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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에서 후각적 경험이란?

현대미술은 미술이 시각 매체라는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요즘 현대미술이 어떤 경험으로 다가오는지 물어본다면 많은 이들이 필름처럼 시각 매체와 사운드가 결합한 종합예술로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행위 혹은 동시간적 설치 중심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어 공연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편 현대미술을 둘러싼 이론적 담론에서 ‘시각’의 압도적인 우월함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부각되어 왔다. 19세기 중반까지 음악과 미술은 청각과 시각의 두 부분을 사이좋게 나누어 각각의 분야를 발전시켜 왔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중엽에서 후반에 걸쳐서 사진과 축음기, 활동사진 및 무성영화, 그리고 20세기 들어서 영화 혹은 움직이는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전근대적인 매체의 구분이 점점 허물어져 갔다. 또한 인공물과 자연물로 구분하여 갤러리 혹은 미술관은 인공으로 제작된 미술 작품을 보여주고 자연사 박물관이나 동식물원은 동식물을 전시하는 자연물의 영역으로 구분한 것도 20세기 후반 의미 없는 구분이 되었다.  
 
최근 20년 동안 크게 두드러진 변화는 후각으로 경험하는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경험하게 된 것이다. 전근대적 창작 활동에서 미술 작품의 제작에서 후각적인 경험은 보편적이고 접근이 쉬웠다. 유화의 경우 덜 마른 유화에서는 특유의 물감 냄새가 난다. 연필 드로잉을 해보면 지우개와 연필의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조각이나 왁스를 이용한 작품 제작에서는 더더욱 제작 공간에 스며든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먹을 갈아서 종이에 형체나 문자를 표현할 때 먹의 냄새는 오래 지속한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의 감상에서 시각의 우월함이 압도적으로 강조되어 미술 비평에서 냄새나 촉감 같은 감각적 묘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뉴욕시에는 맨해튼의 로어이스트사이드와 차이나타운 사이의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밀집한 곳에 생겨난 Olfactory Art Keller라는 갤러리가 후각을 위주로 한 작품을 전시하는 후각 전문 갤러리이다. 2021년 2월 개장하여 냄새, 향기 등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갤러리 주인 Andreas Keller는 후각의 철학적인 의미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는 십년 정도 냄새를 미학적 경험의 일부로 삼은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2021년 가을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빈홀(Turbine Hall)에서 냄새를 이용한 설치미술을 제작하였다. 터빈홀은 원래 전력 발전소의 터빈이 있던 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기원을 잘 보여주고 또한 설치미술을 위해 특별히 남겨진 공간이다.  
 
2015년 뉴욕의 첼시에 위치한 키친 갤러리(The Kitchen Gallery)에서 100명의 여성의 몸에서 추출한 분자를 배양하여 향기를 전파하는 디퓨저를 만들어 공간을 채웠다. ‘You Can Call Me F’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시각이 남성 중심적 세계관을 반영한다면 후각은 여성 중심적 영역을 반영한다는 현대비평이론을 설치미술이라는 방법으로 구체화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2016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Life is Cheap’이라는 전시에서는 개미와 아시아계 미국 여성의 냄새를 채취하여 입구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이 맡도록 설치하였다.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설치미술 작품은 냄새를 경험하도록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원초적인 생명체 혹은 외계에서 온 ‘물체’ 사이의 모호한 형태를 가진 조형물은 생물학과 철학, 생명공학과 인류학, 혹은 생화학과 윤리학 등의 학문적 경계성을 넘은 새로운 차원의 현대미술 창작의 방향을 엿보게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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