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비로운 천사의 섬, 몽생미셸(프랑스)
몽생미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몽(mont)은 산을 뜻하고 생미셸(Saint Michelle)은 성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성 미카엘의 산'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서기 708년, 이 일대를 다스리던 주교 생 오베르(Saint Aubert)의 꿈속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라고 계시를 내렸는데, 오베르는 이를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만다. 이후에도 오베르는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특히 세 번째 꿈에서는 미카엘이 손가락을 내밀어 오베르의 이마에 강한 빛을 비추었다고 한다. 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천사의 계시를 받들어 수도원 공사에 착수한다. 오베르는 큰 바위 위에 기도대를 세웠고,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공수해 예배당을 건설했다. 그렇게 바다 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의 용도 또한 역사를 따라 숱한 변화를 겪었다. 10세기까지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고 백년전쟁 중에는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담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혁명군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들어 대규모 증축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역사 유적지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해무를 발아래 감싸고 그 위에 높이 솟은 몽생미셸은 가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아름답다. 또 누군가는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까지,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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