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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조울증 환자에 가해진 무지한 폭력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양극성 질환이라고도 불리는 조울증은 두뇌라는 장기의 병이다. 도파민,세로토닌 같은 두뇌 세포에서 분비되는 뇌전파 물질의 불균형 때문에 기분이 하늘 높이 올라가거나, 땅바닥까지 떨어져 마치 북극과 남극을 오르내리는 듯해 양극( bipolar)이라는 말을 쓴 것 같다. 조울증이 이처럼 주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임에 비해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했던 조현병은 사고의 변질로 망상이나 환각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얼마전 조울증을 앓던 한인이 경찰 총격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도 일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관들이 조울증에 관해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있었고, 조울증 환자를 다루는 방법을 훈련받았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양극성 질환은 본인 잘못이나, 부모의 탓이 아니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만약 친척 중에 자살 기도를 했거나 심각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경우, 혹은 알코올 중독자 등이 있다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약 4일간 이유 없이 에너지와 의욕이 넘치고, 평소에 하지 않던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고, 도박이나 쇼핑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말이 빠르고 많아지며,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경조증( hypomania) 증세를 보이다가 심한 우울 증세에 빠져들어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를 제2형 조울증이라 부른다. 또 들뜬 기분이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상태가 약 7일 계속( 대부분은 그 이전에 병원에 강제 입원이 필요함)되며, 계속 주제를 바꿔가며 쉼 없이 말을 하고, 잘못된  자신감에 들떠서 큰돈을 낭비하거나 위험한 성관계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조증(mania) 뒤에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제1형 조울증이라고 한다.  자살의 위험은 제2형이 더 높다. 조울증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30% 이상의 환자가 자살을 기도하고, 5명 중 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무서운 병이다.
 


양극성 환자들은 심한 우울감 이외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술이나 약물에 중독되기 쉽다. 게다가 원인 모를 분노의 감정 때문에, 자신이나 주위 사람에게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양극성 질환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이유는 조절 불가능한 우울, 불안, 분노 때문에 자신을 파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 관찰하기 위함이다. 그 후 진단이 내려지고, 양극성 질환이 확정되면 리툼·데파콧같은 항경련제,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항정신제 등을 투약해 정서를 안정시키고 사고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도록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증세가 심한 환자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과대망상증이라고도 함)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한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대화, 즉 말이라는 기능은 뇌의 전두엽에서 행해지는 높은 위치의 사고 기능이고, 인간은 이를 통해 동물과 달리 감정 조절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찰 총격에 숨진 한인 피해자는 하이킹을 좋아했다고 한다. 만일 정신과 상담사가 기록이나 부모님과의 대회를 통해 환자의 취미가 하이킹이라는 것을 파악해 이를 경찰에게 알려 대화 유도의 소재로 활용했다면  피해자의 감정 조절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포유동물은 생존에 위험을 느끼는 순간 ‘투쟁도피반응(Fight or Flight)’을 보인다. 즉, 목숨을 걸고 투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자신이 싫어하는 병원이나 의사에게 ‘끌려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환자였다면 밖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는 대신, 부드러운 말이나 위로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조울증의 유병률은 50명 중 1명이나 된다.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빈부와 상관없고, 남녀 비율은 비슷하다. 조울증 환자는 선천적으로 심신이 예민해 몸도 자주 아프고, 인간관계에서도 상처를 쉽게 받는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의료진은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내 계속 관계를 유지하며,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영적 도움을 받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 총격에 숨진 한인 조울증 환자는 감정을 조절해 위기를 넘기고,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해 입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무지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정신과 환자들에게 또 이런 야만적인 폭력이 행해져서는 안 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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