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앙칼럼] 아리랑축제,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최근 막을 내린 제39회 아리랑축제는 관람객 동원에 관한 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달 12~15일까지 축제가 열린 가든그로브 공원엔 나흘 동안 연인원 약 3만 명(OC한인축제재단 집계)이 방문했다. 정철승 축제재단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든그로브의 US메트로뱅크 몰에서 열린 축제에 비해 6배나 많은 숫자다.   성공적인 축제의 기본은 관람객 동원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알차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난해 관람객 동원 부진을 겪은 축제재단은 올해 축제의 초점을 관람객 동원에 맞췄다. 한인타운보다 OC베트남계 커뮤니티의 중심인 리틀 사이공에 더 가까운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축제를 열게 된 축제재단 측은 이전과 달리, 한국과 베트남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연 끝에 관람객 동원에 성공했다. 무대와 푸드 코트 주위를 가득 메운 한인과 베트남계 관람객들은 다양한 문화 공연과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축제재단 관계자들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축제재단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소득도 얻었다. 올해 축제 기간 중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유권자 등록 캠페인 부스를 마련했던 아시아계 단체로부터 내년엔 한국, 베트남 외에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약 10개 국가 커뮤니티가 참가하는 아시안 페스티벌을 열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정철승 회장은 이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내년 아리랑축제를 아시안 페스티벌로 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축제의 주체가 여럿이 될수록 업무와 책임의 분담, 소통 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익 또는 손해 발생 시 이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각종 계약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할지 등 사전에 검토해야 할 사안도 많아지고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아리랑축제의 정체성이다. 올해 아리랑축제는 베트남계 커뮤니티에선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로 홍보됐다. 아리랑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홍보하려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겠지만, 아리랑을 포함한 한국의 고유 문화를 타인종에게 알린다는 축제의 본래 목적이 희석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 회장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정 회장은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여는 축제는 명실상부한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로 열고, 대신 다른 시기에 아리랑축제를 따로 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제재단이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을 열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로컬 정부, 정치인, 타인종 기업체로부터 협조와 후원을 얻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오렌지카운티의 34개 도시가 한인을 포함한 특정 인종 또는 민족의 축제를 주최, 주관하는 사례는 없다고 보면 된다. 시 정부들이 단독 또는 공동 주체가 되는 축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며, 특정 인종, 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어바인 시가 매년 10월 주관하는 글로벌빌리지 페스티벌은 명칭 그대로 지구촌 여러 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행사다. 시 당국이 지난 9월 사우스코스트 중국문화센터와 함께 중추절(추석) 축제를 개최한 것도 어바인 주민 중 아시아계 비율이 워낙 높고, 10여 개 아시아 커뮤니티가 추석을 기념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사례는 가든그로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아리랑축제가 받을 수 있는 시 측의 도움엔 한계가 분명하나, 여러 아시안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열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메인스트림 기업의 후원 유치 가능성도 커진다.   내년은 제40회 아리랑축제가 열리는 해다. 아리랑축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아리랑축제 토끼 내년 아리랑축제 oc한인축제재단 집계 정철승 축제재단

2023-11-06

[로컬 단신 브리핑] 시카고서 토끼 죽이는 바이러스 첫 발견 외

#. 시카고서 토끼 죽이는 바이러스 첫 발견    시카고서 최근 토끼들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돼 당국이 소유주들에게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리노이 주 농무부에 따르면 최근 토끼 출혈성 질병(RHDV2)이 애완용 토끼에서 처음 확인됐다.     당국에 따르면 이전까지 일리노이 주에서 해당 바이러스는 애완용 및 야생 토끼서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서부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급증, 토끼 사망이 늘고 있다.     RHDV2 증상은 무기력증, 호흡 곤란,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애완용 토끼 소유주들에게 가능한 한 야생 토끼와의 접촉을 막고, 토끼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고 토끼를 만지기 전에 손을 씻을 것을 당부했다.    #. 롤라팔루자, 불스 저지 입은 아일리시 화제    세계 최대 록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가 지난 3일 막을 올린 가운데 첫날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싱어송 라이터 빌리 아일리시(21)가 시카고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이날 오후 8시45분부터 헤드라이너 무대를 장식한 아일리시는 행사가 열리는 시카고를 기념하기 위해 미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5년 전 롤라팔루자서 처음 무대에 섰던 아일리시는 이날 "사람이 없는 곳이 안 보인다!"며 자신의 무대를 찾아준 많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일리시는 이날 메가히트곡 'Bad Guy'와 신곡 'What Was I Made For'를 비롯 총 24곡을 부르며 롤라팔루자 페스티벌 첫날을 마무리했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바이러스 시카고 발견 시카고 애완용 토끼 시카고 불스

2023-08-04

[아메리카 편지] 오리? 아니면 토끼?

어느덧 14개월 된 딸이 요즘 온갖 동물 그림에 빠져 하나하나 손가락질하며 물어본다. 돼지 그림을 보면 “꿀꿀”, 코끼리가 보이면 “뿌우웅”, 말을 보고는 “이히힝” 소리를 낸다. 물론 아직 아이가 실제 동물을 본 건 아니다. 그런데도 그 어린 나이에 다양한 양식으로 그려진 동물을 정확히 분별하는 게 신기할 뿐이다.   시대별 회화 양식을 천착한 20세기 중반 미술 이론가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그 당시 심리학 연구를 동원해 우리가 재현된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해 중요한 연구를 했다. 비트겐슈타인으로 유명해진 ‘오리-토끼 그림’(사진)은 어떻게 보면 토끼로 보이고 어떻게 보면 오리로 보이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동시에 두 동물을 보기 힘들다. 곰브리치는 이를 이용해 우리가 그림을 인지하는 능력은 상상력이 동원되는 두 단계의 절차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림 자체의 물질적인 요소를 감지하고, 그러고 나서 그림이 나타내는 실체를 파악한다고 보았다.   반면에 동시대 철학자 리처드 볼하임은 곰브리치와는 달리 그림을 인지하는 과정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담은 복합적인 하나의 절차로 파악했다. 눈에 보이는 그림의 물리적인 요소(색·모양 등)를 감지하는 동시에 그림이 나타내고자 하는 실체를 이해한다고 보았다.   흥미롭게도 이 두 이론가는 모두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실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돼지라는 동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우리 딸은 여러 가지 그림이 나타내는 무언가의 공통분모를 파악하고 그 개념을 추상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런 딸을 보고 있으면 나는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 세상의 수많은 돼지는 가장 돼지다운 추상적인 돼지 개념(이데아)의 불완전한 복사본일 뿐이다. 그 개념을 감지하는 어린아이의 지혜는 참으로 경탄스럽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토끼 돼지 그림 동물 그림 돼지 개념

2023-07-28

[삶의 뜨락에서] 오디를 따서 풀잎에 담다

6월 하순의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5마일 트레일을 걸었다. 햄스테드 비치 트레일은 요즘 오디가 한창 익어 가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따기 시작했다. 소주를 부어 술을 담그고, 잼을 만들었으며 망고와 함께 믹서로 갈아 드링크를 만들어 마셨다. 나는 이날 오디를 딸 생각을 하지 않아 플라스틱 백을 준비하지 않았다.   트레일을 걷다가 오디나무에 눈이 갔다. 크게 잘 익은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담을만한 용기도 없고, 고무장갑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아까워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냥 두면 떨어져 내릴 것이다. 혹시 쓸만한 비닐 백이 없을까. 찾으면 바닷물에 깨끗이 씻으면 되겠지. 이날 따라 눈에 띄지 않아 누군가가 버린 물병을 주웠다. 병은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질 수 없을 정도였다. 포기할 생각을 하고 가는데 넓은 풀잎이 보였다. 두 개를 꺾어 새까맣게 익은 오디를 백여개 따서 정성껏 풀잎에 싸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오디를 따면서 문득 생각했다. 높은 나무에서 익은 오디가 저절로 떨어질 때 풀 위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땅바닥에 떨어져 개미떼와 모기가 달려들지 않았으면 했다.   풀잎으로 싼 오디는 질식할 만한 비닐봉지에 갇히는 것보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서 주머니에서 오디를 꺼냈다. 바지 주머니가 온통 오디 물로 들어 있었고 속옷까지 붉게 물들어 갈아입었다. 올해는 오디가 많이 열리고 산책로에 토끼가 많아 어느 날은 마흔 마리를 만났는데 그중 일부는 갈 때 보고 올 때 또 본 것들일 것이다. 특히 새끼 토끼가 많아 마이크로소프트 빙 챗에 물어봤다. 들 토끼의 수명은 2년, 집토끼는 5년 정도 산다고 알려 주었다. 산책길 토끼는 뉴잉글랜드 산으로 무척 귀여운데 숲속에서 나와 뛰노는 공간(나는 이곳을 코트 야드라고 부른다)에 특히 흔하다. 나는 매일 일기에 오늘 몇 시간 걸었는지, 토끼를 몇 마리 만났는지 기록한다.   내 시의 반 정도는 아침 산책길에서 건진 것이다. ‘구도시에 살던 토끼들이 신도시로 이사한 것 같다. 살던 집은 팔았을까, 그냥 버리고 왔을까’(토끼들의 이사), ‘트레일에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늦가을, 해바라기는 해를 붙들고 놓아줄 생각을 안 한다. 산책을 마치고 공원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도 해바라기기 있었다. 노인들이 담벼락에 의자를 놓고 앉아 해를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해바라기), ‘공원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았다. 빈 물병, 소다 병이 있었다. 청소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한다. 왜 내가 버린 아픈 기억, 후회는 가져가지 않았을까’(공원 쓰레기통).   산책로에서 가끔 사슴을 만난다. 사슴은 문득 나타나 힐끔 쳐다보고는 어딘가로 달아난다. 정을 주지 않는 항상 낯선 동물이다. 산책로에는 드물게 흰머리독수리 집이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신기해서 카메라로 추적한다.   한때는 골프에 빠졌다. 15년 전 이곳으로 이사해 100분 산책을 하면서 시간 덜 걸리고, 안 맞는 공을 쫓아다니는 스트레스 안 받고, 돈 안 드는 트레일 워킹을 일과로 삼고 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10년도 넘었는데 그대로군요. 무슨 비결이 있으세요?” 그냥 매일 걸어요. 추워도 걷고, 더운 날도 걸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받치고 걸어요. 생각하면서 걷는 것이 좋아요. 트레일에는 모든 것이 있어요. 오늘같이 오디를 따서 풀잎에 담는 날도 있어요.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오디 풀잎 이날 오디 요즘 오디 산책길 토끼

2023-06-29

[잠망경] 흰 토끼를 따르라

옛날에 한 살 남짓한 여동생을 등허리에 업고 종일토록 경상도 철로 변에서 동네 애들과 놀던 시절이 있었다. 광목 띠로 내 등에 칭칭 감긴 채 동생은 자주 울었다.   가까운 집 대청 위 사과 궤짝에 철망을 엮어 만든 토끼장 속에 눈이 빨갛고 몸이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산다. 거기에 가서 등을 돌려 토끼를 보여주면 울음을 뚝 그치는 동생. 돌이켜보면 그 토끼는 영물이었다.   초등학교 때 ‘산토끼’ 노래를 배웠다. 뛰어가는 토끼의 행선지를 궁금해하는 동요. 2절에서 토끼가 답하는데 산 고개를 넘어서 알밤을 주워 오겠다는 플랜이다. 새가 벌레를 입에 물고 새끼들이 삐악거리는 둥지로 돌아오는 정경이나 다름없다.   중학교 교과서의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자라 등에 업혀 가 용궁 속 용왕을 알현한다. 간을 용왕에게 기증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라는 치사스런 압력을 받는다. 깜빡 집에 두고 온 간을 금방 가져오겠다는 지략을 써서 토끼는 위기를 모면한다. 그놈은 눈이 까맣고 몸이 갈색인 야생 토끼였을 것이다.   1960년 출간된 존 업다이크(John Updike: 1932~2009)의 소설, ‘달려라, 토끼’(Rabbit, Run)의 농구선수 출신 해리는 별명이 토끼다. 심리적 불안과 종교적 갈등에 시달리는 미 프로테스탄트 중산층의 시대 감각을 대변하는 세일즈맨 해리는 발정한 토끼처럼 여자들 사이를 황급히 뛰어다닌다.   1938년부터 2000년까지 미 TV 애니메이션을 주름잡던 ‘Bugs Bunny’가 거의 전 지구촌을 장악해 온 것도 토끼의 위력이다. ‘bunny’는 어린 토끼라는 뜻. 성깔머리 되게 더러운 ‘버그스 버니’를 직역하면 ‘벌레토끼’가 된다. 그는 눈앞에 누구라도 얼씬하면, “What’s up, Doc? 무슨 일이시죠, (의사) 선생님?” 하며 비아냥거리듯이 말을 건다. ‘doctor’는 라틴어 ‘docere, 가르치다’에서 유래했다.   대학 시절 야시장 길거리 돗자리에 용산 미군부대에서 버린 영어 포켓북이며 철 지난 ‘Playboy’ 월간지가 깔려 있었다. 힐끗 살펴보는 19금 사진들! ‘playboy bunny girl’이라는 단어는 한참 나중에 들었다. ‘플레이보이 토끼소녀’?   플레이보이 매거진은 1953년 12월 개간 후 2020년 3월에 폐간됐다. 머리 위 하늘로 길게 뻗친 귀와 꽁무니에 원형의 꼬리가 봉긋한 버니 걸이 정식으로 등장한 시기가 1960년 시카고 플레이보이 클럽에서다. 토끼의 스태미나와 다산력(多産力)의 상징, 토끼소녀!   1999년 사이파이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비몽사몽 간 컴퓨터 화면의 “Follow the white rabbit, 흰 토끼를 따르라”는 지시를 받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1865)’에 나오는 흰 토끼. 회중시계를 손에 들고 다니는 초조한 흰 토끼 때문에 앨리스는 토끼 굴에 들어가서 신기한 모험을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식 토끼는 방황하고 반항하고 성적으로 방종하다. 한국에서는 산토끼 동요 외에 정당 지지율에 토끼가 등장한다. 여의도에서 자주 쓰는 말로 ‘집토끼를 산토끼로 만들지 말자’가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를 토끼로 착각하는 이상한 비유법이다.   ‘bunny’는 옛날 스코틀랜드어로 ‘꼬리’, ‘튀어나온 것’을 뜻했다. 불어로 ‘bon’은 좋다는 뜻. Bonjour, 봉주르! 튀어나온 것이 좋다. 봉긋 솟아나는 새싹, 벙긋 웃으며 굴에서 튀어나오는 흰 토끼, 드높은 산봉우리 같은 것들이.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토끼 플레이보이 토끼소녀 상징 토끼소녀 playboy bunny

2023-04-18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꿈

꿈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나무는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며칠째 눈보라가 쳐도 한 발자국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 한 넌 언제고 정지된 나무였다     나무를 보려고 새벽 커튼을 젖히고   잔 가지의 눈을 털어주려다 참았다 나무 둥지에 새들이 모여 재잘거리는 아침도 가고 햇살이 스치고 간 한 낮의 짧은 미소도 사라진 저녁 누군가 내 등을 만지는 손길에 뒤돌아 보았다 그것은 창살을 통해 들어온 나무의 긴 그림자였다 한 발자국도, 한 마디 말도 걸어오지 않은 너의 그림자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하루가 지나는 소리였다     내가 나무가 되어 너의 창가에 서 있으려 했다 깊은 밤 눈길을 걸어 그대에게로 가서 난 그만 잠든 너의 눈시울을 잠깐만 바라보다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눈물일지도 모를 둥글고 따뜻한 물방울     내 등 뒤에서 맡을 수 있는 너의 향기는 네 것이고 또 내 것이기도 하기에     나의 서재엔 창문이 2개 있다. 그 창문은 뒤란을 향해 있기에 나는 종종 의자를 끌어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은 계절에 따라 사뭇 다르게 다가 온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 뒤란은 온통 연둣빛 세상으로 바뀌어 생명이 가득 자라는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 오기도 하고, 녹음이 짙은 여름에는 얼음에 탄산수를 따라 한 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도 하지만 이내 나른하게 처져있는 무거운 나뭇가지에 스르르 눈이 감기기도 한다.   단풍으로 울긋불긋 변하는 나뭇잎들의 겨울맞이는 신비한 지은이의 손길을 마주 대하듯 경이로운 풍경화가 되어오기도 한다. 창 밖 풍경은 계절마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커튼을 젖히고 창가로 의자를 당겨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음악을 듣기도하고, 책을 읽고, 따뜻한 커피 한잔, 무릎을 덮는 담요 한 장을 덮고 글을 쓸 때면 어느 계절보다도 겨울이 참 좋다. 물론 밖에 나갈 수 없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뒤란에 눈이 쌓이고 쭉 쭉 뻗은 솔나무 가지마다 하얀 눈 꽃이 피는 요즈음은 더 더욱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편안함이 몰려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눈 덮인 뒤란엔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토끼 발자국, 청솔모의 길게 끌리는 자국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제법 큰 발자국은 혹시 여우나 사슴의 발자국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사람의 발자국은 없어도 분주한 동물들의 발자국으로 뒤란은 심심하지 않다. 오후가 지나가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가지를 만지고 가는 바람이 짧은 피리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가까이 느껴질 것 같은 솔나무 향기가 창문 너머로 풍겨 오는 듯하다. 오랜만에 차분해진 마음으로 하루가 지는 오후를 맞이 하고 있다. 늘 해야 할 일로 바쁘게 지났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봄에 출간될 시화집을 준비하면서 편안한 오후를 맞이 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무의 그림자가 길게 창문을 통해 손을 뻗는다. 내 몸을 지나쳐 책상 모서리까지 빛이 만들어낸 나무의 다른 내면이다. 그런 그림자는 실체보다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햇살이 선이 되어 면을 만들고 면이 입체를 만들어 간다. 선으로 입체를 빠르게 만들어 가려고 하면 입체는 이를 거부 하기 때문에 선은 면을 구성하는 먼저가 되어야 하고 그 후에야 면은 입체를 구성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무의 그림자가 내 몸에 그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추리해보다 문득 내가 나무가 되고 싶다. 그래서 창가에 긴 그림자가 되어 나에게로 가서 나를 만나고 싶다.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이제 멀리 창가에 노을이 내리고 이내 수은등 같은 짙은 푸른 빛의 하늘이 펼쳐질 것이다. 곧 이어 여기 저기 반짝이는 별들이 출현 할 것이다. 선물로 받은 하루가 지고, 다시 기적 같은 새벽을 선물로 받을 것이다. 오늘이라는 깊이와 넓이, 그리고 그 높이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다면 그 선물은 너의 향기가 되고 또 나의 향기가 될 것이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솔나무 향기 토끼 발자국 솔나무 가지

2023-02-06

[열린광장]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진짜 ‘토끼의 해’는 음력 정월 초하루였던 지난 22일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십이지의 동물 이름으로 일컫는 육십갑자는 양력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면 양력으로 1월 1일이 되자마자 십이지의 동물 이름의 해가 시작됐다고 볼 수 없다.     서력은 기원전 46년 로마 황제 율리우스 시저가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선포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은 다양하다. 중세시대 여러 유럽 국가는 ‘성수태고지일(Annunciation Day, 3월 25일)’ 을 새해가 시작하는 날로 지켰다.  또 1600년경엔 새로 고친 ‘그레고리안 달력’ 을 쓰기 시작했다.     종교에 따라서 새해를 맞는 경우도 있다. 유태인들은 그들만의 새해 축하 명절을 ‘로쉬 허 샤 너’ 라고 하는데 ‘해의 시작’ 이란 뜻이다. 이 명절 의식은 히브리 명절 ‘티쉬’의 첫날인 9월에 시작한다. 무슬림의 달력은 1년이 354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해마다 새해 첫날 날짜가 달라진다.     새해를 맞는 풍습도 다양하다. 벨기에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새해 인사편지를 보내고 새해에 온 가족 앞에서 그 편지를 읽는다.  중국에서는 설날 새해 축제를 4일간이나 연다.     1월에 출생한 유명인도 많다. 특히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가운데 1월 출생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1775년 벌어진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폴 리브레는 1월1일 출생자다. 유명한 공예가였던 그는 독립운동가 지원 등 독립운동에 큰 공을 세웠다. 역시 1월 1일에 태어난 벳시 로스란 여성은 독립전쟁 때 필라델피아에서 성조기를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752년 1월 31일에는 역시 독립전쟁 영웅인 구베르니르 모리스가 태어났다. 그는 헌법학자로 활동하였으며 특히 조지 워싱턴의 법률 관련 협력자로 많은 활약을 했다.   그리고 1895년 1월 1일에는 연방수사국(FBI) 초대 국장을 지낸 에드거 후버가 태어났다.  또 미국 인권운동의 선구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29년 1월15일 태어났으며, 이 보다 앞서 1882년 1월30일에는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탄생했다.     지난 22일 설날이 지나면서 호랑이는 떠나가고 토끼가 찾아 왔다.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의 무인기 침범 등으로 요즘 한국 안보 문제가 논란인 모양이다.  하지만 국방 대비책은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쪽에서 시끄럽게 왈가왈부하는 꼴을 북쪽에서 보고 뭐라고 할는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새해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하나도 못 잡는다’는 속담을 새해엔 새겨들었으면 한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토끼 새해 인사편지 설날 새해 새해 축하

2023-01-27

"올해는 반드시 금연하세요" ASQ 한인금연센터 적극 지원

ASQ 한인금연센터가 2023년 계묘년 새해 한인들의 금연 도우미로 나서며 많은 한인이 금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새해를 축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배를 멀리하고, 담배를 권하지 않고 끊는 것"이라며 "희망찬 새해의 시작점에서 모두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가정 의학과, 공중 보건학 교수인 슈홍 쥬 박사는 "담배 연기에는 7000가지 이상의 화학 물질이 들어가 있으며 그 중 약 70가지는 발암물질로 알려졌다"며 "간접흡연도 직접 피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고 애완동물에게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ASQ 금연 코치는 흡연자의 금연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금연 도움이 필요한 약 2만명을 도왔다. 센터는 금연 상담 이외에도 자격을 갖춘 흡연자에게는 2주 치의 니코틴 패치를 무료로 제공한다.   흡연 충동을 일으키는 상황은 흡연 습관, 스트레스, 흡연자들과 함께하는 자리 등이 있는데 친구와 가족의 격려, 금연 그룹 미팅 및 금연 프로그램은 이런 심리적 니코틴 의존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ASQ 한인금연센터의 서비스 이용(월~금요일 오전 7시~오후 9시)은 전화(1-800-556-5564), 온라인 등록(www.asq-korean.org), 문자서비스는 수신번호 66819로 금연이라고 문자를 보낸다. 문자는 통신사의 메시지 요금이 적용될 수 있고, 수신 중지를 원한다면 66819로 STOP 문자를 보내면 된다. 센터의 금연 카운슬러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한인금연센터 게시판 한인금연센터 토끼 무료 금연 금연 성공

2023-01-26

[기고] 토끼의 지혜가 필요하다

2023년 계묘년은 토끼해다. 토끼 모습이 잘 그려진 것으로 ‘토끼전’을 빼놓을 수 없다. 용왕이 병에 걸렸는데 어떤 약도 효과가 없다. 의원은 토끼 생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처방했다. 그 임무를 맡은 자라가 육지로 나가 토끼를 찾는다. 토끼를 만난 자라는 용궁에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감언이설로 토끼를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간 토끼는 자라의 등에 업혀 수궁에 들어간다. 용왕이 토끼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하자 토끼가 놀라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자라에게 토끼를 육지로 데려가 간을 가져오게 한다. 육지에 나온 토끼는 간을 빼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고 자라를 놀리며, 자신의 똥이 열을 내리는 데 좋다며 똥을 칡잎에 싸서 준다. 자라는 토끼 똥을 가지고 가 용왕에게 먹이고, 용왕은 병이 낫는다는 내용이다. 현대에 사는 인간의 한없는 욕망과 지혜를 되새겨보게 하는 내용이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대남 위협에 나섰다.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에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를 두고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초대형 방사포 30문이 노동당에 ‘증정’됐다고 밝혀 실전 배치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벽두에 북한의 도발을 주시하며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지휘관과 화상통화에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하기 위한 확고한 정신적 대비 태세와 실전적 훈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앞으로도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다양한 대칭·비대칭 수단을 동원해 지속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 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 언론사와 신년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도발이나 침략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고 즉각적인 자위권 행사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확전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은 핵무기가 없다. 북한의 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솔직하게 “우선 과거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정도로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계획과 정보 공유, 연습과 훈련은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대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것 같아 안심이다.   문재인 정권의 비굴한 비핵화보다는 강대강의 대북정책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섣불리 도발하지 못 하게 하는 제어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장병들의 확고한 정신적 대비 태세와 실전적 훈련만이 강한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음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안심이다.   2023년은 토끼의 지혜가 필요하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토끼 지혜 토끼 생간 토끼 모습 윤석열 대통령

2023-01-09

[그 영화 이 장면] 주토피아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선택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016)다.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토끼 캐릭터는 ‘사고뭉치’ 벅스 버니겠지만, ‘주토피아’의 주디는 바른 이미지에선 최고다. 이 영화에서 주디는 평화의 의미를 실천하고 전달하는 메신저이며, 그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불굴의 캐릭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주토피아’는 포유류 통합 정책에 의해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도시다. 어릴 적부터 정의감이 남달랐던 주디는 경찰의 꿈을 이루지만, 그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주토피아’는 올바른 세상에 대한 영화다.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동물들이 공존하는 주토피아처럼, 우리의 공동체도 평온하길 바란다. 하지만 문제는 생겨난다. 현실은 이상과 달리 복잡하고, 우린 모두 부족한 존재이며, 그 틈을 타 두려움으로 세상을 장악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없는 걸까? 엔딩의 연설 신에서 주디는 말한다. “긍정적으로 보세요. 우린 공통점이 많으니까요.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더 포용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부한다. “자신의 내면을 보세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여러분이며, 저 자신이며, 우리 모두니까요.”     당연하고 평범하며 순진해 보이지만, 주디의 이 말은 평화가 절실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 아닐까. 한 해의 시작에서, 주디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초식 동물 육식 동물 토끼 캐릭터

2023-01-06

“위기가 더 큰 기회, 토끼처럼 도약” 알버트 장 LA상의 회장

새해를 맞아 LA한인상공회의소(이하 LA상의) 알버트 장(사진)회장은 한인 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정보, 자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사진들의 경험, 노하우도 공유함으로써 한인 커뮤니티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합심하는 단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   올해 한인 경제 전망에 대해 장 회장은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시기다. 한인 비즈니스들도 실질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각종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종료되면서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생각지 못했던 비즈니스도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올 한해 LA상의가 집중 추진할 사업과 관련해 장 회장은 “각종 세미나는 물론 연방중소기업청(SBA)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연결 등 구체적이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즈니스 선후배들이 가진 특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2·3세 상공인을 위한 차세대 믹서 행사를 개최해 한정된 리소스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은 임기 중 추진 목표에 대해 “경쟁보다는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 젊은 한인 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아웃리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오는 10월 오렌지카운티에서 개막하는 21차 세계한상대회를 손꼽았다. 장 회장은 “한상대회 사상 첫 해외 개최로 미국내 한인 위상을 높일 기회라고 믿고 한인 상공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LA상의도 OC한인상의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전체적인 행사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불안과 변화의 시기지만 위기가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실, 밝은 내일이 올 것으로 믿는다, 토끼처럼 멀리 뛸 수 있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LA상의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박낙희 기자la상의 알버트 la상의 회장 기회 토끼 한해 la상의

2023-01-04

"계묘년엔 토끼처럼 부지런히 뛰어 봅시다"

계묘년이 밝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탓에 2023년을 맞는 이들의 마음 속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토끼는 풍요와 번성, 지혜,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토끼처럼 지혜롭게, 또 부지런히 뛴다면 어지간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렌지카운티 한인단체장들도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열릴 OC 세계한상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이도 여럿이다. 한인단체장들의 새해 인사와 계획을 모았다.   OC한인회 조봉남 회장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힘찬 새해의 붉은 태양처럼 가슴속 뜨거운 꿈을 향해 도전하고 그 꿈을 꼭 성취하기 바랍니다.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 올해 OC한인들의 숙원인 영사관 출장소 설치가 꼭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는 10월엔 한국 외 국가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한상대회가 OC에서 열립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합시다.     OC한미노인회 김가등 회장 2023년이 밝았습니다. 한인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계묘년 새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 기간 겪어야 했던 불편과 불안감을 훌훌 털어버리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또 위축됐던 우리들의 삶이 다시 새롭게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그 동안 움츠리고 있었던 노인들이 허리를 쭉 펴고 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게 되길 바라며, 활력이 넘치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OCSD평통 김동수 회장 희망 찬 계묘년을 맞았습니다. 올해 남, 북한의 힘 대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국 경제 보호에 나선 미국의 IRA, 전수방위를 넘어 반격 능력을 갖추려는 일본의 변화도 국제 정세에 긴장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한인들과 한국 국민이 더욱 단결하고 연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한인 여러분 가정에 큰 축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OC한인상공회의소 노상일 회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인 올해엔 한국에서 개최되던 세계한상대회가 처음으로 한국 외 지역, 그것도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립니다. 이 대회는 지구촌 곳곳의 한인 경제인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제 영토를 넓히는 한민족 경제 대제전입니다. 이슬 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OC 세계한상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합시다.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재미대한 OC체육회 최재석 회장 2023년이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계묘년 새해에는 오렌지카운티 한인 여러분이 바라는 일 모두 이루고 가정에 행운과 평안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많았지만, 올해는 토끼처럼 열심히 뛰며 재미대한 오렌지카운티체육회가 한층 더 성장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또 지난해 월드컵 단체 응원처럼 한인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향군인회 미남서부지회 이승해 회장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고 건승하길 바랍니다. 대망의 2023년엔 OC세계한상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랍니다. 또 LA총영사관 출장소가 OC에 반드시 설치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새해엔 한민족의 소원인 남북 통일을 이루길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주도로 통일을 이뤄 우리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과 인력이 하나가 돼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냅시다.     OC한인축제재단 정철승 회장 희망과 기대가 가득한 새해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 3년 만에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충실하게 준비할 것입니다.  아리랑축제를 통해 한인들에게 흥겨운 잔치를 제공하고,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타인종에게 널리 알리며, 한인 후세에게 뿌리 의식을 심어주도록 올해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OC한미시민권자협회 써니 박 회장 모두들 2023년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해가 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계묘년 새해 오렌지카운티 한미시민권자협회는 차세대, 타인종과 발맞춰 열정적이고 근면한 한인의 근성으로 한인들이 이런 어려움을 잘 타개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특히, 다른 한인단체들과 협력하면서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릴 한상대회 성공 개최, 한인회를 통한 여러 복지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OC기독교교회협의회 심상은 회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바이러스의 공격이 사라지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도 많습니다. 올해는 OC의 400여 개 한인교회들이 더 연합해 지역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축복의 통로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회협의회의 건전한 신앙 노선을 계승하면서 OC의 모든 교회가 교협 회원이라는 동역자 의식을 확고히 하도록 교회들을 찾아가 교제하겠습니다. 또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세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OC장로협의회 김용진 회장 희망 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3년이 OC 한인사회에 새로운 희망과 감격을 주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특별히 각 교회와 가정에 평강과 기쁨이 충만하고, 이로 인해 한인사회가 화목하게 서로 섬기며 돕길 바랍니다. OC장로협의회는 올해도 지난 8년 동안 해온 것처럼 불우이웃과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일을 꾸준히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축복과 기쁨이 모든 가정에 넘치길 기도합니다.     OC기독교전도회연합회 신용 회장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가정과 한인 교회에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3년 새해에도 OC기독교전도회연합회는 오렌지카운티의 교계와 교회, 성도들과 연합하고 협력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서 보여지는 건강한 사회,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모여 사랑과 감사의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길 소원합니다. 감사합니다.     OC북부한인회 케빈 이 회장 희망찬 계묘년을 맞았습니다. 2023년은 큰 희망과 동시에 불안한 경제적인 환경이 공존하는 해이기에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이겨나가야 할 줄 믿습니다. OC북부한인회는 올해 총영사관과 업무 협조를 통한 한국 관련 업무와 민원 신속 처리, 한국 지자체와 업무 협약 등 여러 사업을 통해 한인들에게 더 다가서겠습니다. 또 OC의 경제, 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구나우즈한인회 김일홍 회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니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태평양의 미풍이 불어오고 따스해 전국 각지 한인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24년 전, 한인은 30가구에 그쳤지만, 지금은 1000여 가구, 2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30여 개 동아리를 더 활성화하고 우리 얼이 담긴 아리랑 축제를 성대하게 치르겠습니다. 또 라구나우즈 한인회 역사를 담은 책 발간도 추진하겠습니다.     실비치레저월드한인회 유원식 회장 새해를 맞아 노인이 여생을 보내기에 최상의 여러 조건을 갖춘 실비치 레저월드에 사는 2000여 명의 한인과 그 자손의 가정에 평강의 축복이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신선한 공기, 온화한 기후의 교통 요지에 들어선 안전한 게이트 단지인 레저월드에 사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새해엔 30여 개 한인 클럽과 호흡을 같이 하며 전화번호부도 갱신해 배포하겠습니다. 한인의 밤 행사 8월 개최도 추진합니다. 임상환 기자토끼 한인단체장 오렌지카운티 한인단체장들 한인 경제인 미주 한인이민

2023-01-02

검은 토끼 오는 길 마중 나가볼까?…가볼만한 새해 전야 이벤트

매년 이맘때 쯤이면 1년 365일 바삐 보채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건만 언제나 후회 투성이다. 그러나 뭐 어쩌겠는가. 인연생 인연멸(因緣生 因緣滅)), 인연 닿아 생겨났다 그 연이 끝나 사그라든 지난 모든 것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보내주고 다가올 새 연을 기다려볼 밖에. 연말연시 쓸쓸한 마음 달래고 저 멀리서 뛰어 오는 검은 토끼(계묘년)도 마중 나갈 겸 LA 인근 곳곳에서 열리는 새해 전야 행사에 참석해 보는 건 어떨까. 일견 뻔해 보이는 이 나들이가 한 해의 끝에 선 먹먹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 지도. 그리고 사유에 갇혀 어지러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개운해질지도 모르니.     ▶LA 새해 전야 행사     혹자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새해 전야를 뉴욕에서 보내는 것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새해 전야 분위기를 맛보기위해 멀리 동부까지 날아갈 필요는 없다. LA 다운타운 그랜드 파크가 10년째 개최해오고 있는 N.Y.E.L.A.(New Year's Eve in LA)에 참석하면 새해 전야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해는 팬데믹 동안 잠시 멈췄던 행사가 다시 재개돼 의미가 더 깊다. 행사에 참석하면 그랜드 파크 중앙 무대에서 펼쳐지는 DJ와 라이브 밴드가 이끄는 멋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시청 빌딩을 캔버스 삼아 펼쳐지는 3D 카운트다운 조명 쇼는 행사의 백미. 무엇보다 행사장 인근엔 대목을 맞아 몰려든 푸드 트럭까지 가세해 연말연시 파티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주류 판매 및 반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행사는 오후 8시부터 시작되며 카운트다운 무대는 힐 스트리트(Hill St.)와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 사이 4블럭에 걸쳐 세워진다. 행사 당일 주차가 쉽지 않아 메트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grandparkla.org      ▶로즈 퍼레이드   올해로 134회를 맞는 가주, 아니 미국을 대표하는 새해 행사인 로즈 퍼레이드는 내달 2일 개최된다. 대회 취지에 걸맞는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수천, 수만 송이 장미꽃으로 장식한 꽃수레 및 승마부대, 밴드들이 패서디나 중심가인 콜로라도 블러바드(Colorado Blvd)를 따라 5.5마일을 행진한다. 퍼레이드 시작은 그린 스트리트와 오렌지 그로브 블러바드 코너에서 시작한다. 퍼레이드를 주최측이 마련한 좌석에 앉아 관람하려면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티켓은 공식 티켓 오피스(sharpseating.com)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은 70~120달러선. 주차 티켓은 따로 판매하며 주차 티켓과 참가 티켓을 묶어 판매하는 콤보 티켓도 있다. 거리에서 무료 관람도 가능한데 이는 선착순.     ▶Visitpasadena.com     ▶유니버셜 스튜디오   새해 전야를 보다 더 화려하게 보내고 싶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31일 오후 9시부터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전 2시까지 진행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새해 전야 행사는 '라틴 비트', '일렉트릭 뉴 이어', '록 더 나이트'라는 주제로 스튜디오 곳곳에서 파티가 열린다. 새해 전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카운트다운은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셀피 마니아들을 위해 곳곳에 연말연시 할러데이를 테마로 한 포토존이 준비돼 있어 '좋아요' 행렬을 부르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universalstudioshollywood.com          ▶빌트모어 호텔   LA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호텔 중 하나인 LA 다운타운 소재 빌트모어 호텔이 내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새해 전야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한다. LA느와르(LA Noir)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호텔 건립 초기인 192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재즈 밴드 를 비롯해 라이브 음악 연주자 40여명 이상이 참가해 파티 분위기를 훨씬 더 환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또 칵테일바에서는 빌트모어 시크릿 칵테일 및 샴페인을 즐길 수 있으며 1920년대 금주법 기간 동안 몰래 마셨던 술도 제공될 예정. 이번 행사는 팬데믹동안 옷장에서 잠자고 있던 멋진 드레스와 수트를 꺼내 입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행사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계속된다. 일반 입장료는 99달러이며 VIP 입장료 및 호텔 패키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티켓 구입도 가능하다.   ▶biltmorenye.com 이주현 객원기자이벤트 토끼 새해 전야 la 새해 행사장 인근

2022-12-22

[기고] 우리가 쫓는 '러스티'는 무엇일까

한 때 플로리다주에서는 ‘그레이하운드 경주(Greyhound Racing)’ 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였다. 한창 흥행했을 때에는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던 도박성 스포츠였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과 반발로 많은 경주장이 문을 닫았고, 아직 몇 곳은 여전히 흥행 중에 있다.   경주가 시작되기 직전, 조련사는 ‘러스티(Rusty)’ 라 불리는 ‘가짜 토끼’를 가져와서 개들 앞에서 흔들며 펜스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이때 펜스 안에 개들은 흥분해서 창살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토끼를 잡으려고 안달이 난다.     드디어 장내 방송으로 “지금 트랙에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리면 군중들은 함성과 동시에 펜스 문이 열린다. 개들은 당장 러스티를 잡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튕겨 나간다. 러스티도 개들 앞에서 잡힐 듯, 말 듯 트랙을 따라 빠르게 달린다. 트랙을 돌아 결국 결승점까지 도달하면 러스티는 작은 구멍 안으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견사(犬舍)로 돌아온 개들 중, 선두주자로 결승선을 패스한 개가 숨을 헐떡거리며, “조금만 더 빨랐으면 그 토끼를 잡을 수 있었는데, 아~ 정말 아쉽다!” 그러자 2등 주자인 친구 개도 “다음번엔 그 녀석이 내 제삿밥이 될 거야! 오늘 정말 속상하다” 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피로감에 털썩 주저앉는다.   물론 그다음 경주에서도 러스티는 무사히 돌아 왔고, 개들은 매번 죽을 뚱, 살 뚱, 결코 잡지 못할 토끼를 쫓아 달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그레이하운드 경주를 즐기는 다수의 군중(인간)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멍청한 개들 같으니, 모든 게 조작된 걸 모르고 죽기 살기로 뛰는 거냐? 러스티를 진짜 토끼로 아는 거냐?”     혹시, 우리는 새벽마다 잠을 깨워주는 알람 소리가 “지금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는 장내 방송으로 들리지는 않는지?  급하게 알람을 끄고, 샤워하고, 옷을 주워입고,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일터로 튕겨 나가는 것이 펜스가 열리면 러스티를 잡으려고 트랙을 따라 달리는 그레이하운드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쫓는 러스티는 테슬라 전기차, 새로 지은 콘도, 럭셔리한 사무실, 증권투자, 노후대책 등 인가? 청년이라면 새 여친을 찾고, 더 좋은 직장을, 멋진 데이트를, 돈을 벌어 연인과 여행을, 등등 이런 것들이 그들의 러스티일까?     러스티를 쫓아 달리는 것은 인생을 끊임없이 경주로 만들고, 경쟁은 만성 피로와 허무로 이어진다.  어느 날, 경주장의 러스티를 끌어가는 기계에 고장이 났다. 그러자 러스티는 뒤따르던 개에게 거칠게 잡아 채어 물려 버렸다. 행운의 경주견은 토끼를 물어뜯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거 가짜 토끼잖아! 내가 속았네!” 그 개는 결국 예전처럼 전 속력으로 러스티를 향해 달리지 않는다. 가짜 토끼를 알게 된 그레이하운드(개)는 조련사에 의해 지체없이 경주장에서 퇴출되어 버린다.     요즘 한국에선 두 마리의 풍산개를 밖으로 퇴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가(政街)에선 정치꾼들의 ‘찬반 논쟁거리’가 되고, 국민은 ‘키우고 정든 반려견을 그렇게 야멸차게 내칠 수 있을까’ 가 화두이다.   우리 옛 속담에 “딸은 옆집에 줘도, 개는 옆집에 못 준다” 라는 말이 있다.     조련사는 흥행에 경쟁력이 없어진 개에겐 더는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한다. 풍산개의 주인도 조련사 출신이었을까?  결코 애견가는 아닌 것 같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기고 그레이하운드 경주 가짜 토끼 진짜 토끼로

2022-11-14

"미국 최고 소주는 '여보 소주'"…연예·요리 미디어 TT 선정

한인이 만든 ‘여보(Yobo) 소주(사진)’가 유명 종합미디어 웹사이트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좋은 소주(Soju)’로 선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외식, 요리를 주로 다루는 미디어 ‘테이스팅 테이블(Tasting Table)’은 28일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소주 중에 여보 소주가 재료, 제조 방식과 향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테이스팅 테이블은 총 18가지 소주를 비교했으며 이 중에는 진로, 롯데주류의 다양한 소주들도 포함됐고 일본 브랜드도 들어갔다. 한국 브랜드로는 화요, 토끼, 이세, 호주(Hoju) 소주도 랭크돼 시선을 끈다.   18개 전체 순위는 1위 여보 소주, 2위 미르 소주, 3위 진로 소주, 4위 웨스트 32 소주, 5위 대선 소주, 6위 TY KU, 7위 호주 소주, 8위 해모수, 9위 풍정사계, 10위 화요, 11위 토끼 소주, 12위 처음처럼, 13위 이세 소주, 14위 C1 블루 소주, 15위 서울의 밤, 16위 좋은데이, 17위 참소주, 18위 순하리다.   매체는 소주가 최근 한류와 K드라마를 통해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지역 한인마켓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하고 덕분에 미국 내 증류주 회사들도 소주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LA 출신의 한인 캐롤린 김씨가 만든 여보(알코올 23%)는 하와이 방언으로 ‘가까운 친구’를 뜻한다. 김씨는 2015년 뉴욕에서 생산시설을 갖추고 여보를 출시했으며 희석식인 한국 소주들과 달리 100% 포도로 만들며 증류식을 택했다.   동시에 기존 소주와는 달리 미국인들이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로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첨가제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여보 소주는 최근에는 유명 한인 셰프인 크리스틴 키시와 콜라보한 ‘여보 키시’를 내놓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인성 기자미국 소주 호주 소주 토끼 소주 진로 소주

2022-10-28

[별별영어]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부활절이 지났습니다. 영어로는 이스터(Easter)라고 하는데 앵글로 색슨족이 섬기던 봄의 여신 Eostre에서 유래했다고 추측되지요. 이 말보다 부활의 의미가 더 담겨 있는 것은 달걀인 것 같습니다.   달걀이 부활절의 상징이 된 이유는 겉으로 봐선 느껴지지 않지만 안에 생명력이 잠재해 있기 때문인데요, 달걀껍데기가 빈 무덤을 상징한다는 해석과 역사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오래전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당한 고난을 함께하는 의미로 40일간 절제하고 마지막 일주일은 철저히 한 끼를 굶는 금식을 했지요. 그동안 닭장에 달걀이 쌓이자 마지막 날 삶아서 나누고 함께 깨뜨리면서 부활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예수님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였는데 점차 다양한 색깔과 정교한 장식으로 바뀌었지요.   그래서 부활절에 어른들은 서로 삶은 달걀 꾸러미를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예배 후 교회 정원에 숨겨 둔 달걀을 찾게 하는 풍속이 생겼습니다. 달걀 찾기(egg hunt)에는 곧 토끼와 초콜릿이 더해졌어요. 토끼는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지라 새 생명의 상징이고 달걀 숨기는 역할을 맡아 재미를 더합니다. 초콜릿은 달고 부드러워 서양의 기념일마다 등장하는데 달걀과 토끼 모양으로 만들기 쉬워 인기예요.   영어로 ‘토끼’는 ‘래빗(rabbit)’이 먼저 떠오르지요? 이것이 일반적인 명칭이고 야생토끼 ‘헤어(hare)’도 있지만, 부활절 토끼는 ‘버니(bunny)’라고 부르는 어리고 작은 토끼입니다. 큰 쥐(rat)와 생쥐(mouse)를 구분하듯 크기와 느낌이 다르죠. 귀여운 ‘Easter bunny’는 병아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이런 풍속에 따라 ‘Easter egg’에 부차적인 뜻이 생겨났습니다. 즉, 색칠한 달걀처럼 ‘두터운 화장을 한 얼굴’, 혹은 에그 헌트의 달걀처럼 ‘숨겨 놓은 뜻밖의 재미’를 뜻하게 된 것이죠. 부활절 카드에 찾고자 하는 것을 꼭 찾으라며 “해피 서칭(Happy Searching)!”이라 적기도 해요.   부활은 봄과 만나 희망의 축일이 됐습니다. 혹시 어린 시절 부활절 달걀을 받아 본 기억이 있으신지요? 예쁘게 칠한 달걀이 안겨 주는 풍요로움과 달콤한 초콜릿 달걀을 찾아내는 기쁨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얼마 전 교황께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초콜릿 달걀 역시 전쟁의 공포를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요. 행복한 날 보내세요.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별별영어 이스터 easter happy easter 해피 이스터 부활절 토끼

2022-04-1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