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의료 방해와 의료사고 예방
나는 병원에서 그녀에게 내린 ‘접근금지’ 명령을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사연은 이랬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비혼주의자인 남동생의 법적 보호자는 그녀였다. 만약의 경우, 동생이 판단 능력을 잃게 되면, 동생에게 필요한 테스트, 치료, 나아가 필요한 법적 절차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이 친구의 의무가 된 것이었다.
이렇듯 법적 보호자를 명시하는 시스템은 병원과 법이 요구 또는 추천하는 사항이다. 상담이 필요할 때, 지정된 보호자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초대된다. 만약 상담 때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이 있다면 참가했던 가족, 또는 보호자로 지정된 가족(어떤 경우는 친지가 보호자로 지정되기도 한다)에게서 내용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재상담을 요청하면 된다. 약속 없이, 불쑥 아무 때나 의료진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는 보통 가족 중 한 사람이 주된 역할을 하고, 두 번째, 세 번째 보호자를 등록할 것을 권한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도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에 명시해 놓으면 된다. 보호자와 ‘사전의료의향서’는 평소 환자가 원한 방식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법적, 윤리적, 문화적인 길잡이다.
물론 보호자가 있어도 환자가 평소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이 이행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떻든, 친구가 원했던 치료 방법과 병원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견은 분쟁으로 번진 모양이다. 그 후 친구의 질문이나 행동은 의료 방해로 간주하였고, 병원은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 그녀의 방문을 막았다. 일차적으로 누나의 방해 없이, 의료진이 동생에게 필요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녀가 입원실을 출입할 때는 시큐리티 가드가 동행했다. 동생이 숨진 시간에 그녀는 병원에 있었지만, 병실 방문 시간이 아니어서 병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안타깝다. 그러나 모든 것은 법대로 이행되었을 뿐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친구가 꼭 그렇게 화를 내고 싸웠어야 했을까? 또 병원은 ‘접근금지’ 명령 없이 그녀를 받아 줄 수는 없었을까?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은 증상을 듣고, 진찰함으로써 치료의 첫 방향을 잡는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환자가 회복하지 못하거나 사망하는 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지난달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이 보도한 자료가 이런 실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019년 29개 학술의료기관에 입원했던 2428명의 성인 환자 가운데 550명(23%)에 진단 오류가 있었고, 17.8%는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다.
아직 사전의료의향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 것을 권한다. 그리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가족과 의논해서 방문 스케줄을 만드는 것이 좋다. 병원 방문 시에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키자. 감정이 북받쳐 울어야 한다면, 조용히 울자. 히스테리를 부려서 본인이 환자로 돌변해서야 되겠는가? 객관적으로 행동하자.
환자와 가족도 의료사고 예방에 한몫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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