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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행복통신문] 가정상담소에서 15년, 기쁨과 보람

15년이다. 내가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흐른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렸을 때 나는 자원봉사에 큰 기쁨을 느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자선 행사나 마라톤 준비를 돕고, 자동차 세차 봉사로 후원기금을 마련하고, 식사를 제공하며,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2009년 나는 LA로 이사 왔다. 갓 대학을 졸업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당시 취업은 쉽지 않았고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던 중 구인 광고를 보다가 ‘한국어-영어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CCFP(아동 급식 프로그램) 담당자’를 찾는 공고를 발견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으니, 내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이 일을 통해 소중한 실무 경험을 쌓고, LA에서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다양한 경력을 선택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기회가 될 것이라 믿었다.     당시만 해도 그 일을 단순히 경력을 쌓기 위한 또 다른 발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평범해 보이는 직장이 이후 비영리 활동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연방농무부(USDA)와 가주교육부(CDE)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 제공자들에게 나눠주고, 미국의 시스템과 구조에 대해 원장들과 교사들에게 교육했다. 또 두부나 멸치 같은 문화적 음식을 급식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 위해 옹호하는 일을 즐겼다. 유치원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방문해 아이들이 미소를 지으며 한국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배우면서 집밥 같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위로가 될까. 아이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동안 큰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다녔던 미국의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한국어를 쓰고, 한국 동요를 부르며, 한국 음식을 먹었다면, 아마 그때 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집에서 부모님은 내 영어 이름을 반복해서 외우게 하고, 매일 연습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이름, 한국 음식, 한국 동요, 한국어만 알았고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국어만 사용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자랐고, 부모님도 집에서는 한국어로만 대화하셨다. 그러니 내 첫 언어는 한국어였고, 초등학교 4학년까지 ESL(영어를 제2언어로 배우는 프로그램) 수업을 들어야 했다.   일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 “만약 KFAM 같은 단체가 전국 곳곳에 있었다면, 많은 한인과 한인 미국인들에게 삶이 훨씬 쉬워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단체의 지원이 있었다면 우리 가족조차도 문화적 적응 스트레스와 장애물들을 훨씬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KFAM에서의 여정을 돌아보면 이 단체가 한인과 가족들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영리 활동은 종종 오해받기 쉽다. 화려한 브로슈어, 소셜 미디어 게시물, 기금 모금 갈라 행사만을 보고 변화가 단순히 기부나 행사 참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도전적이며, 그만큼 더 보람차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가정상담소 기쁨 동요 한국어 한국 음식 한국 동요

2025-01-12

상속된 빚 정리 끝난 줄 알았는데..어떻게 하죠 [ASK미국 유산 상속법-이우리 변호사]

▶ 문= B는 20년 전 미국에 이민 와 시민권을 취득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속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상속 처리 과정에서 아버지의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B는 한정승인을 신청했고, 무사히 처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미 한정승인이 끝난 상황에서 이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미국에 거주 중이라 직접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경우, B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답= 추가로 발견된 상속재산과 채무를 처리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고려해 볼 수 있다.     1. 한정승인 이후 발견된 추가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 2. 부동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감정평가사의 도움을 받아 재산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3. 추가로 발견된 상속재산에 따라 기존 채권자 정보와 배당 내역을 재확인 해볼 필요가 있다.   4. 채무 청산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 변경된 채권자 정보(연락처, 계좌번호 등)를 최신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5. 구체적인 채무 청산 방법으로는 임의청산과 상속재산파산(법원)을 활용할 수 있다. 6. 미국에 거주 중이라면, 원격으로 모든 절차를 정확히 진행해주는 한국 상속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 문= 한정승인 후 추가로 발견된 재산과 채무를 처리하려면 왜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할까?     ▶ 답= 한정승인 이후 발견된 추가 재산은 기존 절차와는 별도의 과정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산 및 채무 조회, 평가, 채권자 정보 확인, 채권자 배당 등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이에 관한 전문 지식과 충분한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 중이라면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이우리 한국 상속 전문 변호사는 추가로 발견된 재산과 채무를 정확히 평가하고, 한정승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본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해 보기를 바란다.       ▶문의: www.lawts.kr / [email protected]  미국 상속법 유산 상속법 상속 절차 한국 상속

2025-01-10

한국 여권 가치 세계 3위…192곳 무비자 입국 가능

전 세계 여권의 활용 가치를 가늠하는 인덱스에서 한국 여권이 3위, 미국 여권은 9위에 랭크됐다.   시민권 자문 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9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 2025 세계 순위’에 따르면, 한국 여권으로는 현재 192곳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반면, 미국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는 186곳이다.   헨리 여권 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된다.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또는 입국 시 비자 발급 등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곳을 지수화한 것이다.   한국의 여권 파워는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에스토니아와 공동 9위를 기록한 미국은 8위 헝가리와 10위 라트비아 사이에 위치했다.   한국 여권은 해당 지수에서 2020년 3위를 기록하고 이듬해 2위로 올라선 뒤 상위권을 꾸준히 지켜왔다.   한편, 이번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195곳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2위는 193곳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일본이 차지했다. 반면, 북한은 99위(41곳)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무비자 무비자 입국 한국 여권 세계 여권

2025-01-09

세계 여권 파워 한국 3위, 캐나다는...

 국제 법률회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9일 발표한 ’2025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에서 한국이 세계 3위의 강력한 여권 보유국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192개국과 무비자 협정을 체결해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한국 여권은 미국(9위·186개국)은 물론 캐나다(7위·188개국)보다 더 많은 국가에 자유로운 입국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은 195개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2위는 193개국과 무비자 협정을 맺은 일본이다. 5위권에는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위스, 영국(190개국)이 포진했다.       캐나다는 몰타, 폴란드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캐나다 여권으로는 전 세계 227개 목적지 중 188개 국가에 무비자나 전자여행허가(ETA) 없이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부탄,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는 여전히 비자가 필요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10년간 미국과 캐나다의 여권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2015년 2위였던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순위 하락을 기록했다. 캐나다도 같은 기간 4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여권의 높은 순위는 한국의 외교적 신뢰도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척도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는 2020년 9위까지 하락했다가 2021년부터 7~8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순위가 하락한 22개 여권 중 하나로 기록됐다. 미국 역시 비슷한 하락세를 보이며, 과거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하위권에는 분쟁지역이나 빈곤국가들이 집중됐다. 아프가니스탄은 26개국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리아(27개국), 이라크(31개국), 파키스탄·예멘(33개국), 소말리아(35개국), 네팔(39개국)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북한은 41개국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어 세계 99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2006년 조사 시작 당시 78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순위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위 싱가포르(195개국)와 최하위 아프가니스탄(26개국)의 격차는 169개국으로, 헨리 여권지수 19년 역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격차는 세계 각국의 경제력과 국제 관계의 불균형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 여권 순위는 각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외교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수는 해당 국가의 신뢰도와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나타내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과 기존 강대국들의 영향력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와 일본이 1, 2위를 차지하고 한국이 3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5년 여권 파워 상위 10개 순위. ()는 무비자 입국 가능한 국가수       1. 싱가포르(195)   2. 일본(193)   3.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한국(192)   4.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191)   5. 벨기에,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위스, 영국(190)   6. 그리스, 호주(189)   7. 캐나다, 폴란드, 몰타(188)   8. 헝가리, 체코(187)   9. 에스토니아, 미국(186)   10.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아랍에미리트(185) 밴쿠버 중앙일보캐나다 한국 캐나다 여권 한국 여권 헨리 여권

2025-01-09

[기자의 눈] 자랑스런, 부끄러운 탄핵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탄핵 사태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공존한다.   주한미군으로 2차례 복무한 육군 중사를 최근 만났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 의식이 부럽다”며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지도자를 국민이 끌어내린 게 대단하다”며 “국민이 나서서 민주주의 절차를 주도해 이뤄낸 성과”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탄핵 사태에서 자랑스러운 점이 있다면 전 세계에 한국 국민의 강력한 민주주의 의식을 보여주며 ‘국가=국민’ 공식을 증명해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국민은 다시 한번 거리로 나왔다. 분노와 감정에 휩쓸려 강경한 시위를 펼치기보다, 아이돌 가수 응원봉을 들고 K팝 노래를 부르며 평화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국민의 품격있는 정치적 참여는 세계적인 주목을 모으기 충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주의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시민들로 가득 찬 거리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라는 조앤 조 웨슬리안대학 동아시아학 교수의 분석을 전했다.   주류 언론들의 평가처럼 성숙해진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은 단순히 투표로 국민대표를 선출하는 수준을 넘어, 대표자들에게 지속해서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응답했고, 결국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반면, 자랑스러운 모습 뒤 부끄러운 그림자도 자리 잡고 있다. 탄핵은 극히 예외적이고, 중대한 사유에 한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헌법적 도구인 탄핵을 정치적 도구로 변질시켜버렸다. 이에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외교무대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를 다시 한번 초래했다.   야당은 정치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했다. 물론 명분은 있었다.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양곡관리법 등 쟁점법안 6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아울러 한 총리는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도 미뤘다.   하지만 설사 한 총리가 탄핵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해도 야당은 정부와 정치적 협력을 통해 국정 정상화를 이루고 정치적 대립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은 지속해서 선을 넘으면 탄핵하겠다는 등 한 총리를 향해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고, 결국 그도 탄핵했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지난달 27일 “두 명의 국가 최고위직 탄핵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악화시키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심화하는 동시에 대외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권한대행 탄핵은 정치적 혼란 해결 과정에서 한국 양당의 협력이 실패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깊어짐에 따라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국은 ‘트럼프발 불안정성’을 걱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4년간 한미관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트럼프 정부와의 물밑접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연속 2차례 탄핵으로 튀는 성격의 남의 나라 대통령을 걱정하다가 되레 얼마나 더 튈 수 있고 불안한 나라인지 보여주고 말았다.   이번 탄핵 사태는 국민 주권 실현의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탄핵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대립 대신 협력을 통해 국정 안정과 외교적 신뢰 회복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탄핵 대통령 탄핵소추안 탄핵 사태 한국 국민

2025-01-07

이건희 컬렉션 미국서 본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했던 미술품,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일부가 내년 말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의 미를 알린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전시는 처음이다.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 회장부터 3대째 이어진 삼성가의 문화예술 사랑도 재조명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은 내년 11월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 시카고박물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각 3~4개월씩 약 1년간 선보이는 해외 순회전을 갖는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처였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첫 해외 전시에선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보물인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고미술품부터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년) 등 근현대미술품까지 20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가의 문화예술 사랑은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시작됐다.     사업하는 틈틈이 미술품을 모은 그는 1982년 호암미술관을 열면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는 데 일조하자는 신념으로 모은 문화재를 영구 보존하면서 감상과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미술관을 개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개인의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민족의 문화유산이기에 영구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게 최상책”이라고 밝혔다.     선친의 영향을 받은 이건희 선대회장도 국내외 여러 곳에 흩어졌던 한국 미술품을 되찾는 데 나섰다. 그는 1997년 펴낸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남준·이우환·백건우 같은 한국 예술인의 해외 활동을 후원한 것은 유명하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을 열어 이곳을 한국 미술계의 메카로 키워내기도 했다. 그는 경제 발전으로 국민소득이 오르면 문화 인프라도 이에 걸맞게 향상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선친이 이렇게 수십 년간 모은 미술품 약 2만3000점을 2021년 국가에 기증하면서 가문의 뜻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기증 당시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고인(선친)의 뜻을 기려서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국보 총 14점, 보물 총 46점 등의 고미술품 2만1693점과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년),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20년),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 호안 미로의 ‘구성’(1953년) 등 국내·외 근현대미술품 1494점이 국가에 귀속됐다. 이창균 기자 [email protected]이건희 미국 한국 미술품 문화예술 사랑 근현대미술품 1494점

2025-01-07

한국-뉴저지 운전면허증 교환, 약 700건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이 시행된 이후, 약 700명이 한국에서 발급한 운전면허증을 뉴저지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주뉴욕총영사관이 발표한 ‘2024년 민원업무 처리실적’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주뉴욕총영사관에서 발급된 영문운전면허경력 증명서는 총 599건, 2023년 발급된 영문운전면허경력 증명서는 159건으로 집계됐다. 이 증명서가 모두 면허증 교환을 위해서만 사용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뉴욕총영사관은 대략 700건 가량이 면허증 교환을 위해 발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뉴저지 운전면허 상호인정이 시행되기 전에는 매년 20~30건 발급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총 민원처리건수는 4만8943건으로, 직전해(4만7697건)보다는 소폭 늘었다. 다만 팬데믹 당시 발급하던 격리면제서가 사라진 탓에 2021년(6만5618건), 2022년(4만8949건)보다는 총 민원 처리건수가 줄었다.   2021년부터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던 국적이탈 건수는 지난해 총 752건으로, 직전해(798건)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2021년(505건), 2022년(641건)에 비해선 많은 수준이다. 한인 2세 수가 늘고 있는 데다, 한국 국적을 제때 이탈하지 못해 미국 내 공직 선출이나 사관학교 입학 등에 불이익을 당하는 피해사례가 전해지자 부모들이 서둘러 자녀의 국적이탈 신고를 한 결과로 파악된다. 작년 국적상실 신고 건수는 총 1939건으로, 2023년(2007건)보다는 소폭 줄었다.     복수국적·국적회복 건수는 지난해 116건으로 대폭 늘었다. 2021년 연간 26건 수준이던 복수국적·국적회복 건수는 2022년 70건, 2023년 93건, 2024년 116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 국적회복을 하는 동포가 계속 늘면서 2023년 재외동포 국적회복(4136명)은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 사증발급(3465건), 영사확인(1만3737건), 공인인증서 발급(573건), 범죄경력증명서 발급(88건), 병적증명서 발급(84건) 등이 일제히 늘었다.     한편 뉴욕총영사관은 지난해 정기 현장 민원실과 원거리 순회영사 총 45회를 개최했다.  김은별 기자운전면허증 뉴저지 뉴저지 운전면허증 한국 국적회복 영문운전면허경력 증명서

2025-01-06

한국, 플로리다 총영사관 추진…트럼프 사저 마러라고 인근에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사저 마러라고와 인접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총영사관 설립을 추진한다.       플로리다주에 총영사관이 설립되면 미국 내 한국 총영사관은 기존 9곳에서 1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 한국 언론이 지난 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는 약 5만3000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에 공관 설립을 검토 중이며, 민원 수요 증가와 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이자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역으로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영향력과 남부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과거 마러라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현재 플로리다 인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접근성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러라고에서 약 60마일 떨어진 마이애미 지역은 과거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총영사관이 폐쇄된 바 있어 행정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측은 관련 수요 제기가 있어 검토할 예정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박낙희 기자플로리다 총영사관 한국 총영사관 한국 플로리다 트럼프 사저

2025-01-05

[K컬처에 빠지다] ‘한국 열병’ 30년째, 끝없는 기쁨

“한국의 예술과 문화는 매우 심오하고 아름다워서, 전 세계가 이를 배우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2008년 뉴욕에서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Korean Art Society)를 창립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저는 음악가로서 세계 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음식을 맛보고, 음악과 연극 공연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1995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랑에 빠진 것은 사람이 아닌 나라였습니다.   저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일주일 간의 한국 여행을 즐기고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다른 모든 나라에는 대개 아름다운 예술, 훌륭한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습니다. 첫 방문을 마친 뒤 스스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왜 한국은 내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했을까? 내가 이곳에서 경험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왜 벌써 그리워지고, 빨리 다시 가고 싶어지는 걸까?”   결국 저는 몇 달 후 다시 2주간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 ‘한국 열병’의 원인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이 두 번째 방문으로 모든 질문에 답을 얻고 열병의 갈증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주가 지나고 나니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 질문은 더 깊어졌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은 무엇이 그토록 독특해서 나를 이렇게 강렬히 움직이고, 계속 배우고 싶게 만드는 걸까?”     이후 30년 동안 20차례 한국을 방문한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끝없는 기쁨을 줍니다. 저는 이 기쁨을 주류사회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20~30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한국 예술과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이를 알리는 데 집중하는 단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저는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를 창립했습니다.   저희는 뉴욕의 박물관을 단체로 방문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각 박물관의 수장고를 방문해 드물게 볼 수 있는 보물들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미국 전역의 박물관으로 확대되었고, 한국 공연예술, 시 낭송회, 그리고 한국 요리 시식회 같은 행사도 개최했습니다.     또한, 저는 한국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고, 박물관의 컬렉션을 자문하며, 개인 소장가로부터 한국 미술품을 박물관에 기증받는 일을 주선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협회 회원 두 분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이 찍힌 친필 휘호(200만 달러 가치)를 브루클린 미술관에 기증하도록 도왔습니다. 1909년 10월 날짜가 적혀 있는 이 작품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니 뒤돌아볼 필요가 없다(爲國損軀義無反顧·위국손구의무반고)’라는 안중근 의사의 결기를 담은 글이 쓰여있습니다. 하얼빈 의거를 위해 하얼빈에 머무는 동안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증은 제가 미술관의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주선한 뒤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분들은 이제까지 200점 이상의 한국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증하셨습니다.   저는 지난달 25일 LA에서 먼저 개봉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하얼빈’의 미국 배급사 CEO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3일 미 전역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와 관련하여 브루클린 미술관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작품에 대해 배급사에 알렸고, 배급사는 이 소식을 마케팅 부서에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한국 예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창의적인 방식을 찾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 사명감 때문에 저는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의 회원 가입과 모든 행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제게 준 행복과 한국인들이 베풀어 준 우정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또한, 한국 예술과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한국인들도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예술은 진솔하고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풍부한 진정성에서 우리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또한, 한국 문화의 깊은 존중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논의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저는 최근 한국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회고록 ‘Inktown’을 완성했습니다. 현재 제 에이전트 라라 러브 하딘과 함께 출판사에 제안할 책 원고를 준비 중입니다. 하딘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집필했으며, 두 번이나 오프라 북클럽에 선정된 작가입니다. 그녀의 인맥을 통해 출판사를 구해 한국에 대해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공동 제작 중입니다. 영화 감독 레슬리 스몰은 케빈 하트 주연의 여러 영화와 TV 쇼를 연출했으며, 시나리오 작가 마샤 맥케나는 에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인들도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의 활동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연락해 주세요. 사랑하는 저의 제2의 고향,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나누길 기대합니다. 한국의 놀라운 경이로움을 전 세계에 아낌없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한국 열병 한국 미술품 한국 예술과 한국 공연예술

2025-01-05

차기 교황 자리에 유흥식 추기경 거론돼

  교황은 사실상 하나의 ‘국제정치 행위자’이다. 스탈린은 "교황이 병력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겠나" 하며 비웃었지만, 소련이 붕괴한 원인 중 하나는 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협공이었다.     가톨릭 교회의 차기 ‘대권’에 대한 기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완벽하지 않고, 전임 교황의 은퇴로 콘클라베가 개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10일 자 뉴요커는 '프란치스코 교황, 추기경들, 그리고 콘클라베’라는 기사에서 다음 교황 선출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분석했다. 글로벌 명품 매체를 자부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차기 교황 후보로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을 거론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소리소문없이 신자가 늘어 이젠 600만 교세를 자랑한다. 선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제 발로 찾아오는 신자들이 많다. 그리스도 교회 중에서는 신자 수 650만 장로회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에서도 가톨릭은 7000만으로 치닫고 있는 최대 그리스도교 교단이다. 생각보다 많다. 2위는 2000만가량인 남침례교회다.   1843년 창간한 이코노미스트는 외형은 잡지지만, 자체 정체성은 신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과 함께 영향력이 손꼽힌다. 박사학위 논문이나 학술 논문에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마르크스도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했다. 그가 “금융 귀족의 유럽 기관”이라 부른 이 신문은 오늘날 ‘전 세계 엘리트를 위해 국제 정치∙경제에 대한 분석과 논평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관’이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의견을 고집한다(opinionated)’는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해 총대를 멘 ‘극단적인’ 매체다. 우파건 좌파건 ‘민주적 자본주의’에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한마디로 클래스가 다른 이 매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한 2013년 12~13일 콘클라베를 앞둔 2013년 3월 9일 자에서 “교회는 여전히 유럽 중심적이다”고 지적하며 “비유럽 출신 교황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1200여년 만에 비유럽 출신이 교황으로 뽑혔다.   그런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2월 7일 '다음 교황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흥미롭게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했다. 유 추기경은 잘 웃는 사람이다. 그는 ‘교회와 교황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결연함’으로 유명하다.   이번 기사의 흐름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가톨릭 교회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교황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아프리카 추기경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그래서 진보적인 유럽과 미국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도박사들은 몇몇 차기 교황 후보에 벌써 확률 게임에 들어갔다. 그들의 예측과 달리, 사람을 자석처럼 강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성격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다크호스 추기경이 교황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 기사는 기존 유력 후보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더니, 유 추기경을 기사 말미에 이렇게 언급한다.     “그렇다면 동쪽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 가끔 언급되는 이름은 한국 출신의 유흥식 추기경으로, 그는 교황청의 성직자부를 이끌고 있다. 많은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처럼 그도 16세라는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다. 유 추기경은 신학적으로는 주류에 속하지만 사회 불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적극적으로 고발한다. 이 점에서 유 추기경은 ‘만약에’나 ‘그렇지만’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입장이 확고한 가톨릭을 표방한 고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과 면모가 비슷하다. 한 종교 관련 저술가는 유 추기경이 고향인 충청도 사람들의 모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충청도 사람들은 친절하고 공손하며, 논란에 직면했을 때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들은 모든 교황에게 유용할 것이다.”   이 기사는 다른 후보들을 거론할 때 좀 부정적∙회의적이다.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사람들이 호감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추기경이다’는 식이다. 유 추기경에 대해선 유독 호의적이다. 뭔가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유 추기경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기사는 아니다. 그에 대한 언급은 마치 추신(post scriptum)처럼 달려 있다.   이 기사는 많은 생각거리와 희망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한국인 교황 대망론’을 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언젠가는 한국인 교황이 나올 것이다. 한국인 교황은 K-가톨릭과 K-리더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물론 K-불교와 K-유교 또한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할 것이다).   그렇다. 한국인 교황이 충분히 나올 법하다. 강력한 근거가 있다.     첫째, 한국 가톨릭 교회는 글로벌 가톨릭 교회 중에서도 우등생이다. 성인을 103위나 배출했다. 성인 수를 국적별로 따지면, 한국은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독일∙베트남에 이어 6위다(이런 계량화에 비판적인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조선 조정은 무지몽매한 정부가 아니었기에 ‘배교하면 살려주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순교를 선택했다. 모범생인 한국 가톨릭 교회 출신의 교황은 세계 그리스도교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상당수 추문으로 흔들리는 교회에 절실한 국면 전환이 될 것이다.   둘째, 한국에선 진보 가톨릭과 보수 가톨릭의 갈등이 유럽∙미국∙라틴아메리카 등지와 달리 크지 않다. 보수 가톨릭은 진보 가톨릭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맹공을 퍼붓기도 한다. “우리가 그대들을 진보 가톨릭이라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대들은 가톨릭도 그리스도교도 아니다.”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한국 가톨릭 교회의 노하우를 세계 교회에 전파할 때가 왔다.     셋째, 경제발전과 정치발전을 한 세대에 이룩한 한국과 더불어 성장한 한국 교회는 아직 독재와 가난에 시달리는 나라들의 가톨릭 교회에 필요한 영감과 방략을 제공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질적으로 가난한 지역 교회들에 관심이 많다. 한국 교회에 답이 있다.     넷째, 한국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불교와 사이가 좋다. 팍스 렐리지오사(Pax religiosa), 즉 종교를 통한 평화의 가능성을 한국이 제시할 수 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와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불교와는 상호 존중과 사랑이 돋보인다. 바티칸 제2 공의회의 정신은 다른 종교에서 발견되는 선함을 존중하는 것이다. 구원이나 깨달음에 대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종교는 악을 피하고 선을 추구하는 연대에 나설 수 있다.     정치와 종교는 닮은꼴이다. 둘 다 영성뿐만 아니라 권력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상징이 중요하다. ‘최초’에 담긴 상징성은 권력의 향방까지 바꾼다. 하지만 관성이나 타성, 또는 경로의존성 때문에 최초를 성취하는 건 언제나 힘든 법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은 나왔어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 최초의 미시시피강 이서(以西) 출신 대통령은 제31대 (1929~1933)인 허버트 후버다. 상징의 정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출신 대통령, 강원도 출신 대통령, 통일 이후에는 평안도∙함경도∙양강도∙황해도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가톨릭 교회에서도 흑인∙아시아인∙중동인이 나올 것이다. 반세기나 한 세기 후에는 여성 교황도 나오지 않을까. '최초'가 벽돌처럼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정치 발전, 역사 발전이라고 본다.   김환영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정치이론·사상 외에 종교와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편집장, 중앙SUNDAY 국제·지식 에디터를 거쳐 현재 중앙일보 지식기자. 저서로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등 다수.        가능성 대망론 가톨릭 교회 한국 가톨릭 교황청 성직자부 유흥식

2025-01-03

김광석 뉴욕한인회장 “새해에는 한인사회가 더 큰 꿈 이루기를”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소기업의 생존 위협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해를 잘 극복했습니다.   대선의 혼란 속에서도 한국계 연방상원의원이 선출되는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본국의 비상계엄과 후폭풍 여파는 한인사회의 민심이 분열되고 항공기 참사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합니다. 정치적 이익이나 극단적 선택에서 벗어나 백성들의 복리와 안정을 우선하며, 양보할 수 있는 성숙한 정치로의 변화, 홍익인간의 정신을 생활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새해에는 한인사회가 더 큰 꿈을 이루어 가길 기원합니다. 1세들의 경우 생존과 자녀 교육이 우선됐고, 한국 전통 그대로의 한국적인 정체성이 일반화됐지만, 2세들로 이어지며 다양성, 전문성, 미국 사회의 보편성이 우선되며, 한국 전통 그대로가 아닌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의 정체성이 형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닌 과거에 기초한 미래로의 합리적 변화입니다.     한인사회의 전체적인 방향이 생존(Survival)에서 유산(Legacy)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뉴욕한인회장 한인사회 김광석 뉴욕한인회장 한국계 연방상원의원 한국 전통

2024-12-31

[K-푸드] 치킨부터 김치까지…‘식문화’를 바꾸다

미국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 대중문화가 주목받으면서 한국 음식 또한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라면, 핫도그 등은 독특한 매력을 앞세워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치킨과 핫도그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음식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소비자행동분석회사 서카나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미국에는 7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진출, 전국적으로 40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숫자다. 2019년과 비교하면 매장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 문화가 LA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한국식 치킨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식 치킨의 인기는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니다. 바삭한 튀김 옷과 감칠맛 나는 소스의 조화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식 핫도그 또한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5개의 한국 핫도그 프랜차이즈가 총 242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쫄깃한 반죽과 달콤하거나 짭짤한 소스를 곁들인 한국 핫도그는 독특한 비주얼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식탁 영향력 확대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한국 라면도 미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25.4%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농심 미주법인의 매출은 5억3800만 달러에 달한다. 삼양의 미주법인은 2023년에 매출 1억2200만 달러를 넘겼으며,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 라면은 한인 마트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월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업체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퍼졌고 신라면을 베이스로 해서 다양하게 변형된 레시피도 인기다. 두 라면이 한국 라면 전체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만두와 같은 다양한 한국 음식들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쇼트 폼 플랫폼 틱톡에서 비비고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는 2억5000만 회를 돌파했다. 유명 콘텐트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비비고 만두는 올해 17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 식품 체인점 트레이더조에서 선보인 김밥이 큰 인기를 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김치와 한국 소스류는 이제 가정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서카나에 따르면 김치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채소 제품으로, 판매량이 80% 증가했다. 고추장 기반의 ‘스파이시 코리안 소스’는 29% 성장했고, 한국식 바비큐 소스와 핫소스도 각각 80%와 23%의 증가세를 보였다.   ▶프랜차이즈의 확장   K-푸드 트렌드를 타고 한국 프랜차이즈의 미국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비비큐 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각각 50개 이상의 매장을 확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형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프리미엄 보바 브랜드 흑화당, 유기농 샐러드 업체 샐러디, 한국식 마라탕 전문점 피슈마라홍탕, 한국식 맥주 전문점 인쌩맥주, 한국식 포차 브랜드 치치 등 다양한 업체들이 직영점 또는 가맹점을 개설하며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KFA) 미국 지회 재무이사인 피터 손 회계사는 “과거에는 현지 지인을 통한 라이선스 계약이나 조인트벤처 형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진공, 코트라, aT센터 등의 정부기관과 KFA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정착하는 업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가장 빠른 길   2020년대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은 한국 음식 확산의 가장 강력한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팝 아이돌들이 즐겨 먹는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K-드라마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한국 음식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 김밥 또한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더 글로리’에서 김밥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정국이 공개한 ‘불마요 들기름 막국수’ 레시피가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면서 불닭 소스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2024년 들어 부상한 ‘스와이시(Swicy)’ 트렌드 역시 한국 음식 인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와이시는 달콤함(sweet)과 매콤함(spicy)을 결합한 신조어로, ‘매콤 달달’이라는 표현으로 번역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미국 내 레스토랑 메뉴의 약 10%가 이러한 매콤 달달한 음식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불과 12개월 만에 비중이 1.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메뉴의 비중은 향후 4년 동안 9.6%포인트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쉐이크쉑 버거의 고추장 양념치킨 샌드위치와 같은 메뉴들이 이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한국 음식이 단순히 맛을 넘어 문화와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글로벌 푸드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K-푸드의 성공은 한류 열풍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음식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은 한국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조원희 기자K-푸드 식문화 치킨 한국 음식들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한국식 치킨

2024-12-31

[K-무비 & 드라마] 한국 영화, 미국 시장서 지평 넓혀간다

한국 영화가 올해 글로벌 영화 시장, 특히 미국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다시 한번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 이후 한국 영화는 꾸준히 미국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 영화 활약상은 ‘아카데미상’으로 시작을 알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다. 최근 한국 영화, 배우가 잇달아 상을 거머쥐며 시상식 내 한국 영화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추세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지난 2021년 여우조연상을, 영화 ‘기생충’이 지난 2020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으며 무려 4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3월 한미합작영화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 제작사 A24와 한국의 CJ ENM이 제작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알고 지냈던 남녀가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타지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냈다. 한국계 캐나다인 영화감독 셀린 송이 연출을 맡았고 한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주연 배우로 영화에 참여했다.     아쉽게도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미국 평단의 극찬을 받고, 미국 영화업계의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다. 영화 전문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에 대해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섬세하게 묘사된 중심 캐릭터들의 인연을 활용했다”고 평했다. 또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58회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 제39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제33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상을 향한 한국 영화의 도전은 지난해 계속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이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영화 ‘서울의 봄’을 오는 3월에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은 지난 1979년 12월 12일에 발생한 12·12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한국에서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른 데 이어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개봉했는데도 흥행 수익 100만 달러를 넘기며 지난 2023년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평단에서도 영화를 극찬했다. 평론가들은 ‘서울의 봄’이 지닌 정치적 주제와 보편적인 인간적 갈등을 치밀하게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서울의 봄’에 대해 “역사적 사건을 뛰어넘어 인간성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주연 배우 황정민에 대해 “극의 중심을 잡는 배우로서 그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주연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는 “냉혹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복합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안타깝게도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제97회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숏리스트(예비후보)에 ‘서울의 봄’은 없었다.     그런데도 ‘서울의 봄’은 군사 쿠데타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미국 관객에게 널리 알리고 한국 영화가 단순히 수출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영화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위해 ‘서울의 봄’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홍정인 대표와 김성수 감독이 직접 나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 등 10여개의 영화 단체와 소통하며 영화를 알리고,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컬버시어터에서 열린 ‘아시안월드필름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만나 소통하는 등 홍보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밖에 다수의 한국 영화가 올해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은 ‘라쿠텐 비키’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해 상반기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별 구매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배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주연의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최민식, 김고은 주연의 ‘파묘’가 2위와 3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한국 영화의 성과에 대해 라쿠텐 비키 측은 “한국 영화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 SF 등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콘텐츠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한국 영화의 활약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 ‘하얼빈’이 오는 3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서울의 봄’과 더불어 한국 역사를 미국 관객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앞서 지난해 9월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북미 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하얼빈’을 역사적인 소재에 기반한 흥미로운 각본과 시각적 비주얼을 화면에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캐머런 베일리 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해 “역사적인 이야기를 놀랍게 그려냈다”고 언급했으며, 아니타 리 수석 프로그래머는 “촬영, 연기, 서사 모두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화”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는 이제 단순한 국가적 콘텐츠가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서울의 봄’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미국 관객들에게 감동과 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영화가 가진 독창성과 완성도를 증명했다. 올해도 한국 영화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무대에서 더욱 강렬한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준 기자K-무비 & 드라마 미국 한국 한국 영화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한국인 배우

2024-12-31

[K-패션] BTS·블랙핑크가 입으면 세계도 입는다

K-패션은 단순히 옷을 넘어선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성공은 한국의 음악과 영상뿐만 아니라 패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제 힙하고 혁신적인 스타일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세계 패션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패션의 초석을 놓은 1세대 디자이너들, 우영미, 송지오, 준지 등은 각자의 길을 걸으며 글로벌 패션 시장에 활로를 열었고, 이제 BTS, 블랙핑크와 같은 K-팝 아이돌들이 K-패션을 입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한국적 스타일을 글로벌 문화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패션의 인기 비결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한류 스타들과의 시너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향한 혁신적 접근에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K-패션은 이제 단순히 아시아를 넘어 세계 패션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K-패션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K-팝 스타들이 K-패션을 입고 전 세계를 누비면서, 한국의 패션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그 위상을 확립했다. 한소희의 카디건이나 BTS가 선호하는 브랜드처럼, K-패션은 그저 주목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패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품질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로 꼽히며, K-패션 브랜드들은 더욱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K-팝 팬들은 단순히 음악이나 공연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가 착용하는 의상까지 큰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SNS, 특히 인스타그램과 위버스 등에서 아티스트들의 일상 패션을 모니터링하며, 이를 소비로 연결하고 있다.       실제로 K-팝 아티스트들이 입은 옷에 대한 정보는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해외 소비자들 역시 이를 따라 하며 K-패션의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K-팝이 패션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수준을 넘어서, 패션 산업 전반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K-패션은 아티스트의 의상뿐만 아니라, K-팝 문화 전반과 연결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와 같은 브랜드들은 초기에는 한국 내에서만 알려졌으나, 지금은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로 기용되며,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마뗑킴’의 경우, 배우 공효진을 모델로 내세워 국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고, 그 결과 연매출이 급증했다. 이러한 광고 전략은 단순히 인기 있는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어울리는 패션 아이콘을 선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K-패션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K-패션은 이제 할리우드에서 그 영향력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의상을 착용하는 모습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K-패션의 자리매김을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그중 하나는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서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입었던 파란색 카디건이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 의상을 통해 한국의 패션 브랜드인 던스트를 착용하면서, 할리우드에서 K-패션의 매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출연은 K-패션 브랜드가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NBA 스타 드웨인 웨이드가 미국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광고인 인사이드아웃2와 관련된 캠페인에서 흰색 상의를 착용하며 K-패션을 선택한 것도 큰 화제가 되었다. 드웨인 웨이드가 입은 이 의상 역시 한국 브랜드 던스트의 제품으로, 전 세계 NBA 팬들에게 한국 패션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스타들의 선택은 K-패션이 스포츠와 영화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글로벌 패션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음악 프로듀서이자 DJ인 디플로는 최근 프랑스 공연에서 한국 브랜드의 셔츠를 착용하며 K-패션을 더욱 부각했다. 비욘세 역시 K-패션의 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무대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을 입고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유명 인사들이 한국 패션을 선택하면서, K-패션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SONGZIO)’를 보자. 영화 블랙 팬서에 출연한 배우 윈스턴 듀크는 송지오 패션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틱톡이 낳은 슈퍼스타’라는 별명을 가진 싱어송라이터 타이 베르데스, 유명 래퍼인 플레이보이 카티도 송지오의 옷을 입었다. 송지오가 패션 브랜드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송지오는 한국의 고유한 패션 스타일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K-패션은 이제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적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패션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전 세계에서 K-팝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K-패션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속 가능한 패션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속 가능성, 혁신적인 디자인, 그리고 한류 스타와의 협업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면서, 앞으로 K-패션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장열 기자K-패션 블랙핑크 세계 세계 패션계 패션 브랜드들 한국 패션

2024-12-31

[K-문학] ‘제 2의 한강’ 나올까…차세대 한인 작가들 주목

2024년은 한국 문학이 진정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서게 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작가 한강은 지난해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작가 중에서도 첫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한강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는 소감을 내놨다. 그는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철학적 메시지도 전달했다.     엘렌 맛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은 시상식에서,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깨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서는 약하지만 그런데도 한 걸음을 내디디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작품에서는 흰색과 빨간색이 만난다. 한강의 글은 매혹적으로 부드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잔혹함과 회복될 수 없는 상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비영어권 문학 중 최고의 작품에 수여되며 영어 번역본도 포함돼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상이다.      이런 쾌거는 한국 작가들의 영어 번역본 출간이 활발해진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 수가 2011년 54개에서 2021년에는 186건으로 10년 사이 세 배 넘게 증가했다.     번역되는 언어의 수도 늘었다. 2011년에는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나, 2021년에는 29개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다. 번역된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사용자가 많은 언어만이 아니라 그리스어, 루마니아어, 보스니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로아티아어 등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문학 작품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 언어권에서 30만부 이상 판매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2018년 출간 이후 2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부 이상 판매됐고 손원평의 '아몬드'는 일본에서 9만부 이상,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브라질에서 2만부 이상 판매됐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작가들의 활약상도 눈에 띈다. 한인 아버지를 둔 소설가 수전 최(한국명 최인자)는 작품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로 2019년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소설 부문 상을 받았다. 전미도서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 상으로 꼽힌다.      드라마로 제작돼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이끌었던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도 2017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민진 작가는 올해 10월 스캇 앤 젤다 피츠제럴드 뮤지엄이 시상하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인 작가인 캐시 박 홍은 2020년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라는 소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인 작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무렵으로 되돌아간다. 현재 스탠퍼드대 교수인 이창래 작가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내용을 담은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라는 작품으로 헤밍웨이 재단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6·25 한국전쟁의 참혹성을 그린 '생존자(The Surrendered)'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홍영옥 미주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은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협회에 노년 작가들이 대다수였지만 최근 들어 (영어에 더 익숙한) 1.5세 등 젊은 한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디아스포라라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는 더 다양한 문학 소재를 갖고 있다”며 “한국 등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는 한인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현숙 회장은 “K-팝을 비롯한 K-컨텐트에 대한 관심으로 젊은 세대가 한국 문학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한인 1.5세와 2세 작가들에게도 많은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작가 김주혜(37)가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올해 10월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기도 했다”며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 실감 난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아직 번역의 질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니카 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은 “결국 얼마나 더 많은 번역 도서가 출판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는 타인종에 대한 한국어 교육 역량 확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무적인 통계가 있다. 미국현대언어협회(MLA)는 2023년에 발표한 ‘2021년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 외국어 수업 수강 현황’이라는 보고서에서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외국어 수강생 비율은 16.6% 감소했다”며 “조사 대상인 15개 언어 중 수강생이 증가한 것은 한국어(38.3%), 히브리어(9.1%), 미국식 수화(0.8%)뿐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은 2016년 1만3936명에서 2021년 1만9270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어는 약 14.3% 감소한 4만6492명, 일본어는 4.6% 줄어든 6만5661명으로 조사됐다. 2021년 통계에는 총 2455곳의 대학이 참여했다.     류 이사장은 “1만 명 대에서의 변화와 5만 명이 넘는 표본을 단순 퍼센트로만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류 이사장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번역 작품도 더 나오는 것은 물론 타인종 독자가 한국어로 한국 문학을 접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남 기자K-문학 미국 차세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한국 문학 비영어권 문학

2024-12-31

[한국어 열풍] ‘가나다라…’ 배우며 한국 정서를 만끽하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LA한국문화원에 자리한 ‘세종학당’에는 영어권 주민들이 모여 ‘가나다라’를 배운다. 이들은 한국어 입문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총 6개 반에서 각자 실력에 맞춰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깨치고 있다. 세종학당이 LA에 문을 연 지는 10년이 넘었다. 팬데믹 이후 눈에 띄는 변화도 생겼다. 세종학당 입문반 문의가 급증했다. 세종학당 측은 수요가 많아 대기자 명단까지 생겼다고 귀띔한다. 대학생과 직장인인 이들은 바쁘다. 그럼에도 한국어를 배우려 기쁜 마음으로 세종학당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세종학당 측은 10여 년 전 미국에 불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 ‘한류’가 한국어 수강생 증가의 일등공신이라고 전했다.     ▶한국 문화 애정, 한국어 배움으로   LA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한 세종학당은 초창기 1~2개 반이었다면, 2024년 12월 기준 6개 반, 한 해 동안 총 996명이 등록해 한국어를 배웠다. 이는 2023년 728명보다 37%나 늘었다. 미주 지역 세종학당도 미국에만 13개소, 남미와 북미 포함 총 34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어 수업은 LA한국문화원 대면수업 외에 온라인 한국어 수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한국어 수요에 맞춰 내실을 강화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강생 유형도 달라졌다. 초창기 ‘K팝’을 좋아하는 젊은층 위주였다. 현재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LA 소재 미국 거점 세종학당 안형미 소장은 “한국어 수강생이 증가한 가장 큰 요인은 ‘한국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에서 K팝, 드라마, 영화 인기에 입어 최근에는 한국 음식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 문화를 듣고 보고, 한국 음식을 맛볼수록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어, 고마워요”   “교수님께, 한국어를 가르쳐 주셔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어 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 기대를 뛰어넘었어요. 이제는 제가 한국 드라마를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요. TV 한국어 자막도 읽습니다. 제가 보는 한국 드라마 농담 일부의 맥락, 문화적 이해가 더 커져서 기쁩니다.”   LA시티 칼리지(LACC) 한국어반 수강생 리사 피츠가 최근 한국어반 교수진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피츠는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국 정서를 파악하게 된 결실을 가장 반겼다.   한국어 배움 열기는 한국어 프로그램(디렉터 미키 홍 교수) 인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ACC는 지난 1999년 한국어반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수강생은 15~20명이 전부. 2024년 현재 한 학기 수강생은 총 250명으로 한국어반은 수준별로 총 11개 반이나 된다. 수업 내용도 한국어 초중급부터 한국 문화, 한국 영화 이해, 한국 현대사회 등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영어권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소수만 즐기는 오타쿠 범주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여러 인종, 다양한 연령대 사이에서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됐다고 한다. 자연스레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뿌리 깊은 한국어 교육   2023년 10월 6일 LA시의회는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제정하는 선포식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 LACC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사실 미국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알리기는 12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처음 도착했던 한인 이민선조 102명 등 일제강점기 한인 이민선조 7000여 명은 하와이,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전역으로 흩어져 터전을 일궜다. 그들은 고된 노동에도 학교부터 세워 2세, 3세 한국어 교육에 전념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2차 한인 이민 물결도 다르지 않았다. 한인 1세대는 남가주 한국학원 등 한인 정착 도시마다 주말 한국학교를 세워 차세대 한국어 교육에 앞장섰다.     특히 한인 부모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운다’는 공감대가 단단해졌다. 주말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한인 2~3세들은 “한국어를 배우게 해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한국어 구사 능력은 사회생활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준다”고 입을 모은다.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에만 주말 한국학교 350여곳(학생 8700명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 한국학교는 지역사회 교육자, 교회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운영된다. 이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도 한국어 수요 급증을 기뻐하고 있다.     백기환 회장은 “미국과 세계에서 한국 문화가 관심을 끌면서 차세대들 역시 한국어를 배우며 자긍심을 느낀다. 역대급 시너지 효과다. 한국학교에서 차세대와 타인종 청소년들이 어우러지며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이해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LA한국교육원은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 청소년에게 뿌리교육과 자부심 고취를, 영어권 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큰 교육 방향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인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국어반 개설’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요인은 단연 한국 대중문화다. 특히 한글은 한자를 사용하는 아시아권 언어와 달리 단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는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을 지원하는 LA한국교육원은 정규학교가 한국어반 신설 시 3년 동안 최대 3만 달러(한국어반 최소 1개 학급, 학생 20명 이상)를 지원한다. 지원 조건으로 영어권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함께 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규학교 내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 내 한국어반 학급수 증가다. LA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은 82개 학교로 학생은 총 8785명이다. 미전역에서는 2023년 기준 217개 정규학교에서 총 2만5000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강전훈 교육원장은 “한인 청소년이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면 창의력, 사고력 등 전반적인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이제 한인 청소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필수가 됐다. 한인 차세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 한국인의 지혜를 더 많이 배우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한국어 열풍 배우 한국 한국어 수강생 한국어 수업 한국어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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