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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연인

취향에 따라 사람들은 여행한다. 쇼핑하기 위해 아니면 먹거리를 찾아서. 내 경우엔 새로운 세상 속 삶을 찾아서다. 또한 내가 읽은 책과 본 영화의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1992년에 개봉된 ‘연인(The lover)’ 영화를 보고 책도 읽었다. 나룻배 갑판 위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서 있던 가냘픈 프랑스 소녀의 중절모를 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본 이후 나도 어딜 가나 모자를 늘 쓰고 다니며 영화의 배경인 메콩 강에 가고 싶었다.     첫날 본 메콩 강은 메주콩 색에 흰색과 핑크색을 조금씩 섞은 색을 띠었다.     “유유히 체념한 듯 흐르는 강물 색이 신비하긴 하군.”   내가 지껄이자, 옆에 있던 친구가 “기가 막혀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니까. 저 깊은 물 속을 상상해 봤어? 사방팔방에서 흘러 들어간 똥물이 신비하다니! 저 물에서 잡은 생선을 먹을 수 있겠어? 신비는! 자기는 참 엉뚱해.”   시시각각 변하는 강물색 위로 그물을 치는 어부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현실에 직면하고는 눈을 돌렸다. 물에 잠길 듯 말 듯 떠 있는 덤불과 집들은 폭우가 지난 후에 흙탕물에 쓸려 떠내려가는 듯했다.   황톳빛 메콩 강의 얕은 수심 탓으로 크루즈를 강 한가운데 정박하고 작은 목선을 타고 동네 어귀의 허름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규모가 큰 반 노천 시장통 입구에서 비켜있는 웅장한 옛 저택으로 들어섰다. 흰 대리석 아치를 두른 저택은 프랑스와 중국 건축이 독특하게 혼합되어 있다. 입구에 조각한 울퉁불퉁한 나뭇잎 위에 금분을 바른 거창한 현판 ‘황금순’이라는 한자로 쓰인 문패가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는 저택 주인의 가족사진들이 걸려있다. 마주 보는 벽에는 영화 ‘연인’ 속 배우들의 빛바랜 사진이 걸려 있다.     15세 프랑스 소녀와 32살의 파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부유한 중국계 남성과 불같은 사랑을 다룬 섬세하고 노골적인 베드신으로 흥행한 영화의 배경인 저택이다. 내부로 들어서니 널찍한 자게 상이 놓여 있다. 남자 주인공의 부친이 비스듬히 누워 아편을 피우던 자리다. 뿌연 아편 연기 속에서 아들이 프랑스 소녀와의 결혼을 극구 말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아들에 관해서는 그의 이름처럼 부드러운 비단인 ‘황금순’이 아니라 거친 마대와도 같은 성질로 “차라리 죽어버려라”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압력에 굴복하고 그들의 사랑은 비틀거리다가 소녀가 프랑스로 떠나면서 끝난다.     영화를 상상하며 흥미롭게 둘러보는데 마치 황 영감의 지시를 받고 내어놓은 듯 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자, 차의 향기와 고색창연한 실내 분위기에 빠져서 두 남녀가 몰래 정사를 나누던 시장통에 있던 짙은 회색 문의 아지트는 어디일까? 궁금했다.     훗날 소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가 되었다. 마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다. 영화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며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라”고 전화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연인 프랑스 소녀 영화 마지막 훗날 소녀

2024-10-31

얼굴 반찬!

  우리 부부는 에콰도르 선교사입니다. ‘덴버지역 교역자회’에서 2015년 6월 25일에 에콰도르 선교사로 파송했습니다.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에콰도르에서 ‘국제복음 신학대학원’을 설립하였습니다. 작년(2023년) 1월에 분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이태리 ‘밀라노’에서 23명의 학생이 등록했으며, 스페인 ‘아빌라’에서 7명의 학생이 등록했습니다. 이태리와 스페인은 지중해를 끼고 있기 때문에 신학교 이름을 ‘지중해 국제 복음 신학대학원’으로 정했습니다. 작년(2023년) 11월에 분교를 방문했습니다. 학교 소개도 하고 학장으로 수고하는 ‘후안 까를로스(Juan Carlos)' 목사님을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밀라노의 분교를 방문하는 길에 근처에 있는 유명한 호수를 들리기로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유명한 음식점을 검색하여 찾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돌아 나올만한 넓은 장소를 찾다가 호숫가에 있는 아름다운 식당을 만났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유람선을 타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우리들처럼 차로 오는 손님은 드물다고 합니다.       식당 입구에 2018년도에 ’미슐랭(Michelin)‘의 스타를 획득한 식당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식당 이름은 ’모미(Ristorante Momi)'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면서 세계적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이제까지 ‘미슐랭’의 스타를 획득한 식당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제가 우연히 헤매다가 들린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미슐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타이어 회사 중 하나는 '미쉐린(프랑스 발음은 미슐랭) 타이어'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미쉐린 가이드'라는 가이드북을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00년에 시작된 이 가이드북에는 맛있는 식당들을 소개한 지면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가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자 1922년부터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미슐랭 원 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이고, 미슐랭 투 스타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식당이고, 미슐랭 쓰리스타는 매우 훌륭하여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김태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미슐랭의 저주’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하나만 받아도 영광이라는 미슐랭 가이드 맛집 별점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이다. 그는 최고 평점인 별 3개부터 1개까지 도합 32개를 받았다. 그가 ‘미슐랭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별을 하나 받으면 매출이 20%, 두 개 받으면 40%, 세 개 받으면 100% 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미슐랭 별점에는 짙은 그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을 14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폐업률이 40%였다는 기사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렸다. 별점을 하나라도 받으면 인터넷 검색이 30% 증가하며 유명세를 누리지만 고급 식당 이미지를 지키느라 식재료비와 인테리어 등에 돈이 더 들고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부작용도 컸다고 했다.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는 과거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두 개와 세 개를 받았지만 결국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식당은 20년간 유지해온 별 하나 등급을 잃자마자 수익이 70% 추락했고 이듬해 결국 폐업했다. 스위스의 별 셋 음식점 요리사는 등급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평점 발표 전날 목숨을 끊었다. 이쯤 되면 ‘미슐랭의 저주’다.       공광규 시인은 ‘얼굴 반찬’ 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옛날 밥상머리에는 /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 먼 친척들이 와서 /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제가 혼자 식사를 할 때 이미 식사를 한 아내가 ‘내가 반찬으로 앉아 있을게요!’ 라고 말하면서 식탁 앞에 앉아 있으면 밥이 더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식사는 모두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다 모이면 식사기도를 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식사를 함께하지 못한다면 식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얼굴 반찬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진 기자미슐랭 쓰리스타 미슐랭 별점 프랑스 요리사

2024-10-08

[스타 셰프 타운 갈라 디너 현장] 혀 끝 감기는 프랑스 요리…“파리 온 듯”

LA는 미식의 정수라고 불리는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적어 많은 미식가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최근 LA 한인타운에서 프렌치 코스 요리가 선보여진 유명 셰프의 갈라 디너가 개최돼 화제다.     지난 9일 카페 콘체르토에서 크리스토프 에메 셰프와 김은상 콘체르토 대표의 협업 갈라 디너〈본지 7월 9일자 A-3면〉가 열렸다. 이날 에메 셰프는 프렌치 코스 요리를, 한인 1호 커피 헌터인 김 대표는 와인 및 커피 페어링을 선보인 가운데 식사를 한 참석자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에메 셰프는 이번 행사를 위해 찾은 한인타운을 “매우 흥미로운 곳”이라며 관심을 표시했다. 그는 “한인타운에 몇 번 와봤지만 올 때마다 반겨주는 분위기”라며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한식과 한국 문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에메 셰프는 한식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높아진 한식의 위상에 관해 묻자 그는 “한식이 빠른 시간 내 성장한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새로운 음식과 식재료가 등장해 나 같은 타인종 셰프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전했다. 관심가는 한식이나 한식 재료에 대해서는 “한식은 김치 같은 발효 음식이나 식재료가 많은 것 같다”며 “한인마켓에서 식재료를 보고 구매해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에메 셰프가 준비한 코스 메뉴는 아뮤즈부쉬를 포함하면 총 6개의 요리로 구성됐다. 그는 정통 프렌치 요리에 자신의 스타일을 살짝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에메 셰프는 “프랑스 요리에 이탈리아 식재료인 포르치니 버섯, 아뇰로티 파스타 등을 사용해 약간의 변주를 줬다”고 말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주방은 에메 셰프의 지휘 아래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는가 하면, 요리한 음식을 접시에 담을 때마다 “대니”라고 연신 외치며 자신의 수셰프인 대니 김(한글명 : 김기용) 셰프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김 셰프는 에메 셰프와 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에메 셰프는 음식을 접시에 담을 때도 허투루 담지 않는다. 이날 준비된 구운 관자 요리 위에 거품 소스인 폼(Foam)을 올릴 때 한 손으로 무거운 냄비를 들고, 숟가락으로 냄비에 담긴 소스를 휘저은 뒤 관자 위에 천천히 올려냈다. 또 음식이 행사 참석자에게 전달될 때 음식이 흔들리지 않게끔 신경 써달라는 당부를 서버들에게 매 순간 전하기도 했다.     메인 요리가 나갈 때쯤 김 대표가 한쪽에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에 관해 묻자 그는 “신의 커피라고 불리는 게이샤 커피를 준비했다”며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도 고품질의 희귀한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설명과 함께 자신 있다는 듯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가 준 커피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맛이었다. 고소함과 산미가 시간 차를 두고 느껴지면서 마지막에는 두 맛이 어우러졌다. 김 대표는 이날 게이샤 커피를 이용해 디저트 커피와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만들었다. 디너 참석자인 크리스틴 리브레는 김 대표의 커피를 두고 “오늘 나온 코스의 음식 모두 맛있었지만, 커피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며 “코스 음식과 정말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이날 식사를 한 18명 모두 요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심철민 넷마블 북미법인장은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오늘 하루 마치 프랑스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식사가 끝난 뒤 에메 셰프와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는 한 참석자가 “프랑스 요리를 많이 먹어봤지만 거부감이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먹은 음식은 정말 입맛에 잘 맞았다”고 에메 셰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감사의 의미로 에메 셰프에게 와인을 한 잔 건네며 프랑스어로 건배를 뜻하는 성떼를 외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김 대표는 “참석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앞으로 에메 셰프와 매달 이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메 셰프 역시 즐거워하며 “앞으로 계속해서 한인타운에서 이런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한식이나 한식 재료를 기반으로 한 코스 구성 계획을 묻자 그는 “김치 같은 발효 재료들을 활용해 한식에서 영감을 얻은 코스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식과 프랑스 음식의 퓨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에마 셰프는 “프랑스 음식은 정통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며 “퓨전보다는 한식 재료를 차용해서 프랑스 음식을 만드는 게 낫다”고 전했다.   김경준 기자한인타운 프렌치 프렌치 코스 코스 음식 프랑스 요리

2024-07-10

한인들 유럽 투어 붐…소매치기 요주의

유럽 관광에 나서는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요 도시 방문 시 소매치기 등 절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보험회사 쿼트존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행객의 87%가 여행 중 도난, 절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유럽 주요 도시들을 방문할 경우 관광객들이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경계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소매치기범들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쿼트존의 여행 보험 전문가 티파니 밀리프는 성명을 통해 “유럽 도시들은 관광지로 유명해 올해도 여행객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타깝게도 소매치기의 위험 지역이기도 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4월 기준 방문자 100만명당 소매치기 피해가 가장 많이 언급된 국가와 관광명소를 살펴보면 1위는 478건을 기록한 이탈리아로 트레비 분수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위는 251건의 프랑스로 에펠탑 주변이, 3위는 스페인(111건)으로 바르셀로나 시내의 라스 람블라스 거리였다.   이 밖에 독일(111건)의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네델란드(100건)의 레드라이트 디스트릭트, 포르투갈(58건)의 알파마, 터키(21건) 술탄아메트 디스트릭트,  그리스(19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폴란드(18건) 쿠라쿠프 라이넥 글로니 센트럴 스퀘어, 아일랜드(7건)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순이었다.   밀리프는 여행자들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머니 밸트나 크로스 바디백 등 도난 방지 액세서리에 투자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전자제품, 고가의 보석, 중요한 문서 등 귀중품은 외출 시 호텔 금고에 보관하고 소매치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지역 한인여행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보복 여행심리에 강달러 영향으로 지난해 6000여명의 한인이 유럽 투어에 나서는 등 유럽 여행 붐이 일고 있다.   아주투어 스티브 조 전무는 “혼잡한 여행지에서 피해를 많이 보는데 요즘은 수법도 다양해져 팀을 꾸리든지 가족 단위로 절도 행각에 나서고 있다. 가이드와 인솔자가 있는 단체여행팀보다는 개별 여행객들이 절도범들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무에 따르면 ▶관광객이 몰려 붐비는 곳이나 버스, 기차, 지하철 승하차 시 앞뒤를 살필 것 ▶배낭이나 가방은 무조건 앞으로 메고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넣지 말 것 ▶현금보다 신용카드 이용 ▶식당, 특히 야외에 앉았을 경우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두지 말 것 ▶사진 촬영 또는 스마트폰 이용 시 피해 빈발 ▶여권 분실에 대비해 스마트폰에 카피본을 보관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외에도 한국어로 말을 걸어온 후 선물이라며 공예품을 주고 현금을 요구한다든지, 혼잡한 도로 바닥에 그림을 전시해 놓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밟았다며 돈을 달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소매치기 소매치기 피해 유럽 도시들 유럽 관광 절도 유럽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관광 로스앤젤레스 가주 미국 OC LA CA US NAKI KoreaDaily

2024-07-04

[열린광장] 7월에 있었던 일

프랑스에는 7월 1일 출생자 가운데 유명인이 세 명 있다. 1725년에 태어난 콩 드 로샹보 장군, 1804년엔 출생한 소설가 게올쥐 상, 그리고 1872년의 비행사 루이 블레리오가 그들이다.  반면, 미국에선 7월에 전쟁이 많았다. 1863년 7월에 펜실베이니아에서 남북전쟁의 최후 결전이 벌어졌고, 1898년에는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샌 주엔 힐을 점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달이다. 바로 1776년 7월 4일 연방의회에서 독립선언서(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를 발표한 것이다. 독립선언서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 중 한 명인  존 핸콕이 가장 먼저 서명을 했다. 그래서 이 날을 미국의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세계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쟁 두 가지가 7월에 일어났다.  첫째,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 헝가리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했고, 1937년 7월 7일에는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달에는 또 큰 사건도 많았다.  1789년 7월 14일 프랑스에서는 바스티유 혁명이 시작됐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시작된 이 혁명은 프랑스 왕정이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 주 사막에서는 몇몇 과학자들이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그 후 8월 6일엔 일본의 히로시마, 8월 9일에는 일본의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됨으로써 마침내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났다.  또 1969년 7월 20일에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해 달 표면을 걷는 역사적 일이 있었다. 달 표면을 가장 먼저 걸은 우주인이 그 유명한 닐 암스트롱이다.     한국에서는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이 체결됐고, 1980년 7월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군사정권 하에서 내란음모 사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밖에 7이 들어간 격언이나 문구도 제법 있다.  7자가 들어간 어휘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섞여 있어 꽤 재미있다.     7자가 겹친 ‘칠종칠금 (七縱七擒)’은 마음대로 잡았다가 놓아 주었다 하는 비상한 재주를 의미하고, 사업이 계속 실패하거나 잇단 불운으로 갈피를 못 잡을 때는 ‘칠령팔락 (七零八落)’ 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칠월이 되면 으레 장마가 온다는 의미의 ‘칠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 또 수입이 줄어 살기 힘들다는 의미의 ‘칠팔월 은어 끓듯’이라는 한국 속담도 있다. 윤경중 / 목회학 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바스티유 혁명 프랑스 왕정 independence day

2024-06-30

한국의 맛 옥동식 파리 오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일식당에서 스시를 먹는 것처럼 한식당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되어야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가요!"  지난 2010년에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수행원들과 소호의 유명했던 어느 한식당을 방문하고 난 뒤, 한식의 위상이 좀 더 올라야 한다는 염원에 해당 업소의 대표가 했던 말이다.  이러한 염원이 실현되듯 2024년에 뉴욕의 한국 음식의 자존심이 유럽의 패션과 문화, 그리고 미식의 근원이라고 일컫는 프랑스의 파리 한복판에 깃발을 꽂았다. 바로 한국과 뉴욕에서 돼지곰탕 전문점으로 유명한 '옥동식'이 파리에 상륙하기 때문이다.  '옥동식'을 이끌고 있는 유명 셰프 옥동식과 '핸드호스피탈리티' 이기현 대표는 한국의 마포와 뉴욕, 하와이 등에서 성공시킨 돼지곰탕 메뉴를 이제 프랑스인들의 미각에 맞는지 시험을 받고자 현지 시간 3월 28일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유명 매체와 맛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폭발적 관심을 받아온 옥동식 팀은 "한국 마포의 맛을 그대로 뉴욕에 옮겼듯 이번에는 그대로 파리로 옮겨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식 돼지곰탕의 맛을 전해 한국 음식의 국제적 레벨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돼지국밥은 아직은 서구권 문화에서 익숙하지 않은 탕 요리이다. 그러나 '옥동식'의 돼지곰탕은 오랜 시간 우려내 둔탁하지 않고 깔끔하게 맑은 국물로 우려낸 뒤에 풍미에 맞게 돼지고기를 얹은 다음, 토렴법으로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게 하는 특색 있는 국밥으로 큰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다.  옥동식 셰프는 프랑스 파리에서 팝업스토어 오픈에 대해 "뉴욕에 돼지곰탕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한국산 버크셔 돼지고기의 맛을 충분히 구현하기가 녹록치 않았다"며 "프랑스 파리 지점의 성공을 위해 유럽산 돼지고기, 현지의 물과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배분해 뉴욕의 맛을 그대로 파리로 옮겨 유럽 진출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옥동식은 추가로 오는 7월 일본 동경점과 뉴욕 베이사이드점 그리고 하반기에 하와이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 박종원옥동식 한국 한국식 돼지곰탕 프랑스 파리 옥동식 파리

2024-03-28

나도 몰랐던 내 안 깊은 곳의 욕망

파리의 고급 스트립클럽 ‘A Mon Seul Desir’(My Sole Desire)에 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마농(루이즈 쉐빌로트)이 오로라라는 예명으로 취직을 한다. 그녀는 동료 댄서이며 배우 지망생 미아(지타 한로트)와 친구가 된다.     마농은 ‘쉽고 빠른’ 돈을 보장해주는 욕망의 세계에서 곧 불타오르는 나방처럼 스타로 떠오른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 스트리핑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에로틱한 삶을 탐닉하며 미처 몰랐던 자아 속 욕망의 분출구가 된다.     마농은 직업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한 질문에 직면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대학원생의 삶과 벌거벗은 육체를 파는 스트리퍼의 삶이 우선순위가 바뀌고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세계가 펼쳐지면서 사치와 환락이 그녀의 일상을 지배한다.   이후 영화는 마농과 미아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들의 심리 안에 잠재해 있는 레즈비언의 본능을 탐구한다. 두 여자는 관객 앞에서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연습하면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흥분되고 함께 성적 유희를 경험한다.     영혼이 자유로운 마농에 비해 남자친구 몰래 클럽에서 일하는 미아는 주저한다. 그러나 마농의 에로틱한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마농과 미아는 매춘에 연루되고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된 동력은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주역 루이즈 셰빌로트(Louise Chevilotte)와 지타 한로트(Zita Hanrot)의 대담한 연기이다. 루시 볼레토 감독은 이들의 불꽃 튀는 연기를 토대로, 스트리퍼들의 에로틱한 삶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여성적 시각에서 들여다본다.     그녀는 미국영화들에서 흔히 보는 스트립클럽의 눈요기는 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성을 상품화하는 시대의 편린들을 거부한다. 볼레토 감독의 성은 노골적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섹시하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두 스트리퍼의 삶을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욕망을 재조명한다. 사랑과 욕망, 그리고 환희, 그 모든 것들의 뒤에 오는 결론. 성의 영역에서는 모든 게 미스터리라는 사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욕망 유일 개인적 욕망 프랑스 영화계 마농과 미아

2024-02-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비로운 천사의 섬, 몽생미셸(프랑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이렇게 말했다. '사막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바다에는 몽생미셸이 있다'고.     몽생미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몽(mont)은 산을 뜻하고 생미셸(Saint Michelle)은 성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성 미카엘의 산'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서기 708년, 이 일대를 다스리던 주교 생 오베르(Saint Aubert)의 꿈속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라고 계시를 내렸는데, 오베르는 이를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만다. 이후에도 오베르는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특히 세 번째 꿈에서는 미카엘이 손가락을 내밀어 오베르의 이마에 강한 빛을 비추었다고 한다. 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천사의 계시를 받들어 수도원 공사에 착수한다. 오베르는 큰 바위 위에 기도대를 세웠고,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공수해 예배당을 건설했다. 그렇게 바다 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의 용도 또한 역사를 따라 숱한 변화를 겪었다. 10세기까지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고 백년전쟁 중에는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담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혁명군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들어 대규모 증축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역사 유적지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해무를 발아래 감싸고 그 위에 높이 솟은 몽생미셸은 가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아름답다. 또 누군가는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까지,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몽생미셸 프랑스 대천사 미카엘 프랑스 혁명 수도원 공사

2024-01-25

“한 폭의 그림 보는 것 같아”

    지난 30여년 간 유럽만을 여행한 유럽여행 전문작가 곽노은 씨가 진행하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 마을 그리고 크루즈 여행’ 강의가 오는 30일(화) 줌(Zoom)으로 진행된다.   이번 강의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동부를 둘러보며 작은 개선문이 디종, 사랑의 도시 트루아, 플라비니 쉬르 오즈랭과 스트라스부르, 마카롱의 원조 도시 낭시, 콜마르, 에기쉐임, 리보빌레, 리크위르, 케제르베르를 방문하고 남부의 샤모니 몽블랑과 안시를 방문한다.     중부에서는 잔다르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투르와 오를레앙, 아름다운 중세 마을들인 로카마두르, 꽁크, 카스텔로 라 샤펠, 생 브누아 뒤 소, 생 시르크 라포피, 샤를라 라 카네다, 캉드 생 마르탱과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리모주를 찾는다.    또한 다 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앙브아즈 성, 샹보르 성, 클로뤼세 성을 들러, 북서부에서는 고흐가 죽고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네가 마지막 43년을 산 지베르니, 루앙대성당이 우뚝 서있는 루앙,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예쁜 항구마을 옹플뢰르, 성벽의 도시 생 말로, 반목조 건축물이 유명한 디낭, 3천개의 열석이 세워져 있는 카르나크, 굴양식으로 유명한 캉칼 그리고 천공의 섬으로 불리는 몽 생 미셸 수도원을 둘러본다. 이날 강의에서는 유럽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전세계 크루즈를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공개된다.       문의: nounkwak@yahoo.com   링크: https://us02web.zoom.us/j/4534444513?pwd=WWlYVXhqL0tMRVlUSTQ5S21JYzl2dz09&omn=84750300776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프랑스 크루즈 유럽여행 전문작가 크루즈 여행 도시 트루아

2024-01-24

[삶의 뜨락에서] Parisien(파리지앵)

10월 초에 프랑스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를 두루 돌아보았지만 나에게 프랑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때부터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이젤을 펴놓고 베레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꿈꾸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택했었는데 유난히 발음이 어렵다는 불어를 나는 신바람이 나서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주의 작가들,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와 인상파 화가들인 모네, 마네, 르누아르가 모두 프랑스인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예술의 본질은 트렌드에 상관없는 개성의 표현이며 free spirit의 표출이다. 20세기 전반까지 주류였던 합리주의, 실증주의의 철학사상을 뒤엎고 새로 등장한 실존주의 사상은 나의 대학 시절을 값지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자양분이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 또한 그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그동안 사실주의에 입각한 인물과 자연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그림 풍과는 전혀 다르게, 보고 난 뒤의 강하게 남아있는 인상을 표현한다는 기막힌 발상이 오늘날 예술사에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 준비과정으로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0-1900’을 읽었다. 항상 문학과 예술세계를 동경해온 나로서는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빛낸 예술가들의 도시, 파리는 과연 나를 흥분과 감동으로 이끌었다. 그중에는 파리지앵도 많이 있었지만, 그 당대에 파리로 모여든 많은 예술가의 생생한 실화는 파리를 ‘예술의 도시’ ‘빛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해주었고 파리는 세계 문화 예술의 수도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베르나르, 마네, 모네, 드가, 모리조, 로댕, 세잔, 드뷔시, 르누아르, 피사로, 에펠, 클레망소, 고갱, 고흐, 말라르메, 퀴리, 휘슬러, 지드 등 이들은 작가, 화가, 조각가, 배우, 정치가로 프랑스 코뮌 (1871년 프랑스 노동자들의 봉기) 이후 잿더미가 된 파리를 재건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냈다. 그 당시 위고의‘파리의 노트르담’과 ‘레 미제라블’은 파리 노동자들의 가난으로 인한 의분의 들끓음을 잘 반영하여 이후 위고는 메시아적인 인물이 되었다.     폐허가 된 파리에서 이들 예술가는 카페를 그들의 아지트로 삼아 울분을 토하고 머리를 맞대고 파리 복귀에 힘을 보탰다. 나의 이번 파리 여행은 오늘날 지식인들의 거리로 불리는 Saint-Germain-Des-Pres(생제르맹데프레)를 찾아 그들의 정취를 더듬고 숨결을 느껴보는 일이었다. 카페 Magots와 Flore에 들렀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피카소, 조이스, 카뮈를 찾았다. 그들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 안았다. 마고 카페 바로 옆에 6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이 있는데 그 안에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가 묻혀있다고 한다.     파리는 구석구석 어느 곳에나 야외 카페가 대세다. 물론 실내장식도 아주 훌륭하다. 주중인데도 어느 카페나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런 카페 문화는 프랑스 전역, 아니 시골 마을까지 퍼져있다. 아마도 파리지앵들은 야외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나 와인을 즐기며 인생을 논하고 예술을 탄생시키는 담소 문화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하면 요리 또한 유명하다. 대부분 요리에는 생크림, 버터가 들어가고 소스로 맛을 내는데, 소스는 돈 쓴 만큼 맛이 난다고 한다. 크루아상과 바게트, 치즈와 와인은 기본이다. 정식 프랑스 요리는 기본이 3코스로 보통 식사 시간이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들은 소식하며 많이 걷는다. 프랑스에서는 gym, art school, music school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설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용한다는 점이다. 내가 본 프랑스인들은 진정 멋과 맛을 알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파리지앵이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파리지앵 도시 파리 파리 노동자들 프랑스 노동자들

2023-11-17

[열린광장] 11월에 생각나는 인물들

2023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 먼 곳에서는 오늘도 전쟁으로 하루에도 수 백명씩 목숨을 잃고 있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 11월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프랑스의 유명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일이 11월 2일이다. 이 미모의 왕비는 경솔한 언행과 음모로 인해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앙투아네트는 왕세자와 결혼하고 이 왕세자가 국왕 루이 16세가 되자 곧바로 국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왕비가 된 이후  두 번이나 혁명이 일어났고 왕비 자리에서 물러날 뻔한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국왕은 1793년 1월 21일에, 그리고 앙투아네트 왕비는 같은 해 10월16일 각각 처형되고 말았다.        반면 앙투아네트와 생일이 같은 미국의 제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는 지금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포크는 뛰어난 정치로 미국의 번영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제외하고 계획했던 모든 일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1796년 출생한 포크는 1825년 하원의원, 1835년엔 하원 의장에, 1839년엔 테네시 주지사,  그리고 1844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선 5년 후인 1849년 세상을 떠났다.    11월에 생각나는 많은 프랑스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다. 그는 군인이요 정치가로서 프랑스를 크게 발전시킨 인물로 1890년 11월22일 태어났다. 드골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네 차례나 다쳤고 포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본 방드루란 여성과 1921년에 결혼했다. 드골은 1958년에 시민전쟁이 일어날 뻔한 시기에 당시 대통령 르네 코티의 요청으로 새 정부를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제5 공화국’이다.  드골은 1958년 12월에 새 정부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후 1969년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1970년 11월 9일 영면했다.     참 세월은 얄궂기도 하다. 드골의 생일날이 미국의 유명 정치인이 세상을 떠난 날이니 말이다. 바로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3년 11월22일 괴한의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인 43세에 당선된 인물이었다.     1917년 5월29일 뉴욕의 브클린에서 출생한 그는 1940년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며, 해군 복무 후 연방하원의원, 연방상원의원을 거쳐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라.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인물 프랑스 인물 케네디 대통령 앙투아네트 왕비

2023-11-06

[신 영웅전] 의연하게 죽은 마리 앙투아네트

남자가 몰락하는 길이 있듯이 여인에게도 몰락하는 길이 있다는데, 사치와 교만과 천박함이다. 천박함은 무시를 겪지만 책 좀 읽으면 극복되고, 교만은 따돌림을 받지만 종교나 수양을 쌓으면 탈색되지만, 사치는 참으로 벗기 어려운 비난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도하게 사치했다고 비난받는 여성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왕비의 16남매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됐으니 검소했더라도 사치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당시 농노들은 밭두렁에서 짐승처럼 뒹굴며 살 때 프랑스 귀족들은 산해진미를 즐기다가 중간에 토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먹었으니,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앙투아네트 왕비가 34만8000프랑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샀는데, 그 값은 그 시절 파리 중산층 5000가구의 1년 생활비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음해한 귀족의 말을 스위스 출신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혁명을 합리화하려고 그대로 『고백록』에 기록한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는 말도 혁명파가 지어낸 낭설이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궁궐 안에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다친 농부를 치료해 주고, 빵공장을 세워줬다. 그런데도 프랑스혁명 와중에 국고 낭비, 부패,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왕을 타락시킨 혐의, 백성 기만, 프랑스 멸망 시도, 전쟁 유발 등으로 기소됐다. 혁명에는 늘 누명이 필요했다. 프랑스인은 그를 ‘오스트리아 계집’이라 부르며 단두대에 세웠지만, 그는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 계단을 올라가다가 형리의 발등을 밟자 정중하게 사과했다. 사제가 고해성사를 말하자 왕비는 “지은 죄가 없으니 고백할 것이 없다”고 대답하고 파리광장에서 의연히 죽었다. 왕비답게….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앙투아네트 의연 앙투아네트 왕비 프랑스혁명 와중 프랑스 왕비

2023-09-04

[종교와 트렌드] 프랑스 이민사회에서 얻는 교훈

최근 프랑스 파리에 세미나 참석차 다녀왔다. 처음 가봐서 마음도 설레었고 많은 예술품을 보고 낭만의 도시를 느낄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파리에서의 젊은 이민자들의 폭동으로 출발 전까지 조마조마하였다. 마침 세미나차 머무른 지역이 공항 옆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세미나가 열린 곳은 다수의 아랍인과 아프리카 흑인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이곳이 중동인지 아프리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물론 다민족 도시인 LA에 사는 필자도 다양한 인종에 익숙했지만 파리엔 너무나 많은 아랍계 무슬림과 흑인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았고 많은 이주민이 프랑스의 노동력을 위해 대거 유입되었다.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이러한 전쟁 복구에 노동력이 필요했고 많은 이주자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프랑스 주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프랑스도 이들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데 실패하였다. 최근 발생한 폭동도 젊은 이민자 청소년의 불심 검문 사건으로 촉발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프랑스 내 이민자와 사회 사이의 갈등 표출이다.   파리에서 수많은 예술품을 보았다. 이면에는 전쟁과 식민지로 인한 약탈품이라는 불편한 진실 역시 담고 있다. 보통 프랑스 식민지들은 독립해도 영국 식민지에 비해 못 사는 나라가 많다. 가까운 아이티만 해도 프랑스 식민지이지만, 수탈만 할 뿐 사회 인프라를 전혀 깔아놓지도 않았고 병원, 학교 등도 지어주지 않았다. 아이티 지역에 선교를 가보면 인프라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우아한 문화국가라는 프랑스는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미국에 돌아와 보니 코로나 이후에 더욱 심해진 인종간 갈등과 혐오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미국은 프랑스만큼 이민자들이 슬럼가나 게토지역에 몰려서 살지 않는다. 미국 이민자들은 사회에 잘 적응하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산다.     수년간 난민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교팀에서 아프간과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온 부모 없는 청년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이 직장을 찾고 교육을 이어가게 해서 미국생활에 적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젊은이들 중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시리아계 이민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그들이 미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좋은 시민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인 이민자들도 먼저 온 이민 선배로서 미국이라는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교회마다 여름 단기선교를 나가느라 바쁜 시즌이다. 그러나 멀리 가지 않아도 이미 많은 무슬림이 우리를 위해 난민으로 찾아오지 않았나. 미국에 온 아프간 난민들은 사회고위층이 많다. 단기선교를 가도 이러한 고위층 무슬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선교는 이벤트가 아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신앙이 필요한 때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이민사회 프랑스 프랑스 이민사회 프랑스 주류사회 프랑스 식민지들

2023-07-31

[신복룡의 신 영웅전] 도척만도 못한 세상

공자(孔子)의 친구 유하계(柳下季)에게 도척이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부하 9000명을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하는 도적이었다. 공자는 도척을 회개시키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찾아가 훈계했다.   그랬더니 도척이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길어야 백 년이고 짧으면 60년인데, 그나마 아프고 근심하는 시간을 빼면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 주제넘게 남을 훈계하러 다니시오. 어서 돌아가 자신이나 돌보시오.” 그 말을 듣고 공자가 그 집을 나오는데 너무 무안해 말 고삐를 잡으려다 세 번 헛손질했다.   어느 날 도척이 도적질에 대해 강의하는데, 한 제자가 “도적질에도 도(道)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도척이 이렇게 대답했다. “저 안에 값진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면 성인(聖)의 경지요, 이번 도둑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안다면 지혜로운(知) 일이요, 먼저 담을 넘어들어가는 것은 용기(勇) 있는 일이요,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은 의리(義) 있는 일이요, 장물을 고루 나누는 것은 어진(仁) 일이다. 그러니 어찌 도적에게 도가 없겠느냐. 그러나 나는 아직 이 다섯 가지 도를 모두 갖춘 도적을 보지 못했다.”(『장자』 재유·도척 편)   세상이 많이 더러워졌다. “모든 재산은 어차피 훔친 것”이라는 프랑스 아나키스트 철학자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1809~1865)의 말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이들 훔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이 입방아에 오르고, 특검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받고, 대통령 출마 정치인이 검은돈과 연루돼 사법 절차를 밟고 있으니 우리 사회는 그리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고 일본의 38배라는 보도를 봤다. 우리야 어차피 도척만도 못한 세상을 살았지만,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 부끄러워 마음이 허허롭다. 정말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잘 뽑아야 할 텐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사법부 수장 프랑스 아나키스트 피에르 조제프

2023-07-30

[중앙시론] 미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아버지날(Father’s day)과 준틴스 데이(Juneteenth: 흑인 노예해방 기념일)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붉은 돔(Red snapper)이 제철이다.  밤새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당초 계획되었던 오전 예약이 취소됐다. 결국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오후에 겨우 배를 구해 멕시코만으로 나갔다.   첫 번째 어로에서 낚시를 드리우는 순간, 한 일행이 갑자기 “물렸다!” 소리쳤다.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한참을 씨름하다 건져 올린 것은 1.5피트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방어다. 회를 치면 찰진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와!” 일제히 함성을 질렀으나, 선원은 기대와는 달리 인증샷만 찍고 애써 잡은 방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맛있는 생선을 왜 …?’ 이 어종은 지금 금어기라 잡을 수 없단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반출하면 라이선스가 취소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플로리다 주 당국은 낚시 금지 어종과 어획량, 일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했다. 어류를 보호하고 배양할 목적이다. 실제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 위원회(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는 해마다 낚시 시즌을 앞두고 관련 규제사항을 발표한다. 단순히 물고기 크기로 한도를 설정하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철저하다. 심지어 까다롭지는 않지만 낚싯배 탐승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잡을 수 있는 참돔의 양도 제한된다. 1인당 2마리. 길이가 16인치 넘지 않는 물고기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식감이 좋은 쥐치도 몇 마리 잡았으나 규정에 따라 바로 방생을 했다.     주 정부는 낚시를 끝내고 돌아온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잡은 마릿수와 무게를 보고하도록 한다. 일정량이 채워지면 낚시 시즌도 마무리한다. 실제 하선하자 관계자들이 잡은 물고기 마릿수와 크기를 일일이 검사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앨라배마, 버지니아, 뉴욕 등 관련 주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는 강태공들에게 다소 과도한, 그리고 불필요한 조항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어떤 규정이 부당할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개정되기 전까지는 준수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양식이다.     회를 좋아하는 일부 아시아계는 허용되지 않은 어종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거나, 필레(filet) 형식으로 주머니에 넣고 단속을 피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국자들이 때때로 배 위로 올라와 수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법망은 어찌 보면 그물코가 넓고 엉성해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서 오는 해프닝이리라. 사고 환경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현지당국의 사고 구조와 맛있는 회를 먹고 싶은 마니아들의 욕망 구조 사이의 갈등이다.     올해로 이민 120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는 미국사회 적응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곧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에 동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질서와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생활습관과 문화환경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서로 간 믿음이 생긴다. 사회의 발전이 구성원들의 신뢰 확산에서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말했다.  “우리 사이좋게 살아요.”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미국 방법 낚시 시즌 낚시 금지 프랑스 구조주의

2023-06-25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마을들’

      여행 작가 곽노은의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마을들’을 주제로 한 강의가 내달 1일 오전 11시 20분, 메릴랜드 락빌 소재 세계로 교회(4401 Muncaster Mill Rd, Rockville, MD 20853)에서  상록회(회장 이광운) 초청으로 열린다.     매주 금요일 본보에 고품격 여행기 칼럼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을 연재하고 있는 곽 작가는, 수십년간 유럽을 자유여행하며 담은 생동감 있는 현장사진들과 함께 수려한 언변과 넓은 식견으로 여행 체험기를 실감나게 전하며 독자들의 강성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여행 강의는 파리의 ‘에펠탑’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개선문이 있는 ‘디종’, 사랑의 도시 ‘트루아’, 예쁜 시골마을 ‘플라비니 쉬르 오즈랭’, 프랑스 국가가 태어난 도시 ‘스트라스부르’, 마카롱의 원조 ‘낭시’, 동부의 아름다운 마을 ‘콜마르’, ‘에기쉐임’, ‘리보빌레’, ‘리크위르’, ‘케제르베르’를 돌아보고 남부로 내려가 ‘샤모니 몽블랑’과 ‘안시’를 방문한다.    더불어 잔다르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중부의 ‘투르’와 ‘오를레앙’, 중세의 아름다운 여러 마을 ‘로카마두르’, ‘꽁크’, ‘카스텔로 라 샤펠’, ‘생 브누아 뒤 소’, ‘생 시르크 라포피’, ‘샤를라 라 카네다’, ‘캉드 생 마르탱’를 관광하고, 흙의 예술 도시 ‘리모주’를 방문해 도자기 마을을 둘러본다.   아울러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앙브아즈 성’, ‘쉬농서 성’, ‘샹보르 성’, ‘클로 뤼세 성’을 찾고, 북서부로 옮겨 고흐가 마지막 일생 70일을 보내고 죽은 뒤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네가 생애 마지막까지 43년을 살았던 ‘지베르니’, 루앙대성당이 우뚝 서있는 ‘루앙’,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예쁜 항구 ‘옹플뢰르’, 성벽의 도시 ‘생 말로’, 중세에 지은 반목조 건축물이 많은 ‘디낭’, 꼴롱바주 건축물의 ‘반느’, 3,000개의 열석이 세워져 있는 ‘카르나크’, 굴 양식으로 유명한 ‘캉칼’, 천공의 섬인 ‘몽 생 미쉘 수도원’을 돌아보며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이자 문화 예술의 중심지, 프랑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프랑스 도시 중심지 프랑스 프랑스 국가 이번 프랑스

2023-05-23

[노트북을 열며] 외교의 귀환, 샴페인은 이르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 외교부 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 본 건물로 이어지는 복도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담은 액자들이 빼곡했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꿋꿋이 출근하는 여성,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소녀의 표정은 담담해서 되레 슬펐다. 국민의 삶을 평온히 지키는 것이 외교의 숨은 역할이라는 점을 웅변했다.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의 외교부가, 모든 방문객이 지나가는 이 복도에 이들 액자를 걸어둔 의미는 크다. 미·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외교를 리드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뿐 아니라 인도·일본·호주의 주요 매체 기자들을 초청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엘리제궁의 고위·실무 관료들, 그리고 관련 학자들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은 궁금해했다. 한국의 인·태 정책 조직은 어떻게 꾸려졌고,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가 컸다. 그러나 샴페인은 여기까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를 듣고 박수를 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횡성 한우 불고기를 두 접시 비웠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매듭이 풀리진 않는다. 매듭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만족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을 위한 외교가 아닌 한국 자신의 국익을 위한 외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제정세의 체스판은 한국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어찌 보면 격동의 구한말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외교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찾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일본과 조선의 운명을 가른 씨앗은 이곳에서 움텄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조슈(長州) 출신 5인, 일명 ‘조슈 파이브’가 밀항을 감행하며 서구 문물을 배우고 일본 경제와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곳이다. 한국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며, 정한론(征韓論) 등으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곳이지만,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해 돌아볼 점은 분명히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이드, 와타나베는 “‘조슈 파이브’는 서구 문물을 밤낮으로 흡수하며 새로운 나라 건설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쇄국의 막다른 길을 택한 조선의 오판이 떠올랐다.   동북아가 들끓고 있다. 윤 정부의 실리 외교 귀환이 반갑다. 하지만 자화자찬은 금물이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계 외교에 동참하려면 더욱 예민한 촉수를 세워야 한다. 국익과 실리, 잠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다. 최소한 100년 전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샴페인 외교 프랑스 외교부 실리 외교 외교 난타전

2023-05-10

[문장으로 읽는 책] 공무원 생리학

분명 관료주의에는 잘못이 있다. 느려 터졌고 무례하다. 참신한 기획을 방해하고 진보를 더디게 한다. 하지만 프랑스 관공서는 놀라우리만치 쓸모가 있다. 모든 종이 업체를 먹고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일 잘하는 하녀처럼 좀 못살게 굴어도 언제든 우리한테 지출을 하기 때문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책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거봉 발자크가 프랑스 7월 혁명과 2월 혁명 사이인 1842년 썼다. 『기자 생리학』과 함께 작품 연보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소품이지만, 인간 생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발자크식 르포르타주다. 결론은 19세기 프랑스 사회나 지금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선망받는 직종이지만 사회적 악으로 지탄받기도 하는 공무원·정치인의 이중성을 잘 그렸다.   “이 청년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적 인간이거나 인간 정치 그 자체다.”(장관 비서관) “사무실에서 국장은 ‘개’ 아니면 ‘착한 아이’, 두 성격밖에 없다.” “사환은 관공서의 철학자이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다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국가 탓이라며 시간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공무원들을 훔친다. 적게 받기 때문에 적게 일한다.” 직종에 대한 생리학일 뿐 아니라 인간 군상 계보학으로도 흥미롭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프랑스 관공서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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