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건강 칼럼] 표피 낭종

지난 시간에는 지방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방종과 흔히 헷갈리는 종양 중 ‘표피 낭종’이 있습니다.     우리 피부에는 진피, 표피로 나뉘어 있는 것 잘 아시죠? 표피는 피부에 가장 표면에 있는 층으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는 피부층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몸에서 나오는 때는 표피층 가장 바깥 쪽에 있는 각질층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표피는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떨어지지 않고 피부 아래로 자라게 될 때 표피 낭종이 생기게 됩니다.     표피 낭종은 피부에 상처가 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를 자주 밀면서 피부에 보이지 않게 상처가 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체질적으로 표피 낭종이 몸 곳곳에 잘 생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음식과 상관없이, 어떤 요인과 상관없이 체질적으로 표피 낭종이 자주 생기게 됩니다.     표피가 진피층 아래로 파고들면서 표피 낭종주머니를 형성합니다. 이 주머니 안에 케라틴이라는 물질이 차게 됩니다. 계속 많은 양의 케라틴이 차게 되면서 표피 낭종이 더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표피 낭종은 피부 아래 볼록하게 올라오는 종양입니다. 그것을 짜게 되면 케라틴 물질이 분비됩니다. 짜고 나면 볼록하게 올라온 것이 납작해 지면서 마치 표피 낭종이 없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낭종 주머니 벽이 그대로 있는 이상, 케라틴 물질이 계속 분비되고 다시 볼록하게 올라오게 됩니다.     표피 낭종을 확실히 없애는 방법은 낭종 주머니 벽을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도려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깨끗이 도려내지 않는 이상, 표피 낭종은 제발 할 확률이 높습니다.     첫째, 표피 낭종은 대부분 양성 종양입니다. 그러나 1%의 경우 악성 종양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는 아주 작은 확률이긴 하지만 환자분이 1%의 속할지 99%의 속할지는 확실히 알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더 유익하실 것입니다.   두 번째,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어느 날 갑자기 표피 낭종이 염증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빨갛게 부어오르고 굉장히 아프며 심한 경우에는 표피 낭종이 터져 고름이 나오기도 합니다. 마치 종기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에는 부어 있는 피부를 절개하고 안에 있는 고름을 깨끗이 제거하고 소독하는 것이 치료 방법입니다. 응급 치료를 하고 나서 염증이 가라앉고 난 뒤, 표피 낭종 주머니 벽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도려내는 시술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표피 낭종 분비물이 없을 때는 피부가 볼록하게 올라오지 않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낭종 주머니 벽의 조그만 조각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시 표피 낭종형성되고,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니 염증이 생기기 전에 제거 시술을 꼭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매우 크거나 위험한 부위에 있지 않은 이상 오피스에서 국소 마취를 하고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문의:(213)674-7517  장지아 원장 / 장지아 일반 외과건강 칼럼 표피 낭종 표피 낭종주머니 낭종 주머니 표피가 진피층

2024-01-30

[기고] 유권자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투표한다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2020년에 이어 내년에도 양당 후보들은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표심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이 점점 양극화되고 양당의 표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한표 한표가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유권자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이 과연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UC리버사이드 교수이자 연구기관 아시아·태평양계 데이터(AAPI Data) 창립자인 카식 라마크리쉬난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반대로 일본계와 인도계 미국인들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그는 “인도계 유권자의 성향과 달리, 최근 비벡 라마스와미와 니키 헤일리 등 인도계 대선주자들이 공화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추세는 바뀌고 있다. 2016년 대선을 계기로 아시안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계와 중국계 미국인들은 공화당 지지로 바뀐 경향이 있다고 라마크리쉬난 교수는 지적한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인 라티노 유권자들도 바뀌고 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클라우디아 산도발 교수는 “라티노 유권자들이 왼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라티노 남자 유권자들은 점차 공화당을 지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네바다주 라티노 유권자 가운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남성은 48%로  24%인 여성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라티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젊은 라티노 유권자의 37%는 “민주당이 라티노 커뮤니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3분의 1은 공화당이 라티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흑인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세도 꺾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선은 흑인 유권자들이 많이 투표할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 대학 자밀 스캇 교수는 “내년 선거에서 흑인 표심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며 “그중 하나는 흑인들이 지지 정당을 바꿀 것인지, 또 하나는 얼마나 많은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나올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학생 학자금 탕감 문제 등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했으며, 흑인 판사를 지명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조치들이 겉보기엔 좋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창출했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결국 주머니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사람들”이라며 “흑인들이 당장 지지정당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유권자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투표장에 나와 오랜 시간 기다리며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흑인 유권자들 가운데는 민주당을 위한 ‘닥치고 묻지마 투표’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은 현 정치권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회 폭동사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는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인플레와 높은 집값에 제대로 대처 못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걱정스럽다.     내년 대선에서 한인 등 아시아·태평양계의 표심을 얻고 싶은 후보는 이런 우려에 대답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유권자 주머니 인도계 유권자 아시안 유권자들 흑인 유권자

2023-12-26

곽애리 작가 첫 시집 출간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곽애리(사진) 시인이 첫 시집 『주머니 속에 당신』(책 사진)을 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곽 시인은 첫 시집 출간 소감으로 “한때는 많이 울었지만, 이제 울다가 남은 건 웃음이라고 다짐하며 이제 이별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오로지 당신과 함께할 것을 가슴으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곽 시인은 작품 ‘쌀’을 통해 사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밥이란 이리도 사연이 많다”며 “밥은 먹었니? 무얼 먹었니? 어떻게 먹었니? 쌀은 지구의 언어”라며 이민 생활의 애환과 밥정을 통한 그리움의 정서를 시에 녹였다.     김정기 시인은 곽 시인의 이번 시집을 가리켜 “시인의 마음이 순수하다 못해 여름 아침 공기다”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본지 문화센터의 문학교실 강사로 활동했다.     곽 시인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1985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후 맨해튼에서 주얼리숍을 운영하다 은퇴 후 펜을 잡았다.     문학교실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지난 2012년 월간수필을 통해 수필가로도 등단했다.     수필가 등단 후에는 ‘문학청춘’2017 봄 31호에서 ‘나야’ ‘후러싱 외딴 골목’ ‘스위치를 내려버린 땅’ 등 3편으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시집 주머니 이번 시집 시집 출간 김정기 시인

2023-11-16

[수필] 잃어버린 워커

얼마 전 50주년 한인의 날 축제가 LA한인타운에서 열렸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나로서는 LA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가 참 힘들다. 나이 탓에 장거리 프리웨이 운전은 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는 나의 서화 작품도 전시된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행사장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멀리 사는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내 시화전이 열리는 LA에 가야 하는데 라이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기꺼이 오겠다고 했다. 딸은 먼 새크라멘토에서 단숨에 달려왔다. 어찌나 고마운지 마음이 울컥했다. 본인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 엄마를 위해 희생하는 딸이 몹시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토요일 일찍 일어나서 오렌지카운티에서 LA로 달려갔지만 주차할 장소가 없었다. 행사장 근처를 빙빙 돌아보아도 주차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먼 곳에 주차했다. 걸어서 멀리 있는 행사장까지 갈 일이 태산 같았다.   지난 7월 집에서 넘어져 무릎과 허리를 많이 다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퇴원 후 두 달 동안 열심히 치료받아 겨우 걸어 다니고 있었다. ‘혹시’ 하고 워커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가지고 간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몰랐다. 워커에 의지해 먼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먼저 전시장에 들러 시화전 관람을 하고 딸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미술작품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행사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워커를 끌고 다니려니 진땀을 뺐다. 한국에서 들여온 신선한 농산물을 사고 싶어 부스마다 기웃거려 보았지만 너무 붐벼 상품을 사기도 힘들었다. 더욱이 워커를 끌고 다녀야 하니 이중삼중으로 고역이었다. 부스마다 각양각색의 한국 상품이 진열되어 모두 구경하고 싶었지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다행히 딸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 부스를 헤집고 들어가 상품을 살 수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기름 바르지 않고 살짝 구운 햇김이 정말 맛이 좋아 한 팩을 샀다. 완도 다시마, 완도 미역, 표고버섯 말린 것 등 다양하게 사다 보니 짐이 많아졌다. 다행히 워커 손잡이에다 플라스틱 백을 주렁주렁 매달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게 워커를 끌면서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다니는 내 몰골이 정말 우스꽝스럽게 보였으리라 생각하며 혼자 미소 지었다.   화장품 부스에 갔더니 마음에 드는 세안 비누가 있어 구매했다. 비누를 워커 플라스틱 봉지에 넣으려고 옆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앗 어찌 된 일인가! 나의 워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하늘이 노래져 내 워커가 없어졌다고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라고 고함을 지르며 뒤뚱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아도 내 워커를 찾을 수가 없었다. 워커 주머니에 둔 지갑에는 현금과 함께 크래딧카드, 운전면허 등 들어 있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청천에 날벼락 맞은 기분이었다.   순간 딸을 찾아 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체면 불고하고 큰 소리로 딸 이름을 부르며 찾았는데 바로 옆 부스에서 딸이 내 워커를 갖고 상품을 사고 있는 것이 앉는가! 나는 그동안 지옥을 헤매고 다녔는데 딸은 태연하게 상품을 사고 있지 않은가! 그때 느꼈던 안도의 한숨! 겪어 본 사람은 내 심정을 이해하리라. 찰나에 일어났던 어처구니없는 나의 쇼!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워커도 없이 허둥대며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모습 정말 가관이었을 것이다. 내 몰골을 생각하며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집에 돌아와 구매한 물건을 딸과 나눴다. 행사장에서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연기를 했던 무명의 노여배우의 웃지 못할 연기에 한바탕 소리 내 같이 웃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웃기세요. 놀란 토끼처럼 허둥대며 워커를 찾아 헤매던 모습을 보았더라면 포복절도를 할 뻔했어요. 엄마는 나이가 드시니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시네요. 이젠 제발 그만 웃기세요.” 그 당시 놀라 기겁을 한 내 심정은 헤아리지 못하는 딸에게 섭섭함도 잠시, 둘이서 얼굴을 마주 보며 한바탕 웃었다.   바로 옆 부스에 내 워커를 가진 딸도 보지 못한 채 사람으로 붐비는 그 좁은 골목을 절름거리며 놀란 토끼처럼 워커를 찾아 헤매던 모습 정말 우스꽝스럽다고 딸과 웃고 또 웃었다. 모든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엔돌핀이 팡팡 쏟아졌다.   워커를 찾아 들고 행사장을 다시 돌아다니는 데 한국전쟁 직후 시골에서 열리던 장날이 생각났다. 3일마다 열리는 삼일장, 5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이 있었다. 엄마와 함께 장날 손 붙잡고 다니던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나는 엿을 좋아해 엿을 사 먹고 오던 추억이 삼삼히 떠오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몹시 그리웠다.   어머니는 장날이면 안동 간고등어를 한 두루미 사다 처마 밑에 걸어두고 아버지 밥상에 올렸다. 전쟁 직후라 소고기 먹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버지상에 올라간 간고등어가 왜 그렇게 먹고 싶던지 침을 꿀꺽 삼키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내게 고등어를 주셨다. 어찌나 맛이 었었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버지 사랑에 목이 멘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 어려움을 딛고 발전한 대한민국이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번 축제를 준비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워커 워커 플라스틱 워커 주머니 워커 손잡이

2023-11-0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내 것이 아닌 것들

내 것이 아닌 것은 남의 것이다. 사랑도 재물도 행복도 잠시 누리고 있을 뿐이다. 내 주머니에 있는 100불은 타인의 지갑에 든 천불보다 쓸모가 있다. 남의 주머니에 든 돈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도둑이다. 인간은 자기 주머니 돈도 세지 못하면서 남의 돈에 눈독을 들인다. 돈은 귀가 밝고 사람은 눈이 어둡다.     타인의 재물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 정당한 이유 없이 남의 것을 탐하는 자는 도둑 심보를 가진 사람이다. 땀 흘려 수고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의 공통점은 타인의 재물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     내가 잘 아는 한 분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계산에 밝고 박식하고 부지런한데 하는 사업마다 실패한다. 궁극적인 실패 원인을 살펴보면 내 돈과 네 돈의 구별이 불분명해 파토가 난다.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 타인의 도움을 전제로 기획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무너진다. 귀가 얇은 사람은 실체를 부풀려 판단하고 남의 몫을 자기 것으로 계산해서 낭패를 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할 동안에만 내 것이다. 인간은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 사랑은 허수아비다. 한여름 뙤약볕에 가지 각색 옷을 입고 곡식 쪼아먹는 새들을 쫒아버리지만 추수가 끝나면 빈 밭에 홀로 서서 삭풍에 두 팔이 부러진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다. 새장에 갇힌 새는 문이 열리면 날아간다.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 흘리는 눈물이다. 사랑은 물레방아의 헛된 추억을 새기며 결코 한 몸이 될 수 없는 비련을 노래한다.     중국 당대의 시인 백거이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장한가에 담는다. ‘上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선 날개를 짝지어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게 해주소서)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선 두 뿌리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자고 언약했지요)’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한 나무처럼 자란다.     미모에 현혹돼 며느리를 가로챈 현종의 사랑도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에게 자결명령을 내리는데 양귀비는 배나무에 비단천으로 목을 매어 죽는다.     사랑도 넘치면 탐욕이다. 탐욕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내 것 네 것 구별 못하고 욕심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의 분수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 탐욕은 인간을 이기적인 집착에 빠지게 하고 싸구려 인생으로 전락시킨다.     많이 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지식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 댐에 갇힌 물처럼 삶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지식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유(자로)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앎이니라’라고 가르친다.     지혜는 지식을 이긴다. 지혜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지식은 타인의 것을 흉내 내고 모방한다. 지혜는 도도한 강물로 세월을 거슬러 흘러간다. 지혜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분별하고 골라내고 함축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숙고의 시간을 거쳐 인생의 깊이를 넓혀준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재물도 행복 싸구려 인생 자기 주머니

2023-05-23

[열린광장] 끈과 띠

또 잃어버렸다. 보청기를 오른쪽 한쪽만 끼고 다니다가 어디서 빠졌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워런티가 있어 새것을 받았다.     보청기를 또 잃어버리지 않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 전가의 보도(?)를 빼 들었다. 끈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 보청기를 연결하고 가운데는 집게가 달린 끈이다. 목에 걸고 다니기엔 좀 거추장스럽고 보기 흉하지만 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고 바지가 왜 그렇게 흘러내리는지 모르겠다. 바지 치켜올리기에 바쁘다. 허리띠를 죄어도 흘러내린다. 요즘은 어깨띠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할 수 없다.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보통 띠보다 폭이 배가 넓은 공업용 띠를 구입해 매고 다닌다. 띠 위에 띠를 착용했다. 허리가 편안하고 바지도 덜 흘러내린다.     몇 개의 선글라스를 잃어버리고 난 위에는 끈을 메서 목에 걸고 다닌다. 선글라스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어느새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요즘 윗저고리 주머니는 좁아서 안경과 선글라스를 같이 넣을 수 없다. 지갑도 끈으로 허리띠에 연결했다.     유대(紐帶)란 끈과 띠를 말한다. 끈과 띠를 사용하여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한다. 시니어의 거추장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끈이나 띠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아내다. 가끔 아내를 잃어버려 당황한다.   지난달 병원에 갔다 나오는 길이었다. 차에 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가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더니 복도 건너편에 남자 화장실 표지가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니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주차장까지 가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니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도 화장실에 갔었다고 했다.   내가 또 실수를 저질렀다. 나 화장실 가는 것만 생각했지 아내에게 화장실 가고 싶지 않으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나, 나, 나만 생각하는 나.     몇 년 전 그랜드캐년을 세 번째 구경 갔었다. 나는 관광을 가면 수박 겉핥기로 구경하지만 아내는 확대경 눈을 가지고 구경한다. 나도 모르게 아내를 앞질러 가서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아내가 한 번은 나에게 항의했다. 혼자 걸어가는 데,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왜 남편하고 오지 않고 혼자 왔느냐고 묻더란다. 자기를 생과부로 만들었다며 핀잔을 줬다.     유럽으로 단체관광을 갔을 때였다. 가이드가 우리 부부를 유심히 관찰했다며 한마디 했다. 두 분이 같이 먹고 자고 하는 데, 낮에 관광할 때는 따로따로라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아저씨 이리 오세요”하더니 아내의 손을 잡게 했다. 그러더니 “앞으로는 이렇게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니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끈으로 메기 전에는 힘들 것 같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끈과 남자 화장실 바지 주머니 바지 치켜올리기

2023-05-15

산 누들스…"주머니는 더 가볍게~ 속은 더 든든하게~"

물가 고공행진에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외식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점심값이 택스와 팁 포함 한 끼 20달러에 육박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가운데 '산 누들스(Mountain Noodles)'가 주중 점심 런치 스페셜을 아주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 화제다.     산 누들스는 전복죽으로 유명한 49년 전통 '산(Mountain)' 식당의 명성과 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최근 LA 한인타운에 오픈한 국수 & 한식 전문점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조미료 맛 조리법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적인 맛을 강조하는 산 누들스는 엄마의 손맛 그대로 매일매일 준비하는 다양한 반찬과 더불어 16가지나 되는 건강식 메뉴를 11.99달러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정성과 비례하는 깊은 맛을 자랑하는 갈비탕 우거지 갈비탕 얼큰이 갈비탕부터 김치 비지찌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동태찌개 동태 맑은 찌개(지리) 비빔밥 돝솥 비빔밥 소불고기 덮밥 돼지불고기 덮밥 닭불고기 덮밥 김치 볶음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그 외에도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가 특징인 멸치 칼국수 김치 칼국수 육개장 칼국수 면 선택이 가능한 짜장밥.면 카레라이스.면 등 다양하고 푸짐한 건상식 메뉴로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한다.     산 누들스 음식의 특징은 한마디로 '깔끔' '담백'이다. 미원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들로만 맛을 내기 때문에 그만큼 깨끗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조미료로 고유의 맛을 덮어버리는 일이 없어 먹는 사람의 속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더불어 요즘 발렛파킹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산 누들스에서는 월~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한편 산 누들스는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건강식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외식 물가 부담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충족시켜나갈 방침이다.   산 누들스는 LA 윌셔와 알렉산드리아 코너에 위치하며 주중 런치 스페셜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16가지 다양한 건강식 메뉴를 착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산 누들스에서 오늘 맛있는 점심 어때요?"   ▶문의:(213)378-0222     ▶주소:3377 Wilshire Blvd. Ste 100. Los Angeles 주머니 스페셜 칼국수 육개장 멸치 칼국수 건강식 메뉴

2023-04-09

‘주머니 달린 드레스’ 홍보 주력…올드네이비 이색 전략 눈길

중저가 패션브랜드 올드네이비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색 행보를 펼치고 있어 화제다.   CNN에 따르면 의류업체 갭이 소유한 올드네이비가 매장 내 고객 유치 및 판매 촉진을 위해 주머니가 있는 드레스 제품군을 주력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드네이비는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봄 시즌에 주머니가 달린 신상품 드레스를 두 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업체에 따르면 지난 2월 500명 이상의 18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머니 달린 드레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머니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손 보온 효과부터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어 핸드백을 들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주머니가 어색한 사교 상황에서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고 주장했다.   주머니가 달린 드레스 봄 신상품은 이번 달부터 올드네이비 매장에 이미 출시됐으며 업체는 주머니가 달린 여름 드레스 출시량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소매업계 분석가 닐 사운더스는 “주머니가 없는 드레스는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 왔으며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따라서 주머니를 추가한 올드네이비의 전략은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드레스에 주머니 추가만으로는 올드네이비가 겪고 있는 판매 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드네이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며 개점한 지 1년 이상 된 매장의 매출 역시 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NPD 마셜 코헨 수석 고문은 “주머니 비용이 옷 한 벌당 2달러에 달해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주머니 추가를 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머니와 같이 소비자가 새로움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낙희 기자올드네이비 주머니 올드네이비 매장 주머니 추가 주머니 비용

2023-04-09

[시로 읽는 삶] 주머니에 관한 짧은 수다

죽음이란 그래,/ 주머니가 없는 옷/ 입고 가는 길이지// 삶이란 결국/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으면 불편해서/ 가방 메고, 우산 쓰고/ 가는 길이지// (…) 그러나 이쯤에서/저 타는 노을빛 한강으로 힘껏/ 열쇠꾸러미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서/ 걷고 또 걸어보는/ 이 밤의 산책이 괴롭지 않은 거다// 길이 고마운 거다     -서경온 시인의 ‘주머니가 없는 옷’ 부분       죽음이란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가는 길이라는 시적 통찰이 돋보인다. 죽음은 무엇도 지참할 수 없다. 영혼까지도 버려야 하는 게 죽음이니까. 이 사실적 진실이 시인의 인식으로 더 명료하게 다가온다.   빨래하려고 내놓은 옷가지의 주머니를 뒤지다 보니 지폐 몇장이 나온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고 있던 액세서리나 영수증 따위가 나오기도 한다. 주머니는 요긴한 보관수단이다. 요즘 세상은 많은 주머니를 필요로 한다. 지나치게 주머니에 집착하기도 한다.     지인 한 분은 샤워하다 쓰러져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충분히 더 살 수 있는 나이여서 안타깝고 황망했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숨겨놓은 것인지 비축해 놓은 것인지 여기저기서 돈주머니가 나왔다고 한다. 평소 근검절약으로 재산을 일군 부자란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주머니가 숨어 있을 줄은 가족도 몰랐다고 한다.   더 황당한 일은 가족들이 어딘가에 돈을 더 숨겨놨을 것이라며 찾아보느라 정작 고인을 향한 예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더라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주머니들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복이 되기는커녕 화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삶의 길에선 많은 주머니를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얼마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대를 받곤 하니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주머니를 챙긴다. 인생이 애초부터 소유가 관건인 것처럼, 그것이 최선이고 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그래서 주머니가 적은 사람은 가득 찬 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사람을 선망하곤 한다.     죽음에는 후일담이 있다. 죽음으로 삶이 평가되곤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지닐 수 없는 죽음으로 비로소 한 인생이 지닌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의 전모가 드러나 씁쓸함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흔하다.     삶을 빈손이 되는 죽음처럼 가벼이 여길 수는 없겠다. 무소유를 예찬하지만 주머니가 없는 옷의 불편함을 견디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무작정 열쇠꾸러미를 한강에 던질 수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삶에는 삶의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누구도 피할 수는 없는 죽음, 길 끝에 다다를 때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주머니를 하나씩 줄여가는 일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준비과정 아닐까 싶다. 지참이나 소유보다 나눔과 공유를 미덕으로 삼으려는 마음이야말로 최선일 것이다. 주머니의 소유 여부를고민할 게 아니라 주머니를 어디에다 어떻게 풀어놓느냐가 고민이어야 한다. 많은 소유가 화근이 될 이유는 없겠다. 꽁꽁 싸맨 채 풀지 않거나 숨겨놓는 게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떨어진 주머니에 어패 들었다는 속담도 있다. 허름한 주머니에 귀한 것이 들어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보잘것없는 해진 주머니라도 뒤져보면 뭔가 들어 있을 거다. 하찮은 것이라도 꺼내서 누군가와 나누다 보면 본래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큰 의미가 되는 반전을 경험하게도 될 것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주머니 서경온 시인 노을빛 한강 정작 고인

2022-03-15

[삶의 뜨락에서] 복 주머니

 아무리 잘 만든 돈주머니어도그 안에 돈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으면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혹 세계 제일의 장인이 만들어서 주머니 자체가 귀한 가치를 지니면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돈주머니는 그 안에 돈이 들어있어야 제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가 복으로 가득 차 있기를 바라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복 많이 받기를 바라며 복을 담는 여러 가지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복조리, 복주머니, 복 숟가락, 복이 새겨진 그릇 그리고 복이 잔뜩 들어있을 듯한 복스러운 여러 가지가 동원된다. 반대로 복이 함께 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나 행동 따위는 곁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자기와 함께한 후부터 여러 가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면 “복덩이” 라고 하며 중히 여긴다. 그래서 아주 친한 사람에게 특별한 때에 기르던 새나 화초 등을 선물하며 말한다. “이게 내 복덩이야,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야.” 어떤 사람은 그것이 자기를 떠나면 복이 달아날까 봐 절대로 꼭 붙잡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이 전하여 주던지 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보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온 세상을 돌며 찾아다니던 파랑새가 지쳐 돌아온 자기 집에서 노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속에 파랑새로 은유 되는 복은 정말 어떤 것이기에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한 이상한 것일까.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돈이라 했고 미국인들은 가족이라고 했다는 통계를 보았다. 쉽게 말해 한국인에게 복은 돈이고 미국인에게 복은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복이라는 것이 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그렇다. 정초에 새해 인사하며 건네는 복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이 찾아들기를 바라며 하는 말일까. 아픈 사람에게는 건강 회복, 건강한 사람에게는 더하여 보기 좋은 몸매나 얼굴, 잘생긴 미남미녀에게는 더 많은 재물이나 출세, 많은 것을 가졌으나 미워하고 미움받는 이에게는 따뜻한 인간관계 회복 등 생각해 보면 그저 건네는 인사 속에 복이 갖는 의미가 그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네가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라는 말이 성경에 나온다. 복이 없다고 찌푸리고 사는 인생에 주는 말이다. 어느 시인의 시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오빠는 좋겠다. 죽어서.” 죽는 것이 복일 수 있다면 세상에 복이 아닌 것이 없다.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쓴 헬렌 켈러도 그러나 보고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가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이 또한 큰 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세월이 우리 옆을 지나고 있어 금전으로 환산되거나 눈으로 확인되던 여러 가지 복이 저 멀리달아난 듯이보인다. 그러나 세어보면 아직도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복으로 남아있다.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여있는 신문을 보며 감사한다. 전자기기 건드려 찾아보는 소식보다 종이 위에 활자로 기록된 소식과 글을 읽으면서 푸근하게 허락된 이 작은 복을 그러나 귀중한 복을 가만히 품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늘 함께 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깨닫고자 노력하게 된다.   “복스러운 얼굴”이라는 말을 쓴다.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예쁘게 생긴 얼굴도 아니다. 젊게 보이고 건강하게만 보이는 얼굴도 아니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복스러운 기운이 전염되는 얼굴이다. 복의 기운이 전해지는 힘은 억지로 지어서 만들어낼 수 없다. 돈으로 환산될 수도 없다. 어떤 권력이나 욕심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복이 무엇인가 제대로 알고 있는 마음이 그 안에자리 잡고 있을 때 만들어지는 얼굴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는복스러운얼굴되세요로 바꾸어도 될 것 같다. 이웃에게 복스러움을 전하는 얼굴이 되면 자신이 바로 복주머니가 된다. 매년 첫날에 그토록 소망하며 갖기 원하는 바로 그 복주머니다. 모든 사람이 어려운 시대를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모두 스스로 복주머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새로 열리는 한 해가 진짜 복이 제대로 들어있는 복주머니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주머니 주머니 자체 건강 회복 인간관계 회복

2022-01-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