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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과 직결된 행위…무슬림 한 달간 금욕 생활

[라마단, 초승달이 떴다]
이슬람력 초승달 관측 후 시작
한 달간 금식하며 기도에 매진

LA한인타운 사원에도 기도 행렬
전시 중 이스라엘 정부도 인정

올해 기독교의 사순절과 맞물려
“존중과 배려, 종교적 대화 기회”

LA한인타운내 4가와 버몬트 인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LA한인타운내 4가와 버몬트 인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종종 인간은 종교를 통해 육신의 본능을 제어한다. 이는 인간이 신에게 철저히 종속된 존재임을 인지하고, 육체의 쾌락을 통제해 신앙의 깊은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열심이다. 현재 무슬림은 이슬람의 성월인 라마단(3월 10일~4월 9일)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한다. 심지어 물도 마시지 않고 성관계 등 행동에도 철저한 금욕 생활을 감내한다. 과연 인간은 일시적인 금욕 행위를 통해 종교가 내포한 영원의 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무슬림들의 라마단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슬람의 토대는 코란이다. 천사 가브리엘은 예언자 무하마드에게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첫 계시를 줬다.

 
무슬림은 금식의 행위를 통해 이를 기념한다. 그 기간을 라마단(Ramadan)으로 일컫는다.
 
라마단은 ‘불에 탄다’는 의미다. ‘라미다(Ramida)’에서 파생했다. 이 기간에 금식을 통해 죄를 불에 태워 없애겠다는 종교적 다짐이 담겨있다.
 
개신교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 구원은 행함을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예수가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은 대속의 개념을 믿고 고백할 때 비로소 은혜로 받는 게 구원이다.
 
반면, 이슬람은 다르다. 믿음과 행함으로 살다가 마지막 심판의 날에 구원의 여부가 결정된다.  
 
무슬림에게 믿음은 6가지다. 알라, 천사, 경전, 선지자, 숙명, 마지막 심판의 날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에 행함이 있어야 한다. 5가지다. 금식, 성지순례, 기도, 구제, 고백이다.
 
라마단은 행함의 요소 중 하나인 금식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단순한 금식, 금욕이 아니다. 그들에겐 구원과 직결된 행위다.
 
개신교는 이 기간 무슬림을 자극하는 행위 등 자제를 촉구한다. 그만큼 무슬림에겐 민감한 시기다.
 
가능하면 침도 삼키지 않고 향수 등도 뿌리지 않는다. 그 시간에 코란을 읽고, 기도에 매진한다. 욕구를 억제하고 알라를 더 깊이 아는데 모든 신경을 쏟아붓는다.
 
전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SBC) 산하 국제선교위원회(IMB)도 ‘기독교인이 라마단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IMB 마이크 에덴스 목사는 “개신교의 금식은 그리스도의 완성된 십자가 사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의 행위는 구원을 받는 데 있어 그 어떤 것도 더하지 못한다”며 “단, 무슬림에게 금식은 복종, 행위 등을 통해 (신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갈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에덴스 목사는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은 영적인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크리스천들은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영적인 것에 대해 대화할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측에서 대화의 기회로 삼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는 모욕을 당해도 같은 방법으로 모욕을 주지 않는다. 구제 행위를 중시하기 때문에 도와주고 용서하는 데 힘쓴다. 이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른 종교를 존중할 줄 안다면 열린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율법 학자들이 정한다. 이슬람력 8월의 종료와 함께 새달의 개시를 알리는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측해 발표하면서 날짜가 정해진다. 즉, 라마단은 초승달이 떠오른 것이 확인되는 순간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한 달 뒤 초승달이 다시 떠오르면 라마단은 끝난다.  
 
무슬림은 내부적으로 라마단 기간을 통해 결속을 다진다. 이 기간에는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이 금식을 추구한다. 형제애를 느끼고 모두가 알라 앞에서 평등하다는 의식을 되새긴다. LA한인타운내 버몬트 애비뉴 인근 이슬람 사원에도 라마단 기간 동안 수많은 무슬림이 드나드는 이유다.  
 
이스라엘 정부조차도 라마단 기간을 인정한다.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 중심부에는 ‘황금 사원’이 있다. 이곳은 이슬람의 3대 성지중 하나다. 무슬림은 황금 사원 장소를 무하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라마단 기간만 되면 수십만 명의 무슬림이 황금 사원을 찾는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라마단 기간 무슬림 기도자들의 방문을 허용키로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황금 사원 주변에 수천 명의 경찰도 배치했다. 전시 중에 자칫 이슬람의 성지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동의 화약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 라켈라 카람손 대변인은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내 모든 장소에서 종교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라마단의 마지막 날은 ‘Eid al Fitr(이드 알 피트르)’라고 불린다. 금식을 끝내며 축제를 벌이는 날이다. 이날은 무슬림에게는 종교적 명절과 같다.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무슬림 공동체만의 기쁨을 누린다.
 
반면, 라마단은 올해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과 일부 겹쳤다.
 
김종일 아신대(ACTS) 중동 연구 교수는 칼럼을 통해 “라마단은 전 세계 십수억 명이 넘는 무슬림의 명절 기간”이라며 “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며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 없이는 지혜롭고 올바른 복음 전파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한편, 세계기독교연구센터(CSGC)에 따르면 무슬림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에 이른다. 세계 전체 인구의 약 25% 정도다. 오는 2050년에는 28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퓨리서치센터도 2010~2050년 사이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무려 73%로 크리스천 증가율(35%)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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