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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Parisien(파리지앵)

10월 초에 프랑스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를 두루 돌아보았지만 나에게 프랑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때부터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이젤을 펴놓고 베레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꿈꾸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택했었는데 유난히 발음이 어렵다는 불어를 나는 신바람이 나서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실존주의 작가들,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와 인상파 화가들인 모네, 마네, 르누아르가 모두 프랑스인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예술의 본질은 트렌드에 상관없는 개성의 표현이며 free spirit의 표출이다. 20세기 전반까지 주류였던 합리주의, 실증주의의 철학사상을 뒤엎고 새로 등장한 실존주의 사상은 나의 대학 시절을 값지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자양분이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 또한 그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그동안 사실주의에 입각한 인물과 자연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그림 풍과는 전혀 다르게, 보고 난 뒤의 강하게 남아있는 인상을 표현한다는 기막힌 발상이 오늘날 예술사에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 준비과정으로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870-1900’을 읽었다. 항상 문학과 예술세계를 동경해온 나로서는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빛낸 예술가들의 도시, 파리는 과연 나를 흥분과 감동으로 이끌었다. 그중에는 파리지앵도 많이 있었지만, 그 당대에 파리로 모여든 많은 예술가의 생생한 실화는 파리를 ‘예술의 도시’ ‘빛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해주었고 파리는 세계 문화 예술의 수도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베르나르, 마네, 모네, 드가, 모리조, 로댕, 세잔, 드뷔시, 르누아르, 피사로, 에펠, 클레망소, 고갱, 고흐, 말라르메, 퀴리, 휘슬러, 지드 등 이들은 작가, 화가, 조각가, 배우, 정치가로 프랑스 코뮌 (1871년 프랑스 노동자들의 봉기) 이후 잿더미가 된 파리를 재건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냈다. 그 당시 위고의‘파리의 노트르담’과 ‘레 미제라블’은 파리 노동자들의 가난으로 인한 의분의 들끓음을 잘 반영하여 이후 위고는 메시아적인 인물이 되었다.  
 
폐허가 된 파리에서 이들 예술가는 카페를 그들의 아지트로 삼아 울분을 토하고 머리를 맞대고 파리 복귀에 힘을 보탰다. 나의 이번 파리 여행은 오늘날 지식인들의 거리로 불리는 Saint-Germain-Des-Pres(생제르맹데프레)를 찾아 그들의 정취를 더듬고 숨결을 느껴보는 일이었다. 카페 Magots와 Flore에 들렀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피카소, 조이스, 카뮈를 찾았다. 그들의 에너지가 나를 감싸 안았다. 마고 카페 바로 옆에 6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이 있는데 그 안에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가 묻혀있다고 한다.  
 


파리는 구석구석 어느 곳에나 야외 카페가 대세다. 물론 실내장식도 아주 훌륭하다. 주중인데도 어느 카페나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런 카페 문화는 프랑스 전역, 아니 시골 마을까지 퍼져있다. 아마도 파리지앵들은 야외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나 와인을 즐기며 인생을 논하고 예술을 탄생시키는 담소 문화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하면 요리 또한 유명하다. 대부분 요리에는 생크림, 버터가 들어가고 소스로 맛을 내는데, 소스는 돈 쓴 만큼 맛이 난다고 한다. 크루아상과 바게트, 치즈와 와인은 기본이다. 정식 프랑스 요리는 기본이 3코스로 보통 식사 시간이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들은 소식하며 많이 걷는다. 프랑스에서는 gym, art school, music school이 어디서나 눈에 띈다. 중요한 점은 이 시설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용한다는 점이다. 내가 본 프랑스인들은 진정 멋과 맛을 알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파리지앵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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