70세엔 2%, 70~74세에는 4%, 75~80세 8%. 80~85세에 16%, 85세 이상에서는 30~45%가 발병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불안 증상인데, 대부분 우울증과 동시에 나타난다. 시니어들은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해 우울 증상을 마치 육체적인 문제인 양 말하기도 한다.     시니어 우울증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울증을 ‘노화 과정’의 일부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또 우울 증상이 젊은이들과 다른 원인도 있다.     주요 우울증은 9가지 증상 중 5가지가 있으면 진단이 되는데, 시니어의 경우 3, 4 가지의 증상만 보이는 ‘서브신드롬(subsyndrome)’ 상태의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술이나 항불안제, 특히 벤조 다이아제핀 계통의 약물에 중독이 되기 쉬워 자살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연구에 의하면 젊은 시절에 비해 노년에 행복감과 인생의 만족감을 더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을 돌보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들도 중년기 이후에는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두뇌의 생리적 변화에 의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젊은 층과 달리 시니어는 자살과 관련 사전 징후가 거의 없고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자살 성공률이 높은 이유다.     한국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제안한 자살 방지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보기, 듣기, 말하기’라는 것이다. 과거에 자살 기도를 했던 사람이 갑자기 과음한다거나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주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그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준’ 후, 자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받자고 ‘말한 후’ 직접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는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20여년 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과거 러시아와 리투아니아가 몇 번 세웠던 기록들이다. 가족은 물론 지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보고, 듣고, 말하며 돕자. 정신과 치료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수잔 정 박사의 정신건강 강의는 유튜브 채널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youtube.com/@dr.susanchun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자살률 노인 시니어 인구 시니어 정신 이상 시니어

2023-12-12

[오픈 업] 이중언어교육의 광장을 다녀오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매년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가 10월이 아닐까 싶다. 이달에 개천절, 한글날 등 특별한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LA총영사관, LA한국교육원, 재외동포청, 한국국제교류재단, LA한국문화원 등은 10월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한인들에게는 더 없이 뜻 깊은 일이다.   미국에는 매년 11월 열리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보통 추수감사절 한 주 전에 열리는데 ‘미국외국어교육위원회(ACTFL: American Council on Teaching of Foreign Language)’라는 콘퍼런스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교수, 언어학자들의 모임으로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논문들이 선보인다.     한국학 학자들도 참여한다. 올해도 교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강의도 들었다. 한국국제교류제단 초대로 교수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ACTFL은 외국어를 가르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을 수정하거나 강화한다. 새로운 외국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예를 들면 정규교육에 들어갈 한국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 이 단체가 권고하는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외국어 교육의 기준에는 다섯 가지 ‘C’가 있다. 주입식을 넘어서서 대화(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계(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커뮤니티(Communities)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외국어, 이중언어 교육이 불완전하다는 의미다. 이런 기준은 56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청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세계 700만 명 재외동포의 37%인 260만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국말과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주말학교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 이유다. 또한 한글이 세계 언어로 인정받아 많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시카고에서 열린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추수감사절 엿새 전에 시작해 사흘 전에 폐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6000명이 약 100가지 언어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한다. 콘퍼런스는 100여 개 언어에 관련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시작되기 전 기조연설자의 연설로 개막했다. 올해  기조연설은 교육계 인사가 아닌 저술가며 배우이자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공연락국 부국장을 역임한 칼 펜(Kal Penn: 본명 Kalpen Suresh Modi)이 맡았다.     40대인 그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스스로를 ‘브라운 페이스(황인종)’라고 자주 표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백인이 주류인 곳에 들어가 활동하기까지의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달변(達辯)인 그의 강연은 지루하지 않았다.   칼 펜은 인도말을 할 줄 알까?  그는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 차세대를 생각하게 한 그는 듬직한 모습이었다. 백인이 아니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100여 개의 언어를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희망적인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창립 140년이 된 미국현대어문학협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 코스는 1965년 약 100만 개에서 2009년 100만6000개로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미국수어(美國手語)와 성서용 히브리어 코스는 오히려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어 코스는 증가 폭이 가장 큰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인 차세대들이 한국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들도 터득하도록 응원했으면 한다. 이는 그들이 세계인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인 차세대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타 커뮤니티 학생들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이 없는 곳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류모니카, M.D.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이중언어교육 광장 외국어 이중언어 한국어 교과서 외국어 교과서

2023-11-29

[오픈 업] 피난하는 자연

독일의 젊은 저널리스트가 쓴 ‘기후변화 시대 생명의 피난 일지’를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다. 나에게 슬픈 생존의 상처를 남겼던 6·25전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벤야민 브라컬의 상세한 기록은 모든 어른이 읽어야  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앞으로 50년 후쯤 닥쳐올 지구의 재난을 맞닥뜨릴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서.    41세의 이 저널리스트는 어느 날 한류성 어종인 대서양의 대구 떼들이 따뜻한 물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는 논문을 읽었다. 그러면 다른 물고기들은? 그리고 다른 육지의 생물들은? 갑자기 불안해진 그는 페루의 열대 산악 지역으로 날아갔다. 생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코넬대학교 조류연구소 연구원인 바비라는 젊은이를 만난 것이 2019년이었다.     바비는 그의 스승이 1985년 이곳에서 했던 연구를 다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30년 전보다 새의 숫자가 많이 감소한 것을 알아냈다. 당시와 비교해 유일한 차이점은 이 지역의 온도가 섭씨 0.42도 정도 올랐다는 것뿐이었다. 기온 상승으로 새의 서식지는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고 산 정상에 있던 새들은 사라졌다. 1985년 연구 당시 해발 700-800m 높이에 서식했던 새들은 이제 1170m 미터에서 발견됐다. 서늘한 곳을 찾아서 올라간 것이다. 바비의 조사에 의하면, 30년 사이 새의 숫자는 4분의 3이나 급감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어부들의 어획량이 줄고 바다에서는 해조류 숲이 사라졌다. 해초 숲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은 많은 물고기의 서식처였다. 1997년에 일본 토사만의 해조류 숲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지역 해수가 10년에 0.5도씩 상승한 것이 원인이었다. 홋카이도 지역 해수 온도도 약 10도나 올라 이 지역 해초 서식지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학자들은 코끼리부터 아주 작은 바다 생물까지 북반구에서는 북극으로, 남반구에서는 남극을 향해 점차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보호 지역을 정해 생물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며,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북극의 원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북극여우가 사라지고, 주 식량원인 고래들이 자신들의 거주지 주변을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바다는 따뜻해졌다. 바다 위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의 면적은 더 넓어지고 햇빛을 반사하는 대신 흡수하고 있다. 알래스카 연안에서 많은 바닷새가 죽었고 고래들은 수 백 년 전부터 사용하던 이동 경로를 이탈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20년 “인류는 현재 자연과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연설을 통해 인간은 지구를 여러 생물 종들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30%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지구  표면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브리컬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발견했던 이끼가 많고 온도가 낮았던  숲속의 장소, 마이크로 레퓨지 (micro refuge)를 생각해 냈다. 이런 곳이라면 많은 동식물이 서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호주 동부의 우림 지역에서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장소 몇 군데를 찾아 지역 정부에 인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그 지역의 땅을 사들여 국립 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 세계 자연 기금과 함께 피지 제도, 솔로몬 제도, 동티모르를 포함한 6곳의 산호초 보호 일을 시작했다. 그러자 마을 주민 등도 협조에 나섰다. 매트릭스란 보호 구역의 외부 지역을 보호하는 전문 용어이다. 브뤼셀은 도시에 숲을 만들고, 가로수를 심었다.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지역은 남아메리카에서 북극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휴식처 역할을 한다. 철새 이동 시기가 되면 농부들은 농지 바닥에 물을 저장해 새들이 마실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에는 자연과 화해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2020년에 영국, 캐나다, 한국, 일본, 중국은 기후 중립국이 될 것을 결정했다. 마이크포 레퓨지의 중요성은 지금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야생 꽃밭도 만들고 있다.      인간도 외부 온도가 체온에 가까워질수록 신체 기능이 저하된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070년이 되면 35억 명의 열대 지역 인구는 살 곳이 없어진다.   ▶수잔 정 박사의 정신건강 강의는 유튜브 채널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youtube.com/@dr.susanchun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피난 자연 자연 보호 지역 해수가 지역 해초

2023-11-21

[오픈 업] 1등과 2등 사이, ‘햇빛 교육’

큰 딸네가 고심 끝에 가주에서 다른 주로 이주했다. 자녀 교육 관련 이유가 가장 크다. 손주들이 전학한 학교는 대학처럼 넓다. 아도비식의 나지막한 건물이 여럿 보인다. 건물 사이사이에는 벤치가 마련된 정원들이 있고, 어떤 정원은 몇 개의 건물 통로들로 둘러싸인 ‘아트리움’ 형태다. ‘아트리움’은 중앙 홀이라는 뜻인데, 의학에서의 ‘아트리움’은 심방을 일컫는다. 학생들의 동선과 조경 모두를 염두에 둔 설계로, 학생들은 건물 유리 벽을 통해 자연을 보면서 복도를 지나다닌다. 어떤 정원의 중간에는 아담한 관목들로 둘러싸인 연못도 있다. 이 연못에는 거북이가 살고 있단다.       정원은 학생들의 침묵과 묵상의 공간이다. 틴에이저들이란 철없는 세대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나는 그들이 삶과 학업 문제로 고심하는 긍정적인 너드(nerd)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도 나름의 고민거리가 있는 것이다.       건물 밖을 나서니, 나이깨나 먹은 꺽다리 플라타너스 고목들이 샛노란 이파리를 달고 있다. 잊고 있던 학창시절 가을날 같다. 나의 기억에 가을이란 고민의 계절이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의 가을은 새빨간 단풍잎들이 복잡한 사고를 정리해 주지 못했다. 미래를 향한 걱정과 희망은 가을 계절병의 농도를 부추겼다. 이곳 시골스러운 중고교에도 LA의 유수 학교들과 다를 바 없이 고심해야 할 일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교정 한편에 있는 축구 경기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응원 함성이 실없는 고민은 그만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듬직하다. 그들의 열중한 모습이 싱싱하고 아름답다.     이곳에서 동급생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다. 함께 화학 실험을 하고, 함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면서 각자의 악기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햇빛 속에서 달린다. 무럭무럭 자라는 봄날의 푸른 나뭇잎처럼 싱싱하다. 이것이 내가 늘 부러워했던 ‘햇빛 교육’이 아니던가!   나는 모국에서 모든 정규 교육 과정을 끝내고 뉴욕주립대학 의과대학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전문의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두어 해 전쯤 부터인가, 치맛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치맛바람이 왜,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심하게 불었다. 대백과사전이 정의한 세 종류의 치맛바람 중, 가장 심하게 불었던 바람이 교육제도를 흔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세 종류의 바람이란 계 모임처럼 경제계를 흔들던 치맛바람, 춤바람 등을 말한다.       치맛바람은 매사에 최고가 돼야 한다며 자녀들의 학구열을 부추겼다. 1등과 2등, 또는 일류와 이류로 나누고,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니 하는 ‘수저 계급’을 의미하는 말까지 등장한 것은 ‘1등병’ 교육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그런 가운데, ‘1등병’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클래스가 있었다. 중학교 때 미군 장교의 부인이 잠깐 영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하나뿐인 최고’라는 표현은 옳지 않고, ‘여러 최고 중의 하나(One of the Best)’라는 표현이 바르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개념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가 전전긍긍하며 도달하려는 정점에 한 명이 먼저 도달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도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교육을 ‘인간 형성의 과정이며 사회개조의 수단이다…. 사회발전을 꾀하는 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영어 참고서에는 교육이란 지식, 기술과 형질, 특질의 전수라고 되어 있다. 나아가서는 한 인간이 비판적 사고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한국적 정의는 사회에 귀결되고, 서양적 정의는 개인의 성장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손주들을 비롯한 차세대들이 동서양의 철학이 함께하는 ‘햇빛 교육’의 주인공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황이 된다면 공부벌레가 된다 해도 상관 없겠다.     류 모니카 /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종양 방사선학 전문의오픈 업 햇빛 교육 햇빛 교육 자녀 교육 정규 교육

2023-11-14

[오픈 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메시지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 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10대 무렵 고민이 많았고, 세상에서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나 세상에 왜 그토록 고통이 많은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고통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해서도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중세 기사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 사이에 수많은 철학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찾는 진정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그의 친구 론이 소개해 준 명상법 즉 ‘코를 통해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10일 동안 명상법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인간 일반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실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는 2000년부터 매일 2시간씩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한두 달 동안 긴 명상 여행을 했다.  그는 이를 현실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명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가 한 ‘위빠싸나’ 명상은 부처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수행이란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지속해서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기본 패턴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 관찰이라는 것은 쉬운 적이 없었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별생각 없이 매일을 살아가던 필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에 의하면 과거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 등 세 가지 이야기에 익숙해 있던  인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파시즘을 물리쳤고, 20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공산주의도 제어했다. 이렇게 자유주의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되는 듯 보였다. 그래서 민주적 정치와 인권, 시장, 자본주의가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 자유주의는 곤경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정보 기술과 생명 기술 분야의 쌍둥이 혁명이 일어나면서 자유주의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의 브랙시트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빨리 변해가는 이때 우리는 자신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지금 태어나는 아이는 2050년이 되면 20대 후반이 된다. 그 때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과거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부모는 많은 것을 따라가기조차 힘들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 저자는 4C를 강조한다. 그것은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Communication) (의사소통) ▶협력(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을 말한다.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 해내야 할 것이다.     인간은 15세가 되면 자신을 발명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50세가 되면 안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가 15세 소년에게 하는 충고는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다. 어떤 어른이 알고리즘이나, 아마존, 정부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면 모르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알고, 어떤 이야기를 모르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의 이야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변화를 주시하며,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메시지 제언 자유주의가 신뢰 동안 명상법 정신적 균형

2023-11-07

[오픈 업] “대마초가 뭐가 나쁜데요?”

한인들의 높은 자살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자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지 13개월이 됐다. 내용을 분석해 보면 조울증(양극성 질환) 관련 내용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감정 기복이 남극과 북극을 오르내리듯 심한 조울증은 가족력의 영향이 크다. 또 조울증 환자 5명 중 1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리화나(대마초) 관련 내용에 관심을 보이는 구독자가 부쩍 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싸움을 하자는 듯한 내용의 댓글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대마초를 사용해 본 적도 없는 노 의사가 어떻게 이에 대해 논할 수가 있느냐?”,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가 보면, 이런 소리는 들을 수가 없을 텐데…”(참고로 필자가 인용하는 책은 미국 의대생과 수련의들이 사용하는 교과서), “세계 만인이 사용하는 대마초를 가지고,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필자는 LA에서 유튜브를 제작함) 등등.   댓글 작성자들은 한국 정부가 대마초 사용을 불법화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필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은 과학적인 정보나 지식 대신 ‘아무 문제 없는 물질’이라는 애매한 말만 되풀이한다.     미정신과학회는 최근 ‘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 열람 ,제 5판’에서 10가지 물질을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알코올, 담배 ,대마초, 카페인,아편계 자극제, 수면제,진정제, 항불안제, 환각제 등이 포함된다. 이런 물질이 우리 뇌에 들어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면 중독 현상을 이해하기가 쉽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뇌에는 ‘보상회로(Circuit of  Reward)’또는 ‘환락회로( Circuit of Pleasure)’라는 것이 있다. 이 회로는 음식을 보거나, 성적 상대를 대하면 활성화되고, 이 회로 안에 있는 모든 뇌세포에서 도파민이 급격하게 분비돼 기쁨과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이 회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중요하다.      도파민은 사랑에 빠졌을 때, 칭찬이나 상을 받을 때, 아니면 친구와 재미있는 게임을 할 때 등에 많이 분비되는 뇌전파 물질이다. 그런데 술이나 코카인 등이 몸 안에 흡수돼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면 그 특별한 기분에 익숙해진 후에는 다른 자극들은 더는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 후에는 그 물질을 구해 체내에 주입해 그 황홀감을 경험하려는 생각에만 집중하게 된다.  생계나 학업에 문제가 생기고 가정이 파괴되고 질병이 생기더라도 끊기가 어렵다.  실험실의 동물에게 마약이 분비되는 펌프와 음식이 나오는 펌프를 마음대로 쓰도록 내버려 두면,  그 동물은 마약 펌프만 사용하다가 결국은 굶어 죽는다.     최근에는 화학 변화를 첨가해 효과를 강화한 대마초들도 나왔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메탐페타민(Methamphetamine)이라는 마약도 한 일본 화학자가 1941년 중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마황(Ephedrine)에 화학적 변화를 줘 만들었다. 그리고 이 메탐페타민은 2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에게 많이 사용됐다. 그 후 하와이를 통해서 미 서부 등으로 퍼졌다.     현재 필자가 치료하고 있는 한 중년 환자도 매일 약에 취해 살고 있다. 디자이너 드럭, 또는 클럽 드럭이라는 낭만적인 이름과는 딴판으로 이들 약물은 범죄에도 많이 사용된다. (원래의 약물에 화학적 변화를 줘 만들어진 물질을 디자이너 드럭이라 하는데 코카인을 크렉으로 변화시킨 것이 좋은 예다)   GHB라는 약물은 냄새도, 색깔도, 맛도 없어 성범죄에 사용되기도 한다. 분말로 된 이 약물을 술이나 물에 타서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 지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억조차 없애기 때문에 범인을 찾아내기도 힘들다. 로힙놀(Rohypnol) 이라는 약물도 데이트 성폭행 범죄(date rape)에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냄새나 색깔이 없는 가루이기 때문이다.     대마초는 8000년 전부터 인도나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된 식물이며, 암컷 식물의 진으로부터 추출되는 물질 속의 THC가  향정신(mind-altering)기능을 한다. 암 환자 등 일부 의료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대마초가 대마초 사용 마약 펌프 화학적 변화

2023-10-15

[오픈 업] 인간의 수명 결정하는 ‘텔로미어(Telo Mere)’

호주 남쪽에 있는 타스메니아(Tasmania)섬의 첫 거주자는 영국에서 온 죄수들과, 이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공기 맑고, 물이 깨끗한 곳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불랙번은 이 섬에서 태어났다.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프랑스 과학자인 마담 퀴리의 자서전에 심취했다. 그녀는 멜번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예일대 포스트닥 2년 과정을 마친 후 UC버클리를 거쳐, 샐크 인스티튜트(Salk Institute)에서 오랜 시간 연구에 힘썼다.     그러다 블랙번은 인간의 세포 염색체 끝에 텔로미어(Telo Mere)가 있다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세포들은 계속 분열을 하는데, 분열 때마다 염색체 꽁무니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다하면 생명체도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면, 그 생명체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은 생존 기간도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녀는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라는 효소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녀도 존경하던 퀴리 부인처럼 2009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면 어떤 것들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끼칠까? 이에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사회·경제적 상황,운동, 체중, 흡연 등이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섭취하는 음식물도 영향을 준다. 완두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콩과 견과류, 해초,과일, 낙농제품 등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해주는 반면, 술, 붉은 고기, 가공육 등은 길이를 줄인다고 한다. 즉 햄,베이컨 등의 ‘서양식 식단’ 보다는 채소, 과일, 생선,견과류 뒤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비타민 C와 E가 많은 음식과 운동을 권고한다.     필자가 특히 흥미 있게 본 것은 스트레스가 텔로미어 길이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명상은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나게 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 ‘건강’의 정의를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와 정신, 사회적 웰빙(well-being) 상태’라고 했다.     셀리그만은 1990년에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인  요인으로 정신적 탄력성(  Resilience), 낙천주의( Optimism), 사회적 관계( social engagement) 등을 꼽았고, 이것이 성취된 경우, 주관적인 행복감은 물론, 몸도 건강해져 수명이 연장된다고 발표했다.     미 정신과 학회 회장인 제스트 박사도  “앞으로 정신과 의사의 역활은 정신병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웰빙을 가져다주는 ‘긍정적 정신의학(Positive Psychiatry)’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텔로미어같은 생물학적 지표들이 손상을 입게 된다.     성공적인 노화는 삶의 의미나 목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 PTSD)’가 있던 사람도 대인 관계의 친밀성,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이뿐인가. 조현병(과거 정신분열증) 환자들도 약물 복용과 본인의 의지로 호전될 수 있다.       미국의 질병예방센터는 성인의 운동량을 다음과 같이 권유한다. 적어도 30분 간 중간 강도의 운동(빠르게 걷기 등)을 일주일에 3-5회 할 것,근력 운동도 일주일에 2-3회 할 것, 그리고 매일 스트레칭을 할 것 등이다. 그런데 한인 등 소수계 시니어들의 운동량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에 좋은 것은 두뇌에도 좋다’는 말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서, 운동을 통해 뇌세포 생성, 텔로미어 길이 연장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된다.     필자는 문득 최근 모교 의대학장인 이은직 교수의 신념에 찬 포부를 상기해 본다.  새로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통한 연구자를 육성해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의 메시지를.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텔로미어 수명 텔로미어 길이 정신과 의사 경제적 상황운동

2023-10-05

[오픈 업] 인간의 수명 결정하는 ‘텔로미어(Telo Mere)’

호주 남쪽에 있는 타스메니아(Tasmania)섬의 첫 거주자는 영국에서 온 죄수들과, 이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공기 맑고, 물이 깨끗한 곳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불랙번은 이 섬에서 태어났다. 조부모와 부모의 영향으로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프랑스 과학자인 마담 퀴리의 자서전에 심취했다. 그녀는 멜번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예일대 포스트닥 2년 과정을 마친 후 UC버클리를 거쳐, 샐크 인스티튜트(Salk Institute)에서 오랜 시간 연구에 힘썼다.     그러다 블랙번은 인간의 세포 염색체 끝에 텔로미어(Telo Mere)가 있다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세포들은 계속 분열을 하는데, 분열 때마다 염색체 꽁무니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다하면 생명체도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면, 그 생명체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은 생존 기간도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녀는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라는 효소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녀도 존경하던 퀴리 부인처럼 2009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면 어떤 것들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끼칠까? 이에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사회·경제적 상황,운동, 체중, 흡연 등이 관계가 있다고 한다. 섭취하는 음식물도 영향을 준다. 완두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콩과 견과류, 해초,과일, 낙농제품 등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해주는 반면, 술, 붉은 고기, 가공육 등은 길이를 줄인다고 한다. 즉 햄,베이컨 등의 ‘서양식 식단’ 보다는 채소, 과일, 생선,견과류 뒤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비타민 C와 E가 많은 음식과 운동을 권고한다.     필자가 특히 흥미 있게 본 것은 스트레스가 텔로미어 길이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명상은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나게 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 ‘건강’의 정의를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와 정신, 사회적 웰빙(well-being) 상태’라고 했다.     셀리그만은 1990년에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인  요인으로 정신적 탄력성(  Resilience), 낙천주의( Optimism), 사회적 관계( social engagement) 등을 꼽았고, 이것이 성취된 경우, 주관적인 행복감은 물론, 몸도 건강해져 수명이 연장된다고 발표했다.     미 정신과 학회 회장인 제스트 박사도  “앞으로 정신과 의사의 역활은 정신병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웰빙을 가져다주는 ‘긍정적 정신의학(Positive Psychiatry)’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텔로미어같은 생물학적 지표들이 손상을 입게 된다.     성공적인 노화는 삶의 의미나 목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 PTSD)’가 있던 사람도 대인 관계의 친밀성,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이뿐인가. 조현병(과거 정신분열증) 환자들도 약물 복용과 본인의 의지로 호전될 수 있다.       미국의 질병예방센터는 성인의 운동량을 다음과 같이 권유한다. 적어도 30분 간 중간 강도의 운동( 빠르게 걷기 등)을 일주일에 3-5회 할 것,근력 운동도 일주일에 2-3회 할 것, 그리고 매일 스트레칭을 할 것 등이다. 그런데 한인 등 소수계 시니어들의 운동량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에 좋은 것은 두뇌에도 좋다’는 말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서, 운동을 통해 뇌세포 생성, 텔로미어 길이 연장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된다.     필자는 문득 최근 모교 의대학장인 이은직 교수의 신념에 찬 포부를 상기해 본다.  새로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통한 연구자를 육성해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의 메시지를.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텔로미어 수명 텔로미어 길이 정신과 의사 경제적 상황운동

2023-10-02

[오픈 업] 한국어 이중언어 교육의 효과

필자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배웠다. 그리고 고교 때는 제2 외국어도 선택했어야 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사셨던 부모님 세대는 일본어만 배우고 써야 했다.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가 받은 어학 교육의 차이는 한글 교육의 존재 여부이다. 광복 이후의 세대는 한글 교육을 토대로 다른 언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습득이 뇌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인 보고서는 1970년대 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두뇌 발달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내용도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보고서(Fron. Neurosci., 04, Sept, 2014, Natalie H. Brito, Kimberly G. Noble)에 따르면 5세 이전 빈곤층에서 자란 아이들의 지능지수(IQ)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5~13점이 낮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배울 경우 뇌표면적이 월등히 넓어져 지능지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의 인지신경 과학자 토마스 백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도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백 교수는 2008~2010년 사이 70대 시니어 853명의 인지도, 지성, 읽기 능력 등을 평가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이중언어를 한 그룹이 한 가지 언어만 사용했던 사람들보다 측정 결과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적인 면에서도 윤택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성인이 된 후 이중언어를 습득해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두 가지는 꼭 하는 것 같다. 차세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과 한인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인 이민 선조들도 사탕수수밭과 오랜지밭, 그리고 한인 교회에서 이런 일들을 했다.     요즘 한인 차세대들은 주로 주말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운다. 그리고 정규학교에 개설된 한국어반은 타인종 수강생이 많다. 현재 LA지역에만 80여개 학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되어 있고 등록 학생은 8500여명에 달한다. 참고로 전국의 각급 공립학교 재학생 숫자는 5000만 명이고 이중 약 20%인 1100만 명의 학생들은 가정에서 400여 개의 다른 언어로 소통한다고 한다. LA통합교육구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90여 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참 많이 변했다. 지난 1998년 가주에서는 ‘프로포지션 227’이 통과됐다. 주내 공립학교에서의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이민자일 경우 그들의 모국어가 아이들에게는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한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학교에서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가주는 2016년 ‘프로포지션 58’이 통과되면서  다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은 과거에도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위해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17세기에 폴란드어-영어를, 오하이오주에서는 1839년부터 독일어-영어, 루이지애나주에서는 1847년부터 프랑스어-영어, 뉴멕시코주에서는 1850년부터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교육을 시행했다. 그러다 세계 1차 대전으로 독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모든 이중언어 교육이 중단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중언어 교육이 중단되면 영어가 서툰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뻔하다. 이는 이들에게 열등감을 갖게 하고 결국 경쟁에서 뒤져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본다.     미국 교육에서 어떤 언어를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미주 한인 사회는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한글 교육의 장점을 알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에 한인 학생 비율이 1%도 되지 않는 학교 두 곳에서 한국어를 세계언어 선택과목 중 하나로 채택했다.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요구해 벌어진 사건(?)이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한인 사회의 위상도 높아진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이중언어 한국어 이중언어 습득 한글 교육 어학 교육

2023-09-25

[오픈 업] 캐나다 속 프랑스, 몬트리올과 퀘벡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엘더 호스텔(Elder Hostel)을 경영하던 한 사업가가  방학 때 텅 빈 대학 기숙사를 보며 기발한 사업 구상을 했다. 은퇴자들을 위한 대학 강의 프로그램이었다. 방학 때 비는 대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사용하고 유명한 대학교수들의 인류학, 정치학 등의 강의를 듣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975년에 ‘로드 스콜라(Road Scholar)’ 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제,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는 배움의 터전이 됐다. 여기에 ‘조부모와 손주가 같이 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추가해 세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열세살 손녀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서 주최한 ‘프렌치 캐나다, 몬트리올&퀘벡(French Canada, Montreal &  Quebec)’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1649년 270여명의 프랑스인이 이 지역에 도착했다. 처음 그들은 ‘원주민’의 존재를 몰랐었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동물 가죽 교역을 위해 5대호를 시작으로 물길을 따라 미시시피 강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이번 일정에서 필자가 감동한 것은 비록 지금은 캐나다가 영연방 국가가 됐지만 프랑스인 후손들의 프랑스에 대한 애정이다. 이들은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자신들의 예술성과 반짝이는 창의성으로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게 아닌가! 캐나다 출신 유명 여가수 셀린 디옹도 이곳 출신이고, ‘태양의 서커스(Circuit du Soleil)’ 본사도 몬트리올에 있다.       17세기 자신의 조상들이 입었었다는 긴치마와 애프론을 입고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도 인상적이었다.       퀘백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모랑시(Montmorency) 폭포는 높이가 275 피트에 달한다. 가이드는 폭포 아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이 프랑스군이 영국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첫번째 장소랍니다. 붉은색 군복을 입은 영국군이 저 밑에서 전투 준비를 하는 동안, 위쪽에 있던 프랑스군들은 ‘웬 빨간 점들이 저 낭떠러지 아래에 있지?’ 라며 멍청하게 있다가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 퀘벡 시의 관광코스로 향하다 잔디가 아름답게 깔린 공원 앞에 멈췄다.     가이드는 “이곳이 ‘에이브러햄의 평원( Plains of Abraham)’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군이 마지막 패배한 곳이라고 했다. 1759년 9월 13일, 이 평원의 아래쪽 낭떠러지를 밤새 기어 올라온 영국군에 의해서 프랑스군은 전투 개시 17분 만에 패했고, 그 다음해에  이 지역은 영국령 캐나다로 선포되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은 과거 이 지역에 살던 어부 이름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당시 프랑스군 사령관이 전투 개시 4분 만에 전사했다”고 알려줬다.  내가 읽었던 역사책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약 190여 년간 인디언들과 함께 살았던 프랑스 후손들은 당시 세계 최강의 영국군에 맞섰다 패배했다.     그런데 프랑스계인 가이드는 왜 조상들이 패배한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일까? 프랑스어로 된 자신들의 고유 음악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루스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이 ‘디데이’를 결정했었다는 객실 611개 규모 호텔 방의 초록색 불빛을 24시간  밝혀두고 있는 그들이다. 한심하게(?) 패배한 역사를 후세에게 강조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비록 전쟁에 패해 영연방국인 캐나다의 일부로 남아서 살지만,  자신들의 예술 정신과,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그대로 지켜나가겠다는 민족적 우월감의 표시일까? 정답을 모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손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몬트리올 캐나다 프랑스인 후손들 캐나다 출신 이후 프랑스인들

2023-09-11

[오픈 업] 한국 교정행정에도 정신과 진단 도입을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기에서 33세 조 모 씨가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조사 과정에서 “제 모든 게 예전부터 안 좋았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등 낮은 자존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소년 시절에만 14번이나 체포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는 잘못된 행동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가 끊임없는 문제 행동으로 인해 삶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배우지 못했다면 성인이 된 후의 삶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가 극에 이르면 술이나 마약에 취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잘못으로 생각해 남을 해치기도 한다. 또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지만 타인에 의해 숨지는 방법을 찾는 부류도 있다.   참전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 메닝거는 인간은 죽음에 대해 세 가지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죽고 싶은 욕망이고 두 번째는 죽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세 번째는 누구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이다.   다시 살인자 조 모 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이 보도된 후 주위 분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반응은 ‘인간말종( bad seed)’, ‘사이코패스’, ‘사회의 쓰레기’ 등 다양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 이런 진단(?)은 별 의욕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과거력을 가진 사람 중에 미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할 수 있는 케이스가 있다면 예방이 가능하니 말이다.   1920년대 미국 사회는 큰 진통을 겪고 있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거리에 버려진 청소년이 넘쳐났고, 여성 행방 운동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법들이 통과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청소년 법원 판사의 주장이 관심을 모았다. 이 판사는 범죄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은 극심한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 혹은 가정 파괴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니 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사는 법원 옆에 ‘청소년 정신과 치료 클리닉’을 세웠다. 형벌보다는 원인을 규명해 치료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 최초의 이 소아 정신과 치료소 이름은 판사의 이름을 붙였다. 그 후 주요 도시 의과 대학 내 정신과에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가 생겼다.   조 모 씨의 경우, 열네 번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누구라도 그의 의학적 또는 정신과적 감정을 의뢰했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진단은 주의산만 및 행동 항진증이다. 이는 부모나 조부모의 유전 인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한국인의 13%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한국 의료공단 자료에 따르면 진단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치료를 받지 못한 90%는 문제아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을 미워하고, 서툰 인간관계로 인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또 어린 나이에 발발하는 정서불안장애( 우울증이나 조울증)문제다. 청소년기의 우울 장애는 ‘가면우울증(masked depression)’ 이라는 말처럼 어른들의 증상과는 나타나는 모습이 딴판이다. 이들은 “지루하다”, 귀찮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많이 먹고, 많이 자며 부모와 언쟁을 하려 든다. 이들은 전두엽의 성슥이 늦어서인지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자신의 고민을 말로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해 감정이 앞서니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능 발달 정도나 주의산만증, 정서와 행동 조절 장애  등 몸과 마음의 문제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면 진단이 가능했을 터이고, 치료에 합당한 도움을 받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끼?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제 문제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 그 길만이 이들의 범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교정 행정 개선을 위해 한국정부에 범죄자의 심리적·사회적·정신적 검사를 하고, 진단에 적합한 조기 치료를 권장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교정행정 정신과 청소년 정신과 정신과적 치료 정신과적 감정

2023-08-21

[오픈 업] 버려지고 있는 한글

올해 여름은 크고 작은 일들, 슬프고 기쁜 일들로 점철되고 있다. 한국과 LA에서 당면해야 했던 대소사가 소나기처럼 몰아서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값진 경험을 할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보냈던 3주는 길었다. 덕분에 여러 곳을 둘러 볼 수는 있었다. 조국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현대적 감각의 박물관들에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잘 보관되어 있었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시스템과 음식 맛도 뛰어났다.     한국은 역시 IT 강국이었다. 덕분에 각 지방의 맛집과 특산품, 숙소 등 모든 여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표기 문화는 혼란스러웠다. 도로명은 한국식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유명사인 길 이름 밑에 한글 발음에 따라 영어도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 이름, 음식 종류 등의 표기 방법은 그야말로 한글, 한문, 영어 등이 뒤섞인  ‘짬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는 한문이 국문이 된 셈인데, 국한문혼용체 (國漢文混用體), 한영혼용체(漢英混用體), 국영한문혼용체(國英漢文混用體)를 사용하던 기간을 거쳐 1970년대 ‘한글전용 5개년 계획’에 따라 모든 표기를 한글화하게 되었다. 이후 타이프라이터에 이어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가로쓰기에도 편리한 한글이 빨리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컴퓨터에서는 한글, 영어, 한문을 모두 찾아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외국어와 한문은 괄호를 이용해 뜻을 전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 세대와 영어를 모르는 사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뉴스를 접하며, 간판이나 음식 메뉴를 이해할지 궁금하다.     표기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조어 문제도 이슈로 다가온다. 나처럼 한문과 영어를 배운 사람들도 합성된 신조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점 가운데는 ‘영업 중’ 대신 영어로 ‘OPEN’, 또는 ‘어서 오세요’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런가 하면 ‘Ice(not Nice) to Meet You’ ‘Take Out’ ‘닭 프라이드’ ‘Garlic Soy Sauce’, ‘Spicy’  ‘추가 반찬은 셀프’, ‘100세 미만은 추가 반찬 셀프’, ‘물은 셀프’, ‘핑크솔트’ 등 다양한 조합의 낱말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 외  ‘한국어+한국어’, 또는 ‘한국어+외국어’를 결합한 후, 일부 글자를 빼고 만든 말들도 많았다. ‘빙맥(빙수+맥주)’, ‘치맥(닭의 영어 치킨+맥주)’, ‘돈치킨’등이 그 예이다. 외국어와 한국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 300여개를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 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한글이 말살될 뻔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말을 지켰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인들은 자진해서 우리말을 버리고 있는 듯했다.     현재 여러 한인 단체들이 한인 차세대는 물론 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진흥재단은 한국 교육원과 함께 정규학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언어 과목에 한국어를 넣기 위해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현재 전국 200여개가 넘는 초중고교에 한국어 클래스가 개설되어 있다. 이번 달에도 LA 지역 학교 두 곳에 새로 한국어반이 생긴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230여개 주말 한국학교도 차세대 한국어 교육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한국어 AP 과목이 개설된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이 생겼다. 앞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한국어 강좌가 활성화되어 언젠가는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이 노벨상을 받는 날도 올 것이다. 스포츠와 K팝뿐 아니라 한글 문학을 통한 한국의 국위 선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한글 한글 영어 한글 한문 한글 전용

2023-08-16

[오픈 업] BTS, 10년 이야기

서울 시내 지하철을 타 본 적이 없었던 그는 신사동 1번 출구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기숙사가 있다는 청구 빌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라 강남의 길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넘쳤다. 2010년 4월 광주에서 뽑힌 뒤, 연습하다 드디어 서울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은 소년, 정호석의 기숙사 첫날 이야기다. 전화로 설명을 들은 뒤 찾아간 기숙사에는 이미 대구에서 올라온 17세의 작곡가 민윤기(나중에 슈가)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랩에 심취해 자신을 랩 몬스터(Rap Monster)라고 부른 김남준은 일산 출신의 영재였다.     중학교 2학년이던 정국은 부산의 어느 댄스 학원에 등록한 뒤 6개월 만에 오디션에 합격했다. 고교 1학년이던 지민과, 훗날 뷔라고 불리게 된 태영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사무실로 오는 동안 택시 운전사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데뷔 후 진으로 불린 김석진은 조부모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기숙사로 왔다.     이렇게 서로 배경도,특기도 다른 7명의 젊은이는 좁은 기숙사에서 서로 가르치고, 같이 연습하며 불안한 3년을 보내야 했다. 기숙사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 자신들에게도 그런 불운이 닥칠까 봐 두려웠다. 그때마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었다.     이상은 BTS를 다룬 ‘Beyond The Story’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올랐다. 책 중간에 인쇄된 QR 코드 링크를 열면 BTS공연 영상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지루할 시간이 없다.   BTS는 2013년 6월 13일 데뷔를 했다. 처음에는 악평이 쏟아졌다. 당시 대형 연예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훨씬 높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새 노래를 만들어 계속 연습했다.     이후 팬클럽이 만들어져 멤버들에게 용기를 주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많은 상도 받았지만 “반가워야 할 때에 반갑지 않고, 행복해야 될 때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15세에 집을 떠나 기숙사에 왔던 정국은 인생의 많은 것을 6명의 형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오랜 시간 가족 대신 형들과 지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민은 우울함을 극복해 낸 방법의 하나가 가로·세로 3미터의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 자신들의 공연 영상을 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팬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후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거나 우울해도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것”이 그들의 문제 해결 방법이었다. 이들이 10년이라는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경험과 모든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불평도 하고, 투정도 부려야 했어요.” 그래서 가끔 술도 마셨고, 많이 토하기도 했단다.   BTS는 2018년 9월 18일 유엔 빌딩에서 공연했고,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Generation Unlimited’에도 참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섭씨 40도 폭염에도 3만 명이 넘는 여성 팬들이 히잡을 쓴 채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였다. 2018년 유엔 이사회에서 한국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했고,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 비틀즈 이후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빌보드 핫100에서 1년 간 4번이나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 열세살이 되는 손녀는 BTS의 열성 팬이다. 한글도 열심히 배운다. 내가 손녀에게 바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7명의 젊은이가 서로 돕고, 가르치며 스스로 멋진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확실했던 미래를 꿈의 전당으로 이끈 그들의 모습 말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이야기 기숙사 첫날 유엔 빌딩 한국 연예인

2023-07-31

[오픈 업] 도움 요청은 부끄러운 일 아니다

십여년 전 미국 의과대학생들이 공부하는 정신과 교과서를 읽다 깜짝 놀란 내용이 있었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에 과거에는 간혹 리투아니아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 십여년 간은 한국이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때의 참담한 심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의과대학 동기 내과 의사로부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빨리 유튜브라도 시작해서 한국의 정신과 환자들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심한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조언하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화를 내며 거부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니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각종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던 필자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한국의 자살률은 연간 10만명 중 26명꼴로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필자는 더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드디어  2022년 9월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권고한 필자의 친구 내과 의사에게 화를 냈다는 의사를 갈아치워 버리겠다고 위협했다는 어느 부모님 같은 분들을 위해서였다.   현재 필자가 진료하는 사무실을 찾는 한인 아동,청소년, 성인의 반 이상은 주의산만증 환자들이다. 많은 분이 우울과 불안, 학업, 결혼 생활 등에 대한 문제들을 동반하고 있다.     주의산만증 환자의 지능은 일반인과 다름없다. 게다가 이들은 '상자 밖의 생각( out-of-box thinking)'을 할 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의산만증 유병률을 약 13% 가량 된다고 한다. 이는 세계인의 주의산만증 유병률이 7.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필자의 환자 가운데 학교에 술을 가져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마시다 적발돼 정학 처분을 받은 9세 한인 소년이 있었다. 학교 측의 정신과 치료 요구로 필자를 찾은 그 소년은 진단 결과 주의산만증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소년의 아버지에게도 주의산만증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자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소년의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는 예민한 감정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술을 마셨다고 한다. 아이들의 두뇌에는 '거울 신경 세포(Mirror Neuron)'들이 있어서 부모 등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특성이 있다. 9세 소년도 아버지의 행동을 따라 한 것이었다. 조절 능력이 부족해 느끼는 대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 소년은 이후 약물치료 등에 잘 적응해 집중력과 감정 억제 능력을 키워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만약 이 소년이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 국민의료 공단 기록에 의하면 진료 환자의 10%가 주의산만증 진단을 받았지만, 그중에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마 치료를 받지 않은 나머지 90% 가운데 상당수는 대인 관계와 사회 적응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알코올중독, 범죄, 자살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 50명 중 한 명꼴이라는 양극성 질환 (조울증)도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조증 증상이 일주일 이상 있었다면(병원에 임원하면 더 짧은 기간)이는 제1형이고, 약 4일간 경조증을 경험했다면 제2형 양극성질환으로 진단된다. 이 질환 환자의 자살 확률은 각각 28%, 33%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양극성 질환 환자들은 우울한 경우에만 전문가를 찾는 특징이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하루 3시간의 수면만으로도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이들은 판단력 손상으로  경제적 손실이나 불법적인 성적 행동 가능성으로 강제 입원이 필요할  때가 많다. 또 우울 증상 이외에 극심한 불안과 분노로 고통을 받고, 이를 잊기 위해서 술이나 마약에 중독되기 쉽다.   병의 정도가 심할수록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을 하게 되어 의사나 약물치료를 거부한다.     이민자들의 자살률은 새로 정착한 나라가 아니라 떠나온 조국의 자살률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즉, 미주 한인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의 영향이 크다.     필자는 한민족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어려서부터 과도한 음주의 위험성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주의산만증이 의심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진단을 받고,약물치료를 비롯한 심리적, 환경적,영적 치료를 해야 한다. 셋째, 양극성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셀프-헬프 그룹(self-help group) 등을 통해 양극성 질환자들에게 자살만이 ‘도움을 요청하는(cry for help)’ 방법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요청 주의산만증 환자 주의산만증 유병률 정신과 환자들

2023-06-26

[오픈 업] 소셜 미디어, 청소년에 어떤 영향 미치나

“어린 시절은 단 한 번밖에 없습니다. 매일, 매월, 그리고 매해가 아동과 청소년들의 성장에 너무나 중요합니다. 정말 시간이 문제입니다.”     비벡 머티 연방 공중위생국장(Surgeon General)은 지난 5월23일 심각한 내용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가 아동이나 청소년의 두뇌 성장, 감정 상태, 사회성 교육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머티 공중위생국장은 13살부터 17살 사이의 청소년 95%, 8살부터 12살 사이 아동의  40%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의 정신 건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물론 소셜 미디어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과 관심이나 경험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새로운 장소,새로운 사람들과 접할 기회도 준다. 그러나 최근 소셜 미디어의 악영향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큰 것 같다.     요즘 소셜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젊은이 중에 불안감과 우울증상, 그리고 자존감 하락으로 인한 고민이 늘고 있다. 동시에 간혹 따돌림이나 학대를 경험했다는 젊은 층도 많다. 이들의 두뇌 사진을 촬영한 결과 마치 어떤 물질에 중독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모습과 비슷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이 있는 사람의 두뇌에는 이미 중독 회로(Circuit)가 형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만 보아도, 자주 가던 술집 근처에만 가도 이 회로가 활성화되는 탓에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도  사용하던 컴퓨터가 보이지 않거나, 당장 쓸 수가 없는 경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머티 공중위생국장은 “어린 학생들이 사용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업들은 그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연방 정부는 이런 제품의 내용에 안전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머티 국장은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소셜 미디어의 인기가 높아지는 동안 아무런 규제가 없어 결국 부모의 책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젊은층이 운전하는  자동차 브레이크를 검사하거나, 그들이 복용하는 약물의 성분 조사 같은 것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생산 규정을 정해놓고 회사들이 그 규정에 맞춰 만들도록  하니까요. 그러니 문제는 소셜 미디어 기업에서 어떠한 규정도 정해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우선 첫 번째 할 일은 프로그램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청소년들에 어떤 나쁜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디어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이는 청소년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수면,  또 친구들과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서 머티 국장은 “더 자세한 연구가 금방 나오지 않는다 해도, 입법 기관이나 테크 기업들은 당장 규율을 만들어 더는, 사이버 따돌림(cyberbulling)이나 괴롭힘( Harassment), 학대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치료하는 청소년 가운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생긴 각종 소셜 미디어 중독으로 아직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이들은 정상적인 밤과 낮의 구분이  없다. 새벽 4~5시까지 소셜 미디어에 빠져있다 등교를 하니 제대로 공부가 될 리가 없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도파민 분비가 높아져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문제도 있다.     며칠 전 LA타임스 기사에 의하면 15세 소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사회성 인격 장애 경찰과 만난 것이 화근이 돼 온 가족이 피살당하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부모님들의 관심과 ,적절한 소통이 한층 중요한 시기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미디어 청소년 소셜 미디어 청소년 가운데 최근 소셜

2023-06-13

[오픈 업] ‘존엄사’, 무엇이 존엄한 것인가?

얼마전 급히 한국을 다녀왔다. 100세에서 3년이 모자라는 시어머님이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몇 년 전부터 양로시설에서 지내오셨는데 응급상황이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다. 치료는 연명 치료였다. 한국말로는 ‘비경구영양법’이라고 하는 치료로 ‘티피엔(Total Parenteral Nutrition)’ 주사가 정맥으로 흐르고 있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액을 정맥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시어머님처럼 가사(假死) 상태일 때는 정맥주사를 통해서 영양제를 빨리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소호흡기와 오줌을 받아내기 위한 폴리 카테터도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의료 관련 분야에도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죽음을 바라보는 의학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관념의 변화일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시어머님은 '죽음의 윤리'나 행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신다.     남편과 그의 형제들은 시어머님이 위기를 넘기고 양로시설로 돌아가시는 것에 우선 안도했다. 그러나 다시 응급상황이 생길 경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형제들은 ‘존엄사'를 의논했고 그 방법이 아프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세상을 뜨는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은 유언장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s)를 작성하신 적이 없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이 가깝다고 확정된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불치병은 해당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진정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락사'는 한국 미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존엄사'란 문자 그대로 ‘잘 죽는 것' 또는 ‘존엄하게 죽는 것'이라는 뜻이다. ‘존엄사'는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본인이 정신이 있을 때 연명 치료 여부를 문서로 기록해 놓았다가(사전연명의료의향서) 때가 되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문서를 미리 작성하지 못했지만 임종이 가깝고 본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그때라도 ‘연명의료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회생 불가능 판정이 났다면 가족들 합의하에 연명을 포기하고 ‘존엄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안락사(euthanasia) 능동적 안락사 타의적 또는 수동적(involuntary) 안락사 의사조력사망(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의사조력자살 임종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등의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5년 동안 무려 25만6377명이 ‘존엄사'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일 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다. 2021년 캐나다 1만64명 네덜란드 7666명 미국 1300명(자료: statista)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미국도 근본적으로 비슷한 법을 갖고 있다. 조력자살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몬태나 하와이 뉴멕시코 등 10개 주서만 합법이다.     그런데 한국의 연명의료결정 사망자 중 61.5%가 본인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생명 경시 현상 탓은 아닌지 우려된다.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존엄하다고 믿는 죽음을 택하기 전에 생명이 주어져 세상으로 불려왔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에서 불려 나가야 맞을 것 같다. 한국의 ‘존엄사'방식 선택 절차를 더 이해하려면 2023년 4월 15일 업데이트 된 법제처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존엄 존엄사방식 선택 안락사 의사조력사망 수동적 안락사

2023-06-0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