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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시칠리아 사람들의 에트나 화산 공생기

지난 주 이탈리아 시칠리아 북동쪽에 있는 유럽 최대 활화산 에트나에 다녀왔다. 고도 2500m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 접하는 굉음은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눈앞에 펼쳐진 검은 바위와 잿더미는 마치 낯선 행성 광경 같았다. 거대한 괴물이 그 속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듯했다. 굉음이 오는 방향을 찾아 시선을 위로 돌리자 화산 정상 부근 분화구에서 검은 연기와 재가 격렬한 기세로 끊임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시칠리아 제2의 도시 카타니아에 도착한 직후, 에트나산 4개의 주 분화구 중 보라기네(Voragine) 분화구가 4년의 침묵을 깨고 분출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스에서는 시뻘건 용암이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산골짜기 수 백 m를 타고 흘러내리는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카타니아는 분화구에서 차로 50분쯤 걸리는 꽤 떨어진 곳이지만, 차도와 인도는 물론 숙소 테라스까지 온통 검은 모래 같은 재로 뒤덮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화구를 보러 갈지 말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지인들의 일상은 전혀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 식당 종업원들은 파스타 알라 노르마 등 대표적인 시칠리아 메뉴를 추천해주며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맞았고, 장터 상인은 1㎏에 3유로씩 하는 납작복숭아를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몇 알을 덤으로 주는 인심과 여유를 보였다. 도시 어디서나 눈에 보이는 에트나산이 용암을 내뿜든 말든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발 3350m인 에트나산의 분화 기록은 기원전 425년부터 남아 있다. 지구상 1500여개의 활화산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17세기에는 유난히 격렬했던 분출로 카타니아 성벽까지 용암이 흘러내려왔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20세기 들어서도 여러 차례 위협적 폭발이 있었다. 용암으로 많은 주민이 사망하거나 다치기도 했다. 2001년 한해에는 16번이나 분출했다고 한다. 그래도 시칠리아 주민들은 그 산을 ‘마마 에트나’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화산 덕분에 농산물이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이 가능하다며 감사해 하고 있다.   에트나산의 경이로움을 목격한 날, 산이 보이는 야외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어둑어둑해진 밤하늘 아래, 저 멀리 산에서 붉은 실선 같은 것이 선명하게 번쩍였다. 놀라서 웨이터에게 물었더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에트나는 늘 그래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식탁 위 물잔을 채워줬다. 위험한 자연과 의연한 인간은 그렇게 공생하고 있었다. 안착히 / 한국 글로벌협력팀장글로벌 아이 시칠리아 공생기 화산 공생기 시칠리아 주민들 이탈리아 시칠리아

2024-07-24

[삶의 뜨락에서] 생우안락(生于安樂)

생우안락(生于安樂)이란 말이 있습니다. 삶이 너무 평안하면 위험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으면 평안해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물에 살살 열을 가해도 개구리는 도망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물이 끓어 죽을 때까지 개구리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AD 79년 8월 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폼페이에 살던 많은 시민이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시에 살던 부자, 귀족, 상류계급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 전조증상이 있을 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가볍게 도망했지만, 부자나 귀족들은 가진 재산이 아까워서 지금 잘살고 있는 환경을 버리기가 아까워 도망갈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한국전쟁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 재산을 버릴 수가 없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거나 늙은 부모님들에게 집을 지키라고 남겨두고 떠나온 사람은 재산과 부모님을 모두 잃었습니다.     해리스라는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을 때 조심하라. 살찐 돼지는 운이 나쁜 것이다.” 그렇습니다. 주인이 잔치할 때 살찐 돼지가 제일 먼저 희생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럼 왜 러시아가 그 옆의 나라들이 많은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살찐 돼지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곡창지대이고 기후가 다른 나라보다 좋고 흑해라는 바다를 끼고 있고 그 밖의 좋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기후와 땅이 좋지 않은 외몽고를 두고 내몽고를 침략하여 먹어버린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삶이 너무 평안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줄리어스 시저가 전쟁을 할 때 프랑스나 스페인을 먼저 침략하고 북부 독일을 치면 어떻냐고 하니, 이 춥고 거친 땅을 가지기 위하여 로마군의 희생을 해야 한단 말이냐고 거절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왕 전쟁하려면 기후가 좋고 비옥하고 환경이 좋은 땅을 침공하지 거칠고 추운 땅을 침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 땅을 먹으려고 전쟁을 한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칭기즈칸,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했지만 그 땅을 영원히 가지려고 한 전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땅, 기후가 좋고 생산이 좋은 나라는 외적에게 침략당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폴란드가 그렇고 오스트리아가 그렇고 한국이 그렇고 스페인이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은 많이 발전되고 살기 좋은 나라로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한국을 방문한 사람은 서울을 칭찬하기에 입의 침이 마를 정도입니다. 이것은 서울에 와서 살았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지만, 서울을 먹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할까요. 두말할 것 없는 백두혈통입니다. 그런데 많은 전략가는 북한은 무기도 없고 탱크에 넣을 기름도 없어서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장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20마일만 남쪽으로 쳐내려 가면 한국군이 쌓아 놓은 무기도 많고 파주에만 가면 주유소마다 기름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물이 따뜻하게 데워져도 걱정 없이 누워 있는 개구리가 아닐까요.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베수비오 화산 부자 귀족

2022-08-05

[삶의 뜨락에서] 생우안락(生于安樂)

생우안락(生于安樂)이란 말이 있습니다. 삶이 너무 평안하면 위험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으면 평안해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물에 살살 열을 가해도 개구리는 도망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물이 끓어 죽을 때까지 개구리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AD 79년 8월 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폼페이에 살던 많은 시민이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시에 살던 부자, 귀족, 상류계급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 전조증상이 있을 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가볍게 도망했지만, 부자나 귀족들은 가진 재산이 아까워서 지금 잘살고 있는 환경을 버리기가 아까워 도망갈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한국전쟁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재산이 많은 사람은 그 재산을 버릴 수가 없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거나 늙은 부모님들에게 집을 지키라고 남겨두고 떠나온 사람은 재산과 부모님을 모두 잃었습니다.     해리스라는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을 때 조심하라. 살찐 돼지는 운이 나쁜 것이다.” 그렇습니다. 주인이 잔치할 때 살찐 돼지가 제일 먼저 희생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럼 왜 러시아가 그 옆의 나라들이 많은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살찐 돼지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곡창지대이고 기후가 다른 나라보다 좋고 흑해라는 바다를 끼고 있고 그 밖의 좋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왕 전쟁하려면 살찐 돼지를 잡아야지 북쪽의 거친 땅을 가지려고 전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도 기후와 땅이 좋지 않은 외몽고를 두고 내몽고를 침략하여 먹어버린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살찐 돼지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이 너무 평안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줄리어스 시저가 전쟁을 할 때 프랑스나 스페인을 먼저 침략하고 북부 독일을 치면 어떻냐고 하니, 이 춥고 거친 땅을 가지기 위하여 로마군의 희생을 해야 한단 말이냐고 거절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왕 전쟁하려면 기후가 좋고 비옥하고 환경이 좋은 땅을 침공하지 거칠고 추운 땅을 침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 땅을 먹으려고 전쟁을 한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칭기즈칸,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했지만 그 땅을 영원히 가지려고 한 전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땅, 기후가 좋고 생산이 좋은 나라는 외적에게 침략당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폴란드가 그렇고 오스트리아가 그렇고 한국이 그렇고 스페인이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은 많이 발전되고 살기 좋은 나라로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한국을 방문한 사람은 서울을 칭찬하기에 입의 침이 마를 정도입니다. 이것은 서울에 와서 살았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지만, 서울을 먹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할까요. 두말할 것 없는 백두혈통입니다. 그런데 많은 전략가는 북한은 무기도 없고 탱크에 넣을 기름도 없어서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장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20마일만 남쪽으로 쳐내려 가면 한국군이 쌓아 놓은 무기도 많고 파주에만 가면 주유소마다 기름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물이 따뜻하게 데워져도 걱정 없이 누워 있는 개구리가 아닐까요.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베수비오 화산 부자 귀족

2022-08-04

[이 아침에] 마음속 ‘공간’ 만들기

바람에 담겨오는 유월의 신록 냄새가 뜰을 가득 채운다. 잠시 쉬어가도 좋으리라. 눈을 감으며 마음을 비워본다.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며 가방을 꾸렸다. 늘 똑같은 일상으로 잔잔하던 가슴에 파문이 일렁였다. 처음엔 간편하게 작은 가방을 선택했지만 방문하는 세 나라가 위도의 차이로 날씨 변화가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지역이기에 여러 가방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야 했다.     뉴질랜드를 관광하는 중이었다. 웅장한 산맥과 화산, 짙푸른 우림과 초원의 다채로운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마구 빼앗아 갔다. 환경 오염도 없고 풍광이 빼어난 그곳에서 여유작작하게 노니는 소들을 보며 일상에서 조였던 긴장의 끈을 늦추고 있을 때였다.       가이드가 그 지역의 특성을 설명한 후 기념품 매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의 특산물은 지구촌에서 한 군데 밖에 없다면서 진지하게 소개했다.  “이것은 산양의 태반으로 만든 화장품으로 피부암을 방지하는 특효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블루베리로 만들어 눈에 좋고요, 이 나라에는 안경을 쓰는 어린이가 없습니다.”   시력이 나쁜 나는 눈에 좋다는 말에 귀가 번쩍 열리며 솔깃했다. 언제 또 오겠느냐는 가이드의 설득 어린 말에 어느새 그 상품을 집어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물건을 건네 받은 후에 내 마음 한편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물건을 담아 가지고 갈 가방의 공간 여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꾸겨 넣어 보리라. 다음 장소에서는 더는 물건을 사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이동하는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관목인 마누카꽃을 가리키며 가이드의 목소리 볼륨이 높아졌다.   “이 꿀은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약효가 있습니다. UMF 10등급으로 식품 이상의 약품으로 인정받습니다.”   내 귀가 얇은 걸까? 그 말에 또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마음이 밀고 당기는 갈등이 일어났다. ‘아니야.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수고하는 여러 사람과 가족을 위해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해. 기왕이면 면세 혜택도 받고 효능 좋은 특산물을 사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어쩌나! 그 물건을 넣을 가방에 공간이 없었다. 들어갈 여백이 없다는 사실은 마음의 넉넉함을 빼앗았다.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공간의 여유를 없앤다는 사실을 몰랐다. ‘새로 구매한 물건을 담기 위해 새 가방까지 사야 하나?’ 고민하는데 이번 여행에 동행한 부부가 새 가방을 사서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듯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여유의 느낌은 공간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는 욕심도 여유를 빼앗아 간다. 이제 거미줄처럼 뒤얽힌 머릿속을 비우려 한다. 생각을 비울 때 판단을 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비우는 훈련을 해야겠다. 컴퓨터 내부 구조와 같은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 디스크의 저장 용량을 확인하듯이, 내 삶 속에서도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마음속 공간 공간 여부 마음 한편 산맥과 화산

2022-06-22

[이 아침에] 마음속 ‘공간’ 만들기

바람에 담겨오는 유월의 신록 냄새가 뜰을 가득 채운다. 잠시 쉬어가도 좋으리라. 눈을 감으며 마음을 비워본다.   미지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설레며 가방을 꾸렸다. 늘 똑같은 일상으로 잔잔하던 가슴에 파문이 일렁였다. 처음엔 간편하게 작은 가방을 선택했지만 방문하는 세 나라가 위도의 차이로 날씨 변화가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지역이기에 여러 가방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야 했다.     뉴질랜드를 관광하는 중이었다. 웅장한 산맥과 화산, 짙푸른 우림과 초원의 다채로운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마구 빼앗아 갔다. 환경 오염도 없고 풍광이 빼어난 그곳에서 여유작작하게 노니는 소들을 보며 일상에서 조였던 긴장의 끈을 늦추고 있을 때였다.       가이드가 그 지역의 특성을 설명한 후 기념품 매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의 특산물은 지구촌에서 한 군데 밖에 없다면서 진지하게 소개했다.  “이것은 산양의 태반으로 만든 화장품으로 피부암을 방지하는 특효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블루베리로 만들어 눈에 좋고요, 이 나라에는 안경을 쓰는 어린이가 없습니다.”   시력이 나쁜 나는 눈에 좋다는 말에 귀가 번쩍 열리며 솔깃했다. 언제 또 오겠느냐는 가이드의 설득 어린 말에 어느새 그 상품을 집어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물건을 건네 받은 후에 내 마음 한편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물건을 담아 가지고 갈 가방의 공간 여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꾸겨 넣어 보리라. 다음 장소에서는 더는 물건을 사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이동하는 길가에 피어있는 야생관목인 마누카꽃을 가리키며 가이드의 목소리 볼륨이 높아졌다.     “이 꿀은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약효가 있습니다. UMF 10등급으로 식품 이상의 약품으로 인정받습니다.”     내 귀가 얇은 걸까? 그 말에 또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마음이 밀고 당기는 갈등이 일어났다. ‘아니야.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수고하는 여러 사람과 가족을 위해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해. 기왕이면 면세 혜택도 받고 효능 좋은 특산물을 사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어쩌나! 그 물건을 넣을 가방에 공간이 없었다. 들어갈 여백이 없다는 사실은 마음의 넉넉함을 빼앗았다.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공간의 여유를 없앤다는 사실을 몰랐다. ‘새로 구매한 물건을 담기 위해 새 가방까지 사야 하나?’ 고민하는데 이번 여행에 동행한 부부가 새 가방을 사서 계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듯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여유의 느낌은 공간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는 욕심도 여유를 빼앗아 간다. 이제 거미줄처럼 뒤얽힌 머릿속을 비우려 한다. 생각을 비울 때 판단을 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비우는 훈련을 해야겠다. 컴퓨터 내부 구조와 같은 복잡다단한 삶 속에서 디스크의 저장 용량을 확인하듯이, 내 삶 속에서도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마음속 공간 공간 여부 마음 한편 산맥과 화산

2022-06-19

[삶의 뜨락에서] 재난을 다스려 관광자원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기 2

버스에 앉아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를 보면서 ‘왜 저 넓은 땅을 놀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부모로부터 토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한국인은 저 땅을 개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땅은 Cold Desert, 아깝게 보이지만 쓸모없는, 버려진 대지다. 자세히 보니 작은 봉우리처럼 약간 떠 있는 땅이 많았다. 가이드는 겨우내 얼어 부풀었다가 봄이 돼 녹아도 공기가 빠지지 않아 작은 능선처럼 보인다고 했다.     곳곳에 용암이 흘러내려 생긴 바위(Lava rocks)가 있고 그 위에 이끼(Moss)가 붙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 지역의 화산 바위에 손도 못 대게 한다. 아이슬란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유를 알았다. 작물이 크기 위해서는 강한 햇볕과 물이 필요한데 물은 많으나 여름이 짧고, 열매를 키우는 온도가 없다. 5월에 눈이 녹기 시작하지만 7~8월 한여름이 되어도 60도 이상 올라가지 못한 데다 비가 많아 과실수나 감자, 옥수수 등 곡식을 키울 수 없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이 풀을 재배해 말이나 양, 소를 키우고 건초를 만들어 겨울에 대비하는 것이다. 밭을 가꿀 수 없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한다. 그 넓은 땅을 놀리고 싶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토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가 보지 못했지만 캐나다의 Newfoundland, Green Land, 알래스카의 툰드라, 남극도 불모의 땅일 것이다. 베트남 여행 중 하노이 일대에서 벼를 이모작 하는 것을 보았고, 메콩 삼각주 지역은 삼모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더운 지방이 추운 나라보다 먹고 살기에 낫겠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슬란드는 눈과 얼음, 강풍, 혹한, 화산, 어둠, 지진의 섬이다. 화산대는 섬의 북쪽 한가운데에서 수도 레이캬비크 있는 서남부로 연결된다. 지질학자들은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가르는 지층이 여기 있다고 한다. 여기에 유네스코 지정, 국립공원이 있는데 화산 바위로 둘러싸인 높은 암벽은 장엄했다. 가이드에게 영화 촬영 장소로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잖아도 유명한 TV Movie(Game of Throne) 무대였다고 일러주었다. 이번 여행 중 화산폭발 지역을 보았다. 용암이 흘러내린 곳에는 암석이 흩어져 있고, 검은 모래 해변이 있다. 한 화산은 100년마다 폭발하는데 1918년 이후 다시 터질 때가 지나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화산은 2010년 폭발, 유독성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유럽행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항로를 변경해야 했다. 화산은 지진과 마찬가지로 예측이 쉽지 않아 대피할 여유가 없다. 주민들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기를 안고 달아난다. 화산이 많은 지역에는 대체로 온천이 많다. 아이슬란드를 차로 달리면 군데군데 연기처럼 김이 솟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바이킹이 도착했을 때 온 마을이 연기가 나 수도명을 레이캬비크(Smoky Bay)으로 정했다. 김이 솟아오르는 곳을 파면 70~80도 온천물이 나온다. 이 물을 파이프로 가정에 연결한다.     옐로스톤 유황온천과 비슷한 규모의 게이서 마을을 돌아봤다. 제법 큰 계곡 여기저기 김이 솟아오르고 그중 큰 곳은 7분마다 분출했다. 100도 이상 뜨거운 물도 있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아이슬란드는 흩어져 있는 온천을 개발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아이슬란드 관광자원 화산폭발 지역 화산 바위 옐로스톤 유황온천

2022-05-25

[전문가 기고] 화산 폭발과 지구 온난화

 지난 1월 15일 남태평양 통가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은 많은 에너지를 방출해 대규모 해일을 일으켰다. 해일은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게 화산 해일경보를 내릴 정도도 긴박한 상황이었다.     잔잔한 우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동심원을 만들면서 퍼져 나간다. 이것이 해일의 이동 원리이다. 해일의 원인에 따라 지진해일(쓰나미)과 해저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해일로 구분된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외에 그린란드 연안 빙하가 온난화에 의해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바다로 들어가면서 큰 파도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 파도가 해안 지역까지 빙하를 이동시켜 건축물을 파괴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피해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가 해저화산 해일 피해는 다행히 통가 지역에 국한됐고 원거리에 있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해저화산 폭발보다는 지진에 의한 해일의 피해가 일반적으로 더 크다. 이는 화산보다는 지진의 힘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21세 들어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지진해일은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연안에서 발생한 인도양 지진해일이다. 이때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자는 28만 명이었고, 인도양 인접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의 소말리아까지 해일의 피해를 당했다.     통가 해저화산의 폭발로 화산재와 이산화황이 지상 20km까지 방출됐다. 방출된 화산재와 이산화황은 각각 해양오염과 산성비의 원인이 되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더욱이 대기로 방출된 화산재와 이산화황은 대기 에어로졸 생성의 직간접 성분이 된다. 태양 에너지인 햇빛은 에어로졸 층을 뚫지 못한다. 그래서 지상의 온도는 정상적인 기온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데, 이를 ‘에어로졸의 직접 효과’라고 한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반대되는 현상으로 ‘한랭화’라고 한다. 다행히 통가 해저화산 폭발로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황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지구 온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통가화산의 폭발음은 수 천km 떨어진 알래스카에서도 들렸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인공위성 사진으로 포착됐다. 한국에서도 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포착됐다. 이 충격파는 인간의 귀로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알래스카주립대학에는 극초음파를 측정하는 장치가 있다. 이는 장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발로 인한 충격음을 기계로 검출하는 방법이다. 이 장비는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화산, 지진, 지하 핵실험 뿐만 아니라 오로라 소리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최소 3곳에 분산 배치돼 있다. 이들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정확한 폭발음의 위치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알래스카에 이 같은 관측 장소가 여러 곳 있으며, 지난 30년 이상 측정해 왔다. 과학설비는 자연현상 뿐만 아니라 핵실험과 같은 군사 작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알래스카는 자연현상과 핵실험의 장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곳이면서 지구 온난화 연구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폭발과 온난화 화산 폭발과 해저화산 폭발 통가 해저화산

2022-03-23

[전문가 기고] 화산 폭발과 해양 생태계

 지난 1월 15일 남태평양 통가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은 많은 에너지를 방출해 대규모 해일을 일으켰다. 해일은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게 화산 해일경보를 내릴 정도도 긴박한 상황이었다.     잔잔한 우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동심원을 만들면서 퍼져 나간다. 이것이 해일의 이동 원리이다. 해일의 원인에 따라 지진해일(쓰나미)과 해저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해일로 구분된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외에 그린란드 연안 빙하가 온난화에 의해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바다로 들어가면서 큰 파도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 파도가 해안 지역까지 빙하를 이동시켜 건축물을 파괴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피해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가 해저화산 해일 피해는 다행히 통가 지역에 국한됐고 원거리에 있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해저화산 폭발보다는 지진에 의한 해일의 피해가 일반적으로 더 크다. 이는 화산보다는 지진의 힘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21세 들어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지진해일은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연안에서 발생한 인도양 지진해일이다. 이때 지진해일에 의한 피해자는 28만 명이었고, 인도양 인접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의 소말리아까지 해일의 피해를 당했다.     통가 해저화산의 폭발로 화산재와 이산화황이 지상 20km까지 방출됐다. 방출된 화산재와 이산화황은 각각 해양오염과 산성비의 원인이 되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더욱이 대기로 방출된 화산재와 이산화황은 대기 에어로졸 생성의 직간접 성분이 된다. 태양 에너지인 햇빛은 에어로졸 층을 뚫지 못한다. 그래서 지상의 온도는 정상적인 기온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데, 이를 ‘에어로졸의 직접 효과’라고 한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반대되는 현상으로 ‘한랭화’라고 한다. 다행히 통가 해저화산 폭발로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황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지구 온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통가화산의 폭발음은 수 천km 떨어진 알래스카에서도 들렸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인공위성 사진으로 포착됐다. 한국에서도 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포착됐다. 이 충격파는 인간의 귀로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알래스카주립대학에는 극초음파를 측정하는 장치가 있다. 이는 장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발로 인한 충격음을 기계로 검출하는 방법이다. 이 장비는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화산, 지진, 지하 핵실험 뿐만 아니라 오로라 소리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최소 3곳에 분산 배치돼 있다. 이들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정확한 폭발음의 위치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알래스카에 이 같은 관측 장소가 여러 곳 있으며, 지난 30년 이상 측정해 왔다. 과학설비는 자연현상 뿐만 아니라 핵실험과 같은 군사 작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알래스카는 자연현상과 핵실험의 장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곳이면서 지구 온난화 연구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폭발과 생태계 화산 폭발과 해저화산 폭발 통가 해저화산

2022-03-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밀림 속 화산 온천서 커피 한 잔

이왕이면 사람이 적고 자연을 품은 여행지가 뜨고 있다. 화산, 폭포, 온천, 야생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없이 여기다. 코스타리카.   스페인어로 ‘풍요로운 해안’을 뜻하는 코스타리카는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다. 평균 기온이 화씨 약 70도로 일 년 내내 따뜻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나무가 울창해 보이는 모든 것이 ‘초록’이다. 국토의 23%가 국립공원으로 보호받는 원시림에는 코코새, 세발가락 나무늘보, 흰머리 카푸친, 악어, 딸기독화살 개구리 등 신기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한다. 나비 천국이기도 해서 세계 나비의 10% 이상이 이곳에 살고, 그 종류는 무려 2000여 종이 넘는다. 거기다 식물 종류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도 많다.     대한민국 약 4분의1 크기의 작은 나라가 전 세계 5%의 생물 다양성을 품고 있으니 영화 ‘쥐라기 공원’이 왜 이곳에서 촬영됐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코스타리카의 명물은 화산이다. ‘불의 땅’으로도 불리는 코스타리카에는 120여 개가 넘는 화산이 있는데 그중 4개의 활화산이 지금도 요동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활화산은 온전한 원뿔 형태의 아레날 화산(ArenalVolacano). 400여년간 침묵을 지키던 아레날은 1968년 돌연 대폭발을 일으켜 인근 3개 마을이 용암에 뒤덮여 사라졌고 87명의 사상자를 냈다. 2003년 이후 화산은 휴지기에 들어갔지만, 끊임없이 부글거리며 수 초마다 작은 규모의 폭발을 일으킨다. 약 5500피트 분화구에는 화산재 기둥, 폭발, 용암의 붉은 증기 구름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이다. 시뻘건 용암은 밤에 더욱 잘 보이기 때문에 야간 화산 투어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아레날 주변에는 타바콘 강이 흐르는데, 화산 아래 마그마가 강물을 데워 밀림 속 노천온천을 이룬다. 이곳이 코스타리카에서 누구나 가고 싶어하며 세계 5대 온천으로 꼽히는 타바콘 그랜드 스파다.   전 세계 수많은 온천을 다녀봤지만 타바콘은 상상을 초월하는 온천 극락이다.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밀림에 화산지대에서 흘러내려오는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세차게도 흐른다. 온천수를 인공적으로 가둔 것이 아니라 화산의 열기와 힘이 느껴지는 진짜 천연온천이다. 손으로 바닥을 긁어보면 화산재가 쌓여 생긴 곱고 부드러운 진흙도 묻어난다. 폭포 아래서 온천수로 마사지까지 받고 나면 신선이 된 기분. 시간만 허락한다며 며칠씩 머물며 온천 여행을 즐기고 싶다. 실제로 화산 근처로 허니문을 온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코스타리카의 화산은 커피라는 기대 이상의 소득을 안겨주었다. 화산재로 다져진 기름진 땅에는 티피카, 카투라, 카투아이, 비야 사르치 등 향 좋은 커피가 자란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커피 농장 스타벅스도 이곳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기 원하고 커피 애호가들은 죽어서 코스타리카에 가길 원한다’고 했던가. 새해에는 호랑이처럼 강렬한 타바콘 온천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 즐겨보시길…   〈US아주투어 대표〉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밀림 화산 화산재 기둥 아레날 화산 화산 폭포

2022-01-20

[역지사지(歷知思志)] 화산

 지난 15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해저 화산 폭발로 세계의 눈과 귀가 섬나라 통가에 쏠려 있다. 한반도 역시 화산 안전지대는 아니다.   “함경도 부령에 이달 14일 오(午)시에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때로 혹 누른빛이 돌기도 하면서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여 몹시 무더운 기운에 사람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숙종 28년(1704년) 5월 20일 『조선왕조실록』에 남겨진 기록은 조선이 재앙 직전까지 갔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에는 그저 기이한 자연현상으로 생각했지만, 현대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의 화산활동으로 추정한다. 다행히 이때는 화산이 폭발하지 않아 대규모 재난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때 백두산 화산은 발해 멸망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10세기 백두산에서 거대한 화산폭발이 일어났으며, 이때를 노린 거란의 공격에 발해가 손도 쓰지 못한 채 멸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동안 치열했던 찬반양론은 얼마 전 해소됐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백두산에서 채취한 각종 자료를 근거로 화산은 946년 이후 폭발했으며, 발해 멸망(926년)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백두산의 오랜 ‘혐의’가 벗겨진 순간이었다. 유성운 / 한국 문화팀 기자역지사지(歷知思志) 화산 화산 안전지대 해저 화산 발해 멸망

2022-01-19

[뉴스라운지] 백두산 폭발

유득공은 37세 젊은 나이에 발해고(渤海考)를 썼다. 정조 8년, 1784년의 일이다. 발해고의 가치는 고려가 외면했던 발해사를 한국의 역사로 다시 편입시킨 데 있다.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로 이어지던 전통적 한국사 서술 방식이 20세기 후반 들어 삼국-남북국시대-고려로 바뀐 것도 발해고의 유업이다. 200년 이상 존속했던 발해는 926년에 멸망했다. 멸망의 원인을 그 무렵 있었던 백두산 대폭발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당시 백두산 폭발이 폼페이를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보다 100배나 강력했다는 점, 백두산 일대가 발해 5경의 한 가운데였다는 점 등이 이유다. 그러나 백두산 대폭발은 시기가 비슷하긴 했지만 발해 멸망 직후였다는 것이 아직은 정설이다. 최근 백두산이 4~5년 내에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학자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백두산 일대의 지진 활동이 월 240회에 이를 만큼 급증했고, 주변 지형이 융기하고 있으며, 화산가스로 인해 나무가 말라죽고 있는 것 등이 모두 화산폭발의 전조라는 것이다. 화산 폭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한국 기상청까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해발 2744m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이다. 고려가 외면했지만 조선시대 이후 가까스로 지키고 있는 그 곳을 중국도 창바이(長白)산이라 달리 부르며 늘 넘보고 있다. 이미 백두산 천지는 1962년 북한과 중국이 ‘조중변계조약’을 맺어 호수가 양분된 상태다. 자연재해 대비라고는 하지만 화산 연구까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래서 왠지 께림칙하다.

2010-06-21

멕시칼리 지진 한인 피해 심각

부활절이던 지난 4일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주의 주도인 멕시칼리를 강타한 지진으로 이 도시와 바로 국경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 있는 미국측 임페리얼 카운티 거주 한인들 상당수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페리얼 카운티에는 1200~1500 정도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국경도시인 칼렉시코에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칼렉시코는 멕시칼리 못지 않게 피해규모가 커 불과 3만80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이 도시에서만 현재 2800만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칼렉시코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 도시의 다운타운으로 알려진 임페리얼 애버뉴 선상에서 1가 스트릿부터 3가 스트릿에 이르는 지역에 비즈니스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다운타운 일대의 피해 정도가 칼렉시코에서도 가장 심각해 지진 발생 이후 9일이 지난 13일 현재까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한인들의 정확한 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인들이 소유한 상당수의 상가건물에 금이 갔고 일부는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한인 업주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여진이 계속 돼 정신적 고통마저 상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멕시칼리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칼리 한인교회의 담임 김용인 목사는 “멕시칼리에는 전통적으로 전자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데 4일 발생한 지진으로 생산시설이 많이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전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기와 수도와 같은 기간시설이 워낙 낙후돼 지장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페리얼 카운티 한인회장을 역임한 설증혁씨는 “칼렉시코 시정부에서 주도하는 피해조사가 일단 끝났지만 연방정부의 조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아 현재까지 피해지역의 건물에는 출입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당장 입은 피해는 둘째치고 완전한 복구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몰라 모두들 답답해 하고만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설씨는 또 “8일 피해지역의 한인 업주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시정부와 회의를 가졌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 14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서 “그저 가까운 한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한숨짓고 있다”며 타지 한인들의 관심과 도움을 당부하기도 했다. 서정원 기자

20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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