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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끈과 띠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또 잃어버렸다. 보청기를 오른쪽 한쪽만 끼고 다니다가 어디서 빠졌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워런티가 있어 새것을 받았다.  
 
보청기를 또 잃어버리지 않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 전가의 보도(?)를 빼 들었다. 끈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 보청기를 연결하고 가운데는 집게가 달린 끈이다. 목에 걸고 다니기엔 좀 거추장스럽고 보기 흉하지만 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고 바지가 왜 그렇게 흘러내리는지 모르겠다. 바지 치켜올리기에 바쁘다. 허리띠를 죄어도 흘러내린다. 요즘은 어깨띠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할 수 없다.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보통 띠보다 폭이 배가 넓은 공업용 띠를 구입해 매고 다닌다. 띠 위에 띠를 착용했다. 허리가 편안하고 바지도 덜 흘러내린다.  
 
몇 개의 선글라스를 잃어버리고 난 위에는 끈을 메서 목에 걸고 다닌다. 선글라스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어느새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요즘 윗저고리 주머니는 좁아서 안경과 선글라스를 같이 넣을 수 없다. 지갑도 끈으로 허리띠에 연결했다.  
 


유대(紐帶)란 끈과 띠를 말한다. 끈과 띠를 사용하여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한다. 시니어의 거추장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끈이나 띠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아내다. 가끔 아내를 잃어버려 당황한다.
 
지난달 병원에 갔다 나오는 길이었다. 차에 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가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더니 복도 건너편에 남자 화장실 표지가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니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주차장까지 가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니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도 화장실에 갔었다고 했다.
 
내가 또 실수를 저질렀다. 나 화장실 가는 것만 생각했지 아내에게 화장실 가고 싶지 않으냐고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나, 나, 나만 생각하는 나.  
 
몇 년 전 그랜드캐년을 세 번째 구경 갔었다. 나는 관광을 가면 수박 겉핥기로 구경하지만 아내는 확대경 눈을 가지고 구경한다. 나도 모르게 아내를 앞질러 가서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아내가 한 번은 나에게 항의했다. 혼자 걸어가는 데,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왜 남편하고 오지 않고 혼자 왔느냐고 묻더란다. 자기를 생과부로 만들었다며 핀잔을 줬다.  
 
유럽으로 단체관광을 갔을 때였다. 가이드가 우리 부부를 유심히 관찰했다며 한마디 했다. 두 분이 같이 먹고 자고 하는 데, 낮에 관광할 때는 따로따로라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아저씨 이리 오세요”하더니 아내의 손을 잡게 했다. 그러더니 “앞으로는 이렇게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니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끈으로 메기 전에는 힘들 것 같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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