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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정의 실현에 동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용이 아빠 양민입니다. 지난 5월2일 11시 53분경 저희 집에 홀로 있던 제 아들 용(Yong Yang, 40)이 법적 근거 없이 진입한 LAPD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지 85일이 지났습니다.     아들이 양극성 장애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카운티정신건강국(LACDMH)에 전화로 병원이송을 요청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정신건강국 직원은 불과 30초도 지나지 않아 경찰에 전화했습니다. 여러 대의 순찰차로 출동한 LAPD 경관들은 무리한 진입을 시도했고, 불과 10여초 만에 총 3발을 쐈습니다.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려던 저희 부부는 그렇게 아들을 잃었고, 영문도 모르고 집 안에 있던 용이는 경찰진입 8~13초 만에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도 LAPD는 내부 조사 중이라고만 할 뿐, 언제 조사를 마무리할지 기약조차 없습니다. 책임을 물어야 할 검찰도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러다간 한참 후에나 기소가 이뤄지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한 젊은이의 한은 언제가 되어야  풀릴지 모르며, 제 가족은 그 슬픔조차 내려놓을 수 없는 나날을 보내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 가족과 ‘양용을 위한 정의연대(Justice for Yong Yang People’s Committee; JYYPC)’는 지난  6월 2일과 7월 11일, 두 차례 진상 규명과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가족과 JYYPC, 그리고 이번에 함께 참여하는 ‘이경원 기자 리더십 센터(The K.W. Lee Center for Leadership’는 정의 실현을 위한 책임 규명과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규정의 보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LAPD, LACDMH, LA시와 카운티,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를 오는 28일 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년 전 미니애폴리스 길거리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자 미전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4일만에 해당 경관은 체포 됐고 기소가 이뤄졌습니다. 살인경관 데릭 쇼빈에게는 징역 22년 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유례없이 신속한 기소와 재판, 그리고 관련 법 개정 등이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시민들의 분노 덕분이었습니다. 시민들의 공분이 없었다면 그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저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첫째,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긴 용이의 죽음을 함께 슬퍼해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 그들을 채용해 교육하고 운용하는 관계 기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넷째, 법과 규정의 정비를 통해 시민의 생명을 다루는 이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의 변화를 바랍니다.     무슨 방법으로 죽은 아이를 되살리고 원상복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책임 있는 자들에게 합당한 벌을 주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제 가족은 그런 뒤에야 얼마라도 슬픔을 정리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생명의 가치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플로이드의 죽음에는 신속하게 반응했던 정부와 사법기관이 왜 용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도 침묵만 하는 것입니까.   이번 집회엔 여러 타인종 단체 대표들이 온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피를 나눈 한인들이 함께 흘리는 눈물, 그리고 함께 외치는 분노의 목소리입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의 믿음이며 바람입니다.   귀한 일요일 오후 시간이지만, 부디 함께 해주셔서 용이의 죽음을 기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0년간 LA를 고향으로 알고 살아온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파도에 지워지는 모래 글자처럼 헛되게 잊히지 않도록 말입니다.    *양용 시민집회 ‘나는 당신을 초대하지 않았다’ 7월 28일(일) 오후 4시, LA한인타운 윌셔잔디광장 양 민 / 박사·교육 컨설턴트특별 기고 실현 동참 살인경관 데릭 조지 플로이드 정부 당국

2024-07-25

[기고] 글보벌 부채의 기록적 증가 후유증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의 부채 증가는 이자 부담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출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세금 인상을 초래해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 활동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헤지펀드 업체인 트레시스(Tressis)의 수석 경제학자이며 ‘재정시장과 은행 관계’ 저자인 다니엘 라카레 박사 역시 부채 증가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매년 글로벌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부채 규모는 총 313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이자로 지출되는 돈만 2조 달러가 넘는다. 특히 미국의 부채는 34조 달러로 전체의 10%가 넘는 규모다. 더구나 의회예산처(CBO)는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의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 해 이자로 지출하는 돈만 650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45%에 달하는 규모다. 이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방의회 예산국은 이자로 지출되는 돈이 GDP의 5.8% 수준에 달하면 버티기가 힘든 상태가 된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혼란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지만 간단치가 않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세금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자 재정 상황은 정부의 지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적자 재정은 통화량 확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는 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과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세금 인상과 인플레이션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     시장의 위험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효과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다음 정부로 짐을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심각하다. 국가적 생산성 약화와 물가상승으로 서민층은 고통을 받게 된다.     최근 국제재정기구연구소(IIF)도 급격한 부채 증가를 우려하고 나섰다. IIF는 매년 세계의 부채 규모가 15조 달러 이상 늘고 있다며, 현재 수준은 10년 전에 비해 210조 달러나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부채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통화 흐름을 막고 화폐 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뜨린다. 결국 경제 성장과 재정 안전성에도 위협을 주게 된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소비와 투자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 지출은 비생산적인 부문이 많다. 정부의 부채 증가는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통화량을 늘리게 된다.  하지만 통화량이 늘면 서민의 구매력은 감소하게 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립된 경제는 없다는 의미다. 만약 어느 국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부채 현황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기천 / LA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기고 후유증 부채 부채 증가 정부 부채 글로벌 부채

2024-07-24

[기고] 청문회 구실로 군 모욕해도 되나

“아아, 부끄럽다. 대한민국 국군이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군을 모욕하는 발언모습을 본 참전 노병들이 어느 모임에서 외친 구호다. 지난달 21일 열린 대한민국 국회의 법사위원회 입법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군 정복을 입고 2성 계급장을 단 해병대 사단장을 과도하게 질책하는 장면을 뉴스로 봤기 때문이다. 국회 청문회장은 국가안보 일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약 2만 명의 장병을 거느리고 있는 군 지휘관을 불러다 마치 조롱하고 멸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의문스럽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하지만 군에 대해 갑질을 하는 듯한 태도에 참전용사를 비롯한 군 예비역은 물론 많은 사람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군 장성을 향해 ‘일어서라, 앉아라, 나가라, 반성하라,10분 있다 들어와라’라는 등의 발언 모습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는 군 장성을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러놓고 막말로 모욕을 준 것이다.  이것은 인권이나 자기 보호 권리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대한민국 입법부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6·25전쟁 초기 국군은 이미 남쪽 멀리 후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7월 초 미군의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됐다. 이 무렵 부산에 도착한 이후 북상해 접전 지역에 도착한 미 24사단의 윌리엄 프리시 딘 사단장이 북한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민군에게 기습을 당한 딘 사단장은 대전 근방의 어느 마을로 피신해 볏 집단 속에 숨어 있다가 붙잡힌 것이다.  한 주민이 인민군에게 딘 사단장의 소재를 알려주는 바람에 은신처가 발각된 것이다.  당시 인민군이 딘 사단장을 포박하려 하자 그는 “나는 장군이다. 전쟁포로에 대한 국제협약을 지켜라”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너무나도 당당한 이런 태도에 인민군도 멈칫할 정도였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은 딘 사단장이 그의 회고록에 남긴 내용이다.      LA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은 수년 전부터 매년 7월 6.25 휴전기념일이 되면 미군 제40보병사단을 방문해 함께 행사를 갖는다. 어느 해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도 참전용사 수명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40사단으로 향했다. 시간이 남아 일행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부대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를 찾았다. 우리 옆자리에는 한 젊은 여성이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입은 제복과 모자를 보더니 뭐 하는 분들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전 참전용사”라고 했더니, 그녀는 “당신들의 군 복무에 감사한다”며 우리에게 커피 대접을 하는 게 아닌가. 역시 군을 존경하는 나라는 다르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반해 한국 국회의 법사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증인으로 출석한 군 장성들에게 명령하고 호통을 쳤다. 군인이 장군 계급까지 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군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일생을 바친다. 그런데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군 장성에게 호통을 치는 것은 자신들이 국민을 감독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군이 안보 일선에서 적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기에 지금의 평화도 가능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제복을 입은 군인이 조롱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아마도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모름지기 군은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청문회 구실 국회 청문회장 해병대 사단장 대한민국 국회

2024-07-15

[기고] 미친 듯 오르는 주택보험료, 왜 이러나

한 대형 보험사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택보험료를 52%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물가 상승과 자연재해 증가로 보상 비용이 급증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 업체는 지난 3월에는 캘리포니아 주 내 7만2000여 고객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신규 가입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보험료 인상은 전국적 현상이다. 보험조사위원회(Insurance Research Council)의 2023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 주택 소유주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4%를 주택보험료로 지출해 가장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이 10만 달러인 플로리다 주택소유주는 4000달러를 주택보험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이밖에 조지아주는 2.3%, 캘리포니아 주는 1.8%를 기록했다.     주택보험료는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오르는 것일까. 이에 대해 보험조사위의 비키 킬고어 연구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잇단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홍수, 토네이도, 산불, 가뭄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플로리다 남부지역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해 시간당 200mmr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주택과 도로 등이 침수됐다. 이에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캘리포니아 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산불과 폭염, 가뭄이 꾸준히 발생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 피해도 있었다.     문제는 자연재해가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등 해안선을 낀 동서부뿐만 아니라 내륙 지역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 선라이즈 프로젝트(Sunrise Project)의 수석 기후재정전략가 조단 해들러는 “아이오와, 미네소타 주에서 토네이도와 우박, 폭풍 등이 늘고 있다. 이는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캘리포니아의 산불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주택보험료 인상 문제는 경제 전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올해 초 “주택보험료 상승은 주택 유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초과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한 관계자는 “플로리다의 주택보험 시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소규모 보험사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택 소유주들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가입자의 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무보험자 문제도 심각해진다. 미국소비자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에 따르면 주택 자산 가운데 약 1조 6000억 달러 규모가 무보험 상태다. 기후 재난이 심화하고 갈수록 많은 보험사가 주택보험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어 ‘무보험 자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들러 전략가는 지적한다.    환경보호재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보험업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주택건설 시 폭풍 및 화재 안전기준 강화, 저소득층 주택보험료 대폭 할인, 보험 청구 지급절차 간소화, 대형 보험사가 아닌 커뮤니티 기반 보험의 도입 등이 그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일부 정치인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으며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연재해 증가로 인한 주택 보험료 상승은 기후변화가 벌써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주택보험료 주택보험료 인상 플로리다 주택소유주 허리케인 캘리포니아

2024-07-14

[기고] 북러회담이 가져온 위험 신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19일 평양에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조약의 재4조 내용은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니 조약 제4조가 유엔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이다. 거기에 남북이  모두 유엔회원국이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김정은은 이미 지난 해 말부터 한반도 체제 변화를 암시했다. 지난 1월 16일 연설에서는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 동안 남한의 진보정권이 추진한 평화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이나 ‘9·19 남북 군사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은 잇속만 차렸지 진정성이 없어 실패했다. 북한은 남한의 느슨한 대북정책을 이용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체제를 굳건히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선언한 것은 핵을 앞세운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노골적인 남북 대결구도를 설정했다.   1990년 냉전종식과 함께 체제경쟁도 끝났다. 하지만 북러회담으로 한반도는 신냉전시대로 회귀해 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됐다. 그 동안 한반도의 통일은 동상이몽이었던가. 이제와 북한이 노골적으로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민족역사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동족이라는 동질성으로 하나인 한반도가 아니라, 남한과 북한이 서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며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이 분단을 고착화시킨 것인가.     한반도 통일은 전쟁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남북이 각자도생, 두 나라로 정착하는 것이 그나마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평화통일 운운은 소귀에 경읽기가 되어버렸다. 북한이 신냉전시대로 회귀한 상황에 현 정부는 통일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북한의 도발에 대처할 수 있는 임전태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도발에 이젠 한미일 안보 협력만으로도 불안하다. 핵무장한 북한이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생겼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북러의 위험한 밀착을 제어할 수 있는 다각도의 외교 노력과 더불어 한국의 핵무장도 꼭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핵을 반납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다 결국 깊은 수렁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호전성을 망각하고 있었다. 더 일찍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유대를 강화했어야 했다.   신냉전시대를 주도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일체가 되었으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일과 유럽연합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의 어떤 도발도 강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러회담 결과를 놓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러시아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한 것이라 본다.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신중해야함을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북러가 한미일을 비롯한 동맹국의 힘을 감히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핵무기 앞에선 무기력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을 앞세운 협박에 과감하게 대처하려면 남한도 서둘러 핵무장이 필요한 이유다.     남한의 강한 힘과 동맹국의 지원이 있어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고 더 나아가 통일도 기대할 수 있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신호 교전국가 관계 한반도 통일 평화통일 운운

2024-07-10

[기고] 알래스카의 미세플라스틱 흔적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여러 번 소개했지만 알래스카의 어디에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적은 없다.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오염 차원에서 보면, 지구 위에서 영구히 존재할 수 있는 물질 중 하나일 것이다.     석유화합물인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소각과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소각은 환경 규제로 인해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처리해야 한다. 사실 거의 모든 플라스틱 종류에는 환경호르몬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열을 가하면 내분비 계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을 배출한다.     최근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세플라스틱만 분해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직 상용화는 되어 있지 않다. 미생물 이용법은 소각로 이용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한 미생물의 배설물로 인한 2차 오염 위험성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이는 유류 오염 사고 처리를 위해 유화제를 뿌리면 유화제에 녹은 유류가 해저로 가라앉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더 작은 입자로 분쇄되어 해류를 따라 부유하며 어류나 조류(algae)에 흡착돼 2차 오염이 발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지난 5월 알래스카 주립대학 페어뱅크스 캠퍼스의 학생 2명이 2만310피트(6190미터) 높이의 북미 최고봉 데날리(Denali)산 정상에 올라 눈 시료를 채취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채집된 눈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의 함량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페어뱅크스 캠퍼스의 연구팀은 2020년과 2021년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주변 70곳 이상에서 눈과 담수를 채집했다. 알래스카에서 해수면에 가까운 곳들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래스카 최남단인 케나이 반도(Kenai Peninsula)에서 북쪽 노스 슬로프(North Slope)까지 모든 곳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우려스러운 결과이기는 하지만 이미 프랑스 알프스에서 호주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바 있어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있는지는 평가할 수 없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조각에서 나오며 입자는 현미경으로만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이런 물질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주변의 물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타이어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합성 입자를 지속해서 배출한다.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역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두 가지에서 방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미국 서부지역 대기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알래스카의 북쪽 브룩스 산맥(Brooks Ranges) 눈 속에 작은 플라스틱 입자가 고농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이 바람에 의해 이곳까지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년 전 북극 안개(Arctic haze)라고 불리는 곳에서 러시아 제련소 등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이 발견된 것과 유사하다.   이는 대기나 해류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대기로 방출된 산불로 인한 연기나 황사 등과 유사한 장거리 이동 경로를 보인다.     미세플라스틱의 배출량은 인간 활동과 인구 밀도에 정비례하고, 대기로 방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대기 및 해양 순환을 따라 전 세계로 이동하고 중력에 의해 지표면으로 낙하한다.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쉽게 발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미세플라스틱 알래스카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알래스카 주립대학 미생물 이용법

2024-07-03

[기고] 토론 후 탄력 받는 바이든 교체론

지난주 목요일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TV 토론이 미국 리더십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정치적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으며, 트럼프의 주장에도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바이든 캠프에선 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바이든은 토론 내내 집중력 부족에 맥락을 벗어난 발언,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당황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바이든에게 민주당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활기 있게 토론을 이끌었으며 예상보다 절제된 모습이었다. 이에 공화당 측은 벌써 축하 분위기에 휩싸였다.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 메기 켈리는 이번 토론 결과와 관련 토론회 다음 날 있었던 연방대법원의 ‘셰브론 원칙’ 폐기 판결과 연결해 “트럼프와 공화당을 위한 엄청난 24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셰브론 원칙’의 폐기는 주요 이슈에서 행정부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트럼프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 CNN의 토론 형식 덕분에 30건 이상의 거짓 주장을 했으며, 여러 차례 중재자의 질문을 무시하며 주요 정책에 관한 논쟁을 피했다.       토론 후, 민주당 지지자들은 실망감과 우울함, 대선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선거 4개월 전이지만 젊고 유능한 인물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보로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위트만 미시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에서는 후보 교체 불가 입장을 확고히 하고 바이든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전 대통령인 클린턴과 오바마도 바이든 편에 섰다. 바이든 캠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과 기부자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주요 언론과 토머스 프리드먼 등 유명 칼럼니스트들도 바이든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두 후보의 토론 진행과 기질을 분석하며 바이든 사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설 내용은 “바이든은 임기 2기의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으며, 트럼프의 공세에도 사실상 대응하지 못했다. 과거 그의 2020년 대선 승리가 그가 다시 대선 후보로 나서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현재 상황에서 바이든의 사퇴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공 서비스가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후보자를 원한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사설은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그는 변덕스럽고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대중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정치의 권력 검증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며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다.      사실, 지금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 여부에 대해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다. 첫째 이유는 실질적으로 후보자 교체가 어렵고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바이든의 경우 신체적 퇴화가 문제지 그의 업적에 대한 의문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새 후보로 교체해도 민주당 후보가 직면해야 할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교체론의 귀추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토론의 충격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위해 큰 맥락에서 두 후보의 정책과 그에 따라 예상되는 장기적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후보들의 주장을 꼼꼼히 비교,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 레지나기고 교체론 토론 민주당 후보 관련 토론회 토론 형식

2024-07-01

[기고] 비웃음거리 된 북한의 오물 풍선

어린이들 놀이엔 풍선이 빠지지 않는다. 어린이날, 혹은 아이들 생일날 집 밖에 풍선 장식을 달기도 한다. 어른도 풍선을 보면 왠지 즐겁다. 풍선 자체가 기쁨과 즐거움의 대상이요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북한의 오물 풍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북한에서 오물이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측은 남한의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풍선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탈북민 단체가 보내는 풍선은 자유와 인권이 없는 것은 물론 먹지도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북녘 동포들을 위한 것이다. 이 풍선에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담긴 USB와 소식지, 1달러짜리 지폐 등이 담겨 있다. 힘들게 사는 고향 땅 동포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이에 대한 보복이다. 선을 악으로 갚으려는 북한 권력자와 그의 추종자들의 소행인 것이다. 하지만 오물 풍선은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북한은 지저분한 망나니라는 비난을 받는 신세가 돼 버렸다.   북한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 지역은 물론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백두대간 너머인 경남 거창에서도 발견됐다고 한다.   북한의 젊은 수령,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대남 오물 풍선은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독기 가득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풍선은 표현의 자유라 금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며 “계속 오물을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앞으로도 오물 풍선을 계속 날려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는 가축 분비물이 들어간 거름, 담배꽁초, 종이 쓰레기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해 지역에서는 풍선을 이용한 GPS 전파 교란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도발은 북한 정권의 실체와 수준을 스스로 전 세계에 자백한 것으로 체제 내부의 난맥상과 정책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물 풍선에 분노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곧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면적 효력 정지를 선언했으며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했다. 지난 수년간 북한이 남북 합의와 국제법을 무시하고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 도발과 무력 위협을 벌여 온 점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정부의 대북 대응은 적절한 대처였다. 다만, 정부의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가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방부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탈북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선 북한군 병사들은 은근히 우리 군의 대북방송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는 북한 집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에 대비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 사회는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불량 국가’라는 평가 외에  ‘오물 살포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도 추가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무력 행위와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이자 정전협정 위반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도발 행위다.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북한 비웃음거리 오물 풍선 대북 풍선 풍선 장식

2024-06-26

[기고] 도약을 위한 8가지 재정 계획

오랜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소득 증가가 지출액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필요하다. 올해도 벌써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본인의 지출 내용을 중간 점검하고 하반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지출을 위한 8가지 점검 리스트를 소개한다.     (1) 먼저 본인의 신용 점수를 확인한다. 신용 점수가 높으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신용 점수를 쌓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개인의 신용 정보를 알려주는 3대 신용평가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12개월에 한 번씩은 본인의 신용 보고서 기록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신청 방법은 온라인, 또는 전화(877-322-8228)로 가능하다. 본인의 신용 보고서를 받게 되면 기록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류가 있을 경우에는 즉시 정정 요청을 해야 한다.   (2) 각종 보험상품을 점검한다. 현재 가입한 주택보험, 임대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내용 점검이 필요하다. 운전 기록이 좋을 경우 이를 통해 자동차 보험료 할인을 요구하는 것도 보험료를 줄이는 방법이다. 보험료를 아끼려면 상품 쇼핑이 필요하다. 보험 회사를 옮기기 싫다면 먼저 현 보험회사의 경쟁사로부터 견적을 받은 후 이에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3) 주택 모기지(Mortgage)를 최대한 줄인다. 주택 구매 시 다운 페이먼트가 20% 미만이면 모기지 보험(PMI)에 가입해야 한다. 이는 추가로 비용이 지출되는 것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주택 구입시 가능하면 PMI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  즉 가능한 20% 이상 다운 페이먼트를 하는 것이 좋다.     (4) 수수료 없는 예금계좌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찾는다. 예금계좌를 개설하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이 많다. 자신의 돈을 맡기는데 수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 또한 가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예금계좌 수수료가 없는 금융기관 중 하나가 신용조합(Credlt Union)이다.     (5) 저축계좌를 열어라. 은행이나 신용조합 등의 저축계좌 상품을 비교해 본 후 가장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6) 재융자 가능 여부를 알아본다. 이자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융자회사에 문의 후 선택하면 된다. 만약 재융자를 결정했다면 다른 융자회사로 옮기기 전 지금까지의 상환 기록 등을 살펴봐야 한다.       (7) 모든 재산과 부채 목록울  작성한다.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을 팔아, 부채를 상환하고 남는 돈이 본인의 순수 자산이다. 따라서 본인의 순 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유한 재산과 부채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는 부채 규모가 재산보다 많은 경우도 생긴다. 순 자산 규모의 변화를 연 단위로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8) 모든 재정 기록은 투명하게 작성하라. 정기적으로 본인의 재정 기록이 신뢰성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게으름을 피우다 빠뜨린 것은 없는지, 또는 기록하지 않고 감춰둔 것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재정 기록이 투명하고 확실하게 기록되지 않는다면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재정 계획 전반이 무너지고 혼란스럽게 된다. 주택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려면 각종 설비 관리와 함께 청결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김기천 / LA 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기고 도약 재정 재정적 어려움 주택보험 임대보험 예금계좌 수수료

2024-06-24

[기고] 한국의 통일정책, 이대로 좋은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22시를 기해 발효된 휴전협정으로 끝났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긴장 상태다.     남한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급속한 경제 발전의 틀을 마련했고 이후 민주 사회로 발전해 갔지만, 북한은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책’보다 독재 세습체제 확립과 군사적 대결에만 몰두했다. 인민을 위한 정책이 뒷전이다 보니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었고 지금도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사실 6·25 전후  북한의 경제는 남한에 앞서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남한은 미군이 안보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 준 덕에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적화통일만이 경제 부흥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   1990년대 냉전 종식과 함께 체제 경쟁도 끝났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며 세계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북한도 그 흐름에 편승했다면 시장경제로 전환할 수 있었고, 남북한 경제교류 확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장 통합도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는 새로운 외교 철학으로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는 소련은 더는 미국을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경제성장과 안보를 함께 꾀하는 협력 국가라고 했다. 경쟁적으로 군비를 늘리는 것보다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1989년 12월 몰타회담에서 미·소 정상은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1990년대가 시작되며 냉전 종식과 함께 체제 경쟁도 끝이 난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더는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아쉬운 것은 북한 체제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타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런 기회를 잘 활용했다. 1991년의 남북한 기본합의서,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이 그것이다.  1994년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제네바 합의’가 성사되기도 했다.   합의서에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호불가침·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군사적 측면이 컸다. 냉전 종식의 흐름에서 북한이 가진 남한에 의한 인위적 흡수 통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신 핵 개발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북한은 냉전이 종식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를, 즉 우월한 체제가 열등한 체제를 흡수하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은 체제 유지를 강화하는 이른바 ‘경제·핵 무력 병진 노선’을 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 헌법화를 발표하며 ‘비핵화’는 더는 협상 의제로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노골적으로 남북 대결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북한의 김정은은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연설했다. 남북 관계가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의 관계임을 선언한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대남 흔적’ 지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녀 이름에 ‘하나’, ‘한국’, ‘통일’ 등 통일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북한은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에 적대적 두 국가의 고착화를 확고한 정책으로 하고있다. 그렇다면 남한도 통일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통일정책 한국 사회주의 체제 독재 세습체제 체제 경쟁

2024-06-23

[기고]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 방법

한인 사회가 터부시하는 것 중 하나가 정신건강 문제다. 많은 한인이 가벼운 우울증부터 집중 재활치료가 필요한 실정인데도 말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이중문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2세 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인 사회의 정신건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인들은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영향도 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10~19세의 아태계 이민자의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살이다. 20~34세 사이의 아태계는 자살이 두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젊은 층의 자살 원인으로 정신건강과 약물남용 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오렌지카운티의 베트남 커뮤니티 사례는 한인 사회에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센서스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의 베트남계 인구는 20만 9000명에 달하며, 카운티 인구의 6%를 차지한다.     비영리단체 사우스랜드 통합서비스(구 오렌지카운티 베트남인회)의 트리샤 응우옌 CEO는 “우리 단체는 1979년 베트남 전쟁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돕기 위해 처음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는 정신건강 상담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응우옌 CEO에 따르면 베트남계 이민자의 세대 차는 매우 크다. 1세대는 전쟁으로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힘든 삶을 살았다.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2세대인 자녀들에게는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응우옌 CEO는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의 행복한 삶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1세대는 고립을, 2세대는 불안, 우울증 및 자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베트남 문화 역시 정신건강 문제에 민감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정신 건강 문제는 말하는 것조차 꺼린다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인회는 1세대를 위한 건강 강좌, 참전 용사 상담, 정신 재활 및 디지털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2세대를 위해서는 예술과 공예 강좌, 건강한 수면과 식습관 교육, 소셜 미디어 사용 습관, 부모와의 의사소통 방법 등의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 비용은 메디칼(Medi-Cal) 보조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주 정부에서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마스터 플랜(Master Plan for Kids)‘에 따라 47억 달러 규모의 ’아동 및 청소년 행동 건강 이니셔티브(Children and Youth Behavioral Health Initiative)‘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훔볼트 카운티의 비영리단체 디렉터인 제니퍼 올리펀트는 메디칼의 ’내일을 위한 희망‘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집중재활 치료, 지역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인력 훈련, 문화 워크숍, 동료 상담 및 언어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응우옌 CEO는 행동 건강 프로그램을 확장하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줄고 있고 이제는 부모가 먼저 자녀를 위한 치료나 검진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정신 건강과 약물 남용에 대한 금기를 깨기는 쉽지 않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천천히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도 일부 비영리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지만, 개인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인 사회도 베트남계 커뮤니티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대응을 생각해볼 때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정신건강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정신건강과 약물남용 정신건강 상담

2024-06-19

[기고] 민주주의 시험대 된 트럼프 유죄 판결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 기록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유죄 판결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분열과 증오심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정작 대선의 중요한 이슈들은 가려지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옹호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민주당은 트럼프의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 많은 유권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이런 면에서 11월 대선은 트럼프의 정치적 유산과 국가의 미래 향방에 관한 국민투표가 될 것 같다.   트럼프는 변호사를 고용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 탁월하다. 그의 이런 능력은 사업가 시절부터 다양한 법적 문제들을 만나면서 축적된 것이다. 대통령 임기 중에도 2번의 탄핵과 특별 검사의 조사가 있었지만 이를 넘겼다. 퇴임 후에는 4개 주에서 4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졌던 장부 조작 혐의 기소 건만 대선 전에 처리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명예 훼손, 성추행 및 비즈니스 사기 등의 민사 소송은 이미 마무리가 됐다.     트럼프의 유죄 판결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이들은 이를 “정의의 승리”, “법 앞의 평등”, “트럼프가 뿌린 부패의 결말” 등으로 해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5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 사법 제도에 대한 존중을 역설했고, 그의 캠페인은 트럼프 재임시의 분열, 자유 제한, 대통령 권한 강화, 정치적 폭력 등에 대한 경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인다. 이들은 유죄 판결을 ‘정치적 사기’라고 비난하며 덕분에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배심원 평결 후 공화당의 기부금 플랫폼인 윈레드(WinRed)가 쏟아지는 후원금으로 일시 마비될 정도였고,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선거 캠페인 단체들에도 기부금이 급증했다.     공화당 의원들 또한 유죄 판결을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입법권 행사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상원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 주요 직책 후보자에 대한 인준 거부를 언급했고, 하원 의원들은 “불은 불로 싸워야 한다”며 연방 검찰 맨해튼 지부 검사들에 대한 조사와 뉴욕 주 및 특별 검사 잭 스미스 업무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검토 계획 등을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의 분노와 민주당에 대한 형사 사법 시스템의 활용 욕구는 트럼프 재임 시절보다 더 강력하다. 보복을 외치는 공화당 당원의 범위도 넓어졌는데 이들은 보복 의도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법을 이용한 정치적 전쟁’을 뜻하는 ‘법률전쟁(lawfare)’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자극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거와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트럼프 지지자의 결집과 중도층의 가세로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중도층의 실망감으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 유권자들의 반응과 트럼프의 지지 기반 확대 여부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한다.     맹목적인 충성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의 건국 이념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즉,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이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판결에 대한 찬반론보다 자신들의 삶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11월 대선이 충돌의 정치 무대로 전락하지 않고 주요 이슈에 대한 논쟁의 장이 되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적 가치와 민주주의 체제는 모두를 위해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다. 정 레지나기고 민주주의 시험대 유죄 판결 트럼프 재임시 트럼프 옹호자

2024-06-18

[기고] 한인, 더는 ‘기타’ 항목 아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WJF)에서 프로그램 수석 책임자로 일하는 한인 티나 카우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그의 부모님은 1970년대 미국에 이민 와 필라델피아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그는 “부모님은 하루 14~15시간씩, 주 7일 일했다. 흔히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부모님은 너무나 힘들게 일한 탓에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카우씨는  펜스테이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과학자가 된 후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부모님이 겪었던 어려움을 다른 아시아계 이민자들도 비슷하게 겪었을 텐데 아시아계 부모와 가족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먼저 아시아계 이민자의 건강에 대한 연구를 구상했으나, 자금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시아계에 대한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아무런 데이터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우씨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는 현재 미국 인구의 6%를 차지하지만, 국립보건원(NIH) 연구자금의 1% 미만이 아시아계를 위한 건강 연구에 할당되고 있다”며 “아시아계 연구의 필요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카우씨의 말처럼, 미국 정부기관 및 공식 통계에는 한인 등 아시아계에 대한 통계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백인’ ‘흑인’ ‘라티노’ 정도만 묻는 설문조사가 많기 때문이다. ‘아시안’ 또는 ‘코리안’이냐고 묻는 설문지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아시안, 또는 한인에 대한 별도의 통계자료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인들은 정부기관 등의 설문조사에 자신의 인종을 ‘기타’ 항목에 체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한인 선교사는 선교사업을 위해 정부기관에 드나들 때마다 입구의 경찰이 자신의 인종을 ‘흑인’으로 체크하는데 대해 불만을 느끼지만, 직접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가진 한인들은 의외로 많을 것이다.   타인종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다. 리더십 콘퍼런스 교육 기금에서 일하는 미타아난드는 아이티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설문지를 작성할 때 내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없어 항상 ‘기타’ 항목에 표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의 이러한 관행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3월 28일 센서스국과 연방 기관이 시행할 새로운 데이터 수집 기준을 발표했다. 새 기준은 아시안, 한인 등 다양한 내용을 통합한 질문을 도입하고, 자신의 인종을 한 가지만이 아닌 여러가지로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인-히스패닉 부부의 자녀는 설문조사에 ‘히스패닉’과 ‘코리안’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RWJF의 이사인 게일 크리스토퍼 박사는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생존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인구의 실제 경험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이 미국에서 인종 문제와 직면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의의를 밝혔다.     최근 한인 인구가 늘고 영향력도 커지면서 주류 정치인들이 한인 사회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들이 정책을 수립하면서 언제나 하는 질문은 “한인 인구가 모두 몇 명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센서스 이외에는 ‘한인들만을 다룬’ 통계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한인이 더는 ‘기타’ 항목이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다양한 정부기관의 조사 및 설문지에는 ‘아시안’ ‘코리안’ 항목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한인 사회의 영향력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한인 아시안 한인 한인 사회 아시아계 부모

2024-06-11

[기고] 어느 학도병의 6·25

‘6·25’, 그 이튿날인 월요일, 서울 한 명문 중학교(6년제)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학도호국단 간부 학생의 지시에 따라 학교를 사수한다며 교련 시간에 사용하던 목총을 들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수요일, 시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교통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은 마비됐다. 미처 피란하지 못한 시민들은 몸을 떨고 있었다.   미아리를 넘어 서울 시내로 쳐들어온 인민군 탱크 2대가 서울시청 앞에 그 육중한 모습을 나타냈고 자기 키보다 큰 장총을 든 어린 인민군을 처음 보고 놀랐다. 호기심에 숨어서 살짝 봤지만 바로 공포심에 질려 근처의 이모 집 지하실로 몸을 숨겼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진 틈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붉은 완장을 찬 청년들이 보였다. 그들은 대낮 대로 상에서 어느 대학 학생회장이라는 사람을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으로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곧장 총살하는 무법천지의 광경도 보았다.   남으로 향하는 인민군 부대를 피해 끊어진 한강 다리를 멀리 바라보면서 주운 널판지를 이용해 밤새 강을 건너 서울을 탈출했다. 무작정 남쪽으로 걷다 경기도 용인 근방 옛날 숯 굽던 깊은 산속으로 들어섰다. 마침 거기엔 서울에서 내려온 상급 중학생 20여명 등이 몸을 피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중 가장 연장자인 대학생 한명이 스스로 지도자로 나서 즉각 ‘타공학도대’란 반공단체를 만들고 피란 학생들을 규합했다. 그리고 겁도 없이 퇴각하는 인민군 부상병과 패잔병을 유인 기습해 총과 수류탄을 빼앗는 용감성도 발휘했다.   9월 초, 전세는 역전되어 낙동강 전투에서 패한 인민군 패잔병 수백명이 중부전선 산악지역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북진하는 국군부대 수색 중대에 배속돼 무기를 받고 정식 학도병으로 종군했다. 드디어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한 한미해병대를 뒤따라 서울로 향해 28일 감격스러운 수도 서울 탈환에도 일조했다.     육군 1사단이 평양에 입성, 학도병 선무공작대가 뒤따라 갈 무렵 국방부 장관과 문교부 장관 명의의 성명이 발표됐다.  전세가 호전됐으니 각 부대에 배속된 학도병들은 각자 본교로 돌아가라는 지시였다.     그래서 군번도 계급장도 없는 그도 군복을 벗고 전시학교로 돌아갔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고 단기 사관학교 과정인 육군갑종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했다. 합격자 대부분은 그와 같은 학도병 출신이었다. 합격자 전원은 광주 보병학교에 입교해 초급장교 과정을 마치고 6개월 후 육군소위로 임관했다.   1953년, 휴전 수개월을 앞두고 중부전선에서 중공군의 대공세에 맞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피아간의 피해는 말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고지의 주인이 몇 번씩 바뀌는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심지어 백병전까지 벌이며 단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겠다는 결사적 투쟁이었다. 여기서 젊은 육군소위 전사자가 속출했다. 그래서 매년 6월이 되면 그와 생존한 그의 동기생들은 국립묘지에 모인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6·25 전쟁의 아픈 상처는 잊지 못한다. 바로 피로 지킨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군장병과 유엔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74년 전 한국 땅에서 일어난 비극적 전쟁이 과거의 사건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6·25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라 생생히 기억되고 후세에도 전해야 하는 살아있는 역사다. “상기하자 6·25!”, 이는 구호가 아니라 교훈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학도병 정식 학도병 입성 학도병 인민군 패잔병

2024-06-05

[기고] 오로라 극대기

오로라는 극지방을 대표하는 자연현상이자 관광자원이다. 알래스카의 경우는 북위 65도 이상의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오로라의 주기는 7일에서 10일 정도이며, 맑은 날이면 언제든 볼 수 있다. 다만 여름엔 낮 길이가 길어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오로라의 극대기 주기는 11년이다. 2013년도가 이전의 극대기였다. 이때 체험한 오로라의 진풍경, 북극 겨울 관측 중에 만난 오로라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뇌리에 새겨져 있다.     최근 오로라를 접할 수 없는 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는 뉴스가 자주 들린다. 이는 2024년이 오로라 극대기로 태양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매우 강해 생긴 현상이다. 겨울철 털모자는 보통 눈이 보일 정도로 쓰고 다니지만, 너무 추우면 턱까지 내려쓰는 경우가 있다. 털모자가 오로라이고, 얼굴이 지구라면 평상시에는 눈까지 보이지만, 오로라 극대기에는 턱까지 내려온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평상시 오로라가 관측되던 곳에서는 오히려 보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오로라 극대기는 자연현상으로는 최상급이다. 그러나 오로라 극대기에 태양 흑점의 강력한 폭발, 즉 태양폭풍(solar storm)은 통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밀레니엄(1999년 말과 2000년 초)시기에 컴퓨터 시스템 오류 전망이 있었지만 정작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태양폭풍으로 발생하는 통신 장애는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우선,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스타 링크(Star Link) 위성 작동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대부분 무선 통신에 해당한다. 유선은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알래스카 주립대 페어뱅크스에서는 겨울마다 오로라 관측 로켓을 발사한다. 국방부와 NOAA, NASA 등 관련 기관도 참여해 오로라 발생과 통신 장애와의 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오로라는 미국을 포함해 많은 곳에서 관측할 수 있다. 오로라의 활동 강도 측정에는 Kp지수 (Kp index)라는 것을 사용한다. 이는 지구 대기의 지자기 활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이 지수는 0에서 9까지로 9는 매우 강력한 자기 폭풍을 의미한다.  실제로 9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보통 3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대부분은Kp1, Kp2, 및Kp3가 가장 빈번한 수준이다.     알래스카 주립대학 (https://www.gi.alaska.edu/monitors/aurora-forecast)은 오로라를 기상예보처럼 예측하는 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7일 동안의 오로라 일일 변화, 알래스카 내 오로라를 접할 수 있는 지역 등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2024년 5월13일 현재 지수는 Kp7로 아주 높다. 이곳에서는 천체 카메라를 이용해서 오로라를 촬영한다. 오로라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과 답(FAQ)을 기재하여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오로라는 알래스카 원유 파이프라인과도 관계가 있다. 오로라는 지자기(극성) 를 띄기 때문에 쇠를 부식시킨다. 이로 인해 원유 파이프라인의 지지대는 강한 강철로 만들어졌다. 오로라가 강할 때 지지대를 부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지대 지하부에 아연 덩어리를 설치해 둔다. 철과 아연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하여 부식이 빠른 아연이 철보다 먼저 부식하는 특성을 활용해 철의 부식을 더디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알래스카 원유 파이프라인은 미국의 3대 인공구조물 중 하나로 1970년대 당시 최고 기술들로 만들어졌다.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처럼 자연은 많은 아름다움과 혜택을 주지만, 인간은 산업화라는 명분으로 자연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며 인류에게 기상이변이라는 부작용으로 앙갚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극대기 오로 평상시 오로라 최근 오로라 알래스카 주립대학

2024-06-03

[기고] 재정적 위기를 극복한 비밀

대부분의 사람은 재정적인 문제로 고민한다. 학자금 융자를 비롯한 각종 대출금 상환, 의료비 등도 개인이 겪는 재정적 고민이다. 실업 상황을 맞게 되면 고민은 더 커진다. 그런데 이를 극복하려면 정신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강한 의지로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하면서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강력 의지력을 의미한다.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한다.       첫째, 희망(hope)을 잃지 말고 분투해야 한다. 희망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데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삶을 개선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믿는 것이다. 희망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희망은 근거 없는 믿음과는 다른 것으로 신중한 신념이다. 희망을 갖게 되면 괴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을 희망을 선택해 본인의 상황을 관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둘째, 신앙(faith)과 함께 전진한다. 신앙은 믿고 의지하며 우리의 생명을 위한 계획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 가운데는 무릎을 꿇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 짐을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앙도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탄력성(resilience)을 가져야 한다. 고대 아프리카 속담에 바람은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굽히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탄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재정적 위기에서도 이런 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에 굴복하거나 꺾이지 말라는 의미다. 재정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지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두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고 전진한다.     넷째, 목적(purpose)이 명확하고 뚜렷해야 한다. 목적이 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로켓에 보조 추진장치의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면한 재정 위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목적이 있다면  인내심을 갖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지구 위에 존재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삶의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즐겁기만 할 것이다.     다섯째, 강한 끈기(tenacity)로 무장해야 한다. 재정적 위기 상황에 놓이면 고통과 괴로움만 느끼기 마련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아니면 무엇이라도 붙잡고 매달리려 한다. 이때 강한 끈기가 필요하다. 끈기는 목표 달성에 접착제 구실을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끈기는 농도가 진할수록 효과도 크기 마련이다.  재정 위기를 극복하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고난과 만나더라도 절대로 주저앉거나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사랑(love)을 나누어야 한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힘들더라도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주저해서도 안 된다. 이런 태도가 삶을 가치 있게 만들며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재정 위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기천 / LA카운티 종소기업 자문관기고 재정 위기 재정적 위기 재정 위기 신앙도 재정

2024-06-02

[기고] 변화를 요구하는 캠퍼스 시위

대학 캠퍼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로 시끄러웠다. 많은 대학에서 경찰의 시위 진압이 이뤄졌고 학사 일정에 혼란을 빚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베트남전 반대 시위는 미국 학생 운동의 전환점이었다. 1964년 교내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UC버클리 학생들의 시위가 반전 시위로 이어졌고, 1970년 5월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전 승리를 위해 캄보디아 침공을 발표한 후 오하이오 주 켄트 주립대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학생 4명이 주 방위군 총격에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반전 시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전국 900여 개 대학에서 4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16개 주 21개 대학에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친팔레스타인 시위의 핵심 역할을 한 컬럼비아대 역시 저항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혼돈과 혁명의 시대’로 불리는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 때는 학생들이 캠퍼스 건물 5곳을 점령했고 700여명이 체포됐다. 1984년에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며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베트남과 가자 지구 전쟁 반대 시위의 공통점은 젊은 세대의 평화에 대한 열망, 인권 의식 및 미국 외교 정책에 대한 반대 등이다. 시위 참여 학생들이 교내에 캠프를 만들고 경찰이 이를 강경 진압한 것 또한 유사하다. 다른 점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광범위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었던 반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는 전국적이지만 캠퍼스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약 50여개 대학에서 벌어진 시위 가운데 컬럼비아대와 UCLA가 이런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줬다. 컬럼비아대에 지난 4월17일 처음 캠프가 세워질 때만 해도 시위가 그렇게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미노슈 샤피크 총장이 경찰 투입을 요청해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를 체포한 것이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2주 후에는 캠프가 더 커지고 학생들과의 협상에 실패하자 경찰이 재투입돼 시위대를 진압했다.     같은 날 밤 서부에서는, 친이스라엘계 집단이 UCLA시위대를 3시간 동안이나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나중에 출동한 경찰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해산하고 학생들을 체포했다.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한 반발도 많다. 컬럼비아와 UCLA 교수진은 총장 견책과 사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UC 계열 조교 및 연구원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은 파업을 결의했다. 시위 참가자에 대한 대학들의 징계 수위도 높아 정학, 기숙사 퇴거, 기말 고사 응시 불허 등의 처분을 내렸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다. 역사적으로도 대학생 시위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높지 않다. 더욱이 이번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반유대주의와 폭력 세력(하마스)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대학 측이 강경 진압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스라엘 지지 정치인들과 대학 후원자들의 압력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연방의회 증언 후 사임한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총장도 이런 압력에 굴복한 결과다.     학생들은 시위를 통해 기존의 불합리한 정책과 규범에 도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이념적 균열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의로운 정책 방향이 제시되기도 했다. 캠퍼스는 사회적 변화의 산실로 지속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시위 또한 미국의 가자 지구에 대한 새로운 역할을 윤리적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역사의 몫이다. 정 레지나기고 캠퍼스 변화 친팔레스타인 시위 대학 캠퍼스 시위 진압

2024-05-29

[기고] ‘5·16’을 상기해 보자

1959년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해 11월 상원 외교분과위원회에 ‘콜론 보고서’라는 것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에는 민주주의의 껍질만 남은 것도 기적이다.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차라리 인자한 전제정치가 타당할는지 모른다. 교육을 받은 젊은층이 그들의 재능과 힘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해 지식 프롤레타리아트로 발전해갈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 지고, 또 양심이란 것을 지키는 사람은 전부 소외되거나 배척되고,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만이 출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불원 한국 사회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4·19’ 민주혁명 성공 이후 집권한 윤보선-장면 정부의 무능한 민낯을 담은 팔리 보고서도 백악관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1961년 2월 현재 한국은 병든 사회다. 정부, 언론, 교육, 교회, 기업 등 기본 기관들의 구조가 모두 부정, 부패와 사기로 관통돼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더욱 강한 반미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당시 ‘4·19’가 가져다준 민주주의가 설익은 채 휘청거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팔리 보고서가 제출 된 지 두 달여 만에 5·16이 일어났다.     로버트 앨런 달은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정치학자이다. 그는 정치학에서 통용할 수 있는 민주주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제도적 측면에서 정의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권력 편재성 등의 조건도 언급했다.  그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행하려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경제적, 산업적 기반과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는 중상층 형성, 국민의 민주시민 의식이 필수”라고 했다. 민주주의 본질을 정의한 것이다.   5.16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주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자유 민주 체제보다 더 훌륭한 제도를 아직 갖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하더라도 이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민주 제도처럼 취약한 제도 또한 없다”고 말했다   장준하는 사상계를 통해 5.16 지지 선언을 했다. 그는 “4·19 혁명이 입헌 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었다면, 5·16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 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국을 산업국가로 도약시켰고, 새마을 운동으로 농촌 진흥과 국민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일깨웠다. 1968년에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을 통해 ‘반공·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임을 강조했다. 세계 현대사는 ‘반공·민주정신’이 없는 민주주의는 제대로 존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 체제는 더없이 취약하고 허약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반공·민주 정신을 굳건히 했기에 남북대결 상황에서 굳건히 나라를 지키며 발전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고 외쳤다. 이것이 5·16의 정당성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상기 민주주의 본질 민주주의 구현 민주주의 개념

2024-05-28

[기고] 홈리스 문제, 메디케이드로 해결될까

요즘 미국 대도시의 가장 큰 이슈는 노숙자(홈리스) 문제다. 연방주택부(HUD)에 따르면, 미국 전체 홈리스는 65만명에 달한다. 이중 홈리스가 가장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로 18만3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은 9만2000여명, 애틀랜타는 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사회도 홈리스 문제에 있어 예외는 아니다. 한두 명이야 봉사 차원에서 도울 수 있어도, 많은 홈리스를 몇몇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홈리스 문제는 ‘국가적 제도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메디케이드(Medicaid)가 정부 차원의 홈리스 문제 해결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소득층인 홈리스들에게 메디케이드에 가입하도록 하고, 거주지 제공 및 치료를 하는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오리건, 아칸소 등 19개 주가 이러한 목적으로 연방정부에서 메디케이드 예산을 할당받았다.   메디케이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주는 홈리스 문제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주다. 주 보건부(DHCS)는 2022년부터 캘리포니아 버전의 메디케이드인 메디캘(Medi-Cal)을 통해 두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발전된 도움 관리(Enhanced Care Management, ECM)’다. 이 제도는 홈리스 도우미(lead care provider) 제도를 도입해 홈리스와 지역 병원과 연결한다. 그리고 지역 소셜서비스와 연락해 대중교통, 임시 거주지역 알선, 의복과 식품 등 생필품 등을 공급한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 서포트(Community Supports, CS)’다. 주택 알선하기, 시큐리티 디파짓 지원, 랜드 로드와 테넌트 간의 분쟁 조정, 홈리스 재활 등 메디캘 산하 14개 분야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홈리스를 돕는다. 메디캘 플랜에 따라 지역 단체와 손잡고 길거리에서 직접 홈리스를 돕는 길거리 약품공급 프로그램도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북부의 샤스타 커뮤니티 헬스센터(SCHC)는 각지에 홈리스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엑세스 포인트(access points)’를 마련하고 있다. SCHC의 각 포인트는 6개월간 홈리스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치료용 20개 병상, 그리고 휠체어, 의약품 등을 공급한다. 또한 주택 알선, 대중교통 안내, 시큐리티 디파짓 확보 등의 안내도 한다고 이 단체의 앰버 미들턴 담당자는 설명한다.     물론 홈리스들이 처음부터 순순히 외부 도움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UCLA의 홈리스 보건연구소 소장 브라이언 주너-키팅은 “의료 담당자와 홈리스 간의 신뢰 구축이 먼저”라며 “홈리스에게 먼저 ‘헬로’라고 인사해보고,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면 과자와 위생용품 등만 주고 떠난다. 그리고 몇 주 후에 다시 가보거나,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홈리스의 경우 친구를 통해  이야기하면 다음부터는 도움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UCLA는 2022년 1월부터 LA카운티에서 5000명에게 치료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UCLA 도우미는 쇼핑카트를 몰고 다니는 시니어 노숙자에게 기본적인 치료를 하고, 이 시니어를 위한 메디캘 등록을 도왔다. 메디캘 혜택을 받게 된 이 시니어 노숙자는 이를 통해 이빨과 허리 치료를 받고, 안경까지 맞춘 후에 임시 거주지로 옮겨갈 수 있었다.   메디캘과 메디케이드를 이용한 홈리스 문제 해결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제도가 마련된 만큼, 주변에 홈리스가 있다면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활용해 볼 것을 권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메디케이드 홈리스 홈리스 문제 홈리스 도우미 메디케이드 예산

2024-05-22

[기고] 좌절된 학자금 대출 탕감, 다음 수순은?

많은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 때문에 미국에 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드림 스쿨’에 가더라도, 졸업한 후에는 학자금 대출 때문에 고민한다. 필자 역시 비교적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 로스쿨을 다녔지만, 등록금을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로 충당한 기억이 새롭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평균 수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 빚(student debt)을 진다. 만약 사립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닌다면 수십만 달러의 빚을 질 수도 있다.   비단 한인 학생, 학부모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4500만 명의 미국인이 1조7000만 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대학교육기회와 성공연구소(The Institute for College Access and Success)’의 미셸 셰퍼드 잠피니 국장은 “매달 학자금 대출 상환액이 너무 많아 주거비, 식비, 육아비, 교통비 등 생활비 감당도 힘들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졸업생들에게 학자금 대출 탕감 문제는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학자금 탕감안(student loan forgiveness initiatives)’을 야심 차게 제시했다. 학자금 대출자들에게 1만-2만 달러의 연방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반발한 데다 보수 성향의 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이 이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두 가지 안을 또 마련한 것이다. 첫 번째는 ‘2003 히어로즈 법(Heroes Act of 2003)’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처할 경우 연방 교육부는 일부 학자금 대출 상환 규정을 완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이용해, 수백만 명의 학생에게 최대 2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 탕감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화당은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6월 “히어로즈 법에 대규모 부채 탕감은 명시되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좌절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은 ‘고등교육법(Higher Education Act)’을 이용한 것이다. 특정 대출자의 대출금 상환 면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이 법은 올해 가을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학자금 전문 변호사 아담 민스키는 “이 법은 위헌 소송을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기존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도 여전히 유효하다. 학자금 대출 후 20~25년간 상환이 불가능한 대출자들에게 탕감 크레딧을 제공하는 IDR 계정 조정, 10년간 정부, 비영리단체 근무자들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는 공공 서비스 대출 탕감(PSLF) 프로그램, 그리고 특정 소득 이하의 대출자들을 위한 납부 면제 및 일부 소득 초과 대출자들을 위한 탕감 기간 단축을 포함하는 세이브 플랜(Save Plan) 등이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 의회 등을 장악하고 있는 18개 주에서는 세이브 플랜에 대해서도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사회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탕감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다.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면, 열심히 일해서 대출을 다 갚은 사람들은 뭐가 되냐”는 이유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에게 소셜 시큐리티 제도가 시작될 때를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이 소셜 시큐리티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도 많은 미국인이 “이전에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못 받은 사람에게는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소셜 시큐리티 연금은 미국인의 노후 생활에 필수 존재가 됐다.  ‘개구리가 올챙이 때 생각하듯이’ 대출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정부가 도움 주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학자금 좌절 학자금 대출자들 학자금 탕감안 연방정부 학자금

202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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