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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러회담이 가져온 위험 신호

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19일 평양에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조약의 재4조 내용은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니 조약 제4조가 유엔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이다. 거기에 남북이  모두 유엔회원국이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김정은은 이미 지난 해 말부터 한반도 체제 변화를 암시했다. 지난 1월 16일 연설에서는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 동안 남한의 진보정권이 추진한 평화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이나 ‘9·19 남북 군사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은 잇속만 차렸지 진정성이 없어 실패했다. 북한은 남한의 느슨한 대북정책을 이용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체제를 굳건히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선언한 것은 핵을 앞세운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노골적인 남북 대결구도를 설정했다.
 
1990년 냉전종식과 함께 체제경쟁도 끝났다. 하지만 북러회담으로 한반도는 신냉전시대로 회귀해 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됐다. 그 동안 한반도의 통일은 동상이몽이었던가. 이제와 북한이 노골적으로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민족역사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동족이라는 동질성으로 하나인 한반도가 아니라, 남한과 북한이 서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며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이 분단을 고착화시킨 것인가.  
 
한반도 통일은 전쟁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남북이 각자도생, 두 나라로 정착하는 것이 그나마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평화통일 운운은 소귀에 경읽기가 되어버렸다. 북한이 신냉전시대로 회귀한 상황에 현 정부는 통일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북한의 도발에 대처할 수 있는 임전태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의 도발에 이젠 한미일 안보 협력만으로도 불안하다. 핵무장한 북한이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생겼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북러의 위험한 밀착을 제어할 수 있는 다각도의 외교 노력과 더불어 한국의 핵무장도 꼭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핵을 반납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다 결국 깊은 수렁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호전성을 망각하고 있었다. 더 일찍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유대를 강화했어야 했다.
 
신냉전시대를 주도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일체가 되었으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일과 유럽연합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의 어떤 도발도 강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러회담 결과를 놓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러시아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한 것이라 본다.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신중해야함을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북러가 한미일을 비롯한 동맹국의 힘을 감히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핵무기 앞에선 무기력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핵을 앞세운 협박에 과감하게 대처하려면 남한도 서둘러 핵무장이 필요한 이유다.  
 
남한의 강한 힘과 동맹국의 지원이 있어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고 더 나아가 통일도 기대할 수 있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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