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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 옥동식 파리 오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일식당에서 스시를 먹는 것처럼 한식당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되어야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가요!"  지난 2010년에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수행원들과 소호의 유명했던 어느 한식당을 방문하고 난 뒤, 한식의 위상이 좀 더 올라야 한다는 염원에 해당 업소의 대표가 했던 말이다.  이러한 염원이 실현되듯 2024년에 뉴욕의 한국 음식의 자존심이 유럽의 패션과 문화, 그리고 미식의 근원이라고 일컫는 프랑스의 파리 한복판에 깃발을 꽂았다. 바로 한국과 뉴욕에서 돼지곰탕 전문점으로 유명한 '옥동식'이 파리에 상륙하기 때문이다.  '옥동식'을 이끌고 있는 유명 셰프 옥동식과 '핸드호스피탈리티' 이기현 대표는 한국의 마포와 뉴욕, 하와이 등에서 성공시킨 돼지곰탕 메뉴를 이제 프랑스인들의 미각에 맞는지 시험을 받고자 현지 시간 3월 28일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유명 매체와 맛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아 폭발적 관심을 받아온 옥동식 팀은 "한국 마포의 맛을 그대로 뉴욕에 옮겼듯 이번에는 그대로 파리로 옮겨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식 돼지곰탕의 맛을 전해 한국 음식의 국제적 레벨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돼지국밥은 아직은 서구권 문화에서 익숙하지 않은 탕 요리이다. 그러나 '옥동식'의 돼지곰탕은 오랜 시간 우려내 둔탁하지 않고 깔끔하게 맑은 국물로 우려낸 뒤에 풍미에 맞게 돼지고기를 얹은 다음, 토렴법으로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게 하는 특색 있는 국밥으로 큰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다.  옥동식 셰프는 프랑스 파리에서 팝업스토어 오픈에 대해 "뉴욕에 돼지곰탕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한국산 버크셔 돼지고기의 맛을 충분히 구현하기가 녹록치 않았다"며 "프랑스 파리 지점의 성공을 위해 유럽산 돼지고기, 현지의 물과 식재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배분해 뉴욕의 맛을 그대로 파리로 옮겨 유럽 진출을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옥동식은 추가로 오는 7월 일본 동경점과 뉴욕 베이사이드점 그리고 하반기에 하와이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 박종원옥동식 한국 한국식 돼지곰탕 프랑스 파리 옥동식 파리

2024-03-28

나도 몰랐던 내 안 깊은 곳의 욕망

파리의 고급 스트립클럽 ‘A Mon Seul Desir’(My Sole Desire)에 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마농(루이즈 쉐빌로트)이 오로라라는 예명으로 취직을 한다. 그녀는 동료 댄서이며 배우 지망생 미아(지타 한로트)와 친구가 된다.     마농은 ‘쉽고 빠른’ 돈을 보장해주는 욕망의 세계에서 곧 불타오르는 나방처럼 스타로 떠오른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 스트리핑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에로틱한 삶을 탐닉하며 미처 몰랐던 자아 속 욕망의 분출구가 된다.     마농은 직업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한 질문에 직면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대학원생의 삶과 벌거벗은 육체를 파는 스트리퍼의 삶이 우선순위가 바뀌고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세계가 펼쳐지면서 사치와 환락이 그녀의 일상을 지배한다.   이후 영화는 마농과 미아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들의 심리 안에 잠재해 있는 레즈비언의 본능을 탐구한다. 두 여자는 관객 앞에서 레즈비언들의 사랑을 연습하면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흥분되고 함께 성적 유희를 경험한다.     영혼이 자유로운 마농에 비해 남자친구 몰래 클럽에서 일하는 미아는 주저한다. 그러나 마농의 에로틱한 여정에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마농과 미아는 매춘에 연루되고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된 동력은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주역 루이즈 셰빌로트(Louise Chevilotte)와 지타 한로트(Zita Hanrot)의 대담한 연기이다. 루시 볼레토 감독은 이들의 불꽃 튀는 연기를 토대로, 스트리퍼들의 에로틱한 삶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여성적 시각에서 들여다본다.     그녀는 미국영화들에서 흔히 보는 스트립클럽의 눈요기는 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성을 상품화하는 시대의 편린들을 거부한다. 볼레토 감독의 성은 노골적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섹시하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초처럼 자라는 두 스트리퍼의 삶을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욕망을 재조명한다. 사랑과 욕망, 그리고 환희, 그 모든 것들의 뒤에 오는 결론. 성의 영역에서는 모든 게 미스터리라는 사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욕망 유일 개인적 욕망 프랑스 영화계 마농과 미아

2024-02-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비로운 천사의 섬, 몽생미셸(프랑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이렇게 말했다. '사막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바다에는 몽생미셸이 있다'고.     몽생미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몽(mont)은 산을 뜻하고 생미셸(Saint Michelle)은 성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성 미카엘의 산'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서기 708년, 이 일대를 다스리던 주교 생 오베르(Saint Aubert)의 꿈속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라고 계시를 내렸는데, 오베르는 이를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만다. 이후에도 오베르는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특히 세 번째 꿈에서는 미카엘이 손가락을 내밀어 오베르의 이마에 강한 빛을 비추었다고 한다. 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천사의 계시를 받들어 수도원 공사에 착수한다. 오베르는 큰 바위 위에 기도대를 세웠고,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공수해 예배당을 건설했다. 그렇게 바다 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의 용도 또한 역사를 따라 숱한 변화를 겪었다. 10세기까지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고 백년전쟁 중에는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담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혁명군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들어 대규모 증축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역사 유적지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해무를 발아래 감싸고 그 위에 높이 솟은 몽생미셸은 가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아름답다. 또 누군가는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까지,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몽생미셸 프랑스 대천사 미카엘 프랑스 혁명 수도원 공사

2024-01-25

“한 폭의 그림 보는 것 같아”

    지난 30여년 간 유럽만을 여행한 유럽여행 전문작가 곽노은 씨가 진행하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 마을 그리고 크루즈 여행’ 강의가 오는 30일(화) 줌(Zoom)으로 진행된다.   이번 강의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동부를 둘러보며 작은 개선문이 디종, 사랑의 도시 트루아, 플라비니 쉬르 오즈랭과 스트라스부르, 마카롱의 원조 도시 낭시, 콜마르, 에기쉐임, 리보빌레, 리크위르, 케제르베르를 방문하고 남부의 샤모니 몽블랑과 안시를 방문한다.     중부에서는 잔다르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투르와 오를레앙, 아름다운 중세 마을들인 로카마두르, 꽁크, 카스텔로 라 샤펠, 생 브누아 뒤 소, 생 시르크 라포피, 샤를라 라 카네다, 캉드 생 마르탱과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리모주를 찾는다.    또한 다 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앙브아즈 성, 샹보르 성, 클로뤼세 성을 들러, 북서부에서는 고흐가 죽고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네가 마지막 43년을 산 지베르니, 루앙대성당이 우뚝 서있는 루앙,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예쁜 항구마을 옹플뢰르, 성벽의 도시 생 말로, 반목조 건축물이 유명한 디낭, 3천개의 열석이 세워져 있는 카르나크, 굴양식으로 유명한 캉칼 그리고 천공의 섬으로 불리는 몽 생 미셸 수도원을 둘러본다. 이날 강의에서는 유럽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전세계 크루즈를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공개된다.       문의: nounkwak@yahoo.com   링크: https://us02web.zoom.us/j/4534444513?pwd=WWlYVXhqL0tMRVlUSTQ5S21JYzl2dz09&omn=84750300776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프랑스 크루즈 유럽여행 전문작가 크루즈 여행 도시 트루아

2024-01-24

[삶의 뜨락에서] Parisien(파리지앵)

10월 초에 프랑스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를 두루 돌아보았지만 나에게 프랑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때부터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이젤을 펴놓고 베레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꿈꾸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택했었는데 유난히 발음이 어렵다는 불어를 나는 신바람이 나서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주의 작가들,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와 인상파 화가들인 모네, 마네, 르누아르가 모두 프랑스인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예술의 본질은 트렌드에 상관없는 개성의 표현이며 free spirit의 표출이다. 20세기 전반까지 주류였던 합리주의, 실증주의의 철학사상을 뒤엎고 새로 등장한 실존주의 사상은 나의 대학 시절을 값지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자양분이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 또한 그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그동안 사실주의에 입각한 인물과 자연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그림 풍과는 전혀 다르게, 보고 난 뒤의 강하게 남아있는 인상을 표현한다는 기막힌 발상이 오늘날 예술사에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 준비과정으로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0-1900’을 읽었다. 항상 문학과 예술세계를 동경해온 나로서는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빛낸 예술가들의 도시, 파리는 과연 나를 흥분과 감동으로 이끌었다. 그중에는 파리지앵도 많이 있었지만, 그 당대에 파리로 모여든 많은 예술가의 생생한 실화는 파리를 ‘예술의 도시’ ‘빛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해주었고 파리는 세계 문화 예술의 수도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베르나르, 마네, 모네, 드가, 모리조, 로댕, 세잔, 드뷔시, 르누아르, 피사로, 에펠, 클레망소, 고갱, 고흐, 말라르메, 퀴리, 휘슬러, 지드 등 이들은 작가, 화가, 조각가, 배우, 정치가로 프랑스 코뮌 (1871년 프랑스 노동자들의 봉기) 이후 잿더미가 된 파리를 재건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냈다. 그 당시 위고의‘파리의 노트르담’과 ‘레 미제라블’은 파리 노동자들의 가난으로 인한 의분의 들끓음을 잘 반영하여 이후 위고는 메시아적인 인물이 되었다.     폐허가 된 파리에서 이들 예술가는 카페를 그들의 아지트로 삼아 울분을 토하고 머리를 맞대고 파리 복귀에 힘을 보탰다. 나의 이번 파리 여행은 오늘날 지식인들의 거리로 불리는 Saint-Germain-Des-Pres(생제르맹데프레)를 찾아 그들의 정취를 더듬고 숨결을 느껴보는 일이었다. 카페 Magots와 Flore에 들렀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피카소, 조이스, 카뮈를 찾았다. 그들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 안았다. 마고 카페 바로 옆에 6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이 있는데 그 안에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가 묻혀있다고 한다.     파리는 구석구석 어느 곳에나 야외 카페가 대세다. 물론 실내장식도 아주 훌륭하다. 주중인데도 어느 카페나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런 카페 문화는 프랑스 전역, 아니 시골 마을까지 퍼져있다. 아마도 파리지앵들은 야외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나 와인을 즐기며 인생을 논하고 예술을 탄생시키는 담소 문화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하면 요리 또한 유명하다. 대부분 요리에는 생크림, 버터가 들어가고 소스로 맛을 내는데, 소스는 돈 쓴 만큼 맛이 난다고 한다. 크루아상과 바게트, 치즈와 와인은 기본이다. 정식 프랑스 요리는 기본이 3코스로 보통 식사 시간이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들은 소식하며 많이 걷는다. 프랑스에서는 gym, art school, music school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설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용한다는 점이다. 내가 본 프랑스인들은 진정 멋과 맛을 알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파리지앵이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파리지앵 도시 파리 파리 노동자들 프랑스 노동자들

2023-11-17

[열린광장] 11월에 생각나는 인물들

2023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 먼 곳에서는 오늘도 전쟁으로 하루에도 수 백명씩 목숨을 잃고 있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 11월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프랑스의 유명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일이 11월 2일이다. 이 미모의 왕비는 경솔한 언행과 음모로 인해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앙투아네트는 왕세자와 결혼하고 이 왕세자가 국왕 루이 16세가 되자 곧바로 국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왕비가 된 이후  두 번이나 혁명이 일어났고 왕비 자리에서 물러날 뻔한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국왕은 1793년 1월 21일에, 그리고 앙투아네트 왕비는 같은 해 10월16일 각각 처형되고 말았다.        반면 앙투아네트와 생일이 같은 미국의 제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는 지금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포크는 뛰어난 정치로 미국의 번영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제외하고 계획했던 모든 일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1796년 출생한 포크는 1825년 하원의원, 1835년엔 하원 의장에, 1839년엔 테네시 주지사,  그리고 1844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선 5년 후인 1849년 세상을 떠났다.    11월에 생각나는 많은 프랑스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다. 그는 군인이요 정치가로서 프랑스를 크게 발전시킨 인물로 1890년 11월22일 태어났다. 드골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네 차례나 다쳤고 포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본 방드루란 여성과 1921년에 결혼했다. 드골은 1958년에 시민전쟁이 일어날 뻔한 시기에 당시 대통령 르네 코티의 요청으로 새 정부를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제5 공화국’이다.  드골은 1958년 12월에 새 정부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후 1969년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1970년 11월 9일 영면했다.     참 세월은 얄궂기도 하다. 드골의 생일날이 미국의 유명 정치인이 세상을 떠난 날이니 말이다. 바로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3년 11월22일 괴한의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인 43세에 당선된 인물이었다.     1917년 5월29일 뉴욕의 브클린에서 출생한 그는 1940년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며, 해군 복무 후 연방하원의원, 연방상원의원을 거쳐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라.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인물 프랑스 인물 케네디 대통령 앙투아네트 왕비

2023-11-06

[신 영웅전] 의연하게 죽은 마리 앙투아네트

남자가 몰락하는 길이 있듯이 여인에게도 몰락하는 길이 있다는데, 사치와 교만과 천박함이다. 천박함은 무시를 겪지만 책 좀 읽으면 극복되고, 교만은 따돌림을 받지만 종교나 수양을 쌓으면 탈색되지만, 사치는 참으로 벗기 어려운 비난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도하게 사치했다고 비난받는 여성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왕비의 16남매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됐으니 검소했더라도 사치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당시 농노들은 밭두렁에서 짐승처럼 뒹굴며 살 때 프랑스 귀족들은 산해진미를 즐기다가 중간에 토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먹었으니,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앙투아네트 왕비가 34만8000프랑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샀는데, 그 값은 그 시절 파리 중산층 5000가구의 1년 생활비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음해한 귀족의 말을 스위스 출신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혁명을 합리화하려고 그대로 『고백록』에 기록한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는 말도 혁명파가 지어낸 낭설이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궁궐 안에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다친 농부를 치료해 주고, 빵공장을 세워줬다. 그런데도 프랑스혁명 와중에 국고 낭비, 부패,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왕을 타락시킨 혐의, 백성 기만, 프랑스 멸망 시도, 전쟁 유발 등으로 기소됐다. 혁명에는 늘 누명이 필요했다. 프랑스인은 그를 ‘오스트리아 계집’이라 부르며 단두대에 세웠지만, 그는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 계단을 올라가다가 형리의 발등을 밟자 정중하게 사과했다. 사제가 고해성사를 말하자 왕비는 “지은 죄가 없으니 고백할 것이 없다”고 대답하고 파리광장에서 의연히 죽었다. 왕비답게….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앙투아네트 의연 앙투아네트 왕비 프랑스혁명 와중 프랑스 왕비

2023-09-04

[종교와 트렌드] 프랑스 이민사회에서 얻는 교훈

최근 프랑스 파리에 세미나 참석차 다녀왔다. 처음 가봐서 마음도 설레었고 많은 예술품을 보고 낭만의 도시를 느낄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파리에서의 젊은 이민자들의 폭동으로 출발 전까지 조마조마하였다. 마침 세미나차 머무른 지역이 공항 옆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세미나가 열린 곳은 다수의 아랍인과 아프리카 흑인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이곳이 중동인지 아프리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물론 다민족 도시인 LA에 사는 필자도 다양한 인종에 익숙했지만 파리엔 너무나 많은 아랍계 무슬림과 흑인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을 식민지로 삼았고 많은 이주민이 프랑스의 노동력을 위해 대거 유입되었다.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이러한 전쟁 복구에 노동력이 필요했고 많은 이주자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프랑스 주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프랑스도 이들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데 실패하였다. 최근 발생한 폭동도 젊은 이민자 청소년의 불심 검문 사건으로 촉발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프랑스 내 이민자와 사회 사이의 갈등 표출이다.   파리에서 수많은 예술품을 보았다. 이면에는 전쟁과 식민지로 인한 약탈품이라는 불편한 진실 역시 담고 있다. 보통 프랑스 식민지들은 독립해도 영국 식민지에 비해 못 사는 나라가 많다. 가까운 아이티만 해도 프랑스 식민지이지만, 수탈만 할 뿐 사회 인프라를 전혀 깔아놓지도 않았고 병원, 학교 등도 지어주지 않았다. 아이티 지역에 선교를 가보면 인프라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우아한 문화국가라는 프랑스는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미국에 돌아와 보니 코로나 이후에 더욱 심해진 인종간 갈등과 혐오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미국은 프랑스만큼 이민자들이 슬럼가나 게토지역에 몰려서 살지 않는다. 미국 이민자들은 사회에 잘 적응하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산다.     수년간 난민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교팀에서 아프간과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온 부모 없는 청년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이 직장을 찾고 교육을 이어가게 해서 미국생활에 적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젊은이들 중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시리아계 이민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그들이 미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좋은 시민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인 이민자들도 먼저 온 이민 선배로서 미국이라는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교회마다 여름 단기선교를 나가느라 바쁜 시즌이다. 그러나 멀리 가지 않아도 이미 많은 무슬림이 우리를 위해 난민으로 찾아오지 않았나. 미국에 온 아프간 난민들은 사회고위층이 많다. 단기선교를 가도 이러한 고위층 무슬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선교는 이벤트가 아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총체적인 신앙이 필요한 때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이민사회 프랑스 프랑스 이민사회 프랑스 주류사회 프랑스 식민지들

2023-07-31

[신복룡의 신 영웅전] 도척만도 못한 세상

공자(孔子)의 친구 유하계(柳下季)에게 도척이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부하 9000명을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하는 도적이었다. 공자는 도척을 회개시키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찾아가 훈계했다.   그랬더니 도척이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길어야 백 년이고 짧으면 60년인데, 그나마 아프고 근심하는 시간을 빼면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 주제넘게 남을 훈계하러 다니시오. 어서 돌아가 자신이나 돌보시오.” 그 말을 듣고 공자가 그 집을 나오는데 너무 무안해 말 고삐를 잡으려다 세 번 헛손질했다.   어느 날 도척이 도적질에 대해 강의하는데, 한 제자가 “도적질에도 도(道)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도척이 이렇게 대답했다. “저 안에 값진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면 성인(聖)의 경지요, 이번 도둑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안다면 지혜로운(知) 일이요, 먼저 담을 넘어들어가는 것은 용기(勇) 있는 일이요,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은 의리(義) 있는 일이요, 장물을 고루 나누는 것은 어진(仁) 일이다. 그러니 어찌 도적에게 도가 없겠느냐. 그러나 나는 아직 이 다섯 가지 도를 모두 갖춘 도적을 보지 못했다.”(『장자』 재유·도척 편)   세상이 많이 더러워졌다. “모든 재산은 어차피 훔친 것”이라는 프랑스 아나키스트 철학자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1809~1865)의 말이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이들 훔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이 입방아에 오르고, 특검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받고, 대통령 출마 정치인이 검은돈과 연루돼 사법 절차를 밟고 있으니 우리 사회는 그리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고 일본의 38배라는 보도를 봤다. 우리야 어차피 도척만도 못한 세상을 살았지만,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 부끄러워 마음이 허허롭다. 정말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잘 뽑아야 할 텐데,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사법부 수장 프랑스 아나키스트 피에르 조제프

2023-07-30

[중앙시론] 미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아버지날(Father’s day)과 준틴스 데이(Juneteenth: 흑인 노예해방 기념일)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붉은 돔(Red snapper)이 제철이다.  밤새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당초 계획되었던 오전 예약이 취소됐다. 결국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오후에 겨우 배를 구해 멕시코만으로 나갔다.   첫 번째 어로에서 낚시를 드리우는 순간, 한 일행이 갑자기 “물렸다!” 소리쳤다.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한참을 씨름하다 건져 올린 것은 1.5피트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방어다. 회를 치면 찰진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와!” 일제히 함성을 질렀으나, 선원은 기대와는 달리 인증샷만 찍고 애써 잡은 방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맛있는 생선을 왜 …?’ 이 어종은 지금 금어기라 잡을 수 없단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반출하면 라이선스가 취소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플로리다 주 당국은 낚시 금지 어종과 어획량, 일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했다. 어류를 보호하고 배양할 목적이다. 실제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 위원회(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는 해마다 낚시 시즌을 앞두고 관련 규제사항을 발표한다. 단순히 물고기 크기로 한도를 설정하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철저하다. 심지어 까다롭지는 않지만 낚싯배 탐승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잡을 수 있는 참돔의 양도 제한된다. 1인당 2마리. 길이가 16인치 넘지 않는 물고기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식감이 좋은 쥐치도 몇 마리 잡았으나 규정에 따라 바로 방생을 했다.     주 정부는 낚시를 끝내고 돌아온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잡은 마릿수와 무게를 보고하도록 한다. 일정량이 채워지면 낚시 시즌도 마무리한다. 실제 하선하자 관계자들이 잡은 물고기 마릿수와 크기를 일일이 검사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앨라배마, 버지니아, 뉴욕 등 관련 주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는 강태공들에게 다소 과도한, 그리고 불필요한 조항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어떤 규정이 부당할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개정되기 전까지는 준수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양식이다.     회를 좋아하는 일부 아시아계는 허용되지 않은 어종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거나, 필레(filet) 형식으로 주머니에 넣고 단속을 피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국자들이 때때로 배 위로 올라와 수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법망은 어찌 보면 그물코가 넓고 엉성해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서 오는 해프닝이리라. 사고 환경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현지당국의 사고 구조와 맛있는 회를 먹고 싶은 마니아들의 욕망 구조 사이의 갈등이다.     올해로 이민 120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는 미국사회 적응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곧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에 동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질서와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생활습관과 문화환경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서로 간 믿음이 생긴다. 사회의 발전이 구성원들의 신뢰 확산에서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말했다.  “우리 사이좋게 살아요.”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미국 방법 낚시 시즌 낚시 금지 프랑스 구조주의

2023-06-25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마을들’

      여행 작가 곽노은의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예쁜마을들’을 주제로 한 강의가 내달 1일 오전 11시 20분, 메릴랜드 락빌 소재 세계로 교회(4401 Muncaster Mill Rd, Rockville, MD 20853)에서  상록회(회장 이광운) 초청으로 열린다.     매주 금요일 본보에 고품격 여행기 칼럼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을 연재하고 있는 곽 작가는, 수십년간 유럽을 자유여행하며 담은 생동감 있는 현장사진들과 함께 수려한 언변과 넓은 식견으로 여행 체험기를 실감나게 전하며 독자들의 강성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여행 강의는 파리의 ‘에펠탑’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개선문이 있는 ‘디종’, 사랑의 도시 ‘트루아’, 예쁜 시골마을 ‘플라비니 쉬르 오즈랭’, 프랑스 국가가 태어난 도시 ‘스트라스부르’, 마카롱의 원조 ‘낭시’, 동부의 아름다운 마을 ‘콜마르’, ‘에기쉐임’, ‘리보빌레’, ‘리크위르’, ‘케제르베르’를 돌아보고 남부로 내려가 ‘샤모니 몽블랑’과 ‘안시’를 방문한다.    더불어 잔다르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중부의 ‘투르’와 ‘오를레앙’, 중세의 아름다운 여러 마을 ‘로카마두르’, ‘꽁크’, ‘카스텔로 라 샤펠’, ‘생 브누아 뒤 소’, ‘생 시르크 라포피’, ‘샤를라 라 카네다’, ‘캉드 생 마르탱’를 관광하고, 흙의 예술 도시 ‘리모주’를 방문해 도자기 마을을 둘러본다.   아울러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앙브아즈 성’, ‘쉬농서 성’, ‘샹보르 성’, ‘클로 뤼세 성’을 찾고, 북서부로 옮겨 고흐가 마지막 일생 70일을 보내고 죽은 뒤 묻힌 ‘오베르 쉬르 우아즈’, 모네가 생애 마지막까지 43년을 살았던 ‘지베르니’, 루앙대성당이 우뚝 서있는 ‘루앙’, 코끼리 절벽이 있는 ‘에트르타', 예쁜 항구 ‘옹플뢰르’, 성벽의 도시 ‘생 말로’, 중세에 지은 반목조 건축물이 많은 ‘디낭’, 꼴롱바주 건축물의 ‘반느’, 3,000개의 열석이 세워져 있는 ‘카르나크’, 굴 양식으로 유명한 ‘캉칼’, 천공의 섬인 ‘몽 생 미쉘 수도원’을 돌아보며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이자 문화 예술의 중심지, 프랑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프랑스 도시 중심지 프랑스 프랑스 국가 이번 프랑스

2023-05-23

[노트북을 열며] 외교의 귀환, 샴페인은 이르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 외교부 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 본 건물로 이어지는 복도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담은 액자들이 빼곡했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꿋꿋이 출근하는 여성,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소녀의 표정은 담담해서 되레 슬펐다. 국민의 삶을 평온히 지키는 것이 외교의 숨은 역할이라는 점을 웅변했다.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의 외교부가, 모든 방문객이 지나가는 이 복도에 이들 액자를 걸어둔 의미는 크다. 미·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외교를 리드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뿐 아니라 인도·일본·호주의 주요 매체 기자들을 초청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엘리제궁의 고위·실무 관료들, 그리고 관련 학자들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은 궁금해했다. 한국의 인·태 정책 조직은 어떻게 꾸려졌고,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가 컸다. 그러나 샴페인은 여기까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를 듣고 박수를 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횡성 한우 불고기를 두 접시 비웠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매듭이 풀리진 않는다. 매듭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만족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을 위한 외교가 아닌 한국 자신의 국익을 위한 외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제정세의 체스판은 한국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어찌 보면 격동의 구한말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외교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찾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일본과 조선의 운명을 가른 씨앗은 이곳에서 움텄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조슈(長州) 출신 5인, 일명 ‘조슈 파이브’가 밀항을 감행하며 서구 문물을 배우고 일본 경제와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곳이다. 한국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며, 정한론(征韓論) 등으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곳이지만,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해 돌아볼 점은 분명히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이드, 와타나베는 “‘조슈 파이브’는 서구 문물을 밤낮으로 흡수하며 새로운 나라 건설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쇄국의 막다른 길을 택한 조선의 오판이 떠올랐다.   동북아가 들끓고 있다. 윤 정부의 실리 외교 귀환이 반갑다. 하지만 자화자찬은 금물이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계 외교에 동참하려면 더욱 예민한 촉수를 세워야 한다. 국익과 실리, 잠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다. 최소한 100년 전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샴페인 외교 프랑스 외교부 실리 외교 외교 난타전

2023-05-10

[문장으로 읽는 책] 공무원 생리학

분명 관료주의에는 잘못이 있다. 느려 터졌고 무례하다. 참신한 기획을 방해하고 진보를 더디게 한다. 하지만 프랑스 관공서는 놀라우리만치 쓸모가 있다. 모든 종이 업체를 먹고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일 잘하는 하녀처럼 좀 못살게 굴어도 언제든 우리한테 지출을 하기 때문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책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거봉 발자크가 프랑스 7월 혁명과 2월 혁명 사이인 1842년 썼다. 『기자 생리학』과 함께 작품 연보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소품이지만, 인간 생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발자크식 르포르타주다. 결론은 19세기 프랑스 사회나 지금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선망받는 직종이지만 사회적 악으로 지탄받기도 하는 공무원·정치인의 이중성을 잘 그렸다.   “이 청년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적 인간이거나 인간 정치 그 자체다.”(장관 비서관) “사무실에서 국장은 ‘개’ 아니면 ‘착한 아이’, 두 성격밖에 없다.” “사환은 관공서의 철학자이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다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국가 탓이라며 시간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공무원들을 훔친다. 적게 받기 때문에 적게 일한다.” 직종에 대한 생리학일 뿐 아니라 인간 군상 계보학으로도 흥미롭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프랑스 관공서

2023-05-10

[사설] 국빈방문 윤 대통령에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라 한인사회에도 반가운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 정상의 미국 국빈방문은 임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그만큼 바이든 정부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해다.  한인들이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관련 뉴스에 기대와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양국은 확고한 군사적 동맹을 토대로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서의 관계도 발전시켜 왔다. 양국 간 굳은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목적 역시 외교·안보와 함께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중요성이 강조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19일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에 ‘첨단기술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미단에 주요 대기업 회장과 경제단체장들, 중견 기업인이 대거 포함된 것이 이런 의지를 보여준다. 이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첨단사업 포럼 등의 형식으로 실질적인 성과에 역점을 둔 모습이다.  최근 K드라마 등의 미국 내 인기를 감안, 영상 콘텐트 산업 분야의 투자 협력 논의 계획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이 한미관계의 새로운 7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인사회도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의 확인은 한인사회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또한 한인사회의 위상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250만 한인들이 이번 국빈방문에 큰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한국 정부가 한인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인사회를 단순히 ‘미국 거주 한인들’이 아닌 국가 자산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한인사회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민자 커뮤니티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인 1세들은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단기간에 경제적 기반을 닦았고, 이를 토대로 미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2세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저력은 한인 연방하원의원을 4명이나 배출하는 정치적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한인사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또 6월에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의 올바른 방향성 설정에도 중요한 일이다.       이미 한인사회를 전진기로 활용해 효과를 보는 기업도 많다. 한인 시장에 먼저 진출해 체력을 키운 후 타인종 시장 공략에 나서 성공하는 한국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인사회가 훌륭한 ‘테스트 시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인사회는 미국인들에 한국을 알리고 한류를 확산하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에 해외 최대 한인 거주지인 LA를 방문하지 않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너무도 빡빡한 일정 탓이다. 다만 어렵더라도 직접 한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해외 한인사회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다. 대선 당시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약에 포함했고 취임 1년 만에 이를 실천했다. 이번 국빈방문 기간에도 한인사회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기를 기대한다. 사설 국빈방문 대통령 한국 대통령 대통령 취임 프랑스 대통령

2023-04-19

[프리즘] 아시아로 회귀

지난달 29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마크 밀리 합동참모회의 의장의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발언을 요약한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밀리 의장,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발언’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미국은 중대한 국가안보 이익에서 처음으로 2대 주요 핵 강국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아야 한다.” 제목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지만 방점은 ‘중국과 러시아와 전쟁’에 찍혀있다.   미국 독주를 유지해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전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1년 아시아 회귀로 시작됐다. 그때의 목표도 중국이었다.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동반자경제협정(TPP)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군사적으로는 한미일을 동맹으로 묶어 대응하는 것이었다.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이 일본과 동맹을 꺼리자 웬디 샤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국에 일본과 과거사를 묻고 미래로 가라며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해 시끄러웠던 것이 그때다.   자본주의로 들어온 중국은 저임금을 수출하고 미국은 물가를 안정시켰다. 하지만 아시아 회귀 전략이 나올 때쯤 중국 상품이 미국의 일상을 지배했다. 미국의 제조업은 약해졌고 그 대가를 코로나19 발생 때 치른다.   중국 견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시작해야 했다는 주장도 많지만,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사이 2014년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1년 연방 붕괴 이후 힘을 잃었던 러시아의 대국굴기였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한 미국은 2021년 8월 어쩔 수 없이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테러와 전쟁을 끝냈다. 2조 달러나 쏟아부은 테러 전쟁의 부담을 덜어낸 미국은 코로나19로 커진 반중국 정서 속에서 아시아 회귀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1 당시 부통령은 대통령이, 국무부 정무차관은 국무부 부장관이 되었다.     그사이 추가된 러시아의 부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견제에 성공하고 있다. 다시 중국이 남았다. 경제적 고립, 군사적 압박은 시즌1보다 강력하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의 동력을 약화하고 군사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대만 카드를 뺐다.   한미일 동맹도 다시 나왔다. 시즌1의 교훈 때문인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배의 과거를 청산하고 동맹을 맺으라는 압박을 대놓고 하지 않지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대신 경제적 이익은 최대한 챙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잃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는 일제히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75년 중립국이었던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놀란 폴란드는 급속도로 군비증강에 나섰다. 오랜 기간 자유무역 체제의 순풍 속에 있던 세계는 군비경쟁의 위험한 게임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거래에 위안화 사용을 시작했고 중국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과 손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또 미국 보란 듯이 러시아와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 인도는 중국 포위망에 거리를 두고 있고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떠났던 미군에 항구를 다시 개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방문 뒤 유럽은 미국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강성 발언까지 했다. 그만큼 정세는 심상치 않고 믿을 건 자국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아시아 회귀 아시아 회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프랑스

2023-04-11

[이 아침에] 꼴찌, 그 평화로운 맞짱 뜨기

나는 꼴찌가 좋다. 뒤로 밀릴 걱정 없다. 치고 올라올 사람 없고 오로지 올라갈 일만 남는다. 중간이면 위로 올라갈 건지 아래로 떨어질 건지 노심초사한다. 꼭대기에 도달하려고 악쓰는 건 젊을 때 하는 짓이다. 나이 들면 느긋하고 지혜롭게 살 생각을 해야 만사가 평온해진다.     일등은 정말이지 골 때리는 고통이다. 평생 일등이란 타이틀을 고수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꼭대기에 서면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기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인생의 행복은 쟁취했을 때보다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데 있다.     갑자기 ‘꼴찌 행복론’ 주장은 왜? 내가 제일 싫어하고, 안 하고, 못하는 것이 운동이다. 작심 일주일을 넘긴 사례가 없다. 그동안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했다 안 했다’ 몸부림치며 버텨왔는데 드디어 건강에 자신 있다고 까불고 큰소리치던 젊은 시절이 흘러갔다는 사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아니라 ‘내 나이에 운동 안 하면 골로 간다’는 의사의 주의 통보를 받았다.  일주일 세 번 한 시간 정도 땀이 살짝 날 정도로 규칙적인 운동 안 하면 일찍 죽는다고 경고한다. 100세 시대에 일찍 죽는다는 말에 화들짝. 겉으로 강한 체하는 사람이 속으론 더 떤다.   20년째 회비만 바치고 코빼기도 안 들이밀던 헬스 스파에 등장했다. 기계 운동은 겁나서 패스, 줌바클레스에 등록했는데 완전 꼴등이다. 희망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선생만큼 멋지게 히프 살랑살랑 흔들 날을 기대한다.  ‘꼴찌’는 더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진보만 존재하고 퇴보는 없다는 지론이다.     1667년 시작된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 주관 살롱전은 프랑스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 경연장인 동시에 신인 화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살롱전에서 좋은 평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은 국가 미술관에서 구입하고, 미술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어 화가들은 목을 맨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명성을 얻으면 부귀영화가 따라왔다.   청춘은 모반을 꿈꾼다. 1874년 미술사를 뒤엎는 사건이 발생한다. 젊은 화가들 중심으로 기존의 판을 엎고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한다는 욕구가 넘쳐났다. 살롱전에 탈락한 젊은 화가들 중심으로 역사적인 인상파 전시회가 열리게 된다.     에두아르 마네를 중심으로 클로드 모네, 카밀 피사로, 에드가 드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등 참여했다. 전시회는 폭망하고 언론들의 혹평을 받는다. 미술사를 바꾼 화가들의 ‘패자부활전’은 일인당 184프랑의 빚만 남긴 채 처참하게 막을 내린다   꼴찌는 거꾸로 하면 일등이다. 순서는 언제든지 바뀐다. 순서에 연연하지 않으면 편하게 살 수 있다. 자기 삶에 확신을 가지고 버틸 수 있는 사람, 생의 중요한 목표가 있는 사람, 흔들리지 않고 올인하는 사람,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등수를 넘보지 않는다. 인생에는 순서가 없다. 맞짱 뜨기가 있을 뿐이다.     ‘꽃들을 모조리 잘라 버릴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한들 절대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인용한다. 봄의 주인은 봄을 믿는 사람이다. 꽃을 잘라도 봄이 오듯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의 봄은 늘 새로운 꽃이 핀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꼴찌 맞짱 꼴찌 행복론 신인 화가들 프랑스 미술

2023-03-05

[그 영화 이 장면] 400번의 구타

‘400번의 구타’는 프랑수아 트뤼포가 27살 때 내놓은 그의 첫 장편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누벨 바그)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작품이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 요소를 토대로 한 이 영화는 긴 세월 동안 그의 페르소나가 될 배우 장 피에르 레오를 세상에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앙트완 드와넬은 이른바 ‘문제아’다.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고, 무단결석을 한 후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부모도 그다지 아들에게 관심 없고, 급기야 앙트완은 가출한 후 타자기를 훔치다가 경찰에 넘겨져 소년원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도 탈출한 앙트완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린다. ‘400번의 구타’는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당하고 교화 시설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소년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장 영화다.     흥미로운 건 유독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앙트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며, 이것은 기성세대의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앙트완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엔딩은 인상적이다. 달리던 앙트완은 바닷가에 도달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는 돌아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때 화면은 멈추며 소년의 클로즈업으로 영화는 끝난다.     외롭고 방황하는 청춘을 담아낸,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엔딩 중 한 장면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구타 칸영화제 감독상 프랑스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2023-01-27

[글로벌 아이] 워싱턴과 국빈방문

#지난달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마당에 난방시설을 갖춘 대형 천막들이 세워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찬에 초대된 400여 명의 손님을 맞기 위한 시설이었다. 행사장은 프랑스 국기색인 빨강·파랑·흰색의 꽃으로 장식됐고, 테이블엔 프랑스제 와인잔이 놓였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하면서 호주와 맺은 잠수함 건조 계약이 깨지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유럽산 자동차가 차별받게 되면서 프랑스의 심기는 좋지 않은 상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2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고, “유럽을 지휘하는 지도자”란 립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회담 전 “IRA는 아주 공격적인 제도”라며 독설을 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딱히 결론은 없었지만 IRA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고, 오히려 공동회견 때는 바이든을 향한 프랑스 기자의 날 선 질문에 본인이 대신 나서 답해주기까지 했다. 회담 후엔 “회의적인 냄새만 남긴 브로맨스”(뉴욕타임스)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다. 부인과 동행하지 않은 실무 방문이었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시간은 회담 60분, 업무 오찬 54분이 전부였다. 백악관에서 만난 일본 특파원에게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서로 반대할 게 거의 없어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중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이견을 가졌는지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울 정도”라며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일본 입장에선 짧은 시간 오히려 얻어낼 것은 다 얻어냈다는 평가다. 반격능력을 갖추는 새 방위전략에 미국은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고,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일본을 지켜주겠단 약속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에선 대통령 내외가 모두 초대받는 마크롱식의 국빈방문을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 들린다. 전임 대통령이 못한 상하원 합동 연설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납세자 돈으로 대야 하는 국빈방문은 미국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크다. 상하원 합동 연설을 위해선 분열된 의회를 일일이 설득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IRA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자체 핵무장 이슈 등 시각차를 좁히기 힘든 현안이 많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일본처럼 무작정 보조를 맞추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방미는 마크롱식일까, 기시다식일까. 물론 대우와 실리를 모두 챙기면 좋겠지만 우리 외교력을 어디 집중할지는 고민해볼 시점이다. 김필규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국빈방문 워싱턴 글로벌 아이 프랑스 대통령 지난달 워싱턴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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