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한국 의사들의 파업은 정당한가
참고로 2020, 2021년 월드 뱅크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율이 한국은 2.5명, 일본 2.6명, 미국 3.6명, 독일 5.4명, 인디아 0.7명, 에티오피아 0.1명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2017년이 마지막 자료로 3.7명이다. 가끔 의사 증원과 관련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는데, 단순히 숫자 외에 문화적 관점과 생활방식의 차이 등도 고려해 풀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결정에 전공의들과 의사협의회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사직서를 쓰고 직장을 떠났다. 그들은 입학생 증원에 따른 인프라 부족을 걱정한다. 정부가 전공의를 수용할 병원, 신입생을 교육할 교수진 확보 방안을 미리 세워두고 의과대학생 수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 나도 걱정이 된다. 질적인 관리 부족으로 실력 없는 의사, 즉 ‘돌팔이’ 의사가 늘어 제대로 국민 건강을 돌볼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업’과 다르다. 의료사업에는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의료사업에 투입된 자금만 8조 달러나 된다.
의사 숫자의 급증은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다. 의료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박리다매’식으로 흘러가 ‘서로 살기’가 아닌 ‘서로 죽이기’ 식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도(醫道)는 무엇일까? 의사들이 걷는 길? 의사들은 어떤 길을 걷기에 그들을 일반인과 다르게 대우하는지 생각해 본다. 한국의 한 언론은 ‘병원은 의사가 권력을 행사하는 공간’이라는 유명한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을 인용하면서 대통령도, 재벌기업 회장도 병원에 가면 의사 말에 순종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푸코는 지식과 권력의 복잡한 상대성을 연구한 프랑스 철학자다.
미국도 오래전부터 의사가 부족했다. 인구와 노년층 증가 때문으로 한국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유명한 인재 수입국인 미국은 외국 출신 의사들에게도 이민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공의 부족 대책안 2023(Resident Shortage Reduction Act of 2023)을 발의하기도 했다. 수련병원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7년에 거쳐, 서서히 1만4000명의 자리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06년에 의과대학 입학생 수를 30% 늘렸다. 하지만 빈 전공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실책에도 전공의의 파업은 없었다. 의사들은 노동조합이 없다. 또 파업 위협을 하기는 하지만 실상은 협상을 통해 이를 피해 간다. 의사가 아닌 의료계 종사자들 즉, 간호사, 기계 조립사, 호흡기관 테크니션 등은 노동조합이 있고 파업을 통해 그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 정부와 의료계는 미국의 실수를 참고해 미래의 종합 계획을 세우고 이를 서서히 실천해 나가는 참을성과 끈기, 지혜가 필요하다. 전공의, 의사협의회, 병원협의회 등 의료계와 정부는 대화로 여러 가지 이슈를 탁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부의 권위, 의사의 권위 같은 것은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과제를 들여다본다면 해법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류 모니카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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