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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재난을 다스려 관광자원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기 2

버스에 앉아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를 보면서 ‘왜 저 넓은 땅을 놀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부모로부터 토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한국인은 저 땅을 개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 땅은 Cold Desert, 아깝게 보이지만 쓸모없는, 버려진 대지다. 자세히 보니 작은 봉우리처럼 약간 떠 있는 땅이 많았다. 가이드는 겨우내 얼어 부풀었다가 봄이 돼 녹아도 공기가 빠지지 않아 작은 능선처럼 보인다고 했다.  
 
곳곳에 용암이 흘러내려 생긴 바위(Lava rocks)가 있고 그 위에 이끼(Moss)가 붙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 지역의 화산 바위에 손도 못 대게 한다. 아이슬란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유를 알았다. 작물이 크기 위해서는 강한 햇볕과 물이 필요한데 물은 많으나 여름이 짧고, 열매를 키우는 온도가 없다. 5월에 눈이 녹기 시작하지만 7~8월 한여름이 되어도 60도 이상 올라가지 못한 데다 비가 많아 과실수나 감자, 옥수수 등 곡식을 키울 수 없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이 풀을 재배해 말이나 양, 소를 키우고 건초를 만들어 겨울에 대비하는 것이다. 밭을 가꿀 수 없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한다. 그 넓은 땅을 놀리고 싶어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동토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가 보지 못했지만 캐나다의 Newfoundland, Green Land, 알래스카의 툰드라, 남극도 불모의 땅일 것이다. 베트남 여행 중 하노이 일대에서 벼를 이모작 하는 것을 보았고, 메콩 삼각주 지역은 삼모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더운 지방이 추운 나라보다 먹고 살기에 낫겠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슬란드는 눈과 얼음, 강풍, 혹한, 화산, 어둠, 지진의 섬이다. 화산대는 섬의 북쪽 한가운데에서 수도 레이캬비크 있는 서남부로 연결된다. 지질학자들은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가르는 지층이 여기 있다고 한다. 여기에 유네스코 지정, 국립공원이 있는데 화산 바위로 둘러싸인 높은 암벽은 장엄했다. 가이드에게 영화 촬영 장소로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잖아도 유명한 TV Movie(Game of Throne) 무대였다고 일러주었다. 이번 여행 중 화산폭발 지역을 보았다. 용암이 흘러내린 곳에는 암석이 흩어져 있고, 검은 모래 해변이 있다. 한 화산은 100년마다 폭발하는데 1918년 이후 다시 터질 때가 지나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화산은 2010년 폭발, 유독성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유럽행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항로를 변경해야 했다. 화산은 지진과 마찬가지로 예측이 쉽지 않아 대피할 여유가 없다. 주민들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면 아기를 안고 달아난다. 화산이 많은 지역에는 대체로 온천이 많다. 아이슬란드를 차로 달리면 군데군데 연기처럼 김이 솟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바이킹이 도착했을 때 온 마을이 연기가 나 수도명을 레이캬비크(Smoky Bay)으로 정했다. 김이 솟아오르는 곳을 파면 70~80도 온천물이 나온다. 이 물을 파이프로 가정에 연결한다.  
 
옐로스톤 유황온천과 비슷한 규모의 게이서 마을을 돌아봤다. 제법 큰 계곡 여기저기 김이 솟아오르고 그중 큰 곳은 7분마다 분출했다. 100도 이상 뜨거운 물도 있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아이슬란드는 흩어져 있는 온천을 개발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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