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찬!
식당 입구에 2018년도에 ’미슐랭(Michelin)‘의 스타를 획득한 식당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식당 이름은 ’모미(Ristorante Momi)'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면서 세계적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이제까지 ‘미슐랭’의 스타를 획득한 식당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제가 우연히 헤매다가 들린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미슐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타이어 회사 중 하나는 '미쉐린(프랑스 발음은 미슐랭) 타이어'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미쉐린 가이드'라는 가이드북을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00년에 시작된 이 가이드북에는 맛있는 식당들을 소개한 지면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가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자 1922년부터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미슐랭 원 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이고, 미슐랭 투 스타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식당이고, 미슐랭 쓰리스타는 매우 훌륭하여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김태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미슐랭의 저주’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하나만 받아도 영광이라는 미슐랭 가이드 맛집 별점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부숑이다. 그는 최고 평점인 별 3개부터 1개까지 도합 32개를 받았다. 그가 ‘미슐랭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별을 하나 받으면 매출이 20%, 두 개 받으면 40%, 세 개 받으면 100% 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미슐랭 별점에는 짙은 그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을 14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폐업률이 40%였다는 기사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렸다. 별점을 하나라도 받으면 인터넷 검색이 30% 증가하며 유명세를 누리지만 고급 식당 이미지를 지키느라 식재료비와 인테리어 등에 돈이 더 들고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가 덩달아 오르는 등 부작용도 컸다고 했다. 프랑스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는 과거 프랑스에서 미슐랭 별 두 개와 세 개를 받았지만 결국 부도를 낸 적이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식당은 20년간 유지해온 별 하나 등급을 잃자마자 수익이 70% 추락했고 이듬해 결국 폐업했다. 스위스의 별 셋 음식점 요리사는 등급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평점 발표 전날 목숨을 끊었다. 이쯤 되면 ‘미슐랭의 저주’다.
공광규 시인은 ‘얼굴 반찬’ 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옛날 밥상머리에는 /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 먼 친척들이 와서 /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제가 혼자 식사를 할 때 이미 식사를 한 아내가 ‘내가 반찬으로 앉아 있을게요!’ 라고 말하면서 식탁 앞에 앉아 있으면 밥이 더 맛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식사는 모두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다 모이면 식사기도를 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식사를 함께하지 못한다면 식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얼굴 반찬이기 때문입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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