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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에서 옷이란 무엇인가?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은 뉴욕시 맨해튼의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디자인 전문 미술관이다.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와 멀지 않은데 53가에서59가까지 조금만 걸어가면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미술관은 아니다. 주얼리 디자인, 가구 전시 등 많은 전시를 보았는데 비교적 인기가 많은 것은 역시나 패션 디자이너 중심의 전시였다. 아나 수이(Anna Sui) 전시를 2020년 2월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문을 닫기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년이 흘러서 ‘가먼팅: 현대미술로서의 코스튬(Garmenting: Costume as Contemporary Art)’이라는 대규모 기획전시가 2022년 3월 문을 열었다.  
 
현대미술은 시각적인 매체를 넘어서서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과 의학적 영역, 환경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의상 혹은 의복은 인간의 신체에 맞닿은 직접적인 장식미술로서 고대 미술 혹은 고고학적 발굴에서 쉽게 접하는 것이다. 근대 산업혁명 등으로 의복 제작이 공장화, 기계화되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스타일’ 혹은 ‘패션’이라는 개념이 대두하면서 미술작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 못지않게 패션 디자이너의 지위도 재정립되었다. 21세기 소셜미디어 등의 시청각 매체가 여론 및 언론의 흐름을 지배하게 되면서 패션 정보 내지는 의복에 관한 자기표현은 더더욱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 때문에 패션이 본인의 정체성 혹은 브랜드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가먼팅’ 전시는 35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100점에 가까운 비디오, 조각, 행위예술, 설치미술 등의 장르를 보여준다. 패션 혹은 의복이 사회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창조되고 소비되고 감상 되는지 그런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날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과정들이 습관적으로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자들이 깨닫도록 한다. 1960년대 행위예술과 혼합매체 설치 작업이 대두하면서 의상 혹은 코스튬은 현대미술 창작 과정에서 필수적인 항목이 되었다. 전시를 기획한 알렉산드라 슈봐르츠(Alexandra Schwartz) 큐레이터는 의상이 나타내는 인종, 사회적 계급, 성 정체성, 민족성, 주관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서 전시의 내러티브를 구성하였다고 설명한다.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아영 유(A Young Yu)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행위예술로 표현하는데 여기서 살풀이 의상과 춤사위가 핵심이다. 전시 기간 유 작가가 안무를 담당한 공연이 무용수 소혜 김(Sohye Kim)과 필 정(PilJeong)의 춤사위를 표현된다. 여기서 무당의 의상이 비단과 자수 조각, 세라믹 장식물 등으로 화려하게 제작되었다. 창조적인 의상은 행위예술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한편 작가들은 시각 미술로서의 의상과 일상복으로서 기능을 담당하는 의상 사이의 차이, 존재가치, 미의식 등을 탐구하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부로 구성된 특별전, ‘미국에서: 패션의 편집본(In America: An Anthology of Fashion)’과‘미국에서: 패션의 낱말사전(In America: A Lexicon of Fashion)’은 현대미술작품으로 제작되지는 않고 누군가 입어서 ‘기능’을 담당하였던 의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적 유물, 미술작품 등으로 간주할 만한 특별한 존재가치를 지닌 ‘작품’들이다. 한편 ‘가먼팅’ 전시에서 나오는 옷들은 현대미술작품으로 기획된 것이지 일상복으로 착용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일반인들이 무심코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입는 옷 혹은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촉구한다.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의 개념미술 프로젝트 A-Z Administrative Services는 가상의 회사이다. 여기서는 아방가르드 디자인 개념에 맞추어 대형 가구, 가정용 기구부터 소형 문구류 등까지 만든다. 또한 이 회사의 직원들이 입어야 하는 작업복(smock)도 마련되었다. 지텔이 디자인한 작업복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된 회화작품을 마치 의상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여기에는 효율성, 합리성, 유닛이라고 부르는 기본단위를 바탕으로 한 작업체계, 디자인 구성 등을 암시하는 듯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기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런 작업복, 기성복을 제작하는 공장 또한 근대 산업화에 부응하여 탄생한 것이다. 공장의 기계들은 유닛에 따라서 줄지어 늘어서서 부서별로 맡은 바 업무를 완성한다. 여기 전시된 지텔의 옷은 규격화된 인체를 상징하듯 같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지만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은 성별, 인체 타입 등에 따라서 의상 표현의 다양화를 강조하였다. 패션산업은 현재 개개인의 신체 치수와 체형의 다양함을 반영하는 ‘맞춤형 의상’을 제작하도록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서 선택하면 키와 팔다리 길이, 체형에 맞도록 실시간으로 제작되어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한편 또 다른 극단적인 예는 유전자 조작이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인간의 체형을 규격화하면 의상의 치수가 똑같아진다. 지텔의 작업복 디자인은 이러한 ‘규격화된 사회구성원’을 암시하는 듯하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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