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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MA ‘위작 전시’ 사실상 전면 부정

  LA카운티미술관(이하 LACMA) 측이 최근 전시된 한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위작일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LACMA 측은 위작 의혹 작품들에 대한 간행물 제작 강행 의사까지 밝혀 예술계에 다시 파문이 일 전망이다.   LACMA 측은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전시회의 위작 논란과 관련한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나흘만인 지난 6일 답신을 보내왔다.   먼저 LACMA 측은 “현재까지 연구를 통해 얻은 과학적 요소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고 (기증자인 체스터 장의 작품들에 대한) 추가 연구를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당 작품들에 대한 미술사적 중요성과 맥락 등은 추후 온라인과 인쇄물 등을 통해 ‘LACMA 간행물(LACMA publication)’에 게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LACMA 측이 지난달 26일 간담회를 열어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이중섭, 박수근 그림 4점을 포함, 조선 시대 회화, 도자 등에 대해 위작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계획된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7월1일자 A-1면〉   관련기사 “이중섭 그림, 타일에 베낀 위작”…LA미술관 전시 초유의 사건 [사설] LACMA 위작 논란 명성에 타격 LA카운티미술관 LACMA 위작 전시…문제 제기에 ‘묵묵부답’ LACMA 제시카 윤 홍보 디렉터는 “이 전시회에서는 ‘도록(catalogue)’ 제작을 계획한 적조차 없다”고 까지 주장했다.   즉, LACMA 관장은 도록 발행을 계획 했었다고 언급했으나, 윤 디렉터는 애초에 계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LACMA 측은 6일 본지에 보내온 답변에서 ▶기증자인 체스터 장 등이 지난 2015년과 2017년 예술자료분석센터(CAMA)에 의뢰한 2건의 과학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이중섭, 박수근의 화풍과 일치하고 ▶작품에 쓰인 재료의 제작 시기는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동일한 기증자가 기부한 20세기 중반 한국 유화 작품을 조사했던 LACMA 회화보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작품의 마모, 손상  패턴을 봤을 때 1950~60년대 작품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특징이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LACMA 측은 이중섭, 박수근 그림 외에 위작 의혹이 제기된 도자들에 대해서도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LACMA 측은 “일부 작품은 지난 2007년 영국의 옥스퍼드 인증을 통해  조선시대 18~19세기 작품임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남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열발광분석법을 통해 모든 도자를 검증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작 가능성을 인정했던 간담회 이후 일단락 분위기로 접어들던 가짜 그림 전시 논란은 LACMA 측의 새로운 입장 발표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만약 LACMA 측이 향후 자체 조사 연구 등을 통해 간행물 발행을 강행한다면 작품의 진위 여부 공방은 다시 한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지는 LACMA 측 성명 내용과 관련해 추가 인터뷰를 공식 요청했으나 8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열·장수아·김경준 기자LA카운티미술관 LACMA 위작 논란 한국의 보물들 이중섭 박수근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장수아 김경준 미술계 전시회

2024-07-08

“짓누른 시간 1초당 100만불 배상하라”

벨가든 지역 바이시클 카지노 주차장에서 비무장 상태임에도 보안 요원 다섯명이 짓눌러 살해한 조나단 정〈본지 6월14일자 A-1면〉씨와 관련, 과잉 진압으로 질식시킨 1초당 약 ‘100만 달러’가 산정됐다.     현재 롱비치 법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원고인 유가족 측 변호인단(테렌스 존스·민 응우옌)은 배심원단에 1억3200만 달러의 배상금 지급을 요청했다.   원고 측 테렌스 존스 변호사는 “퇴장 요청을 받은 정씨는 카지노에서 나가기 위해 자신의 차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보안요원들은 계속 그를 쫓아갔다”며 “경찰이 이미 출동한 상황임에도 비무장 상태인 정씨에게 그들이 사용한 물리적 대응은 과도하고 치명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보안 요원들이 정씨를 쫓아가 넘어뜨린 뒤 짓누른 과도한 대응이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테렌스 변호사는 본지에 “그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엎어진 정씨에게 수갑을 채웠고 무릎으로 등을 짓눌렀으며, 정씨는 조지 플로이드처럼 질식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 등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욕설’을 했을 뿐이다.   본지가 약 50분에 이르는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모두 살핀 결과, 비무장 상태의 정씨가 실제 주변 사람 또는 보안 요원들에게 신체적 위협 등을 가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카지노 측 변호인단은 원고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피고측 보딘 워스크 변호사는 “정씨가 숨을 쉴 수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는 검시 결과에 나온 것처럼 메스암페타민에 의해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카지노 측은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가운데 정씨의 아버지 정정식(82)씨는 법정에서 처음으로 아들이 보안 요원에 의해 쫓기다가 질식사하는 CCTV 영상을 봤다. 숨진 정씨의 여동생(바네사)은 이 영상을 본 뒤 충격을 받아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정씨는 지난 20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재판 도중 영상을 봤는데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딸이 그 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원고 측 민 응우옌 변호사는 본지에 “특히 아시아계가 겪는 비극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며 “카지노 측의 그러한 행동 때문에 두 자녀를 잃게 된 정씨 부부의 비극은 이 사회에 알려져야 하고, 반드시 정의가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본지는 지난 14일 피고인 바이시클 카지노 측에 입장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바이시클 카지노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본지에 “지금은 재판 중이라서 해당 질의서에 답변할 수가 없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 뉴스 전문 매체인 CVN, 도박 전문 매체인 갬블링 뉴스 등도 지난 18일부터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LA카운티검찰 산하 아시아태평양 자문 위원회(AAPIAB) 역시 이번 재판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APIAB 에스더 임 위원장은 “재판에 직접 참관하면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재판을 지켜보니 조나단 정씨는 단지 ‘Fxxx’이라는 욕설만 했을 뿐인데 그게 사람을 그렇게 죽일 일인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7월24일 오후 3시 57분쯤 바이시클 카지노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카지노 보안 요원 5명은 퇴장 명령을 받고 저항 없이 카지노를 떠나던 조나단 정씨를 주차장 구석까지 몰아간 뒤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운 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했다. 관련기사 정신질환 한인 또 비극…다섯명이 짓눌러 죽였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바이시클 카지노 조나단 정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소송 조지 플로이드 질식사

2024-06-23

귀가하려던 조나단 정 사냥감 몰듯 덮쳤다

벨가든 지역 바이시클 카지노 주차장에서 비무장 상태임에도 보안 요원 다섯명에 의해 살해된 조나단 정씨 사건〈본지 6월14일자 A-1면〉을 두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검시소와 법의학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 엇갈리면서 향후 재판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사건은 LA카운티셰리프국이 수사를 진행했다. 물론 정씨의 죽음과 관련, 사건에 연루된 보안 요원들은 현재까지 체포 등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은 상태다. 이는 LA카운티검시소가정씨의 사망원인을 질식사가 아닌 메스암페타민에 의한 죽음으로 발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초기 검시소 보고서를 통해 발견됐다.   이번 사건을 맡은 원고 측 인디라 캐머런 뱅크스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검시소 실험실 보고서에는 정씨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검체 매트릭스에 분석적 어려움이 있었다(analytical difficulties with the specimen matrix)’는 내용이 명시돼있었다”며 “이는 혈액 샘플 채취, 보관, 검사 방법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인데도 메스암페타민에 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려버렸다”고 말했다.   이는 유가족이 정씨의 사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해 법의학 기관 등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뱅크스 변호사는 “법의학 병리학자, 호흡기 전문의, 독물학 전문의에게 의학적 검토를 의뢰했고 이들 모두 정씨의 사망 원인을 ‘제압성 질식(restraint asphyxia)’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검시관의 초기 평가와 상반된 결과”라고 전했다.   제압성 질식은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 신체적 구속을 해야 하는 법 집행 과정에서 초래된 사망일 경우 쓰이는 용어다. 정씨의 사망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유사점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사건 당시 상황이 모두 녹화된 CCTV가 제때 공개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고측 변호인단에 따르면 카지노 측은 당초 이번 사건과 관련한 CCTV 영상의 존재를 부인했었다. 이러한 내용은 정씨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동생(바네사 정)을 두고 남편(필립 터먼)이 카지노 측에 제기했던 소송장에 상세히 나와 있다.   이 소장에는 “검시소 보고서를 통해 당시 영상이 있다는 내용을 파악하게 됐고 LA 카운티셰리프국에 소환장을 보내 셰리프국으로부터 영상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며 “카지노 측은 2021년 7월부터 최소 2023년 8월까지 정씨 사건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바이시클 카지노는 한인 존 박씨가 대표로 있는 파크웨스트가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카지노를 지난 2022년 4월에 인수했다. 정씨 사건은 박 대표가 카지노를 인수하기 전에 발생했다.    특히 원고 측은 이 카지노의 하셈 미나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미나이씨는 박 대표가 카지노를 인수하기 전부터 최고경영자를 맡아온 인물이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정씨 사건이 가주도박통제위원회(이하 CGLR)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바이시클 카지노의 은폐를 주장했다. 가주 도박 법 규정(section 12282) 및 연방법에 따르면 카지노 측은 사망 사건 등을 CGLR에 보고해야 한다. 미보고 시에는 면허 박탈 또는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뱅크스 변호사는 이 소장에서 “카지노측은 정씨의 사망 사건을 CGLR에 보고하지 않았는데 당시 카지노 측은 계속되는 범죄로 인해 법 집행 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카지노 주차장에서 훈련받지 않은 보안 요원이 한 남성을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 때문에 추가 조사를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정씨 사건 발생 당시 카지노 측은 이미 연방 검찰 중부 지검으로부터 자금 세탁 및 은행 비밀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었다.   현재 한인 단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LA한인회 제임스 안 회장은 “한인회는 현재 여러 한인 단체들과 함께 정씨 가족의 변호사와 면담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KYCC 스티브 강 대외협력 디렉터는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적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바이시클 카지노 측에 지난 14일 이번 소송과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16일 오후 5시 현재 아무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관련기사 정신질환 한인 또 비극…다섯명이 짓눌러 죽였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바이시클 카지노 보안 요원들 조나단 정 질식사 조지 플로이드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미주중앙일보 카지노 정신질환

2024-06-16

[중앙칼럼] 상식적인 종교가 귀해진 시대

악마를 위한 춤은 가족의 연까지 끊게 했다.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3부작 다큐멘터리 ‘댄스 포 데빌(Dance for Devil)’이 논란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민 교회(셰키나처치)를 운영하며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7M’을 설립한 한인 로버트 신 목사의 실체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신 목사는 7M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을 모아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춤추는 영상을 게재하고 막대한 수익을 챙겨왔다.   7M에서 빠져나온 피해자들의 폭로 내용을 보면 심각하다. 신 목사가 성폭력, 노동 착취 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종교적 교리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가족과의 연락마저 끊도록 세뇌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앞으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지만, 이번 사건은 이성적 사고가 배제된 신앙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018년이었다. 미주 지역 유명 한인 교단에 LA 인근 한 기도원과 목사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단절됐다’는 내용의 청원서가 제출됐다. 〈본지 2018년 5월1일자 A-1면〉   당시 청원서는 사돈지간인 두 노부부가 제출했다. 이들은 결혼한 자녀들이 해당 기도원에 출석한 이후 집을 나가 부모와 관계를 끊고, 심지어 곧 태어날 아기까지 불임인 담임 목사의 딸 부부에게 입양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부모들은 교단 측에 해당 기도원과 목사의 목회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신학적으로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사 보도 후 “우리 아이도 그곳에 있다. 제발 도와달라”며 제보 전화들이 걸려왔다. 가족 간 관계를 끊게 하고 조부모도 모르게 아이를 입양하게 하는 종교가 어디 있느냐는 독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종교라는 특정 영역 안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상식선에서 해석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있다. 단, 믿음과 신앙의 영역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성과 상식 등이 배제된 종교적 가치관은 분별력을 상실하게 한다.     종교는 실존 너머 신념의 영역이다. 비가시적이다. 그래서 이성은 종교에 있어 불편한 요소다. ‘신’이라는 성스럽고 초자연적 존재를 따르는 종교를 두고 이성 또는 상식을 통한 판단은 마치 절대자 앞에서 무례한 발상이나 신앙심의 부족으로 여겨질 수 있다.   분명한 건 이성만으로는 종교를 온전하게 풀어낼 수 없다. 세상사는 아직도 인간의 제한된 사고나 인식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한다. 이성의 한계다. 실존의 이성으로 영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종교를 완벽하게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종교는 관념적이지만 이성도 포괄한다. 상식의 영역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만큼 깊고 광활한 세계다.     이성의 작동은 신념이 강력히 영향을 미치는 종교의 영역에서 타락, 일탈, 비상식, 성폭력, 초호화 건물 건축, 설교 표절, 맹신, 착취 등의 사건이 발생할 때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맹목적 신앙에 제동을 거는 유효한 장치가 된다. 종교심을 강조하면서 가족과의 인연까지 끊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종교 생활 가운데 상식선에서 불편한 일이 계속된다면 그건 신앙심으로 버텨야 할 일이 아니다. 이성이 무뎌지거나 마비되기 전에 그 집단을 떠나는 게 옳다.   다큐멘터리나 언론 등에 자주 언급되는 종교 단체만 문제는 아니다. 일반 교계에서도 좋은 교회, 좋은 목사를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복이다. 그만큼 어려운 인연이다.   종종 좋은 교회가 어디인지 묻는 이들이 있다. 답변은 간단하다. 심오하게 신학적 잣대까지 들이댈 필요는 없다. 목사의 설교 내용이나 수준이 다소 얕아도 괜찮다. 투박한 운영, 일 처리 등으로 약간의 답답함을 느껴도 본질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 전반적으로 교회 전체의 방향성이 상식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금은 그게 가장 좋은 교회다.     종교적으로 그만큼 혼탁해졌다. 상식적인 종교가 매우 귀한 시대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상식 종교 한인교회 기독교 개신교 장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7M 넷플릭스 사이비 목사

2024-06-13

정신질환 한인 또 비극…다섯명이 짓눌러 죽였다

카지노 보안 요원들이 정신질환을 앓던 비무장 상태의 한인 남성을 주차장 구석으로 몰아간 뒤 넘어뜨리고 수갑까지 채운 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영상 참조〉   4년 전 전국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닮은 비극이 한인사회에서 벌어졌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숨진 남성의 여동생은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고, 유가족은 현재 해당 카지노를 상대로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부모인 정정식, 정인순, 사위 필립 터먼씨는 벨가든 지역 바이시클 호텔&카지노를 상대로 ▶불법 행위에 의한 사망(wrongful death) ▶위협(assault) ▶폭행(battery) ▶태만적 고용, 감독 및 훈련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인디라 캐머런 뱅크스ㆍ테렌스 존스)은 지난 1월29일 세 번째 수정된 소장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법원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끝내고 내주 내로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이 카지노는 지난 2023년 한인 기업인 파크웨스트 카지노(대표 존 박)가 1억3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본지 2023년 2월21일자 A-1면〉    사건은 지난 2021년 7월24일 오후 3시57분쯤 바이시클 카지노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이 본지에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카지노 보안 요원 다섯 명이 조나단 정(당시 45세ㆍ한국명 동인)씨를 주차장에서 넘어뜨리고 엎드려 있는 상태의 정씨를 무릎으로 짓누른다. 이후 정씨의 다리를 뒤로 젖힌 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양손에 수갑까지 채운다.   보안 요원들이 정씨를 짓누른 시간은 약 3분이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호흡 곤란 등으로 구토까지 한 뒤 정신을 잃고 곧 사망했다.      원고측은 소장에서 “보안요원들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폭행, 억류 등의 결과로 정씨는 아스팔트 위에서 숨을 거둬야 했다”며 “정씨는 카지노 측의 퇴장 요청을 제대로 준수했지만 보안 요원들은 그를 계속 쫓아가며 건물 밖에서까지 위협하고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에는 보안 요원 다섯 명이 마치 사냥감을 몰아가듯 정씨를 약 5분간 서서히 뒤쫓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양극성 장애를 앓던 정씨는 카지노를 나왔음에도 보안 요원들이 계속해서 뒤쫓아오자 수차례나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심지어 위협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자 정씨는 겁에 질린 상태에서 한 운전자에게 도움을 청하며 차량에 탑승하려는 모습까지 영상에 담겨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정씨는 당시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며 ‘언어(verbal)’ 문제만 보였을 뿐 다른 고객이나 직원 등 그 누구에게도 폭행 등 신체적 접촉도 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카지노 측의 요구대로 이미 건물 밖으로 나온 상태였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던 정씨를 쫓을 이유가 더는 없었는데도 덫에 빠뜨리듯 그를 추격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결국 철조망으로 사방이 막힌 카지노 주차장 구석으로 몰렸다.   동영상을 보면 도망가려는 정씨를 한 보안요원이 밀치며 넘어뜨렸고, 다섯 명이 동시에 정씨를 덮친다. 보안요원들은 정씨를 짓누른 지 약 3분 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그제야 정씨의 몸을 제대로 뒤집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카지노 측은 고객에 대한 법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정씨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법집행기관이나 정신건강 부서 등에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보안요원에 대한 교육,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정씨를 더 큰 위험과 공포, 덫에 걸리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전했다.   숨진 정씨는 우크라이나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정정식 씨의 아들이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정씨의 여동생(바네사 정ㆍ당시 44세)이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사모인 어머니는 치매 증상이 심화했다.   숨진 여동생의 남편인 필립 터먼 박사는 이번 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9월 바이시클 카지노를 상대로 아내의 죽음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터먼 박사는 현재 의사로 활동 중이며, 숨진 아내 바네사 정씨는 심리학자였다.   현재 LA카운티검찰 산하 아시아태평양 자문 위원회(AAPIAB)는 이번 재판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AAPIAB 에스더 임 자문위원장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한인 사회가 이 사건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정의를 위해서라도 이토록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목소리를 함께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관련기사 40년 역사 LA 카지노 한인이 1억불에 인수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정신질환 한인 카지노 보안요원 바이시클 카지노 장열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비극 조지 플로이드

2024-06-13

"거칠지만 순정의 영화…아직도 볼 때마다 싱싱"

1974년은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이 그어진 해다. 신인 감독이 만든 영화 한 편이 충무로를 뒤흔들었다.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은 당시 서울에서만 무려 4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흥행 신기록이었다. 별들의 고향은 ‘이장호’란 이름을 한국 영화 역사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충무로의 거장 이 감독이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별들의 고향’ 상영회 참석차 LA를 방문한 그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50년이 지나서 보는 '별들의 고향'은.   “시간이 날 때 종종 본다. 예전 영화인데, 옛날 영화 같지 않다. 볼 때마다 아직도 싱싱한 느낌이다.”   싱싱하다는 것은.   “원래 뭘 알게 되면 겁이 생기지 않나. 20대 때 만든 작품이었다. 그때는 뭘 모를 때니까 싱싱한 게 막 기어 나왔다.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이 그런 것 아니겠나. 아마 그때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거라 본다.”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한마디로 ‘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친구인 최인호 씨의 소설을 영화화할 기회를 얻게 됐다. 어릴 때라 욕심도 많았다. 그때 신상옥 감독 밑에서 조감독만 8년을 했다. 신 감독에게 작품에 관해 얘기하니까 감독으로 데뷔는 시켜주겠지만, 촬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고 하더라. 그렇게 하면 진짜 감독이 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거길 뛰쳐나왔다. 욕심은 있고, 서툰 상태에서 만든 영화다.”   왜 흥행할 수 있었나.   “내가 1945년생이다. 첫 한글 전용 세대인데, 처음으로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다. 1970년대는 우리 세대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날 때였다. 송창식, 이장희 등 노래도 달라지고, 한글 중심의 한국식 발라드도 나올 때였다. 그런 시대적 맥락에서 ‘별들의 고향’이 나왔다. 그 당시 세대의 감각에 맞았던 것 같다.”   만약 지금 다시 ‘별들의 고향’을 만든다면.   “싱싱하지만 분명 거친 게 있다. 세련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지금 다시 만든다면… 더 감각적으로, 좀 더 느린 템포로 만들 것 같다.”   오늘날 충무로는 어떤가.   “때가 잔뜩 묻었다. 상업적으로 관객의 비위를 잘 맞춘다. 돈맛을 아는 감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 점이 참 아쉽다. 젊은이가 젊은이답게 싱싱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매끄럽고 처세에 밝다. 한국영화가 첫 순정을 잃었구나 싶다.”   요즘은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건국의 역사, 구국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좌파로 살아왔다. 그런데 거기서 벗어나서 폄하했던 것, 왜곡됐던 것을 담아보려 한다. 작품을 위해 공부를 해보니 ‘한국의 역사는 기적이었구나’를 깨닫게 된다.”   반발은 없었나.   “‘드디어 돌았구나’라는 말도 들었다. 아는 후배가 교회를 세웠다.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면서 사회를 바라보니 속 좁게 보았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되더라. 불행, 시련, 내리막길… 이런 게 모두 나중을 위한 하나님의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래는 자유민주주의를 세울 수 없는 국가였는데… 애국가에도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가사가 있지 않나.”   신앙을 가진 후 무엇이 변했나.   “과거에는 죽는 게 두려웠다. 지금은 두렵지 않다. 무섭지가 않다. 인생의 마무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나. 제정신을 찾는 것이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영화도 정신 못 차리고 만들었다. 이제는 정신을 좀 차렸다. 신앙을 통해 정리된 삶을 살고 있다.”   ‘별들의 고향’ 상영회는 어땠나.   “LA CGV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상영회를 열었다. 양쪽 모두 관객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들어갈 정도였다. 아직도 이 영화를 좋아해 주니까 너무 감사하다.”   ☞이장호 감독은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하며 그해 대종상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바람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바보 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외인 구단’, ‘어우동’, ‘무릎과 무릎 사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국내외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섰다. 장열 기자·jang.yeol@koreadaily.com한국 영화사 이장호 감독 별들의 고향 1974년 충무로 LA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장열

2024-06-06

타인종도 '경찰 잔혹행위' 규탄 한목소리

LA경찰국(LAPD)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고, 정신질환자 대응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범커뮤니티 차원의 집회가 열렸다.   2일 LA한인타운 내 윌셔 잔디광장에서는 LAPD 소속 경관에 의해 무참히 총격 살해된 양용(40)씨 사건을 두고 유가족과 시민들이 나와 법집행기관을 강력히 규탄했다.   ‘양용을 위한 사람들의 정의 위원회(이하 JYYPC)'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데이비드 김 후보(연방하원 34지구), 그레이스 유 후보(LA시 10지구)를 비롯해 서울대동문회, 재미대일고 동문회 등에서 한인 100여명이 참여했다. 또, 피플스시티카운슬LA, 더처치위드아웃월스 등 타인종 단체 및 흑인 교회 관계자들도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인 유진 해리스씨는 “이건 한인 사회만의 일이 아닌, 우리 흑인 커뮤니티에서 지금도 매일 발생하고 있는 비극”이라며 “처음 양용씨 뉴스를 봤을 때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높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살인 말고, 응급 도움' '경찰을 규탄한다' 'LAPD가 우리 형제를 죽였다' 등의 피켓을 들고 법집행기관을 향해 대응 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지난 2018년 7월 실버레이크 지역 트레이더 조 마켓에서 경찰의 오인 사격으로 여동생을 잃은 앨버트 코라도씨도 연사로 나섰다.   코라도씨는 “경찰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매번 죽이고 있지만, 정책을 개선하려거나 심지어 유감을 표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시민들의 세금으로 약 10만 달러씩 연봉을 받으면서도 정작 도와야 할 때를 구분 못 하고 무조건 총부터 쏘는 LAPD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총기 사용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유가족 중 숨진 양용씨의 큰 형인 양인씨, 작은 아버지인 양웅 변호사, 조만철 박사(정신과 전문의), 대니 박(피플스마켓 전 운영자), 최응환 변호사, 큐 진마리 목사(더처치위드아웃월스) 등이 연사로 나섰다.   특히 사회운동가이자 흑인 교회를 이끄는 큐 진마리 목사는 이날 4년 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었다.   진마리 목사는 “양용씨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처럼 망가진 경찰 시스템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우리 흑인 사회도 마음을 같이 한다”며 “LAPD는 늘 이런 방식으로 해왔는데 경찰의 폭력성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이 집회 참가를 요청했음에도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 관계자들은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숨진 양용씨는 한국 국적자였지만, LA총영사관측은 장례식에도 정식 조문이 아닌 참관 형태로만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 한미연합회 등 주요 한인 단체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존 이 LA시의원(12지구) 등 한인 현직 정치인들도 집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장열ㆍ김경준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양용 집회 양용 사건 정신질환자 대응 LAPD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미주중앙일보 경찰 총격 총기 한인

2024-06-02

도움 요청했던 어머니 “내가 잘못했다, 아들아”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다.   하염없이 흐르는 어머니의 눈물에도 아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일 LA경찰국(LAPD) 소속 경관에 의해 총격 살해된 양용(40) 씨가 가족에게 인계됐다.   유가족은 29일 할리우드포리스트론에서 양용 씨의 시신을 처음으로 대면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8일 만이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어머니 양명숙 씨는 시신으로 돌아온 작은 아들을 마주한 순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양명숙 씨는 “일어나…용이야…이제 집에 가야지”라며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라며 눈물만 흘렸다.   도움을 청했던 전화 한 통이 경찰 총격으로 끝이 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건 당일 LA카운티정신건강국(LACDMH)에 처음 도움을 요청했던 게 어머니 명숙 씨였다. 흐르는 눈물은 만약 그때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자식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다.   이날 대면에서는 아버지 양민 박사와 큰아들 양인 씨, 작은 아버지인 양웅 변호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양용 씨의 형 양인 씨는 평소 동생이 즐겨 쓰던 모자도 가져왔다.     고인인 양용 씨는 할리우드에 있는 유명 음악 학교인 ‘MI(Musicians Institute)’에 다녔었다. 음악을 즐겼고 사람을 좋아했다.   양민 박사는 “용이가 MI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 학교에선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 학생에게 신발을 벗어 던지는 문화가 있었다”며 “공연이 끝날 때 관객들이 신발을 벗어 무대에 던질 만큼 노래를 잘했는데 그때 환하게 웃던 용이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그립다. 마더스데이에 양용 씨가 어머니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영상을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양용 씨의 장례식은 30일(오늘) 오후 5시 포리스트론 할리우드 힐스 올드노스처치(6300 Forest Lawn Dr)에서 열린다. 유가족은 장례식을 대중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한편, 양용 씨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 대응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고 법집행기관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도 열린다. 한인 1세와 2세, 아시아계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양용을 위한 사람들의 정의 위원회(JYYPC)’는 오는 6월 2일 오후 2시 LA 한인타운 내 윌셔 잔디광장(3700 Wilshire Bl.)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이번 집회에는 개인, 단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집회 참여 문의: justiceforyongyang@gmail.com   ▶인스타그램: #justiceforyong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양용 포리스트론 할리우드 양명숙 LAPD 경찰 총격 무력 사용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미주중앙일보 양민 한인타운 LA경찰

2024-05-29

양용 사건 규탄 집회 열린다…2일 오후 2시 윌셔 잔디광장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한자리에 모여 정의를 외친다.   LA경찰국(LAPD) 소속 경관에 의해 총격 살해된 양용(40)씨를 두고 법집행기관의 잔혹 행위를 규탄하고, 정신질환자 대응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범 커뮤니티 차원의 집회다.   ‘양용을 위한 사람들의 정의 위원회(이하 JYYPC)’는 오는 6월 2일 오후 2시 LA 한인타운 내 윌셔 잔디광장(3700 Wilshire Blvd)에서 LAPD에 대한 규탄 집회를 진행한다.   JYYPC는 한인 1세와 2세, 아시아계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다. 이번 집회에는 개인, 단체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JYYPC의 최응환 변호사는 “양용씨 사건은 정신질환자를 다루는 경찰의 대응 방식의 구조적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양용씨의 유일한 죄목은 정신질환이었고, 시스템이 그를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양용씨에 대한 추모식을 개최했던 아시안정신건강프로젝트(AMHP) 관계자들도 이번 집회에 함께 한다.   JYYPC측은 LA한인회를 비롯한 한미연합회, 남가주한인변호사협회, LA한인상공회의소, 한인가정상담소,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등 한인 단체에도 집회 참가 공문을 전달했다. JYYPC측은  UCLA, USC, UC어바인 한인 학생회에도 동참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 블랙라이브스매터(BLM) LA지부에도 이번 집회의 취지를 알리고 함께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다.    스키드로에서 ‘피플스마켓(People’s Market)'을 운영했던 대니 박(40)씨도 이번 집회에 참여한다. 박씨는 “경찰이 야기한 비극은 한두 번이 아니며 그때마다 지역사회는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다”며 “양용씨 사건은 비단 LA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모두 함께 공감하고 공유해야 할 이슈로, 이제 정책 변화를 위해 다 같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JYYPC는 현재 지역 정치인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있다.   유가족인 양민 박사는 “일련의 과정들을 돌아보면 그들은 아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다는 자세라기보다, 언제든지 사살 가능한 대상, 환경으로 그 일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미국서 40년을 살았는데 이 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존경이 무너지는 사건이었고, 아들은 환자로서의 삶의 권리가 처참하게 짓밟힌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여 문의: justiceforyongyang@gmail.com   ▶인스타그램: #justiceforyong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양용 LAPD 경찰 총격 규탄 집회 공권력 BLM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JYYPC 양민 경찰 무력 사용

2024-05-28

한 동네 가맹점 다수…업주 피해 인정 판결

한인이 운영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잇츠 보바타임(It’s Boba Time·이하 보바타임)'이 가맹점주와의 계약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이 소송은 최근 항소심까지 간 끝에 원고 측 요청이 일부 기각되는 판결로 마무리됐지만, 특정 지역 내 여러 가맹점 개설을 두고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갈등을 드러낸 싸움이었다.   가주제2항소법원에 따르면 LA한인타운내 6가와 켄모어 애비뉴 인근에서 보바타임 가맹점을 운영했던 글렌 서씨가 본사측에 제기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심의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서씨가 지난 2022년 3월 보바타임을 설립한 박은미 대표를 상대로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계약 위반 및 독점권 침해 등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원고측은 지난 2014년부터 한인타운에서 보바타임을 운영했다. 서씨는 당시 기존의 보바타임 매장을 67만5000달러에 인수하면서 박 대표 등과 경업 금지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경업 금지는 특정 상인의 영업 행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매장 주변에 또 다른 가맹점 개설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후 박 대표 등이 서씨의 사업체 반경 10마일 내에 다른 보바타임 매장들을 열면서 비롯됐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켄모어 매장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는데 피고 측에서 다른 매장을 개설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그때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본사 측에 계약 내용에 대해 문의했더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씨는 매출 감소로 인해 결국 2020년 1월에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원심에서는 서씨의 주장을 인정, 본사 측에 수익 손실액인 132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서씨가 향후 주변 가맹점까지 운영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예상 기대 수익(471만4622달러)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서씨는 이를 항소심으로까지 끌고 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씨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익 손실액의 경우는 서씨의 첫 2년간 운영 장부를 보면 충분히 계산이 가능해 보인다”며 “대신 역 로열티 청구 금액에 대해서는 미래의 가맹점 운영 예상 기대 수익까지 포함했는데 이는 입증 근거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2년 넘게 이어진 보바타임측과 가맹점주간의 법적 다툼은 양측이 '절반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과 관련, 보바타임 대니얼 허 프랜차이즈 디렉터는 본지에 “보통 지역 독점 권리에 대한 갈등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번 소송 같은 경우는 우리가 침해한 부분이 없었다”며 “한인타운의 경우 0.5 마일, 그 외 지역은 1마일 내로 가맹점 개설을 금지하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으며 현재 (원고 측에) 항소 대응 비용에 대한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보바타임은 지난 2003년 부부인 박은미 대표와 리처드 전 대표가 설립한 보바 전문 음료 판매 업체다. 보바타임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 등에 총 85개의 매장이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보바타임 가맹점 소송 LA 한인타운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박은미 한인 프랜차이즈 LA카운티

2024-05-22

자산 10억불 SM, 공사비 1만5천불 안줬다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복합 엔터테인먼트 건물인 ‘SMT LA’를 세우려다 공사비 미지급 혐의로 피소〈본지 4월17일자 A-1면〉된 가운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한 업체는 돈을 받지 못해 SMT LA에 설치했던 기기까지 떼간 것으로 확인됐다.   LA지역 식당 장비 판매 업체인 레스토랑 월드는 SMT LA에 설치했던 싱크대 등 주방 관련 기기를 지난 16일 철거했다. 공사 대금 12만 달러를 받지 못해서다.     레스토랑 월드의 엘리자베스 황 대표는 “수년 전부터 공사해왔지만 SM 측으로부터 대금 지급에 대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겠지만 렌트비, 운영비 등을 당장 감당해야 하는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에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12만 달러를 주지 않고 있는 SM의 자산 총액은 지난 2022년 기준, 약 1조4600억원(약 10억7417만 달러)에 달한다.   한인이 운영하는 토런스 지역 S 인테리어 업체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 업체는 1만5000달러의 비용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업체 손모 대표는 “지난해 겨울 SM 측의 부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한 작업을 진행했었다”며 “SM 때문에 한국 출장은 물론 수차례 미팅까지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이후 여러 번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조차 없었고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SM 측은 한인 시공 업체인 펍컨스트럭션으로부터 계약 위반, 공사 대금 잔액 미지급, 장부상 채무 불이행 등으로 지난해 11월 피소됐었다.   또, 건축 설계 업체와 컨트랙터 등도 SM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본지 4월18일자 A-3면〉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향후 피해 업체들의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와 관련, 공식 입장을 묻기 위해 SM 측 미주 지역 핵심 관계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20일 오후 5시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지 업체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전형적인 부당 계약과 일종의 갑질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송을 제기한 펍컨스트럭션 크리스 이 대표도 “SM 측의 전적인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음에도 SM 측은 공사 비용 지급을 거부했다”며 “원칙, 상식, 사실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공사 지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면서 계약 해지까지 통보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제가 되는 건물은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였던 이수만 전 회장이 지난 2013년에 400만 달러에 매입한 LA 한인타운 6가와 옥스퍼드 애비뉴 코너의 2층(약 1만3000 스퀘어피트)짜리 상가다. SM 측은 K팝 인기를 등에 업고 LA지역 한복판에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건축하고자 했다. SM 측은 세계적인 K팝 가수들을 배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지난 2023년 카카오에 의해 인수됐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SM 카카오 이수만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부당 계약 공사 대금 펍컨스트럭션 레스토랑월드 한국 기업 갑질 K팝 케이팝 장열 연예기획사 엔터테인먼트 SMT LA 한인타운

2024-05-20

성 소수자 정책 수용, 반대 입장도 포용키로

미국연합감리교단(이하 UMC)이 성 소수자 포용 정책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결정된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UMC는 이번 총회에서 지난 1984년 이후 시행되어 온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목사 후보자에 대해 안수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또, 성 소수자와 관련한 제한 및 처벌 규정 등도 없앴다.   이에 따라 교단내에서 무려 40년 넘게 이어져왔던 성 소수자 관련 논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UMC 총회는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그동안 이 문제 때문에 UMC내에서는 7600개 이상의 교회가 탈퇴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탈퇴한 한인 교회들도 새로운 보수 감리교단인 '글로벌감리교단(GMC)'을 세우기도 했다.   UMC내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한인 교회가 많다. 이 교회들은 교단의 결정에도 성 소수자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는 UMC가 여지를 두는 법안을 함께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본지는 UMC한인총회(KAUMC) 김규현 목사(열린교회), 조선형 목사(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등에게 교단 내부 입장을 들어봤다. 이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결국 UMC가 성 소수자 정책을 수용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변화는 있었지만, 전통주의도 지킬 수 있게 됐다. 성 소수자 수용을 금지해온 조항이 이번 총회에서 삭제됐지만, 우리와 같이 이에 반대하는 교회에 가해질지 모르는 역차별을 막기 위해 수정법안도 함께 통과됐다."   수정법안의 내용은.   "개정안 명칭은 '340.2a'다. 간단하게 말하면 동성 결혼의 경우 예식 집행을 목회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떠한 성직자도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결혼 또는 축복을 수행하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지역 연회 감독은 각 교회의 신앙 전통에 맞는 목회자를 파송해야 한다. 어떠한 결정을 교회가 내리더라도 그 교회나 목회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나.   "없다. 법안 해설자료에도 명문화된 내용이다. 이는 성직자가 동성 결혼을 주례 또는 주최하지 않을 권리도 명시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예식을 교회 소유지에서 개최할지 여부도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됐다."   수정법안 통과 배경은.   "8년 만에 개최된 총회였다. 그 사이 미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유라시아, 유럽 등을 아우르는 UMC는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교단내에서 연회가 각기 운영돼야 한다는 '지역화' '독립화'의 필요성이 부각됐었다. 연방정부 아래 각 주정부가 존재하는 현재 미국의 행정 제도와 비슷하게 보면 된다. 이에 우리 한인총회도 계속해서 한인 교회들의 상황을 교단에 지속적으로 전달했었다. 교단으로부터 적극 협조하겠다는 응답을 받은 상태에서 이번 총회를 대비해왔다."   수정법안 통과의 의미는.   "한인교회와 같은 다른 인종의 교회들에게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총회측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수정안이 발의됐던 것은 이런 역차별에서 교회를 보호하고,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교회와 인종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UMC라는 큰 울타리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어도 이제는 묵은 논쟁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본래의 책임을 다하자는 것에 보수와 진보가 함께 마음을 모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성 소수자 정책 수용만 부각되고 있는데.   "반대하는 입장에서 우리 한인 교회들도 UMC의 성 소수자 정책 수용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수정법안도 함께 통과됐다. 우리의 전통적 입장과 성경 중심적 신앙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방법이 마련된 셈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한인 교회중 일부는 벌써 교회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많은 교회가 정관에 동성애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신앙과 성경의 권위를 지키기위해 노력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공표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은 한인 교회가 UMC를 탈퇴했는데.   "분명 큰 변화가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도 없다. UMC의 일관된 방향성은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통해 이어져 왔다. 존중의 태도와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몸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도 수반됐다. 이 모든 여정이 편견과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시험이 아니라 은혜 안에서 섭리하는 하나님을 더욱 소망하고 확신하게 되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 우리도 전통적인 신앙과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나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       상흔만 남은 40년 간의 논쟁 한인 감리교회들 반발, 탈퇴   그동안 성 소수자 정책을 두고 UMC는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총회를 앞두고 7600개 이상의 교회가 성 소수자 정책을 수용하려는 교단 움직임에 반발, 탈퇴를 결정했었다.   한인 감리교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인 감리 교계에서는 지난 2021년 한인 목회자 재파송 불가 방침에 반발, 항의 시위까지 진행됐었다.   당시 동성결혼 반대 정책을 지지하는 한인 목회자들을 상대로 UMC 내 진보적 성향의 감독이 임기 종료 등의 부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만큼 성 소수자 정책을 두고 한인 감리교회와 교단과의 대립은 심화했었다.   이후 탈퇴 움직임이 가속하며 UMC와 개별 교회 간의 재산권 다툼으로도 이어졌다.   UMC의 경우 교회 건물 등의 재산권은 교단이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려면 재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UMC가 지역 연회마다 탈퇴 규정을 각기 다르게 적용해 갈등이 더욱 심화하기도 했다. 일례로 남가주 지역 연회, 볼티모어-워싱턴 연회 등은 교회 건물 가치의 50%를 탈퇴를 원하는 교회에 부담하게 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반면, 북가주-네바다 연회는 건물 가치의 20%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갈등 끝에 총회가 열렸고, 결국 UMC는 성 소수자 정책 수용과 동시에 이를 반대하는 교회들까지 품기로 했다.   4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은 이러한 상흔들을 남겼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UMC 연합감리교 한인교회 미주중앙일보 성소수자 LGBT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재산권 분쟁 교단 탈퇴 종교 개신교 기독교

2024-05-20

위협 상황 없는데 갑자기 "물리력 사용해야"

정신질환을 앓던 양용(40)씨에게 총격을 가한 LA경찰국(LAPD)의 대응 방식은 물리력 사용에 따른 각종 문제를 드러낸다.   이는 LAPD의 경관 연루 총격 건(officer involved shooting)이 타 대도시 경찰국과 비교할 때 왜 가장 많은가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지 5월14일자 A-3면〉   16일 LAPD가 공개한 바디캠 영상을 보면 물리력 사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각 상황에 따른 정확한 규정이나 지침은 불분명하다.   먼저 올림픽 경찰서 수퍼바이저 서전트 루발카바가 현장 도착 후 아버지 양민 박사와 나누는 대화 내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루발카바 서전트는 양 박사에게 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알려주면서 “물리력(use of force)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물리력이 다양한 경우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비살상 무기 사용이나 신체적 제압 등 여러 시나리오까지 내포한 용어다.   루발카바 서전트는 물리력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아마도 (아들이) 다칠 수 있다(He might get hurt)”고만 했다.   정신질환에 따른 병원 이송만을 염두에 뒀던 가족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살상 무기 사용은 생각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루발카바 서전트는 아들을 집에서 나오게 하는 걸 강제할 수 없다며 주거침입으로 체포하는 방법을 가족에게 선택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에 양 박사는 당황하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렇다면 ‘범죄건(criminal thing)’으로 다뤄지는 것인가”라고 되묻는다.   루발카바 서전트는 짧게 “그렇다”고 답했다.   법집행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일반인이 범죄건으로 가족을 체포할 수 있다는 경찰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경관들의 진입 결정 과정에도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루발카바 서전트는 가족과 대화 후 양씨와 대화를 시도하기 전 주변 경관들에게 누가 먼저 앞에 설 것인지 묻는다. 심지어 ‘비살상 무기(less lethal)’를 어떤 경관이 사용할지 묻자 나머지 경관들이 동시에 쭈뼛거리며 손을 드는 장면도 나온다. 이는 위험 상황 대응시 역할 분담이 임의로 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리력 사용 결정 배경이나 기준도 불분명하다. 이미 현장 출동 경관들의 첫 대화 실패 이후 두 번째 대화에서도 양용씨와 소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관들은 두번의 대화 시도와 가족의 증언을 통해 양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단, 이때까지 아무런 위협 상황이 발생한 건 없었다.     이때 루발카바 서전트는 갑자기 “물리력을 사용해야겠다(we’re going to have a use of force)”고 말했다. 단지, “밖으로 나오라”는 경관들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소통이 안 된다는점 외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었다. 이는 물리력 사용 결정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의문인 부분이다.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강압적 분위기의 진입 절차도 문제다.   총격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세 번째 진입에서 맨 앞에선 경관은 동료들에게 갑자기 “(이름을) 불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call out or no call out)”고 묻는다.   이때 이미 경관은 열쇠로 문을 열기 위해 시도 중이었다.   이미 수차례 이어졌던 경찰의 압박으로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을 양씨 입장에서는 실제 대문 손잡이에서 계속 덜그럭 소리가 나면서 문이 강제로 열리는 상황은 더 위험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동료 경관이 “그를 불러라(call him out)”라고 하자 그제야 “우리는 경찰이다. 미스터 용, 밖으로 나와라”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문을 강제로 열었고 겁에 질린 양씨의 모습이 그대로 바디캠 영상에 담겼다.   대응 방법도 발포가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의문이다. 바디캠 영상을 보면 임의로 정했던 비살상무기 '빈백(bean bag)' 장착 경관은 뒤쪽에 서 있었다. 이 장면은 LAPD의 어설픈 대응 정책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맨 앞에 섰던 경관은 문을 열고 진입할 때 총기를 들지 않은 상태였다. 칼을 든 양씨를 인지하고 나서야 급히 권총을 꺼냈다는 점을 볼 때 진입 전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하거나 세워두지 않았고, 별다른 대비책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뒤쪽에 서 있던 비살상무기인 ‘빈백(bean bag)’ 총을 들고 있던 경관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맨 앞에 섰던 경관이 뒤로 물러서며 총을 꺼내고 “내려놓으라(drop it)”며 소리치는데, 빈백을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경관들이 과연 양씨를 안전하게 데리고 나올 방안이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찰들은 발포 후 소파에 쓰러진 양씨에게 수갑부터 채웠다. 이 과정에서 양씨의 몸은 이미 축 늘어져 있었고 눈은 풀려있었다. 누가 봐도 경찰에 대항할 수 있는 의식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들은 양씨에게 계속해서 움직이지 말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 것을 외치면서 총상을 살피기 위해 상의를 벗겼다.   양씨는 범죄자가 아니었다. LAPD의 어설픈 대응이 낳은 비극이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물리력 사용 경관 연루 OIS 양용 LAPD 총기 사용 경찰 총격 경관 총격 올림픽 경찰서 장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2024-05-19

양용씨 유사 사건, 총 쏜 경관 6년형

경찰의 총기 사용 규정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관이 쏜 총에 맞아 피살된 양용(40)씨 사건과 관련, LA경찰국(LAPD)의 바디캠 영상 공개는 법집행기관의 과도한 무력 사용과 현장 대응 정책의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관계기사 3면〉  관련기사 위협 상황 없는데 갑자기 "물리력 사용해야" 우선 경찰의 무력 사용 사례가 모두 법에 따라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3월 북가주에서는 콘트라코스타카운티 셰리프국 앤드류 홀 요원이 정신질환자(라우드머 아르볼리다)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6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때 배심원단은 홀 요원에게 제기된 ‘총기를 이용한 폭행 혐의’를 두고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콘트라코스타카운티 수피리어법원 테리 모클러 판사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홀 요원에게 “극도로 잘못된 선택(extremely poor choices)을 했다”며 “피해자가 법을 위반했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경관에게는) 그를 죽여도 된다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 역시 ▶피해자가 정신질환자였고 ▶경찰 측이 피해자로부터 먼저 위협당했다는 것을 주장하며 바디캠을 공개한 점 ▶가해 경관이 두 번이나 ‘경찰 연루 총격(officer involved shooting)’ 전력이 있다는 부분에서 양용씨 사건과 흡사한 데가 많다.     당시 사건은 2018년 경찰과 정신질환을 앓던 피해자 간 차량 추격전 가운데 발생했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경찰들은 약 9분간 피해자의 차량을 쫓았는데 당시 속도는 6마일가량으로 저속이었다.     이때 홀 요원은 피해자의 차량을 멈추게 하기 위해 셰리프 차량으로 도로를 막아섰다. 이후 멈추지 않자 운전석을 향해 9발을 발포해 피해자를 살해했다.     당시 홀 요원 측 변호인단은 바디캠을 공개하면서 “용의자의 차량이 홀 요원과 동료 셰리프들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협 받는 상황이었다”며 “경관으로서 자신의 안전에 대해 우려했으며 순간적인 결정을 내렸어야 했던 점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이 사건은 당초 콘트라코스타카운티 셰리프국이 9개월간에 거친 자체 조사를 통해 홀 요원의 총기 대응 행위를 무혐의 처리했지만, 검찰이 2년여간에 걸친 조사 끝에 기소를 결정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다시 공론화됐다.     게다가 홀 요원은 이 사건 후에도 정신질환을 앓던 한 노숙자(타이렐 윌슨·당시 33세)를 칼을 들었다는 이유로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당시 이 사건은 콘트라카운티에서 경찰 총격과 관련해 경관이 기소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콘트라코스타카운티 정부는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 이후 유가족 측에 490만 달러의 합의금 지급에 동의했지만, 해당 경관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형사법 전문 데이비드 백 변호사는 16년 전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 변호사들과 함께 경찰에 무차별 총격을 받고 숨진 마이클 조 사건을 두고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백 변호사는 “그때도 (경찰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시위까지 진행됐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경찰의 총격 사건은 지금도 계속 일어나는 문제로 특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대응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총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숨진 양용씨 유가족의 지인이 제기한 이 청원서에는 “치료 옹호센터(TAC) 자료를 보면 정신질환자가 법집행기관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16배 더 높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법집행기관의 총기 사용을 제한해야 하며 총기를 사용하는 경관에게는 보다 명확한 조사와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관련기사 양용씨 사망에 한인 정치인들 침묵 양용씨 피살 영상 등 본지, 정보공개 청구 양용씨에 발포한 경관은 총격 전력자 “양용씨 사건 자국민 피해로 철저한 수사 요구” [속보]양용씨 총격 경관 신원 공개 경찰, 숨진 한인<양용씨>에 여러차례 쐈다…LA검시소 ‘다수 총상’ 발표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경찰 총기 총기 사용 경찰 총격 LAPD 양용 총기 폭력 장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법원 판결 바디캠 경관

2024-05-19

[중앙 칼럼] 교회 기사 댓글 1200개에 담긴 메시지

전국 최대 영문 뉴스 포털 앱인 ‘뉴스 브레이크(News Break)’에 얼마 전 본지 기사가 게재됐다. 댓글만 무려 1200개 이상이다. 실시간으로 기사를 게재하는 뉴스 브레이크 특성상 이토록 많은 댓글이 달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본지 영문 기사의 제목은 ‘Hundreds of thousands leaving American churches amid declining Christianity(수십만 명이 교회를 떠나면서 기독교가 쇠퇴한다)’였다.    독자들은 기독교의 현실을 두고 개탄, 지적, 조롱 등 여러 감정을 댓글을 통해 표출했다. 본지는 후속 기사를 통해 10년 전 보도했던 존 맥아더 목사와의 단독 인터뷰 내용도 다시 끄집어냈다. 〈본지 5월7일자 A-16면〉   미디어에 비친 오늘날 교계는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독자들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신뢰를 잃은 교회가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사회가 인식하는 교회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를 잃은 결과다.    먼저 교회 내에서 명확한 기준이 사라졌다.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계 인물로 꼽히는 존 맥아더 목사는 “교회가 성경을 잃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교회에 정작 성경적 기준 또는 예수의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교회는 외부 영역을 ‘세상(사회)’으로 지칭한다. 구별의 의미가 담긴 표현인데 정작 교회는 세속화됐다. 교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인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포스트모던 사회는 매력적이고 고차원의 지적, 유희적 산물을 끊임없이 생산 중이다. 그러자 흐름을 좇으려는 교회의 몸부림은 격렬해졌다. 예배 방식, 프로그램, 이벤트, 시스템, 방법론마다 독특한 명칭이 따라붙었다.     그중 명성을 얻거나 효과를 본 전략은 각 교회 사정과 환경에 따라 형태만 바뀐 채 너도나도 복사해 소비하기 바빴다. 그 가운데 교회가 늘 주창하고 고수해야 할 ‘진리’는 상대적으로 불분명, 아니 희미해졌다.   재미를 원한다면 굳이 교회까지 갈 이유가 있나. 삶의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목회자의 설교가 아니어도 된다. 그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기독교 외의 영역, 즉 ‘세상’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또 하나는 상식의 결여다. 오늘날 교회의 부정적 이미지는 이 지점에서부터 심화했다. 그동안 교회는 윤리와 도덕을 필요 이상으로 영적인 개념과 연결해 왔다.     한국과 미국의 교계를 흔들었던 표절, 재정 비리, 성추행, 게릴라식 청빙, 세습 등은 신앙적 잣대로 바라볼 일도 아니다. 이러한 부조리는 상식적으로도 충분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기독교 내에서는 비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존재적으로 ‘죄인’이 모인 곳이 ‘교회’라고 변명했다. 행위의 동기를 신의 뜻으로 합리화하거나, 비판은 목회자 또는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행위로 치부했다.   크고 작은 인간의 비윤리성을 두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성화(sanctification)’의 과정으로 해석할 순 있겠지만, 이는 자칫 면죄를 위해 신분(죄인)만 내세우고 ‘죄’ 자체를 망각하는 오류를 낳는다. 이러한 대처는 결국 교회의 자정 능력 상실과 사회적 불신의 증폭으로 이어졌다.     본래 교회는 진리의 실체를 고찰하고 영원(구원)의 개념을 다루는 곳이다. 사회를 대상으로 우월을 증명하는 종교도 아니다. 특유의 가치를 드러낼 때 되레 영향력을 발휘한다. 연약할수록 강해지고, 새것보다는 바랜 것이 빛을 내며 죽어야 사는 역설의 가치를 내포한 게 교회다.   기독교는 특이하다. 행위 자체로 신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신이 은혜로 인간을 찾아온다. 그 여정 위에서 세상과 공존하며 동시에 구별돼야 하는 게 교회다.   오늘날 사회는 교회에 거창한 걸 바라지 않는다. 큰 건물, 탁월한 프로그램, 가려운 귀를 긁어주는 설교 등은 더더욱 아니다.     비교인들이 기독교를 접할 때 묻는 건 단 하나다.     “도대체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1200여개의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는 세상의 조소가 불편한가. 저 물음에 대한 답변이 너무나 중요한 시대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교회 존 맥아더 뉴스브레이크 장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한인교회 청빙 세습 표절 기독교 개신교

2024-05-16

한인식당에 절도범…3분 만에 금고 털려

리버사이드카운티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유명 고깃집에 절도범들이 침입, 단 3분 만에 금고를 훔쳐 달아났다.   절도범들은 업소 침입 후 곧바로 금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범행 전 업소 내부정보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리버사이드 인근 이스트베일 지역 ‘356 코리안 바비큐&바’ 측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2시쯤 2인조 절도단이 침입해 주방에 있던 금고를 들고 달아났다. 당시 금고에는 7000달러의 현금이 있었다.   이 업소의 대니얼 심 매니저는 “보안 카메라를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후드티를 입은 2명의 남성이 새벽에 유리 정문을 쇠막대 같은 것으로 부순 뒤 가게로 들어왔다”며 “금고가 주방 내에 있었는데 용의자들은 침입하자마자 곧바로 그곳으로 가서 금고만 들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금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은 용의자들이 업소의 내부 동선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심 매니저는 “보안 카메라를 보면 금고를 들고 달아나기까지 3분이 채 안 걸렸다”며 “오픈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절도 피해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현재 리버사이드카운티셰리프국은 보안 카메라에 녹화된 내용 등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한편, 이 고깃집은 일본 라면 전문점 요시하루의 대표 제임스 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2022년 요시하루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식당 356 바베큐 리버사이드 절도 고깃집 요시하루 코리안 바비큐 제임스 최 미주중앙일보 장열 LA 로스앤젤레스

2024-05-15

"더 이상 아들 같은 희생자 없길 바랐는데…"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 지 16년 째다. 조성만씨와 어머니 조홍란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경찰 총격에 잃었다.    조씨 부부의 둘째 아들 마이클 조(당시 25세)는 지난 2007년 12월31일 라하브라 지역 리커스토어 앞에서 경찰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고 숨졌다.〈본지 2008년 1월2일자 A-1면〉   억울한 죽음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한인 사회의 공분을 샀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과 함께 유가족의 소송은 물론 곳곳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촛불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마이클 조 사건은 지난 2일 LA한인타운에서 경찰 총격에 피살된 양용(40)씨 사건과 닮은 데가 많다. 〈본지 5월3일자 A-1면〉   피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 경찰의 총기 폭력 논란, 여러 명의 경관이 가담한 집중 사격, 사건 발생 후 경찰의 불투명한 발표 등이 공통분모다.   조씨 부부는 어느덧 70대가 됐다. 이들은 지난 9일 아들이 잠들어있는 글렌도라 지역 오크 데일 묘지를 찾아갔다. 노부부는 그곳에서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아버지 조씨는 경찰의 민간인 총격 사건을 두고 “최악(worst)”이라고 했다.   어떤 부분이 최악인가.   “물론 경찰도 그사이 (총기 관련) 정책 변화 같은 게 있었겠지만,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았나. 나아진 건 없다고 본다.”   경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 입장에서는 정당했다고 생각하겠지…. 다만, 우리 아들 사건만 봐도 경찰이 총을 뽑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어땠을까 지금도 아쉽고 또 아쉽다. 아들은 분명 과잉진압으로 죽었다.”   사건 당일 경찰은 ‘무기를 든 사람이 서성거린다’는 신고를 받고 라하브라 지역 리커 가게 앞으로 출동해 마이클 조씨와 마주했다. 당시 조씨가 들고 있던 것은 ‘무기’가 아닌 ‘쇠 지렛대(crowbar)’였다. 경관들은 조씨에게 쇠 지렛대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정신질환을 앓던 조씨에게 10여 차례 총격을 가했다. 출동 후 마이클과 마주한 지 불과 ‘41초’ 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총 쏜 경관들을 만나본 적 있나.   “없다. 법정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대면한 적도 없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다 용서했다. 다만, 그들이 살인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 죽인 행위에 대한 벌은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격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인성 교육을 좀 더 해야 하지 않나.”   당시 소송을 제기했는데.   “후회는 안 한다. 우린 그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세상이라는 게 잘못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절대 ‘잘못했다’라는 말을 안 하지 않나. 당시 배심원단의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배심원끼리 계속 팽팽하게 맞서니까 나중엔 판사가 합의하라 그러더라. 백인 중심 동네에서 사실상 우리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나는 그 소송이 저쪽(경찰)의 잘못을 밝힌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당시 조씨 부부는 라하브라 시정부와 경찰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소송은 약 3년간 공방 끝에 시정부가 유가족에게 25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합의로 마무리됐다. 변호사 비용 등을 모두 제외하고 유가족이 받은 건 10만 달러였다.   소송을 결심했던 이유는.   (조홍란 씨) “처음에 우리 부부는 그냥 잊으려고 했다. 그때 큰아들이 그러더라. 소송해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다고…그 말이 계기가 됐다.”   소송 과정은 어땠나.   (조홍란 씨) “당시 경찰들이 아들에게 모두 13발을 쐈다. 기가 막혔던 건 그렇게 총을 쏘고 아이가 이미 죽었는데도 거기에 수갑을 채워 (시신을) 옮겼다는 점이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발 중 2발은 벽에, 나머지 11발이 조씨를 타격했다.   경찰의 총기 사용 규정을 어떻게 보나.   (조홍란 씨) “물론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그 상황과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한다. 생명이 오가는 문제 아닌가. 경관들이 총 쏘는 방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그걸 배웠으면 한다.”   사건 이후 어떻게 지냈나.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나. 정말 기도를 많이 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그 상황을 버텨냈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계속 찬양을 들었는데 그러면서 피리를 불게 됐다. 덕분에 그때 익힌 피리로 매주 노숙자 사역이나 멕시코 선교를 할 때 찬양을 연주하곤 한다.”   언제 아들이 생각나나.   “아직도 종종 아들의 꿈을 꾼다. 집사람도 마찬가지다. 화창한 날 보다는 우중충한 날에 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지난해 뮤리에타로 이사를 했다. 아들과 함께 살던 라하브라 집을 떠났다. 26년간 살았던 곳이었다. 마이클이 그림을 그렸었다. 아들의 작품도 다 그 집에 두고 나왔다.”   마이클 조는 UCLA에서 미술을 전공했었다. 그가 사망한 뒤 2008년에는 UCLA 타미 퀸 교수가 마이클의 유작들로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어머니 조씨는 인터뷰 내내 20대였던 마이클을 평소에도 ‘아가’로 불렀다고 했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던 귀여운 마이클이 꿈에 그대로 나왔던 이야기도 해줬다. 꿈에서 ‘아가’ ‘아가’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LA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유가족에게 먼저 조의를 표한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식을 보낸 부모의 아픔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도 아들이 떠난 이듬해 스트레스로 청력을 잃었다. 힘내시고 마음에 평안을 찾으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글 ㆍ사진=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경찰 총격 마이클 조 조성만 경찰 총격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과잉 진압

2024-05-09

10년 전 존 맥아더 목사의 일침…변한 건 없다

존 맥아더 목사는 미국 교계와 언론이 꼽는 '21세기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하나다.     10년 전 본지는 맥아더 목사와 한인 언론 최초로 단독 인터뷰를 했다. 〈본지 2014년 3월4일자 A-22ㆍ23면〉   그때 이미 미국을 비롯한 한국에서도 기독교 교세가 감소하고 젊은층이 교회를 외면하는 현실 등이 심각했다.     맥아더 목사는 인터뷰에서 교계를 향해 "교회가 교회로서 목소리를 잃었다"며 일침을 가했었다.   당시 맥아더 목사의 인터뷰 기사는 본지 웹사이트(koreadaily.com)에서 조회 수 7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다.     10년이 지난 지금 교계는 어떤가. 최근 본지가 보도한 '수십만 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본지 4월22일자 A-16면〉가 미국 최대 영문 뉴스포털 앱인 '뉴스 브레이크(News Break)'에서 조회 수 3만 회에 이르며 댓글만 무려 1200여 개가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디어는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독교계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짚어본다.     "Have you ever heard of hillsong church?(힐송 교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한마디로 시작하는 영상은 지난 2022년 디스커버리 플러스가 제작한'힐송 대형교회의 실체(Hillsong: A Megachurch Exposed)'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기독교계에서 힐송 교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힐송에서 만드는 현대복음성가(CCM) 등은 전 세계적으로 각 교회에서 불리고 있다.   이 영상은 힐송 뉴욕 교회의 칼 렌츠 목사가 불륜 등으로 해임되기까지의 전말을 심층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오늘날 현대 교회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함축한 영상물이다.   당시 전체 버전에 앞서 디스커버리 플러스가 2분짜리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무려 조회 수 303만 회 댓글은 1300여 개가 달렸다.   이는 단순히 힐송교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교인 비교인할 것 없이 힐송 교회를 통해 기독교계의 현실을 개탄했다.   댓글만 봐도 이러한 여론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님이 아닌 교회를 우상화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아이디 thecp)' '이런 문제는 대형교회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kevini5043)' '그냥 '나'를 믿는 것이 가장 좋겠다(usuck1883)' '나는 교회를 떠난 후 신앙을 되찾았다(carlac4160)'.   교회가 흔들리면 사회적 신뢰도 역시 덩달아 하락한다. 특히 이러한 현실은 젊은 세대가 교회를 외면하는 원인이다.   교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라 일컫는다. 오늘날 교회의 연령 구조를 보면 사회적으로 저출산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기독교 신앙의 계승이 쉽지 않을 정도다.   송정훈씨는 가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한인 2세들을 위한 기독교 단체인 JC브릿지미니스트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송 변호사는 "중고등학교 때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대학 진학 후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기독교 신앙이 계승돼야 하는데 다음 세대가 교회 내에서 사라져 간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성경적 가치관이 약화하고 교회들이 점점 자본 중심적이 되면서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존 맥아더 목사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물질주의에 기반한 소비자 적 개념과 상대적 가치를 바탕으로 개인이 신념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시대가 됐다며 "결국 교회는 그 흐름을 좇다가 세상과 구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었다.     이번에 뉴스 브레이크에 게재된 본지 기사에 달린 1200여 개의 댓글도 기독교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로 가득하다.   댓글을 살펴보면 '교회는 이제 사업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보기 시작했다(louis dandridge)' '사람들은 위선과 정치화된 교회를 떠나고 있다(phillip knight)' '교회는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다(ordinary citizen)' 등 자성의 목소리가 많다.   한인 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가나안 성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가나안'은 성경에 나오는 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국어로 이를 거꾸로 말하면 '안나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신앙은 있지만 교회를 '안 나가'는 교인을 일컫는 용어다.   교계에서는 이러한 부류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본지 기사가 뉴스 브레이크에 게재된 후 한 미국인 독자가 편집국에 이메일을 보냈다.   수잔 브래드버리는 본지 기사를 접한 뒤 "나도 교회를 떠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브래드버리는 "기독교인들이 조직화된 종교를 떠나고 있지만 이것이 기독교의 쇠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그러한 종교를 떠났지만 그 어떤 기독교인보다 더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제도권 종교를 떠나는 현상은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ㆍ영적이지만 종교적 이지는 않다)'이라는 용어로 규정된다. 영적인 개념에 관심은 분명 있지만 제도권 종교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교계내 가나안 성도와 어느 정도 결을 같이하는 부류다.   개신교인 우현성(40.풀러턴)씨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해서 그들이 신앙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교인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인 분석과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며 외부 유입이 감소하고 기독교계 내에서 교인 간 수평이동 등으로 교세가 유지되는 현실은 분명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미국의 대표적 강해 설교가' 존 맥아더 목사 '한국교회'를 말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존 맥아더 맥아더 목사 미주중앙일보 한인 교회 교계 기독교 LA 로스앤젤레스 힐송 장열 뉴스브레이크 koreadaily

2024-05-06

할리우드 한인 사장, 회장에 소송…유명 에이전시 A3 최근 폐업

한인이 운영하던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가 경영진 간 갈등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40년 이상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이 에이전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인 배우 김주령을 비롯한 도브 캐머런, 조던 피셔, 브라이언 티, 매튜 모리슨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속해 있던 곳으로 최근 소송 등으로 인해 폐쇄된 상태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웨스트할리우드 지역 A3 아티스트 에이전시(이하 A3)의 한인 브라이언 조 사장 등 경영진이 애덤 볼드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조 사장이 볼드 회장에게 제기한 혐의는 ▶사기 ▶허위 진술 ▶계약 위반 ▶신의 성실의 의무 위반 ▶배임 등 총 10가지다.   볼드 회장은 뮤추얼펀드스토어의 창립자로 이후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경영자로 진출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소장은 지난해 12월 4일 법원에 접수됐고, 원고 측 변호인(브라이언 프리드먼)은 볼더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9월 경쟁사였던 걸시(Gersh) 에이전시에 A3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A3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았던 디지털 사업부서와 에이전트들을 걸시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볼더 회장은 이사회에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심지어 조 사장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고 매각 협상에 있어 자신이 재량권을 갖기 위해 계약 수정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3의 전신인 ‘에이브럼 아티스트 에이전시’는 지난 1977년 설립됐다. 지난 2018년 조 사장이 이 에이전시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A3’로 변경했다. 조 사장이 경영을 맡은 후 에이전트 수가 80명까지 늘었고 유명 배우들과 잇따라 계약을 하면서 사세가 확장되고 있었다.볼드 회장의 사생활이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겨있다.   조 사장 측은 소장에서 볼더 회장을 ‘변태(creep)’ ‘성희롱하는 사람(sex pest)’ 등으로 지칭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볼더 회장은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직원들 휴양 모임에서는 코카인에 취해 연설한 적도 있다”며 “그는 제기된 성희롱 혐의들에 대해서도 이사회 승인없이 합의했고 이러한 일들은 회사를 은밀하게 파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볼드 회장 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볼드 회장 측은 “소장에 제기된 혐의는 아무 근거가 없을뿐더러 소송을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또, 조 사장의 변호인(브라이언 프리드먼)에 대해서도 이번 소송과 관련, 대리인 자격 박탈 신청서를 제출했다.   볼드 회장을 변호 중인 로펌 파커 샤피 측은 “원고 측 변호사는 과거 A3와 관련된 다른 사건에서 얻은 기밀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며 “검증도 되지 않은 거짓 진술로 의뢰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3는 지난 2월부터 회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볼드 회장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조사장은 지난달 A3의 전 경영진과 함께 ‘어라이즈 아티스트 에이전시’를 새롭게 설립했다.    조사장은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20년 이상을 보냈다. 에이브럼 아티스트 에이전시 사업 부서에서 경력을 쌓던 중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재무관리자(CFO)에 올랐다. 이후 A3의 사장까지 맡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할리우드 A3 에이전시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장열 소송 애덤 볼드 브라이언 조 오징어게임 김주령

2024-05-01

그는 살인자였나, 피해자였나…4.29 도화선 된 두순자 사건

  배심원단은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당시 15세·사진)에게 총을 쏜 한인 여성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하지만 흑인사회는 분노했다. 형량의 가벼움 때문이다. 계획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었으니 ‘2급 살인’은 적절했지만 흑인사회의 광기는 LA를 집어삼켰다.   32년 전 오늘(1992년 4월29일) 발생한 LA폭동의 도화선이 된 두순자씨 사건이다.   본지는 LA폭동 32주년을 맞아 당시 가주 제2항소법원 5지부의 판결문을 들여다봤다. 폭동 발생 9일 전(1992년 4월21일)에 나온 판결문이다.    판결문에는 판사의 법리적 해석은 물론 당시 이민자의 처절했던 삶에 대한 항변 등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판결 내용을 토대로 당시 사건의 본질을 되짚었다.   LA카운티 검사들은 원심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즉각 항소했다.   두순자씨는 원심에서 징역 10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집행 유예를 결정한 원심법원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게 골자다.   한인사회는 물론 전국의 주류 언론들이 주목하는 사건이었다. 항소 법원은 모든 과정을 다시 세세하게 살펴야 했다. 그러려면 원점부터 사건을 훑어야 했다.   두씨는 1976년에 도미했다. 공교롭게도 숨진 라타샤 할린스도 그해에 태어났다. 두씨는 봉제공장에서, 남편(빌리 두)은 수리공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첫발을 뗐다.   부부는 10년간 밤낮없이 일해 종잣돈을 모았다. 샌퍼낸도밸리의 리커스토어를 사고 판 뒤 소거스 지역에서 새 리커를 차렸다. 사건이 발생했던 두번째 가게인 사우스LA의 ‘엠파이어 리커’를 매입한 건 1989년의 일이다. 지인들은 두씨 부부에게 ‘위험한 지역(bad area)’이라며 매입을 뜯어말렸다.    아들(조셉 두)은 법원에서 당시 부모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았다.”   리커 주변은 마약상부터 갱단원들까지 늘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게에서 부모를 돕던 아들조차 강도에게 폭행을 당했다. 갱단의 협박은 다반사였다. 너무 무서워서 2주간 가게를 닫은 적도 있다. 두씨 가족은 심지어 갱단을 만나 사정을 봐달라 부탁할 생각까지 했다.    두씨는 보호관찰관에게 “훗날 깨달았지만 그건 순진한(naive)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1991년 3월 16일이었다. 갱단 위협에 시달리던 아들을 소거스 지역 가게에서 일하게 하고 대신 두씨가 엠파이어 리커로 나왔다. 남편은 전날 늦게까지 일한 탓에 잠시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때 라타샤가 가게로 들어왔다. 두씨는 라타샤가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 가방에 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물론 돈을 내기 전이다. 평소에도 절도 사건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두씨는 라타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두씨는 법정에서 “주스 값을 지불하려 했다면 손에 돈을 쥐고 있어야 했는데 없어서 의심했다”고 증언했다.   라타샤는 곧 계산대로 향했다.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증인은 “그 당시 두씨가 라타샤에게 주스를 훔치려 한다며 ‘나쁜 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고 증언했다.   두씨는 주스값을 내라고 했다. 그러자 라타샤는 “어떤 오렌지 주스요?”라고 답했다. 순간 두씨는 절도범이라고 확신했다. 라타샤의 옷을 끌어당기고 가방에 있던 오렌지 주스를 꺼내려 했다.   감정이 격해졌다. 라타샤가 먼저 주먹으로 두씨의 얼굴을 두 차례 가격했다. 두씨는 쓰러졌고, 가방 안에 있던 오렌지 주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두씨는 “순간 한 번만 더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라타샤는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두씨는 헐레벌떡 일어나 의자를 집어 라타샤에게 던졌지만 가격하지는 못했다. 곧바로 계산대에 숨겨뒀던 권총(38구경)을 꺼내 뒤돌아 나가던 라타샤를 쐈다. 총격을 가한 자리와 라타샤 간의 거리는 불과 3피트였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라타샤는 즉사했다. 손에는 ‘2달러’가 있었다.   검찰은 계획된 의도적 범행이라 판단, 두씨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두씨의 변호인은 사전에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며 기각을 요청했다.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고 배심원단은 두씨 사건을 2급 살인 혐의 기준에서 유죄라고 봤다. 집행유예 판결의 맥락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2급 살인이라도 집행 유예 판결은 형법 1203조에 따라 재판부의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정의 등에 부합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총기 사용 범죄에는 집행 유예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항소 법원은 세 가지 근거를 통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항소 법원은 “형법 1203조는 스스로 무장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적용되는 법”이라고 했다. 두씨의 총기 소지를 범죄가 아닌 방어용 목적이라고 본 셈이다.   두 번째는 두씨에게 유사 범죄 또는 폭력 전과가 없다는 점과 도발, 협박 등이 심한 환경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봤다. 즉,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징역은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한 것인데 보호관찰관 보고서에 근거해 두씨가 사회에 위협을 가하거나 추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따라서 원심의 집행 유예 결정은 양형 지침(법원 규칙 410)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항소 법원은 판결문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원심 재판부가 자의적이거나 이성의 범위를 벗어난 판결을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순자 사건의 법정 기록은 여기서 끝난다.    역사적 분기점이 된 사건의 판단 기준은 ‘팩트’에 있지 않다.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것도 누적된 분노였고, 폭동이 발발한 이유 역시 누적된 분노였다. 달랐던 건 사건을 바라본 사람과 시각이었다.    두순자씨는 살인자였지만 그 역시 피해자였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4.29 LA폭동 1992년 라타샤 할린스 두순자 엠파이어 리커 로스앤젤레스 LA 장열 미주중앙일보 항소 법원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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