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10년 전 존 맥아더 목사의 일침…변한 건 없다

존 맥아더 목사는 미국 교계와 언론이 꼽는 '21세기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하나다.     10년 전 본지는 맥아더 목사와 한인 언론 최초로 단독 인터뷰를 했다. 〈본지 2014년 3월4일자 A-22ㆍ23면〉   그때 이미 미국을 비롯한 한국에서도 기독교 교세가 감소하고 젊은층이 교회를 외면하는 현실 등이 심각했다.     맥아더 목사는 인터뷰에서 교계를 향해 "교회가 교회로서 목소리를 잃었다"며 일침을 가했었다.   당시 맥아더 목사의 인터뷰 기사는 본지 웹사이트(koreadaily.com)에서 조회 수 7만 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컸다.     10년이 지난 지금 교계는 어떤가. 최근 본지가 보도한 '수십만 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본지 4월22일자 A-16면〉가 미국 최대 영문 뉴스포털 앱인 '뉴스 브레이크(News Break)'에서 조회 수 3만 회에 이르며 댓글만 무려 1200여 개가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디어는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독교계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짚어본다.     "Have you ever heard of hillsong church?(힐송 교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한마디로 시작하는 영상은 지난 2022년 디스커버리 플러스가 제작한'힐송 대형교회의 실체(Hillsong: A Megachurch Exposed)'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기독교계에서 힐송 교회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힐송에서 만드는 현대복음성가(CCM) 등은 전 세계적으로 각 교회에서 불리고 있다.   이 영상은 힐송 뉴욕 교회의 칼 렌츠 목사가 불륜 등으로 해임되기까지의 전말을 심층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오늘날 현대 교회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함축한 영상물이다.   당시 전체 버전에 앞서 디스커버리 플러스가 2분짜리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무려 조회 수 303만 회 댓글은 1300여 개가 달렸다.   이는 단순히 힐송교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교인 비교인할 것 없이 힐송 교회를 통해 기독교계의 현실을 개탄했다.   댓글만 봐도 이러한 여론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님이 아닌 교회를 우상화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아이디 thecp)' '이런 문제는 대형교회뿐만 아니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kevini5043)' '그냥 '나'를 믿는 것이 가장 좋겠다(usuck1883)' '나는 교회를 떠난 후 신앙을 되찾았다(carlac4160)'.   교회가 흔들리면 사회적 신뢰도 역시 덩달아 하락한다. 특히 이러한 현실은 젊은 세대가 교회를 외면하는 원인이다.   교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이라 일컫는다. 오늘날 교회의 연령 구조를 보면 사회적으로 저출산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기독교 신앙의 계승이 쉽지 않을 정도다.   송정훈씨는 가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한인 2세들을 위한 기독교 단체인 JC브릿지미니스트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송 변호사는 "중고등학교 때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대학 진학 후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기독교 신앙이 계승돼야 하는데 다음 세대가 교회 내에서 사라져 간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성경적 가치관이 약화하고 교회들이 점점 자본 중심적이 되면서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존 맥아더 목사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물질주의에 기반한 소비자 적 개념과 상대적 가치를 바탕으로 개인이 신념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시대가 됐다며 "결국 교회는 그 흐름을 좇다가 세상과 구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었다.     이번에 뉴스 브레이크에 게재된 본지 기사에 달린 1200여 개의 댓글도 기독교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로 가득하다.   댓글을 살펴보면 '교회는 이제 사업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보기 시작했다(louis dandridge)' '사람들은 위선과 정치화된 교회를 떠나고 있다(phillip knight)' '교회는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다(ordinary citizen)' 등 자성의 목소리가 많다.   한인 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가나안 성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가나안'은 성경에 나오는 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국어로 이를 거꾸로 말하면 '안나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신앙은 있지만 교회를 '안 나가'는 교인을 일컫는 용어다.   교계에서는 이러한 부류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본지 기사가 뉴스 브레이크에 게재된 후 한 미국인 독자가 편집국에 이메일을 보냈다.   수잔 브래드버리는 본지 기사를 접한 뒤 "나도 교회를 떠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브래드버리는 "기독교인들이 조직화된 종교를 떠나고 있지만 이것이 기독교의 쇠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그러한 종교를 떠났지만 그 어떤 기독교인보다 더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제도권 종교를 떠나는 현상은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ㆍ영적이지만 종교적 이지는 않다)'이라는 용어로 규정된다. 영적인 개념에 관심은 분명 있지만 제도권 종교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교계내 가나안 성도와 어느 정도 결을 같이하는 부류다.   개신교인 우현성(40.풀러턴)씨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해서 그들이 신앙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교인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인 분석과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며 외부 유입이 감소하고 기독교계 내에서 교인 간 수평이동 등으로 교세가 유지되는 현실은 분명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미국의 대표적 강해 설교가' 존 맥아더 목사 '한국교회'를 말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존 맥아더 맥아더 목사 미주중앙일보 한인 교회 교계 기독교 LA 로스앤젤레스 힐송 장열 뉴스브레이크 koreadaily

2024-05-06

한인 피격 사건 재구성…"총소리 4발, 아들 비명 들렸다"

    지난 2일 경찰 총에 맞아 숨진 한인 남성 양용씨의 사건에 대해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본지는 그날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자 유가족인 양 민 박사의 인터뷰와 본지가 입수한 당시 LAPD의 라디오 콜을 기반으로 사건의 경위를 정리했다.     ◆사건 전날 5월 1일(수)     -오후 1시:피코 불러바드 선상 아들 집에 차 타고 방문. 식당으로 가기 위해 아들을 픽업해 차를 함께 탔으나 아들 상태가 조금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아들 집에서 먹기로 결정함.     -오후 5시: 아들과 시간을 보낸 뒤 양 박사 부부는 집으로 귀가.   -오후 7시 30분: 휴대폰과 지갑을 양 박사 차에 놓고 내린 것을 발견한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10분을 달려 양 박사 집으로 찾아옴. 물건을 찾은 아들이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양 박사 집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함.     ◆사건 당일 5월 2일(목)     -오전 3시: 소파에서 잠을 청한 아들이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 아들과 갈등을 우려한 양 박사 부부는 집에서 나와 근처 맥도날드에서 따로 시간을 보냄.     -오전 9시: 집 주차장에 도착. 양 박사 아내가 아들 상태를 확인하고자 먼저 올라감. 열쇠로 문을 열는 소리가 나자 아들이 ‘누구냐’고 했고 엄마라고 했지만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임.   -오전 9시 35분: 아들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부부는 정신건강국(DMH) 24/7 헬프라인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함.   -오전 10시 50분: 한인 포함 DMH클리니션 2명이 현장에 도착함. 양 박사가 클리니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기를 시도함. 양 박사가 문을 반쯤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뒤에 클리니션을 본 아들이 나가라고 소리침. 결국 양 박사와 클리니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찰 도움을 받기로 함. 당시 클리니션이 경찰에 연락함.     -오전 11시: 경찰이 신고를 접수함.   -오전 11시 30분: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경관 2명과 양 박사가 함께 다시 집에 올라감. 하지만 아들이 문 열길 거부해 다시 내려옴. 현장에는 경찰차 최소 5대가 도착함. 경관 7명이 집 앞 거리에서 양 박사와 병원 이송 방법 논의. 양 박사는 아들의 180cm 신장 등 체격, 무기 비소지 등을 알려주고 현관 키를 경찰에 전달. 경관들만 양 박사 집으로 다시 진입.     -정오: 양 박사 집에서 총격 발생. 1~2초 동안 4발이 연사 됨. 밖에서 아들의 비명이 들렸음. 경찰은 총격 후 무전을 통해 “모든 부서, 경관 도움 필요(All units, officer needs help)”를 알리며 지원 요청.     -오후 12시 02분: 경찰, 무전 통해 “용의자가 구금됐다(suspect in custody)”를 알림. 총격이 발생한 현장의 통제가 시작됨.   -오후 12시 30분: LAPD 이동식 지휘 차량, 수사팀, 무력수사부(FID) 등이 신속히 현장에 도착. 양 박사 자택 포함한 블록 전체에 폴리스 라인이 쳐짐. 경관들은 양 박사 부부에게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함. 내부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음.       -오후 12시 41분: 앰뷸런스 도착. 구급대원 3명이 현장에 들어감.     -오후 1시 7분: 구급 대원들이 현장에서 나옴.     -오후 1시 30분~2시: 에런 폰세 올림픽 경찰서장, 사건 발생 두시간 가까이 돼서야 양 박사 부부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림. 여전히 양 박사 부부는 집으로 접근이 불가함.   -오후 2시 57분: LAPD 공보실, X(구 트위터)를 통해 "칼로 무장한 40대 용의 남성, 경찰에 피격" 이라고 발표.       -오후 3시: FID, 양 박사 부부 올림픽 경찰서로 가서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 양 박사 부부는 검시국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전했지만, 그때 다시 현장에 올 수 있다며 함께 경찰서로 향함.     -오후 4시: 현장에 검시국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갔지만 이미 아들의 시신이 수습된 후였음.     -오후 8시: 양 박사 부부 집으로 돌아감.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LAPD LA경찰국 양민 박사 한인 피격 한인타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경찰 총격 올림픽 경찰서

2024-05-05

할리우드 한인 사장, 회장에 소송…유명 에이전시 A3 최근 폐업

한인이 운영하던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가 경영진 간 갈등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40년 이상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이 에이전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인 배우 김주령을 비롯한 도브 캐머런, 조던 피셔, 브라이언 티, 매튜 모리슨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속해 있던 곳으로 최근 소송 등으로 인해 폐쇄된 상태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웨스트할리우드 지역 A3 아티스트 에이전시(이하 A3)의 한인 브라이언 조 사장 등 경영진이 애덤 볼드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조 사장이 볼드 회장에게 제기한 혐의는 ▶사기 ▶허위 진술 ▶계약 위반 ▶신의 성실의 의무 위반 ▶배임 등 총 10가지다.   볼드 회장은 뮤추얼펀드스토어의 창립자로 이후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경영자로 진출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소장은 지난해 12월 4일 법원에 접수됐고, 원고 측 변호인(브라이언 프리드먼)은 볼더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9월 경쟁사였던 걸시(Gersh) 에이전시에 A3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A3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았던 디지털 사업부서와 에이전트들을 걸시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볼더 회장은 이사회에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심지어 조 사장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고 매각 협상에 있어 자신이 재량권을 갖기 위해 계약 수정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3의 전신인 ‘에이브럼 아티스트 에이전시’는 지난 1977년 설립됐다. 지난 2018년 조 사장이 이 에이전시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A3’로 변경했다. 조 사장이 경영을 맡은 후 에이전트 수가 80명까지 늘었고 유명 배우들과 잇따라 계약을 하면서 사세가 확장되고 있었다.볼드 회장의 사생활이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겨있다.   조 사장 측은 소장에서 볼더 회장을 ‘변태(creep)’ ‘성희롱하는 사람(sex pest)’ 등으로 지칭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볼더 회장은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직원들 휴양 모임에서는 코카인에 취해 연설한 적도 있다”며 “그는 제기된 성희롱 혐의들에 대해서도 이사회 승인없이 합의했고 이러한 일들은 회사를 은밀하게 파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볼드 회장 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볼드 회장 측은 “소장에 제기된 혐의는 아무 근거가 없을뿐더러 소송을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또, 조 사장의 변호인(브라이언 프리드먼)에 대해서도 이번 소송과 관련, 대리인 자격 박탈 신청서를 제출했다.   볼드 회장을 변호 중인 로펌 파커 샤피 측은 “원고 측 변호사는 과거 A3와 관련된 다른 사건에서 얻은 기밀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며 “검증도 되지 않은 거짓 진술로 의뢰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3는 지난 2월부터 회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볼드 회장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조사장은 지난달 A3의 전 경영진과 함께 ‘어라이즈 아티스트 에이전시’를 새롭게 설립했다.    조사장은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20년 이상을 보냈다. 에이브럼 아티스트 에이전시 사업 부서에서 경력을 쌓던 중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재무관리자(CFO)에 올랐다. 이후 A3의 사장까지 맡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할리우드 A3 에이전시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장열 소송 애덤 볼드 브라이언 조 오징어게임 김주령

2024-05-01

그는 살인자였나, 피해자였나…4.29 도화선 된 두순자 사건

  배심원단은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당시 15세·사진)에게 총을 쏜 한인 여성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하지만 흑인사회는 분노했다. 형량의 가벼움 때문이다. 계획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었으니 ‘2급 살인’은 적절했지만 흑인사회의 광기는 LA를 집어삼켰다.   32년 전 오늘(1992년 4월29일) 발생한 LA폭동의 도화선이 된 두순자씨 사건이다.   본지는 LA폭동 32주년을 맞아 당시 가주 제2항소법원 5지부의 판결문을 들여다봤다. 폭동 발생 9일 전(1992년 4월21일)에 나온 판결문이다.    판결문에는 판사의 법리적 해석은 물론 당시 이민자의 처절했던 삶에 대한 항변 등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판결 내용을 토대로 당시 사건의 본질을 되짚었다.   LA카운티 검사들은 원심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즉각 항소했다.   두순자씨는 원심에서 징역 10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집행 유예를 결정한 원심법원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게 골자다.   한인사회는 물론 전국의 주류 언론들이 주목하는 사건이었다. 항소 법원은 모든 과정을 다시 세세하게 살펴야 했다. 그러려면 원점부터 사건을 훑어야 했다.   두씨는 1976년에 도미했다. 공교롭게도 숨진 라타샤 할린스도 그해에 태어났다. 두씨는 봉제공장에서, 남편(빌리 두)은 수리공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첫발을 뗐다.   부부는 10년간 밤낮없이 일해 종잣돈을 모았다. 샌퍼낸도밸리의 리커스토어를 사고 판 뒤 소거스 지역에서 새 리커를 차렸다. 사건이 발생했던 두번째 가게인 사우스LA의 ‘엠파이어 리커’를 매입한 건 1989년의 일이다. 지인들은 두씨 부부에게 ‘위험한 지역(bad area)’이라며 매입을 뜯어말렸다.    아들(조셉 두)은 법원에서 당시 부모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았다.”   리커 주변은 마약상부터 갱단원들까지 늘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게에서 부모를 돕던 아들조차 강도에게 폭행을 당했다. 갱단의 협박은 다반사였다. 너무 무서워서 2주간 가게를 닫은 적도 있다. 두씨 가족은 심지어 갱단을 만나 사정을 봐달라 부탁할 생각까지 했다.    두씨는 보호관찰관에게 “훗날 깨달았지만 그건 순진한(naive)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1991년 3월 16일이었다. 갱단 위협에 시달리던 아들을 소거스 지역 가게에서 일하게 하고 대신 두씨가 엠파이어 리커로 나왔다. 남편은 전날 늦게까지 일한 탓에 잠시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있었다.   그때 라타샤가 가게로 들어왔다. 두씨는 라타샤가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 가방에 넣는 모습을 목격했다. 물론 돈을 내기 전이다. 평소에도 절도 사건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두씨는 라타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두씨는 법정에서 “주스 값을 지불하려 했다면 손에 돈을 쥐고 있어야 했는데 없어서 의심했다”고 증언했다.   라타샤는 곧 계산대로 향했다.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증인은 “그 당시 두씨가 라타샤에게 주스를 훔치려 한다며 ‘나쁜 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고 증언했다.   두씨는 주스값을 내라고 했다. 그러자 라타샤는 “어떤 오렌지 주스요?”라고 답했다. 순간 두씨는 절도범이라고 확신했다. 라타샤의 옷을 끌어당기고 가방에 있던 오렌지 주스를 꺼내려 했다.   감정이 격해졌다. 라타샤가 먼저 주먹으로 두씨의 얼굴을 두 차례 가격했다. 두씨는 쓰러졌고, 가방 안에 있던 오렌지 주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두씨는 “순간 한 번만 더 맞으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라타샤는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두씨는 헐레벌떡 일어나 의자를 집어 라타샤에게 던졌지만 가격하지는 못했다. 곧바로 계산대에 숨겨뒀던 권총(38구경)을 꺼내 뒤돌아 나가던 라타샤를 쐈다. 총격을 가한 자리와 라타샤 간의 거리는 불과 3피트였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라타샤는 즉사했다. 손에는 ‘2달러’가 있었다.   검찰은 계획된 의도적 범행이라 판단, 두씨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두씨의 변호인은 사전에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며 기각을 요청했다.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고 배심원단은 두씨 사건을 2급 살인 혐의 기준에서 유죄라고 봤다. 집행유예 판결의 맥락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2급 살인이라도 집행 유예 판결은 형법 1203조에 따라 재판부의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은 정의 등에 부합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총기 사용 범죄에는 집행 유예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항소 법원은 세 가지 근거를 통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항소 법원은 “형법 1203조는 스스로 무장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적용되는 법”이라고 했다. 두씨의 총기 소지를 범죄가 아닌 방어용 목적이라고 본 셈이다.   두 번째는 두씨에게 유사 범죄 또는 폭력 전과가 없다는 점과 도발, 협박 등이 심한 환경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봤다. 즉,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징역은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한 것인데 보호관찰관 보고서에 근거해 두씨가 사회에 위협을 가하거나 추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따라서 원심의 집행 유예 결정은 양형 지침(법원 규칙 410)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항소 법원은 판결문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원심 재판부가 자의적이거나 이성의 범위를 벗어난 판결을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순자 사건의 법정 기록은 여기서 끝난다.    역사적 분기점이 된 사건의 판단 기준은 ‘팩트’에 있지 않다.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것도 누적된 분노였고, 폭동이 발발한 이유 역시 누적된 분노였다. 달랐던 건 사건을 바라본 사람과 시각이었다.    두순자씨는 살인자였지만 그 역시 피해자였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4.29 LA폭동 1992년 라타샤 할린스 두순자 엠파이어 리커 로스앤젤레스 LA 장열 미주중앙일보 항소 법원

2024-04-28

‘K뮤지컬’ 진수 LA에서 만난다..‘카이 인투 더 월드'

  창작과 제작으로 세계무대를 누비는 ‘K뮤지컬’이 ‘K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가 뉴저지 페이퍼밀플레이 하우스에서 프리미어 공연을 했다.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 배우 에바 노블자다, 그래미상을 받은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등 현지 출연진과 제작진이 만들었다.     전석 매진 기록으로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성지 미국에서 K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도 지난해부터 옐로밤의 ‘크레이지 브래드’ 등 한국 창작 뮤지컬 14개 작품을 순차적으로 미국 등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K뮤지컬의 해외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 뮤지컬의 스타 아티스트 카이가 단독 월드투어를 진행한다.     성악을 전공한 카이는 클래식부터 뮤지컬 등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 50주년 기념 공연인 ‘카이 인투 더 월드’는 데뷔 16년을 맞이한 카이의 첫 월드투어 공연이다.     카이는 5월 6일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마치고 5월 11일 오후 5시 서부지역의 카네기홀로 불리는 샌타모니카 소재 브로드 스테이지(The Eli and Edythe Broad Stage)에서 LA 뮤지컬 애호가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세계 4대 뮤지컬 작품을 비롯해 한국에서 사랑받은 창작뮤지컬 명곡을 카이만의 독보적인 음악관을 통한 해석으로 재구성했다.     ‘카이 인투 더 월드’ 공연은 1, 2부로 진행된다. 1부 첫 번째 무대는 세계 4대 뮤지컬인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미스 사이공 등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서인 캐머런 매킨토시 작품으로 문을 연다.     카이는 매킨토시가 제작한 세계 4대 뮤지컬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 ‘Music Of The Night’, 캣츠 ‘Memory’, 미스사이공 ‘Why God Why’, 레미제라블 ‘Stars’를 부른다.   이어 소프라노 캐런 팍스와 듀엣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USC 성악 예술 및 오페라 부교수이자 스테이지 바운드 최고경영자인 캐런 팍스는 영국 버전의 토니상인 로렌스 올리비에 상 후보이며,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가수다.     먼저 카이의 웨스트사이드스토리 ‘Maria’에 이어 같은 뮤지컬의 대표적인 듀엣곡 ‘Tonight’을 함께 부른다.     이어 뮤지컬 작품 카르멘 존스 ‘Dat’s Love’를 팍스가 솔로로 부른 후 다시 오페라의 유령 ‘All I Ask Of You’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1부 순서를 마친다.   카르멘 존스는 비제의 카르멘을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각색한 뮤지컬이다. Dat’s Love는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 아리아 하바네라의 뮤지컬 버전이다.     2부는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으로 시작된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지킬 앤드 하이드로 유명한 미국의 뮤지컬 작곡가다.     마지막 무대는 한국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켄스타인, 엑스칼리버, 베토벤, 벤허 작품 속 명곡이 준비되어 있다.     ‘카이 인투 더 월드’ 미주 공연기획사인 에픽라이브는 “격조있는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K뮤지컬 최고 아티스트 카이가 선사하는 대형 뮤지컬 라이선스 작품부터 한국 창작 뮤지컬 작품까지 K뮤지컬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주 중앙일보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중앙일보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 50%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티켓은 핫딜 웹사이트(hotdeal.koreadaily.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소: 브로드 스테이지 Performing Arts Center - Music Building, 1310 11th St. Santa Monica.     ▶예매하기 이은영 기자미주중앙일보 뮤지컬 창작뮤지컬 명곡 뮤지컬 작품 la 뮤지컬

2024-04-28

BBQ 치킨도 최저시급<20달러> 올린다

한인 유명 프렌차이즈 업체인 ‘BBQ 치킨’이 결국 최저시급을 인상키로 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근로자의 최저시급 ‘20달러’ 인상법(이하 AB1228)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그동안 이 업체는 매장 수 등을 근거로 AB1228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 3월29일자 A-1면〉   본지 확인 결과 BBQ치킨 미주법인(법인장 조셉 김)은 지난 23일 가맹점주들에게 최저시급 인상 관련 공문을 재발송했다.   공문에서 BBQ치킨 미주법인 측은 “(법에서 규정한) ‘제한된 서비스 레스토랑(Limited Service Restaurant)’이 60개가 되지 않지만, 서부의 모든 매장은 최저시급 인상을 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최저 시급을 인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어 조치를 취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국적으로 200개에 가까운 가맹점을 두고 있는 BBQ치킨 측은 법 시행에 앞서 지난달 가주 지역 가맹점주들에게 투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익스프레스’ 매장이 60개가 안 된다는 점을 들어 “BBQ치킨은 이 법안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운영 매뉴얼을 바꾸고 직원과 분쟁 시 중재 동의서 샘플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어 패스트푸드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치킨 주문 시 ‘15~20분’이 소요된다는 내용의 포스터도 매장에 붙일 것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했다.   BBQ치킨 한 가맹점주는 “혹시 몰라서 별도로 변호사들에게 문의했는데 본사 측 지침과 법률 해석이 다르더라”며 “언론 보도 등을 보니 본사가 노동청으로부터 확인도 안 한 상황이어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BBQ치킨 미주법인 측도 공문에서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공문에는 “법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률적 자문을 받아 내부적으로 확인된 결과를 안내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내용을 정부 기관으로부터 확인받아 안내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BBQ치킨 측은 공문에서 ▶가맹점주들의 혼란을 파악 ▶최소 6개월 내 오픈 예정인 매장들을 고려할 때 제한된 서비스 형태의 레스토랑은 향후 6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도록 원료육 제공 및 가격 인상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BBQ치킨 미주법인 김순옥 팀장은 25일 본지에 “업주들로부터 직원들의 퇴사가 많아 매장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어차피 매장 수가 늘어나면 최저 시급을 인상해야 하므로 공문을 발송하게 됐다”고 말했다.   BBQ치킨 측은 웹사이트(bbqchicken.com)에서 전국의 가맹점 위치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당초 웹사이트에서는 가맹점 중 투고 전문 형태의 매장인 ‘익스프레스’가 표기돼 있었으나, BBQ치킨 측은 최근 이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AB1228을 의식, 익스프레스 명칭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 팀장은 “이런 시기에 익스프레스 명칭을 빼서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법시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내부 검토 후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미국 시장에 맞는 이름을 새롭게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AB 1228 시행 전 BBQ치킨을 비롯한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다수의 한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저 시급 인상 여부로 혼란을 겪었다. 이후 BBQ치킨 미주법인의 법률 고문인 박수영 변호사(반스&손버그)는 당시 본지에 AB1228 면제 주장과 관련해 업주들 사이에 혼란이 일자 “본사가 관련 자료를 제공했지만, 결론적으로 임금 책정은 본사에서 하지 않는다”며 “가맹점주들에 대한 법률적 조언이나 권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최저시급 BBQ치킨 AB1228 20달러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장열 가맹점 박수영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노동청

2024-04-25

너싱홈서 실종 한인 사망…1천만불 소송

한인 시니어가 고급 너싱홈에 입주하자마자 하루 만에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돼 유가족이 주 정부와 요양 시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너싱홈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죽음을 초래했다며 1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오리건주 멀트노마카운티법원에 따르면 존 현 씨 등은 포틀랜드 인근 너싱홈인 ‘마운트 후드 시니어 리빙 퍼실리티’의 과실로 현기순(83)씨가 사망했다며 지난 17일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너싱홈뿐만 아니라 오리건주 복지부(ODHS), 요양 시설 교육 및 관리 업체인 아반트 시니어 하우징 매니저 등도 책임이 있다며 피고에 포함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3일에 발생했다. 소장에 따르면 치매를 앓고 있던 현씨는 이날 마운트 후드 너싱홈에 입주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어머니는 입주한 지 하루도 안 돼서 실종됐고 얼마 후 인근 지역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며 “너싱홈 측은 어머니의 실종 사실을 우리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실종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현씨가 발견된 곳은 너싱홈에서 불과 약 0.5마일(약 800야드) 떨어진 숲속이었다. 현씨가 발견된 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원고측은 소장에서 ▶너싱홈은 건물 출입구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고 ▶입주자에 대한 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소장에서 “우리가 이 시설을 선택했던 이유는 환자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첨단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은 입주 계약 시 우리에게 어머니가 안전할 것이라고 몇 번이나 안심시켰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주 정부와 관리 업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주 정부는 해당 너싱홈의 인력이 부족하고 직원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너싱홈 운영을 중단하거나 신규 입주자를 받지 못하도록 즉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너싱홈의 관리 시스템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역 신문인 OPB는 17일 요양 시설 조사 기관인 ‘오리건주 롱텀 케어 옴부즈맨(OLTCO)’의 보고서를 인용, “주 정부는 해당 너싱홈의 위험 신호를 계속 놓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OLTCO는 “해당 너싱홈이 현씨와 그 외 입주자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게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보고서에는 “현씨가 사망한 후에도 해당 요양원은 출입구를 제대로 잠그지 않고 있었다”며 “직원들은 필수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였고, 어떤 시니어는 음식이나 물을 제공받지못한 채 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너싱홈은 시니어 1인당 월 7000~9000달러를 받는 고가의 요양 시설로 알려져 있다.   유가족 중 한명인 존 현씨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죽음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며 “우리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지만, 오리건주 주민들을 위해 합당한 판결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ODHS측은 대변인을 통해 “유가족에게 유감을 표명한다”는 공식 입장만 밝혔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너싱홈 한인 사망 소송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오리건 포틀랜드 현기순 실종 과실 장열 유가족

2024-04-21

"티타임 브로커보다 방치한 LA시가 더 문제"

유명 골프 인플루언서인 데이브 핑크(사진)는 거침이 없다. 시원시원한 골프 스타일처럼 화법도 직설이다. 핑크는 LA지역 골프장에 만연한 티타임 브로커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인물이다. 본지는 핑크가 티타임 브로커를 마구 쏘아붙이는 영상을 맨 처음 보도하면서 불법 부킹 문제를 공론화했다. 〈본지 3월7일자 A-3면〉 LA시는 뒤늦게 티타임 브로커 활동 근절을 위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티타임 재판매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조례안 작성 추진, 티타임 예약 시 보증금(10달러)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핑크는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LA시를 향해 “게으르고 부패했다”고 일갈했다.   브로커 문제를 어떻게 알게 됐나.   “사실 이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골퍼들 사이에서 말이 돌았다. 그러던 중 얼마 전 골퍼 친구들이 LA시 한 골프장에서 티타임 예약 문제를 얘기했는데 그때 ‘브로커’가 있다는 말을 직접 듣게 됐다. 우리는 정보를 받아 카카오톡 앱을 다운로드 받았고, 이용자들만 볼 수 있는 골프장 티타임 스케줄을 발견하게 됐다.”   문제가 지속했던 이유는.   “진짜 문제는 브로커가 아니다. 브로커가 수년간 활동할 수 있게 허용한 LA시의 시스템이 문제다.”   LA시는 그동안 왜 미온적이었나.   “LA시는 시민을 위해 옳은 일이 무엇인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들에게 편리하고 돈이 된다는 이유로 시스템을 유지하기 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게으름과 부패(corruption)다. 어쨌든 티타임 예약이 다 차면 LA시 입장에서는 계속 돈을 벌지 않나. 또 한가지는 골프장 내 누군가가 브로커를 통해 뒷돈을 받고 이 일을 도왔을 거라 본다. 어느 쪽이 됐든 잘못됐다. 결국 시민들과 LA시 골프장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후에 움직이는 게 안타깝다.”   보증금 정책 등 대안을 내놨다.   “비합리적이다. 브로커들은 가격을 더 올리면 된다. LA시는 티타임 취소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LA시의 티타임 웹사이트 자체가 보안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총체적 실패작이다. 게다가 LA시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플레이어스 카드’는 LA시 주민뿐 아니라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허술한 시스템으로 LA시는 수십만 달러의 수입을 얻고 있다.”   다른 대안이 있나.   “간단하다. LA시티 골프 웹사이트를 폐지하고 LA지역 실거주자에게만 플레이어스 카드를 발급해야 한다. 그리고 ‘골프나우(www.golfnow.com)’ 처럼 공식 골프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브로커에 대한 수요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브로커 이용자들만이 브로커를 막을 수 있다. 그들을 더는 이용하지 않는다면 티타임 도용이 중단될 수 있다. 공공 골프장이다.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제발 브로커를 통해 티타임을 예약하지 말아달라.”     브로커와 직접 통화한 영상을 올렸는데.   “우리는 이미 3명의 브로커에 대한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모두 확보했다. 그들은 교회 인맥과 시니어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사기꾼이다. 국세청에 소득 신고도 안 했을 것이다. 곧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본다.”   브로커가 한인들이라서 한인 골퍼들까지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   “그래서 상황이 다소 복잡해지긴 했다. 어떤 골퍼들은 자신들이 한인이 아니라서 골프장 이용에 제약을 받고 차별을 받는다고 느꼈다. 그러나 소수의 잘못된 행동을 모두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 이 일은 인종과 아무 관련이 없다. 행여 한인을 비난한다면 정말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한인 골프 동호회 회원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문제는 절대 알려지지 못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브로커 문제는 광범위하다. 그래서 곳곳의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티타임 문제 해결을 위한 ‘프리 더 티(Free the Tee)’ 운동을 하려고 한다. 곧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는 사명이 있다. 나이,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골프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데이브 핑크는   LA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자신을 ‘열정적인 골퍼(passionate golfer)’로 소개했다. 20대 후반에 골프를 시작했다. 1년 만에 핸디캡이 없는 골퍼가 됐다. 핑크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골프를 쉽게 가르쳐주는 코치로 알려져 있다.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단순하고, 즐겁게 즐기는 골프를 추구한다. 현재 골프 훈련 기구 판매사인 ‘인피니티 로프 골프(Infinity Rope Golf)’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채널명은 ‘Dave Fink Golfs’다. 구독자는 20만 명이 넘는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티타임 브로커 데이브 핑크 LA 로스앤젤레스 골프 골프 티타임 티타임 브로커 LA시티골프 장열 미주중앙일보

2024-04-18

부끄러운 SM 광장…“우리도 돈 못 받아” 속출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복합 엔터테인먼트 건물인 ‘SMT LA’를 세우려다 공사비 미지급 혐의로 피소〈본지 4월17일자 A-1면〉된 가운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펍컨스트럭션 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 업체, 컨트랙터 등도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 설계사 스티브 김 대표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SM 측의 계속되는 요구로 설계도만 총 다섯번이 변경됐는데 우리는 그중 3번, 5번 설계를 담당했었다”며 “우리 업체도 수만 달러의 돈을 받지 못했고 현재 SMT LA 프로젝트에 얽힌 여러 업체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김대표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 역시 SM엔터테인먼트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SMT LA가 들어설 지역을 ‘SM엔터테인먼트 스퀘어(사진)’로 명명한 LA시도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건축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되면서 LA시가 세운 표지판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LA시는 지난 2020년에 SMT LA가 있는 6가와 옥스퍼드 애비뉴 교차로를 ‘SM 엔터테인먼트 스퀘어’로 명명했었다.    약 2년 후 LA시는 이곳에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였던 이수만 전 회장을 ‘한류와 글로벌 K팝 현상의 개척자’라고 소개하는 문구까지 넣어 정식 표지판도 세웠다. 한국 기업의 명칭이 들어간 것은 LA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인타운에 사는 크리스틴 조(33)씨는 “한인타운은 이미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타인종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 됐다”며 “SM 광장 표지판까지 붙어있는 곳인데 수년째 완공이 미뤄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스퀘어는 명칭뿐이다. 도면 허가도 제대로 받지 못해 공사 진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펜스 등이 설치된 채 수년째 방치됐다.   소송을 제기한 펍컨스트럭션의 존 박 현장 사무소장은 “SM 측은 지난해 1월 제3의 건설업체를 고용해 건물 앞 보도 개설 공사를 진행했었다”며 “보도를 철거하던 중에 프로젝트가 중단됐는데 당시 상태는 안전 문제로 인해 행인 등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계약상 내부 공사만 맡은 펍컨스트럭션 측은 소관이 아닌데도 위험성을 우려, SM 측에 대책 마련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 프로젝트 중단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경영권 문제가 불거진 시기와도 겹친다. 지난해 2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 현 경영진 간의 갈등이 격화됐고, 얼마 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러한 악재가 SMT LA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펍컨스트럭션 크리스 이 대표는 “경영권이 카카오로 넘어가면서 SMT LA 프로젝트는 사실상 전면 중단되다시피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공사비 등과 관련해 SM 측의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펍컨스트럭션 측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임에도 건물 보안 및 펜스 유지 비용 등을 감당하고 있다.   본지는 공사비 미지급 혐의와 프로젝트 진행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미주 지역 본부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17일 오후 5시 현재 공식 입장을 받지 못했다.   펍컨스트럭션 측은 소송 외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민원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미주 지역 업체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받는 부당함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SM 측은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업체에 계속 전가하는 등 갑질을 하면서 피해를 줬다”며 “SM 측의 무성의한 태도 등으로 한인 기업들이 더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정부에도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SM엔터테인먼트 SM 이수만 SM 피소 SM 소송 SM 광장 SM스퀘어 SMT 한인타운 로스앤젤레스 LA 캘리포니아 장열 미주중앙일보 LA시 6가 펍컨스트럭션 크리스 이 한인건설인협회 카카오 K팝 케이팝 한류

2024-04-17

SM엔터, 376만불 공사비 미지급 피소…한인타운 6가 건물 7년째 공사중

  LA한인타운 한복판에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건축하고자 했던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피소됐다.    소송 내용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등이 한인 시공 업체에 376만 달러 이상의 공사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LA카운티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바 지역 펍컨스트럭션이 SM 엔터테인먼트 USA와 자회사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디벨롭먼트 등을 상대로 ▶계약 위반 ▶부당 해고 ▶공사 기여자 담보권 행사 ▶장부상 채무 불이행 ▶잔액 미지급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본지 확인 결과 소장은 지난해 11월 LA카운티수피리어 법원에 접수됐다.     문제가 된 건물(사진)은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였던 이수만 전 회장이 지난 2013년에 400만 달러에 매입한 LA한인타운 6가와 옥스퍼드 애비뉴 코너의 2층(약 1만3000 스퀘어피트)짜리 상가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이 건물을 레스토랑, 노래방 등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SMT LA’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도면 등이 확정되지 않아 현재 프로젝트는 중단된 상태다.   소장에 따르면 펍컨스트럭션(변호인 마크 펠드먼)은 지난 2016년 6월 29일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디벨롭먼트와 SMT LA 시공 계약을 맺고 이듬해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계약 후 2023년 8월까지 시공을 위해 노동력, 건축 자재, 장비 등을 투입했다”며 “이후 피고 측의 전적인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음에도 SM 측은 공사 비용 지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소장과 함께 계약서, 시공 내용, 시공 스케줄 등의 증거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펍컨스트럭션은 SMT LA의 시공만 맡았다. 디자인, 설계, 엔지니어링 등은 SM엔터테인먼트 측이 따로 업체를 고용했다.   펍컨스트럭션 크리스 이 대표는 “시공을 계속 진행하려면 SM 측이 LA시와 협의하여 도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세부 사항이 수시로 변동됐다”며 “SM 측은 수정된 도면을 계속 허가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약 2년 5개월간 공사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펍컨스트럭션은 첫 계약 후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측과 다시 재계약(2019년 8월 16일)을 맺었다. 재계약은 SM엔터테인먼트 측 책임으로 인한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19년 11월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또다시 디자인 및 도면 등이 변경되면서 공사 지연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SM 측은) 원칙, 상식, 사실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공사 지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2020년 11월, 우리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사 이행 보증 증권(construction surety bond)’을 통해 공사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증 보험사 측은 시공 진행 상태를 감안, 다시 펍컨스트럭션에 일을 맡겼다. SM 측 동의하에 펍컨스트럭션은 다시 시공 프로젝트에 투입(2021년 8월 9일)됐다.   펍컨스트럭션이 다시 시공을 맡았지만, 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원고 측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시공 과정에서 35차례나 도면을 변경했다. 이 밖에도 공사 과정에서 문제점과 해결 사항 등을 요구하는 서면 제출(RFI) 200회 이상, 공사 내용 변경 요청(CO)만 100회 이상이다.   결국 지난해 5월 펍컨스트럭션과 보증 보험사 측은 공사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시공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도면을 35회나 바꾸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는 건축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임에도 펜스 유지 비용 등이 계속 지출되면서 피해가 가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공식 입장을 묻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미주 지역 핵심 관계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16일 오후 5시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펍컨스트럭션의 크리스 이 대표는 현재 가주한인건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EXO 등 세계적인 K팝 가수들을 배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지난 2023년 카카오에 의해 인수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한인타운 SM SMT 이수만 펍컨스트럭션 공사비 SM엔터테인먼트 장열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연예기획사 가주한인건설협회 크리스 이

2024-04-16

[중앙칼럼] 난리 통…어설픈 최저시급 인상법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가주 내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근로자의 최저시급 ‘20달러’ 인상법(이하 AB1228)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직전 한인 업계가 겪는 혼란을 보도했다. 한인 업주들은 이 법안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으레 맥도날드, 인앤아웃 등과 같은 거대 패스트푸드 업체만 해당할 거라고 여겼다.    알고 보니 ‘투고(To-Go)’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국에 60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 업체는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에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하느라 난리였다.   이 법은 허술하다. 일례로 한인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 치킨’의 대응을 보면 업주들이 AB1228 때문에 겪는 혼란을 엿볼 수 있다. BBQ 치킨은 전국에 200개에 가까운 가맹점을 두고 있다.   기사 보도 후 이 업체의 고문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변호사는 법에 해당하는 BBQ 치킨의 매장 형태가 60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즉, 투고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는 ‘익스프레스’ 매장만 세어 보면 ‘50여개’라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머지 두 가지 매장 형태(카페·치킨&비어)는 패스트푸드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셀 이유조차 없다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변호사의 법리적 해석일 뿐, 가주 노동청으로부터 면제 가능 여부는 확인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법은 사실 노동청도 정확한 시행 규정을 모른다. 웹사이트에 개괄적 내용만 소개됐을 뿐, BBQ 치킨처럼 저마다 여건이 다른 업체가 세부적인 적용 기준을 문의할 경우 답변을 못 하고 있다. 심지어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홀든 가주하원의원(민주)조차도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BQ치킨 측은 불안했는지 가맹점주들에게 슬쩍 공문을 발송했다.    운영 매뉴얼을 바꾸고 직원과 분쟁 시 중재 동의서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치킨 주문 시 ‘15~20분’이 소요된다는 내용의 포스터까지 매장에 붙일 것을 요구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방책일 터다. 물론 ‘15~20분’도 어떠한 법률적 근거를 통해 정해졌는지 불분명하다.   노동청으로부터 정확히 면제 확인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본사가 호언장담했다가 행여 나중에라도 AB1228에 저촉된다면 피해는 오로지 가맹점주의 몫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BBQ치킨 측 고문 변호사는 결국 본지에 “법률적 조언이나 권고는 아니다”라며 한 발을 뺐다.   BBQ 치킨뿐만 아니다. 주류의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 법을 두고 갈팡질팡했다.    모든 건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AB1228, 묵묵부답인 노동청, 무작정 서명부터 하고 본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성급한 결정 등이 빚어낸 촌극이다.   논란은 여전한데 이 법의 협의 배경이나 자세한 정보 등을 취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전미서비스노조(SEIU)를 비롯한 법안 협상 관계자들이 논의 내용 등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 비밀유지계약(NDA)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협상 당사자 외에는 이 법의 조항들이 어떠한 근거로 작성됐고 시행되는지 알 수 없다.   여파는 크다. 최저시급 인상은 단순하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4~5달러 인상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비용 측면에서 보면 인건비가 단숨에 3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업주들은 벌써 직원을 감축하거나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불가피한 조치를 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이 법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최저 시급이 ‘20달러’가 안되는 곳에서 일할 바엔 패스트푸드 업체로 이직하는 게 유리한데, 정작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해고, 근무 시간 단축, 무인화 등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직종의 노동자도 억울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AB1228을 빌미로 너도나도 최저시급 인상을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까지 우려된다.    가주는 현재 전국에서 실업률(5.3%)이 가장 높은 주다. 게다가 일자리 증가율도 크게 둔화했다.     AB1228의 취지는 좋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단, 내용이 너무나 허술하다. 어설픈 법 시행 때문에 곳곳은 난리 통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최저시급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BBQ치킨 AB1228 가주 캘리포니아 장열 노동청

2024-04-15

전 교인 5명 한인 교회, 교단<미국장로교PCUSA> 잘못 바로잡다

고령의 한인 교인들이 2년 넘게 거대 교단과 지난한 싸움을 벌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박기섭(87), 박경희(79)씨가 미국장로교(이하 PCUSA)에 그동안 줄기차게 읍소했던 건 “교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교단이 교회를 해산하고, 건물을 매각하려면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바위가 깨졌다. 이번 사건은 46년 역사의 알레타 지역 한양장로교회(1978년 설립) 해산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2022년 1월 9일이었다. 한인 1세대가 세운 이 교회에 당시 남아있던 교인은 단 5명뿐이었다. 담임목사도 은퇴했다. 영어로 소통이 어려운 70~80대 고령의 한인들만 남았다.   이 교회는 PCUSA 산하 샌퍼낸도 노회 소속이었다. 이날 노회는 교회 폐쇄를 위한 공동의회(교인 회의)를 개최했다. 교인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진행이었다.   그동안 통번역을 통해 교인들을 도운 구승철씨는 “공동의회는 당회 결정하에 정식으로 열어야 했는데 노회는 남은 교인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적법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진행했다”며 “아마 우리가 미국 교회였다면 노회가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이민자에게 교회는 피땀이 스민 곳이다. 월급의 일부를 떼서 힘겹게 헌금을 냈고, 이민 생활의 말 못할 고충을 신앙을 통해 위로받았던 안식처였다.   그러한 교회를 노회는 당회(장로들의 의결 기관)가 없고 소수의 교인만 남았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나 대안도 없이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몇 안 되는 교인들은 절차의 부당성을 언급하며 노회에 이 문제를 정식으로 항소(2022년 1월18일)했다. 미국 교단이기 때문에 영어 소통이 중요했다. 교인들은 과거 한양장로교회에 출석했던 구승철씨에게 통번역 등의 도움을 부탁했다.   노회는 항소를 일언지하에 기각했다. 항소 내용이 자세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구씨에게는 “한양장로교회 회원이 아니므로 항소인을 대리할 수 없다”며 통번역 역할의 자격까지 문제 삼았다.   구씨와 교인들은 노회의 상급 기관인 남가주하와이대회에 다시 한번 항소장을 제출(2022년 2월17일)했다. 대회 측 역시 “노회의 해산 결정을 동의한다”며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교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PCUSA 최상위 기관인 총회 사법전권위원회에 항소장(2022년 8월4일)을 제출했다.   PCUSA의 경우 건물을 포함, 교회 재산권이 교단에 있다. 지난 2014년 동성결혼 허용 정책에 반발, 교단 탈퇴를 결정했던 PCUSA 소속 교회들이 재산권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양장로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일방적으로 교회를 해산한 노회는 교인들이 총회에 항소한 상황임에도 건물을 매각(380만 달러)해버렸다.    그러자 총회 사법위원회는 이 문제를 달리 봤다. 항소장에 제기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총회는 ▶노회, 대회 측 주장과 달리 항소 내용이 모호하지 않고 ▶항소인들이 수차례 서면으로 구제 요청을 했으며 ▶과정을 보면 항소인의 주장을 무시했고 ▶노회와 대회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총회 사법전권위원회 브라이언 엘리슨 의장은 “노회나 대회는 청문회 기록도 없었다”며 “우리는 이 사건이 명백한 편견과 부정이 넘쳐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결국 총회는 지난 7일 판결문을 통해 노회 및 대회의 결정을 철회하고 향후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또한 한양장로교회 건물 매각 수익금을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동결하고 교회 해산 조치를 유보키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특히 소외되기 쉬운 소형 이민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44년간 한양장로교회를 다닌 박기섭 씨는 “워낙 소형 교회인 데다 남은 교인들이 나이도 많고 힘도 없지만, 우리의 작은 목소리도 전달이 됐다”며 “교단 내 잘못된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보호받지 못하는 교회가 있다면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PCUSA 미국장로교 한양장로교회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공동의회 교회 폐쇄

2024-04-11

MLB구단이 로컬 한복집에 전화 건 이유

황금색 한복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을 더욱 빛냈다.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 공식 개막전에서 파드리스 선수들이 김하성 선수와 구단 측이 선물한 맞춤 한복을 입어 화제가 됐다. 구단 로고와 각 선수의 번호가 박힌 이 한복은 LA한인타운에서 30년 넘게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화고전방의 로라 박 대표가 제작했다. 한국에서 귀국한 박 대표를 지난 2일 이화고전방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수개월 간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제야 말할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가 특별 제작한 한복은 총 37벌(선수 30명·스태프 7명)이다. 지난달 29일 돌아온 박 대표는 이 한복들을 선물포장함에 넣어 파드리스 구단 측에 정식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해 4월 중순이었다. 구단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당시 한복점에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지 못했다. 다행이었다. 아마 그때 받았다면 장난 전화로 여기고 끊었을 거다. 전화를 안 받으니까 구단 측에서 우리 딸의 소셜미디어로 연락했다. 정말 놀랐던 건 구단 측에서 미리 한복에 대한 조사를 다 끝낸 뒤 우리에게 연락했다는 점이었다.”   의뢰했던 이유는 뭐였나.   “3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에다가 한복 제작을 의뢰할 수도 있었는데 지역 업체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에서 우리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그동안 이곳의 한국 정부 기관들조차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미국 스포츠 구단에서 그렇게 로컬 업체를 신경 써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제작 과정은 어땠나.   “여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구단과 회의에는 지금 미시간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딸도 함께했다. 화상 회의만 수십번 한 것 같다. 한복 스타일부터 문양, 색상, 디자인 등을 세세하게 구단 측과 조율해가며 결정했다. 색상은 파드리스 구단의 팀컬러인 노란색을 강조하기 위해 황금빛으로 정했다.”   이번 한복의 특징은.   “올해가 용의 해 아닌가. 그래서 용 문양을 선택했다. 가슴 부근의 용 문양은 금박을 직접 두들겨서 찍는 방식을 택했다. 또 한복마다 선수들의 번호도 달았다. 그래서 김하성 선수 한복에는 ‘7’이 새겨져 있다. 목 안쪽 부분엔 파드리스 구단의 로고인 ‘SD’도 박았다.”   한복 사이즈는 어떻게 쟀나.   “서울시리즈 개막전에 맞춘 이벤트였기 때문에 모든 건 선수들 모르게 극비리에 진행돼야 했다. 심지어 한복 바느질 방에서 한복을 만드는 직원들조차 마지막까지 몰랐을 정도다. 구단에서는 우리에게 선수들의 키와 몸무게 정보만 줬다. 그래서 직접 구글 등을 통해 선수 한명씩 조사해가면서 제작해야 했다. 한복을 두루마기 스타일로 정한 배경에는 그런 이유도 있다. 두루마기는 외투라서 몸과 한복 사이에 약간의 여분이 있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한복 입은 선수들을 볼 때 어땠나.   “내가 이제 환갑이다. 그동안 한복점을 운영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먹고살기 위해 이 일을 한 것도 있지만, 한복 제작은 사명감, 애국심 같은 게 없으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30년 넘게 여성으로서 그런 마음을 갖고 일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한복을 입혔다는 그 사실만으로 위안이 되고 나 자신에게도 너무 자랑스럽다.”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봤나.   “온 가족이 다 같이 한국으로 가서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정말 뿌듯했다. 이번 한복 제작 프로젝트 내내 계속 받은 느낌은 파드리스 구단에서 한국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가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화상 회의 때도 그랬지만 구단 관계자들이 한복 디자인, 역사도 일일이 다 조사하고 이 일을 매우 진지하게, 마음을 다해 추진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화고전방은   지난 1993년 LA한인타운에서 문을 열었다. 로라 박 대표는 유학을 왔다가 한복점을 차렸다. 평안북도에서 옷을 만들고 종로 광장통에서 옷감 가게를 했던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박 대표는 30년 넘게 미주 지역에서 한복 보급에 앞장서왔다. 사비를 들여 한복 패션쇼도 진행한다. 이화고전방의 한복은 한인만 찾지 않는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한복 체험 프로그램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타인종에게까지 널리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이화고전방 샌디에이고 한복 제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장열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LA MLB 서울시리즈 로라 박 한복

2024-04-02

빵집부터 치킨까지 한인 업주들 대혼란

1일부터 가주 지역 패스트푸드 근로자의 최저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하는 법(AB 1228)이 한인 업주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AB1228의 적용 대상 기준이 난해한 탓에 상당수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들은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비상이다.   일례로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는 최근 가맹점주에게 공문을 보내 “뚜레쥬르는 전국적으로 60개 이상의 점포가 있어 법이 정의한 레스토랑에 해당한다”며 “가주 지역 점포는 AB1288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국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도 마찬가지다. LA지역에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는 앨런 황 대표는 “법안이 통과됐을 때 맥도널드 같은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만 적용되는 줄 알았다”며 “나중에 우리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주 가주 지역 가맹점주들이 화상 회의를 통해 다 같이 모여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AB1288 규정에 따라 패스트푸드 업종으로 분류된 업체들은 BBQ치킨, 본촌치킨, 요거트랜드, 투핸즈 핫도그, 모찌넛, 와바그릴, 플레임 브로일러 등 다수의 업체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부분 한인 업주들이 많은 업체다.   한국프랜차이즈 산업협회 미국지회(KFA USA)의 이요한 고문 변호사는 “패스트푸드 업체 적용 기준을 두고 현재 한인 업주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저시급이 20달러로 올라가면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샐러리를 받는 사무직 중 오버타임 면제 대상의 최저 샐러리 금액 역시 최저시급의 두배 이상인 8만3200달러로 인상돼 혼란이 가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주들은 최저 시급 인상이 가격 상승을 초래,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반응이다.   현재 LA인근에서 요거트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영준씨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요거트까지 이 법에 적용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최저 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하면 인건비가 단번에 30% 가까이 올라가는 건데 이는 사실상 정부가 업주들에게 비즈니스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AB1288 규정을 살펴보니 ▶가주를 포함, 전국에 60개 이상 매장이 있는 식당, 아이스크림, 커피, 보바, 프레첼, 도넛 등의 요식 관련 체인 ▶음식 주문 시 테이블 서비스가 없거나 일부 제한된 시설을 갖춘 경우 ▶투고 등을 통해 고객이 즉시 소비할 수 있는 음식, 음료를 제공할 경우 등에 부합하면 모두 적용 대상이다.   패스트푸드 분류 기준도 난해하다. 베이커리의 경우 예외 규정이 적용되려면 주방에서 밀가루 반죽을 통해 빵을 직접 생산하고, 오직 빵만 단독 메뉴로 판매하는 경우다. 게다가 ‘빵(bread)’의 정의는 빵을 식힌 후 무게를 쟀을 때 1개당 0.5 파운드 이상이어야 한다. 사실상 이러한 베이커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노동법 강지니 변호사는 “고용주뿐 아니라 혜택을 받게 될 직원조차도 법의 세부조항까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이 시행되더라도 한동안 명확한 해석을 찾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언론 기관 캘매터스도가주 정부가 이러한 혼란을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할지는 불분명하다고 28일 보도했다.   심지어 법안을 발의했던 크리스 홀든 가주하원의원(민주·41지구) 조차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매체는 “예외 조항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홀든 의원도 답을 못하고 있다”며 “변호사들도 각 프렌차이즈의 근무 시스템, 운영 상황 등 세부 조건에 따라 노동청에 법 적용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알려왔습니다〉  반스&손버그의 박수영 변호사는 29일자 본지 지면 기사에 명시됐던 'BBQ치킨'은 AB1228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알려왔습니다. BBQ치킨에 따르면 현재 전국 160여개 가맹점은 BBQ익스프레스, 카페, 치킨&비어 등 3가지 매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BBQ 익스프레스와 관련해서는 "'익스프레스'는 AB1228에서 규정하는 패스트푸드로 규정될 수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매장 수가 60개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단, 이러한 면제 주장에 대해 "가주노동청으로부터 확인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박 변호사는 "본사가 관련 자료를 제공했지만, 결론적으로 임금 책정은 본사에서 하지 않는다"며 "가맹점주들에 대한 법률적 조언이나 권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비비큐 치킨 BBQ 박수영 미주중앙일보 장열 로스앤젤레스 LA 패스트푸드 AB1228 프랜차이즈 BBQ익스프레스 개빈뉴섬 최저시급 20달러 가맹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KFA USA

2024-03-28

한미박물관 11년만에 또 원점

10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 한 한미박물관(이사장 장재민) 프로젝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는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하는 주민공청회가 21일(오늘) 진행된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LA시정부의 행정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디자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이사회가 검토한 새 건축 디자인은 단독 건물 형태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아파트+박물관’ 안을 포함해 디자인만 네 차례 이상 변경된 셈이다. 동시에 지난 2013년 4월 단독 건물로 짓겠다던 1차 디자인 발표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결정이다.   한미박물관 윤신애 사무국장은 20일 본지에 “2019년부터 건축비가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해 보다 현대적이고 간소화된 디자인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기존에 예상했던 3500만~4000만 달러의 비용으로는 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변경만 문제가 아니다. 한미박물관 측은 LA시정부와 행정적 문제로 프로젝트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박물관 측은 보도자료에서 “헤더 허트 10지구 시의원 및 법률적 문제를 담당하는 LA시 검찰과 조율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사회는 현재 무료 법률팀의 지원을 받아 이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어떤 부분을 조율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윤 사무국장은 “(해당 질문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만 밝혔다.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와 다름없다. 박물관 웹사이트(kanmuseum.org)도 폐쇄된 지 오래다. 가주 검찰 자료를 살펴보면 한미박물관 측은 관련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비영리 단체 등록도 여전히‘연체(delinquent)’ 상태로 표기(20일 기준)돼있다.   한미박물관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가주 검찰로부터 제출해야 할 서류가 연체됐다는 통보를 받고 누락 사실을 인지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2016년도 등 수차례에 걸쳐 국세청 세금보고 서류(IRS Form 990)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회 등록 상태가 ‘불완전(incomplete)’으로 표기돼 있었음에도 이를 수년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윤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말 누락 연도의 서류들과 650달러의 등록 비용을 제출했고 곧 수정될 것”이라며 “감사 기관으로 ‘최·김·박(Choi· Kim·Park LLP)’ 회계법인을 이용하는데 그쪽과 잘못된 소통으로 인해 발생한 행정상 실수”라고 해명했다.   한미박물관측의 갑작스러운 보도자료 배포는 21일 열리는 주민공청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한 시민 후원회’(가칭)는 21일(오늘) 오후 5시 30분 LA한국교육원(680 Wilshire Pl)에서 주민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는 한미박물관을 추진하던 초창기 시절 이사를 역임한 서동성 변호사, 전휘택 박사를 비롯한 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 등이 의견을 나눈다. 또 헤더 허트LA시의원 사무실 관계자, 지역사회 단체장 등을 비롯한 시민들도 참석한다.   공청회 진행을 맡은 크리스토퍼 이 건축가는 “현재의 이사회는 사실상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으며 투명하지 못한 재정 문제로 프로젝트 진행 자체가 불확실한 상태”라며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해 한인사회에서 잊히고 있는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의 활성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의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이사회의 운영 문제를 반영한다. 20일 현재 250여명이 서명을 마쳤고, 후원회 측은 1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한미박물관은 지난 1991년 당시 원로 건축가였던 데이비드 현 이사장을 중심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딸 수잔 안, 예비역 김영옥 대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새미 리 박사 등을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한인 사회의 숙원사업이다.   이후 LA시가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지를 거의 무상으로 장기임대(2013년)해주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때부터 프로젝트는 제자리걸음만 계속했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19일 보도자료에서 “지난 2015년 고 홍명기 회장과 장재민 이사장 등 현재의 이사회가 구성된 후 새로운 프로젝트로 추진됐다”며 “1990년대 초반에 진행됐던 ‘한미박물관’을 명칭으로 했던 사업과는 전혀 다른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은 이에 대해 “현 이사회가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의 지나온 역사를 왜 부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그 당시 수많은 한인이 힘을 모았고 그러한 맥락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업인데 이제 와서 다른 프로젝트라니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미박물관 헤더 허트 장재민 주민공청회 미주중앙일보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LA시 윤신애 민병용 한인사회

2024-03-20

구원과 직결된 행위…무슬림 한 달간 금욕 생활

종종 인간은 종교를 통해 육신의 본능을 제어한다. 이는 인간이 신에게 철저히 종속된 존재임을 인지하고, 육체의 쾌락을 통제해 신앙의 깊은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열심이다. 현재 무슬림은 이슬람의 성월인 라마단(3월 10일~4월 9일)을 보내고 있다. 이 기간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한다. 심지어 물도 마시지 않고 성관계 등 행동에도 철저한 금욕 생활을 감내한다. 과연 인간은 일시적인 금욕 행위를 통해 종교가 내포한 영원의 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무슬림들의 라마단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슬람의 토대는 코란이다. 천사 가브리엘은 예언자 무하마드에게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첫 계시를 줬다.   무슬림은 금식의 행위를 통해 이를 기념한다. 그 기간을 라마단(Ramadan)으로 일컫는다.   라마단은 ‘불에 탄다’는 의미다. ‘라미다(Ramida)’에서 파생했다. 이 기간에 금식을 통해 죄를 불에 태워 없애겠다는 종교적 다짐이 담겨있다.   개신교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 구원은 행함을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예수가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은 대속의 개념을 믿고 고백할 때 비로소 은혜로 받는 게 구원이다.   반면, 이슬람은 다르다. 믿음과 행함으로 살다가 마지막 심판의 날에 구원의 여부가 결정된다.     무슬림에게 믿음은 6가지다. 알라, 천사, 경전, 선지자, 숙명, 마지막 심판의 날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에 행함이 있어야 한다. 5가지다. 금식, 성지순례, 기도, 구제, 고백이다.   라마단은 행함의 요소 중 하나인 금식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단순한 금식, 금욕이 아니다. 그들에겐 구원과 직결된 행위다.   개신교는 이 기간 무슬림을 자극하는 행위 등 자제를 촉구한다. 그만큼 무슬림에겐 민감한 시기다.   가능하면 침도 삼키지 않고 향수 등도 뿌리지 않는다. 그 시간에 코란을 읽고, 기도에 매진한다. 욕구를 억제하고 알라를 더 깊이 아는데 모든 신경을 쏟아붓는다.   전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SBC) 산하 국제선교위원회(IMB)도 ‘기독교인이 라마단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IMB 마이크 에덴스 목사는 “개신교의 금식은 그리스도의 완성된 십자가 사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의 행위는 구원을 받는 데 있어 그 어떤 것도 더하지 못한다”며 “단, 무슬림에게 금식은 복종, 행위 등을 통해 (신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갈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에덴스 목사는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은 영적인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크리스천들은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영적인 것에 대해 대화할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측에서 대화의 기회로 삼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는 모욕을 당해도 같은 방법으로 모욕을 주지 않는다. 구제 행위를 중시하기 때문에 도와주고 용서하는 데 힘쓴다. 이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다른 종교를 존중할 줄 안다면 열린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율법 학자들이 정한다. 이슬람력 8월의 종료와 함께 새달의 개시를 알리는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측해 발표하면서 날짜가 정해진다. 즉, 라마단은 초승달이 떠오른 것이 확인되는 순간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한 달 뒤 초승달이 다시 떠오르면 라마단은 끝난다.     무슬림은 내부적으로 라마단 기간을 통해 결속을 다진다. 이 기간에는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이 금식을 추구한다. 형제애를 느끼고 모두가 알라 앞에서 평등하다는 의식을 되새긴다. LA한인타운내 버몬트 애비뉴 인근 이슬람 사원에도 라마단 기간 동안 수많은 무슬림이 드나드는 이유다.     이스라엘 정부조차도 라마단 기간을 인정한다.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 중심부에는 ‘황금 사원’이 있다. 이곳은 이슬람의 3대 성지중 하나다. 무슬림은 황금 사원 장소를 무하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라마단 기간만 되면 수십만 명의 무슬림이 황금 사원을 찾는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라마단 기간 무슬림 기도자들의 방문을 허용키로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황금 사원 주변에 수천 명의 경찰도 배치했다. 전시 중에 자칫 이슬람의 성지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동의 화약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 라켈라 카람손 대변인은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내 모든 장소에서 종교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라마단의 마지막 날은 ‘Eid al Fitr(이드 알 피트르)’라고 불린다. 금식을 끝내며 축제를 벌이는 날이다. 이날은 무슬림에게는 종교적 명절과 같다.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무슬림 공동체만의 기쁨을 누린다.   반면, 라마단은 올해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과 일부 겹쳤다.   김종일 아신대(ACTS) 중동 연구 교수는 칼럼을 통해 “라마단은 전 세계 십수억 명이 넘는 무슬림의 명절 기간”이라며 “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며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 없이는 지혜롭고 올바른 복음 전파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한편, 세계기독교연구센터(CSGC)에 따르면 무슬림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에 이른다. 세계 전체 인구의 약 25% 정도다. 오는 2050년에는 28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퓨리서치센터도 2010~2050년 사이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무려 73%로 크리스천 증가율(35%)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무슬림 라마단 금식 구원 금욕 사순절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종교 이슬람 이슬람 사원

2024-03-11

희비 엇갈리는 한인 후보들…3위로 내려앉은 후보도

지난 5일 실시된 예비선거의 개표가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한인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연방하원 47지구에 선거에 나선 데이브 민(민주) 후보는 10일 현재 72% 이상 개표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득표율 25.7%(3만9080표)로 2위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파란을 일으키며 1위를 차지한 스콧 보(공화·득표율 32.8%) 후보와 오는 11월 본 선거에서 맞붙게 된다.   민 후보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오렌지카운티 주민들을 위해 하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상대 후보가 내세우는 트럼프의 MAGA 정치를 거부하며 우리의 목소리가 워싱턴DC에서 더 크게 들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연방하원 34지구에 출마한 데이비드 김(민주) 후보는 득표율 26.02%로 2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본선 진출을 확정, 현직인 지미고메즈 의원과 맞붙는다. 대신 전략 수립을 위해 개표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만약 고메즈 의원이 50% 미만으로 득표하게 되면 본선에서 우리가 이길 확률은 더 높아진다”며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분위기라서 본선 때까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고 통화하며 표심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주하원 54지구에 출마한 존 이(민주) 후보도 본선 진출을 예상하고 있지만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 후보는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2위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며 “선거 자금은 상대 후보보다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했다.   반면, 개표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후보도 있다.   LA카운티법원 39호 판사 선거에 나선 제이콥 이 검사는 개표 초반 2위를 달리다가 현재 3위(득표율 27.8%)로 내려앉았다. 단, 2위 후보와 1% 내외의 차이를 보여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패배를 인정한 후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가주하원 44지구에 출마했던 에드 한(민주) 후보는 개표율이 65%에 이른 가운데 3위(득표율 16%)로 선전했지만, 패배를 받아들였다.   한 후보는 “그래도 예상보다 많은 표를 받아 너무 감사하다”며 “일단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주 상원 25지구에 출마한 최태호(민주) 후보 역시 패배를 인정했다.   최 후보는 “80세를 넘어섰지만 내 인생에 ‘스톱(stop)’이란 없다”며 “주류에 진출한 후배 정치인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셸 스틸 박(연방하원 45지구), 영 김(연방하원 40지구) 의원 등은 일찌감치 1위를 기록했고, 그레이스 유(LA 10지구) 후보도 2위로 사실상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LA 12지구 선거에 나선 존 이 시의원은 득표율 63%로 본선 없이 이미 당선을 확정 지었다.   한편, 가주총무처는 내달 12일까지 개표를 완료하고 결과를 인증해야 한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개표 연방하원 47지구 한인 후보 예비선거 미주중앙일보 장열 LA 로스앤젤레스 존 이 데이비드 김 그레이스 유 지미 고메즈

2024-03-10

초기 이민자 애환 서린 스왑밋이 저문다

‘스왑밋(swapmeet)’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그곳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치열하게 살았던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역사가 녹아있다.   스왑밋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 수년 사이 유니언 스왑밋(LA), 알파인 스왑밋(토런스), 사우구스 스왑밋(샌타클라리타), 피에스타 스왑밋(사우스 LA), 서니사이드 스왑밋(프레즈노) 등 유명 재래시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LA타임스는 40년 가까이 운영된 LA지역 유명 스왑밋인 슬라우슨 수퍼몰의 한인 업주들에게 마지막 챕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스왑밋의 많은 업주가 은퇴를 앞두고 있고 고객층이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스왑밋도 쇠퇴하고 있다”며 “업주들은 그동안 스왑밋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자녀의 학비 등을 마련했지만, 자녀 세대는 그 자리를 이어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도 8일 이 스왑밋을 찾아가 업주들을 만나봤다. 스왑밋은 80년대 한인 이민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슬라우슨 스왑밋은 지난 1985년에 개장했다.   1988년부터 이곳에서 신발 등을 포함한 가죽 제품 등을 판매해온 크리스틴 나 사장은 올해로 65세가 됐다. 나 사장은 “이곳에서 돈을 벌어 집도 사고 애들도 잘 키웠다"며 “예전보다 스왑밋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서 2~3년 후에 은퇴하려고 생각 중인데 나에게는 이민 생활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약 120개의 업소가 있다. 이중 한인 업주들이 운영하는 곳은 80여개다. 이곳에는 각종 한식을 파는 작은 한식당도 있다. 그만큼 한인 이민자들의 일상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곳이다.   슬라우슨 스왑밋의 업주들은 4.29 폭동(1992년)의 역사도 거쳐 갔다. 당시 한인 이민자 중심으로 운영됐던 이 스왑밋을 함께 지켰던 건 흑인들이었다.   나 사장은 “그때 이곳도 3주 가까이 문을 닫았었다”며 “한인 업주들과 흑인 경비원 10여명이 스왑밋에 남아 지켜줬는데 폭동은 너무나 큰 아픔이지만 그들 때문에 이곳을 지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인 업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이민자의 삶이 생생하게 스며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티모시 정(75) 사장은 “공항에서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이민 생활이 정해진다는 말이 맞다”고 했다.   정 사장은 “1983년에 미국으로 왔는데 당시 공항에 픽업하러 나온 친구로 인해 스왑밋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며 “그동안 쉬는 날 없이 일만 했는데 아들 둘은 약사와 바이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게를 물려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라우슨 스왑밋도 한때 전성기가 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차할 곳이 모자라 고객들이 인근 교회 주차장을 이용할 만큼 북적였다.   다른 스왑밋에 비하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래도 상황은 낫지만 예전만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젊은 층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개발 붐으로 인한 건물 철거 등으로 스왑밋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민자에게 스왑밋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한 고된 삶의 현장이었다. 이민생활의 희로애락이 배어있다.   지금은 철거된 유니언 스왑밋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이해진씨는 “한인과 라틴계 등 수많은 이들이 스왑밋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며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며 “스왑밋이 쇠퇴하는 것을 보니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왑밋에는 한인들의 이민사가 있다. 치열했던 그들의 이민 생활은 이제 추억으로 저물고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스왑밋 슬라우슨 스왑밋 이민 생활 이민자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미주중앙일보 아메리칸 드림 한인 슬라우슨 수퍼몰 80년대

2024-03-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