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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점 떠난 곳, 제 2의 소호거리로

LA한인타운 웨스턴 가구거리가 거대 갤러리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뉴욕의 3대 화랑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갤러리부터 신흥 아트 갤러리까지 웨스턴과 멜로즈 애비뉴를 중심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2일 본지는 웨스턴 애비뉴를 따라 1가부터 샌타모니카 불러바드까지 갤러리 수를 취합했다. 데이비드 즈위너를 포함해 현대미술 갤러리 겸 가구 쇼룸인 ‘언랩(Unrepd)’, 맨해튼에 기반을 둔 ‘서전트 도러스(Sargent’s Daughters)', '쉬라인(Shrine)', 그리고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이전한 현대미술 갤러리 '모란모란(Moran Moran)' 등 총 10개에 달했다. 반경 2마일내 인근에 있는 곳까지 더하면 약 20개에 이르렀다.   웨스턴 거리가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재크 라즈리(34)라는 신예 부동산 개발업자는 웨스턴 길에 위치한 건물과 창고 등 최소 15개 부동산을 매입했고 2019년부터 갤러리들에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재크 라즈리의 아버지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밀워키 벅스 공동소유주인 마크 라즈리다. 배우 출신인 재크는 지난 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갤러리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갤러리가 내가 원하는 유형의 세입자였다”며 “거대 기업들에 의해 점령당하거나 쇼핑몰로 변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금자리를 물색하는 갤러리들의 성향과도 맞아 떨어졌다. '모란모란'의 직원 멀런 리노우블은 본지에 “LA의 중심이기도 하고 할리우드, 다운타운 등 다른 아트 타운들과 인접하다”며 장소 선정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뉴욕이나 유럽의 갤러리들이 LA로 옮기거나 확장 중에 있는데 웨스턴 애비뉴도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재크가 제시하는 합리적인 임대료도 갤러리들이 몰려오는데 한몫하고 있다. 정확한 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라치몬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크는 “매력적인 수준의 임대료는 밀레니얼 세대가 운영하고 있는 LA의 신흥 예술 현장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갤러리의 증가로 인해 타인종의 유입이 늘면서 한인타운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21년 9월 오픈한 ’언랩‘은 할리우드 스타 바네사 허진스와 스포츠 에이전트 리치 폴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언랩의 트리샤 비넘 공동창업자는 “갤러리는 방문이 목적인 '데스티네이션 비즈니스'라 LA뿐만 아니라 어바인, 셔먼오크스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찾는다. 갤러리 방문객들이 인근 동네를 둘러보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웨스턴 길에는 갤러리와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입점 중이다. 작년에는 LA 기반 고급 여성의류 브랜드인 'CO'가 문을 열었고, 앞서 지난 2021년에는 투고 전문 유명 샌드위치 업체 '지아타(Ggiata)'가 오픈했다.   지난 2022년에 문을 연 뒤 LA 타임스 선정 'LA 최고의 식당 101'에 선정된 유명 필리핀 식당 '쿠야 로드(Kuya Lord)'의 조시 심파오 셰프는 “최근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을 체감하고 있는데 반가운 현상”이라며 “동네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수아·김경준 기자소호거리 가구점 현대미술 갤러리 갤러리 방문객들 la한인타운 웨스턴

2024-04-02

한국 전통 예술, 현대미술로 재해석

샤토 갤러리(관장 수 박)가 아태계 아티스트 및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마음(MAUM·공동 설립자 아놀드 변·박기오)과 손잡고 한인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협업 전시 ‘원 하트 원 마음(ONE HEART ONE MAUM)’을 개최한다.     샤토 갤러리는 “한국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형태와 재료를 혁신적으로 사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한 현대 도예가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전시회에 한국의 전통적인 조각보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아트보(Artbo)의 신예진 작가, 달항아리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무원세라믹스(Moowon Ceramics)의 도예작가 안토니오 김,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삽화를 선보이는 지서희 작가가 참여한다.     마음의 주력 사업인 ‘마음 마켓’은 LA를 비롯해 다양한 도시에서 팝업 마켓을 개최하며 아태계 이민자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천 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마음 마켓의 설립 2주년 기념 전시이기도 하다.     수 박 샤토 갤러리 관장은 “한인 예술계의 유망한 신진작가들에게 전시 기회 등 혜택을 제공해 그들의 실험 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장기적으로 LA 내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선을 끌어내고자 한다”며 “샤토 갤러리의 ‘신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현대미술 재해석 한국 현대미술 한국 전통 한인 예술계

2024-01-14

[전시회 리뷰] MOCA, LA 현대미술전 개최

‘영원한 포스트모던 시티’ LA에 현대미술 전용 박물관 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들어선 건 1978년의 일이다.     당시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떠나 거리와 공공장소로 그들의 활동 영역으로 넓혀 나가고 있었다. 1986년 MOCA는 그랜드 애비뉴로 박물관을 확장 이전한다. 그리고 1983년 가을, 새로운 박물관 건물이 건축되고 있는 동안 ‘템포러리 컨템포러리(Temporary Contemporary)’라는 임시 전시 공간을 열어 LA 현대미술의 중심축으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간다.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던 1970년대와 80년대는 색다른 맥락과 사조들이 예술가들을 자극하고 있던 시기였다. LA의 미술 현장도 도시의 확장과 분산에 적응해 갔다. 미술과 행위가 만나는 전위 미술이 활발하게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추상과 초현실주의 조형미술이 도시의 공간을 채워 나갔다.     LA가 포스트 모더니즘의 새로운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는 동안 MOCA도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으로 성장해 갔다.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과 견줄만한 작품들이 MOCA에서도 전시되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클래스 올덴버그의 ‘피클과 올리브를 곁들인 햄버거’, ‘흰색 운동화’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LA의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LA는 이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예술 도시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면서 실험 정신이 부각되는 작품들이 다수 발표됐다.     LA의 독특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은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LA만의 정체성을 띄며 다양한 인종과 계층 간의 콜라보가 이루어지면서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LA가 페미니즘과 흑인 인권 운동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었던 건 70, 80년대 진보적 예술가들이 앞장섰기 때문이다.   MOCA는 주로 이 시기에 LA에서 발표된 작품들 200점을 모아 현재 ‘예술 세계 지도:1970~80년대 LA(Mapping an Art World: Los Angeles in the 1970s-80s)’라는 타이틀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LA의 현대 미술을 총망라한 기념비적 전시회다.   제임스 웰링이 1977년 촬영한 LA 건물들의 흑백 사진들은 독일 표현주의가 가득한 느와르 영화의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1975년 브룩만갤러리에서 열린 심포지엄 ‘도시 예술가의 역할과 책임’의 전단지도 눈에 띈다.     LA의 다원주의는 지역적 특성이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이 도시가 지닌 국제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단지 내용을 살펴보면 LA의 예술가들은 이미 50년 전, 이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정 영화평론가전시회 리뷰 현대미술전 개최 현대미술 전용 진보적 예술가들 la 현대미술

2023-10-22

한국 아름다움에 매료된 미국 미술관…구겐하임 등 5곳 잇단 특별전

전국 주요 도시의 내로라하는 유명 미술관들이 한국 미술의 창의성과 아름다움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최소한 5곳의 대형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진행된다고 20일 보도했다. 〈표 참조〉   미술관들은 고려 전기인 12세기의 석조 미술품,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비롯해 현대 한국미술의 파격적인 실험작품까지 조명한다. 이미 지난달 특별전을 시작한 경우부터 길게는 내년 10월까지 이어지는 전시회도 있다.   한국 미술 특별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이곳은 지난달부터 ‘1960~70년대 한국 실험 미술 특별전’을 시작했다. 내년 1월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며 원로 작가 성능경, 김구림도 초청한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은 구겐하임 미술관 측과 공동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한국 실험 미술을 이끈 선구자로 꼽히는 이건용(81) 작가가 자신의 대표 행위예술 작품인 ‘달팽이 걸음’ 특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행사 당일 관객 100여 명은 5층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이 작가의 행위예술을 지켜봤다.     오늘(21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북미 최대규모의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1996년부터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우현수 소장품 담당부관장이 기획했다.   우 부관장은 한국 미술을 바라보는 미국 미술계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상을 받고 BTS와 블랙핑크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졌지만, 굉장히 좋은 시기에 전시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한국 특별전은 김주리 작가의 ‘소실되는 풍경 2023’을 포함해 신미경, 정연두, 함경아 등 작가 28명이 1989년 이후 한국에서 전개된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신미경 작가가 선보이는 대형 비누를 깎아 만든 조각상에 주목했다.     이밖에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샌디에이고 아트뮤지엄에서는 ‘색채 속의 한국’ 특별전이 열린다. 박물관 측은 1392~1910년 조선시대 전통이 담긴 미술품, 현대 작가들이 고전미술을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특별전 기간 '생의 찬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11월 7일부터 내년 10월 20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아트뮤지엄에서도 ‘한국 미술전’이 열린다. 뮤지엄 측은 한국관 갤러리 25주년을 맞아 소장품 등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또 12월 3일부터는 덴버 아트뮤지엄이 ‘한국 분청사기 도자기전’을 선보인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시대 코끼리 모양 제기, 물고기 무늬병, 손잡이 달린 잔 등을 미국에 보낸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대형 미술관의 한국 특별전은 한국의 ‘여성 파워’를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특별전을 기획한 사람과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 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여성 큐레이터라며 진취적인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미국 아름다움 필라델피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2023-10-20

[중앙시론] ‘K컬처’의 한쪽 빈자리가 크다

‘K컬처’ 한류의 위세는 여전하다. 국내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느끼지 못하지만, 해외를 다녀온 분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져 있음을 실감하면서, 자랑스러움을 넘어 우리가 이렇게까지 대접받아도 되는가 하는 놀라움을 말하고 있다.   한류는 ‘K팝’에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BTS, 블랙핑크 등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이제 특파원들의 기삿거리도 되지 못한다. 유튜브를 통해 이들 이외의 아이돌 그룹, 또는 대중음악에 전통장단을 접목한 악단광칠이 세계를 누비는 모습이나, 유럽·남미의 도시 광장에서 젊은이들이 모여 무작위로 틀어주는 ‘K팝’ 음악에 맞춰 ‘커버 댄스’를 추는 랜덤 플레이 댄스(random play dance)를 보고 있자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대중예술을 거쳐 음식 등 생활문화로 뻗어 나가더니 문학, 미술 등 고급문화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한강의 『채식주의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번역서가 K문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K아트’도 목하 뜨거운 열기로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록펠러센터가 주최한 ‘한국문화예술 기념주간’에는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 ‘기원, 출현, 귀환’이라는 주제 하에 단색화 거장 박서보를 비롯하여 한국계 작가 진 마이어슨, 독일에서 활동하는 윤종숙 등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됐다. 이와 동시에 록펠러센터가 있는 뉴욕 맨해튼 심장부 채널가든 광장에는 ‘숯의 작가’ 이배(67)의 높이 6.5m에 달하는 대형 숯덩이 조각이 세워졌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기획한 김구림,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의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서울전시회를 마치고, 오는 9월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내년 2월에는 LA 해머미술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또 내년 10월에는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이 미술관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하여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전’(가칭)에 서도호·함경아·신미경 등 33인의 한국 작가 작품들이 전시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오는 9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화랑협회 주최 제22회 키아프(Kiaf)에는 작년에 이어 세계적인 아트 페어인 프리즈(Frieze)가 동참하여 30여 개국의 200여 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한류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넘어 동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여름 파리에 학술강연 차 갔다가 만난 현지 한글학교 교장들은 프랑스에서는 한국어가 중국어, 일본어를 제치고 제2외국어로 부상해 있다고 전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이달 8일 서울에서는 전 세계 240여 곳에서 운영되는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원들이 모이는 ‘세계 한국어 교육자대회’가 열린다.   이러한 ‘K컬처’ 한류의 흐름은 세계 유명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자연히 한국실로 옮기게 한다. 그러나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파리 기메 뮤지엄의 한국실을 다녀간 관람객들은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감동은커녕 오히려 큰 실망을 안고 간다. 바로 곁에 있는 중국관, 일본관보다 형편없이 작은 규모에, 전시 유물도 빈약한 것에 의아해한다.   작년 10월, 세계 최대 공예박물관인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에서는 ‘한류! 더 코리안 웨이브’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는데, 영국에 있는 지인이 이 전시회를 보고 “지금 우리는 한류 팬덤을 자랑하는 전시보다 한류의 뿌리를 보여주는 기획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친한파 미술사가인 클리블랜드 뮤지엄의 전 학예실장인 마이클 커닝엄은 1979년부터 3년간 미국 7대 도시를 순회한 ‘한국미술 5000년전’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서구의 동양미술사 전공자들도 한국 미술사의 전통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커닝엄의 고백은 미술품이란 그 나라 문화와 역사를 말해주는 구체적인 ‘물질문화의 외교관’ 역할도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한국 미술사의 진수로 ‘한국미술 5000년전’을 꾸며 파리, 런던, 뉴욕 등을 순회하며 ‘K컬처’의 근저에는 오랜 문화적 전통이 있었음을 자랑하고 확인시켜 주면서, 한류가 오래도록 도도히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유홍준 /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중앙시론 컬처 한쪽 한국문화예술 기념주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2023-08-06

소설로 풀어낸 현대미술의 본모습…장소현 ‘그림 그림자’ 출간

시인 겸 미술평론가 장소현씨가 신간 ‘그림 그림자(출판 문학나무·사진)’를 출간했다.     ‘이야기로 엮은 미술의 본디’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에는 오늘날 미술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여러 가지 근본 문제들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미술의 겉모습들 14편, 미술의 속내 14편 등 총 28편의 글이 수록됐다.     작품은 미술의 본질과 존재 이유, 미술가의 정신적 자세, 현실적 삶과 미술의 관계, 감상자의 눈길, 미술시장과 문화권력 등의 근본적 문제들을 다각적 시선으로 꼼꼼하게 살피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장소현 작가는 “여러 가지 복잡한 현대 미술 문제에 직면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며 “그 결과 미술은 점점 더 난해해지고,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본모습을 되살피는 일”이라며 “이 이야기들은 해답이 아니라, 본질적 질문이면서 함께 고민해보자는 제언”이라고 강조했다.     황충상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이 28편의 소설은 문장으로 그린 문장의 그림자로 읽혀 문장이 그림에게, 그림이 문장에게 하는 말이 장소현의 빛깔, 냄새로 신선하다”고 평했다.     LA를 기반으로 시인, 극작가, 언론인,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소현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대와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부를 졸업했다. 시집, 희곡집, 소설집, 칼럼집, 미술책 등 27권의 책을 펴냈고, ‘서울말뚝이’, ‘김치국씨 환장하다’, ‘민들레 아리랑’ 등 50편의 희곡을 한국과 미국에서 공연 및 발표했다. 고원문학상, 미주가톨릭문학상을 받았다.     ▶문의: sochangusa@gmail.com 이은영 기자현대미술 장소현 미술평론가 장소현씨 장소현 작가 황충상 소설가

2023-06-25

알재단 현대미술 공모전 작가 모집

비영리 한인 미술 지원 단체 알재단(대표 이숙녀)은 제20회 ‘AHL-T&W Contemporary Visual Art Award(알재단 현대미술 공모전)’의 수상작가를 선정하기 위한 지원서를 오는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접수 받는다.     현대미술 공모전은 T&W Foundation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지원자의 작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큐레이터와 비평가 등 유수 미술 전문가와 함께 최종적으로 3명을 선정한다 .   선정된 3명에게는 총 1만2000달러의 상금과 함께 뉴욕 알재단 갤러리(2605 Frederick Douglass Blvd., New York, NY 10030)에서 단체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현재 미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계 미술 작가라면 누구나 공모전에 지원 가능하다. 지원가능한 작품 장르는 회화, 설치, 사진 및 비디오 등 다양하며  지난 5년 내 완성한 작품이 있어야 한다.     공모 마감일은 오는 31일(뉴욕시간 오후 11시 59분 마감)이며 수상자는 5월 1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알재단은 현재 아카이브 연구, 큐레토리얼 등 다양한 펠로우십 및 프로젝트 그랜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접수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알재단 웹사이트(www.ahlfoundation.org)에서 확인하거나 또는 e메일 (info@ahlfoundation.org)로 문의.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알재단 알재단 현대미술 공모전 이숙녀 대표 AHL-T&W Contemporary Visual Art Award 알재단 갤러리

2023-03-26

"작가의 신념 직관으로 표현"…한국·미주 신진작가 9인전

미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미술 전시 기획사인 다녹(대표 강다영·홍한나)이 한국과 미주지역 유망한 신진 작가 및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 투어 ‘탁상공론(Armchair Theory)’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1일 LA한인타운 내 웨스턴 갤러리(관장 이정희)에 이어 11월10일 뉴욕 K&P 갤러리(관장 김숙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녹은 지난 6~9월 한국과 미주지역에서 각각 ‘탁상공론’이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시행해 9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홍한나 대표는 “‘탁상공론’은 작가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신념과 개념을 자료조사나 리서치 없이 작가만의 직관으로 개발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작품 작업을 한 것”이라며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상공론' 전시 참여작가는 서해근, 정혜원, 최윤선, 설유정, 강유주, 빅터소마스세티카, 캐런 호치먼 브라운, 다이앤 램보리, H.레드 등 총 9인이다.     작품은 회화, 사진, 디지털아트, 드로잉, 사진 등 총 30여점이 전시된다.     다녹의 강다영 대표는 “한국 문화가 세계 트렌드 선구자 역할을 하는 시점에 한국 현대미술도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계 중심축이 되기를 응원하며 주최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또 홍대표도 “신진 한국 작가 발굴에 심혈을 기울여 더 다양한 장르의 현대 작가들을 조명하고 동시대 미술계 동향을 추적한 좋은 전시를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LA 전시 기간은 21~27일 오프닝 리셉션은 21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다.     뉴욕에서는 K&P 갤러리에서 11월 10~16일까지 열린다.     ▶주소: 210 N. Western Ave. LA   ▶문의: (213)437-3238 이은영 기자신진작가 신념 한국 현대미술 한국 미술 신진 한국

2022-10-16

[아트 앤 테크놀로지] 뉴욕의 현대미술 시즌: 종이가 사라진 갤러리

8월은 휴가 기간을 갤러리 및 미술관들이 다음 전시를 준비하며 호흡을 고르는 기간이다. 뉴욕의 사교계 행사들이 늘 그렇듯이 노동절을 지나고 뉴욕패션위크 및 아모리쇼 등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퀸즈 플러싱 아더 애셔 테니스장에서 열리는 US오픈 테니스 경기의 결승전 등도 이 기간과 맞물리도록 기획되어 있다. 2020년부터의 팬데믹은 많은 전문가가 예측한 대로 2년이 흐른 2022년 하반기가 되니 헤드라인 뉴스에서 사라지고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2022년 가을의 많은 행사는 온라인과 실제 행사가 병행되기도 하고 소규모이지만 직접 만나게 되었다.     2022년 9월 초에 열린 프리즈 서울의 인기가 드높았고 따라서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처음 서울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에 참여하고자 서울을 방문하였다. 따라서 뉴욕시에서 열린 아모리쇼에서는 일부 홍콩, 일본 등지의 갤러리가 참석하였지만 대부분 미국의 여타 지역 및 남미, 유럽 등지의 갤러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마치 백화점에서 여러 브랜드 상품이 진열되어 있듯이 갤러리들은 아모리쇼에 선보이고 싶은 작가들과 피카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가지고 왔다. 수백 달러짜리 작품부터 수천 달러, 수십만 달러 작품이 공존하는 것이 아트페어이다. 같은 시기 뉴욕시 이스트리버의 피어36에서 열린 페이퍼 온 아트(Paper on Art) 페어는 주로 수백 달러, 수천 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구성된 페이퍼 중심의 현대미술, 현대 사진, 판화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 9월 중순부터는 연이어 경매회사 중심으로 아시아 위크가 시작된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의 경매회사는 9월 14일부터 9월 29일까지 전통 및 근현대 아시아 미술품을 전시하고 경매하게 된다.   한국 작가들의 약진은 아트페어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작가는아니지만, 해외 갤러리에 소속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여기저기 보였다. 많은 한국 갤러리들은 프리즈 서울 혹은 키아프 서울에 참석하고 뉴욕의 아모리쇼에 오지 않았지만 부산의 조현화랑은 큰 부스를 마련하여 한국 추상화 작품을 전시하였다. 르만 모핀 갤러리는 소속 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9월 내내 보여주고 있고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 근처의 존제이 칼리지 쉬바 갤러리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작된 항쟁의 모습을 답은 광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9~10월 두 달간 전시한다.     테크놀로지의 약진은 아모리쇼에 전시된 각종 비디오 아트와 인터랙티브 스크린 미술 등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많은 사진 작품들은 초현실주의를 되돌리는 듯한 상상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들이 있었다. 비디오아트는 클라우드 드라이브를 통한 파일 다운로드, 메모리 카드에 담은 동영상 파일 등의 형태로 ‘소유’하게 되는데 5000~6000달러 정도의 가격대로 구매 가능한 비디오 작품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체험하게 되는 것은 종이에 인쇄된 작가 정보 및 가격 리스트, 갤러리 소개서 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QR코드는 어느 곳에서나 접속 가능하여 갤러리 혹은 작가의 웹사이트를 전시장에서 휴대기기로 검색하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작품 제목 등도 벽면 안내 스티커 없이 작품만 걸려있는 경우도 많았다. 팬데믹으로 시작된 온라인 전시는 또 다른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어 아모리쇼에 직접 오지 않고도 작품 거래는 활발하였다고 한다. 다가오는 아시아 위크 경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한다.     이처럼 테크놀로지의 약진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하게 된 환경에서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은 숫자가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실제’가 무엇인지 한 번도 경험하지 않고 디지털화된 재생된 경험을 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러기에 아모리쇼와 아트온페이퍼 등에는 자수, 직조, 세라믹 등의 손으로 천천히 만드는 작품들의 우세함도 눈에 띄었다. 이런 의미에서 아시아 위크에 경매장의 전시장을 찾아가 보기를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경매 보조원에게 청동, 도자기, 옥, 석조물 등을 안팎으로 보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아니고 누군가의 손을 거친 조형물임을 느껴보아야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 갤러리 한국 갤러리들 해외 갤러리 현대미술 현대

2022-09-16

알재단, 제19회 현대미술 공모전 수상 작가 발표

비영리 한인 미술인 지원단체 알재단 (AHL Foundation 대표 이숙녀)이 2022년 제19회 현대미술 공모전 수상자를 발표했다. 금상은 프리실라 정 작가가 받았고, 은상은 전규리, 동상은 선 유 작가가 받게 됐다.     수상자들은 수상한 상에 따라 각 5000달러, 4000달러, 3000달러를 받게 된다. 수상 작가는 작품 활동을 위한 상금 외에도 알재단에서 개최하는 그룹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03년 시작된 알재단 현대미술 공모전은 2016년부터는 중견 화가 김원숙씨와 토마스 클레멘트씨가 설립한 T&W 재단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미술인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알재단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금상을 수상한 프리실라 정 작가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앤드류 피셔 펠로십 및 하이먼 비주얼 아트 기프트 수상자다.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석사학위(MFA)를 취득했고 현재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은상을 받은 전규리 작가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를 활용하는 융복합 아티스트다. 초국가적이고 교차적인 관점에서 신체에 나타난 언어와 성별, 정체성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아티스트 무빙 이미지 페스티벌, 한국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작품을 선보여왔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 유 작가는 동상을 수상했다. 그는 뉴욕과 한국, 베를린, 시카고 등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안 시각예술, 작가 및 큐레이터 콜렉티브인 ‘An/other New York’의 공동 창립자이자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한편 제19회 현대미술 공모전 시상식은 오는 10월 28일 알재단 갈라 행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소식은 알재단 홈페이지(ahlfoundati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이메일(info@ahlfoundation.org)로 하면 된다.  김은별 기자알재단 현대미술 알재단 현대미술 현대미술 공모전 지원단체 알재단

2022-08-17

[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에서 옷이란 무엇인가?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은 뉴욕시 맨해튼의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다.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와 멀지 않은데 53가에서59가까지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미술관은 아니다. 주얼리 디자인, 가구 전시 등 많은 전시를 보았는데 비교적 인기가 많은 것은 역시나 패션 디자이너 중심의 전시였다. 아나 수이(Anna Sui) 전시를 2020년 2월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문을 닫기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년이 흘러서 ‘가먼팅: 현대미술로서의 코스튬(Garmenting: Costume as Contemporary Art)’이라는 대규모 기획전시가 2022년 3월 문을 열었다.     현대미술은 시각적인 매체를 넘어서서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과 의학적 영역, 환경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상 혹은 의복은 인간의 신체에 맞닿은 직접적인 장식미술로서 고대 미술 혹은 고고학적 발굴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다. 근대 산업혁명 등으로 의복 제작이 공장화, 기계화되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스타일’ 혹은 ‘패션’이라는 개념이 대두하면서 미술작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못지않게 패션 디자이너의 지위도 재정립되었다. 21세기 소셜미디어 등의 시청각 매체가 여론 및 언론의 흐름을 지배하게 되면서 패션 정보 내지는 의복에 관한 자기표현은 더더욱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때문에 패션이 본인의 정체성 혹은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가먼팅’ 전시는 35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100점에 가까운 비디오, 조각, 행위예술, 설치미술 등의 장르를 보여준다. 패션 혹은 의복이 사회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창조되고 소비되고 감상 되는지 그런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날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과정들이 습관적으로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자들이 깨닫도록 한다. 1960년대 행위예술과 혼합매체 설치 작업이 대두하면서 의상 혹은 코스튬은 현대미술 창작 과정에서 필수적인 항목이 되었다. 전시를 기획한 알렉산드라 슈봐르츠(Alexandra Schwartz) 큐레이터는 의상이 나타내는 인종, 사회적 계급, 성 정체성, 민족성, 주관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서 전시의 내러티브를 구성하였다고 설명한다.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아영 유(A Young Yu)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행위예술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살풀이 의상과 춤사위가 핵심이다. 전시 기간 유 작가가 안무를 담당한 공연이 무용수 소혜 김(Sohye Kim)과 필 정(PilJeong)의 춤사위를 표현된다. 여기서 무당의 의상이 비단과 자수 조각, 세라믹 장식물 등으로 화려하게 제작되었다. 창조적인 의상은 행위예술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한편 작가들은 시각 미술로서의 의상과 일상복으로서 기능을 담당하는 의상 사이의 차이, 존재가치, 미의식 등을 탐구하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부로 구성된 특별전, ‘미국에서: 패션의 편집본(In America: An Anthology of Fashion)’과‘미국에서: 패션의 낱말사전(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은 현대미술작품으로 제작되지는 않고 누군가 입어서 ‘기능’을 담당하였던 의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적 유물, 미술작품 등으로 간주할 만한 특별한 존재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한편 ‘가먼팅’ 전시에서 나오는 옷들은 현대미술작품으로 기획된 것이지 일상복으로 착용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일반인들이 무심코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입는 옷 혹은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촉구한다.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의 개념미술 프로젝트 A-Z Administrative Services는 가상의 회사이다. 여기서는 아방가르드 디자인 개념에 맞추어 대형 가구, 가정용 기구부터 소형 문구류 등까지 만든다. 또한 이 회사의 직원들이 입어야 하는 작업복(smock)도 마련되었다. 지텔이 디자인한 작업복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된 회화작품을 마치 의상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여기에는 효율성, 합리성, 유닛이라고 부르는 기본단위를 바탕으로 한 작업체계, 디자인 구성 등을 암시하는 듯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기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런 작업복, 기성복을 제작하는 공장 또한 근대 산업화에 부응하여 탄생한 것이다. 공장의 기계들은 유닛에 따라서 줄지어 늘어서서 부서별로 맡은 바 업무를 완성한다. 여기 전시된 지텔의 옷은 규격화된 인체를 상징하듯 같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지만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은 성별, 인체 타입 등에 따라서 의상 표현의 다양화를 강조하였다. 패션산업은 현재 개개인의 신체 치수와 체형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맞춤형 의상’을 제작하도록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서 선택하면 키와 팔다리 길이, 체형에 맞도록 실시간으로 제작되어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한편 또 다른 극단적인 예는 유전자 조작이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인간의 체형을 규격화하면 의상의 치수가 똑같아진다. 지텔의 작업복 디자인은 이러한 ‘규격화된 사회구성원’을 암시하는 듯하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 현대미술 창작 현대미술 작가들 패션 디자이너

2022-07-29

[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에서 후각적 경험이란?

현대미술은 미술이 시각 매체라는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요즘 현대미술이 어떤 경험으로 다가오는지 물어본다면 많은 이들이 필름처럼 시각 매체와 사운드가 결합한 종합예술로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행위 혹은 동시간적 설치 중심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어 공연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편 현대미술을 둘러싼 이론적 담론에서 ‘시각’의 압도적인 우월함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부각되어 왔다. 19세기 중반까지 음악과 미술은 청각과 시각의 두 부분을 사이좋게 나누어 각각의 분야를 발전시켜 왔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중엽에서 후반에 걸쳐서 사진과 축음기, 활동사진 및 무성영화, 그리고 20세기 들어서 영화 혹은 움직이는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전근대적인 매체의 구분이 점점 허물어져 갔다. 또한 인공물과 자연물로 구분하여 갤러리 혹은 미술관은 인공으로 제작된 미술 작품을 보여주고 자연사 박물관이나 동식물원은 동식물을 전시하는 자연물의 영역으로 구분한 것도 20세기 후반 의미 없는 구분이 되었다.     최근 20년 동안 크게 두드러진 변화는 후각으로 경험하는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경험하게 된 것이다. 전근대적 창작 활동에서 미술 작품의 제작에서 후각적인 경험은 보편적이고 접근이 쉬웠다. 유화의 경우 덜 마른 유화에서는 특유의 물감 냄새가 난다. 연필 드로잉을 해보면 지우개와 연필의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조각이나 왁스를 이용한 작품 제작에서는 더더욱 제작 공간에 스며든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먹을 갈아서 종이에 형체나 문자를 표현할 때 먹의 냄새는 오래 지속한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의 감상에서 시각의 우월함이 압도적으로 강조되어 미술 비평에서 냄새나 촉감 같은 감각적 묘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뉴욕시에는 맨해튼의 로어이스트사이드와 차이나타운 사이의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밀집한 곳에 생겨난 Olfactory Art Keller라는 갤러리가 후각을 위주로 한 작품을 전시하는 후각 전문 갤러리이다. 2021년 2월 개장하여 냄새, 향기 등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갤러리 주인 Andreas Keller는 후각의 철학적인 의미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는 십년 정도 냄새를 미학적 경험의 일부로 삼은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2021년 가을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빈홀(Turbine Hall)에서 냄새를 이용한 설치미술을 제작하였다. 터빈홀은 원래 전력 발전소의 터빈이 있던 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기원을 잘 보여주고 또한 설치미술을 위해 특별히 남겨진 공간이다.     2015년 뉴욕의 첼시에 위치한 키친 갤러리(The Kitchen Gallery)에서 100명의 여성의 몸에서 추출한 분자를 배양하여 향기를 전파하는 디퓨저를 만들어 공간을 채웠다. ‘You Can Call Me F’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시각이 남성 중심적 세계관을 반영한다면 후각은 여성 중심적 영역을 반영한다는 현대비평이론을 설치미술이라는 방법으로 구체화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2016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Life is Cheap’이라는 전시에서는 개미와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냄새를 채취하여 입구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이 맡도록 설치하였다.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설치미술 작품은 냄새를 경험하도록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원초적인 생명체 혹은 외계에서 온 ‘물체’ 사이의 모호한 형태를 가진 조형물은 생물학과 철학, 생명공학과 인류학, 혹은 생화학과 윤리학 등의 학문적 경계성을 넘은 새로운 차원의 현대미술 창작의 방향을 엿보게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 후각 설치미술 작품 현대미술 갤러리들 현대미술 작가

2022-07-01

[이 아침에] ‘가난한 부자’로 살아가기

공들인 만큼 소출이 생긴다. 세상에 헛수고는 없다. 몇 알의 씨앗이 이토록 많은 수확의 기쁨을 주다니. 이른 아침 송송 돋아난 새파란 잎사귀들을 자식 얼굴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초여름 폭염에 어깨가 축처진 채소에 물을 준다. 금세 파릇파릇 살아난다.   새집 지어 이사오며 텃밭을 일구려고 단단히 맘 먹었다. 30년을 넘게 산 옛 집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하늘을 가린 탓에 채소가 잘 자라지 못했다. 봄이며 땅을 갈아 엎고 퇴비로 땅을 비옥하게 다듬어도 소득이 없었다. 농사는 좋은 땅과 햇볕, 무시로 쏟아지는 비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사 와서 제일 먼저 동남쪽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하늘을 가릴 나무가 없어 좋았다. 사람이건 풀잎이건 햇볕을 받아야 생명을 키운다.     막힌 데 없이 넓고 황량하게 빈 뒷마당을 무심히 바라본다.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꽉 채우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뜰이건 마음이건 비어있으면 바람도 지나가고 잎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둘리며 모방하고 훙내 내며 살지 않아도 된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듯 단조롭게 살면 세상 모든 근심 내려놓고 살 수 있다. 머리 꼿꼿이 쳐들고 잘난 척 할 일 없고 무릎 꿇고 사죄할 후회도 없을 것이다.     부자지만 가난했다. 현대미술 화랑을 운영하며 대작을 팔면 오늘은 부자였는데 내일은 그 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가난한 사람은 20달러가 부족하지만 부자는 수만달러가 필요하다. 사업하다 문 닫으면 외상하고 재고만 남는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은 외상 거래가 없다. 소매화랑 접고 화랑 딜러로 바꾸면서 화랑 두 곳 재고 정리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적게 가진 자가 부자다.’   우리 화랑 고객은 대체로 부자들이다. 화랑 고객 중 최고인 마담 T는 손꼽히는 재벌이다. 미스 오하이오 출신으로 땅부자인 재벌과 결혼했다. 남편과 사별 후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화려한 집 짓고 수십 점의 작품을 의뢰했다. 자식 없이 개 두 마리와 사는데 그녀가 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화려한 궁에 갇힌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부엌은 요리한 냄새나 흔적이 없어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다. 에그롤 갖다 주면 무지 좋아한다.     온라인 도매업은 비대면이라 효율적이다. 고객 시중들 일 없다. 인터넷과 사진 작업의 발달로 전문기술과 사업방식, 창의적인 고객관리가 성패를 가른다.   뉴욕 사는 고객은 4캐럿의 다이아반지와 내가 추천한 작품 사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럴 땐 눈물 머금고 “반지를 부인에게 먼저 선물하세요”라고 말한다. 부인 마음을 사는 게 우선이다. 서두르면 잃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와 작별했다. 며느리와 딸에게 분양했다. 이젠 다이아보다는 빛나는 별이 더 아름답고, 진수성찬보다는 텃밭의 푸성귀와 소찬이 맛있다.     나는 요즘 우산 장사와 부채 장사를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면 트레일 산책을 못 가 비비적거리고 햇볕이 찡쨍 내리면 텃밭 채소가 목이 탈까 걱정이다. 작은 걱정들에 올망졸망 둘러싸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행복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이 아침에 가난 부자 땅부자인 재벌 화랑 고객 현대미술 화랑

2022-06-23

[아트 앤 테크놀로지] 2022년 뉴욕의 아트 페어 시즌

뉴욕의 5월은 5월 초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20~21세기 특별 경매를 시작으로 주요한 미술계 행사가 열리는 시기이다. 크리스티는 초현실주의 특별 코너를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드로잉이라는마사치오의 두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 뉴욕의 현대미술 경매 기간에 전시되었다가 경매는 파리에서 성사되어 미화 210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경매예정가인 3000만 유로 혹은 미화 3200만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기록적인 가격에 거래되었다. 2004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두치오의성모자상 템페라 회화를 미화 4500만 달러에 산 적이 있다. 채색이 없는 작은 목탄드로잉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기에 완성된 회화 작품이 아니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된 것이다. 소더비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로 대규모 미술 수집품을 경매에 넘긴 매클로우(Macklowe) 가족의 작품을 거래하여 기록적인 판매를 하였다. 맨해튼의 유명 마천루 건물을 비롯해 부동산 개발업으로 부를 이룬 린다와 해리 매클로우 부부는 80세가 훌쩍 넘어 황혼이혼을 하게 되었고 50년 동안 공들여 모은 20세기 현대미술 작품들이 정든 집을 떠나서 세계 각국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마크 로스코를 비롯해 각종 유명작가의 작품 거래 총액은 미화 9조2200만 달러였다.     원래 테파프(TEFAF: The European Fine Art Fair)라고 불리는 아트페어는 미켈란젤로라든가 렘브란트 같은 고전적인 작품을 거래하는 유럽 미술의 주요 거래 무대였다. 1970년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골동품이나 17세기 회화 및 프린트 중심의 갤러리들이 모여서 페어를 기획했다. 네덜란드가 유화 제작의 주요한 거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미가 있다. 따라서 참여 갤러리의 반 정도는 앤틱 오브제나 가구, 그리고 유럽의 전통 회화 작품을 파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거래할 수 있는 작품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금융거래의 중심지가 미국으로 옮겨온 이후 뉴욕의 파크애버뉴 아모리에서 열리게 되었다. 테파프는 원래 유럽 갤러리 중심의 미술 행사였다. 베이비부머 등이 세상을 떠나고 중년을 맞이한 제네레이션 엑스 세대의 미술 컬렉터 취향도 바뀌면서 2017년부터 열린 테파프 뉴욕 같은 행사는 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팬데믹이 저물어간다고 생각하는 2022년 5월 테파프 뉴욕은 가고시언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등 앤틱을 다루지 않는 현대미술 갤러리 중심이었다. 이들 미국에 거점을 둔 갤러리들은 전통적으로 마스트리히트에 가지도 않았다. 한국의 가나아트, 타니 김 갤러리, 현대 갤러리도 국제화하려는 테파프 조직위원회의 비전에 맞추어 참여하였다. 특히 현대 갤러리는 곽덕준 등의 비디오 작가를 선보였다. 현대 사진 작품으로는 만 레이 등 20세기 초반 작가들이 그나마 좀 보였을 뿐 역시 미술 경매 시장은 아직도 유화 및 아크릴 회화 중심으로 활발한 유통이 일어나고 있다.     5월 말에 열린 영국의 아트 페어 프리즈는 작년부터 행사 장소를 바꿨다. 맨해튼의 이스트 리버에 있는 랜덜스 섬의 큰 공간 대신에 첼시 근처 허드슨 야드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셰드(The Shed)에서 60개 정도의 갤러리로 구성하였다. 17개 국가의 갤러리들이 모여서 현대미술의 축제를 재현하고자 하였다. 팬데믹 이후로 100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모이는 행사는 드물어졌다. 사진과 관련하여 프리즈 뉴욕이 중요한 것은 올해 후원하는 비영리 단체들이 사진의 발전, 테크놀로지와 현대미술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A.I.R., Artists Space, Electronic Arts Intermix and Printed Matter 네 단체 모두 70년대 시작되었다. 이 모든 행사를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전시는 현대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에서 10월까지 진행 중인 헨렌콘블룸의 여성 작가들의 사진 작품 전시이다. 콘블룸은 심리상담가였다. 여성 사진작가 혹은 여성 작가들이 창작한 사진 작품은 사진 역사의 초기부터 시작되었지만 주요미술기관과 역사적 서술은 20세기 대부분 소수의 남성미술 작가, 그것도 서유럽과 북미의 작가들에게 집중했을 뿐이다. 21세기 중엽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여자 작가와 서구 이외 지역에서 활동한 사진작가들의 자료 수집에 뜨거운 열기와 관심이 필요하다.     간혹 사진작가 정도는 있었지만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설치 미술, 비디오 아트 등은 드물거나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아트 페어에서 테크놀로지는 비영리 재단의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마이너리그’인 것이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뉴욕 아트 현대미술 작품들 현대미술 경매 유럽 갤러리

2022-05-27

[문화 산책] 예술계의 부끄러운 여성 차별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고 한다. 좀 우습다. ‘여성의 날’이 왜 따로 필요한가? ‘아버지날’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거야 말로, 아직도 여성차별이 심각한 문제라는 증거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국미술과 여성에 대해서 좀 살펴보자.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도 이제는 상당 부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덕이다. 큰 줄기는 그런대로 정리가 되었고, 이제부터는 균형 잡힌 각론 연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단계로 보인다. 특히 아직 연구가 덜 된 부분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리얼리즘 연구나 여성미술가에 대한 자료 발굴과 연구 등이다. 그중에서도 여성미술가에 대한 부분 집중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별대우에 대한 반성이요, 부끄러운 역사 공부다.   여성예술가에 대한 차별대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완고하게 존재해왔다. 생각해보면 참 잔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류의 절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을 근거도 없이 홀대하다니! 야만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한층 심했지만 걸핏하면 ‘레이디 퍼스트’를 내세우는 서양 사회에서도 형편이 그다지 좋은 건 결코 아니었다.   문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가 말이 아니었다.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가령,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법으로 보장된 것은 1920년 8월26일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되고부터란다. 100년 남짓밖에 안 됐다.   형편이 이러하니 예술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뛰어난 여성예술가들이 많이 나온 것은 참으로 고맙고 눈물겨운 일이다.   미술사의 관점에서 여성미술가들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고 새롭게 평가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가?’라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이 발표된 것이 1971년이었으니, 늦어도 터무니없이 늦었다. 그리고 이 글이 한국의 미술전문 잡지에 실린 것은 20년 뒤인 1990년 가을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주로 거론되는 여성미술가의 계보는 나혜석, 백남순, 박래현, 천경자, 김정숙, 이성자, 최욱경, 차학경, 윤석남 등으로 이어지고, 지금은 남자작가보다 더 많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몇 년 사이 박래현, 최욱경 같은 중요한 여성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활발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혀진 여성작가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작가들을 발굴해서 다시 평가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부 중의 하나로, 미국에서 배우고 활동한 여성미술가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들이 겪은 정신적 고뇌의 경험이 오늘의 미주 한인화가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대하는 낯선 현실, 생소한 가치관에 적응하려 애쓰는 한편으로, 강하게 저항하면서 자기정체성을 세우고 지켜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 외로움, 어려움, 괴로움, 고뇌와 기쁨 등은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50대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에 와서 공부한 박래현, 미국 현대미술의 격동기를 직접 체험한 최욱경, 1.5세 작가 차학경 같은 여성미술가들을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예술계 여성 세계 여성 한국 현대미술 각론 연구가

2022-03-24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9월 LACMA서 기획전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7일 올해를  ‘미술 한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LA 등에서 기획전 등 대규모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에 맞춰 9월부터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사이의 공간: 한국 근대미술’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회는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한국 근대미술 전시로, 1900~1965년 제작된 한국화와 유화, 조각, 사진 등 140여 점을 소개한다. 내년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날 “올해는 미술 한류를 강화해 우리 미술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 근대미술의 본격적인 해외 전시는 초유의 일이며, 앞으로 현대미술 전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6월 독일 중부 소도시 카셀에서 개막하는 국제 현대미술전 카셀 도쿠멘타에도 참가한다. 국내에서 아시아 미술을 다뤘던 ‘MMCA 아시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공생을 주제로 새로운 전시를 꾸밀 계획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워치 앤 칠’을 활용해 유럽·중동·아프리카 주요 미술관과의 교류도 확대한다.   올해 탄생 90주년을 맞은 비디오아트 선구자 백남준을 재조명하는 ‘백남준 축제’도 펼쳐진다. 노후화로 가동이 중단돼 복원 작업을 해온 ‘다다익선’은 상반기 시범 가동을 거쳐 하반기에 공식적으로 재가동될 예정이다. 복원을 기념해 백남준이 한국 현대미술에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시 ‘백남준 효과’가 11월부터 과천관에서 열린다. 6월부터는 아카이브 전시에서 ‘다다익선’의 설치부터 복원까지 다양한 자료를 보여준다. ‘다다익선’ 관련 심포지엄 개최, 복원 백서 발간도 추진 중이다. 과천관에 있는 초대형 비디오아트 ‘다다익선’ 재가동을 계기로 백남준을 조명하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도 마련한다.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 근대미술 한국 현대미술

2022-01-09

[아트 앤 테크놀로지] 비플의휴먼원: 340억원의 가치가 있는가?

지난 9일 개최된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의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NFT 혹은 ‘대체 불가한 토큰’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기호와 함께 공중전화부스 같이 생긴 모니터가 들어간 사각형 기둥이 28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340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대형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사한 색감의 네 면으로 구성된 수직으로 기다란 직사각형 화면에는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사막, 바닷가, 들과 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은빛 우주복 같은 복장의 인간 형태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대체불가 토큰과 함께 모니터가 포함된 케이스도 가져가는 셈이다. 13년 동안 거의 날마다 하나씩 제작하여 5000개의 디지털 이미지로 구성된 ‘매일: 처음 5000일(Everydays: First 5000 Days)’란 작품은 2021년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 그러니까 785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을 주고 산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하이퍼링크와 함께 주어지는 이미지 파일 양식인 JPEG 파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말하듯이 세계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며 복제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위조나 변조를 방지한다는 것도 매력이다. 이것을 의 비네쉬 순다르산은 ‘메타코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투자자이다. 2013년 캐나다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 시작한 비트코인 투자는 10년 안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11월에 거래된 ‘휴먼원’은 스위스 출신의 블록체인 투자가인 라이언 쭈러가 구매하였다. 크리스티 경매회사는 ‘디지털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만들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비플은 1981년에 태어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작가 마이클 윈켈만이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그래픽 디자인을 본업으로 하고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디자인을 꿈꾸어왔다. 사실 테크놀로지의 특이함으로 보자면 NFT 기술과 JPEG 파일로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도록 ‘창조’ 해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플의 작품을 소유하여 미술 컬렉터가 된 이들 블록체인 기술의 투자가들은 스스로가 메디치 가문이라든지 록펠러 집안이라든지 헤지펀드 매니저들처럼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서 이런 대체불가 토큰으로 구매한 작품이 가치를 더욱 높일지는 의문이다. 테크놀로지가 그러하듯이 전기가 없이는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채 안 되 열린 지난 15일 뉴욕 소더비 경매장의 이브닝 세일에서는 매클로우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소유한 컬렉터의 현대 미술 작품이 거래되었는데 마크 로스코의‘No. 7’ 추상화가 무려 8250만 달러, 1000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이것은 2012년 5월 거래된 로스코의 작품이 8680만 달러에 거래된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로스코의 작품이 대체 불가한 토큰으로 된 작품보다는 우위에 있다. 매클로우 컬렉션의 잭슨 폴록이 그린 추상화 ‘Number 17, 1951’ 작품은 6100만 달러에 팔렸다. 쟈코메티의‘LeNez’라는 피노키오의 뾰족한 코처럼 생긴 브론즈 조각은 7830만 달러에 거래되었으니 물체를 갖춘 미술 작품이 아직은‘휴먼원’이라는 이름의 대체불가 토큰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까?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뉴스거리를 생산해 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놀라운 가치 생성이라고 본다. 철학적으로 ‘미술’ 혹은 ‘미적 향휴’라는 전통이 이런 금전적인 거래를 거쳐야만 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개념도 사실상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대체불가 토큰이라는 하이퍼링크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한 억만장자들이 벌써 무수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라는 점에서 비플이 만든 휴먼원은 충분히 신기하다. 비플 작가는 대체불가 토큰을 산 사람은 편집 혹은 추가 영상 등을 거치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새로운 화면을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청동이나 대리석, 유화로 제작된 작품들은 그들의 ‘불변함’이 작품 향유의 중요한 요소였다. 박물관, 갤러리에서는 창작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고자 많은 인력과 연구 활동을 미술품 보존에 몰아주었다. 대체불가 토큰의 경우 위조나 변조, 파손의 위험이 없기에 2021년 제작 당시와 많이 달라진 표현을 2050년에 본다고 하여도 동일 작품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달라져 가는 작품. 대지미술운동을 한 로버트 스미슨이 듣는다면 비플의 대체불가 토큰이 풍화작용을 겪어 변해가는 자연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중세 미술을 전공한 내 입장에서는 비플의 대체불가 토큰이 수많은 순례객이 다녀가던 스페인 제국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조각상처럼 본질적 가치와 기능을 상실하고 한때의 영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미학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도 경이로울 것도 없는 선전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를 잃으면 보이는 것도 없는 그냥 불 꺼진 상자이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억원 가치 대체불가 토큰 크리스티 경매회사 현대미술 이브닝

2021-11-28

동화문화재단 입양인·가족 행사 개최

 동화문화재단의 한인 입양인과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 ‘해피 디스커버리 코리아’가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실비아 월드 포김 미술관(417 Lafayette St.)에서 지난 23일 열렸다.   팬데믹 시대 비대면 상황을 감안해 대면과 줌 라이브 스트림으로 동시에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30여 명의 입양인과 가족들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변경희 교수가 진행한 실비아 월드 포김 미술관의 최근 전시 ‘Diffusion/Cohesion’ 투어 ▶한국 현대미술 강좌 ▶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인 가민의 한국 전통 음악 연주로 이어졌다.   팬데믹 시대의 사회적·심리적인 영향을 테마로 한 ‘Diffusion/Cohesion’ 전시는 한국 작가 4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단체 전시로 유화와 아크릴 작품, 유리·나무 조각품, 또 디지털 아트 설치 작품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구성됐다.     변 교수는 각 작품의 특징과 작가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자세히 설명했고, 전시 투어 후 한국 현대미술 역사 강좌가 이어졌다. 18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한국에 서양 미술의 영향 및 박서보·이응노·백남준 등 한국 미술의 개척자인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역할과 한국미술의 깊은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인 가민의 피리·생황 단소 연주를 통해 한국 전통 악기와 음악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번 ‘해피 디스커버리 코리아’ 행사는 동화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아동권리보장원(NCRC)이 후원, 실비아 월드 포김 미술관이 협력해 성사됐다. 박종원 기자동화문화재단 개최 입양인과 가족들 한국 현대미술 현대미술 작품들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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