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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내 것이 아닌 것들

이기희

이기희

내 것이 아닌 것은 남의 것이다. 사랑도 재물도 행복도 잠시 누리고 있을 뿐이다. 내 주머니에 있는 100불은 타인의 지갑에 든 천불보다 쓸모가 있다. 남의 주머니에 든 돈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도둑이다. 인간은 자기 주머니 돈도 세지 못하면서 남의 돈에 눈독을 들인다. 돈은 귀가 밝고 사람은 눈이 어둡다.  
 
타인의 재물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 정당한 이유 없이 남의 것을 탐하는 자는 도둑 심보를 가진 사람이다. 땀 흘려 수고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의 공통점은 타인의 재물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  
 
내가 잘 아는 한 분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계산에 밝고 박식하고 부지런한데 하는 사업마다 실패한다. 궁극적인 실패 원인을 살펴보면 내 돈과 네 돈의 구별이 불분명해 파토가 난다.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이 가진 것보다 가족이나 친구, 타인의 도움을 전제로 기획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무너진다. 귀가 얇은 사람은 실체를 부풀려 판단하고 남의 몫을 자기 것으로 계산해서 낭패를 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할 동안에만 내 것이다. 인간은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 사랑은 허수아비다. 한여름 뙤약볕에 가지 각색 옷을 입고 곡식 쪼아먹는 새들을 쫒아버리지만 추수가 끝나면 빈 밭에 홀로 서서 삭풍에 두 팔이 부러진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다. 새장에 갇힌 새는 문이 열리면 날아간다. 돌아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 흘리는 눈물이다. 사랑은 물레방아의 헛된 추억을 새기며 결코 한 몸이 될 수 없는 비련을 노래한다.  
 
중국 당대의 시인 백거이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장한가에 담는다. ‘上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선 날개를 짝지어 날아가는 비익조가 되게 해주소서)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선 두 뿌리 한 나무로 엉긴 연리지가 되자고 언약했지요)’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한 나무처럼 자란다.  
 
미모에 현혹돼 며느리를 가로챈 현종의 사랑도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에게 자결명령을 내리는데 양귀비는 배나무에 비단천으로 목을 매어 죽는다.  
 
사랑도 넘치면 탐욕이다. 탐욕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내 것 네 것 구별 못하고 욕심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의 분수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 탐욕은 인간을 이기적인 집착에 빠지게 하고 싸구려 인생으로 전락시킨다.  
 
많이 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지식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 댐에 갇힌 물처럼 삶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지식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유(자로)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앎이니라’라고 가르친다.  
 
지혜는 지식을 이긴다. 지혜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지식은 타인의 것을 흉내 내고 모방한다. 지혜는 도도한 강물로 세월을 거슬러 흘러간다. 지혜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분별하고 골라내고 함축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숙고의 시간을 거쳐 인생의 깊이를 넓혀준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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