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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아리랑축제,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최근 막을 내린 제39회 아리랑축제는 관람객 동원에 관한 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달 12~15일까지 축제가 열린 가든그로브 공원엔 나흘 동안 연인원 약 3만 명(OC한인축제재단 집계)이 방문했다. 정철승 축제재단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든그로브의 US메트로뱅크 몰에서 열린 축제에 비해 6배나 많은 숫자다.
 
성공적인 축제의 기본은 관람객 동원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알차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난해 관람객 동원 부진을 겪은 축제재단은 올해 축제의 초점을 관람객 동원에 맞췄다. 한인타운보다 OC베트남계 커뮤니티의 중심인 리틀 사이공에 더 가까운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축제를 열게 된 축제재단 측은 이전과 달리, 한국과 베트남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연 끝에 관람객 동원에 성공했다. 무대와 푸드 코트 주위를 가득 메운 한인과 베트남계 관람객들은 다양한 문화 공연과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축제재단 관계자들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축제재단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소득도 얻었다. 올해 축제 기간 중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유권자 등록 캠페인 부스를 마련했던 아시아계 단체로부터 내년엔 한국, 베트남 외에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약 10개 국가 커뮤니티가 참가하는 아시안 페스티벌을 열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정철승 회장은 이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내년 아리랑축제를 아시안 페스티벌로 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축제의 주체가 여럿이 될수록 업무와 책임의 분담, 소통 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익 또는 손해 발생 시 이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각종 계약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할지 등 사전에 검토해야 할 사안도 많아지고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아리랑축제의 정체성이다. 올해 아리랑축제는 베트남계 커뮤니티에선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로 홍보됐다. 아리랑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홍보하려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겠지만, 아리랑을 포함한 한국의 고유 문화를 타인종에게 알린다는 축제의 본래 목적이 희석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 회장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정 회장은 “가든그로브 공원에서 여는 축제는 명실상부한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로 열고, 대신 다른 시기에 아리랑축제를 따로 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제재단이 아시안퍼시픽 페스티벌을 열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로컬 정부, 정치인, 타인종 기업체로부터 협조와 후원을 얻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오렌지카운티의 34개 도시가 한인을 포함한 특정 인종 또는 민족의 축제를 주최, 주관하는 사례는 없다고 보면 된다. 시 정부들이 단독 또는 공동 주체가 되는 축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며, 특정 인종, 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어바인 시가 매년 10월 주관하는 글로벌빌리지 페스티벌은 명칭 그대로 지구촌 여러 나라의 문화를 즐기는 행사다. 시 당국이 지난 9월 사우스코스트 중국문화센터와 함께 중추절(추석) 축제를 개최한 것도 어바인 주민 중 아시아계 비율이 워낙 높고, 10여 개 아시아 커뮤니티가 추석을 기념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사례는 가든그로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아리랑축제가 받을 수 있는 시 측의 도움엔 한계가 분명하나, 여러 아시안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열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메인스트림 기업의 후원 유치 가능성도 커진다.
 
내년은 제40회 아리랑축제가 열리는 해다. 아리랑축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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