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인근 소방서 출동, 마약이 화재의 16배
━ 원문은 LA타임스 10월12일자 ‘Column: At LAFD Station 11, one of the busiest in the nation, far more overdose emergencies than structure fires’ 제목의 칼럼입니다. LA한인타운 동쪽과 맞닿은 웨스트레이크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음 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버스, 트럭, 자동차 경적 소리와 길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들의 외침 사이로 들려오는 이 사이렌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맥아더공원 주변에서는 거의 쉼 없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 소방차와 구급차의 목적지는 주로 화재 현장이 아니다. 사실, 웨스트레이크 지역을 담당하는 LA소방국(LAFD)의 11 소방서가 주로 대응하는 사건은 약물 과다 복용과 관련된 응급 상황이다. 올해 8월까지 11 소방서가 처리한 출동중 599건이 약물 과다 복용이 원인이었으며, 그에 비해 건물 화재 출동은 단 36건에 불과했다. 소방관 겸 응급구조사인 매디슨 비레이는 “같은 사람에게 하루에 3차례나 출동한 적도 있어요”라고 실정을 전했다. 그는 11 소방서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응급 상황을 처리해 왔다. 이 숫자는 웨스트레이크 지역의 심각한 약물 남용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지역 거리 곳곳에서는 마약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노숙자들도 많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에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83명이 사망했다. 지역 상인들은 중독자들로 인한 범죄와 도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11 소방서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1 소방서는 맥아더공원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7가 선상에 위치해 있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24시간 내내 출동 대기 상태인 이유다. 소방서 내부에는 이들이 미국에서 가장 출동이 많은 소방서로 선정된 기념 증서가 걸려 있다. 지난 2022년 11 소방서는 ‘파이어하우스 매거진(Firehouse Magazine)’에서 전국에서도 가장 출동이 많은 소방서 중 하나로 선정됐다. 11 소방서는 올해에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1 소방서는 현재까지 스키드로에 위치한 9 소방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동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올해 역시 지난해의 약 1만5262건 출동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출동의 대부분은 의료 응급 상황이다. 그중 상당수가 약물 과다 복용과 관련이 있다. 소방서 대원들은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져 있지만,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현실의 가혹함을 직면하게 된다. 지난 9일 오후, 기자가 11 소방서를 방문했을 때 비레이와 엔지니어 코디 아이트너가 급히 출동했다. 6가와 벌링턴 애비뉴 근처의 골목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아이트너는 “행인들이 발견해 신고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면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마약은 ‘고약하다(dirty)’는 소문이 돌고 있다. 코카인과 펜타닐이 혼합된 것일 수 있고, 펜타닐이 자일라진이라는 동물용 진정제와 섞인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약물 혼합은 부작용을 일으키며, 때로 생명을 위협한다. 소방대원들은 이 고약한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에게서 괴사성 궤양을 자주 목격한다. 특히 자일라진의 부작용으로 팔과 다리에 생긴 끔찍한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며, 중독된 사람들은 몸이 경직되어 굽은 자세로 쓰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소방대원들은 이를 ‘펜타닐 폴드(Fentanyl fold)’라고 부른다. 11 소방서에서 20년 전 근무했던 브라이언 프랑코 대대장은 “헤로인이 유행하던 시절보다 요즘 펜타닐로 숨지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점은 펜타닐 중독은 적시에 투여할 수 있는 오피오이드 해독제인 날록손 덕분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소방대원 겸 홍보 담당자인 애덤 반거펜은 “요즘 우리의 응급 호출의 대부분은 펜타닐과 관련이 있다”며 “환자의 호흡 상태를 확인한 뒤 날록손을 투여해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 중독 환자에게 응급 구조대원들은 통상 구강 스프레이 형태의 날록손을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 근육에 주사하거나 IV를 통해 투여하기도 한다. 애덤 브랜도스 캡틴은 “우리가 성공적으로 환자를 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며 “하지만 출동을 수없이 하다 보면, 그 기쁨도 어느 순간 단조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차례 출동이 여러 건의 추가 출동을 유발할 때도 있다. 브랜도스는 “한 번의 응급 상황이 네 번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공원에서 한 사람에게 출동하면, 근처 나무 밑에 있는 다른 중독자나 호수 근처의 또 다른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장면들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충격을 받았던 소방대원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감각해진다. 소방대원 앤서니 템플은 맥아더 공원 인근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장면들을 예로 설명했다. 그는 “열차에서 내리면 플랫폼에서 과다 복용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구조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후, 곧바로 다른 호출에 대응하러 간다”고 말했다. 11 소방서 대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상호 간의 강한 유대감을 유지하며 일한다. 그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보람을 느끼며, 자신들이 이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하루하루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오후 6시30분 무렵, 또다시 호출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윌셔 불러바드와 알바라도 스트리트 교차로 근처에서 과다 복용으로 추정되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 소방차와 구급차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고, 3분도 안돼 도착했다. 현장에서는 소방관들이 빠르게 날록손을 준비하고, 환자에게 투여했다. 몇 초 후, 환자는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다. 이번에도 그의 생명은 구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매일같이 반복된다. 소방대원들은 또다시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11 소방서에 근무한 지 2년째인 루크 윈필드 소방관에게 그간 약물 과다복용과 관련된 출동 건수를 물었다. “수백건입니다. 정말 미친(insane) 상황이죠.” 스티브 로페즈 칼럼니스트소방서 마약 소방서 내부 출동 대기 이들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