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업종 변화…식당 다양해지고 전문직은 더욱 세분화
[시대별 업소록 주력 업종]
한식서 탈피 식종류 다변화
노동집약 업소 줄고 전문화
업계도 디지털 시대 반영해
다양해진 입맛 식당이 반영
가장 큰 변화는 요식 업종이다. 70년대에만 해도 한식·중식·일식에, 샌드위치나 햄버거 숍 위주였지만 50년이 흐르는 동안 식당 종류는 다양해졌고 규모도 커졌다.
한 예로 1973년 업소록을 보면 영어 구사가 어려운 초창기 이민자들이 비교적 안정된 수업을 얻을 수 있었던 샌드위치/스낵숍/요거트/아이스크림 업소가 92개나 됐다. 그러나 2022년은 38% 감소한 57개만 남았다.
반면 5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식당들이 대거 생겨났다. 타코 등 멕시코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18개나 수록됐고, 쌀국수 등을 판매하는 베트남 음식점은 46개나 됐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31개, 타이 레스토랑은 7개가 각각 추가됐다. 스테이크 등 아메리칸 스타일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188개나 된다.
케이터링, 도시락배달, 분식점을 포함한 한식당의 경우 1973년의 경우 276개였으나 2022년에는 2배가 넘는 500개로 집계됐다. 일식당은 82개에서 무려 4배가 넘는 449개가 운영 중이며, 중식당은 87개에서 102개가 됐다. 일식당의 경우 활어/횟집 18개까지 추가하면 467개다.
카페/경양식 업소는 주점까지 포함해 243개로 파악됐다. 코리안 바비큐 업소는 88개로 이 역시 1973년도 업소록에서는 볼 수 없던 식당 종류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을 흔들고 있는 K팝과 K드라마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전통 음식 업종인 떡집은 감소했다. 1973년 54개에 달했던 떡집은 줄줄이 문을 닫고 20개만 남았다. 이러한 트렌드에 끌려 안타깝게 사라진 명소도 있다. 바로 LA한인타운의 명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던 올림픽 길 ‘김방앗간(상호명 김방아)’이다. 서울 국제공원 남쪽에 위치했던 김방앗간은 고 김명한씨가 1969년 웨스턴 길에 처음 문을 연 뒤 1973년 올림픽 가로 옮겨 반세기 동안 한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사랑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손자가 운영했지만 2000년 이후 치열한 경쟁과 세대교체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2018년 건물이 개발자에게 팔리면서 문을 닫았다.
세분화된 전문직종
지난 50년에 걸쳐 보여준 업종 변화는 전문직의 대거 등장이다.
공인 세무사와 공인 회계사 사무실은 55개, 399개로 1973년 대비 각각 2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의 경우 59개에서 258개로 늘었다. 무엇보다 50년 전에 볼 수 없었던 금융 관련 서비스 기관이 생겨났다. 분야를 보면 ▶금융/재정 컨설팅(10개) ▶재정관리/상담(49개) ▶융자/모기지 서비스(149개) ▶증권/주식/펀드(22개) ▶투자/투자 상담(23개) 등이다. 카드페이먼트/머천트 서비스(53개)와 크레딧교정(7개) 업소도 생겼다.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245개에서 478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50년 전엔 전무했던 법정 통역은 16개가 있고, 법무사도 47개나 생겼으며, 법률사무소와 법률 컨설팅은 각각 47개, 10개나 된다. 반면 비자/이민/유학상담소는 104개에서 31개로 3분의 2가 줄었다.
의료 분야의 경우 규모 외에도 치료 분야가 세분돼 한인들의 필요를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암 전문의가 등장했다. 총 14곳이 운영 중이다. 산모 케어/산후조리원도 9곳이 생겨났으며 대체의학(9개), 신경외과(3개)도 새롭게 추가됐다.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시니어들을 위한 양로원이 무려 32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노인과/양로병원으로 6개에서 68개로 늘어나며 무려 1033%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경 치과 역사 2곳에서 22곳으로 늘어 1000% 증가율을 보였으며, 성형/레이저/미용수술 분야는 12개에서 89개(증가율 642%)가 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라이프 트렌드의 변화도 드러냈는데, 동물병원/수의사가 39곳에서 76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외 ▶발전문의(8→27개) ▶보철 치과(8→40개) ▶비뇨기과(5→9개) ▶소아치과(4→35개) ▶신경정신과(7→15개) ▶이비인후과(4→15개) ▶약국(71→155개) 등 전반적으로 발전한 모습이다.
사라지는 낚시·카바레·세탁소
시대와 함께 사라진 업종은 ‘원아워포토숍’으로 불리던 사진 현상 업소다. 203개 중 다 문을 닫고 1개만 남아 있다. 각종 운동 관련 업종들도 변했다. 하이킹/등산/캠핑용품 판매점도 89개에서 1개만 남았으며, 당구장/기원도 32개에서 2개로, 낚시점은 89개에서 9개로 축소됐다. 반면 골프장/골프연습장은 67개가 생겨났으며 골프학원도 12곳이 등장했다. 사격장(2개), 볼링장(6개), 스노보드/스키용품점(3개), 스쿠버/수중장비판매(3개)도 새로 등장한 스포츠 업종이다.
한인타운의 밤 문화를 주도했던 나이트클럽/카바레는 62개에서 6개만 남았고, 게임/DVD/비디오 대여점도 122개에서 12개만 운영 중이다.
의류도매/텍스타일/패턴 관련 업소는 418개에서 32개만 남아 LA다운타운의 의류도매업에도 변화가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의 명맥을 유지하는 업종이 있다.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했던 가발 수입/도소매업이 대표적으로, 1973년 업소록에서는 40개였지만 2022년에는 45개가 됐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가발업의 경우 오랜 기간 종사하면서 한인들이 전문성을 키운 업종”이라며 “초창기에는 수입에 의존해 판매만 했다면 지금은 제작과 도매업계를 주도해 안정적인 업종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복점도 50년간 유지하고 있는 업종이다. 업소 개수도 11개에서 10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풀러턴에 있는 곽스한복의 곽현정씨는 “팬데믹 기간동안 결혼식이 줄어 많이 힘들었지만 가을에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회복하고 있다”며 “전과 비교해 전반적인 한복 수요가 줄었지만, 한복 판매보단 대여가 많이 늘어나 다른 구조의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 관련 업종 역시 50년 전과 비슷한 규모인 144개가 운영 중이다. 디지털 시대이지만 명함, 달력 등 종이 매체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LA에 있는 나이스프린팅의 김석현씨는 “전보다 수요와 일감이 줄었다”며 “꾸준한 수요(카탈로그 등) 덕에 유지하고 있지만 나아지진 않는 것 같다. 웹사이트가 보편화하면 종이 매체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장연화·우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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