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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달려온 미래

언어가 화석에서 발견되었다
 
 
 
어느 날 빙하를 깨자
 
수세기를 간직한 바람이 창공을 난다
 
퇴화한 시각이 손에 힘을 실어준다
 
손끝에 전해오는 얼음 결이 파르르 떤다
 
떨리는 울음은 빙하 속을 몇 세기 동안
 
떠돌다가 봉인된 무늬다
 
폼페이 화산 폭발 때 나누던 뜨거운 사랑이
 
벽화를 남긴다
 
이미 죽은 자들이 뱉은 언어들
 
몇 천 년을 출렁이다 결을 쌓는다
 
나는 이 빙하를 깨며
 
절대감각을 해독한다
 
 
 
말도 글도 필요 없이
 
뇌파를 통해 감정의 입자로 소통하는 지금
 
생각의 속도는 빛의 속도 만큼이나 빨라서
 
스스로 번지고 스미고
 
파문을 일고 소멸되는
 
입자세계를 본다
 
입자가 의미가 되는 순간을 본다
 
 
 
아픔 슬픔 기쁨 사랑이
 
한데 어울리는 미래로 걸어 들어간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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