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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높아진 노인 자살률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최근 LA타임스에 미국 시니어의 자살률이 1941년 이후 가장 높다며 이를 우려하는 기사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인구 숫자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우울증이나 불안증, 술이나 마약 남용으로 감정 조절이 힘든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시니어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1900년에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300만 명(인구의 4%)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4300만 명(인구의 13%)으로 급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7200만 명,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84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51~70세를 중년(middle age), 71~90세는 ‘젊은 노인( Young Old)’, 90세 이상은 ‘특별 노인(exceptionally old)’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연령대는 바로 85세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니어들이 ‘그냥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심지어 심장,폐,위 등 인체 장기의 노화 속도나 과정도 다르다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1980년 LA, 볼티모어, 세인트루이스 등 5개 지역에서 시니어 정신 건강 조사를 위한 ECA(Epidemiological Catchment Area)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의 13%에서 각종 정신 질환이 발견됐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는 제외) 65세 이상 시니어의 약 10%가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있으니 둘을 합치면 약 20%의 시니어가 이런저런 종류의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었다.  
 
알츠하이머란 두뇌에서 계속 진행되는 병변으로 인해 기억 상실, 인식능력 저하, 비정상적 행동 등의 증세를 보이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이 병은 60세가 넘으면  5년이 지날 때마다 유병률이 두 배로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즉, 60~64세에는 1%, 65~70세엔 2%, 70~74세에는 4%, 75~80세 8%. 80~85세에 16%, 85세 이상에서는 30~45%가 발병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불안 증상인데, 대부분 우울증과 동시에 나타난다. 시니어들은 우울증을 부끄럽게 생각해 우울 증상을 마치 육체적인 문제인 양 말하기도 한다.  
 
시니어 우울증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울증을 ‘노화 과정’의 일부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또 우울 증상이 젊은이들과 다른 원인도 있다.  
 
주요 우울증은 9가지 증상 중 5가지가 있으면 진단이 되는데, 시니어의 경우 3, 4 가지의 증상만 보이는 ‘서브신드롬(subsyndrome)’ 상태의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술이나 항불안제, 특히 벤조 다이아제핀 계통의 약물에 중독이 되기 쉬워 자살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연구에 의하면 젊은 시절에 비해 노년에 행복감과 인생의 만족감을 더 느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을 돌보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들도 중년기 이후에는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두뇌의 생리적 변화에 의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젊은 층과 달리 시니어는 자살과 관련 사전 징후가 거의 없고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자살 성공률이 높은 이유다.  
 
한국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제안한 자살 방지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보기, 듣기, 말하기’라는 것이다. 과거에 자살 기도를 했던 사람이 갑자기 과음한다거나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주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그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준’ 후, 자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치료를 받자고 ‘말한 후’ 직접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는 것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20여년 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과거 러시아와 리투아니아가 몇 번 세웠던 기록들이다. 가족은 물론 지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보고, 듣고, 말하며 돕자. 정신과 치료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수잔 정 박사의 정신건강 강의는 유튜브 채널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youtube.com/@dr.susanchung)’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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